007 삽입면허 - 35부

-35부-



“기찬 씨?......”



“으응, 난데 왜?......”



**의 전화였다. 다소 가라앉은 듯 힘이 없는 목소리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으나, 이내 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입 꼬리를 올린 채 웃기만 할 뿐이었다.



“형이 해외출장을 간다고?......”



“응, 그런데 그게 육 개월이나 걸린다고 하더라고......”



“갑작스럽게 무슨 해외출장? 후훗, 고작 육 개월이라면 따라갈 수도 없겠네?”



“피, 당연하지. 안 그래도 가구점은 어떻게 하라고......”



“히힛! 잘 됐네. 그동안은 내가 보라 모르게 많이 예뻐해 줄 테니까 자주 놀러 와.”



“미쳤어. 보라한테나 많이 신경 써 줘요. 그러지 않아도 나 때문에 마음 쓰고 있을 텐데......”



“하하, 그래. 알았어. 그건 걱정하지 말고 나중에 내가 연락할 테니까 그 때 보자고......”



“으응, 끊어요.”



종전 같으면 별 일 아니더라도 가족 간에 모여 식사를 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형이 장기출장을 간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마음 쓰이는 일이 많아 선뜻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방배동 살림은 그 식구들에게 맡겨두어도 알아서 돌아갈 정도로 자리가 잡혀가고 있었지만, 고 의원 부자에게 돌아가는 자금을 빼고 난다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니 특별히 애착이 가지도 않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버릴 수도 없는 노릇,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많은 여자들의 호구지책은 되고 있었으니 섣부르게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까짓 것...... 어쨌든 그로 인해 그곳 식구들이 밥은 먹고 사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 그나마 그게 아니라면 그 많은 여자들을 내가 무슨 수로 거두고 살 거야?”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계세요?”



“으응? 아! 지수 누님...... 아무 것도 아니야. 방배동에서 별로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생겨서......”



낮 시간을 달리 보낼 장소가 마땅치 않은 기찬은 지수가 운영하고 있는 가구 전시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걱정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찬의 표정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지수는 다정스럽게 그의 곁으로 내려앉는다.



“어머! 그게...... 듣자니 금주네 식구들 때문에 그런다면서요?”



“음, 참...... 그러니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저도 요즘 미치겠어요. 금주 그 계집애가 아주 보란 듯이 친구들에게 제 얘기를 흘리고 다니는 것 같아서......”



“금주 누님이 누님 얘기를 하고 다닌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사장님 말씀이에요. 이미 지난번에 제 애인이라고 친구들에게 소개를 해 버렸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요즘은 자기가 저에게서 사장님을 뺐었다고 은근히 소문을 내고 다니는 모양이에요. 제가 공연한 짓을 한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그게 남편 귀에 들어가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죽겠어요.”



“나, 이것 참......”



“......”



“그래, 내가 따로 한 번 만나서 주의를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지난번에도 얘기했듯이 정작 버리게 된다면 방배동을 버릴 테니까 누님은 아무 걱정도 하지 말아요. 지수 누님은 내가 영원히 사랑할 사람인데......”



“고, 고마워요. 기찬 씨......”



“말이 나온 김에 방배동에 가서 이것저것 좀 둘러보고 가야 되겠네. 정 대책이 서질 않으면 방배동 사업을 접어버리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방배동은 고 의원 가족의 아지트로 전락을 해 버려 명목상의 소유만 기찬의 앞으로 되어 있을 뿐, 대부분의 소득이 저들의 통장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나마 사흘이 멀다고 이어지는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술좌석 때문에 유지운영은 되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고 의원의 변태적인 성욕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기찬으로서는 암울하기까지 한 형편이었다.



다만, 그 중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남편과 시아버지 몰래 자신과의 밀월을 즐기는 금주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사랑하는 지수에게 스트레스로 남는다면 기찬으로서는 더 이상 방배동 비밀 카페를 용인해 줄 아무런 가치가 없는 곳이 되는 것이었다.



“여보세요?”



“나, 고 의원일세. 지금 방배동으로 가는 중인데 좀 만날 수 있겠나?”



“아! 네, 마침 저도 그리 가는 중입니다. 곧 뵙겠습니다.”



때맞추어 고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끊는 기찬의 입에서는 욕이 튀어나온다.



“씨바...... 이제는 완전히 졸개가 되어 버렸으니......”



