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정사 - 하편

아침에 일어나니 이상하게 은영이 고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도 출근하고 집안이 텅 비어있다. 간다는 말도 없이 은영이 고모는 가버린 것이다. 버려진 고아처럼 허전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은영이 고모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방황하는 시간이 벌써 두주일이 흘러갔다.

거실에 앉아 비가 쏟아지는 저녁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 퇴근한 아버지는 파출부가 차려놓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누군가 차임벨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무심코 스위치를 눌러 대문을 열어준다. 정원을 내다보고 있던 내 가슴이 덜렁거린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는 사람은 우산을 받쳐 든 은영이 고모였다.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어준다. 그런데 고모는 정색을 하며 들어와서 아버지에게 간다. 그리고 아버지와 대화를 한다.

아마도 아버지와 만날 약속을 한 모양이다. 은영이 고모와 아버지의 대화에 청각을 곤두세운다. 귀를 곤두세우고 들리는 고모의 목소리는 재혼에 관한 이야기였다. 은영이 고모는 아버지에게 재혼을 하기 위한 상담을 하러 온 것이다. 나는 공연히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다. 아버지와 대화를 끝낸 은영이 고모는 곧 바로 일어선다. 현관을 나서는 그녀가 무슨 말인가 하려는지 주춤거린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더위가 한풀 꺾인 정원수에서는 갈색 낙엽이 떨어진다. 창가에 앉아서 한 달 전에 재혼한 은영이 고모를 생각한다. 은영이 고모와의 정사는 꿈처럼 기억 속에 지워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은영이 고모로부터 여자를 알게 되었고 성적인 기쁨을 느꼈고 성적인 욕망에 시달린다. 생활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그녀가 없는 빈 공간을 배회한다. 어쩌다 결혼한 은영이 고모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면 쌀쌀한 목소리만 전해온다. 그녀는 새로운 결혼생활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나를 잊으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군대에 입대하려면 아직도 삼 개월이나 남았는데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배회하였다. 다시 무비건조한 생활로 돌아가서 허무한 시간만 보낼밖에 없었다. 하루하루가 관심을 느낄 일도 없고 취미를 붙일 것도 없다. 다만 며칠 전부터 우연히 새로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층에 세 들어 사는 신혼부부가 몹시 다투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평소에도 작은 다툼은 있었지만, 점점 다투는 횟수가 늘어간다. 다른 식구들이 없어서 조용한 집안이라 그들의 다투는 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었다. 부부간의 일이니 그럴 수 있거니 하였는데, 그들의 시시때때로 다투는 소리가 심해졌다. 호기심으로 그들이 다투는 대화를 유심히 듣게 되었다.

그들이 다투는 이유는 남편이 혼전에 사귀던 여자를 다시 만나 비밀리에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며 용서를 구했고, 부인은 몇 번을 이해하고 넘겼기에 이제는 도저히 용납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도 물론 연애결혼을 한 사이이고, 남편이 만나고 있는 여자는 아내인 이선미와 친구 사이였던 것 같았다.

한동안 그들의 다투는 목소리가 며칠을 계속 이어지더니 그들 간에 냉랭한 침묵이 계속되는지 조용해졌다. 하지만 남편이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은 가구들을 던지는지 우당탕 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남편이 귀가하지 않는 날이 늘어가고, 이선미가 넋을 잃은 사람처럼 이층 층계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늦게 귀가하는 밤길에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을 걸어 집 앞에 당도했다. 대문을 열고 정원을 지나치다가 멈추어 섰다. 무심코 지나쳐 현관문으로 향하려다가 이층 층계 밑의 검은 그림자를 의식하고 쳐다보았다. 어두운 층계 밑을 주시하니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추녀에서 튕기는 빗방울을 그대로 맞아가며 앉아 있는 그림자는 이선미 그녀가 분명하였다. 긴 생머리를 늘어트리고 넋을 잃고 있는 모습에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향해 층계로 천천히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정원의 전등 불빛에 들어나는 그녀의 눈동자는 습기가 어려 있는 것 같다.

