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리 연쇄살인사건 - 1부

1부 연변댁





레이크모텔에서 주간타임으로 일하는 연변댁의 아침은 늘 바빴다.

남편이란 작자는 여지없이 오늘도 늦잠이고, 애들도 제 애비를 닮아서 그런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 종간나 새끼들! 빨리 안일나고 뭐하내? “



애들 자고 있는 방문을 활짝 열고는 냅다 한소리를 질렀다. 연변댁은 흥분하면 사투리가 나온다.

눈도 꿈쩍할 아이들이 아님을 연변댁은 잘알고 있었다.

이불을 확 제끼며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려치는 등 난리법석을 부려야 겨우 일어나는 아이들이었다. 오늘 아침도 어제와 그제와 마찬가지로 난리를 친 후 애들 아침을 먹이고 이어 쫓아내다시피 학교로 보내고는 연변댁은 거울 앞에 앉았다.

모텔에서 청소하는 것이 할일의 전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직장은 직장이다.

뭐라도 찍어발라야 예의인 것이다. 남자라곤 모텔 주인인 송영감과 그 아들 덕수밖에 없었지만, 남자가 문제가 아니었다.



남편 성길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아니 쳐 자빠져 자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22살에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사진만보고 결정한 남편과는 띠동갑이었다. 중개업자는 2만위안의 소개비를 요구했다. 아마도 한국 남편에게도 똑같이 요구했을 것이다.

북한이 고향인 친정엄마는 키워오던 돼지를 전부 내다 팔아 소개비를 마련한 후, 눈물과 함께 연변댁을 한국으로 보냈다. 13년전 그 당시는 한국으로 딸을 시집 보내면 온 가족이 팔자가 피는 줄 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남편은 무능력자였다. 늘 술로 살았고,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시아버지가 돈이 좀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결혼도 못했을 것이다. 매달 친정으로 50만원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은 고사하고, 결혼한지 1년도 못돼 연변댁은 혼자 집안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하며 두 아들을 키워오며 악착같이 살아왔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고 난후 낚시가게를 하겠다는 남편을 따라 호연리로 이사온지 1년째다.

호연리로 오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연변댁은 타고난 부지런함을 무기로 지금의 레이크모텔에 취직했고,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나름대로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었다.



“ 빨리 일어나세요. 해가 벌써 중천입니다~ “

재촉하는 연변댁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지 성길은 들은척도 안하고 돌아누웠다. 어제밤도 낚시가게에서 이웃 장씨랑 술을 퍼마시고는 새벽에 들어왔다.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연변댁은 포기했다.

‘ 입술색깔이 너무 붉은가? ‘ 약간 신경 쓰였지만, 시간이 늦은 것 같아 얼른 집을 나섰다.



거의 뛰다시피 모텔에 도착한 연변댁은 곧장 휴식장소 겸으로 쓰이는 창고로 향했다. 일단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청소도구를 챙겨 수부실로 갔다. 송영감의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 겨우 10분 늦었구만… 하여튼 영감땡이 지랄 맞구만!! ‘ 속으로 뇌깔리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애들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

“ 어제밤에 무리한 건 아니고? 낄낄“

송영감은 이마 주름살을 잔뜩 찡그리면서도 입가에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네? 무슨 말씀이신지… “

“ 아냐… 아무것도… 히히… 그리고 일찍 일찍 다녀… 시간은 곧 돈이여…“

“ 네.. 사장님 죄송합니다 “



아니꼽고 더러워도 어쩔 수 없다. 성질 부려봤자 덕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연변댁을 잘 알고 있었다.

청소도구 수레를 밀며 송영감의 끈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별 상관 없지만, 처음 왔왔을 때 해도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진저리를 쳤었었다.



‘ 영감탱이… 좆이나 제대로 서갔네? 흥! ‘



연변댁의 비웃음과는 달리 송영감은 돋보기 안경너머로 연변댁의 실룩이는 엉덩이를 쫓고 있었다.



‘ 캬~! 저 육덕진 엉덩이를 그저.. ! 내 언젠가는 저 엉덩이를… 크크!‘

입에 고이는 침을 꿀꺽 넘기며, 사타구니로 손을 가져가 꿈틀대는 물건을 쓰윽 한번 움겨잡았다. 내년이면 65세가 되지만, 송영감은 물건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크기는 물론이거니와 강직도 또한 40대 못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건 정다방의 김양도 인정했던 터였다.



