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에필로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30부]













[서연]이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는 상견례자리..

미리 도착한 우리 가족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며칠전.. [서연]이의 집에 처음으로 인사드리러 갔던날....

올해초 대령에서 예편하셨다는 [서연]이 아버지..의 그 무시무시한 얼굴...

나보다 한살 많은 [서연]이 둘째 오빠의 그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



우리 집에서도 그랬지만.. [서연]이네 집안에서 나는 죄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상견례의 시간이 5분앞으로 다가왔다.

때를 같이해서 상병휴가를 나온 내동생 [현준]이와 나.. 부모님..

그리고.. [서연]이와 그 부모님들과 두명의 친오빠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호텔로비쪽에서 보이는 [서연]이와 [서연]이네 가족들...

우리 부모님들과 나와 동생이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

[서연]이 친오빠들.. 너무 무섭다..

군인집안이라.. 그런지.. 말들도 없고.. 표정도 무겁기만 한게.. 빨리 지금 이자리가

끝나기를 바랄뿐이다.



양가 부모님들끼리.. 조심조심.. 나누는 대화...

[서연]이 엄마의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서연]이..



장인.. 장모님이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철없는 26살의 예비아빠 김희준..

슬쩍.. 고개를 드니.. 이자리에서 나를 처음보는 [서연]이 큰오빠가.. 커다란 두눈으로

나를 갈구는듯..한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으휴우..........



"쟤들이.. 저렇게나 좋아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저희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지었습니다.."

"허허.... 이거.. 참.. 죄송스럽기도 하고..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아닙니다.. 저희가 자식교육을 똑바로 못시켜서 그런거지요.."

"허허....저희가 죄송스럽지요.. 요즘 젊은 애들.. 참... 이거... 허허허...."



"서연이 졸업할때까지.. 공부도 시키고.. 나중에 대학원가겠다면.. 대학원공부까지.. 그리고

서연이 손에 물 안묻히게.. 못난 제자식놈처럼.. 한 가족이니까.. 잘 보살피겠습니다..."

"아이고.. 이거 말만 들어도.. 정말 고맙습니다.. 딸가진 부모입장에서 죄인이 되어야 하는건데..

허허...."



우리 부모님과 [서연]이 부모님은 서로 죄송스럽다는 말만 하기 바쁘다.

자꾸 죄송스럽다는 말만 양가쪽에서 오가니.. 나와 [서연]이는 진짜 죽을 죄를 지은것 같기만

하다.

그렇게.. 서로가 죄송스러워 하는 양가 상견례가 끝났다.



다음달..두번째주 토요일.. 저녁 8시

프라자호텔 웨딩홀..

모든게 일사천리이다...



아버지의 노여움에 죄인이 된 나는 가게 툰드라를 어쩔수 없이 매매해야만 했고..

그 임대보증금과 권리금으로 학교근처의 24평 빌라를 사고야 말았다.



개강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중간고사 준비를 하는 요즘..

웨딩촬영일정에.. 신혼여행준비 여권발급에.. 너무나 바쁜 하루하루이다.

[서연]이 역시.. 새로운 우리의 신혼집에 혼수를 준비하느라 분주해 보인다.



씨바... 이렇게 해서 결국 결혼을 하는구나..!!!....



정말 어렵고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결혼..

하지만 너무나 쉽고 빠르게만 진행되어져 간다.



학교친구들.. 모두 이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했던것과 달리.. 하루 이틀, 며칠 지나니.. 다들.. 남일 생각하듯..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나와 [서연]이 역시 이렇게 물흘러가듯..

조용히 흘러가며 결혼 준비를 하고만 있다.



[서연]이의 생각이 맞는거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게 된다는데.. 도대체 챙피할게 뭐고.. 안될게 뭐란 말인가?

