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단편

천생연분
“구~욱~구~욱”
“저 망할 놈의 비둘기는 내 가슴을 찢어야 하남”삼호는 방안에서 봉창 문을 열고 뒷산을 향하여 푸념을 한다.
나이가 스물이 넘어 오 년이 더 지난 나이지만 장가는커녕 맞선도 한 번 못 본 마당인데 건너 마을에 사는 자신이 혼자서
마음을 두었던 언년이가 시집을 간다고 음식 장만을 하는지 지지고 볶는 냄새가 삼호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마당에
발정이 난 산비둘기가 서럽게 님을 찾아 울고 있으니 삼호 마음에 염장을 뿌리는 것도 아니고 아예 미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랫마을 김 첨지 어른의 손자는 겨우 열두 살 나이에 금년 봄에 장가를 갔다고 길에서 마주치기라 할라치면
자기는 양반에 혼인까지 하였다며 존대도 하고 인사도 하라고 하는 통에 나들이는커녕 김 첨지 손자 녀석이 서당에 갈 시각이면
논이고 밭에 나가는 일까지도 망설여지던 마당에 언년이 년이 시집을 간다고 하니 울화가 치밀지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시안만(겨울) 하더라도 그렇다.
나무를 하여 장에 내다 팔기 전에 먼저 삼호는 식전에 서둘러서 나무 한 짐을 하여 항상 언년이 집에 가져다주었다.
“이년아 넌 나중에 시집을 갈라면 저런 삼호처럼 든든한 서방을 만나야지 고생을 안 해, 알아?”언년이 아버지는 언년이 방을 향하여 고함을 쳤다.
그러기에 삼호는 언년이 아버지가 당연히 언년이를 자기에게 시집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또 금년 봄에만 하여도 그랬다.
삼호가 사는 마을을 워낙 빈곤한 마을이었고 그도 산자락을 마주보고 옹기종기 모여 있던 60여 가호 중에
소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 집은 고작 인근 부락에서 가장 부자인 김 첨지 어른 댁과 삼호뿐이었다.
다른 집은 농사를 지으며 논이나 밭을 갈 때에는 부녀자들은 소 대신 소처럼 쟁기를 끌었고 남자는 쟁기를 몰아 밭이나 논을 일구었다.
그런 와중에도 부지런한 삼호가 자기 논을 갈고 있는데 언년이 아버지가 언년이를 데리고 어디로 출타를 하는지 삼호가 논을 갈고 있는 옆을 지나며
“워~워~어르신 어디 출타하세요?”삼호가 쟁기질을 하다말고 언년이 아버지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이년아 내일은 너희 어미하고 같이 소 대신 쟁기를 끌게 단단히 준비 해”언년이 아버지는 삼호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언년이에게 길을 재촉하며 다른 사람이 다들 들으라는 듯이 크게 소리를 쳤다.
“허어 내일 언년이네 논을 갈 모양이지 그렇다면 당연히 사위인 내가 가서 거들어야지 암
우리 언년이를 소 노릇 시킬 수는 없지 이랴! 이랴!”삼호는 혼잣말을 웅얼거리며 황급히 논을 갈았다.
“어르신 오늘 논을 갈아야 하신다면서요?”그 다음 날 새벽밥을 먹자마자 소의 등에 쟁기를 지우고 언년이네 집으로 가서 말하였다.
“허~어 언년이 년하고 언년이 어미가 소 노릇 할 것인데 자네가 어쩐 일인가?”언년이 아버지는
짐짓 반가우면서도 시치미를 때고 삼호를 마치 지나가던 강아지 보듯이 무시하며 말을 하고는
“임자 어서 나오소, 언년아 넌 뭘 그렇게 꾸물거려, 어여 나가자”하고 소리를 쳤다.
“어르신 제가 어르신 논을 갈아 드리겠어요, 쉬라고 하세요”하자
“어~흠 자네가 그렇게 해 줄 건가?”거드름을 피우며 묻자
“암요 해 드려야죠, 암”하며 앞장을 서자
“언년이 이년아 나중에 시집을 갈라면 이런 삼호처럼 든든한 서방을 만나야지 고생을 안 해, 알아?”
