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선녀열전(仙女列傳) - 4부
2018.04.14 21:31
선녀열전(仙女列傳)
4부
서산에 해가 질 무렵 전두석이가 사는 마을에 도착을 했다.
난생처음 보는 여자들의 무리가 마을로 들어서자 온 동네가 떠들 썩 하였다.
마치 금의환향을 하는 사람처럼 전두석이는 온 동네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정말로 오늘 아름다운 선녀님을 직접 보네”
“정말로 예쁘네!”
“그런데 두석이가 어째서 선녀님과 함께 왔지”
“그러게 말이야! 얼마 전에 자기 엄마에게 선녀님을 만나러 간다고 집을 나간 후에 소식이 통 끊겼다고
온통 집안이 울음바다가 되더니 이제 완전히 큰 잔치를 하겠네!”
“아니? 정말로 선녀님이 두석이네 집으로 들어가네!”
온 동네 사람들이 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려고 전두석이네 집으로 모두 몰려들었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돌아 왔습니다!”
전두석이가 자기 부모님께 큰 소리를 지르자 집안에서 아들이 산속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낙심을 하고
있던 전두석이 부모님들이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런데 같이 온 이 분들은 누구시냐?”
전두석이 아버지가 눈이 동그래지면서 영문을 몰라 자기 아들에게 물었다.
“네 바로 천마산 도원산장에 사시는 선아 아가씨입니다”
“응? 도원산장? 그러면 바로 그 소문이 자자하던 선아 선녀님이란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니? 이런 놀라운 일이 있나?”
전두석이 아버지는 너무나 놀라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았다.
“이런 귀하신 선녀님께서 누추한 저희 집으로 다 오시고”
자기 아들과 함께 온 선아 아가씨의 일행을 맞이하면서 전두석이 어머니는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른다.
“어머니! 오늘밤은 여기에서 우리 비연맹녀님을 모시고 하룻밤 유숙을 하고 가야할 것 같아요 그러니
저희들이 저녁 준비랑 모든 것을 할 테니까 아무 염려를 마시고 두 분께서는 편히 쉬고 계셔요”
송이가 전두석이 어머니를 보고서 마치 며느리처럼 말을 했다.
그러자 이런 송이의 싹싹한 말을 듣고 전두석이 어머니는 너무나 기분이 좋은지 흐뭇해하면서 대답했다.
“아이고! 어쩜 이리도 처녀가 곱고 착할꼬? 그래요 처녀가 다 알아서 해요”
마치 자기 며느리 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전두석이 어머니는 송이를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했다.
이런 광경에 전두석이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자기가 오로지 목표를 하고 추구하는 여자는 저 선녀같이 예쁜 선아 아가씨인데 자기 어머니는 송이를
마치 자기 며느리처럼 대하자 너무나 기분이 영 이상했다.
하긴 전두석이가 생각을 해봐도 자기가 살고 있는 이 근처에는 송이처럼 야무지고 예쁜 처녀가 없다.
만약 전두석이가 너무나 예쁜 선아 아가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송이에게 온통 정신이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두석이의 마음은 오로지 예쁜 선아 아가씨에게 모두 가서 있다가보니 송이에게 선뜻 마음이
돌려지지를 않는 것이다.
물론 송이가 자기와 결혼을 하자고 해도 당장에 얼씨구나 하고 좋아할 여자는 절대로 아니었다.
그 동안 그녀의 옆에서 지켜보아 온 바로는 송이는 아무 남자나 좋다고 덜렁 받아들이는 그런 성격이 절대로
아니고 자기의 주관이 너무나 또렷한 여자였다.
자기가 그녀에게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기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야무진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혹시나 선아 아가씨가 송이를 보고 너 저 총각에게 시집을 가라고 말을 한다면 그대로 이루어질
승산도 있기는 하다.
밤이 깊어지자 마당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그 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편안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토록 원하던 대로 전두석이는 자기가 사모하는 선아 아가씨를 자기 집에 모시고 온갖 정성을 다해 모셨다.
선아 아가씨도 이런 전두석이의 정성에 부담이 없이 받아들여 정말로 편안하게 잠을 잤다.
어쩌면 이것이 전두석이 생애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밤이었는지도 모른다.
