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그녀 - 중편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꺼냈다. 어댑터를 연결해놓고 다시 켰다. 트레이에서 CD를 빼어본다. 흰색의 CD에는 아무것도 씌여있지 않았다. 다시 넣고 동영상 플레이어를 실행시킨다.

『이은지4.avi』

불러온다. 스피커 볼륨을 최대로 올린다.

"하앗... 하앗.."

4번파일은 시작부터 다짜고짜 두 사람이 한데 어우려져 용을 쓰고 있는 영상이었다. 물론 둘 다 알몸. 한쪽에 놓여진 채로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로부터의 영상인지라 두 사람의 옆모습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헐떡거리는 신음과 비음이 풍부한 여자의 교성은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현장감을 전해준다.

"하앗... 하앗.. 자기야, 좀 더... 좀 더...."
"좀 더 뭐, 응? 말해봐."
"하앗... 흐음... 좀 더... 안아줘..."
"흐흐. 안아주는 것 만으로 되겠어?"
"아잉, 몰라."

쩌걱거리는 살의 마찰음과 출렁이는 시트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사실 나는 야동을 보긴 봐도 몰카류는 거의 보지 않았다. 보더라도 화면이 깨끗하고 모자이크도 없는 북미판이나 일본 AV유출본을 보는 편이었다. 몰카들이 자극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워낙에 화질도 안 좋고 뭐가 무엇인지 구별도 안 가는 상황에서 용만 쓰는 장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다지 땡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은 달랐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바로 내 앞에 앉아있던 여자의 생생한 출연본이 아닌가. 게다가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름대로 설레였던 나였다. 지금의 영상이 주는 쾌락에서 눈을 돌리기란 쉽지가 않았다.

"흐윽... 흐윽.. 은지야, 나... 싼다!!"
"하아아...."

남자, 그러니까 승우라는 녀석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를 끌어당겨 안는다. 질내사정인 모양이었다. 그녀 역시 두 팔을 내밀어 승우를 가득 끌어안는다. 두 사람은 그렇게 끌어안고 한참을 있는다. 잠시 후 승우가 은지로부터 떨어져나와 카메라쪽으로 가자 은지는 이불을 당겨 자신의 몸을 가리며 볼멘소리로 묻는다.

"이걸 꼭 찍고 싶어?"
"응. 내가 사랑하는 은지와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잖아. 그 사랑을 영상으로 담고 싶어."
"하긴 뭐...."

낮은 화질로 인해 제대로 보이진 않았으나 끝을 흐리는 은지의 표정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화면이 흔들리고, 조정되더니 어느새 5번파일로 넘어간다.

5번파일은 처음에 아무것도 없는 방을 비추더니 이내 방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새로운 인물이다. 승우가 아닌 어떤 남자였다. 그 남자는 벽장으로 스윽 들어가더니 방안은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게 된다. 얼마 후, 승우와 은지가 들어오더니 키스를 나누고 서로 옷을 벗기고 침대 위로 돌진한다. 아까 직접 만났을 때는 몹시 단정한 차림이어서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보니 은지의 가슴은 꽤나 큰 편이었다. 승우의 한 손에 한 쪽 유방이 채 다 잡히지도 않는다. 승우가 유방을 빨고 핥고 은지의 몸을 애무하고 은지는 침대에 누워 헐떡이고 있었다. 승우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져 있던 무언가를 짚어 은지에게 건넨다.

"이게 뭐야?"
"눈가리개. 우리 둘 다 이걸 쓰고 해보자."
"어휴... 이런건 또 언제 준비한거야. 지난번에는 하는거 비디오로 찍자고 그러더니...."
"이번엔 비디오 안 찍잖아. 응?"

저런 거짓말쟁이. 지금 찍고 있잖아!! 아마도 지금의 이 카메라를 방에 미리 숨겨져 있었던 것인 모양이다. 은지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승우의 제안대로 눈가리개를 눈에 두른다. 승우도 눈가리개를 쓰는 척 하더니 그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은지의 눈가를 만지며 눈가리개를 단단하게 묶는다.