“비가 오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

대답 없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선미가 조용히 일어섰다. 공연한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닌가하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비바람에 찰랑거리는 스커트 위로 잘록한 허리와 잘 발달된 둔부의 윤곽이 들어나 보였다. 우수에 젖은 그녀의 모습이 애틋하게 느껴져 머뭇거리다가 돌아서려는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인호 삼촌.....!”
“네.......!?”

나의 조카들이 놀러 와서 부르는 호칭을 선미, 그녀도 평상시에 호칭한다. 돌아서려던 발걸음을 되돌렸다. 왠지 수심에 찬 표정의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보조개가 깊게 드리운 동그란 인형 같은 얼굴을 유심히 올려다보았다. 긴 속눈썹이 자잘하게 떨리는 눈동자 밑의 살갗이 어둡게 수심이 깔려 있었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어서 말했다.

“저........술 한 잔 사줄래요?”
“그, 그러시죠.…….”

예기치 않은 요구에 더듬거리며 대답하였다. 선미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조용히 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 머리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같이 걸어 대문을 나섰다. 그녀는 민소매 블라우스를 걸친 어깨를 양손으로 감싸고 웅크리며 걸었다. 그녀의 마음이 추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끌어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눈 밑에 닿을 듯 아담한 몸매에 앳되어 보이는 그녀의 자태가 왠지 애틋한 생각이 든다.

그녀의 어깨가 스칠 때마다 여자의 체취와 함께 묘한 감정이 살아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찰랑이는 스커트 위로 들어나는 그녀의 둔부가 매력적이다. 큰 도로변으로 나가서 꽤나 널찍한 경양식 집으로 들어가 한쪽 구석에 앉았다.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기에 초점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물었다.

“안주 뭐로 하겠어요?”
“삼촌 좋은 데로요.........”

생각에 잠겨 무심코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종업원을 불렀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망설인다. 종업원에게 비후스택과 맥주를 시켰다. 종업원이 돌아서서 가려는데 선미가 재빠르게 말했다.

“나는 소주 할래요.”
“그럼 그렇게 해요.”

종업원이 물러가고 나와 그녀는 별다른 할 말이 없었다. 평소에 그녀의 자태에 성적인 호감으로 관심이 깊었으나 단둘이 마주할 기회는 없었다. 막상 마주하고 있으나 그녀의 분위기를 보아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를 몰랐다. 침묵을 지키는 동안 주문한 술과 안주가 탁자위에 놓이고 말없이 서로의 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그리고 한잔, 두잔 서로가 채워주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고 비웠다.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다시 한 병을 추가시켰다. 주문한 술이 도착하고 그녀 잔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술에 약한지 몇 잔 마시고 얼굴이 선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다시 한잔을 기울인 그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

“삼촌은 사랑해 본적 있어요?”
“아, 아뇨……!”

예기치 않은 질문이었다. 당황하여 아카폐적인 사랑이 아니고 언뜻 에로스의 사랑을 생각하고 은영이 고모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마주 바라본 선미, 취기가 어린 그녀의 눈동자에 습기가 맺혀 있었다. 나의 생각을 확인이라도 할 듯이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시 묻는다.

“삼촌은 내가 남편과 다투는 소리를 들었지?”
“.......네.”

모른다고 하기에는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마지못해 긍정을 하였다. 술잔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술잔을 쥔 그녀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의 남편을 원망하는 표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유리잔을 응시하던 그녀가 한마디 내뱉는다.

“나쁜 놈야.”
“.....!?”

“삼촌이라면 그럴 수 있어? 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나를 속이고 다른 여자와 관계를 계속해 왔다니......, 그것도 아내 친구와......”
“.......!?”

그녀의 푸념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한 집안에서 그녀 부부간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알고 있으나 마땅하게 해줄 말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넋두리처럼 이어서 말했다.

“죽고 싶어요....... 세상이 너무 허무해.”
“용기를 내세요. 우리에겐 미래의 많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어요.”
“모든 게 무너졌는데 미래가 뭐 필요해. 이 세상에는 날 필요로 하는 사람도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요.”