날이 밝자 아쉬운 마음을 남긴 채 선아 아가씨는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전두석이 마음 같으면 선아 아가씨를 평생을 모시고 함께 살고 싶었지만 워낙 바쁘신 몸이라 하룻밤
자기 집에서 머문 것이 무한한 영광이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전두석이네 사립문을 나서니 온 동네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구름같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였다.
“언젠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이곳에 들러서 갈지도 모르니 그 동안 부모님 모시고 잘 지내도록 하여라.”
고운 눈길로 전두석이를 바라보며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네 그날을 꼭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두석이도 감격에 벅차서 눈물을 흘리며 대답을 했다.
나귀의 고삐를 잡은 송이도 그 동안 정이들은 아쉬움에 전두석이를 보며 말했다.
“좋은 부모님들이네요 꼭 잘 모셔요”
“네 송이 아가씨도 그 동안 몸 건강하게 잘 지내십시오.”
전두석이도 송이를 보고 작별의 인사를 했다.
전두석이의 마음 한쪽에서는 선아 아가씨를 따라 가겠다고 간청을 하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허락을 절대로
해 주지 않을 것을 다 아는지라 무척이나 안타깝지만 선아 아가씨와 작별을 할 수 밖에 없는 전 두석이었다.
어쨌든 그날부터 전두석이의 집은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유명해 졌다.
도원산장의 선아 선녀가 전두석이의 집을 찾아와서 잠을 자고 갔다는 이야기가 널리 널리 퍼졌다.
아득한 나그네의 길은 끝이 없고 개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멀다.
그러나 이들의 발걸음은 조금도 지칠 줄을 모르고 부지런히 산길을 걷는다.
한낮에 햇살은 나무 가지 사이에서 빤짝거리고 산새 우는 소리에 마음은 즐거웠다.
“옥녀(玉女)님! 여기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름다운 소나무가 울창하게 서 있는 곳에 이르러 비연맹녀(飛燕猛女)를 가까이서 따르던 문숙 낭자가
물었다.
옥녀는 선아 아가씨의 또 다른 별호(別號)이다.
“그래 그게 좋겠구나! 모두들 여기서 잠시 쉬어서 가자!”
비연맹녀의 말에 큰 소나무 근처에서 잠시 쉬느라고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짐을 실은 나귀를 소나무에
매던 옥자 낭자가 허겁지겁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맹녀님! 여기 소나무에 어떤 여자가 목을 매었습니다.”
“뭣이? 어떤 여자가 소나무에 목을 매었다고?”
옥자 낭자의 말에 비연맹녀는 반문을 하다가 얼른 옥자 낭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의 곁에 있던 다른 여자들도 비연맹녀를 따라서 갔다.
“어서 저 여자의 목에 맨 끈을 잘라라!”
급한 비연맹녀의 목소리에 여자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나무에 매달린 여자를 구출하였다.
다행히도 목을 맨 시간이 얼마 되지를 않아서 숨결이 붙어 있었다.
비연맹녀가 재빨리 혈도를 눌러서 막혀서 있던 목 부위를 회복시켰다.
목을 맨 여자를 자세히 살펴서 보니 나이가 어린 처녀 같았다.
처녀는 갑자기 자기를 살려낸 여자들을 보고는 무척이나 당황해 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 왜 나무에 목을 매었느냐?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에게 말해 보거라!”
위엄이 넘치는 비연맹녀의 말에 처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울고 난 처녀는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이내 자세하게 자기의 사정을 비연맹녀에게 낱낱이 다
이야기를 했다.
소나무에 목을 맨 처녀는 올해 열아홉 살 된 정 경화(鄭京華)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로 이 산골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정 경화의 오빠가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곳
마을에서 가장 세도를 부리는 박 재근(朴載根)이라는 사람의 며느리를 우연히 밤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러자 한 밤중에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가 깜짝 놀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지켜보다가 여자 쪽에서 먼저 정경화의 오빠를 알아보고는 말을 걸어왔다.
“어머나! 경수 총각 아닌가요?”
그러자 정경화의 오빠도 상대방을 알아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말을 했다.
“저어 우리 동네 박 첨지 댁의 아씨 맞지요 그런데 이 밤중에 혼자서 어딜 가십니까?”
그러자 박 첨지 댁 며느리는 정경화의 오빠에게 갑자기 흐느끼며 하소연을 하였다.
