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5

-제1부: 문명의 이기와 식순이-
남편이 연말을 맞이해서 사가지고 온 물건은 이른바 요즈음 남자들의 인기품목이라던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이었다. 나는 집에 카메라가 있는데도 어째서 사진기 나부랭이를 또 사왔느냐고 악을 쓰기는 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남편은 손에서 카메라의 조작법을 담은 사용자설명서를 손에서 놓질 않았다. 석간신문을 밥과 함께 잡아먹을 것 같던 예전과 다르게 남편은 그 설명서에 푹 빠져 있는 듯 싶었다.
‘그렇게 좋아?’
남편은 평소와 다르게 나를 쳐다보며 웃음까지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없는 우리로서는 딱이 별다른 취미생활을 가질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그저 남들처럼 시간나면 집앞의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나 빌려보고, TV드라마나 즐겨보는 평범한 생활의 부부일 뿐이었다.
‘이게 정말 대단해. 필름이 없이도 이렇게 찍히니 말이야.’
찍지말라고 팔을 내젖는 나를 무시하고 남편은 나를 찍었고, 사진기의 뒤에 부착되어있는 액정LCD인가 무언가를 통해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기술의 난이도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항상 사진이라는 매체는 현상된 필름을 통해서 그 감동을 전해주었는데 이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은 그 과정에 있어왔던 기다림과 불편함을 기술로 눌러버렸다는 사실을 나는 밥상을 마주한 자리에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찍어지기는 하는데, 사진처럼 뽑지는 못하잖아? 사진첩에 보관도 못하면서…’
남편은 음식을 입에 넣은채로 그게 아니라며, 서재로 들어가 무언가를 하고 나오더니만 잠시 가다리란다. 곧이어 그 프린터가 지그덕대는 소리가 나더니 남편은 곧바로 종이 한장을 들고 나왔다. 그것이 디지털 사진용 특수종이란다. 정말 광택까지 사진과 다를바 없는 깨끗함과 사진을 받아볼 때와 차이없는 그 감동은 너무도 쉽사리 나를 흥분시켰다.
‘와, 정말이네, 그럼, 찍고서 바로 이렇게 볼 수도 있어? 정말 대단하네.’
기계라고는 집에서 TV와 냉방기의 리모콘이외에는 조작할 줄 몰랐던 나로서는 남편이 갑자기 위대해 보이는 헤프닝 같은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또 얼마나 자랑을 늘어놓고 뻐기고 다닐러는지, 내참…
남편은 평소에 비디오의 예약녹화 기능도 어렵다고 대신해달라고 하는 나에게 문명의 이기와 어찌 그렇게 담을 쌓고 사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 쑤 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주부의 입장으로 어떤 기계가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 남편처럼 매뉴얼을 읽어가며, 온갖 기능을 사용해서 익힌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구나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편이 3개월전에 새로 바꾸어준 핸드폰에 사진기가 달려있다는 사실도 지난주에나 알았다. 동창회에서 저녁을 먹고 가겠다고 전화하는데, 친구들이 오랜만에 자기들 얼굴이나 찍어서 남편에게 보내라는데 나는 사진기가 어디있어서 사진을 찍어보내냐고 도리어 반문하는 통에 모두에게 웃음거리가 된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야, 내가 찍어봐도 돼?’
설거지를 마치고 손의 물기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기본이 안되어 있어. 그 손에 물기나 닦고 오던지 말이야. 그래가지고 이 비싼기계에 신고식이나 할 수 있을까?’
남편은 전적으로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오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남편은 그러한 나의 무지에 은근히 밑불을 지피고 있었던 것이다.
-제2부:솔리테어-
남편은 그날 저녁을 온통 디지털 카메라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흥분하고 있었다. 나오느니 찬사고, 터지느냐 감탄사였다. 리모콘까지 보여주며, 빈정대는 투로,
‘여기를 보시라, 우리 마나님께서 가장 자신있어 하시는 리모콘도 있다니깐. 보통 사진기처럼 자동셔터 눌러놓고 열나게 뛰어들어가서 자세잡을 일, 이제는 안녕이란 말이지. 충분히 자세잡고, 여유있게 찰칵… 요게 세상사는 맛, 아니겠어?’
‘아주 끼고 사시지, 내일 아침에 국끓여 드릴 때, 같이 버무려 드릴까? 고놈에 디털인가 곰털인가하고 말이야.’
