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의 경품~ - 단편

“안녕하세요~ 경품에 당첨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네?”

“XX일에 XXX를 통해서 이벤트 응모하셨는데요~”

“필요 없습니다~ 뚜우~ 뚜우~”

최근에 정말로 많이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몇 되지 않는 사기꾼들이 물을 흐린다고 아직 살만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비 공식 집계이긴 하지만 일명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기꾼만 1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이렇게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이런 반응들이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나로서는 난감하다. 게다가 지난주에 느닷없이 그만두겠다면서 사직서를 제출한 김대리와 민지씨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잘 해줬는데 이렇게 바쁠 때 한꺼번에 그만 두다니 정말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녀석들이다.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아직 7명이나 남았다. 하도 전화를 해대서 입이 마를 지경이다. 물을 마시면서 번호를 누르니 신호음이 간다.

“이 전화는 당분간 고객에 요청에 의해 … “

휴우~ 정말이지 힘들다. 내가 처음부터 기획한 일이라 불평도 할 수 없다.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서 부장을 겨우 설득해서 이벤트를 한 것이 화근이다. 다행히 이벤트 이후에는 접속 자도 늘었고 회원도 엄청나게 늘었다.

물론 모두 이벤트의 효과는 아니다. 사회적인 이슈가 된 이후에 어부지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잠시 받는 서비스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갑작스러운 회원 증가와 매출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벤트를 11월쯤 진행했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인센티브가 12월 말에 떡 하니 나왔다. 그것도 이례적으로 회사에서 한번도 이 정도의 거금을 인센티브로 내 놓은 적이 없던 터라 회사에서는 정말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중요할 때에 같이 일 한지 일년도 넘은 김대리와 입사한지 5개월이 넘어가는 민지씨가 갑작스레 그만두게 되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오늘도 그랬다. 원래 금요일인 어제 했어야 하는 일이지만 보고서를 쓰느라 새벽에 퇴근해야 했으니 이런 잡무는 주말에 혼자 나와서 일해야 한다.

당첨자가 꾀나 많았지만 대부분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 어떻게든 줘야 하는 나도 한심하다. 믿지 못하는 고객도 불쌍하다. 돈 한푼(제세공과금-이벤트에 한번이라도 당첨된 사람들은 알겠지만 22%의 제세 공과금을 세금으로 나라에 납부해야 한다) 내지 않아도 되는 최신 휴대폰을 공짜로 주는데도 경품이라면 질색을 하고 전화를 꺼버리기 일쑤다.

PC의 시계를 보니 벌써 7시가 넘어간다. 늦게 나왔다지만 벌써 7시라니… 믿기지 않아 다시 고개를 들어 벽 시계를 보았지만 마찬가지다. 7시 5분전!!

얼른 남은 7명을 해결하고 친구 놈들이 있다는 나이트 클럽에 놀러 가고 싶다. 지금쯤 저녁을 먹고 있을 테고 오늘이 현수 생일이니 나이트 클럽에 갈 게다. 오늘은 나도 좀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전화하는 사람마다 전화를 끊어 버리거나 여러 가지를 물어오는 통에 벌써 2시간이 넘도록 헛수고만 하고 있다. 9시가 조금 넘어가는데 이제 1명이 남았다. 왠지 웃음이 난다.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빨리 마치고 녀석들과 술에 젖어 놀고 싶은 생각뿐이다.

“뚜르르르~”

경쾌한 신호음이다. 갖가지 통화 연결 음만 들어보았는데 신호음만 연결되는 전화는 흔치 않다. 왠지 감이 좋다. 한번에 수령하도록 잘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나는 이제 여기를 탈출 할 수 있다.

“여보세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여자다. 목소리가 꾀나 메말라 있다. 분명 나보다도 어리겠지? 여자들이 의외로 휴대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잘 될 것만 같다.

“안녕하세요~ 전화 드린 곳은 XXX입니다. XX일에 XXX통해서 이벤트 응모 하셨는데 당첨되셔서 전하 드렸습니다”

“뭔데요?”