"기분 어때?"
"이상해. 깜깜한 밤 같아."
"시각이 차단되면 오감중에서 다른 것들이 더 발달한대. 그 중에는 촉감도 포함되어 있지."

승우가 은지의 다리를 벌리고 머리를 가져간다. 이쪽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은지의 반응으로 보아 제대로 혀를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M자로 벌려진 다리의 중간에서 이리저리 용을 쓰던 승우는 삽입을 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벽장쪽을 바라보고 수신호를 하자 벽장문이 소리없이 열리고 아까의 남자가 살금살금 걸어나온다. 승우는 은지에게 말을 걸고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남자가 들키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이쪽, 카메라쪽으로 다가와 카메라를 집어 손에 든다. 그리고.... 그 남자가 은지의 몸위로 올라타는 것을 찍기 시작한다.

"어때... 눈 가리고 하니까? 응?"
"이상해... 평소랑 조금 달라..."

남자는 승우에게 눈짓을 보내고 은지의 몸에 올라탔다. 덜렁거리는 자지를 붙들고 조준한다. 승우의 침과 은지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살틈으로 자신의 살덩이를 밀어넣는다. 그 모습을, 승우는 아주 적나라하게 찍고 있었다.

"눈을 가려서 그럴꺼야. 응?"

저 치밀한 새끼.

승우는 은지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최대한 그녀의 가까이에서 말을 걸고 있었다. 은지의 보지를 박아대고 있는 남자 역시 최대한 숨을 죽이고 펌프질에만 집중한다. 은지는 자신의 몸에 들어온 자지의 주인도 제대로 모른채 꺄꺄거리며 흥분하고 있었다.

"하악.....하악...자갸....하악...하악...."
"헉...헉...좋아? 응?"
"응...평소보다...허억..더..단단...하악...."
"어때? 죽이지, 내 자지?"
"으응....흐흥.....자갸...느낌이...흐윽..."

무섭도록 치밀한 승우는 되도 않는 숨소리를 부러 자아내며 연신 은지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서 그의 손에 들린 카메라는 은지의 모든 것을 훑고 있었다. 애인이 아닌 다른 남자의 몸을 끌어안은 그녀의 손. 애인이 아닌 다른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는 그녀의 날씬한 다리. 애인의 것이 아닌 다른 자지가 꽂히고 있는 보지의 현장까지.

승우가 직접 박을 때는 찍을 수 없는 생생한 컷이 그대로 연결되어 고스란히 은지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그녀는 애인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그 순간을, 애인이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하응...하악...자갸...하악....."
"좋아? 응? 좋아?"
"좋아..."
"뭐가 좋은데?"
"하앙....하응....자기 꺼...흐윽...."
"내 꺼, 뭐? 정확히 말해? 응?"

은지는 헐떡이며 간신히 고한다.

"자기 자지.....자기 자지 너무 좋아.....흐응....흑...."

승우, 저 개새끼. 속으로는 욕이 치밀어오르지만, 이 순간. 내 자지를 아찔하게 흥분해오고 있었다. 아아, 이 나이 먹고 주책이다. 화면 속에 나오는 저 남자가, 마치 나인 것처럼 여겨진다. 아니, 나였으면 한다.

애인을 다른 남자에게 제공하고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 변태 승우가 나를 저 자리에 불러주었으면 한다. 나로 하여금 은지의 다리 사이를 향해 박아주게 하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부풀어 오른 바지 앞섬을 쓰다듬는다.

참다 못한 나는 전화기를 들고 내가 가끔 이용하는 곳에 전화를 건다.

"송이 있어요?"

전화를 받은 건 마담이었다. 그녀는 내 목소리를 알아차린 듯 곧 돌아온다고 대답했다. 젠장. 곧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지금쯤 어디서 이년도 좆물을 받고 있다는 소리잖아. 그렇지만 앞뒤 가릴 것 없는 나는 얼른 보내달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흐윽....."