끈적대는 송영감의 시선을 뒤로하고 연변댁은 5층으로 곧장 올라갔다. 숙박손님이 체크아웃하기 시작하는 7시 30분부터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방을 정리해야 한다. 이 일대 모텔들 대부분이 사실 숙박손님보다는 대실손님이 많다. 아침 9시부터 대실손님들이 오기 시작한다. 등산을 핑계로 불륜커플들이 아침 일찍부터 와서는 산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탄다.



“ 콜록! 콜록! “

“ 아이고 형님 미안해요. 제가 좀 늦었어요. “

“ 아녀 아녀 괜찮아… 나두 좀 전에 도착했어. 5011호부터 하면 될꺼야 “

“ 네… 날씨가 아침부터 더워요. 여름 감기 조심하세요 “

“ 그러게.. 콜록! 콜록! “



성주댁은 올해 45살로 주간반을 같이 일하는 아줌마다. 나이는 45살이지만 보기에는 10년더 늙어보였다. 혼자서 아들하나를 키우고 있는 연변댁만큼이나 팔자가 사나운 아줌마였다.

연변댁은 5011호부터 빠르게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흐트러진 시트를 벗겨내고, 새것으로 교체하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욕실을 청소한다면, 마지막으로 바닥청소를 하고.. 이제는 이력이 나서 방하나를 청소하는데 약 15분이면 충분했다. 아주 가끔씩은 시간이 좀 걸리는 방도 있다. 투숙객끼리 서로 싸웠는지 바닥에 음식물을 흘렸거나.. 기물이 파손되었거나… 등등 유난히 별스런 투숙객이 묵지 않은 이상은 대부분의 방은 짧게 끝난다. 하지만 5013호는 달랐다.



5011호를 마치고 5013호 문을 열려고 문잡이를 잡은 연변댁의 행동이 주춤했다. 문이 안으로 잠겨 있어서였다.



‘ 이상하다? 분명히 키가 반납돼 있던데… ‘

하룻밤 숙박손님중에 체크아웃 하면서 방을 잠그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차임벨을 눌렀다. 두번 세번 눌러도 대답이 없다.



“ 손님 혹시 안에 계신가요? 청소중입니다 “ 역시 대답이 없다.

“ 청소하러 들어가겠습니다 “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청소수레를 밀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은 없다. 역시 아무도 없는 것이다. 아마도 손님이 퇴실시 습관적으로 문을 잠그고 키를 반납한 모양이라고 연변댁은 생각했다.



5013호는 특실로 방문을 열면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조명이 비추는 약 2미터의 아파트 현관통로처럼 되어 있는 통로를 지나고 중문을 열어야 방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중문을 열고 방안을 한번 휘둘러보았다. 침대가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었다. 먼저 큰 통유리로 되어있는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부터 시켰다. 창문을 열자 ‘호연저수지’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레이크 모텔 3층에서 5층 중간라인 객실은 ‘호연저수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송영감이 특실로 꾸몄다. 넓직한 통유리창문으로 커튼을 젖히면 사시사철 ‘호연저수지’의 멋진 풍경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멋진 풍경을 구경하는 손님들은 별로 없었다. 다른 짓거리 하기에 바쁘기에 창문 커튼이 닫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늘 그렇듯 연변댁은 먼저 시트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각종 집기들을 제자리로 정돈하면서 손걸레로 대충 먼지를 훔치고 바닥을 진공청소기로 밀고는 침대옆 쓰레기통을 비울려고 집어 들었으나, 의례히 있어야 할 휴지뭉치가 없었다. 섹스후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타액묻은 티슈가 없었다.



‘ 이상하네? 왜 없지? ‘

잠깐 생각하였으나, 곧이어 혼자 씨익 웃었다. 몇몇 손님들 중에는 티슈가 필요없는 섹스를 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 에구머니나.. 더럽게시리… 그걸 어떻게 먹는데니… 우웩! 킥킥 ‘



손이 매섭고 행동이 빠른 연변댁은 특실이었지만 채 10분도 안돼 방안의 청소를 끝냈다. 이제 욕실만 남았다.



고무장갑을 끼고는 욕실 청소용액이 들어있는 통을 들고 욕실 문을 여는 순간, 연변댁은 멈칫하고는 바로 욕실문을 닫았다.



“ 에구머니나! 죄송합니다! “



욕실은 꽤 넓었는데 욕조안에 여자가 비스듬히 누워있는 것이 얼핏 보였기 때문이었다.



‘ 퇴실한 줄 알았는데… 왜 인기척을 안했지? 뭐지…..?? ‘

순간 등줄기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유리로 된 욕실문을 열고는 욕조쪽을 바라보았다.