“이벤트 응모 하시면서 보셨겠지만 최신형 휴대폰 입니다”

“정말요?”

갑작스레 목소리의 톤이 바뀐다. 메마른 목소리에서 생기가 돈다.

“네~ 제세 공과금도 없어서 고객님이 부담하실 금액은 전혀 없고요~ 택배 통해서 보내드리면 가까운 대리점에서 가입하시거나 기기변경 하시면 됩니다”

“에이~ 뻥이죠? 너 누구냐?”

웃음이 난다. 100명도 넘게 전화를 했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다.

“저 고객님 진짜 당첨되셨는데요~”

너무 웃겨서 그랬는지 목소리에 웃음이 묻어 있었나 보다.

“야~ 누구야~ 어디서 장난질이야? 너 민기지?”

“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어요?”

“야 너 오랜만에 전화해서 장난질이냐?”

이름을 다시 보았다. 김혜정!! 모르는 이름이다.

“저 고객님 제 이름이 이민기는 맞는데요~ 저는 고객님 모르는 분인데요?”

“어머~ 김민기 제 친군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하하하 재미있는 분이네요~ 아무튼 축하 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보고를 해야 해서요~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네? 네~”

“휴대폰 받으시면 직접 사용하실 계획이세요?”

“네? 글쎄요~”

“직접 사용하셔야 하는데요~ 제가 사용 후기를 일주일 뒤에 전화 드려서 여쭤봐야 해서요~”

“뭐 그러죠~”

“다행이네요~ 받으시는 경품은 택배로 보내드릴 텐데요~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어? 주소요? 이거 이상한거 아니죠?”

“요새 많이들 그렇게 물어보시는데 걱정 마시고 주소 불러 주시면 빠르면 이번 주에 보내 드릴께요~”

“저 분당인데 제가 직접 받으러 가면 안 되나요? 거기는 어디에요?”

“네? 귀찮으실텐데~ 뭐 상관 없습니다. 여기는 종로 인데요~”

“종로요? 쫌 머네요? 아이~ 어떻게 하지? 주소 불러드리긴 좀 뭐한데?”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저 XXX회사에 다니는 XX팀 이민기 팀장입니다”

“그게 아니구요~ 제가 다른데 사는데 지금은 잠시 여기서 지내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택배 받기가 좀 불편해서요~ 어떻게 다른 방법 없을까요?”

“글쎄요~”

“아니 근데 토요일 이 시간에도 일하세요?”

역시 재미있는 여자다.

“하하 뭐 목구멍이 포도청 이라서… 토요일에 아래 직원한테 이런 일 시키면 다들 그만 둔다고 해요~”

“깔깔깔~ 뭐 요새 애들이 다 그렇죠~”

“목소리는 20대 초반 같으신데 나이가 좀 있으신가 봐요?”

나도 재미있는 통에 쉰 소리를 해댄다.

“어머~ 칭찬이죠?”

“그럼요~ 목소리도 예쁘시고~”

“어우~ 그쪽이 더 목소리는 좋은데요 뭘~”

왠지 친근감이 든다. 도통 믿지를 못하는 사람들과 통화만 해서 그런지 왠지 돕고 싶어 진다. 여자고 또 왠지 모를 기대감도 생긴다.

“저 고객님 그럼요~ 혹시 오늘은 강남에 나오실 계획은 없으세요?”

“네? 왜요?”

“고객님이 마지막 당첨자 이시고 제가 퇴근해서 강남에 갈 계획인데 혹시 나오실 거면 직접 전해드리게요~”

“어머~ 정말요?”

“네~ 대신 커피한잔 사주세요~”

“그거야 당연하죠~”

늦은 시간이었지만 강남역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퇴근을 했다. 왠지 조금 기대된다. 친구 놈들에게 전화를 거니 이제서야 나이트 클럽으로 향하고 있다. 잠시 시간을 내어도 되겠다. 그리고 배도 고프다.

