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 상편

CHANGE.




고등학교도 거의 꼴찌하다시피 졸업한 수근은 2년이 넘도록 백수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집안도 변변치 못해 당장 취업이라도 해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건만, 볼품없는 체격과 작은키,
그리고 괴물같은 얼굴은 3D업종이라 불리는 힘든일을 시키는 회사에서도 번번히 퇴짜맞기가 일수였다.


하다못해 군대라도 가면서 잠시라도 시간이나 때우면 또 좋겠지만,
이놈의 저주받은 몸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신검을 받으러 가서도
허리 디스크에 하체 부실. 대인 기피증, 조기흥분 증후군, 성격 장애등
남들은 하나 받기도 힘든 군면제 사유가 줄줄이 내려져 신의 아들 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런 수근에게 있어 유일한 낙은
간간이 공사판에 몸이 허락할 때까지만이라도 짬짬이 알바를 해서 돈을 모아
안마 시술소에 가는것이 유일한 기쁨이었다.


그가 자주가는 곳은 화양리에 있는 안마소였다.
처음엔 강남권도 기웃거려 보고, 장안동, 청량리등등 안마소로 유명한 촌들은
모두 누벼보았지만, 대놓고 거절당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무시하게 생긴 억센 청년들에게도
간혹 맞아가면서, 겨우 수근을 받아주는 안마소를 찾아 정착한 곳이 바로 화양리였다.


예전과는 달리 화양리는 단속이 유달리 심해지면서, 점차 안마소들의 규모가 감소해
영업 부진이 큰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수근이 그 화양리의 안마소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를 싫은 내색없이 받아주는 민정이가 그 곳에 장기근무하고 있었던 것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수근은 늘 민정에게 별도의 팁을 주어 가면서 그녀의 고마운 서비스를 느꼈고,
그런 돈의 위력때문인지, 민정은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수근에게 늘 황홀한 만족을 안겨주었다.


그런 민정에게 수근은 다음에 올때 기가 막힌 물건들을 가지고 오겠노라고 자랑했다.
그것은 일본제 못지않게 성능이 매우 우수했던 독일에서 만든 페니스가 2개 달린 전동 딜도였고,
또 하나는 손목에 차는 전동 모터,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께와 돌기가 유난히 두드러진 달콤한 콘돔이었다.


' 헉... 오빠.... 다음에 오면 아주 나를 죽이겠네?? '
' 그.... 그치?? 기대돼?? '
' 우움... 난 그냥 하는게 좋은데... '
' 다음주 수요일날 저녁에 올께... 그날 안쉬지? '
' 그.....글쎄에.... 한 주를 통째로 쉴까 하는데.... '
' 헉 그래?? 그럼 그 다음주에 올까?? '
' 으... 으응... 그래... ^^;; '
' 그럼 그 다음주 월요일날 올께 ^^ 월욜은 좀 한가하니까 괜찮겠다 ^^ '


그렇게 수근은 민정과 예약까지 걸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한채 화양리의 단골 안마소로 향했다.
자동문이 열리고, 하얀 다리를 드러내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카운터의 실장은
손님이 들어선것을 반갑게 맞이하려다가 단골인 수근인것을 알아채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 으음.... 왔어?? '


수근은 다른 손님과는 달리 늘 차갑게 대하는 실장이 못마땅했다.
씨발.... 내가 뼈빠지게 돈벌어다 여기에 갖다 바치는게 얼만데.... 게다가 현금 박치기만 하고...
하지만, 오늘은 모처럼 각종 기구들까지 지참하면서, 꿈에나 그려보던 색다른 거사를 치루는 날인데....
참아야지......


수근은 미리 준비한 현금을 카운터에 내면서, 민정을 호명했다.
하지만 실장의 표정은 걱정스럽도록 어두웠다.


' 어쩌지? 아직 안왔는데.... 오늘은 다른 언니 하면 안되겠어? '
' 헉.... 오늘 약속까지 했는데.... 안나온데요? 다른 사람은 싫은데?? '
' 음..... 그럼 방에 가서 기다릴래? 조금 있으면 나올꺼야.... '


실장은 한숨을 내쉬며 수근을 방으로 조용히 안내하고는, 몰래 관리팀장을 불러내었다.
말이 관리팀장이지, 한마디로 가게의 우환을 책임지는 어깨가 꽤 떡 벌어진 양아치였다.