‘아직도 무식하게 이름하나 못 외우고서리… 디지털 카메라, 줄여서 디카, 따라해봐, 아주머니, 선생님 입술을 보고 따라하세요. 디카, 디카, 한번더…’
철저히 무시당했고 분했지만 할 수 없었다. 나는 남편이 없는 사이에 그 디카라는 것을 한번 숙달해 보리라고 마음만 갖게 되었다. 다음날 남편은 디카를 위해서 사왔다면서 화구방에서 파는 것 같은 이젤을 사들고왔다. 나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아니, 왠 이젤? 이젠 그림까지 그리실려구?’
‘아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건 이젤이 아니고 디카에 장착하는 삼각대야. 언젠가는 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디카를 구입한 김에 하나 샀지. 왠 뜬금없는 이젤?…’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남편은 디카를 삼각대에 장착하더니 능숙한 솜씨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무슨 줄처럼 생긴 것을 컴퓨터에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니 비디오 카메라처럼 모니터 화면에 두사람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자, 이거봐, 컴퓨터에 연결해서 보면 우리 모습을 사진기를 누가 조작할 필요도 없이 요 리모콘 만으로 찍을 수가 있다는 말씀, 알간, 모르간?’
정말 신기했다. 디카는 무슨 사진기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컴퓨터와도 저렇게 궁합이 맞는다니…남편은 앉아있는채로, 나는 옆에 기대서 있는 모습 그대로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서는 무슨 프로그램을 다시 이용해서 빛바랜 사진처럼 처리를 했다. 곧이어 프린터로 뽑아졌는데 정말이지 몇십년전에 찍은 것 같은 효과가 사진에 배어있었다. 나의 결심은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저걸 해봐야지하는 생각은 온갖 상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우선 다음날, 남편을 출근 시키고나서 그 매뉴얼인가 무언가를 갖다놓고 나는 씨름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사전까지 갖다놓고 펴가면서 한장한장 내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우선 디카를 건드리기에는 용기가 부족해서 서재에 삼각대에 부착된채로 부위별 명칭과 간단한 기능들에 대한 공부를 했다. 조리개며, 노출, 파인더 조작, 리모콘과의 기능, 컴퓨터 연결 및 화상처리 프로그램등 손댈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나중에는 답답해서 가까운 서점에 가서 디지털 카메라 교본이라는 것을 사가지고 오기까지 했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디카에 거는 나의 기대는 사뭇 달랐다. 남편에게 디카만큼은 지적으로 우월할 수 있다는 것을 한번이라도 증명해 보이고 싶은 주부로서 자존심의 밥그릇이 걸린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1주일이 넘어서야 드디어 나는 시험삼아 디카를 건드릴 수 있는 기본 지식이 갖추어져 갔다. 나는 서재문을 열고 심호흡을 한번 했다.
‘오늘 디카를 한번 구워삶아 먹어봐?’
나는 결심과 의욕이 하늘을 찔렀었다. 설명서에 나온대로 디카를 초기단계에 맞추어놓고 컴퓨터를 켰다. 웅하는 부팅음과 함께 설명서에 나온 디카 편집용 프로그램을 열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나는 모니터의 화면 가득히 내 얼굴이 비추어지자, 쾌재를 불렀다.
‘잘난척은, 나도 이만큼은 할 줄 안다구. 이거 왜이래?’
나는 시범적으로 리모콘을 이용해서 줌인과 줌아웃기능을 시도한다. 그리고는 찰칵…
너무나 환상적으로 파인더를 통한 내 모습은 컴퓨터의 프로그램안으로 말려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근 2시간이 넘도록 비슷한 모습들로 사진을 찍어댔다. 얼굴의 모공이 숭숭 보일정도로 확대된 사진도 찍어보았지만 정작 디카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대단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게다가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모니터 안에 남겨진 나이 든 아주머니의 몰골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나도 연애할때는 안 이랬는데… 정말 많이도 늙었네…목둘레에 이 주름은 또 뭐이야? 캬!’
나는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떤이가 그랬던가 남자는 거울속에서 헤라클레스를 보고 여자는 거울속에서 백설공주의 마녀를 본다고…그 말이 여성의 심리를 아주 잘 나타낸다는 것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엉망으로 보이는 습작용 사진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갈때마다 나는 보다 멋진 모습으로 찍어보면 어떨까하는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는 사진을 지우고, 컴퓨터 안의 프로그램에도 사진이 남아있지 않도록 지워야만 했다. 지우면서도 내일은 반드시 오늘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보겠노라고 결심하는 내자신이 우습기까지 했다.
