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쉰넷에 1 - 3부

내 나이 쉰넷에 2



어느 날 반지계를 하나 하려고 금은방에 가게 됐어요.

그 때는 반지계가 유행이었거든요.

흥정을 다 끝내고 나니 금은방 주인이 고맙다고 점심을 사겠다네 여

그 금은방주인이 아주 젊잖게 생겼더라 구요.

체격도 좋아 보이고, 얼굴도 푼더분하게 인심 좋게 생겼고, 매너도 좋은 것 같고,

아무튼 첫인상이 아주 좋았어요.

소주 한잔 곁들여 식사하다 보니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게 되고, 자연스레 춤 얘기도 나오게 됐어요.

이제 처음 배우게 되었는데 워낙 못 하다 보니 캬바레에 가도 여자에게 춤 한 번 추자고 말도 못 하고, 요샛 말로 눈팅이나 하고 온다 나요

밥도 얻어 먹었겠다. 같이 춤 한번 춰 주는 것이 매너 일 거 같더라고요.

“나도 이제 배우는 중인데 내가 파트너 해드려도 괜찮겠느냐”고 제안했죠.

그 때 황송해하는 표정이라니,,,,,,

그렇게 해서 순철씨하고 긴 사연이 시작되고 나의 연애사가 탄생하게 된 거랍니다.



그 날 저녁에 주안역 앞의 모 캬바레에서 만나기로 하고 집에 왔는데 왜 그렇게 가슴이 떨리던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데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히더라고요.

목욕탕에 들어가서 닦고 또 닦고 살가죽이 퉁퉁 불도록 앉아 있다 보니, 약속시간 돌아오데요

두근거리는 마음 달래가면서, 가 보니까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얼굴이 화끈거려 어떻게 인사를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날은 춤을 어떻게 추는 건지도 다 잊어버렸어요

음악도 귀에 안 들어오고, 발자국을 떼는 데 뭐가 뭔지 뒤뚱거리고, 아무튼 정신 하나도 없는 하루였죠.

끝나고 집에 데려다 준다네 여.

까만 색 그랜져였는데 (자가용 있는 집이 동네에서 손 꼽을 정도) 얼마나 멋져 보이는 지 ,,,

집에 와 보니 온 몸이 땀에 절어 있는 거 있죠.

목욕탕에 들어가 보니 팬티는 마치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펑 젖어 있더라고요.

찬물로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있는데도 마음이 안 갈아 안는 거예요.

얼굴은 화끈 거리고 가슴은 두근거리고, 랑이 뒤 쫓아 와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본거 같기도 하고, 그 캬바레에서 아는 사람이 눈에 띈 거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이 내일은 우리 랑을 찾아와서 어제 캬바레에서 민희 엄마가 어떤 사람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 같다고 다 일러 바칠 것 같기도 하고,,,,,,,,,,,

밤 10시쯤인가 랑이 얼근하게 취해가지고 들어서는 데, 심장 뛰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게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이 바로 그 기분일 거예요.

“아니, 왜 그리 놀래?’

“놀라긴 누가 놀래. 밥 차려 줄까?” 했더니

“ 아니 갑자기 왠 밥?”

랑은 거의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오기 땜에 평소에는 랑의 저녁 밥은 해놓지도 안거든요.

“응, 아냐” 적당히 얼버무리고 얼른 랑의 입에다 내 혀를 밀어 넣었죠.

진한 소주냄새 땜에 랑이 술 마신 날은 뽀뽀도 안 하던 나 인데, 그 날은 어쩔 수 없자나요.

더 얘기하면 꼬리가 잡힐 거 같아서 그랬던 건 데, 그 날은 왠지 술 냄새도 못 느끼겠더라고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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