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Teacher 불륜 - 중편1장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좀처럼 회복되지는 않았다.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었지만, 예상대로 영숙이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면 여행 이후에 영숙이 남편인 철규씨에 대한 생각이 잦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쉽게 잡을 수는 없었다.

철규씨가 내 마음속에 들어온 이유는 나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몇 번 보지도 않았고, 많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또 아팠다.

머릿속에서 철규씨에 대한 생각을 밀어내려고 할수록 오히려 가득 찼다. 이런 내가 너무나 싫었다. 영숙이는 항상 나를 도와주려고 애를 썼는데, 오히려 나는 그런 영숙이의 남편을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다니...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 이후로는 영숙이 집에 가는 것도 자제하기 시작했다. 괜히 갔다가 철규씨라도 보게 되면 마음이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가면 해결해주겠지,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겠지... 그리고 현재 내가 많이 외로움을 타고 있기 때문에 감성에 젖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으면 되겠지...

그러나 이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년 뒤에 철규씨와 나는 뜻하지 않게 재회를 하게 되었다. 더구나 재회뿐만 아니라 매일 마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가 내가 근무하는 C 중학교에 체육 선생님으로 전근을 온 것이었다.

전근을 오기 며칠 전에 영숙이에게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몰랐다. 가슴조차 두근거리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얼굴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온통 머릿속에는 철규씨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득 찼다.

‘미친년... 미친년...’

스스로 욕도 해봤지만, 지난 반년 간 참아왔던 나의 감정은 학교에서 철규씨를 보게 되면서 마치 봄비를 맞은 새싹처럼 다시 한 번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철규씨는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담당 과목은 달랐지만, 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잘 부탁한다라는 말도 했다. 철규씨가 반갑다며 악수를 청할 때, 그의 손을 향하는 내 손은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얼마나 가슴이 떨리던지...

철규씨가 내 마음을 눈치 챌까봐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며 불안해했다.

불혹의 나이를 코앞에 둔 39살... 난생 처음으로 이게 사랑의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 남들이 보기에는 우습겠지만, 내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철규씨가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전근을 오게 되면서, 나는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우울했던 감정, 외로웠던 감정은 눈 녹듯 다 사라져버렸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철규씨를 매일같이 볼 수 있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이런 나의 변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 챌 생각도 없었다. 같은 집에서 살아도 각방을 썼고, 거의 마주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남편은 내가 바람을 피어도 신경을 쓰지 않을 듯 했다. 그만큼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단지 제 3자가 보기에 우리 부부는 행복해 보이는 부부로 연기를 할 뿐, 일종의 부부 코스프레와 같은 삶이었다.

이런 우울한 삶에서 내게 행복의 맛을 느끼게 해준 것이 바로 철규씨였다. 물론, 본인 스스로는 나의 감정도 알지도 못하고 크게 신경을 쓰지도 않겠지만, 한 번씩 나를 보면서 웃어주는 그의 미소만으로도 충분했다.

철규씨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나는 영숙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커졌다. 하지만, 아무리 영숙이라도 내가 그녀의 남편을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내 인생의 권한이었으니까...

애써 자위를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난 철규씨를 마음으로만 좋아하자는 생각을 했다. 영숙이에게 미안한 것도 있었지만, 단지 지켜보는 것으로도 많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했다.

언젠가 한 번 철규씨와 단 둘이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 그에게 한 번 도움을 줬던 적이 있었는데, 그 대가로 저녁식사를 대접한다고 했다.

난 흔쾌히 수락을 했고, 우리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철규씨와 저녁을 함께 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철규씨와 나는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 통하는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철규씨와 나는 대화 내내 유쾌했고 많이 웃었다.

비록 나보다 2살이 많았지만,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철규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정말 친구가 되자는 제안을 했다. 철규씨 역시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그날 이후로 친구가 되었다.

아니, 어느새 내 마음속에서는 친구부터 시작하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 저녁식사 이후로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친구라는 명목아래 저녁을 함께 했다. 식사를 할 때도 있었고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는 날도 있었다. 너무나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철규씨 역시 나에게 연신 좋은 친구라고 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번은 우리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자 철규씨에게 ‘영숙이도 우리가 친구인거 알아요?’라는 질문을 해봤다. 내심 철규씨의 마음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의 대답은 그윽한 미소뿐이었다.

그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에게 부정적일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 미소를 보고 마음을 먹었다. 철규씨를 내 남자로 만들어야겠다고...

어느 날 학교에서 교사들 전체 회식이 있었다. 삼겹살집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호프집을 가려고 했는데, 난 조심스럽게 회식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날은 몸이 힘들어서 집에 일찍 가서 쉬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회식자리에서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내 뒤에서 차가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색 승용차가 있었고 운전석에는 철규씨가 나를 보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미연씨. 타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네?.”

“빨리 타요.”

철규씨 차 뒤로도 많은 차가 계속 빵빵 거렸기 때문에 난 재빨리 다리를 움직여서 철규씨의 차에 탔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차는 출발을 했다.