' 아무래도 안되겠네..... 재때메 민정이마저 나가면 영업에 큰 손실이야...
개가 그래도 사람들한테 살갑게 서비스도 잘하는앤데... '
' 그럼 저 자식 이제 못오게 손좀 볼까? 단골인게 좀 아까워도.... '
' 그래.... 그냥 아깝다 생각말고, 우리 애들 생각해서도 이젠 좀 내쫒자.... '
' 알았어요 누님... 내가 알아서 해결할께... '
' 너무 아프겐 하지 말구.... 요샌 인터넷이다 뭐다 해서 소문이 금방 도니깐... 그것만 막아줘... '
' 걱정말아요... 알아서 한데두... '


관리팀장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근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수근은 영문도 모른채 관리팀장에게 몇대 걷어차이고는 머리칼을 잡힌채로 조용히 뒷문으로 끌려나갔다.


' 너 이 변태자식!! 너때메 관둔 우리 애들이 몇명인줄 알아?? '


한적한 골목 귀퉁이에서 무자비한 둔탁한 소리가 들리면서 수근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추렸고,
그렇게 불쌍한 모양새에도 관리팀장은 꿈쩍도 하지 않으며 계속 수근의 몸을 구타했다.


' 그렇게 오지 말라고 좋게 얘기해도 말이지... 왜 맨날 지랄이고 지랄이.... '
' 아욱... 욱... '
' 민정이 갸가 착해서 일도 잘하고 좋은앤데... 너 때메 또 한 명이 가게 그만뒀잖아 이 새끼야... '


계속되는 건장한 사내의 구타에 메마른 사내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메달렸다.


' 아아... 알았어요.... 안올께.... 안오면 될거 아니에요!!! '


수근은 민정이 그만뒀다는 말을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저 오늘의 거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민정의 바램이
이런 쓸데없는 멍청한 구타로 이어진거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냥 싫다고 하면 그만이지,
왜 사람을 때려가면서까지 이런 부당한 방법을 쓴건지....


오랜 시간동안 왕따와 버림, 폭행에 익숙해져 있던 수근은 괜시리 눈물이 났다.
그래도 민정은 다른 여자와는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서러움의 감정이었다.
수근은 길을 가다 만난 구멍가게에서 참이슬을 꺼내어 들고, 인근에 있는 대학교안으로 들어섰다.


교정안에는 꽤 운치있는 일감호수가 있었고, 그 호숫가를 서로 손잡고 한바퀴 돌면,
사랑이 영원해진다는 속설이 전해져, 주변에는 서로 부둥켜안다시피 끌어안으며 데이트를 나누는
젊은 남녀들이 부지기수였다.


수근은 씁쓸한 감정을 느끼며 나홀로 호숫가에 걸터앉아 병째로 쓰디쓴 소주를 들이켰다.
안주도 없이 두어병쯤 병이 뒹굴무렵, 수근의 눈가엔 촉촉하게 눈물이 아렸다.


가난하고, 못생기고, 키작고, 체격도 왜소하고, 거시기마저 작고, 조루증세까지........


그런 서글픈 수근의 마음에 동조라도 하듯 하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에 다정하게 아옹다옹 데이트를 나누던 남녀들은 서로 뜀박질을 하며
피신하기 시작했지만, 취기에 몸을 갸누지 못하던 수근은 그냥 그대로 벤치에 뻗어 누웠다.


바지 주머니에 두툼하게 넣어둔 전동딜도들이 수근의 몸을 압박했고,
그것이 거추장스러웠던 수근은 홧김에 거액의 돈을 주고 구입한 3종 세트들을 호숫가 속으로 던져버렸다.


' 아아.....이 시팔....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 '


그리곤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폭우만큼이나, 수근은 갑자기 펑펑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처절하도록 서러운 한스런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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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이봐 젊은이!!! 일어나라구!!! 정신차려!!! '



엄청난 폭우임에도, 술기운에 미쳐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뻗어버린 수근은
누군가의 외침에 잠에서 깨어났다.


술만 마시면 나타나는 지끈거림과 맹한 갈증이 머리를 아프게 했다.


' 허참... 이제서야 깨어나는구만... 지독하네.... '


둔탁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노인네의 음성에 수근은 고개를 들었다.
길고 뽀족한 얼굴형에 대머리. 그리고 캄캄한 밤인데도, 캄캄한 선글라스를 낀
노인네가 수근의 곁에 서 있었고, 그 옆에는 고운 어깨선을 완전히 들어낸
아찔한 탑과 핫팬츠를 입은 무척이나 생기발랄하면서도 섹시한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도 아니고, 백발 수염이 가득한 선글라스를 낀 대머리 할아버지와
손녀뻘은 됨직한 섹시한 젊은 여자라니.......


수근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어이없는 조화를 이룬 커플을 바라보았다.