“저어 경수 총각! 오늘 밤 나를 만났다는 사실을 꼭 비밀로 해야 해요”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제가 지금 우리 시댁 사람들 몰래 도망을 가는 중이랍니다”
“이 밤중에? 도망은 왜요?”
“그 동안 시댁 식구들의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며 웬만하면 참고 살아 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멀리 도망을 가는 길이랍니다.”
“그래도 그렇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어떻게 이 밤중에 도망을 갑니까?”
“이제는 죽었으면 죽었지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가 없어요.”
“그래도 그 이유나 말을 해 주십시오.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 말입니다.”
“경수 총각하고 나하고 둘이만 이렇게 있으니 사실대로 말을 할 게요. 사실은 우리 남편이 성질이 매우
괴팍하고 사나워서 심심하면 나를 때리고 심지어 발길질도 하고 어떤 때는 몽둥이를 가지고 개를 패듯이
때리기도 했어요. 그러데 이런 남편의 행동에 시아버지나 시어머니도 모두 한 통속이 되어 제가 이렇게
죽을 고통을 당해도 그냥 본체만체 하면서 자기 아들 편만 들고요 오직 나 혼자만 죽어라고 두들겨 맞고
이제 도저히 견디다 못해서 도망을 가는 길이랍니다.”
“정말로 듣고 보니 너무한 집안이군요.”
“그러니 이제 저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동네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돼요”
“그럼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경수 총각에게만 특별히 이야기를 하는데 저어 보은(報恩)에 외숙모님이 살고 계시는데 그리로 갈까 합니다.”
“그런데 이 밤중에 여자 혼자의 몸으로 그 먼 길을 어떻게 갈려고 그러십니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무서울 것이 무어 있겠습니까?”
“그래도 아녀자의 몸으로 이 밤에 그 먼 길을 어떻게 가려고 그러십니까?”
한참 둘이서 이러고 있는 광경을 몰래 훔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 첨지 댁의 외동아들인 박 대수(朴大首)였다.
박 대수는 자기 아내가 밤중에 몰래 보따리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우연히 보고 몰래 뒤를 미행하다가
정경화의 오빠와 밤길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다 엿들었다.
성질(性質)이 본래 잔인하고 사악한 박 대수는 갑자기 엉뚱하고 추악한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지금 자기와 살고 있는 아내는 정경화의 오빠인 경수와 불륜을 맺은 사이라고 소문을 내어서
친정으로 쫓아버리고 그 동안 가끔 보아 온 경수의 여동생 경화를 이번 기회에 자기의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이었다.
이런 계획을 음흉하게 자기의 머리로 재빠르게 세우자 갑자기 두 사람에게 박대수가 불쑥 자기 몸을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온 마을 사람들이 들으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이런 나쁜 년 놈들이 있나? 그래 둘이서 내 몰래 도망을 치려고? 동네 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 봐라!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데 있나?”
자기 아내의 멱살을 잡고 고래고래 큰 소리를 지르니 갑작스런 박 대수의 이런 행동에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정 경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게 그대로 서 있었다.
박대수가 질러대는 큰 소리에 온 동네의 개들이 놀라서 짖어대고 고요한 밤중이라 그 소리는 온 마을
집집마다 다 들렸다.
잠시 후
박첨지는 자기 아들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자기 집에서 부리는 머슴들과 자기의 손발처럼 쓰는 떠돌이
불량배들을 모아가지고 현장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정경화의 오빠인 경수와 야간도주를 하려던 자기 며느리를 끌고 자기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아들인 박 대수처럼 두 사람에게 온갖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자기 집 곳간에다 같이 가두었다.
다음날
얼마 전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된 경수의 어머니와 그의 여 동생인 경화를 자기 집으로 불러들였다.
평소에 경수의 엄마에게 음심(淫心)을 품고 있던 박 첨지는 이번 기회에 아들과 함께 새 장가를 가려고 엉뚱한
마음을 품었다.
얼굴도 지금의 마누라 보다 예쁘고 나이도 젊은 경수의 엄마를 자기의 첩으로 삼으려는 속셈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을 내가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고 청주 댁의 아들이 내 며느리와 통정(通情)을 했기 때문이다.
곧 바로 관가에 알려서 그대의 아들을 물고(物故)를 내려고 했지만 오랫동안 한 마을에서 같이 살아 온 인정
때문에 차마 그러지를 못하고 그대를 부른 것이다.”