다음날, 남편이 출근한 뒤에 나는 미장원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다듬지 않고 질끈 묶고 다니던 머리를 정리하고, 오랜만에 파마와 드라이, 손톱소제까지 풀코스로 뷰티케어를 받았다. 집으로 달려와서는 바로 화장대앞에 섰고, 오늘은 다른 모습으로 사진기앞에 서겠노라고 다짐했다. 처녀때 바르다가 쳐박아 둔 아이쉐도우와 마스카라, 아이펜슬, 립스틱등 꾸밀 수 있는 갖가지 화장도구들을 끌어다 내고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그동안 화장술에 게을리 한 관계로 눈썹도 삐뚤하니 다듬어지고, 색조화장도 처녀때만큼 잘 먹는 것같지 않고 자꾸만 화장발이 뜨는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어느정도 준비가 갖추어지고 사진을 찍으려다가 불현듯 이런 아줌마복장으로 찍었다가는 또 놀림을 받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도, 머리스타일도 다 좋았는데, 옷은 완죤 아주마이 땡떙이 원피스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별수없지라는 시선과 함께 나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갈까싶은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옷을 고르다가 나도 모르게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나체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겉옷이라는 말…나는 좀더 과감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방안으로 들어가서 디카를 레디고 상태로 만든뒤에 옷을 하나하나 벗기시작했다. 양심상 의자에 앉을 수는 없었다. 의자에 앉는다면 벌거벗은 내몸과 함께 렌즈를 쳐다보는 내얼굴이 바로 보여 그 장면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였다. 일어선채로 나는 원피스의 단추를 풀고 살며시 옷을 벗었다. 안에는 브레지어와 팬티뿐,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얼굴을 렌즈앞에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눈앞에 내려다 보는 모니터에는 배꼽을 중심으로 복부와 하얀팬티의 굴록 그리고 브레지어의 아래쪽부분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나는 우선 셔터를 눌렀다. 얼굴이 나오질 않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 자세에서 돌아서서 어깨뒤로 무조건 리모콘의 스위치를 눌렀다. 돌아서 보니 내등과 도드라져 보이는 둔부의 초입곡선이 완만하게 장면에 잡혀 있었다. 브레지어 끈은 잡히긴 했어도 낡은 부분으로 인해서 괜히 찍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서있기만 해도 다리가 저려오는 것 같았다. 속으로 내가 이 무슨 미친 짓이란 말들이 뱅뱅 맴돌았지만 나의 도전감각은 사그러들줄을 몰랐다.
-3부:계곡탐험-
‘나도 이 기회에 누드한번 찍어봐?’
나는 결심과 동시에 한가지 작은 선물을 하기로 했다. 남편에게 디카에 대한 나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길은 멋진 사진을 남편의 컴퓨터에 남기는 길이 확실한 증거가 된다는 생각에서 였다. 남편의 성격상 내 나체를 갖고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교환한다든가 공공연한 사이트에 올려서 리플을 위한 품평회에 아내의 나신을 내던질 인간은 아니었다. 나는 의자를 디카에서 조금 뒤로 밀어냈다. 왜냐하면 너무 가까이 앉아있다보면 내가 조금은 움직이는 상황에서 리모콘으로 셔터를 조작하기 때문에 핀트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나는 벌거벗은채로 의자위에 쪼그려 앉는 자세를 첫번째 사진으로 잡았다. 나는 되도록 나온 아랫배가 사진에 잡히지 않도록 심호흡을 한뒤에 리모콘을 눌렀다. 곧이어 야구의 포수자세로 의자위에 올라가 있는 내모습이 보였다. 아래쪽으로 마구 손을 흔들듯이 뻗치고 있는 내 체모가 확실하게 앵글에 잡혀 있었다. 나는 얼굴이 조금씩 상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른바 노출에 의한 자가흥분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리를 한번 쩍 벌리면 어떨까? 그러면 셔터를 조작하기가 힘들텐데… 너무 천박한거 아니야?’
자세를 잡아가면서도 나는 내자신이 남편의 시선에 너무 천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가정주부들이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서 상대방과 화상채팅인가 무언가를 하면서 온갖 잡스런 짓을 한다는 소리는 들어봤는데 내가 정작 이런 상황에 놓이고나니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듯도 싶었다. 불륜의 늪에 빠지는 것보다 컴퓨터를 통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서로의 노출과 관음의 욕구를 격리된 상황에서 즐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용기없는 나 같은 주부들에게는 필요한 안전장치가 아닌가하는 생각에서 였다. 나는 보다 과감한 자세를 잡아보기로 했다.
