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서 - 2부

어둠의 서
어둠의 서“후우...”



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업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니 굳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어둠의 서’의 힘이었다. 민혁의 심각한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젝일.. 이걸 어찌해야 되나...”



민혁이 ‘어둠의 서’와 계약하여 얻게 된 힘. 그것은 쉽게 말해 Vampire라 불리는 흡혈귀와 비슷했다. 아니 흡혈귀라고 봐야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다는 것 자체가 이미 흡혈귀다.

그것만으로도 끔직한데 흡혈행위를 하며 대상의 에너지를 빨아먹는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는 에너지가 아니라 기운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여자가 느끼는 쾌락을 의미한다. 흡혈행위를 통해 여성의 쾌락을 빨아먹어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흥분도가 높아 절정에 이를 경우 당연히 가장 많은 쾌락을 빨아 먹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송곳니에는 대상을 순간적으로 마비시키는 독외에, 치명적인 최음성분까지 포함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고 흡혈을 당한다고 해서 여성의 쾌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흡혈행위 자체가 어둠의 힘으로 인한 쾌락을 부여하고, 송곳니에는 강렬한 최음성분의 독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의 흥분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 외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 민혁의 능력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후우...”

“야. 웬 한숨이냐?”



누군가 민혁의 등을 툭치며 말했다. 민혁이 돌아보니 그와 절친한 현수였다.



“아냐. 머리가 좀 복잡하다.”

“왜?”

“.....너 만약에 말이다..”

“응?”



민혁은 한참동안이나 현수를 보았다. 이 녀석을 믿어도 될까? 믿어도 될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때부터 그의 친구였다.



“너 만약에.. 니가 흡혈귀가 되면 어쩔거냐?”

“에?”

“니가 흡혈귀가 되서 사람 피를.. 아니 여자 피를 빨아먹고 살아야 된다면 어쩔거야?”

“흡혈귀? 왜?”

“그냥. 대답해봐.”

“뭐... 흡혈귀라...”



현수는 가만히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을 음흉해지고 있었다.



“최고지!! 밤만되면 박쥐로 변해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멋진 여자만 보면 슥.. 흐흐흐..”

“...........”



민혁은 잠시 잊고 있었다. 현수, 이녀석은 야설작가다. 얼마전 그가 쓰고 있다고 한 내용이 바로 뱀파이어를 주제로 한것이었다.



“뱀파이어는 정말 남자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직업이라구!!”

“야야. 아아 젠장...”



갑자기 주위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현수의 목소리에 여학생들의 ‘저질!’이라는 싸늘한 눈초리가 민혁과 현수를 향하고 있었다.



“하아...”



민혁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민혁의 눈에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저건...’



화단사이에서 3명의 여학생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웃고 있는 여학생. 제법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눈에 확띄였다. 3학년의 아이스 이지아. 3명의 여학생들과 화단사이의 꽃 사이에서도 더욱 예쁜 외모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역시 크다...’



멀리서 봐도 그녀의 볼록한 가슴굴곡이 확실했다. 그녀의 가슴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한양고등학교 학생은 없을 것이다. 소문에는 G컵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상당히 신빙성있는 루머다. 누군가 확인을 해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저만한 싸이즈는 성인 여성들 중에서도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고, 일본 AV에서나 볼 수 있을까?



‘저 가슴에 폭 파묻혀봤으면....’



민혁은 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아마도 무척 기분 좋을 것이다. 저 가슴에 파묻혀 질식해도 좋을만큼.... 웬지 해서는 안될 상상을 하고 말았다. 저 가슴에서 송곳니를...



‘꿀꺽.. 안돼.. 안돼...’



하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녀의 별명이 ‘아이스’인 이유는 그녀가 중증의 남자기피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학생들에게는 관대한 그녀이지만, 그녀는 유독 남자를 싫어했다. 어떤 남자라도, 심지어 남자교사의 말도 듣지 않는 그녀다. 학부모 측에서의 요청도 있어서 그녀는 수업시간에 남자교사를 피해 다른 교실의 여자교사 수업을 받는 것이 허락되어있을 정도였다.

피를 빠는 상상을 했더니 목이 말라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느낌일 뿐이다. 뱀파이어의 능력은 햇빛 아래에 있을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이 뱀파이어의 능력을 쓸 수 잇는 것이다.