그녀는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음식점내의 다른 손님이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안절부절못하다가 그녀 옆으로 다가 앉았다. 그리고 들먹이는 그녀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위로의 말을 했다.

“선미씨! 무슨 일인지 모르나. 슬퍼하지 말고 마음을 편히 가져요.”
“편할 수가 없어.......!”
“슬픔은 고통과 희망을 수반한다는데.......좋은 생각만 하세요.”
“좋은 생각.......!?”

술은 사람들의 감정을 승화시킨다. 술기운에 그녀는 어깨를 들먹이며 소리 없는 흐느낌을 이어갔다. 그녀는 불쑥 빈 술잔을 내게 내밀면서 채워달라고 하였다. 술잔을 채워주자 그녀는 단숨에 들이켰다. 손바닥으로 뺨에 흐른 눈물자국을 지우더니 배시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삼촌에게 추태를 보였지.......?”
“아뇨......!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삼촌 시간을 빼앗은 거 같아. 이제 그만 가요.”
“그럴까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카운터로 다가갔다. 의자에서 일어서는 그녀가 잠시 균형을 잃고 기우뚱 하였다. 카운터에 요금을 지불하고 돌아섰다. 그녀가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의지한다. 그녀의 등에 팔을 둘러 부축하였다.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가 혼잣말처럼 흘린다.

“나.......! 술도 못 마시면서 취했나 봐. 미안해.”
“조심하세요........”

음식점을 나왔을 때 어두워진 길거리에 여전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스팔트길위에 흘러내리는 빗물이 그녀 눈동자의 눈물처럼 상가 네온사인의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우산 속에서 그녀는 내 어깨에 의지하여 걸었다. 술이 취해 비틀거리는 그녀가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문득 어떻게 결혼했는지가 궁금했다.

“연애결혼 하셨어요?”
“글쎄........!? 같은 직장 동료였으니까.”

“같은 직장 동료..........!?”
“.........음, 사귀던 남자들은 있었어.......그런데 그 이가 나한테 무척 집착을 했는데.......,”

그녀는 간간이 추억을 회상하는 눈빛을 했다. 그녀는 같은 직장 동료인 남편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직장 회식자리에서 그녀는 만취하였고 반 강제적으로 남편과 관계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실수로 잊어버리려고 했지만, 남편의 집요한 구혼에 별다른 준비도 없이 서둘러 결혼식을 치렀다고 한다. 반소매를 걸치고 있는 그녀가 을신스러워 보인다. 망설이다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러준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그녀와 나를 흘낏 쳐다본다.

“혹시, 삼촌 애인이라도 보고, 오해하면 어떡하려고......!?”
“그럴 염려 없어요. 아직 없으니까요.”

“남자들은 애인이 있어도 거짓말하던데.........?”
“하하.......! 그런 가요!?”
“법과 대학생이고 인물도 좋고........삼촌 같으면, 관심 갖는 여자들 많을 텐데.......!”
“아직.......! 그렇지도 않아요.”

“그냥.......! 연애 상대인데, 여자를 너무 고르나 봐?”
“그렇지도 않은데, 선미씨 같은 여자라면.......!?”
“선미씨.........!?”

용감하게 그녀를 선미라고 호칭했다. 그녀가 자잘한 눈웃음을 치면서 나를 힐끗 바라봤다. 술기운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이 선정적으로 보였다.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바닥의 나긋나긋한 촉감에 흥분이 되었다.

술기운 탓인가! 그녀를 껴안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 전신주 밑에 멈추어 그녀를 바라본다. 시선을 마주한 그녀를 끌어 당겼다.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는 그녀의 시선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팔에 힘을 주어 가슴 속으로 그녀를 당겨 안았다. 입술을 포개니 그녀가 사르르 눈을 감고 안겨 왔다.