예의 그 말을 뒤돌아보며 하였고 삼호는 마치 당장 언년이 아버지가 장인어른처럼 생각이 들어서
논에 도착을 하자마자 쟁기를 소에게 매달고 시키지도 않은 언년이네 논을 갈기 시작을 하였고
언년이 아버지는 뒷짐을 지고 삼식이가 쟁기질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뿐 아니었다.
논을 갈고 물을 댄 후에 써레질을 해야 할 때에도 언년이 아버지는 언년이를 대동하고 나들이를 가면서도
항상 삼호 집이나 아니면 삼식이가 일을 하는 논밭을 지나치며 삼호나 마을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내일은 써레질을 할 것이니 언년이 하고 언년이 엄마에게 소 대신 써레를 끌어야 한다고 큰소리로 말을 하였고
그 말을 삼호는 듣고는 언년이가 소 대신 써레를 끌면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날 날것처럼 생각을 한 나머지
언년이네 집의 논을 써레질도 하며 당연히 사위가 할 노릇이라고 생각을 하였고 추수를 하고
보리를 심기 위하여 논을 갈아야 할 때 역시 언년이 아버지는 언년이를 데리고 나타나서 또 언년이와
언년이 엄마에게 소 대신 논을 갈자고 하였고 그 소리를 들은 삼호는 장차 자기 마누라가 될
언년이나 장모가 될 분을 소가 할 일을 대신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면 가슴이 짠하게 아파와 언년이 아버지가 부탁을 안 하였고
죽으라고 일을 해도 새참 겨우 줄 뿐이었지만 삼호는 마치 자기 일처럼 부지런하게 언년이네 논밭을 갈아엎어 주었었다.
그리고는 농한기에 접어들자 삼호는 언년이가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고 다니는 모습이 이제
시집을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고는 앞집의 순녀 할머니를 중간에 매파로 넣고 자기의 소가 임신을 하였는데
새끼를 배었는데 낳기만 하면 언년이네 집에 주겠다는 말과 함께 언년이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언년이 아버지가 근본도 모르는 자네를 사위로 삼을 수는 없다네, 휴~”언년이네 집에 다녀온
순녀 할머니의 말은 언년이를 삼호에게 줄 수가 없다는 말이 전부였고 그로부터 얼마 안 지나서
언년이가 맞선을 봤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곳 이어 언년이가 인근 부락의 다른 총각에게 시집을 간다는 말이었다.
“자넨 안 갈 탠가?”안 그래도 속이 터질 지경인데 순녀 아버지가 언년이 시집을 가는데 가자고 하니 어쩌겠나.
“싫어요, 당겨 오세요”심드렁하게 대답을 하고는 문을 닫았지만 속은 터질 지경이었다.
“그럼 혼자 다녀올게, 쉬게 나”하고 순녀 아버지가 진치 집으로 가는지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다.
누워서 천장의 대들보를 쳐다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하였다.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자기를 잉태를 하고서 호랑이 세 마리가 치마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삼호를 낳았다고
자랑을 하고 다니던 부모님들과 하나 있었던 여동생은 역병이 돌아서 죽어버리고 삼식이가 태어난
고을은 폐허가 되었고 혼자서 발버둥 치며 구걸을 하다시피 연명을 하며 당도 한 곳이 지금 삼호가 사는
마을이었고 머슴부터 시작하여 절약에 절약을 거듭한 끝에 그의 나이 열일곱에 새경을 모으고
밥을 굶어가면서 모은 돈으로 남들은 거들떠도 안 도던 돌무더기의 밭 아닌 밭도 밭이라고 겨우 땅마지기를 마련하였고
그 것을 밑천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고 한눈 한 번 안 팔며 산 덕에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의
전답도 가지고 있고 고대광실은 아니지만 등을 붙이고 따스하게 살 집도 가지고 있었으나 어찌 된 셈인지
여복이 없어서 남들은 잘도 가기만 하는 장가를 못 가고 떡 거머리총각 신세를 못 면하고 있는
자신의 팔자가 기박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원수 같은 언년이 년의 신랑이 당도를 하였는지 풍악소리가 들리자
더 이상 집에서 있다가는 복장이 무너질 기분이고 또한 언년이 년 집으로 가서 그 동안 고생을
뼈 빠지게 한 것에 대한 복수로 찬치 판을 뒤집어 흔들어버려야 할 것만 같아서 평소에 입에
대지도 않던 술이라도 한잔해야 울화가 풀릴 기분이 들어서 주막이 있는 장터로 향하여 길을 나섰다.