띵!~



간결하고 맑은 종소리. 마치 전자레인지 시간이 끝났을때의 알림음 같은 저 간결한 종소리가 한양고교의 알림종이었다.



“이번시간 뭐였지?”

“윤미.”

“헐....”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교실 앞문이 열렸다. 새하얀 얼굴에 안경을 낀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 엄격한 얼굴로 걸어들어오자 학생들은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이름은 장윤미. 아이들은 그녀를 ‘윤미’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이름보다도 더 깊은 뜻이 있었다.



<윤리에 미친년.>



그렇다. 윤리교사. 원리, 원칙, 도덕, 윤리에 미친 여자. 수업시간의 시작과 함께 들어오는 철혈여인. ‘윤미’의 수업시간이다.



‘하아....’



엎친데 덮친격이란 말이 이래서 사용된다는 말을 민혁은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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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헉!!”

“학! 음... 아음...!!”



두 남녀는 침대위에서 서로 얽켜 뜨거운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남성은 침대에 편히 누워 있었지만 그 위에서 격렬히 허리를 움직이는 여인의 기교에 화홀한 숨결을 헐떡였다.



“헉헉.. 씨발.. 오늘 왜이래? 헉.. 졸라... 헉헉!!”

“모, 몰라. 아흐.. 나 아아!! 학! 학!!”

“아! 싸, 싼다!!”

“아! 안돼! 참아!!”



남성의 위에서 정신없이 허리를 놀리던 여인, 민지가 다급히 말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허리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헉! 헉헉헉....”

“으읏...”



민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굉장한데? 오늘 무슨 날이야? 조이는 것도 그렇고... 완전 뜨거워서 녹아버리는 줄 알았다니까?”



남자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며 민지의 봉긋한 가슴을 만지작 거렸다. 민지는 자신의 목덜이를 혀로 핥는 남자를 밀어 버렸다.



“저리가.”

“후후. 왜그래? 조금 전까지 그렇게 불태웠으면서... 솔직히 그렇게 달리는데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없다구... 응?”

“나 갈래.”



민지는 일어나 속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민지의 손을 잡아 당겼다.



“알았어. 알았어. 이번엔 참아 볼게.”

“이거 놔!”

“아, 정말 왜이래? 니가 먼저 오자고 했잖아. 응? 한번 더 하자.”



어지간히도 좋았는지 남자의 끈적한 미소에 민지는 소름이 끼쳐왔다. 민지는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셧지만 끈덕지게 달라붙는 남자를 떨쳐낼 힘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윽!!”

“아우.. 씨발.. 이것봐. 아직도 뜨겁잖아.. 큭큭...”



남자는 성급히 민지의 안으로 들어왔다. 민지는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상했다. 뭔가 이상했다. 아마도 어젯밤 꿈의 영향일 것이다. 민지는 지금껏 그토록 황홀한 경험을 해본적이 없었다. 분명히 꿈이었다. 아니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황홀하고 아찔한 쾌감이었다. 포근한 구름위를 나르는 듯, 끝없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 아찔한 쾌감에 그녀는 몇 번이고 절정에 달했다. 그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는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꿈에서의 그 황홀을 잊지 못하고 남자친구였던 그에게 모텔에 가자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역시 꿈이었던 것일까? 확실히 평소보다는 뜨거웠다. 짜릿짜릿한 느낌도 평소보다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꿈에서처럼 황홀한 절정을 그녀는 느낄 수 없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이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도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여자경험도 수없던 자다. 섹스도 웬만큼 할 줄 안다. 평소에도 몇 번 정도 그녀를 절정에 달하게 한적도 있지만 민지는 꿈속에서의 그 쾌감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었다.



“헉.. 헉헉.. 아우 씨발.. 굉장해.. 녹네 녹아.. 오오...”



자신의 속을 들낙거리며 혼자 시시덕거리는 그를 보며 민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날리기 시작했다.











- 다음 역은 XXXXXX...