어쩌면 나는 가장 행복한 대학생일지도 모른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시간을 내서 [서연]이와 함께 신혼집의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도배와 바닥재는 그전 주인이 매매하기전 새걸로 해놓았고.. 천정의 몰딩과 문짝을 흰색 페인트

로 칠하고 있다.



"야.. 페인트 냄새 독한데.. 내가 알아서 할꺼라니까.."

"싫어.. 오빠..똑바로 일하는지.. 내가 감독해야지..히히..."



"으이구.. 알아서 한다니까.. 여기까지 ?아와서.. 사람 신경쓰이게 만드냐?..."

"모야 오빠...!!...여기 바닥에 묻었잖아.. 바보야...!!..."



"어??...."

"내가 닦을께.. 오빠..빨랑 마저 칠해.."



"하하...그래...."

"거기.. 도배지에 묻잖아!!.. 똑바로 안할래??...."



집문을 열어두었더니.. 아주머니들이 기웃거린다.

이웃집.. 아주머니들 같다.



"안녕하세요..이집으로 이사오실 분들인가 보네요??.."

"네.. 안녕하세요..."



"하이고.. 신혼부부인가봐요??..."

"네에.. 호호.. 다음달 결혼해요.."



"축하드려요.. 호호호...."



[서연]이와 이곳 빌라의 아주머니들..

여자들끼리 이런저런 수다를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다.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오더니..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가을밤..무거운 하늘에서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비...



[띠링..]

[오빠.. 나 매콤한게 먹구 싶으니까 이따 학교앞에서 매콤한 불닭 사가지구 와..]



훗.. 귀여운것..입덧도 없으면서.. 남들 하는건 다해보려고 그러는군.......



오늘 저녁.. 툰드라에 들렸다가 마지막 정리를 하려는데 [서연]이에게 문자가 왔다.

[서연]이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응.. 나야.."



"오빠 오늘 우리집에 언제 와??.."

"내일가야 할꺼 같다... 어쩌지??.."



"아이씨... 엄마한테 오빠 이따 놀러온다구.. 얘기 해놨는데..."

"미안해... 가게 좀 나가보려구..."



"문 닫았잖아.. 비오는데 청승맞게 거기서 뭐하려구??.."

"내일 아침에 철거한다는데.. 내가 아직 짐 못챙긴게 많아서 그래.."



"씨이... 알았어.."

"어머니께 미안하다고 전해드려..."



"치이.. 엄마한테만 미안해??..."

"하하.. 알았어.. 우리 자기한테도 미안하지..."



나의 까페.. 툰드라..

지난 1년동안 우여곡절이 참 많기도 한곳이었다.

이곳에서 나와 정사를 나눴던 여자가 수십명.... 도대체 그 여자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고 잘 살고는 있는지...

그렇게 이여자 저여자를 아무생각없이 건드리면서.. [은영]이를 잊으려 했던건지..

[서연]이와의 이별을 달래려고 했던건지..

하지만 돌아오는건.. 허탈함뿐.. 결국 애정없는 섹스는 득이될게 없었고 그때그때 해소

되는 욕구 빼고는 나의 그 공허함을 채울수는 없었다.



툰드라는 철거되고.. 요즘 한창 뜬다는 안마시술소가 들어온다고 한다.

밤11시... .. 혼자 가게안에 앉아있다.





툰드라의 마지막 날....

[은영]이 생각이 많이 났던.. 그 째즈음악을 틀어놓았다.

텅빈 냉장고안.. 반납하고 남은 맥주가 낱병이 대여섯병 보인다.

죄다 끄집어내어 하나씩 머리통을 날린다.



투명한 글라스에 맥주를 따라붓는다.



이곳에서.. 그동안 [은영]이의 죽음에 대한 그 죄책감으로 저 째즈피아노의 선율에 따라

그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죽은 [은영]이에게 미안해 했던가..



내 몸에 깊숙히 박혀버린 [은영]이의 죽음이 만들어 놓은 그 녹슨 칼날..