“ 꺄아악~ !!!!!!!!!!!!! “



연변댁은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





30분뒤 경찰이 출동했다. 싸이렌 소리가 울리며 관할 파출소에서 순찰차가 도착했다. 모텔은 난리가 났다. 송영감은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어쩔 줄 몰라했며 모텔 앞마당을 왔다 갔다 했다. 수부실에 걸려있는 시계는 8: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송영감 아들 덕수는 행여나 문제소지가 될만한 물건은 없는지 빠른 눈길로 수부실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1층 복도 구석진 곳에서는 연변댁과 성주댁이 서로 손을 맞잡고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지구대 순찰차에서 순경 두사람이 내렸다. 운전석에서는 앳돼 보이는 얼굴을 한 젊은 순경이었고 조수석에서는 여자 경찰이 내렸다. 어깨의 견장은 운전한 순경은 의경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조수석에서 내린 여자의 어깨에는 4개의 잎파리가 얹혀져 있었다.



“ 박수경(육군의 병장 계급)!! 지금부터 사람들 철저히 통제해 “

“ 네~ “

“ 서에서는 언제 도착한대? “

“ 네.. 아까 20분전에 출발했다니까.. 곧 도착할겁니다. 한 5분? “



죽을듯한 인상을 쓰고 있는 송영감에게 다가간 여경찰은 가볍게 인사를 했다.



“ 송사장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

“ 아이고… 김소장님… 이게 뭔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이제 내는 망했구만 “

“ 너무 걱정마세요. 현장에는 사람들 들어가지 않았죠? “

“ 그라면요… 내만 잠깐 들따보고 아무도 안들라보냈심미더~ “

“ 최초 발견자가 누구예요? “

“ 어이~! 연변댁! 일루 와봐라! “



아직까지 진정이 안됐는지 성주댁과 손을 맞잡고는 연변댁이 다가왔다.



“ 누구… “

“ 네… 제가 처음 발견했어요 “

“ 네.. 일단 현장으로 같이 가시죠 “

“ 네? 저도요? 저는 두번다시 가기 싫습네다 “

“ 네… 뭐…. 그런데 고향이? “

“ 예..옌벤입네다 “

“ 아 네~ 그렇군요. 사장님! 몇호실이라고 하셨죠? “

“ 아 예.. 5013호요… 5층 입니다 “



김소장이 5층으로 갈려고 모텔입구로 막 들어설려는 찰나 모텔 마당으로 차지붕에 붉은 경광등이 얹혀져 있는 검은 승용차 한대가 들어섰다. 아무렇게나 차를 세우더니 운전석에서 한 사내가 내렸다.

부스스한 머리에 수염이 그득하게 덥힌 얼굴은 짜증이 잔뜩 묻어있었다.



“ 에이..씨발… 아침부터 좆나게 덥구만… “

나직이 혼자 지껄인 사내는 문을 거칠게 닫고는 송영감 쪽으로 다가왔다.



“ 사장님이 누구시죠? “

“ 아예… 접니다만… “

“ 북부서 이강두라고 합니다 “

“ 아예… 헤헤.. 송만식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헤헤.. “



송영감은 ‘이 사람이 전담형사구나’ 라고 직감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세상살이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 공손하게 건네며…



“ 아이구.. 더운데 이것 참 고생시럽게 해서 죄송합니데이… 제 명함입니다. 잘 부탁합니더. 헤헤 “

“ …. “

“ 저기 명함 있으시면…. “

“ 그런거 없어요! …..아 씨발… 좆나게 덥네 “



이강두는 짜증스럽게 내뱉고는 다가오는 김소장을 옆눈으로 보았다.



“ 수고하십니다! 덕명파출소장 김영숙입니다 “

거수경례하는 김영숙을 잠시 흘깃거리더니

“ 현장은요? “

“ 저도 이제 막 도착했습니다. 5층이라네요. 올라가시죠 “



안내하려는 김영숙을 무시하며 이강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 잠깐 담배 한대 하고 갑시다. 급할것도 없잖수… “

“ 아네…. 그래도 빨리… 가봐야.. “

“ 에이 거참… 담배한대 하는데 뭐 그리 오래 걸릴까…. 뭐 궁금하면 먼저 올라가시던가… “



머쓱해진 영숙은 귀밑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강두는 담배를 꺼내물며 영숙의 몸을 훑듯이 아래위로 쳐다보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영숙이 강두의 비릿한 시선을 똑바로 받아내자 그제서야 시선을 딴 곳으로 옮겼다.