회사 주차장에 그대로 차를 놓고 택시를 잡아타고 강남 역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먹으려고 김밥을 하나 사서 택시를 탔지만 왠지 먹기에 불편하다. 휴대폰을 넣은 종이 가방에 일단 넣었다. 차가 조금 막힌다. 피곤 했는지 어느새 잠이 들었는데 택시 기사님이 깨운다.

“손님~ 손님~”

“으…음… 어?”

“손님~”

“아~ 네~”

“다와가네요~ 피곤하신가 봐요”

“요새 직장 다니면 다 그렇죠 뭐~”

택시에서 내려 커피숍으로 가니 시간이 시간인지라 사람이 조금 많다.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누가 말은 건넨다.

“저기요~”

“네?”

“저 휴대폰?”

“아~ 김혜정 고객님 맞으세요?”

“네 저에요”

예쁘다. 평범하게 차려 입었는데도 꾀나 예쁜 얼굴이다. 면바지에 티셔츠와 점퍼 차림이다. 목도리를 엉성하게 매고 있는 모습이 센스가 있어 보인다.

“안녕하세요~ 우선 앉을까요?”

나보다 먼저 와 있었던 그녀가 잡은 자리로 앉으니 종업원이 온다. 커피를 시켰다.

“이거에요?”

가져온 종이 가방으로 시선이 간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기대와 설레는 표정이다. 내 또래 정도 되었을 것 같지만 귀엽게 느껴진다.

“네~ 여기~”

종이가방을 건네니 얼른 안을 들여다 본다. 검은 비닐 봉지를 꺼낸다.

“아~ 그건 제~”

“아 네”

건네준다.

“뭔데요?”

“아직 밥을 못 먹어서요~ 김밥이요~”

“어머~ 배고프셨으면 밥 먹으러 가시지~”

“아뇨~ 얼른 열어 보세요~”

아이처럼 좋아한다. 내가 주는 선물인양 고맙다고 하는 그녀가 예쁘다. 나도 따라서 기분이 좋아진다.

“후훗~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네? 뭘요?”

“뭐 그냥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그저 그런 핸드폰인줄 알았는데 좋은 거네요~”

“하하~ 요새 그런 사기 전화가 많긴 많죠? 저도 그래서 힘들어 죽겠네요~”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낯설지 않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여자다.

“근데 진짜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려고 진짜 나왔어요?”

“뭐~ 목소리 듣고 얼굴 한번 보고 싶어 지던데요?”

“네? 하하~ 실망해서 어떻게 하죠?”

“그러게요~”

“뭐 김혜정님도 미스코리아는 아니니까 비긴 걸로 하죠?”

“어머~ 저 미스코리아 출신인데?”

“에이~ 뻥치지 마세요~”

“어머~ 어머~”

“진짜에요?”

“아뇨~ 뻥이에요~ 히히”

“푸하하하하하”

“근데 친구들이랑 어디 가시는데요?”

“말하기 좀 그런데?”

“어머~ 여자들 있는 술집 가는구나?”

“아뇨~ 친구 생일이라 나이트요~”

“재밌겠다~”

“하하~ 같이 갈래요?”

“그래도 돼요?”

“에이~ 설마~ 진짜 따라올 생각은 아니죠?”

“뭐야아~”

절차상 가져온 경품 수령증에 그녀가 서명을 하고, 복사해서 와 달라는 신분증 사본을 챙겼다. 나보다 1살이 많다.

“완전 누난 줄 알았더니 쪼끔 누나네요?”

“내가 누나에요?”

“하~ 참! 당연하죠~ 누가 봐도 누난 줄 알겠구만~”

“아 니 거 든 요?”

“맞 거 든 요?”

말 하는 것이 귀엽다. 대화도 잘 통하는 것 같다. 그녀는 Web Design을 하는데 지금은 쉬고 있다고 했다. 이사를 했는데 몇 일 이사 일이 틀어져 짐은 이삿짐센터 창고에 있고, 몇 일 부모님의 집에 있다고 했다.

재미 있게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 놈들이 전화를 해댄다. 내가 없으니 재미가 없다나 뭐라나~ 뭐 솔직히 내가 간다고 해도 재미 있어질 것은 없다.