입술과 입술이 밀착하여 서로의 감정을 탐닉한다. 그녀의 입술을 헤집고 입속으로 혀를 빨아 당겼다. 숨을 들이마시는 그녀가 파르르 떨린다. 그때 골목길로 접어드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녀와 나는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떨어져 기며 포개졌다. 갑자기 어색해지는 분위기 속에 집 근처에 도착하였다. 그녀가 시선을 마주 하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를 흘린다.

“오늘........ 고마웠어요.”
“아니, 제가 더.........”

그녀가 먼저 집안으로 들어갔다. 일층에는 아버지가 들어와 게신지 불이 훤히 켜져 있었으나 그녀의 이층집은 인척이 없이 어두웠다. 층계 밑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층계를 오르는 그녀의 발걸음이 휘청거렸다. 층계를 오르던 그녀가 멈추어 서서 뒤돌아본다. 머뭇거리는 그녀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미안해서, 어쩌지.......!? 올라봐서 음료수 한잔 마실래요?”
“네.....!?”

생각지 않은 말이었으나 반가웠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녀의 집 현관문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녀가 거실 벽의 전등 스위치를 누르자 거실 빈 공간에 눈부신 빛살이 쏟아져 내렸다. 거실 안으로 들어서서 그녀의 뒤에서 멈칫거렸다. 그녀가 돌아서서 빤히 쳐다보다가 얼굴을 붉히며 눈웃음을 쳤다. 집안에 보이지 않는 그녀 남편의 행방이 궁금했다.

“어디 가셨어요?”
“나를 배반한 그 사람.......!?”

그녀의 되묻는 말에 답변을 못하고 쳐다보았다. 씁쓸한 미소를 지은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나 깨진 거울과 도자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남편이 술에 취해서 들어와 술주정을 하던 날들의 소란스러움이 떠오른다. 그녀가 쟁반에 받쳐 들고 온 음료수를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서성거리고 있는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치 잊었던 것처럼 대답을 한다.

“마음이 내킬 때까지 안 들어온데........나를 잊고 싶은가 봐. 아마도 그 여자한테 가 있겠지.”
“그 여자........!?”

“지금은.......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어. 내 자신도 잊고 싶을 뿐.......”
“잊는다고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보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습기어린 눈동자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입술이 무척 선정적으로 보인다.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슴에 안기는 그녀가 눈을 스르르 감았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졌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녀의 팔이 내 목덜미에 감겼다. 목덜미에 감긴 팔이 바르르 떨린다. 그녀의 혀를 입속으로 빨아 당기며 힘을 주어 껴안았다. 나긋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싶어 내려다보았다. 몽롱한 눈동자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녀가 속삭이듯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랑........ 받고 싶어. 나....... 갖고 싶지 않아?”
“사........! 사, 사랑하고 싶었어.......”

호흡이 멎을 것만 같은 그녀의 취기어린 요구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말이라서 사랑하고 싶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의 말은 눈가에 맺힌 눈물과 무슨 의미인가를 내포한 것만 같았다.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향해 내 입술이 다가갔다. 그녀가 눈을 사르르 감고 내 입술을 기다렸다.

그녀에게서 은영이 고모보다 진한 여인의 체취가 흐른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그녀 입술을 사탕 녹이듯이 애무하였다. 그리고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였다. 농도 깊은 키스로 쾌감에 젖어드는 그녀의 모습은 작은 요정과도 같았다. 눈가에는 흘러내리는 이슬 같은 눈물방울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환희의 즐거움 같았다.

그녀를 소유하여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그녀를 번쩍 안고 안방으로 향해가서 침대에 눕혔다. 그녀는 고요히 눈을 감고 나를 기다렸다. 상의를 벗어던지고 침대위로 올라가 그녀 옆에 다가 앉았다. 그녀의 아담한 몸매를 음미하면서 걸친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 내렸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겨 내렸을 때 그녀의 몸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입술을 포개면서 내가 걸치고 있는 팬티까지 벗고 알몸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탐스러운 젖가슴에 다홍빛 젖꼭지가 잔득 긴장하고 있었다. 평상시 그녀에 대한 욕구가 불같이 타올라 페니스가 우람하게 발기되어 끄덕거린다.