“낙양성 십리 하에 높고 낮은 구름아 저 산 비둘기 잡지마라 저 비둘기 나와 같이 님을 잃고
밤새도록 님을 찾아 헤매노라 에헤라 만수야”삼식이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먼 산에서 울고 있는
발정이 난 비둘기 울음소리에 맞추어 콧노래를 흥얼대며 논둑길을 따라서 읍네 장터로 항하였다.
“허어 처사는 처복 하나는 좋겠구먼, 좋겠어”한참을 걷고 있는데 주막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막 올라 서는데
장죽 지팡이를 짚고 가던 행색이 초라하게 보이는 스님 한 분이 삼호 옆을 스치며 말을 하였다.
“스님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십니까?”삼호가 뒤돌아서며 말하자
“아니 왜 그런가? 처사”스님도 뒤돌아서서 삿갓을 조금 들어 올리며 말을 하였다.
“제가 점을 찍어 뒀던 처자가 오늘 혼인을 한단 말입니다”하고 소리를 치자
“그 처잔 처사와 연이 아니야, 암 아니고 말고”하고 말하며 바위 위에 걸터앉으며 소매 자락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자
“그럼 대사님 제 연은 어디에 있습니까?”범상치 않은 행색에 삼식이가 예를 갖추며 묻자
“허어 나에게 천기누설을 하란 말이요 처사”하며 손을 가로 저으며 일어서려 하자
“대사님 제발 소인의 연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십시오, 네”삼호는 급한 마음에 땅바닥에 엎드리며 넙죽 절을 올리며 애원을 하자
“허어, 기거 참 허어 이거 참”하며 머뭇거리자
“대사님 제발”삼호가 그 스님의 가사를 부여잡고 계속 애원을 하자
“처사 그럼 보더라도 절대 다른 짓은 하지 말고 얼굴만 봤다가 때가 되면 혼례를 치르게나. 어흠
여기서 오십 리 정도 가면 뽕나무 밭이 있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높은 밭둑 가운데에 있는 광주리 안에서 자고 있을 걸세 내 말 꼭 명심하게”하고 말을 하더니
엄청 빠른 발걸음으로 삼식이가 올라왔던 길로 가기 시작을 하더니 눈을 깜짝 할 사이에 삼호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주막으로 가려던 삼호는 주막을 그냥 지나치더니 그 스님이 말을 하던 곳으로 향하였다.
삼호와 연이 맞는 여자가 있다는 곳으로 가서 그 연이 맞다 하는 처녀를 안 보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늦가을이지만 낮은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아 삼호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가면서도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다 큰 처자가 광주리에서 잠을 잔다는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도 허구하게 많은 자리를 다 두고 밭둑에서 잔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범상치 않던 그 스님이 자기에게 농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을 하였다.
정말로 한참을 가자 커다란 뽕밭이 있었고 거기에서 조금 더 가자 스님 말씀처럼 언덕 빼기 밭둑에 광주리가 하나 보였으며 그 밭에서는 아낙 하나가 열심히 밭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자 조급한 마음으로 한 달음에 달려가 보니
“아니 이건 애기 아니야 애기”그 광주리 안에는 겨우 돌이 지났을지 말았을지 하는 어린 계집애가 세근세근 자고 있자 혼잣말로 지껄이다가는
“에이 괜히 땡초 말을 믿은 내가 잘 못이지”하며 광주리를 발로 툭툭 차자 세근세근 잠을 자던
계집애가 언제 깨었는지 삼호 얼굴을 보며 방긋방긋 웃으며 두 팔을 벌리며 마치 안아 달라는 듯 행동을 하자
“내 복에 여잔 무슨 여자야 에잇!”화가 머리끝까지 오를 대로 오른 삼호는 물불을 안 가리고 광주리를 언덕 밑으로 차 버리고 오던 길로 다시 달리기 시작을 하였다.
“으앙~으앙~으앙”아이의 자지러질듯 한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죽으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저놈이 우리 아기 죽이네, 죽여 아가야”밭에서 일을 하던 아낙이 삼호를 향하여 소리쳤다.