그 칼날은 산화되고 부식되어.. 결국 사라진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내 혈관속으로.. 내 온몸으로 퍼져들어.. 내가 죽기전까지 영원히

[은영]이와 함께 할 것이다.



"은영아... 정말 미안해...죽은 너를 두고.. 나만 행복해 지려 한다..."



엇박자의 트럼펫... 째즈피아노.. [은영]이의 새하얀 손가락들이 하얗고 검은 그 건반위에서

춤을 추듯.. 퍼붓는 빗줄기가 되어 툰드라의 통창을 두드린다..



억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은영]이의 반주소리..



딸랑!!....



엇!!!!!!!!!!!!!!!!!!!..............



불꺼진 가게.. 입구쪽..

출입문이 열리고.. 왠 여자형체가 서있다..!!!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은...미...???....



[은미]가 온몸이 물에 들어갔다 나온것처럼 홀딱 젖어 나에게 걸어온다.

순간 당황스러워.. 어쩌지를 못하다가 벌떡 일어나 마주하였다.



"은미야... 너.. 이시간에... 연락도 없이..."

"....희준오빠.... 미안해....그냥.. 보고싶었어..."



마른수건을 찾아 [은미]의 얼굴과 젖은 머릿결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은미]의 얼굴은 계속해서 젖는다.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이다.



[은미]가 두손을 천천히 뻗어 내 얼굴을 감싼다.



"흑흑.....오빠.... 사랑해..... 오빠.... 행복해야해??.......흑흑흑...."

".....서은미......"



"흑흑......오빠....... 사랑하는 오빠.....흑흑흑....."

"............"



"오빠... 나 내일부터는.. 종필오빠한테.. 돌아 갈꺼야..."

"..고마워..............."



[은미]가 떨리는 입술을 나에게 가져다 대려한다.

[은미]와의 뜨거운 입맞춤.....



툰드라의 급조된 침대가 만들어진다.

젖은 [은미]의 옷들이 하나하나를 벗겨낸다.

온풍기 앞에 걸쳐넣고.. 말리기 시작이다.

자켓.. 난방.. 치마.. 브래지어.. 팬티..



하얀 [은미]의 몸..

그동안 나를 치유해주었던 신비스런 유니콘이자 언제나 나에게 웃음을 주었던 깜찍한

조랑말 [은미]....



이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은미]와의 개인적인 만남..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자..

나를 사랑했지만.. 첫사랑을 못잊었고 결국 또다시 상처를 입어야만 했던 여자..



[은미]의 하얀 알몸옆에 나란히 눕는다.

[은미]가 작은 가슴위를 두손으로 가리고 눈을 감는다.



[은미]의 젖은 두눈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은미]가 나를 껴안는다.



그렇게해서 [서연]이와의 약속을 또다시 어기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사랑했던 [은미].. 그리고 나의 서글픈 첫사랑의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것일 뿐..

크게 죄책감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따스한 [은미]의 몸속..

그 깊숙한 곳의 추억이 다시 되살아난다.



"아으...으....옵빠아....으....으........"



툰드라의 통창이.. 뿌옇게 변해가기 시작이다.

온풍기의 열기.. 나와 [은미]가 쏟아내는 마지막 열기는 점점 더 달아오르고 있다.







한달후..

호텔 웨딩홀의 결혼식..



주례를 맡은 우리과의 학과장.. 설계과목의 최교수..



"에.. 이로서 새로 시작하는 두 젊은이의 영원한 사랑과 양가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스러운 결혼식의 주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짝짝짝짝........]



"네.. 지금부터.. 신랑 신부의 퇴장과 동시에 힘찬 사회로의 첫걸음이 시작되기에 앞서..

간단한 신랑의 체력테스트가 있겠습니다.."



아흐.. 좃대식이.. 저 씁새.. 하지 말라니까...



기념촬영을 한후 내던진 부케..



이런!!... 은미가 받았다...