박첨지는 마치 큰 선심(善心)을 쓰는 것처럼 하더니 이내 그의 추악한 본색을 드러내었다.
“그래서 이 일을 무마하려면 아무래도 그 쪽 집안과 혼인을 맺어야 아무런 후환이 없을 것이니 그리들 알고
청주 댁은 나와 혼인을 하고 그대의 딸인 경화는 내 아들과 혼인을 하도록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집으로 돌아가
준비를 하고 있도록 해라”
“아니? 박 첨지 나리!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깜짝 놀란 경화 엄마가 박 첨지를 보며 항의를 하자 박 첨지는 보란 듯이 머슴들에게 자기 집 곳간에 가두어
두었던 경화의 오빠인 경수를 끌고 오라고 하더니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사정도 두지 않고 자기가 데리고
있는 불량배들을 시켜서 경수를 두드려 패게 하였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것처럼 경수는 아무리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무지막지한 박 첨지는
그를 잔인하게 계속하여 뚜드려 패기 시작 했다.
보다 못한 경수 엄마가 박 첨지에게 애원을 하다시피 하여 자기 아들이 매를 맞는 것을 겨우 그치게 하였다.
이리하여 박 첨지는 경수 엄마와 자기가 혼인을 하는 날에 경수를 풀어준다는 약속을 하면서 그를 다시 곳간에
가두어 두라고 했다.
“이런 천하에 나쁜 놈의 새끼가 다 있나?”
여태 것 경화 곁에서 이야기를 다 듣고 있던 미주가 화를 내며 분노의 소리를 질렀다.
“그래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느냐?”
비연맹녀가 경화에게 물었다.
“이제 내일이면 그 짐승 같은 박첨지 댁 아들 박 대수하고 제가 결혼을 해야만 한답니다. 그래야 우리 오빠도
살려 주고요 하지만 저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그 놈에게 시집을 가기가 싫어서 아무도 몰래 이곳에 와서
죽으려고 그랬는데 아가씨를 만나서 모진 목숨이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경화가 비연맹녀를 보면서 한탄에 섞인 말로 모든 이야기를 끝냈다.
“내일이면 너희 어머니도 박 첨지하고 혼인을 하겠구나!”
“네 저희 어머니도 그런 일이 있고나서부터 밤잠을 설치시고 괴로워하고 있답니다.”
비연맹녀의 말에 경화가 안타까운 현실을 사실대로 말했다.
산골처녀인 경화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에 비연맹녀는 부채를 든 채로 큰 소나무에 기대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옥자 낭자와 미주 낭자를 불렀다.
“너희 둘이는 지금 이 처녀를 데리고 마을로 내려가서 경화 어머니를 안심 시키고 절대로 자칫하여 자결을
한다든지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잘 지키고 있다가 내일 아침에 박 첨지 댁 사람들이 가마를 보내어
오거든 이 두 모녀를 가마에 태워서 보내고 곧 바로 이리로 달려서 오너라!”
“네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두 낭자가 그대로 따르겠다고 대답을 했다.
“나머지는 여기서 자리를 잡고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낸다.”
여기까지 말을 하고 난 비연맹녀는 아무 영문을 몰라 멍하게 있는 처녀에게 말을 했다.
“네 이름이 경화라고 그랬느냐?”
“네 경화이옵니다.”
비연맹녀의 말에 산골처녀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너는 내일 박 첨지가 말한 대로 그 집 아들과 혼인예식을 하도록 해라! 그렇다고 간악한 박 첨지와 그 아들을
내가 그냥 가만 놓아두지는 않을 것이니 너는 나만 믿고 내 말대로 하도록 해라!”
“네 아가씨만 믿고 그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산골처녀인 경화는 감히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엄이 넘치는 비연맹녀의 말에 그대로 순종을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옥자와 미주 낭자를 산골처녀와 함께 마을로 내려 보내고 나서 비연맹녀는 자기를 둘러싼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참으로 오랫동안 너희들이 갈고 닦은 솜씨를 내일은 박 첨지와 그의 악한 아들과 이들을 도우는 불량배들을
깨끗이 소탕하는데 사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각자 자기의 칼을 소중하게 잘 간수하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비연맹녀의 말에 그를 따르는 여덟 명의 여자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4부
서산에 해가 질 무렵 전두석이가 사는 마을에 도착을 했다.