삼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서 집에 도착을 하였을 때는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삼호는 그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다시 정상적이 생활을 하였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혼인을 포기하고 일만 열심히 하여 재물 모으기에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또 하나 삼호에게 기분이 좋은 일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던 언년이는 혼인을 하고
삼 년 만에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만으로 시집에서 쫓겨나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으며
언년이 아버지는 은근히 가운데에 사람을 놓아 삼호가 언년이를 데리고 가 주기를 바랐으나 삼호는 신청도 안 하고 콧방귀만 뀌었다.
세월은 흘러 삼호 나이 40이 되었으나 여전히 총각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삼호야 우리에게 오기 전에 우리 제사를 지내 줄 아이는 만들고 와야지 안 그러냐?”간밤에 이상한 꿈을 꾼 삼호는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우마차에 장에 내다 팔 곡식이며 장작을 가득 실으면서도 간밤의 그 이상한 꿈을 생각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명절이며 부모님 기일 때에 제사상 앞에서나 차례 상 앞에서 절을 올리면서도 자신이 죽으면
제사 밥 못 얻어 자실 것이니 자기 살아생전에나마 풍족하게 드시고 가시라고 항상 거하고 절을 올렸지만 여태껏
단 한 번도 꿈에도 안 나타나던 부모님이 같이 역병으로 죽었던 여동생의 손을 나란히 잡고 삼호 꿈에 현몽을 하였으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으나 일찍 장에 가야 좋은 금을 받고 팔수가 있다는 욕심 땜에 부리나케 실었다.
가지고 나간 곡식이며 장작은 아주 좋은 금에 넘길 수가 있었다.
“아주머니 여기 국밥 하나요.”만족한 금을 받자 배가 출출한 것을 느끼고 아침을 안 먹고 나왔다는 것을 알고 국밥집으로 가서 국밥을 하나 시켰다.
“그려, 삼호 총각은 올해도 해를 넘길 거여?”국밥집 아주머니가 사발에 가득 국밥을 삼호 앞에 내려놓으며 묻자
“흐흐흐 누가 이런 늙은 총각에게 시집을 오기나 한데요 흐흐흐”삼호는 실없이 웃으며 수저를 들었다.
“누가 알아 예쁜 처자가 삼호 총각에게 시집을 올지”하고 국밥집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면서 국밥을 먹는데
“참 별의 별 미친 여자도 다 있네, 뭐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를 찾는 다나 쯔~쯔~쯔”한 노파가 국밥집으로 들어서며 혀를 차며 말하였다.
“어머나 뭐요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를 찾아요? 호호호 그 비싸고 비싼 호랑이 가죽을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씩이나, 호호호”국밥집 아주머니가 삼호 앞에서 일어나며 웃으며 말을 하자
“그러게 말이야 그런 부자 찾으려면 한양이나 갈 일이지 쯔~쯔~쯔”하고 맞장구를 치자
“처녀였어요?”하고 국밥집 아주머니가 묻자
“그려 얼굴을 곱디고운데 한 쪽 눈이 멀었고 다리도 절던데”하고 대답하자
“그럼 병신 아니야?”하자
“그러게 병신에 미친 것이 누가 호랑이 세 마리 가지고 있다 한들 눈이나 까딱 하겠어”하자
“호호호 그러게요”하며 국밥을 퍼서 노파 앞에 놓는데
“아주머니 혹시 여기에 호랑이 세 마리 가진 사람 못 봤나요?”다리를 절면서 한 초라한 여자가 나타나 국밥집 아주머니에게 묻자
“저 저차야 저 처자”노파가 큰소리로 소리쳤다.
“처자 무슨 연유인진 모르지만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는 왜 찾누?”국밥집 아주머니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묻자
“저희 엄니가 호랑이 세 마리 가진 남자를 만나면 혼례를 올리라 하였어요”하고 말을 하였다.
그 말에 삼호는 국밥을 먹다말고 그 처자의 얼굴을 봤다.
<어디서 봤지?>안젠가 한 번 쯤 본 얼굴 같았다.