얼떨결에 받은 부케를 감싸안고 행복해 하는 [은미]..

그리고 그 옆에 다가와 어깨를 감싸주는 [종필]이형..



그렇게 정신없는 결혼준비와 정신없는 결혼식.. 정신없는 뒷풀이가 모두 끝나고

정신없이 날아온 푸켓에서의 아름다운 첫날밤을 나의 신부 [서연]이와 함께하고 있다.

이제야.. 결혼을 했다는게 실감이 나고.. 그간의 모든 피로가 풀리는듯 하다.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저녁바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

지금 [서연]이와 함께 알몸이 되어 넓직한 월풀에 나란히 누워 창문너머의

아름다운 저녁바다를 보고 있다.



"오빠.. 오늘은 해도 돼..."

"이씨!!..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어???...."



"호호... 간지러.."

"오늘.. 죽었어!!..."



"꺄악!!!... 야!!!.... 호호호... 여기서 싫어!!!....."





[서연]이가 잠들어있는 침대위..

깜깜한 밤하늘을 보기위해 조심스레 일어나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간다.



후끈하고 습한 열대의 밤하늘..

어두컴컴한 밤하늘로.. 쏟아져 내릴듯 촘촘히도 박혀있는 엄청난 별들...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감동적인 밤하늘이다.



왠지.. 죽은 [은영]이와 죽은 [혜숙]이라는 [종필]이형의 여자가 저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중 하나가 되어.. 반짝거리고 있는듯 해 보인다.



[종필]이형의 작품은.. 죽은 여자들을 위한것이라고 한다.

[은영]이가 죽었을 때.. 나 못지않게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종필]이형..

그래서 그후로.. 이번 졸작을 죽은이를 위한 추모공원으로 정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랬다는 것이었다.



[은미]와 함께 혹시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종필]이형을 살리려 엉뚱한 걱정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은미]와 [종필]이형이 행복해 하는것 같아 너무 다행이다.









한달후...

강의실...



[띠링..]

[오빠.. 이따 끝나고 나 데리러 와.. 어제처럼 늦었다간..진짜 죽어..]



씨바.... 아주 공주병이 제대로 도지는구만..??...



급대녀석이 자리에 오른다.



"자자.. 오늘부터.. 우리 4학년 선배님들의 졸업작품 전시회가 있는거 잘 아시죠??..

최교수님이 졸작 참관하고 한가지 작품 선정해서 작품에 대한 감상과 비평글 a4용지3장

으로 채워서 제출하는걸 이번주 레포트로 정하기로 하셨으니까......."



[에이~~~...........]



"자자...조용!!..조용!!.. 하여간에 단체로 출발하실 분들은 이따 다섯시에 학교버스타고

가시고..개인별로 출발하실분들은 63빌딩 특별전시회니까......"





[서연]이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졸작전시회를 찾았다.

양복을 입은 [종필]이형과 [대식]이.. 그리고 낯익은 동기들..



"축하해.. 종필오빠.. 대식오빠.."

"와줬구나.. 몸도 불편할텐데.."

"하하... 고마워.."



"서연언니.. 왔어??.."

"어.. 윤지.. 오랜만이네??.."



아직 그리 배가 불러보이지 않은 [서연]이..

쌀쌀한 초겨울의 날씨에 두툼한 코트를 입고 있어 그나마 감기에나 안걸려 다행이다.



임신을 하고난 후.. 유난히도 엄살을 많이 떠는 [서연]이..

하긴.. 몸속에 소중한 아가가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여자들이 그럴 것이다.



[종필]이형의 작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육중한 작품으로 이세상을 등진 이들이 다른 우리가 모르는 차원의 아름다운 세상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는 [종필]이형의 바램이 묻어나고.. 그들의 행복을 마음속으로나마

바라고..또 바라는 죄송스러운 내마음이.. 왠지 숙연함이 느껴진다.