난생처음 보는 여자들의 무리가 마을로 들어서자 온 동네가 떠들 썩 하였다.
마치 금의환향을 하는 사람처럼 전두석이는 온 동네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정말로 오늘 아름다운 선녀님을 직접 보네”
“정말로 예쁘네!”
“그런데 두석이가 어째서 선녀님과 함께 왔지”
“그러게 말이야! 얼마 전에 자기 엄마에게 선녀님을 만나러 간다고 집을 나간 후에 소식이 통 끊겼다고
온통 집안이 울음바다가 되더니 이제 완전히 큰 잔치를 하겠네!”
“아니? 정말로 선녀님이 두석이네 집으로 들어가네!”
온 동네 사람들이 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려고 전두석이네 집으로 모두 몰려들었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돌아 왔습니다!”
전두석이가 자기 부모님께 큰 소리를 지르자 집안에서 아들이 산속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낙심을 하고
있던 전두석이 부모님들이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런데 같이 온 이 분들은 누구시냐?”
전두석이 아버지가 눈이 동그래지면서 영문을 몰라 자기 아들에게 물었다.
“네 바로 천마산 도원산장에 사시는 선아 아가씨입니다”
“응? 도원산장? 그러면 바로 그 소문이 자자하던 선아 선녀님이란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니? 이런 놀라운 일이 있나?”
전두석이 아버지는 너무나 놀라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았다.
“이런 귀하신 선녀님께서 누추한 저희 집으로 다 오시고”
자기 아들과 함께 온 선아 아가씨의 일행을 맞이하면서 전두석이 어머니는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른다.
“어머니! 오늘밤은 여기에서 우리 비연맹녀님을 모시고 하룻밤 유숙을 하고 가야할 것 같아요 그러니
저희들이 저녁 준비랑 모든 것을 할 테니까 아무 염려를 마시고 두 분께서는 편히 쉬고 계셔요”
송이가 전두석이 어머니를 보고서 마치 며느리처럼 말을 했다.
그러자 이런 송이의 싹싹한 말을 듣고 전두석이 어머니는 너무나 기분이 좋은지 흐뭇해하면서 대답했다.
“아이고! 어쩜 이리도 처녀가 곱고 착할꼬? 그래요 처녀가 다 알아서 해요”
마치 자기 며느리 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전두석이 어머니는 송이를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했다.
이런 광경에 전두석이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자기가 오로지 목표를 하고 추구하는 여자는 저 선녀같이 예쁜 선아 아가씨인데 자기 어머니는 송이를
마치 자기 며느리처럼 대하자 너무나 기분이 영 이상했다.
하긴 전두석이가 생각을 해봐도 자기가 살고 있는 이 근처에는 송이처럼 야무지고 예쁜 처녀가 없다.
만약 전두석이가 너무나 예쁜 선아 아가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송이에게 온통 정신이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두석이의 마음은 오로지 예쁜 선아 아가씨에게 모두 가서 있다가보니 송이에게 선뜻 마음이
돌려지지를 않는 것이다.
물론 송이가 자기와 결혼을 하자고 해도 당장에 얼씨구나 하고 좋아할 여자는 절대로 아니었다.
그 동안 그녀의 옆에서 지켜보아 온 바로는 송이는 아무 남자나 좋다고 덜렁 받아들이는 그런 성격이 절대로
아니고 자기의 주관이 너무나 또렷한 여자였다.
자기가 그녀에게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기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야무진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혹시나 선아 아가씨가 송이를 보고 너 저 총각에게 시집을 가라고 말을 한다면 그대로 이루어질
승산도 있기는 하다.
밤이 깊어지자 마당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그 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편안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토록 원하던 대로 전두석이는 자기가 사모하는 선아 아가씨를 자기 집에 모시고 온갖 정성을 다해 모셨다.
선아 아가씨도 이런 전두석이의 정성에 부담이 없이 받아들여 정말로 편안하게 잠을 잤다.
어쩌면 이것이 전두석이 생애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밤이었는지도 모른다.