그나마 웨딩 플래너인 김명희의 도움으로 그녀와 은밀한 비밀을 나누고 있는 여자들을 고 의원에게 상납할 수 있었지만, 그녀들도 모두 지금은 보통의 가정주부들이니 과거의 결혼 이력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현재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들을 그런 자리에 자주 불러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 의원은 벌써 방배동에 도착했는지, 그 보좌관이 문밖에서 차량을 돌보고 있었고, 기찬은 스치듯 그 곁을 지나 집안으로 들어선다.



“아! 어서 오게.”



“네, 의원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식구들 모두 기찬을 모처럼만에 볼 수 있었는지 수다스런 분위기가 지나가고, 조용한 방안에는 두 사람만이 마주 하게 되었다.



“자네를 보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네, 의원님. 말씀하십시오. 지난 달 송금은 아마 이상 없이 되었을 건데요.”



“으음...... 그 문제가 아니고......”



“네......”



“요즘 자네가 소개하는 여자들도 그저 그런 것 같고 해서 말이야.”



“아! 네...... 이젠 제가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술집 아가씨들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남의 마누라들을 구해 달라는 고 의원의 변태 행각에 그나마도 기찬이었으니 가능했을 일들을 과소평가하고 나서는 고 의원의 태도는 그저 기찬을 질리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자네......”



뭔가 어려운 부탁을 하려는 듯 뜸을 들이는 고 의원의 태도에 기찬은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 많은 여자들을 소개해 줌에 있어서도, 방배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여자들은 전혀 고 의원에게 붙여준 적이 없었으니, 이제 고 의원이 새로운 요구를 해 온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방배동에서 마담으로 일을 하고 있는 강희 아니면 주방에서 일을 하는 한기주의 아내일 것이었다.



“자네 주변에 진보라라는 여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네?......!”



“왜...... 어렵겠나?”



“그, 그 사람은...... 제 가족입니다.”



“음......”



고 의원은 몹시 난감하다는 듯, 담배를 꺼내 물고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도 이런 반응을 짐작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와 기찬을 바라본다.



“뭐, 당장 자리를 만들라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이미 자네와의 관계가 형수와 시동생의 관계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고......”



“......”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자신의 뒤를 파고들었을 테니 고 의원이라면 능히 알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기찬은 진작 고 의원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방배동 사업장을 아까워 한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그런 저런 자네 입장을 고려해서 자네 형도 일본으로 출장을 보냈던 거야.”



“아, 아니...... 그렇다면......”



“그래, 이제 상황을 이해하는구먼. 이미 한 달 전에 자네 형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을 만난 적이 있었지. 뭐, 직원 하나 해외출장을 보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니 문제 될 것도 없는 일이었지. 자네도 나만큼이나 색다르게 색을 즐기는 인물이니 그건 자네에게도 썩 나쁘지 않은 일이 아닌가? 하하하......”



“아! 아, 예......”



“필요하다면 자네의 형을 일본에 더 머무르게 할 수도 있는 일이네.”



이미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는 고 의원에게 달리 대답할 길은 없었다. 이제 자신의 수사관 코드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 일이었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패륜아로 낙인찍혀 가정마저도 해체될 위기에 놓인 것이었다.



그 일이 노출될 경우의 파급효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물론, 형수 보라,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자신조차도 더 이상 세상에 고개를 들고 살아갈 수 없는 일이 될 테니 고 의원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줄초상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형편이었다.



“그, 그러시다면 시간을 좀 주십시오. 제가 차차......”



“허헛! 뭐, 자네 입장도 있을 테니 그렇게 하게. 자, 그럼 나는 이만 일어서 보겠네. 나중에 연락함세.”



비릿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고 의원을 기찬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올무에 걸려버린 산짐승처럼 처연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더라도 그것만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 이 새끼를 차라리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려?”



하지만, 당장 그렇게 하기에는 과연 고 의원만이 알고 있는 사실인지 그 자식 놈마저 알고 있는 사실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 기찬의 뒤를 캐기 위해서는 누군가 고용을 했을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 보좌관들마저도 알고 있을 수 있는 일이었으니 섣불리 고 의원을 해쳤다가는 그 용의자로 지목당하기 십상인 일이었다.



“이젠 이대로 있어서 될 일이 아니로군.”



기찬은 어딘가로 지프를 몰아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사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기찬의 형이 다니는 회사였다. 하지만 사장은 이미 기찬과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고 의원과의 관계에 대한 것을 알아내기 위해 온 모양이었다.



“아저씨......”



“으응, 그래. 어서 와라.”