"휴우...“



영애는 복잡한 퇴근길 지하철 속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따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오늘도 직장상사에게 몇 번이나 꾸중을 들었고, 그 돼지같은 과장은 자신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생각같아선 그따위 직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통장에는 잔고가 얼마 남아있지 않다. 지금은 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꾸역구역 밀려들어오는 사람들로 원치 않아도 몸에 손이 닿기도 하고, 숨쉬기 갑갑할 정도로 몸과 몸이 밀린다. 아니, 가끔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 영애는 일그러진 얼굴로 유리창을 보았다.

앞으로 5정거장은 영애가 있는 이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문득 영애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뒤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흐릿한 어굴이지만, 약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띈얼굴이다. 저 나이때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저 또래 애들은 진짜 애로 보인다.



‘근데.. 잘 생겼네.. 키도 크고...’



바로 뒤에 붙어 있는 그는 뭔가 곤혹스러운 듯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에게 몸이 밀착되어 그럴 것이다. 어지간히도 부끄러운지 옆의 기둥을 손으로 잡고 자신과 간격을 벌이려 애쓰고 있었다. 게다가 자세히 들어보면 꽤 거친 호흡도 들렸다. 무슨 엉큼한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영애는 코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저런 귀여운 애라면.. 한번쯤 눈감아 줄 수 도 있다. 게다가 뒤쪽의 압력도 상당할 텐데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 제법 기특했다.



“헉.. 헉.. 안돼, 안돼... 크윽!”

‘어머? 얘 좀 봐?’



영애의 얼굴이 급속히 붉어졌다. 지하철이 덜커덩거리자 사람들의 압력에 밀린 소년이 영애의 뒤에 바짝 밀려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딱딱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와닿는 뜨거운 숨결도 느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조금전엔 눈감아 줄수도 있다 생각해 놓고 막상 닥치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헉.. 헉... 안돼.. 안돼...”



뭐가 안된다는 걸까? 소년은 자꾸만 안된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영애는 그 야릇한 간지러움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뭐가 안된다는 걸까? 엉덩이에 닿는 그것과 귓가를 간질이는 뜨거운 숨결 때문에 야릇한 느낌이었다.



“더.. 더는...”

“에? 앗!”



문득 유리창에 비친 소년이 입을 벌리다고 생각한 순간 영애는 온몸에 흐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년이 그녀의 어깨를 물었다. 기이할 정도로 솟아난 송곳니는 그녀의 정장을 뚫고 그녀의 보드라운 살을 파고 들었다. 약간의 따끔함과 함께 그녀는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그녀의 목에서 무언가 빨려들어가는 오싹한 느낌과 함께 생전 처음 느끼는 짜릿한 전율이 혈관을 타고 그녀의 온몸에 퍼졌다.



“앗!.. 흡!! 읍..!!”

뭐, 뭐야? 뭐야 이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급히 손으로 입술을 틀어 막으며 신음을 삼켰다. 심장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고 피가 끓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찔한 현기증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무릎이 풀려 덜덜 떨렸다. 소년의 송곳니가 빠져나갔다.



“헉.. 헉헉.. 미, 미안해요. 하지만.. 헉헉.. 나도.. 어쩔 수 가..”



소년이 귓가에 속삭이며 뒤에서 그녀를 안아왔다. 소년의 손이 그녀의 정장을 풀어버리더니, 블라우스 단추도 몇 개 풀어버리고 블라우스 위로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옷깃을 조금 밀어 그녀의 목덜미가 훤히 드러났다. 하지만 영애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안된다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소년의 얼굴이 목에 다가온다. 영애는 몸이 덜덜 떨렸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녀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찾아올 황홀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소년의 송곳니는 부드럽게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흡!!”

아, 안돼! 아아... 싫어...



또다시 목덜미에 따끔한과 함께 온몸이 마비되는 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목덜미에서 피가 빨려나가는 소름끼치는 감각과 함께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이 그녀를 범했다.



“흐읍!!!”



영애는 입술을 깨물며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이건 말도 안된다. 지금껏 제법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본 그녀였지만, 이렇게 황홀하고 짜릿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마치 피가 들끓는 듯 전신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 잠깐 동안의 흡혈만으로도 그녀는 가벼운 절정까지 느껴버린다. 너무도 아늑하고 오싹한 황홀에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소년의 송곳니가 또다시 빠져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피를 빤 구멍을 혀로 핥았다.