남자는 자지를 뽑아 은지의 배에 대고 사정했다. 걸쭉하고 탁한 흰색 액이 은지의 배 위로 뿌려진다. 은지는 가쁜 숨을 가누지 못한다. 그녀의 배가 연신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것을 승우는 오래도록 찍고 있었다. 남자는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벽장 속으로 사라진 상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은지는 승우가 눈가리개를 벗겨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자갸? 흐응...응?"
"나... 서는데, 한번 더 박아도 돼?"
"으응? 쌌잖아...방금...."
"아씨, 너 오늘따라 진짜 꼴린다. 봐봐. 나 또 섰어."

승우는 은지의 손을 잡아다가 자기 자지를 만지게 했다. 은지는 더듬거리며 손을 뻗어 자기 애인의 자지를 만지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음... 오늘따라 이상하네? 똘똘이가 웬일이야?"
"웬일은, 오늘 은지 보지가 계타는 날이지."
"어휴, 저질."

승우는 카메라를 원래대로 숨겨놓고 은지의 몸 위에 올라탔다. 까르르 웃는 그녀에게 자지를 꽂아넣는 승우. 그와 그녀를 지켜보는 눈은 화면에 나오지 않지만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벽장 속의 그 남자와 지금 당장 저 화면 속에 뛰어들어가고 싶은 나.

때마침, 털털거리는 스쿠터 소리와 함께 송이가 도착했다. 근처 다방에 흘러들어온 어린 년인 그녀는 전화 한 통이면 이렇게 달려와 출장서비스를 마다않는다. 손을 뻗어 노트북을 닫아놓고 나가서 문을 열어준다.

"오랜만이네, 아저씨? 오늘은 어떻게, 손으로 해줘요?"
"아니. 하자."

송이는 얼굴을 찡그린다. 지 입으로는 스물 셋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스물도 안 된 앳된 년이다. 그렇지만 아랫도리는 헐만큼 헌 년이다. 이 동네에서 이 년 안 따먹는 놈이 있으면 고자 아니면 병신이다.

"콘돔 안 가져왔는데..."
"그냥 하면 안 돼?"
"아, 완전 짜증. 기다려요. 가게 가서 가져오게."
"아니면 요 앞 편의점에서 사오든가."
"아씨, 그런건 좀 전화로 부를때 미리 말을 하던가. 난 또 평소처럼 그냥 손으로 하면 되는 줄 알고...."

벌리라는 다리는 안 벌리고 툴툴거리기만 하는 모습에 나 역시 짜증이 난다. 대충 지갑에서 집히는 대로 만원짜리 두장을 꺼내어 쥐어주고는 돌려보낸다. 부풀었던 자지는 원래의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입맛이 쓰다. 다시 전화기를 들어 중국집에 볶음밥을 하나 시킨다. 시계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동영상 플레이어는 멈춰있었다. 승우의 좆질은 그다지 흥미가 없다. 다음 파일로 넘어간다.

"아이, 참. 이건 또 뭐야?"
"왜? 괜찮지 않아?"
"이상해."

이번에 은지는 엎드려 있었다.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굉장히 불안한 자세로 버티고 서 있다. 손은 침대 머리에 있는 나무 장식에 묶여 있었고 엉덩이만 뒤로 쭉 빼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 아래에 자리한 의외로 풍만한 그녀의 엉덩이는 무척이나 예술적이다. 환상적인 라인이 나타내는 뒷태는 아까 내가 명동에서 옷 위로도 확인했듯이 무척이나 꼴릿하다. 하물며 화면의 그녀는 이미 전라였다. 은지는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이건 또 뭐하자는 자세야?"
"원래 좀 불안한 자세에서 박아대는 게, 더 짜릿하다고 하더라. 책에서 봤어."
"대체 무슨 책을 보고 사는 거야, 자기는?"
"다~ 인생에 도움이 가득 되는 책이야."
"변태!"