기찬이 올 것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주춤거리며 맞아들이는 그는 기찬의 부친과는 오랜 지우였다. 오래 전 동업으로 일으킨 회사에 두 형제가 부친의 뜻을 이어 일해 줄 것을 기대했었지만, 천방지축인 기찬은 그에 뜻이 없었으니 기찬의 형만이 그 회사에 남아 아버지의 뜻을 이어갔던 것이었다.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위명이 쟁쟁한 현역 정치인의 눈에 벗어나 미움을 살 필요는 없는 것이었으니 뜬금없는 고 의원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형을 일본으로 보냈다는 말씀이세요?”



“그, 그야...... 어차피 일본에는 누가 나가도 나가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 그리고 해외지사 근무경력이 자네 형에게 나쁜 것도 아니었으니까......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고 의원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말이 들려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알고 싶어서 왔을 뿐입니다.”



“흠...... 그렇다면 자네 형이 고 의원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군. 어차피 해외근무경력이 없다면 진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고...... 뭐, 내게 말을 했어도 되었겠지만, 자네 형이 워낙 내성적이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지. 하하하...... 별 일이 아닌 것 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아! 네...... 그럼 알겠습니다.”



아무 소득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형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별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니 그것만이라도 다행일 수 있는 일이었으니 차츰 그 행동반경을 조사해 들어가는 기찬의 발걸음이 바쁘기만 한 일이었다.



차라리 엽색행각의 끝을 보여서 나이 어린 계집애들을 상납하라고 했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원조교제를 통해서 몸뚱이를 굴리던 아이들은 얼마든지 확보되어 있었으니, 가까이 두고 있는 아이들 말고라도 고 의원의 컬렉션은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고 의원은 기찬에게 직격탄을 날려 왔고, 지금의 형편에 고 의원을 어찌 할 방도가 없었으니 기찬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고 의원님, 접니다.”



“아! 강 사장...... 그래, 무슨 일인가?”



“네, 지난번에 말씀하신......”



“음, 그래, 그래...... 자네 형수에게 의논은 해 봤는가?”



“네, 하지만, 비밀은 절대 지켜주셔야 하는 일입니다. 자칫 잘못했다간 저희 어머니가 세상을 버릴 수도 있는 일이니......”



“하하하, 이 사람...... 별 쓸 데 없는 걱정을 다 하는군. 어디 자네와 내가 하루 이틀 이어온 인연인가? 그런 걱정은 접어두게.”



“저...... 그러면 사람들 눈이 있어 장소를 방배동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제가 다른 곳을 준비해 두겠습니다. 삼각지로 오시면......”



다른 대안이 없었는지 기찬은 할 수 없이 삼각지의 여관 위치를 고 의원에게 일러주고 있었다.



“제가 그 곳에 먼저 가서 대기를 시켜 두겠습니다.”



“그러세. 자네 입장도 있을 테니 나도 각별히 조심을 하지.”



“네...... 나중에 뵙겠습니다.”



절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니 기찬으로서는 다른 누구와도 의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 모든 것을 오픈하고 지냈던 레스토랑의 지영마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며칠간을 두문불출 움직이지 않다가 고민 끝에 모종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었다.



삼각지 여관에 도착해 모든 준비를 마친 기찬은 입구에 나와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나름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정한 것은 고 의원의 정사장면을 녹화해 둘 수 있는 것 때문이었으니 그것은 나중이라도 고 의원을 몰아세울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나타나는 고 의원의 차량에 다가서니 다행히 고 의원은 직접 운전을 하고 왔는지 운전석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 어서 오십시오.”



“하하하, 내 자네 부탁이 있어서 보좌관도 없이 이렇게 혼자서 왔다네.”



“네, 고맙습니다. 자, 올라가시지요.”



제 형수의, 그것도 이미 자기가 품고 사는 계집의 사타구니를 벌려 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 형국이니, 그것을 바라보는 고 의원은 그 비밀스러움의 끝이 짐작이라도 되는 것인지 흐릿한 미소를 흘리며 기찬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모름지기 오늘을 시작으로 이제는 기찬이 거느리고 있는 모든 여자들을 취하게 될 것이니 그 첫 테이프를 끊는 이 자리가 고 의원에게는 가히 기념비적인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 고 의원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음, 무엇이든지 기탄없이 말해 보게. 내 자네 부탁이라면 힘을 써 줘야지.”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저희 형수 입장도 있고 하니 의원님께서 안대를 좀 착용하고 계셨으면 해서요.”



“안대를?...... 그러면 눈을 가리고 있으란 말인가?”



