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산행 - 14부

그녀가 고개를 돌려 바닥에 박혀있는,그러나 좀 전까지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눴던 칼을 바라보았다. 산악용 악세서리처럼 심플하고 편리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었던 자신의 마운티너였지만,지금은 나균에 감염되어 문드러진 얼굴처럼,실팍했던 표면을 사내의 손자국으로 뭉개버린채 지옥불에 담금질 된 마검인양 흰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사내의 붉은 눈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고 이내 모든 저항을 접었다.

그녀는 재킷을 벗고 바지를 풀러내렸다. 그리고 보온을 위해 겹쳐 입었던,넥스타일의 원단을 사용한 윈드스토퍼 넥스트투스킨 이너웨어의 지퍼를 내렸다. 적막이 감도는 움막 안에 그녀가 옷벗는 소리만이 조용하게 들렸다. 그녀가 몸에서 이너웨어를 걷어내자 인슐레이팅 웨어가 나왔는데 이것은 폴리에스터와 폴리오레핀을 원사로 사용해,뛰어난 신축성으로 전신을 스타킹처럼 감싼 드라이존 타이즈였다. 이 옷감이 가진 강력한 스트레치 성질은 그녀의 굴곡을 사내에게 숨김없이 드러내 주었다. 사내의 이빨이 늑대처럼 드러났다. 그의 화로같은 눈동자가 숯불보다도 뜨겁게 열을 내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손놀림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사내는 목울대를 그르릉대며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복사에너지가 지구를 덥히듯 사내의 열기가 그녀를 덮었다. 단 하나의 시선이 있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마치 수 만명이 운집한 광장 한 가운데서 스트립을 하는 듯한 부담감과 중압감을 느꼈다. 드라이존의 상의를 올리는 손이 떨려왔다. 상의가 어깨근처까지 올라가자 면직물보다도 빠르게 습기를 흡수한다는 쿨맥스의 아이보리색 언더브라가 드러났는데 그것은 그녀의 살색깔과 비슷했다. 그녀의 살이 좀 더 촉촉하고 윤기가 난다는 점이 다른 점이었다. "밑에는 내가 잡아주지." 먹잇감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사내가 다가왔다. 그녀는 얼어붙었고 피할 길이 없음을 알았다.

사내의 두 손이,그녀의 허리를 타이트하게 조이는 드라이존의 허리밴드 속으로 파고들어 양 측면을 단단히 고정했다. 그의 거칠고 역한 숨결이 열풍처럼 그녀의 벗은 피부 위를 휩쓸어댔다. "한번에 벗자구." 사내의 손가락이 그녀의 양 옆구리 쪽에서 골반뼈를 만지다가, 팬티의 밴드 속으로 벌레처럼 기어들어가 드라이존의 하의와 팬티를 동시에 잡았다. "자,빠져나와. 몸을 빼." 사내가 말했다.

그녀가 사내의 손에 옷을 남기고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폴리에스터 극세사로 짜여진 카필린 천을 사용하여 재단된, 부드러운 삼각팬티가 고치가 허물벗듯 그녀의 몸에서 엉덩이부터 박피되었다. 그녀가 뒤로 더욱 물러남에 따라 그것은 넓적다리로,정강이로,발목으로 위치를 바꾸더니 마침내 완전히 그녀로부터 이탈했다. 사내가 손에 든 옷을 구석으로 던졌다. 브라를 제외한다면 그녀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그녀의 길고 곧은 다리가 사내 앞에 놓여있었다.

"이리 가까이 와." 그녀가 본능적으로 다리를 쓰지않고 붙인채로 몸을 끌어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사내는 이제 막 불을 붙인 시가같았다. 텁텁하고 진하고 역겹고 굵직하고 육중하며 무엇보다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내가 집게 손가락을 뻗어 브라의 양 컵을 연결하는 끈을 쳐들었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며 몸을 뒤로 세웠으나 사내에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내는 화염처럼 그녀를 쏘아보았다. "움직이지마,이 년아."

사내가 새총의 고무줄을 잡아당기듯이 브라를 앞으로 잡아당겼다. 등쪽으로 잠궜던 후크와 브라의 끈이 사슬처럼 그녀의 살을 파고 들었다. 그녀가 그 힘에 상체를 앞으로 조금 기울였고 마침내 그녀의 젖가슴이 브라에서 이탈되어 밖으로 노출되었다. "밑으로 머리를 빼." 참으로 어려운 탈의였다. 나체를 드러낸다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곡예사가 속박기구에서 탈출하듯,그녀는 사내가 브라를 잡아당겨 만들어놓은 약간의 공간 사이로 머리를 빼냈다. 사내는 느긋하게 그녀의 몸이 이리저리 휘면서 그려내는 감미로운 곡선들을 감상했다. 그녀의 소담하지만 탐스러운 가슴과 대리석처럼 매끈한 복부와 연한 물풀같은 허리가 만들어내는 곡선들을 말이었다. 브라가 어깨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팔을 쭉 피는 바람에 그녀의 깨끗한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그대로 있어." 사내가 명령했고 그녀가 멈추었다. 사내는 브라를 놓고 겨드랑이로 손을 가져가 갓 구워낸 식빵처럼 연갈색 빛을 내는 그 부드러운 조직을 한웅큼 쥐어 잡았다. 그녀가 몸을 비틀었으나 사내는 나머지 쪽의 겨드랑이도 같은 방식으로 쥐어잡았다. 그리고는 손안에 포획된 나이팅게일처럼 완전히 겁을 먹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겨드랑이를 주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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