그렇지만 은지는 이번에도 승우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자코 승우가 내미는 눈가리개를 받아들였다. 승우는 자세를 잡고 그녀의 뒤에서 좆을 겨냥한다. 카메라는 한쪽에 고정되어 있어 승우의 뒷모습이 은지의 엉덩이를 가리고 만다. 조금 안타깝다. 그렇지만 은지의 안타까운 비음에서, 승우의 삽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좋~아~ 그대로 앞뒤로 움직여."
"흐응.... 내가?"
"응. 오늘은 난 딱 가만히만 있는다."
"이상해에~"
"느끼고 싶으면 네가 앞뒤로 움직이라고!"
"히잉...."

앙탈을 부리면서도 은지는 앞뒤로 움직이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충분히 연상된다. 승우의 좆이 어떻게 박히고 있을지. 보이지 않는 은지의 보지가 어떻게 씹어대고 있을지 안봐도 훤할 지경이다.

"자꾸 빠져."
"그러니까 잘해보라는 거야."

은지는 투덜거리면서도 애인쪽을 향해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승우는 박아대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승우가 뭘 기다리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지난 파일에서 그러했듯, 그는 은지의 손을 묶었고 눈을 가렸다.

그리고 화면 바깥에서.... 누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둘이었다.

지난번 화일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방의 어딘가 숨어있었을 것이다. 승우의 애무와 은지의 요분질을 보면서 미리 자지를 세워둔 모양이다. 화면에 보이는 것으로 어림해도 대단히 육중하고 큼직한 좆이다. 승우는 그들이 다가오자 은지에게 좆이 빠졌다고 엄살을 부리며 뒤로 빠진다. 그리고 한 놈이 그대로 은지의 보지에 꽂아넣는다.

"하앙.......하악.....하윽.....자기야?"
"응? 어때?"
"뭐야... 뭐가.. 좀...."
"뭐가? 어떤데?"
"평소랑... 달라...이거...."

카메라를 들고 연결부위를 찍고 있는 승우는 아마도 웃고 있으리라. 벌름거리는 살이 딴 남자의 자지를 물고 있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애인은 말했다.

"내가 도깨비 콘돔이라고 하나 사왔거든?"
"하응......그게 또 뭐야..."
"자지에 끼우면 굵고 울퉁불퉁해지는 거야. 어때?"
"몰라..... 자기꺼 아닌 것 같애.....하응...."
"그래? 좋지?"
"몰라....흐윽...이상해......."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자지를 꽂아넣고 있으면서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승우를 보면서, 감탄 아닌 감탄을 하게 된다. 저 새끼를 당장 국회의원이나 국가 고위직을 시켜도 엄청나게 잘할 것 같다.

쩔컥거리는 좆질이 이어진다. 손은 대지 않는다. 그저 허리를 앞뒤로 쑤셔댈 뿐, 그러나 은지는 다리와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뒤에서 쑤셔대는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승우의 카메라는 그런 은지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아주 잘 담아내고 있었다. 엎드린 그녀의 출렁이는 가슴은 물론 흐트러진 머리카락까지도.

"또 다른 타입도 있어. 기다려 봐."
"흐응....뭘 또...."

첫번째 남자가 뒤로 물러난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승우의 카메라가 줌인한다. 첫번째 남자는 아쉬워 하는 것 같았지만 승우가 제지하자 뒤로 물러났다. 두번째 남자가 앞으로 나선다. 승우의 카메라가 두번째 자지에 포커스를 맞춘다. 오, 세상에...

"자갸?"

텀이 길어지자 은지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애인을 불렀지만 승우는 자신이 아닌 것을 준비시키고 있었다.

"응. 지금 끼우고 있어. 기다려."

그것은 거의 흉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물건이었다. 자지에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울퉁불퉁한 것이 마치 괴물의 그것 같다. 굵기는 방금 전 꽂혔던 자지의 두 배에 가까웠고 거무튀튀한 것이 마치 경찰관의 곤봉을 연상케 했다.

"지금 넣을게. 좀 많이 다를거야."
"흐응...."

그런 것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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