“그야 뭐,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몸을 풀고 나면 부끄러움도 사라질 테고, 결국 서로 간에 안대를 떼게 될 텐데...... 손발을 묶고 하자는 것도 아니니 부탁을 들어 주시는 게...... 이게 저희 형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니 옷을 벗은 채 의원님을 뵙기에 몹시 난처하기도 할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옆방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의원님께서 옷을 벗고 누워계시면 제가 저희 형수도 안대를 씌운 채 안내를 해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나, 이것 참...... 꼭 그렇게 하자고 하던가?”



“저희 형수 입장에는 저와의 관계도 있으니 나름 제게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의사표현이 아니겠습니까?”



“오호라! 하하하...... 그러니까 마지못해 나와 살을 섞긴 하겠지만, 자네에게 최소한의 순정을 지킨다는 의미가 되는 건가?”



“네, 그래서 제가 서로 안대로 눈을 가린 채 행위만 하면 된다고 말을 해 뒀습니다. 의원님도 거기에 동의를 하셨다고 했고요.”



“오! 그랬단 말이지?”



“네, 그러니 일단 서로 일을 치르기 까지는 의원님도 그저 눈을 가린 채 저희 형수에게 몸을 맡겨 버리시고, 나중에 서로 익숙해진 다음에는 슬며시 안대를 벗으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그것도 재미있겠구먼. 그럼 어디 그렇게 한 번 해 볼까?”



고 의원은 짐짓 난처한 시늉을 해 보이면서도 기찬에게서 안대를 받아들고 이마에 걸치고 있었으니, 옷을 모두 벗고 흉물스런 물건을 덜렁거리며 침대로 오르는 고 의원을 뒤로 한 채 기찬은 방을 벗어나 옆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자, 내게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니 아무 소리도 말고, 이번 한 번만 부탁을 들어 줘. 다시는 이런 부탁 하지 않을 테니까......”



“정말이지요? 이번 한 번뿐이에요?”



“그래,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눈 딱 감고 그냥 행위만 하고 나오면 되는 거야. 저 쪽에서도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 서로 얼굴 볼 일도 없어. 나중에 내가 다시 데리고 나올 테니까 그 때까지만......”



“알았어요. 자, 그럼 가요.”



“그래......”



기찬의 안내로 맞붙은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호흡을 느끼고 있었다. 한 사람은 이미 모든 옷을 벗어 붙인 채 자리에 누워있었고, 또 한 여자는 옷감이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면서 옷을 벗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기찬의 당부로 인해 고 의원은 안대를 떼어낼 수 없었고, 기왕 그리 결심한 바에 잠시 후면 볼 수 있는 것을 재촉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모양이었는지 얌전히 누워 기찬의 형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윽......”



“으흠, 좋구나......”



이윽고 서로의 몸이 겹쳐지며 서늘한 피부가 느껴지는지 두 사람에게서는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기찬은 그것을 신호로 방을 벗어나려는 모양이었다.



“자, 그러면 저는 나가있겠습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으흠, 그, 그러게...... 나중에 보세.”



다시 옆방으로 돌아온 기찬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두 사람의 정사장면을 녹화하려는 모양인지 여기저기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고, 두 남녀는 이미 서로의 입술을 빨아대며 몸을 달구어 가고 있었다.



“후후후, 이 놈...... 고 의원...... 네놈도 오늘로 끝이다.”



알 수 없는 일, 과연 고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서 보라의 치부를 공개하기라도 하겠다는 것일까? 그것은 자칫 잘못되면 자신의 가족이 해체될 수도 있는 일일 것인데 기찬은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일까?



“후후훗......”



기찬은 이제 모든 것이 자신의 손을 떠났다는 듯 침대로 몸을 던져 간밤의 일을 떠올린다.

형수 보라를 그런 사지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기찬은 금주를 불러내 몸을 푼 뒤, 이런 모사를 꾸몄던 것이었다. 이미 지수에게도 금주는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어섰고, 그녀의 남편과 그 시아버지는 기찬의 목을 시시각각 조여 오는 달갑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그 시아버지와 며느리를 불러내 서로 몸을 섞게 만든다는 것이 기찬의 계획이었으니, 기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금주를 부추겨 누군가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몸을 섞으라는 부탁을 해 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눈을 던져 바라보는 모니터 안은 후끈 달아올라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금주는 시아버지 고 의원의 배에 올라타 사타구니를 벌린 채 요분질을 해 대고 있었고, 며느리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용을 쓰는 그 장면은 고스란히 녹화가 되고 있었다. 이제 결국 고의원은 안대를 떼어내고, 제 며느리의 안대도 떼어낼 것이니 그 결과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하악...... 하악......”



“흐윽......”



잔뜩 흥분한 채 뱉어내는 교성을 서로가 알아들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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