종필이형.. 정말 고마워....



문 입구에서.. 친구들에게 거들먹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는 [종필]이형..

갑자기 [종필]이형의 표정이 밝아진다.



[은미]가 나타난 것이다.





졸작전시회.. 마지막날..

늦은시간의 파장분위기.. 더이상 오는 사람들이 없어 보인다.



[종필]이형과 [대식]이와 술약속을 하고.. 찾아간 그곳..

검은피부.. 검은 베레모의... 왠 군바리가.. [종필]이형의 작품앞에 서있었다.



부르르 떨고 있는 주먹..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휴가를 나온 [창식]이...!!...



[창식]이 녀석이 뒤를 돌아다 본다.

나를 증오의 눈빛으로 쳐다본다.



[창식]이녀석에게 다가간다.



"창식아.. 오랜만이다.."

"개애새끼............."



[빠악!!!!!!!!!!!!!!!!!!!!!!!!!!!!!!!..........]



순간 아무기억도 안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전시회 맨 바닥이다.



"야.. 너 나한테 복수한다 그러지 않았냐??..."

때마침.. 나타난 [종필]이형..

하지만 [연주]가 급하게 이둘의 사이를 막아낸다.



"얘기 다 들었어..!!... 형이랑은 할말 없어... 나 저새끼 죽이고.. 나도 죽을꺼야.."

"그래.. 나도 죽어버릴께.. 우리 셋.. 그냥..같이 죽자....어??...여기서 뛰어내리자..

너 비행기에서 많이 뛰어 내렸지??... 어때??... 63빌딩 꼭대기..??????...."



"으악.....흑흑흑....... 으흑흑..!!!!.... 은영아...흑흑흑......."



오열하는 [창식]이... 동갑내기 친구인 [연주]가 [창식]이를 위로하려든다...

일어나서 [창식]이에게 다가간다.



"병신새끼........"

"흑흑.....머????...."



"그러게 형이 시키는데로.. 니가 먼저 은영이를 차지했었어야지..이새끼야....."

"이..개새끼!!!.........."



"니가 슬퍼하던.. 말던.. 은영이는 하늘나라에서 니새끼 생각 요만큼도 안할꺼야..이 병신아..."

"으흑....흑흑흑!!!!!......."



"희준오빠!!!... 오빠.. 뭐야??... 지금 그게 할말이야??..."

"그래.. 할말 한거다... 내가... 저새끼처럼.. 저렇게 속시원히 울어버리고.. 은영이의 죽음을

잊을 수만 있다면.. 백날 천날 울고 불고 했을꺼야.. 근데.. 그게 안돼... 이미 내 몸속에

은영이가 녹아 들어와.. 평생을 은영이 죽음만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거든..."



"이... 개새끼...흑흑......."

"니가 은영이를 사랑했다면.. 은영이가 살았을 때.. 니 여자로 어떻게 해서든지 만들었어야지..

?아다니기만 하고.. 은영이가 종필이형 좋아했다는걸 알고.. 비겁하게 혼자서 은영이를 냅두고

군대로 도망친.. 병신새끼가... 이제와서 슬퍼하는 꼴이라니...!!..."



"희준오빠!!!!!!!!!......."

"왜??? 내말이 틀려????? 너 창식이 이 새끼야.. 똑바로 내말 듣고 대답해봐...넌 니여자가

너가 아닌 다른 남자를 택했다는 그런 현실에서 비겁하게 군대로 도망간거야...그치????......"



"으흑흑!!!!!........ 으아으!!....은영아..!!........"

"넌 새꺄.. 슬퍼할 자격도 없어...!!................."



"이..개새끼야!!!... 죽어!!!!!!!!!!!!!!!!!!........"



사람들이 죄다 모여들어 [창식]이를 잡아 끌어낸다.

[종필]이형이 만들어 놓은 추모공원...



누군가 가져다 놓은 국화꽃.. 두송이..