' 누..... 누구세요??? '
' 나??? 나 몰라??? 나..... 무천도사여..... '
' 네???? '
' 흠.... 무천도사 몰라? 무천도사?? 아씨... 이게 쪽팔리게..... 나를 못알아보네... '



' 헉!!! 저...정말... 당신은 무천도사!! '
' 그라지..... 이제야 알아보는구먼!! 예끼!! 젊은놈이 그렇게 시력이 약해가지고는.... '
' 다...당신이.... 어..어떻게... 여기에???? 어떻게???? '
' 아아... 어디가서 날 봤다고 자랑 하진 말고.... 얼른 우리 볼일이나 보자고.... '


아직도 꿈이었는지 믿겨지지 않는 수근의 휘둥그레진 두 눈빛에도 무천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봉지속에서 부스럭부스럭 요상한 물건을 꺼내보이며 물었다.


' 자네가 아까 저 호수에 먼 물건들을 빠트리던디..... 이게 그 물건인가?? '
' 그... 그게 뭔데요? '
' 이거??? 아 이건 아닌가비... 이건 타임머신인디..... '
' 그...그건 제 물건이 아닌데요? '
' 아따... 야가 좋은 물건을 마다하네.... 그럼 이 것은? '


무천도사가 두번째로 꺼낸 물건은 지니의 램프같이 생김직한 작은 램프였다.
그것도 금빛이 휘황찬란한 램프가 아니라, 여자들의 나체사진으로 덕지덕지 치장된...


' 그럼 이것은 어떤가??? '
' 그... 그것도 제게 아닌데요!! 근데 그건 또 뭐죠? '
' 이건 소원을 빌어주는 램프여.... 아까 그거보다 더 좋아~~ '
' 그...근데 그건 제게 아닌디요.... '
' 아따.... 이것도 맘에 안드는가??? 쪼우아!!! 그럼 이것은 어때?? '


마지막으로 무천도사가 꺼낸것은 그냥 평범한 볼펜이었다.


' 그건 그냥 볼펜.....아닌가요? -_- '
' 그냥 볼펜이라니??? 아니 이 천하의 색정 무천도사가 그냥 볼펜을 갖고 다닐거가튼가?? '


무천도사는 버럭 역정을 내면서 수근에게 화를 냈다.
어찌나 소리가 우렁차던지..... 무천도사의 길쭉한 이마옆의 관자놀이에 핏발이 역력했다.


그 모습에 걱정스럽던 부르마가 큰 가슴으로 무천도사를 감싸안으며 위로했다.


' 참아요 영감.... 이러다 또 쓰러지겠네..... 간만에 타임머신으로 2007년의 한국에 왔는데...
거사를 치루기도 전에 흥분하심 안되요.... '


부르마의 야릇한 스킨쉽에 무천도사는 핏발을 거두며 금새 흥분을 참았다.


' 흠흠.... 이봐 젊은이!! 이건 말이여... 마법의 펜이여!!! 이걸로 아무 종이에다가
원하는걸 쓰면 정말 그대로 이루어지는..... '
' ........... ㅡ0ㅡ '
' 으음... 이 젊은이가 좀 이상하네.... 일케 좋은걸 보여주는데도 다 자기께 아니라고하고.... '
' 음....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나셔서는 지금 뭐하시는건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보여주신건 다 제 물건이 아닙니다만은... '
' 호오오~~ 그래??? 음홧홧홧홧..... 젊은이는 참으로 정직한 청년이로고세.... 음화화화 '
' -_-;;;; '


무천도사는 결심한듯 보따리속에서 두개의 페니스를 가진 전동 딜도와 두툼한 콘돔,
그리고 손목에 차는 모터를 한꺼번에 꺼내었다.
그것은 좀 전에 수근이 홧김에 호숫가에 던져 버린 3종 세트였었다.


' 헉.... 저걸 어떻게!!! 그거 다 제꺼에요 도사님!!! '


무천도사는 자신의 물건을 거둬가려는 수근의 손을 뿌리치면서, 빅 딜을 요구했다.


' 빅 딜이라니요... 그게 무슨말이죠??? -_-;; '
' 니꺼랑 내꺼랑 바꾸자고.... '
' -_-;;; '
' 못알아들었어?? '
' 도사님의 타임머신이랑 마법의 펜이랑 요술램프. 이렇게 세개를
제 전동딜도랑 콘돔이랑 모터로 바꾸자고요?? -_- '
' 그렇지!!! 어때?? '


수근은 어이없는 제안에 황당해했다......
하지만 저것이 정말 진짜라면, 수근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도대체 말도 안되는 불리한 조건으로 선뜻 바꾸자고 하는 난데없는 무천도사의 정체가 더욱 의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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