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 6부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어… 왔어? 빨리 왔네?"

"응? 으으, 응……."



거실에서 여러모로 고민 하고 있는데 혜지가 내려왔다. 일단 양쪽이 쥐고 있는 패는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나는 혜지의 패를 알고 있고, 혜지는 나의 패를 모르는 상태다. 그렇다면…….



승부!



"응? 얼굴이 빨간데? 감기라도 걸렸어?"



무심한 척 이마에 손을 올리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따뜻한 온기와 동시에 느껴지는 이 당황과 그 당황으로 굳어지는 혜지의 몸. 그래 바로 그 반응이 필요했다.



"응? 진짜 열이 있네."



그런 말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이마에서 볼로 손을 쓰다듬어 내려간다.



"괜찮은거야?"



볼을 메만지다가 이번에는 턱을 살짝 간지르고 바로 귀로 손을 옮겼다. 그리고 귀의 딱딱하면서도 말랑말랑한 감촉을 잠시 느끼고 머리카락과 목으로 손을 옮겨간다.



평소 같으면 할 생각도 없고 할 필요도 없으며 허락 될리도 없는 일들. 하지만 지금은 필요가 있고 생각이 났으며 허락 따위는 나도 혜지도 떠올리지 못하는 하찮은 문제다.



"괘, 괜찮아요."



계속해서 밑으로 쓰다듬어가던 손이 어깨에서 멈췄다. 조금 아깝다. 잘 하면 이 기회에 말 잘듯는 순종적 여동생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뭐 지금도 착한 동생인건 맞으니까 이정도로 만족하자. 솔직히 이정도까지 먹힌 것도 참 다행이다. 사람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면이 있는지 가끔은 여러 방면으로 다져진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망상과 그동안 경험한 수많은 19금 미연시의 스토리, 그리고 집구석에 있는 심리학책 완독 한것이 헛수고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라면 몰라도 순진한 면이 꽤 많은 혜지에게는 제법 잘 통한다.



"정말 괜찮아? 다행이네. 근데 무슨 일로 이렇게 빨리 끝났어?"

"에에, 학, 학원이 일찍 끝나서요."

"학원이? 좋겠네?"

"네? 네에……."



여성을 두근 거리게 만들어라. 방법은 무엇이 되었든 상관 없다. 겁을 주어도 좋고 스릴을 느끼게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깨달고 있는 상황에서 두근 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여성은 두근 거리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착각을 하여 혹시 자신이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스킨쉽을 유도하라. 여성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스킨쉽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럼으로써 여성은 심리적 방어가 늘슨해진다. 특히 친절을 가장한 상황이라면 더욱 큰 효과가 있다.



반드시 이성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연상할 수 있는 대화를 하라. 예를 들어 대화 중 좋아한다 좋아해? 라는 단어를 많이 건내고 거기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얻어내라. 직접적인 대화는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심리학적으로 증명 및 정립된 이 여성을 사로잡는 즉, 여자 후리는 방법을 응용하면 혜지를 얌전하게 입을 다물도록 할 수 있을 것 같다.



…… 가 아니라 아까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뜻하지 않게 혜지를 후리는 결과를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째 그건 좀 난감하겠는데…….



"아까 내장고에 보니까 먹을게 없더라. 나가서 3분 카레라도 사올까?"

"아, 제, 제가 사올께요."

"무슨 소리야?"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하는 나를 보며 당황하는 혜지. 아무래도 내 말 뜻이 잘 이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역시 순진한 면이 있어. 그래서 귀여운 거지만.



"같이 나가자고."



아, 제길. 원래는 이게 아닌데…….



원래는…… 적당히 당황하게 만들어서 평소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거였는데. 오버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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