“허억.. 허억.. 달콤해.. 할짝할짝..”

“흐읍.. 흐읍...”



영애는 눈이 풀려버렸다.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소년의 한 손이 그녀의 스커트를 끌어올려 팬티속으로 들어오는데도 그녀는 그것에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소년은 마치 독사처럼 그녀에게 독을 퍼뜨렸다. 그것은 여성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독이다. 온몸을 짜릿짜릿한 쾌락에 빠뜨려버리는 황홀한 독이었다. 그녀의 깊은 굴 속으로 소년은 너무도 간단히 침입했다. 서툰 손짓이 그녀의 속을 거칠게 휘저었지만 그의 독에 중독되어 버린 그녀는 너무도 민감해져 있었다. 소년의 거친 손짓에 아랫도리가 싸해지는 쾌감에 그녀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또다시 유리창으로 독사가 입을 벌리는 것을 보며 그녀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 안돼... 흡!!"



황급히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독니는 그녀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버렸다. 찌릿찌릿한 독이 그녀의 온몸을 범하고 그녀의 뇌를 뒤흔들었다. 목에서 피가 빨려들어가는 그 아찔한 쾌감에 그녀는 눈을 뒤집으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하아읍!!!!!!!"



입을 벌리며 비명을 지르려는 그녀를 소년은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황급히 막았다. 영애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자신의 속을 마음대로 헤집는 소년의 손을 조여오고, 덜덜 떨리는 그녀의 몸이 힘없이 쓰러질뻔한 것을 소년은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받쳤다.



"하아.. 최고야.. 아직 괜찮죠? 더 황홀해질거에요.. 더 달콤해 질거야.. 당신의 피는 최고야.."



이미 그녀는 한계였다. 그녀는 울고 싶었다. 괴롭다. 절정이, 쾌감이 이토록 괴로운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처음알았다.







-문이 열립니다.



안내방송과 함께 문이 열리자 민혁은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뒤에 있는 좌석에 이름모를 여인이 의자에 앉아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것엔 신경쓰지 않는다. 퇴금길 피로에 지친 사람이 잠드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 민혁은 기분이 너무도 상쾌했지만 그의 얼굴을 그렇지 않았다. 민혁은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무언가 번들거리는 액으로 오른손은 흠뻑 젖어 있었다.



“하아... 젝일.. 이젠 지하철 치한인가..”



어젠 누나의 피를 빨았고, 오늘은 지하철 속에서 어느 여인의 피를 빨고 말았다. 그것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흡혈욕구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순간 갑자기 폭발적으로 오를때가 있다. 그것을 흡혈충동이라 부르는데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흡혈행위를 하는 것. 흡혈충동이 찾아오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정신이 흐릿해져 이성이 흐려진다. 아무리 독한 마음으로 참으려해도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흡혈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하다. 오늘은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라 다른사람의 의심을 받지 않았다. 그 여인과 자신은 서로 끌어안은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연인으로 비췄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흡혈충동으로 인해 자칫 자신이 흡혈귀라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것으로 자신은 끝이다. 조금전 여인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지하철 치한정도. 흡혈의 증거인 송곳니 구멍은 10분안에 회복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단지 키스자국처럼 붉게 멍들어 있다.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지식이니 틀림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가 흡혈귀라는 것이 탄로나게 될 경우 자신이 어찌될 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어느 연구소에 실험체로 잡혀들어가지 않을까?



“하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딱히 대책도 없다. 생각같아선 헌혈팩을 가지고 다니고 싶지만, 흡혈행위로 빨아들이는 것은 피가 목적이 아니다. 여인이 느끼는 쾌락, 그 감각을 빨아들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흡혈팩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책이라면 자신에게 피를 제공해줄 여자를 찾는 것 뿐이다. 과연 자신이 흡혈귀라고 해서 피를 줄 여자가 있기나 할까? 피를 빨고 있는 동안에야 활홀한 쾌감에 정신없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면 자신을 괴물취급할 것이다.



“민혁아!”



민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민지가 자신을 보며 반가운 얼굴로 황급히 다가왔다.



“뭐야. 또 이 녀석이야?”



그녀의 뒤에서 한 남자가 짜증스런 얼굴로 민지의 손을 낚아챘다.