그 꽃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해 겨울... 창밖으로 새하얀 눈들이 펑펑.. 내리고 있다.

우리집에 모인.. 대학 친구들..

졸업을 두달 앞둔.. [종필]이형과 [은미]가 결혼을 한댄다..!!!!



"뭐??????....진짜???????.......푸핫....."

"훗..... 하여간 1월..두번째주 토요일이다.."



"아니.. 형은 느닷없이.. 왠 결혼????... 야!!.. 서은미.. 뭐야??...하하..."

"흐음.. 그냥.. 오빠네 행복해 보이길래..."



"에이.. 아닌거 같은데???... 뭐있지???... 그치??..."

"뭐가 있긴 임마??.... 빨랑 술이나 따러봐..."



[서연]이가 주방쪽에서 안주를 가지고 온다.



"오빠.. 왜??... 무슨일이야??.."

"저 커플들.. 사고쳤나봐.. 결혼한대..."



"뭐??? 호호... 진짜??...."



"흐음... 8주다.. 축하해주라.."

"옵빠... 아이....참..."



"우와!!!!!.... 하하......."

"호호.... 언니!!.. 축하해...호호호..."



"이야.. 윤지야.. 우리도 아예 이참에 만들까???..."

"하하하하......."



[은미]가 무척이나 부끄러워한다.

저렇게까지.. 빨개진 [은미]의 얼굴은 정말 처음이다.





그렇게 [종필]이형과 [은미]의 결혼이 있었고..

이둘의 신혼집이 하필 우리집 5분거리다..



[은미]와 [서연]이는 산부인과 진료를 같이 받는 임산부가 되어 있었다.

어느날.. [서연]이가 내민 [은미]의 배속 아가의 초음파 사진..

병원갔다와서 놀다가 그만 오늘 찍은 사진을 여기에 두고 갔던 [은미]...



"오빠... 호호.. 이 사진 봐바.. 우리 배속.. 아롱이 저번 사진이랑.. 너무 비슷하지 않냐??.."

"글쎄.. 난 봐도 잘......"



"바바.. 여기 눈..코.. 입.. 요게 손이잖아.. 언니가 아가 예명을 다롱이라고 짓겠대..호호호.."

"이게 은미 아가 사진이야??..."



"응.. 딸이래...."

"그래??....하하.. 아롱이랑 다롱이네??....."



"언니가 약간.. 실망하는거 같애... 우린 아들이잖아..."

"에이.. 요즘 세상에.. 아들 딸이 어딨어??............"



"근데.. 진짜.. 비슷한거 같애.. 눈 코 입이... 그치 않어??..."

"하하.. 요럴때 뭐 아냐??...."







불러오는 배의 [서연]이와 4학년을 맞이했고.. 1학기의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지나

드디어 출산예정일이 있는 여름방학을 맞이 하고야 말았다.



"후우.... 후우.... 오빠... 나 물...."

"좀 가져다 먹지....."



"나.. 지금 애기랑 운동하는거 안보여??...."

"자.. 여기..."



오늘내일.. 병원에 입원하라는 산부인과 의사의 충고를 듣지 않는 [서연]이..

그렇게.. 예정일이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배속의 우리 [아롱]이는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날 새벽..

흐느끼는 소리에 놀래 잠에서 깨었다.

거실 쇼파에 길게 누운 [서연]이가 울고 있었다.



"아롱아... 엄마가 얼마나 너 보고 싶은데... 빨리 보고 싶어... 흑흑...."



방학이지만 졸작준비로.. 힘들어하는 [서연]이의 옆을 함께 지켜주지 못한것도 미안한데..

저렇듯.. 힘들어하는 [서연]이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측은하고 가슴이 아팠다.



[서연]이가 잠이들었는지.. 기척이 없다.

잠든 [서연]이의 몸에 얇은 이불을 슬쩍 덮어주었다.