“그럼 저는 친구들이랑 쪼인 하러 이만~”

“나 델꾸 간다메~”

“내가 언제?”

“어머~ 나 그럼 집에 가?”

“도시락 싸가지구 다니면 친구들한테 혼나는데~”

“어머~ 말하는 것 봐~”

“오늘 재밌게 해주면 뭐 해줄건데?”

“뽀뽀 해줄께~”

거의 한 시간이나 농을 하다 보니 말도 놓게 되었고, 대화도 자연스러워 진 탓일까? 이상한 제안을 해 온다. 솔직히 나이트에 가서 즉석만남을 한다고 해서 이 만한 미인과 역일 확률은 거의 없다.

“오케이~ 약속 지켜~”

“잠깐 나 친구랑 요 앞에서 보기로 했는데 친구랑 같이 가도 돼?”

“뭐야~ 도시락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

“대신 엄청 이뻐~”

“웃기시네~ 여자가 여자 칭찬하는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진짜야~”

“그럼 얼굴 보고 진짜 예쁘면 그 친구만 데리고 가야겠다”

일어서면서 농을 던지니 가슴팍을 때린다.

“너 못됐다?”

“농담이야~ 누나도 예뻐~”

그녀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동안 좀 우스웠다. 경품 때문에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웃긴다. 실실 거리면서 따라오는 내가 이상해 보였을까?

“뭐가 그렇게 좋아?”

“아니 웃기잖아~ 경품을 이렇게 직접 주는 것도 웃기고~ 또 같이 나이트라니~ 킬킬”

“호호~ 하긴~ 아! 저기 있다”

달려가는 그녀의 방향을 보니 먼 발치에서 여자 한 명이 반기며 온다. 상당한 미인이다. 짧은 플레어 스커트에 짧은 코드를 입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머~ 누구?”

“아는 친구~”

“친구? 야 니 친구 내가 다 아는데~ 누구야?”

그녀들을 끌고 택시를 타고 나이트를 오는 동안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설명을 했나 보다. 택시 뒷자리의 그녀들이 힐끗 거리면서 나를 보면서 서로 귓속말을 한다. 그러더니 그녀의 친구가 살짝 시비를 건다.

“경품 준다고 여자 이렇게 꼬셔내도 돼요?”

“네? 뭘 꼬셔내요~ 심심하다고 자기가 간다고 했는데~ 뭐 안 내키시면 그냥 가셔도 돼요~”

“어머~ 쫌 세게 나온다~”

“낮에도 밤에도 24시간 쎄요~ 전!!”

“어머 어머~ 선수 같은데? 야 너 친하게 지내면 안 되겠다~”

혜정이는 뭐가 재미 있는지 깔깔대면서 웃기만 한다.

“에이~ 뭐 선수가 선수 알아본다고 그 쪽이 선수 잡는 프로 아니에요?”

“어머~ 말하는 것 봐~ 완전 선수네~ 그리구 그쪽이 뭐에요~ 이민기씨!!”

“아~ 미안해요~ 이름이 뭐에요?”

“지연이요 주지연”

“주지연? 이름 때문에 어렸을 때 놀림 좀 받았겠는데?”

“야~ 하지마~ 얘 그거 되게 싫어해~”

혜정이가 나선다.

“아~ 쏘리 쏘리 그럼 그냥 지연씨라고만 할께요~”

택시에서 내려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가니 만취했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말짱하다. 예상대로 방을 잡아 노래를 부르는 녀석,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녀석, 술만 먹고 있는 녀석, 가지가지다.

즉석만남을 하던 여자 2명이 도시락들을 보고는 이내 나가버린다.

“어머 우리 때문에 여자분들이 다 나가버린다~”

“못생겨서 언제 나가나~ 했어요~ 이쪽으로~”

작업을 하던 만이 녀석이 너스레를 떨더니 지연이를 잡아 끈다. 역시나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놈이다. 게다가 지연이 정도의 미모라면 녀석이 환호를 했을지도 모른다.