“호호호 처나 어머니가 부자에게 시집을 가라 한 말이군, 그렇지 처자?”국밥집 아주머니가 처자에게 묻자
“부자가 아니더라도 호랑이 세 마리만 있으면 된답니다. 어디서 찾지?”하고 발을 절룩거리며 나가려 하자
“처자 저 사람 나이는 많아도 논밭도 많은데 귀찮게 호랑이 찾지 말고 저 총각하고 신방 차리며 어때?”국밥집 아주머니가 삼호를 턱으로 가리키며 묻자
“아주머니 무슨 말씀을”그 때서야 삼호가 국밥집 아주머니를 눈 꼬리를 치켜들고 보다가 다시 그 처자의 뒤돌아보는 얼굴을 보고는
“처자 시장해 보이는데 국밥이라도 한 그릇 들지?”하고 말하자
“어이구 자린고비 노총각이 원 선심은 선심이래?”국밥집 아주머니가 놀라며 그 처자와 삼호를 번갈아보며 놀랐다.
사실 그랬다.
지금껏 재산 부풀리기에 급급하였지 그 누구에게도 국밥 한 그릇 술 한 사발 사 준 일이 없었던
삼호였기에 그의 말에 국밥집 아주머니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말을 삼호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처자가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삼호 얼굴을 뻔히 보고 주춤주춤하자
“처자 어서 들어와 앉아”하고 국밥집 아주머니가 그 처자에게 말하자
“고맙습니다. 그럼”하고 평상에 걸터앉자 국밥집 아주머니가 국밥을 넘치게 한 그릇 퍼서 처자에게 주자
처자는 마치 몇 날 몇 칠을 굶주린 것처럼 좌우도 안 돌아보고 허겁지겁 머리를 처박고 국밥을 정신없이 퍼 먹기 시작을 하였다.
“아이고 가엾기도 해라 몇 칠이나 굶었수?”국밥집 아주머니가 처자의 국밥 먹는 모습을 보더니
다른 그릇에 또 반 그릇 정도의 국밥을 퍼 와서 처자 앞에 내려놓고 처자 앞으로 들이밀며 조용히 묻자
“언제 먹었는지 몰라요, 고맙습니다”하고 그 처자는 국밥집 아주머니와 삼호에게 번갈아가며
인사를 하더니 국밥집 아누머니가 덤으로 준 국밥마저도 개 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 일어나자
“호랑이 세 마리 가진 사람 이런 시골구석에서 찾지 말고 한양이나 큰 고을로 가서 찾아야지”하고 국밥집 아주머니가 말을 하자
“아니어요, 이 부근에 분명히 있다고 하였어요”하며 일어나는데
“삼호, 자네 여기 있었군 자네 장작 두 짐만 해다 주면 안 되겠나?”평소에 같은 금을 받고도
다른 나무꾼에 훨씬 많은 양의 나무를 해다 주었기에 단골이었던 장터에서 대장간을 하던 사람이 헐레벌떡 국밥집 안으로 들어오며 말하자
“내일이면 되겠어요?”삼호가 국밥 값을 계산하며 묻자
“그래, 그래 주게나, 꼭 부탁하네”하고 밖으로 나가는데
“예 염려 마세요”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혹시 함자가 석 삼에 호랑이 호 자가 아니신지?”처자가 삼호 앞을 가로 막으며 묻자
“그렇소 만은 그게 댁과 무슨 상관이 있소?”하고 처자 앞을 밀치며 옆으로 나가려 하자
“서방님이 호랑이 세 마리를 함자에 가직도 계시지 않습니까?”하며 땅바닥에 엎드리며 절을 하자
“아이고 그러네, 삼호 총각이 호랑이 세 마리를 이름에 가지고 있었네, 삼호 총각 연분인 모양이야”하며 국밥집 아주머니가 말을 하자
“허~어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군”하며 국밥을 먹던 노파가 맞장구를 치자
“......................”삼호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 처자 얼굴을 보며 언제 봤던 얼굴인지 기억을 다듬었으나 전혀 기억이 안 났다.
“자네가 집으로 데리고 가게나 어서”하고 말을 국밥집 아주머니가 하였고 삼호는 대답도 안 하고 소달구지를 몰고 집으로 향하자
그 처자가 삼호 뒤를 종종걸음으로 묵묵히 따라 갔으나 삼호는 그 처자가 자기 뒤를 따라 오는지 몰랐다.