밖으로 나와 새벽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답답하기만 밤하늘...

그전.. 대성리밤하늘의 그 밤하늘이 그리워지면서.. 뭔가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밤하늘을 스치는 별..!!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서연]이와 [아롱]이의 건강하고 무사한 출산을 기도를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이른 아침....

[서연]이와 내가 그토록 바랬기 때문이었을까??



"아윽!!... 옵빠... 나... 이상해....."

"그...그래??...."



그렇게 병원에서 죽을똥 살똥 쌩고생을 하더니..

건강한 우리 아가가 태어나고야 말았다.

고집스런 자연분만...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찢겨지는 고통과 감격스러움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여자... 그리고 출산... 이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건.. 여자였다....

그걸... [서연]이가 아가를 낳던 날.. 알게되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몹쓸짓을 했었던가..

단지..저 아름답고 성스러운 여체를 그저 동물적인.. 나의 욕구해소용으로만 여겼던 지난날

내가 저지른 죄송스러움에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에에...에에....."

깊게 기절한듯.. 잠들어 있는 [서연]이와.. 아직 눈도 안뜬 자랑스런 내아들.. [아롱]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장 섹시한 모습이고 가장 감동적인 모습...

그렇게 잠들어 있는 [서연]이의 매마른 입술에 촉촉한 키스를 해주었다.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하마터면.. 이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는 [아롱]이..

그렇게.. 그 둘의 옆을 지키며.. 영원한 행복을 다짐했다.



한달후... [종필]이형과 [은미]의 딸.. [다롱]이가 태어나는 예정일...



나와 [서연]이가 [아롱]이[현우]는 엄마에게 맡기고 병원을 찾았다.

아름다운 [은미]의 초췌하지만.. 밝은 모습...

분만 유도 주사를 맞고... 산통을 기다리는 긴장된 모습의 [은미]...



[종필]이형과 잠깐..병원 건물 옥상으로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형..이제 곧 아빠되겠네??? 미리 축하해.."

"훗.. 이번에는 니놈보다 내가 늦었네??..."



"하하......"

"하여간..나도 오늘밤 아빠 되겠다........"



"그래.. 은미도 아가도.. 건강하다니까.... 형..많이 긴장되지???....."

"훗..... 니가 있어줘서.. 형은 너무 고맙다... 언제나.. 내옆에서 힘이 되어 줬어.."



"오늘.. 날씨 무진장 덥다... 은미 고생하겠다..."

"그래.. 우리 나중에 선선해 지면.. 우리 아가들 데리고 놀러나 가자..."



"그럴까??.... 어디 갈까??..."

"대성리......"



"하하....... 밤하늘 보러???....."

"그래... 은미한테 대성리 밤하늘 얘기 들었다.. 니가 가르쳐 줬다며???...."



"그래..그랬지...."

"......."





깜깜한 밤하늘..

별이 없는 푹푹찌는 콘크리트 열기의 도심지의 한복판 하늘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다.



병원 옥상 난간에 나란히 기대어 서서 [종필]이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칠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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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5년후..



[창조의빛 건축설계사무소...]



오늘도 바쁜 하루의 연속이다.



[띠리리리......]



"네.. 창조의빛 김희준입니다.."

"김소장님.. 우리 한남동 289-17번지 용도변경 아직 안됐나요??..."



"저번에 말씀드렸죠.. 정화조용량도 그렇고 주차장 대수도 그렇고.. 안돼는거라고.."

"아니.. 구청 공무원들좀.. 살살 달래시면서.. 좀 해주셔야지... 무조건 안돼는거라고만.."



"박사장님.. 지금 때가 어느땐데.. 구청 공무원이에요??... 이번주까지 설계안으로

원위치 시켜놓지 않으면.. 준공검사 저도 더이상 미룰수가 없습니다.."

"아니.. 김소장... 우리 이러지 말고...."