혜정이는 내 옆자리로 온다. 다들 소개를 해 주고 술을 한잔 두잔 돌리기 시작한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즉석만남도 가졌다. 어디 갔는지 혜정이와 지연이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즉석만남을 하러 갔나 보다.

어리기만 하지 못생긴 애들만 들어와서 짜증이 나는 찰나에 꽃 미녀를 웨이터가 데려온다. 얼른 내 옆자리에 앉혀준다. 아까 팁을 주길 잘 했다.

“와~ 언니 몇 살?”

“22이요~”

“와~ 열 여덟 갔은데~ 벌써 22이나 됐어? 인제 뭐 다 알 나이네~ 친구들 몇 명이야?”

술을 따라주면서 이것 저것 캐 보았다. 친구들 셋이 왔단다. 한참 놀 나이다. 대학생이고 남자친구랑은 어제 싸우고 헤어졌단다. 사랑 싸움일 것이다.

“언니~ 다 예쁜데 눈은 다시 해야겠다~”

“어머~ 오빠 의사에요?”

“응? 의사는 아닌데~ 눈은 다시 해야겠는데?”

“에이~ 내 눈이 왜요?”

슬슬 작업을 걸어 본다. 성형을 핑계로 그녀 얼굴도 만지고 손도 만지면서 한참 작업을 하는데 혜정이랑 지연이가 들어온다. 귓속말을 하던 나를 보더니 둘 다 웃는다.

“언니~ 이 오빠 선수야~ 조심해~”

“호호~ 왜요?”

“딱 보면 모르겠어?”

“모르겠는데요? 난 맘에 드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여자들에 대한 오기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땡큐다.

“나두~ 나두 완전 맘에 들어~”

“오빠 이 언니들 누구야?”

“응 친구~”

“같이 온 거야?”

“응~ 우리끼리 2차 갈까? 니 친구들 어딨니?”

“몰라 이년들이 부킹 하느라고 연락도 잘 안돼~”

“연락해봐~ 소수 정예로 가라오케나 가자~”

“정말?”

더 놀러 가자는 이야기에 솔깃한 여자애가 전화를 하는 사이 지연이가 옆자리로 온다.

“야~ 선수~ 한잔 받아~”

“어? 응~ 야 어디 갔었냐? 괜찮은 남자들 없디?”

“야 잠깐 자리 비우자 마자 작업질이냐?”

“초치지 말아 주라~ 투투 란다~”

“투투?”

“스물 둘”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면서 두번 내밀어 강조하면서 따라준 술을 들이켰다.

“으이그으~”

“왜~ 괜찮은 놈들 없어? 왜 그냥 왔어? 전화번호 날리고 빠져 준거야?”

“야 재미 없는데 혜정이랑 셋이 나가서 한잔 더 하러 가자~”

“투 투 는 어쩌고~”

“진짜 이러기야? 데리고 왔으면 책임을 져야지~”

“투투 보내고 너네랑 놀면 뭐해줄껀데?”

“뽀뽀 해줄께~”

친구는 친군가 보다. 날리는 멘트가 비슷하다.

“됐거든요~ 난 오늘 투투랑 쇼부 볼랜다~”

“아 진짜~ 금 몰 바라는데?”

“오늘 같이 있어 주든지~”

투투에게 정신 팔린 나는 완강하게 거부하는 조건을 날렸다. 분명 됐다면서 여기서 술이나 마시다가 저희들끼리 갈 것이다.

“그래~”

나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지연이를 봤다. 뻔뻔하게 맥주를 홀짝인다. 사실 투투는 딱 봐도 화장빨이다. 나이가 어리고 것 모습만 맛있어 보이지만 오늘 먹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고 또 먹는다 해도 원나잇이거나 돈만 들고 공만 들였지 성과가 별로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혜정이도 예쁘지만 왠지 섹시한 느낌의 지연이는 정말이지 미인이었다.

“콜~ 야 너 약속 지켜라~”

투투는 친구들이 연락이 안 된다면서 불러 오겠다는 것을 전화번호만 따고 방생해 주었다. 몹시 서운한 표정이지만 뭐 상관 없다.