“너 설마 진짜 집에 갈 생각이야?”

“간다니까 자꾸 왜이래.”



민혁은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민지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또 이거다. 하지만 민혁은 일그러 뜨린 얼굴 그대로 다가갔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손부터 좀 놓으시죠?”

“이건 또 뭐야?”



민혁은 민지를 데려 가려는 남자의 앞에 서며 민지를 가렸다. 남자가 민지의 손을 놓고 민혁을 노려보았다.



“하아.. 너 취했어. 그만 들어가. 나갈게.”

“야. 박민지! 아나. 씨발... 야 박민지. 뭐야? 너 애들한테 들어보니까 항상 니 동생 불러서 이런다며? 얘 진짜 니 동생 맞아? 아니면 니 동생이랑도 잤냐? 니 동생은 너 잘 만족 시켜 줘? 앙?”

“너, 너 무슨 말을!”



민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민혁의 눈에서 불똥이 튄것도 그때였다.



“이 씨발 새끼가!!”



퍼억!!



“꺄악! 미민혁아!!”



민혁의 주먹이 남자의 턱을 갈기자 남자는 얼굴이 돌아가며 바닥에 픽 쓰러져버렸다. 민지는 당황했다. 서둘러 민혁을 말리고는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채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너, 너 이 새끼..”



민혁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의 안색을 살피는 민지를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민지와 남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으음!! 음!!”



팍팍..



민지는 몸부림치며 민혁의 가슴을 때렸지만 민혁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내 민지의 반항도 점점 줄어들었다. 남자는 어이없는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이내 민혁이 민지의 입술에서 입을 떼자 두사람의 사이에 끈적한 실이 쭈욱 늘어나다 끊어졌다.



“바, 밖에선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저딴것들은 직접 확인시켜 줘야 되건든. 봤냐? 나 누나랑 이런 관계다. 그러니 꺼져.”

“.... 씨발... 기분 좆같네.”



남자는 한동안 민혁과 민지를 노려보더니 욕설을 내뱉으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한동안 남자가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민혁은 남자가 사라지자 민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누나. 제발.. 남자랑 헤어질때 나 좀 부르지마.”

“후후훗. 이게 제일 특효약이라니까? 그보다. 너 꽤 능숙해졌다?”



조금전의 그 가련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민지는 능글맞게 웃으며 민혁의 팔에 매달렸다.



“내 첫키스 빼앗아간 도둑처녀한테 그런소리 듣고 싶진 않네요. 씨발.. 개같은 새끼땜에 순간 욱했네. 누나가 맨날 날 불러서 헤어지니까 그런 말 듣는거 아냐. 게다가 오늘은 혀까지 집어넣어?”



그냥 가볍게 입맞춤만 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민지가 혀를 넣어버리는 통에 제법 그 시간이 길어져 버렸다. 민혁의 짜증스런 얼굴에 민지는 베시시 웃으며 특유의 귀여운(민혁에게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햇다.



“후후훗. 그래도 이거 꽤 맛있다니까? 진짜야?”

“집에나 가.”



민지는 민혁과 팔장을 낀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평소대로 남자와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 민혁을 불렀다. 그것은 그녀가 자주 써먹는 수법이었다. 스스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잘 관리해온 완벽한 S라인의 몸매는 누구나다 감탄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귀찮게 구는 남자가 많았다. 헤어지고도 그녀를 따라다니는 파리같은 놈들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민지는 민혁의 도움을 받았다. 잘 떨어지지 않으면 민혁과 가벼운 키스한번만 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순간 당황했다.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그런데 뭔가 부드러웠다. 부드러운 것 뿐만이 아니었다. 뭔가 따뜻하고 감미로운.. 웬지 첫사랑과 첫키스를 하던 그때의 설레임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민지는 저도 모르게 민혁을 끌어안고 혀를 집어 넣고 말았다. 그러자 더욱 달콤한.. 황홀하고 아늑한 기분이 그녀를 찾아왔다. 마치 꿈속의 그때처럼....



‘마, 말도 안돼.’



민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선 안된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계속해서 두근거렸다.









“헛. 누, 누나.”