뽀송한 음모가 돋아난 도톰한 둔덕, 그리고 여인의 늪 입구에 피어있는 살구 빛 꽃잎, 투명한 빛깔을 띠운 피부는 숨 막히도록 매혹적이었고 지그시 눈을 감고 나의 행동을 기다리는 그녀의 나신은 작은 요정 같았다. 그녀의 나신 위에 체중을 얹고 위아래 입술을 밀착시키며 애무를 하였다. 그녀의 호흡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녀의 혀를 깊게 흡입하였다. 혀와 혀가 엉키어 감각의 돌기를 일으켰다.

그녀의 입술에서 귓밥으로 목덜미를 거쳐 젖가슴에 더운 열기를 뿜어냈다. 소담하고도 앙증맞은 그녀의 젖가슴을 입속에 가두고 그 촉감에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호흡이 빨라지고는 있지만 그녀가 성감을 느끼면서도 참고 견디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젖꼭지를 곤두세워 혀로 감싸 깊게 빨아 당길 때 그녀는 참지 못하고 긴 호흡을 토해내며 신음을 흘렸다.

“이, 인호 씨.....!”
“선미씨, 사랑스러워요.”

늘어트리고 있던 그녀의 팔이 내 머리를 감싸며 파르르 떨었다. 성감이 달아오르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내 혀는 그녀의 어깨를 거쳐 겨드랑이, 그리고 배꼽과 허리를 누볐다. 나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그녀의 팔이 갑자기 나를 밀어내려고 하였다.

“아~! 그만, 내가 이래서 안 되는데......”
“사랑하고 싶어요! 괴로운 걸 잊고 즐거운 생각만 해요.”

갑자기 이성을 찾았는지 거부하려는 그녀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를 거쳐 아래를 향해 입술로 보듬어 내려갔다. 무릎과 날씬한 종아리를 거쳐 내려간 나의 혀는 발등과 발가락을 입속에 넣고 애무하였다. 그녀의 허리가 성감을 못 견디겠는지 들먹거렸다.

그녀의 몽롱한 눈빛을 바라보면서 그녀를 엎드리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혀로 발가락을 핥으며 점점 위로 올라갔다. 허벅지를 지나 탐스런 엉덩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그녀의 엉덩이 밑에 손을 넣었다. 그녀의 둔부가 들썩거렸다. 손끝에 닿은 그녀의 늪은 매끄러운 물이 흘러나와 촉촉이 적셔있었다.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에 감탄하였다.

“선미씨는 아름다워.......”
“하 아……!”

그녀의 입에서 깊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손끝이 대범하게 그녀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민감한 살갗들을 마찰하였다. 혀끝은 나긋한 허리를 지나 등, 그리고 목덜미에 열기를 뿜어냈다. 그녀의 귓밥을 입술을 잘근거리며 물고 당길 때, 그녀는 쿠션을 끌어안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허겁지겁 몸을 뒤집어 천장을 향해 바로 누운 그녀가 내 입술을 찾았다. 거친 숨을 흘렸다.

“인, 인호 씨. 나 못 견디겠어.”
“선미씨의 모든 것을 갖고 싶어. 그리고 사랑하고 싶어.”

혀와 혀가 다시 엉키며 더운 열기를 뿜어냈다. 참지 못할 정도로 치솟은 나의 우람한 페니스가 그녀의 꽃잎에 잇닿아 용틀임을 하였다. 페니스에 잇닿은 감각을 느꼈는지 그녀가 몽롱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망설이는 것 같았다. 아마도 마지막 순간에 나를 받아 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망설임은 이내 무너지고 숨을 몰아쉬었다.

“하 으! 인, 인호 씨”
“서, 선미씨........”

불기둥 같이 발기한 페니스가 그녀의 꽃잎 사이를 헤집고 들어간 것이다. 샘물로 촉촉해진 그녀의 매끄러운 자궁 속으로 나의 흉물은 깊이 밀고 들어갔다. 이미 남자와의 관계에 익숙한 그녀의 몸이건만 압박감을 느낄 정도이다. 그녀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 윽! 너, 너무......”
“왜 그래요?”