혜정이는 심심한지 어느새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연이가 혜정이를 불러 먼저 간다면서 인사를 하고 나가버린다. 나도 뭐 솔직히 별로 재미는 없다.

슬그머니 빠져 나왔다. 녀석들이 나중에 타박을 할게 뻔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그녀들을 태우고 서래마을의 단골 술집으로 갔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어간다. 서래마을 에서는 정말 재미있었다. 혜정이 와는 말이 잘 통하는 것을 알았지만 지연이도 친구여서 그런지 둘 다 쿨~ 하다. 농담을 하면서 술을 비우다 보니 얼큰하게 취한다. 혜정이는 벌써 취해서 해롱대고 있었고 지연이는 술이 센지 말짱해 보인다.

“야~ 나 술 더 못하겠고~ 힘들다~ 우리 약속이나 지키러 가자~”

말 없이 소주를 한잔 들이키는 지연이가 나를 본다. 말 없이 한 1분은 본다. 나도 같이 바라 봤다. 시끌시끌 한데도 나는 왠지 정숙하게 느껴진다.

“그래~ 가자~”

하더니 일어나 계산을 하려고 한다. 말리면서 혜정이를 챙기라고 하고는 계산을 하고 나오니 혜정이가 걱정이다. 지연이가 택시를 태워 보내겠거니~ 생각 하고 있었는데 택시를 잡더니 혜정이를 태우고 저도 탄다.

‘속은 건가? 저게~ 왜 저도 타는 거야?’

씁쓸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데 택시 문을 탁 하고 닫았다가 창문을 내린다.

“야~ 약속 지키러 가자며~ 왜 안타~”

정말 약속을 지킬 심산인가 보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걸까? 일단 택시 앞자리에 탔다. 그러더니 XX아파트로 가자는 것이다. 저희 집인가 보다. 혼자 사는 것인가? 혜정이가 술이 취했지만 솔 껄끄럽다. 묻지 않고 얌전히 앞자리에서 자지에 힘을 줘 보았다. 술을 많이 먹어서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된다.

꿈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아파트에 도착했고 지연이의 집으로 들어갔다. 처음 와보는 아파트다. 꾀 넓다. 아니 많이 넓다.

혜정이가 정신이 좀 돌아오나 보다.

“응? 나 집에 갈래~”

아싸~

“야 지금 가면 니네 아빠한테 나만 욕먹어~ 니네 집에 내가 전화 했으니까 여기서 자~”

지연이가 초를 친다.

혜정이와 나만 소파에 남겨두고 방에 들어가더니 물소리가 들린다. 아마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 뻘쭘하게 앉아 있는데 혜정이가 웃으면서 말을 건다.

“야~ 오늘 너 때문에 재미있게 놀았다~”

“뭐 나이트에서는 나랑 별로 말도 안 섞더만~”

“뭐 그래두~ 아무튼 재밌었어~”

“그랬으면 다행이고~”

“히히~ 일루와~ 뽀뽀 해줄께~”

잠시 고민된다. 뽀뽀를 거부하면 혜정이가 날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그리고 뽀뽀를 하다가 지연이가 보게 되면 오늘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야~ 무슨 뽀뽀는~”

안전하게~ 계획대로~

혜정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안기면서 입을 들이민다. 거부할 수가 없다.

받았다. 혜정이가 내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빤다. 흥분된다. 혀를 넣었다. 혜정이가 받아준다. 재미있다. 혜정이는 키스를 재미있게 하는 아이다. 그렇게 조금 길게 키스를 했다. 이제는 떨어져야 할 시간이다. 물소리도 조금 전에 끊겼다.

갑자기 혜정이가 내 아랫도리에 손을 얹더니 슬슬 문지른다. 선택의 기로에 선다. 혜정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찌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러는 사이 혜정이가 갑자기 입술을 떼더니 소파 아래로 내려가 나를 올려다 보면서 살짝 웃어준다. 예쁘다. 얼굴에 장난끼가 가득하다.