날이 밝자 아쉬운 마음을 남긴 채 선아 아가씨는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전두석이 마음 같으면 선아 아가씨를 평생을 모시고 함께 살고 싶었지만 워낙 바쁘신 몸이라 하룻밤
자기 집에서 머문 것이 무한한 영광이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전두석이네 사립문을 나서니 온 동네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구름같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였다.
“언젠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이곳에 들러서 갈지도 모르니 그 동안 부모님 모시고 잘 지내도록 하여라.”
고운 눈길로 전두석이를 바라보며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네 그날을 꼭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두석이도 감격에 벅차서 눈물을 흘리며 대답을 했다.
나귀의 고삐를 잡은 송이도 그 동안 정이들은 아쉬움에 전두석이를 보며 말했다.
“좋은 부모님들이네요 꼭 잘 모셔요”
“네 송이 아가씨도 그 동안 몸 건강하게 잘 지내십시오.”
전두석이도 송이를 보고 작별의 인사를 했다.
전두석이의 마음 한쪽에서는 선아 아가씨를 따라 가겠다고 간청을 하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허락을 절대로
해 주지 않을 것을 다 아는지라 무척이나 안타깝지만 선아 아가씨와 작별을 할 수 밖에 없는 전 두석이었다.
어쨌든 그날부터 전두석이의 집은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유명해 졌다.
도원산장의 선아 선녀가 전두석이의 집을 찾아와서 잠을 자고 갔다는 이야기가 널리 널리 퍼졌다.
아득한 나그네의 길은 끝이 없고 개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멀다.
그러나 이들의 발걸음은 조금도 지칠 줄을 모르고 부지런히 산길을 걷는다.
한낮에 햇살은 나무 가지 사이에서 빤짝거리고 산새 우는 소리에 마음은 즐거웠다.
“옥녀(玉女)님! 여기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름다운 소나무가 울창하게 서 있는 곳에 이르러 비연맹녀(飛燕猛女)를 가까이서 따르던 문숙 낭자가
물었다.
옥녀는 선아 아가씨의 또 다른 별호(別號)이다.
“그래 그게 좋겠구나! 모두들 여기서 잠시 쉬어서 가자!”
비연맹녀의 말에 큰 소나무 근처에서 잠시 쉬느라고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짐을 실은 나귀를 소나무에
매던 옥자 낭자가 허겁지겁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맹녀님! 여기 소나무에 어떤 여자가 목을 매었습니다.”
“뭣이? 어떤 여자가 소나무에 목을 매었다고?”
옥자 낭자의 말에 비연맹녀는 반문을 하다가 얼른 옥자 낭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의 곁에 있던 다른 여자들도 비연맹녀를 따라서 갔다.
“어서 저 여자의 목에 맨 끈을 잘라라!”
급한 비연맹녀의 목소리에 여자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나무에 매달린 여자를 구출하였다.
다행히도 목을 맨 시간이 얼마 되지를 않아서 숨결이 붙어 있었다.
비연맹녀가 재빨리 혈도를 눌러서 막혀서 있던 목 부위를 회복시켰다.
목을 맨 여자를 자세히 살펴서 보니 나이가 어린 처녀 같았다.
처녀는 갑자기 자기를 살려낸 여자들을 보고는 무척이나 당황해 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 왜 나무에 목을 매었느냐?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에게 말해 보거라!”
위엄이 넘치는 비연맹녀의 말에 처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울고 난 처녀는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이내 자세하게 자기의 사정을 비연맹녀에게 낱낱이 다
이야기를 했다.
소나무에 목을 맨 처녀는 올해 열아홉 살 된 정 경화(鄭京華)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로 이 산골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정 경화의 오빠가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곳
마을에서 가장 세도를 부리는 박 재근(朴載根)이라는 사람의 며느리를 우연히 밤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러자 한 밤중에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가 깜짝 놀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지켜보다가 여자 쪽에서 먼저 정경화의 오빠를 알아보고는 말을 걸어왔다.
“어머나! 경수 총각 아닌가요?”
그러자 정경화의 오빠도 상대방을 알아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말을 했다.
“저어 우리 동네 박 첨지 댁의 아씨 맞지요 그런데 이 밤중에 혼자서 어딜 가십니까?”
그러자 박 첨지 댁 며느리는 정경화의 오빠에게 갑자기 흐느끼며 하소연을 하였다.