민혁은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혜진을 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잠시 잊고 있던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기분 나쁜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뺨을 때릴지도 모른다. 민혁은 혜진을 바로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혜진의 눈치를 살폈다. 혜진은 싸늘한 눈으로 민혁을 보더니 민지를 보며 활짝 웃었다.



“이제 와? 보아하니 그 사람이랑 헤어졌나보네?”

“헤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많이 기다렸어?”

“아니. 이제 금방 왔어.”

“어서 들어가자.”



지금껏 민혁의 팔장을 끼고 왔던 민지는 민혁과 팔장을 풀고 혜진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들어갔다. 민혁은 고개를 숙인해 혜진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뒤따를 뿐이었다.

보통 민혁의 과외수업은 거실에서 한다. 하지만 오늘은 혜진이 민혁의 방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민혁은 혜진과 단둘이 방안에 있었다.



“................”

“................”



혜진은 가만히 민혁을 보고 있었다. 민혁은 고개를 숙인채였다. 민혁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혜진도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화가난 듯 굳은 얼굴로 민혁을 볼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민혁에게는 1년도 더 지난 듯 한 긴 침묵후에야 혜진이 말했다.



“나한테 할말 없니?”

“... 미, 미안해..요.”



혜진은 순간 웃음이 나올뻔 했다. 미안하다니. 게다가 ‘요’자도 붙인다. 하지만 여기서 웃으면 안된다. 혜진은 계속 얼굴을 굳힌채 말했다.



“뭐가 미안한데?”

“...........”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혜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우습게 보였니?”

“아, 아니! 아니.. 에.. 요...”



‘아니’라고 말했다가 다시 존댓말로 고친다.



“그럼 어제 그 행동은 뭐야?”

“........”

“니가 대답을 안하면... 난 니가 날 우습게 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로 보였니?”

겨우 입맞춤 정도로 이러긴 싫지만... 아니 누가 본다면 자신을 더 웃긴 여자로 생각할거다.

“아, 아니..요. 나, 난.. 저..저기.. 좋아서....”

“뭐?”

“누, 누나를 좋아해서 그랬어. ......요.”



고개를 들며 또박또박 말하더니 혜진이 빤히 보자 민혁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요’를 붙였다.



“...............”

“...............”



혜진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야 했다. 그것이 민혁을 위한 길이다. 사실 혜진도 민혁을 좋아했다. 올곧고 착하고 잘생긴 민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민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그녀도 민혁을 좋아하기에 민혁과 과외를 시작했다. 먼저 말을 꺼낸것도 그녀다.



“좋아.”

“...응?”

“용서해 줄게.”



순간 민혁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혜진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단.”

“..단?”



다시 민혁의 얼굴이 굳었다.



“이번 시험 평균 90점 이상 올리지 않으면 용서는 없었던 걸로 할거야.”

“아, 알았어! ...요. 90점 그거야. 쉽게 올리지... 요.”

“훗. 존댓말 안써도 돼.”



그제야 혜진은 살짝 미소지어보였다. 그정도가 한계다. 도저히 웃음참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혜진은 얼굴을 붉힌채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진짜 90점 이상 올리면... 상을 줄 수 도 있어.”

“에? 사, 상???”



민혁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민혁은 그 상이 무엇인지 수컷의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90점이야. 못 올리면 국물도 없어.”

“후후후. 진짜지? 평균 90만 넘으면이지?”

“홋. 그래.”

"좋아! 90점.. 90점이란 말이지??"



어쩌면 저렇게 좋아할까? 혜진은 민혁의 저런 순수한 면이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때라는게 있기 마련이다. 민혁은 공부에 집중해야할 때였다. 민혁의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겨우 평균 80점을 웃도는 수준. 반에서 중간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민혁은 머리가 좋은편이다. 특히 이해력이 뛰어나 수학을 잘한다. 그런 민혁이 겨우 80점을 웃도는 이유는 그에게 공부를 해야할 목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혜진은 목표의식, 다시말해 꿈이 필요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이 서울대 약학대학에 들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꿈이었으니까. 사람은 확실한 목표의식, 꿈이 있을때 비로소 진정한 능력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앞으로 민혁의 목표는 혜진 자신이 될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고등학생은 아직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다. 연애와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없는 시기다. 혜진은 그것을 자신이 관리해줄 생각이었다. 자신이라면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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