‘자, 요렇게 돌아서서 서있으면 히프만 커다랗게 나올텐데, 더 확실하게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혼자 찍는 것이 가능하기는 해도 보다 확실한 노출자세는 리모콘을 조작해야되는 관계로 어려움이 수반되었다. 그당시만해도 나는 자동셔터기능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셔터가 눌러지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사이에 자세를 정확히 잡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에 사용하기는 꺼려졌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자동셔터의 시간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서있는 자세에서 상체를 의자에 기댄채로 한손은 엉덩이를 벌리고 한손은 리모콘을 조작하기로 했다. 셔터가 눌려지고 나는 엉덩이를 벌렸던 손가락끝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히프를 벌리면서 손끝이 대음순의 근처에 손끝이 닿았는 모양이었다. 손끝에 남아있는 것은 마알간 음수였다. 나는 이른바 흥분의 선을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본인의 성기를 이렇게 찍어본 일도 없었을 뿐더러 거울에 비친 나신만을 보기에도 쑥쓰러웠던 기억으로 볼 때 이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대중목욕탕에서 쭈구려 앉은채로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머리를 감고있는 아줌마들의 뒷모습에서 늘어진 음순의 모습이 흉하다고만 느꼈었던 자신인데 이런 일은 파격중의 파격이었던 것이다. 모니터의 화면을 나는 의자에 걸터앉은채,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다 보았다. 희뿌연 엉덩이 사이로 국부를 활짝 잡아당기고 있는 손끝으로 평소 남편이 정글이라고 놀리던 본인의 국부가 물을 머금은채, 벌건 속살이 확연이 드러난 모습은 나자신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사진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이제 한장만 더찍어보기로 했다. 의자에 앉은채로 가랑이를 벌리고 두다리를 팔걸이에 걸치는 자세를 취했다. 다리로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이 흡사 산부인과에서 검사받을 때 올려놓은 다리받침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위해서 나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국부를 벌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 의도는 곧바로 무산되었다. 음순을 벌리기도 전에 내가 가장 민감해하는 음핵에 손끝이 닿았기 때문이었다. 가느다란 신음과 함께 나는 다른 손에 들려있던 리모콘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자유로워진 두손으로 인해 나는 사진을 찍고있는 사실을 망각한채, 눈을 감고 두손을 보지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수북하고 까칠한 둔덕의 털이 느껴지고, 손끝은 바르르 떨리면서 천천히 음핵의 끝을 찾아 문지르기 시작하고… 유두는 점점 일어서고 풍선에 물이 차듯이 유방이 탄력있게 확대되는 느낌이 그야말로 급격히 흥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안에서는 조그마한 신음이 점점 커지고 있었고 맨손가락으로 문지름으로 인해서 음핵의 피부가 까지는 것을 막기위해 나는 할 수 없이 질질 흘러나온 음수를 손가락에 발라서 음핵을 공구르기 시작했다. 아쌀한 전율이 넓적다리와 허리뒤를 통해 히프를 타고 아랫도리에 전달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발정한 암캐의 형상이었다. 나는 상체를 다시 일으켜 바닥에 떨어진 리모콘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전혀 해보지 않던 손가락 삽입을 시도했다. 미끈한 느낌과 함께 손가락은 경도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 셔터를 눌렀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두다리는 덜덜 떨리고 연속적으로 허리와 히프가 경련 상태에 이르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리모콘의 스위치를 눌러댔고 거기에 연하여 보지를 쑤시는 손가락의 왕복속도는 엄청날 정도로 빨라지는 것이었다. 고개는 뒤로 점점 젖혀지고 나는 그상태에서 또다시 리모콘을 놓치고 그 손으로, 지글대는 느낌으로 가득찬 젖을 움켜잡고는 쥐어짰다. 팔걸이에 올려졌던 두다리는 오르가즘으로 인해 어느새 바닥에 내려져 쭉 편채로 벌려져 있었고 머릿속은 온통 정체를 알 수 없는 난잡한 형상으로 가득찼다. 누군가 나의 이런 음란한 흥분상태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상상으로 인해서 그 흥분의 정점은 끝을 알 수 없었다. 나는 한순간, 온몸이 활처럼 휘어지면서 정신이 아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편과의 섹스와는 또다른 느낌의 오르가즘이었다.
-후기-
이 글은 아는 지인이 디카를 구입하고 얼마있지 않아서 본인의 컴퓨터에 남겨진 아내의 사진을 본인에게 보여준 것을 계기로 제가 각색해 본 것 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셀프카메라를 찍었던 것으로 추측된다는 남편의 얘기였지요. 마지막의 사진들은 화상이 흔들리고 핀트가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찍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찍고 있었던지….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독백은 말이 필요없을때도 있다는 것. 이른바 말없는 사진이 증명하는 독백을 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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