"그리고 건축사용승인 이번달까지 못받으시면.. 재개발 입주권이나 보상도 못받는다는거..

그것도 아셔야 합니다..."

"아..아니..!!!... 이... 이.. 사람.. 이거..!!!.."



"이사람이라뇨??... 거 말씀 그렇게 함부러 하실겁니까?? 네??........."

"후우.... 아.. 알았어요..김소장... 설계비.. 내가 이번주까지 정산해 드리도록 하지요.."



"평당 7만원 아시죠??? 선입금 20% 빼고 준공 다되어가는 이마당에 설계비 여지껏 돈한푼 못받았습니다..

네????????....."

"아..알았어요.. 알았어.... 거.. 참내...."



[딸깍]!!...



"에이...씨바...."





건축사.. 김희준..



각종 건축 현상설계 모형을 작업하고 디자인을 연구해야할.. 건축사

그 원대한 꿈을 위해.. 대학원과정까지 밟고 한번에 합격해서 차린 나의 작은 회사..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상과 너무나 틀린 상황이다.





나 A형

서연이 A형

현우 A 형



종필이형 A형

은미 A형

연지 A형





모처럼 만에 올A 학점인 우리 두가족이 대성리로 나들이를 떠난다.

내차에 나란히 올라탄 두 가정..

그리고 오래전.. 낯익은 그 민박집에서 짐을 풀고.. 아이들과 함께 냇가에서 놀고 있다.

뒤늦게 도착한 [대식]이와 [윤지]..

이둘은 헤어졌다 작년에 다시 만나 결혼했고.. [윤지]는 막달인데.. 예정일 보름을 남기고

이곳을 고집스레 찾았다.



다시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돌아온듯.. 행복한 저녁이었다.

아이들을 재우고..그간의 추억들이 안주가 되어 술판이 벌어진다.



술판이 파장에 이르렀을 때..

툇마루에 대짜로 뻗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데..

촘촘히 박힌 반짝이는 별들과 빨려들어갈듯.. 새카만 하늘속으로...

뛰어 내리는 나를 발견한다.

어느덧.. [은미]가 내게로 다가와.. 그 섹시한 히프로 조심스레 내옆 툇마루에 걸터 앉는다.



"오빠... 고마워..."

"....... 왜??....."



"연지 나에게 준거..."

"훗........"





일어나 앉았다.

[은미]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미소를 머금는다.



"하하....."

"호호....."



"큭큭............."

"흐음....하여간...알지??..."



"바보... 하하하... 맞아죽을일 있냐??...."

"호호호......"



잠시후.. 나의 천사 [서연]이가 다가온다.



"뭐야?? 둘이서??.. 또 밀담이네?? 옛날처럼??..."

"서연아... 여기 누워봐..."



"왜??...."

"빨리 누워봐... 보여줄께 있어..."



[은미]가 [서연]이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오빠.........."

"멋있지???............."



"와아.. 밤하늘의 별들이 막... 쏟아져 내릴꺼 같애..."

"자세히 봐바... 저 안으로 뛰어들꺼 같을꺼야........"



"우와아.. 정말.... 신기해 오빠...."



그렇게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나와 [서연]이는 잠깐 키스를 나누었다.



나의 입술에서 떨어진 섹시한 [서연]이가 게슴츠레한 두눈으로 나를 바라다 본다.



"오빠... 우리.. 오늘밤...."

"오늘 밤... 뭐??....."



"저.. 달빛과 별빛과.. 밤하늘의 기운을 받아서..."

"그래서..."



"현우 동생 만들자.........."

"하하... 그럴까????????...."





나의 섹시한 백마... 나의 천사.. [서연]이...

지난날 달빛에 하늘로 빨려들어갈뻔 했던.. 그 아름다운 천사가

지금 다시 내팔에 팔배게를 하고 누워 아름다운 대성리의 밤하늘을 보고 있다.





"서연아... 영원히 사랑할께... 영원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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