“저어 경수 총각! 오늘 밤 나를 만났다는 사실을 꼭 비밀로 해야 해요”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제가 지금 우리 시댁 사람들 몰래 도망을 가는 중이랍니다”
“이 밤중에? 도망은 왜요?”
“그 동안 시댁 식구들의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며 웬만하면 참고 살아 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멀리 도망을 가는 길이랍니다.”
“그래도 그렇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어떻게 이 밤중에 도망을 갑니까?”
“이제는 죽었으면 죽었지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가 없어요.”
“그래도 그 이유나 말을 해 주십시오.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 말입니다.”
“경수 총각하고 나하고 둘이만 이렇게 있으니 사실대로 말을 할 게요. 사실은 우리 남편이 성질이 매우
괴팍하고 사나워서 심심하면 나를 때리고 심지어 발길질도 하고 어떤 때는 몽둥이를 가지고 개를 패듯이
때리기도 했어요. 그러데 이런 남편의 행동에 시아버지나 시어머니도 모두 한 통속이 되어 제가 이렇게
죽을 고통을 당해도 그냥 본체만체 하면서 자기 아들 편만 들고요 오직 나 혼자만 죽어라고 두들겨 맞고
이제 도저히 견디다 못해서 도망을 가는 길이랍니다.”
“정말로 듣고 보니 너무한 집안이군요.”
“그러니 이제 저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동네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돼요”
“그럼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경수 총각에게만 특별히 이야기를 하는데 저어 보은(報恩)에 외숙모님이 살고 계시는데 그리로 갈까 합니다.”
“그런데 이 밤중에 여자 혼자의 몸으로 그 먼 길을 어떻게 갈려고 그러십니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무서울 것이 무어 있겠습니까?”
“그래도 아녀자의 몸으로 이 밤에 그 먼 길을 어떻게 가려고 그러십니까?”
한참 둘이서 이러고 있는 광경을 몰래 훔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 첨지 댁의 외동아들인 박 대수(朴大首)였다.
박 대수는 자기 아내가 밤중에 몰래 보따리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우연히 보고 몰래 뒤를 미행하다가
정경화의 오빠와 밤길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다 엿들었다.
성질(性質)이 본래 잔인하고 사악한 박 대수는 갑자기 엉뚱하고 추악한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지금 자기와 살고 있는 아내는 정경화의 오빠인 경수와 불륜을 맺은 사이라고 소문을 내어서
친정으로 쫓아버리고 그 동안 가끔 보아 온 경수의 여동생 경화를 이번 기회에 자기의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이었다.
이런 계획을 음흉하게 자기의 머리로 재빠르게 세우자 갑자기 두 사람에게 박대수가 불쑥 자기 몸을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온 마을 사람들이 들으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이런 나쁜 년 놈들이 있나? 그래 둘이서 내 몰래 도망을 치려고? 동네 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 봐라!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데 있나?”
자기 아내의 멱살을 잡고 고래고래 큰 소리를 지르니 갑작스런 박 대수의 이런 행동에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정 경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게 그대로 서 있었다.
박대수가 질러대는 큰 소리에 온 동네의 개들이 놀라서 짖어대고 고요한 밤중이라 그 소리는 온 마을
집집마다 다 들렸다.
잠시 후
박첨지는 자기 아들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자기 집에서 부리는 머슴들과 자기의 손발처럼 쓰는 떠돌이
불량배들을 모아가지고 현장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정경화의 오빠인 경수와 야간도주를 하려던 자기 며느리를 끌고 자기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아들인 박 대수처럼 두 사람에게 온갖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자기 집 곳간에다 같이 가두었다.
다음날
얼마 전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된 경수의 어머니와 그의 여 동생인 경화를 자기 집으로 불러들였다.
평소에 경수의 엄마에게 음심(淫心)을 품고 있던 박 첨지는 이번 기회에 아들과 함께 새 장가를 가려고 엉뚱한
마음을 품었다.
얼굴도 지금의 마누라 보다 예쁘고 나이도 젊은 경수의 엄마를 자기의 첩으로 삼으려는 속셈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을 내가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고 청주 댁의 아들이 내 며느리와 통정(通情)을 했기 때문이다.
곧 바로 관가에 알려서 그대의 아들을 물고(物故)를 내려고 했지만 오랫동안 한 마을에서 같이 살아 온 인정
때문에 차마 그러지를 못하고 그대를 부른 것이다.”