“이, 인호 씨! 그, 그것이 너무 큰 거 같아서.......”
“싫어요?”

“아, 아니....... 더 깊게, 사랑해 줘.”
“..............”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살랑거리며 황홀한 눈빛을 하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혀 흘러 내렸다. 그것은 고통의 눈물이 아니라, 지난 시간을 잊고 새로운 환희를 갈구하는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상처받은 마음의 고통대신 육체에서 느끼는 희열 속에 빠져들고 싶은 것이었다.

나의 허리를 부둥켜안은 그녀가 가슴속을 파고들며 매달렸다. 요정같이 아담한 그녀의 나신을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그리고 보지 속을 가득채운 페니스를 천천히 회전 시켰다. 그리고 깊숙이 밀어 넣기를 반복한다. 순간순간마다 그녀는 가슴속을 파고들면서 쾌감에 못 견디는 습기어린 신음을 흘렸다.

“하 아! 흐~읏! 나, 미치겠어.”
“허 억! 선미씨.......”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엑스터시를 느꼈다. 그녀의 자궁 속 숨겨진 살갗들을 마찰하는 페니스는 격렬하게 진퇴운동을 한다. 그녀는 나의 페니스를 더 깊이 받아들여 쾌감을 일구려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밀착시켜왔다. 그녀는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무한한 기쁨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페니스를 보지 입구까지 빼냈다가 빠르게 돌진시켰다.

“하~앙! 으 흥! 자, 자기야.”
“사랑스러워........”

욕정으로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듬으며 속삭였다. 자지러질듯이 그녀는 내 허리를 쥐어뜯듯이 붙들고 매달렸다. 너무 깊이 넣었는지 페니스 끝이 치골까지 잇닿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엑스터시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양다리를 내 허리에 감더니 둔부를 들어 올려 허공으로 치받았다.

“나, 못 견디겠어. 하 앗!”
“...........”

그녀가 갑자기 내 귓밥을 입술로 물어뜯듯이 물고 늘어지며 안간힘을 썼다. 그녀의 절정 감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페니스를 자궁 입구까지 빼냈다가 깊숙이 돌진시켰다. 그녀의 나신이 작살을 맞은 인어처럼 퍼덕거렸다. 페니스가 자궁 속으로 진퇴할 때마다 둔부를 치받았다가 추락하기를 거듭하던 그녀가 허리를 들어 올리며 까무러치는 신음을 터트렸다.

“어머 얏! 하 앙! 난 몰라! 어떡해.......하~ 읏.”
“서, 선미.........”

들어 올렸던 허리가 추락하면서 그녀는 목덜미를 끌어안고 매달렸다. 격렬한 오르가즘에 도달한 그녀의 자궁 속에서 쏟아져 나온 뜨거운 샘물이 페니스를 휘감았다. 그 감각에 나는 뼈끝이 아스러지는 쾌감을 느끼며 그녀를 가슴속에 끌어안고 경작되었다. 내 몸속에서도 뜨거운 용액이 그녀의 자궁 속으로 분수처럼 뿜어져 들어갔다.

“허 억! 서, 선미씨........”
“아! 흐 응! 난 몰라. 미치겠........어.”

그녀는 나의 뜨거운 정액을 자궁 속에 받아들이는 뜨거움에 몸살을 앓는 것처럼 몸부림쳤다. 열기가 흐르는 방안은 침대의 흐린 불빛만이 흐르고 있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 소리가 심장소리처럼 들렸다. 서로를 껴안고 거칠어진 숨결을 고르고 있었다.

절정의 회오리 속에 젖은 그녀와 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성감의 잔재를 느끼려는지 엉덩이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의 자궁 질 벽이 나의 페니스를 조이며 작은 마찰을 일으켰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내가 침묵을 깼다.

“선미씨는 아름다워.”
“나, 말이야........!?”

“왜.......!?”
“나......!?”