강두는 담배를 천천히 빨면서 모텔의 입구에서부터 마당, 건물등을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모텔 뒷편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뒷편 주차장은 승용차가 20대정도 주차할 수 있는 크기로 위로는 비닐로된 차양막을 치고 있었다. 레이크 모텔 손님들은 정문보다는 주로 뒷문으로 차를 이용해 드나든다. 뒷문입구는 흔히 보듯 역시 길게 비닐가리막이 있어 손님차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고 있었다.

숙박손님은 거의 대부분은 시체가 발견되기전 아침 일찍 나갔고, 몇 안되는 손님들은 시체가 발견되고 온통 부산을 떠는 통에 경찰이 오기전에 도망치듯 나갔다. 따라서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는 두대 밖에 없었다. 주차장을 훑어본 후 뒷편 주차장에서 모텔로 바로 연결된 뒷편 입구를 따라 강두는 모텔로 들어섰다. 강두의 뒤를 영숙과 송영감이 따라오고 있었다.



“ 최초 발견자가 누구요? “

강두의 물음에 연변댁이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나섰다.



“ 네… 전데요“

“ 따라오쇼 “



강두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 영숙, 송영감, 연변댁을 줄줄이 달고는 강두는 엘리베리트에 올랐다.



“ 흐아아암~! “

엘리베이트에 탄 강두는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해댔다. 순간 엘리베이트에 탄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일그리지기 시작했다. 술냄새, 입냄새가 뒤썩인 고약한 악취가 좁은 엘리베이트에 진동했기 때문이다.



“ 어… 허허.. 어제 술을 한잔 했더니… “



강두는 게면쩍은지 뒷머리를 끍적였다. 하지만.. “ 흐아아아함.. “ 곧바로 연달아서 하품을 해댔다.



5013호 문을 거침없이 열어젓히고 들어간 강두는 입구부터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하더니 연변댁을 보며,



“ 여기도 청소했어요? “

“ 아.. 아뇨. 방청소하고 욕실 할려다가 발견했거든요. 보통 입구는 마지막에 나오면서 밀대로 한번 닦는데…“

“ 아침에 이방에 들어온 사람이 누구누구죠? “

“ 아예.. 연변댁이랑 저밖에 없었죠 “ 송영감이 굽실거렸다.

자세를 숙여 입구바닥을 자세히 살피던 강두는 입맛을 다시며 일어섰다. 방안은 연변댁의 청소로 인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 바닥도 닦았어요? “

“ 아뇨 바닥은 안닦았고… 진공청소기 돌렸어요. 바닥은 맨 마지막에 닦거든요 “

“ 그 진공청소기로 어디어디 했나요? “

“ 오늘 아침은 5011호 했고.. 그리고 5013호 했거든요 “

“ 그 진공청소기 지금 어디에 있죠? “

“ 요 옆에… 복도에… “

“ 사장님… 그 진공청소기 그대로 두세요. 나중에 가져갈겁니다. “

“ 아예.. 알겠심미다 “



바닥을 살피던 강두는 이윽고 욕실문을 열었다.



“ 사장님과 아주머니는 거기 계세요 “



욕실의 바닥은 깨끗했다. 물기가 전혀 없었다. 입구에서 떨고 있는 연변댁을 쳐다보니 고개를 가로 젓는다. 본인은 청소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욕실의 욕조는 거품목욕을 할 수 있고 마사지 기능을 갖춘 깊이가 좀 있는 고급 욕조였다. 발가벗은 여자는 양팔을 욕조 팔걸이에 걸고는 고개를 오른쪽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핏기하나 없는 푸른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얼핏보기에는 미소짓는 듯한 표정이었다. 천천히 다가가자 얼굴에서부터 가슴… 복부… 차례로 전신을 볼 수 있었다. 얼굴과 마찬가지로 몸 역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길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왼쪽의 제법 봉긋한 유방을 일부 가리고 있었다. 제법 퉁실한 허리와 복부를 지나 하복부에 이른 강두의 시선이 흔들렸다.



“ 헉~! 우욱…. 욱!“

영숙이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더니 급하게 변기뚜겅을 열고는 고개를 떨구고는 토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하복부는 말 그대로 갈갈이 찢겨져 있었다.

날카로운 흉기로 난도질한 흔적이 역력했다. 배꼽밑에서부터 깊게 찔러 성기쪽으로 하여 아래로 그은 듯한 상흔이 여러 개 나있었다. 난도질당한 하복부쪽에서는 내장들이 일부 흘러나와 있었고, 골반뼈 역시 일부 드러나 있었다.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마지막 핏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 에이 씨발.. 좆도! 날도 더운데 짜증나누만…. “



앞으로의 어렵고 힘든 수사를 예감한 듯 강두는 나즈막하게 지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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