박첨지는 마치 큰 선심(善心)을 쓰는 것처럼 하더니 이내 그의 추악한 본색을 드러내었다.
“그래서 이 일을 무마하려면 아무래도 그 쪽 집안과 혼인을 맺어야 아무런 후환이 없을 것이니 그리들 알고
청주 댁은 나와 혼인을 하고 그대의 딸인 경화는 내 아들과 혼인을 하도록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집으로 돌아가
준비를 하고 있도록 해라”
“아니? 박 첨지 나리!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깜짝 놀란 경화 엄마가 박 첨지를 보며 항의를 하자 박 첨지는 보란 듯이 머슴들에게 자기 집 곳간에 가두어
두었던 경화의 오빠인 경수를 끌고 오라고 하더니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사정도 두지 않고 자기가 데리고
있는 불량배들을 시켜서 경수를 두드려 패게 하였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것처럼 경수는 아무리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무지막지한 박 첨지는
그를 잔인하게 계속하여 뚜드려 패기 시작 했다.
보다 못한 경수 엄마가 박 첨지에게 애원을 하다시피 하여 자기 아들이 매를 맞는 것을 겨우 그치게 하였다.
이리하여 박 첨지는 경수 엄마와 자기가 혼인을 하는 날에 경수를 풀어준다는 약속을 하면서 그를 다시 곳간에
가두어 두라고 했다.
“이런 천하에 나쁜 놈의 새끼가 다 있나?”
여태 것 경화 곁에서 이야기를 다 듣고 있던 미주가 화를 내며 분노의 소리를 질렀다.
“그래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느냐?”
비연맹녀가 경화에게 물었다.
“이제 내일이면 그 짐승 같은 박첨지 댁 아들 박 대수하고 제가 결혼을 해야만 한답니다. 그래야 우리 오빠도
살려 주고요 하지만 저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그 놈에게 시집을 가기가 싫어서 아무도 몰래 이곳에 와서
죽으려고 그랬는데 아가씨를 만나서 모진 목숨이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경화가 비연맹녀를 보면서 한탄에 섞인 말로 모든 이야기를 끝냈다.
“내일이면 너희 어머니도 박 첨지하고 혼인을 하겠구나!”
“네 저희 어머니도 그런 일이 있고나서부터 밤잠을 설치시고 괴로워하고 있답니다.”
비연맹녀의 말에 경화가 안타까운 현실을 사실대로 말했다.
산골처녀인 경화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에 비연맹녀는 부채를 든 채로 큰 소나무에 기대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옥자 낭자와 미주 낭자를 불렀다.
“너희 둘이는 지금 이 처녀를 데리고 마을로 내려가서 경화 어머니를 안심 시키고 절대로 자칫하여 자결을
한다든지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잘 지키고 있다가 내일 아침에 박 첨지 댁 사람들이 가마를 보내어
오거든 이 두 모녀를 가마에 태워서 보내고 곧 바로 이리로 달려서 오너라!”
“네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두 낭자가 그대로 따르겠다고 대답을 했다.
“나머지는 여기서 자리를 잡고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낸다.”
여기까지 말을 하고 난 비연맹녀는 아무 영문을 몰라 멍하게 있는 처녀에게 말을 했다.
“네 이름이 경화라고 그랬느냐?”
“네 경화이옵니다.”
비연맹녀의 말에 산골처녀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너는 내일 박 첨지가 말한 대로 그 집 아들과 혼인예식을 하도록 해라! 그렇다고 간악한 박 첨지와 그 아들을
내가 그냥 가만 놓아두지는 않을 것이니 너는 나만 믿고 내 말대로 하도록 해라!”
“네 아가씨만 믿고 그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산골처녀인 경화는 감히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엄이 넘치는 비연맹녀의 말에 그대로 순종을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옥자와 미주 낭자를 산골처녀와 함께 마을로 내려 보내고 나서 비연맹녀는 자기를 둘러싼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참으로 오랫동안 너희들이 갈고 닦은 솜씨를 내일은 박 첨지와 그의 악한 아들과 이들을 도우는 불량배들을
깨끗이 소탕하는데 사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각자 자기의 칼을 소중하게 잘 간수하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비연맹녀의 말에 그를 따르는 여덟 명의 여자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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