“응........!?”
“이런 기분 처음이야.”

그녀는 관계를 하면서 느낀 감정을 멈칫거리며 표현하였다.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내려다보았다. 습기어린 그녀의 눈은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띠우며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왠지 그녀의 몸속을 나의 페니스가 가득 채우고 있다는데 희열을 느꼈다.

“내 것이 선미씨 몸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좋아요?”
“못 됐어. 그런 걸 물어 봐.”
“이래도 대답 안 해?”

짓궂게 물어보면서 아직도 성이 덜 풀린 페니스를 자궁 입구까지 빼냈다가 깊숙이 돌진시켰다. 돌진하고 들어간 페니스가 자궁 속의 어딘가의 뼈끝에 잇닿는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런 나의 행위로 인한 충격에 그녀는 입을 벌렸다가 다물면서 눈을 흘겼다.

“짓궂어…….”
“남편하고.......관계할 때는.......?”

“........어쩌다가 좋을 때도 있지만, 언제나 그이 혼자만 만족하고 말았어.……. 이런 느낌 처음이야.”
“.........!”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흘리고는 나에게 눈을 흘겼다. 머릿속으로 묘한 쾌감이 지나갔다. 그녀의 남편이 차지하던 그녀의 보지 속을 나의 페니스가 가득 채우고 만족을 주었다는 희열감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갖은 보석을 내 것으로 만든 것 같은 만족감이었다.

“선미씨를 나 혼자 갖고 싶어........”
“응. 이혼하고 인호씨에게만 안기고 싶어. 이미 결혼에 실패했고, 나이도 많은 나를 인호 씨가 받아 줄 거야?”

선미를 계속 소유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물음을 듣고 보니 막상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망설여졌다. 그녀 몸속을 채우고 있는 동안 나의 페니스는 다시 발기를 시작했다. 다시 그녀의 몸속을 채운 페니스를 회전시키기도 하고 깊이 밀어 넣기 시작했다. 성감이 다시 살아난 그녀가 신음을 흘리며 내 둔부를 끌어당기며 허리를 꿈틀거렸다.

“흐~ 읏! 어 멋! 또.....?”
“나도 선미씨를 영원히 갖고 싶어. 하지만…….”
“하 아! 나 또 못 참겠어. 하지만.......!? 아 핫......! ”
“.........”

그녀의 신음소리는 최음제 같다. 페니스를 좌우로 돌리며 윤활유를 바른 듯 정액이 흥건한 자궁 속으로 깊이 밀어 넣었다가 빼냈다. 페니스를 따라 둔부를 들어 올리면서도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한다. 바람 빠지는 신음을 흘리며 매달리는 그녀의 귓가에 헐떡이는 숨소리를 흘린다.

“나, 군대 입영할 날.......! 얼마 안 남았는데.....!?”
“그, 그래도.......! 하 아! 나 혼자 남아도.......이집에서 기다릴 거야.”

“이게 좋아서 그런 거야?”
“하~앙! 미워 죽겠어. 다 좋아.”

선미의 성전적인 표정이 사랑스러워서 페니스를 거칠게 보지 속으로 밀어 넣는다. 영원히 내 것이 되도록 그녀를 으스러트리고 싶었다. 거친 호흡을 내뿜으며 그녀의 몸속을 헤집고 다닌다. 내가 태풍으로 몰아칠수록 희열을 느끼는 그녀는 거친 파도가 되어 풍랑을 일으켰다. 둔부를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쓰는 그녀와 나는 동시에 신음을 토하면서 부둥켜안았다.

“나, 난 몰라…….하 앗!”
“허 걱! 미.......치겠다.”

뜨거운 용액을 마주쳐 쏟아내면서 기절할 듯 쾌감 속에 몸부림쳤다. 뜨겁고 격정어린 깊은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다가오는 미래의 운명을 모른다. 우리가 잉태한 아기를 안고 행복한 나들이를 할는지, 아니면 그녀가 기다리는 또 다른 삶속으로 향해 떠날는지, 하지만 지금 순간이 영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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