살살 문지르던 손이 두 개가 되었다. 그러던 혜정이가 지퍼를 연다.

‘어라?’

지퍼 속으로 손을 넣더니 뭘 하나 가지고 나온다. 오른 손으로 꽉 쥐어 흔들흔들 만져준다. 눈은 계속 나를 보면서 웃고 있다. 급속하게 팽창한다. 혜정이가 고개를 떨구더니 입으로 물어온다. 고개가 절로 뒤로 젖혀진다.

좋은 기분이다. 혜정이가 빨면서 허리띠를 풀고 바지 단추를 열더니 바지를 내리려고 한다. 엉덩이를 들어 바지를 내리니 다시 팬티를 다시 내리려고 한다. 다시 엉덩이를 들어 주었다.

열심히 빤다. 아니 잘 빤다. 빨고 있는 단발의 혜정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개를 들다가 깜짝 놀랐다. 짧은 반바지에 나시를 입고 지연이가 팔짱을 끼고 이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러더니 이내 제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아 씨발 몰라~ 몰라~’

이런 생각을 하는데 혜정이가 입을 떼면서 나를 다시 올려다 본다. 웃어준다. 예쁘다.

내 갑자기 일어나 내 손목을 잡고 어느 방 문을 연다. 방은 아니고 욕실이다. 혜정이는 나를 나는 혜정이를 벗기고 우리는 함께 샤워를 하면서 서로를 빨았다. 날씬해 보이긴 했지만 몸매가 좋다. 면바지에 티셔츠 속으로 감추기에는 아까운 몸매다.

그렇게 샤워를 하고 우리는 벌거벗은 채로 나와서 다시 소파에서 서로를 빨았다. 혜정이가 내 위에서 나를 물었고, 나는 아래에서 혜정이의 꽃 맛을 보았다.

그러는데 누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지연이다.

“맛있냐?”

지연이 목소리를 들었는지 혜정이가 내 것에서 입을 떼고 돌아본다. 화들짝 놀란다.

“지연아~”

“니들 남에 집 소파에서 뭐하냐? 들어가서 해라~”

하더니 돌아 앉아 TV를 켠다. 눈치만 보는 나를 혜정이가 일어나 잡아 끌어 지연이 방으로 들어간다. 이내 문을 닫더니 킥킥댄다.

“히히~ 야 니네 나 자는 동안 하기로 했다며?”

“뭐?”

“근데 내가 먼저 가로챘지롱?”

“야 친구끼리~ 웃기는 애들이네~”

어이없어 하는 나를 침대로 끌어 눕히더니 다시 그 자세가 된다. 입으로 물어오는 혜정이의 스킨쉽이 좋다. 나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고 눈 앞에 있는 혜쩡이 꽃잎으로 얼굴을 박아버렸다.

한참이나 빨다가 혜정이가 내 위로 올라왔고, 위에서 흔들어대는 그 애를 다시 눕혀서, 옆으로, 뒤로 처 박아 버렸다. 사정을 할 때쯤에는 그 애가 얼른 몸을 빼더니 손으로 마무리를 해준다. 술집여자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능숙하다. 섹스도 잘 맞는다. 그녀는 작지는 않지만 물이 적당하고 조임이 좋았다.

그렇게 섹스를 하고 혜정이는 지연이 방에 딸린 욕실에서 씻고 나왔고 나도 뒤따라 들어가 씻고 나왔다. 오래 씻지 않았는데 나오니 혜정이가 새근새근 자고 있다. 자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옆에 누워 자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뒤가 구리다. 욕실에 있던 큰 타월을 허리에 두르고 문을 조금 열어 밖을 보았다.

지연이는 여전히 TV를 보고 있다. 왠지 미안해진다. 살짝 나와서 옷가지를 줍는데 지연이가 고개를 돌린다.

“야~ 맛있디?”

“응? 뭐가?”

웃으면서 대답하는데 지연이가 벌떡 일어나 옷을 줍느라 허리를 굽힌 나를 몸으로 밀친다. 벌러덩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타월도 벗겨졌다.