“헉헉헉”한참을 가다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본 삼호는 놀라며
“워~워”하고 소를 세우더니
“아니 왜 날 따라 오는 거요?”뒤돌아보며 묻자
“호랑이 세 마리를 가진 분이 계시면 무조건 따라 가라고 하였습니다, 서방님”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허~어 이거 원, 모르겠소 올라타시오”하며 말하자
“고맙습니다, 서방님”하며 절룩절룩 걸어서 오더니 소달구지에 올라탔고 삼호는 마치 헛개비에 홀린 사람처럼 처자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처자 이야기를 하였고 마을 사람들은 삼호의 연분은 따로 있었다고 하며
서둘러 혼례준비를 해 주었고 그 다음 다음 날 바로 찬물 한 사발을 앞에 두고 간략하게 혼례식을 올렸고 생각도 안 한 잔치판이 벌어졌다.
생각도 안 하였던 혼례를 올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푸짐하게 음식을 대접을 한 삼호는 밤이 이슥하여서
신방으로 들어왔고 비몽사몽간에 삼호는 난생 처음으로 여자를 품에 안았고 꿈만 같은 잠자리를 하였다.
“임자 내가 마치 임자를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언제 봤지?”새벽에 눈을 뜨고 다시 한 번의 운우의 정을 나누고 삼호가 물었다.
“소녀도 낭군님을 언젠가 본 적이 있어 보이지만 도저히 생각이 안 나옵니다.”하고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허~어 이상한 일이군 한데 그 눈은 어찌하여 한 족을 실명을 하였고 다리는 저오?”하고 묻자
“네 소녀 어미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하고 말을 흐리자
“해 보시구려, 어서”하고 재촉을 하자
“네 서방님 소녀가 아직 돌도 안 지났을 무렵 제 어미가 밭에 일을 나가면서 저를 바구니에 넣고 데리고 나가
밭둑에 내려놓고 일을 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한 남자가 저를 한참 보더니 발로 걷어 차 버렸고
그 때문에 소녀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면 나무 가지에 눈을 찔려 실명을 하게 되었고 또 바위에 걸려
다리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이렇게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흑흑흑”하고 흐느끼자
“아니 뭐요?”삼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묻자
“뭐 아시는 일이라도 계신가요?”눈물을 훔치며 묻자
“그런데 왜 호랑이 세 마리를 가진 사람을 찾은 거요?”삼호가 떨리는 가슴을 추스르며 묻자
“그런 일을 당하고 난 이틀 후 한 스님이 우리 집을 지나가시다가 시주를 받으시며 <허어 다른 짓은 하지 말고
얼굴만 보라 하였는데, 쯔쯔쯔>하시며 혀를 차시기에......”하고 말을 흐리며 다시 눈시울을 닦자
“그래서?”삼호는 놀란 가슴을 계속 추스르며 물었다.
“저희 어미가 <스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하고 묻자..........”하고 다시 말 문을 닫자
“그래 그 스님이 뭐라고 하셨다죠?”하고 삼호가 묻자
“소녀 나이 열여섯이 되면 동쪽으로 사십 오리정도 가면 장터가 나올 것이고 그 장터에서 호랑이
세 마리 가진 자를 찾아서 혼례를 올리라 하셨답니다, 그래 제 나이 올해 열여섯이라...........”하고 말을 흐리자
“허어 그거 참 쩝”하고 입맛을 다시자
“소녀 이제 서방님을 잘 모시고 살겠습니다”하며 일어나 큰절을 올리자
“그래 장모님은?”삼호가 묻자
“소녀 나이 열 살 때 그만....”하고 말을 흐리자
“임자 내 말 잘 들으시오, 사실은 내가..........”하고 삼호가 젊은 시절에 스님을 만났던 이야기며
그 스님의 말대로 오십 리를 달려가서 밭둑에 있던 아기가 들어있던 광주리를 찬 이야기를 털어놓자
“아~그게 다 서방님과 소녀의 연이었나 봅니다, 서방님”원망은커녕 오히려 삼호 품에 안기며 흐느꼈다.
그렇게 살림을 시작한 삼호는 해가 바뀌어 쌍둥이 아이를 낳았고 또 밭이며 논이 점점 불어났으며 또 해가 바뀌어
또 쌍둥이를 낳았고 전답은 계속 불어나 소작을 주어야 할 정도로 부를 이루었고 금실은 얼마나 좋은지
인근 마을에서도 천생연분은 따로 있다고 하며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하였고 그 후로 대나무 숲에서는 발정이 난 산비둘기 울음도 나지 않았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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