“맛있었냐고~”

“왜 그래에~”

“뭐 왜 그래?”

화가 좀 난 모양이다. 그러게 혜정이를 집으로 돌려 보내든지… 데리고 온 것은 내가 아니다. 나도 조금 화가 난다. 타월을 추스르면서 일어났다.

“그래! 맛있다~ 됐냐?”

“미친 새끼~”

뭐 좀 욕을 먹어도 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혜정이를 따먹었으니 괜찮다.

“미안하다~ 뭐 그렇게 됐다~ 누가 오자마자 씻으래냐?”

“뭐 맛있어?”

입을 앙 다물면서 다가오더니 타월을 확 벗겨내고는 손으로 불알을 잡는다.

“아~~아~~!! 야~ 야~ 이거~ 야~”

고통스럽다.

“맛있어? 이 미친 새끼가 말하는 것 좀 봐~”

“야~ 이거 좀~ 미안! 미안! 이거 좀 놓고~”

상당히 고통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놓아주고는 다시 TV 앞에 앉아 TV를 본다. 미안해진다.

다시 타월을 주워 허리에 감고는 소파에 앉아 허리를 숙여 지연이 어깨를 잡고 귀 뒤로 말을 건넸다.

“미안하다~ 너 안 보이는데 혜정이가 달려들더라~”

확 고개를 돌려 째려보는데 눈물이 조금 고여있다. 더 미안해진다.

“내가 저년한테 분명히 얘기 했는데~ 니네 어쩜~”

한참이나 달래고 함께 소파에 앉았다. 내심 궁금해졌다.

“그래~ 혜정이한테 뭐라고 했는데?”

훌쩍거리면서 고개를 떨구더니 말을 한다.

“너 맘에 든다고 오늘 우리집 데리고 와서 사고 칠거라고~”

“그랬더니?”

“그냥 웃더라고~ 자기도 오늘 첨 봤다면서 잘 해보라고~”

“근데 쟤는 왜 저러냐? 아까도 그냥 덮치더라고~”

“그치? 저런 년을 친구라고~ 흑흑”

달래는 내게 지연이가 안긴다. 화장을 지웠는데도 예쁘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아이다. 다시 자지에 힘이 들어간다. 금새 티가 나는 타월이 불룩해진다.

“넌 이 상황에 이러고 싶냐?”

하더니 불룩 솟은 타월을 탁탁 하고 두 번 친다.

“하하~ 그러게~”

멋 적어 웃는 내게 지연이가 입술을 덮는다. 조금 울어서인지 입 속에 침이 많다. 키스하던 나를 밀치고는 다시 타월을 젖히더니 자지를 잡는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소파에서 지연이와 섹스를 했다. 처음 봤을 때처럼 혜정이 보다는 훨씬 말랐는데도 볼륨감은 혜정이 보다 더 있다. 얼굴도 예쁘지만 몸매도 그에 못지 않다. 장난처럼 섹스하던 혜정이와 다르게 지연이는 최대한 느끼면서 섹스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빨아먹고, 쑤셔 먹고, 부딪혀 먹었다.

혜정이 보다 길고 천천히 우리는 거실에서 TV를 켜 놓은 채로 섹스를 하고는 건너방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잤다.

내가 혜정이에게 경품을 준게 아니라 혜정이가 내 경품이었고 그 애는 나와는 다르게 또 다른 경품도 주었다.


에필로그
그 다음날 나는 지연이와 혜정이 둘 모두와의 섹스를 꿈 꾸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지연이는 돌싱으로 그 집은 이혼하고 위자료로 받은 집이었고, 혜정이는 남편과 싸우고 친정 집에 며칠 있는 동안 생긴 일이었다. 나는 지연이와 그 뒤로 2개월 정도 사귀었고 혜정이는 가정으로 돌아갔다. 지연이와 사귀면서도 가끔 혜정이를 볼 수 있었는데(사실 그 남편도 만났고 남편과는 지금도 가끔 얼굴을 보는 사이다.) 혜정이를 다시 안을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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