“안전벨트 하시고...”

“아. 네.”

내가 안전벨트를 하자, 철규씨는 나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미소를 띠며 나에게 말을 했다.

“왜 이렇게 집에 일찍 가요?.”

“그냥... 힘들어서요. 쉬려고...”

“그래요?. 몸 안 좋아요?.”

“그건 아닌데...”

핸들을 잡고 있는 철규씨의 모습은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인다. 그런데 왜 철규씨는 회식자리에서 나왔을까?.

“철규씨는 왜 2차 가지 않고...”

“저도 몸이 안 좋아서 쉬려고요. 미연씨 나가는 것 보고 나왔죠.”

“...............”

“집에 OO라고 했죠?.”

“네.”

“음.......”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철규씨는 운전에 집중을 했고, 나는 조용히 조수석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을 뿐... 그런데 가만?.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철규씨?.”

“딱 30분만 돌아서 갈게요.”

“네엣?.”

“저도 답답해서... 같이 드라이브 좀 해요.”

“드라이브요?.”

“30분만 투자하면 꽤 좋은 그림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괜찮죠?.”

“............”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철규씨와 함께 있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철규씨가 운전을 해서 간 곳은 강변북로였다. 그런데 서울에서 꽤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다. 아니, 야경은 처음이었다.

강변북로에서 바라 본 서울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차안에서 바라 본 강변북로는 주변경관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되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내게 다가왔다.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와....”

“좋죠?. 전에 제주도에 가서 야경을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죠?.”

“네. 너무 예쁘네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서울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 39살이 될 때까지 난 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살았던 것일까?.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 너무나 억울할 정도였다.

강변북로의 야경은 나의 잊혀 진 감성을 찾게 해줬다. 한동안 나는 한 폭의 그림에 빠져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역시 미연씨랑 오길 잘했네요.”

“네. 정말 고마워요.”

“그러면 우리 잠시 답답한 마음도 벗어 던져볼까요?.”

“네에?.”

말을 마친 철규씨가 차창을 조금 내린다.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안으로 시원한 맞바람이 들어와 내 얼굴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한 시원함이 내 몸을 청량하게 만들어 준다.

“조금 답답한 마음도 있었는데... 너무 시원하네요.”

“하하하. 모든 걱정과 불안은 다 바람에 날려버려요. 조금 더 달려 볼게요.”

차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만큼 내 몸과 마음도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것처럼 가벼워졌다. 타이타닉의 로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행복하다. 너무나 행복하다.

한동안 철규씨와 나는 시원하고 행복한 드라이브를 했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후 차는 우리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철규씨가 운전한 차가 내가 사는 곳 아파트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정차되어 있는 차에서 나는 내려야 했지만, 안전벨트를 푸는 행동마저도 더뎠다. 이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안전벨트를 풀고 나서 나는 철규씨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즐거웠어요.”

“고맙긴요. 즐거웠다니, 다행이네요.”

인사를 했기 때문에 나는 차에서 내려야 했다. 그러나 자꾸만 뭉그적거리며 시간을 끌었다. 너무나 솔직한 심정으로는 철규씨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근처 호프집에 가서 맥주라도 한 잔 더하고 싶은 심정...

“저 이제 갈게요.”

“...네. 조심히...”

아주 잠시의 시간이었지만, 우리 주변에는 차 엔진소리 밖에 들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철규씨가 들었던 것일까?. 차 문을 열고 내리려던 나는 철규씨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미연씨...”

“네?.”

그리고 철규씨와 나는 서로의 눈이 마주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는 어두웠고,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

천천히 철규씨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내 심장은 이제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철규씨의 얼굴이 채 한 뼘의 거리만큼 가까워졌을 때, 난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곧 내 입술에서는 그가 느껴졌다.

“쪼오옵....”

“쪼오옵....”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찾기 시작했다. 철규씨의 입술은 거칠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뜨거웠다. 그의 숨결이 느껴졌을 때, 내 입술은 벌어졌다. 그리고 안으로 철규씨의 혀가 들어와 내 치아를 건들었다.

“쪼오옵....하앙....”

철규씨의 혀가 내 혀를 감아올 때, 난 앉아 있음에도 다리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양 손은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치명적인 부드러움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쪼오오옥....”

한동안 불편한 자세에서 우리는 서로의 입술과 혀를 느끼며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멈추고 싶지 않은 철규씨와의 입맞춤, 이 시간이 영원하길 바랄 정도로 행복했다.

그런데, 한창 키스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 귀에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난 깜짝 놀라 급하게 철규씨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이유모를 부끄러움에 차에서 급하게 내려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집안에 왔을 때에 내 가슴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혹시라도 남편이 본 것은 아닐까?. 눈치 채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과 불안이 낸 몸을 지배했다. 그러나 다행히 집에는 남편이 없었다.

방에 들어온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방금 전 철규씨와의 뜨거운 입맞춤이 떠오르자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인사도.... 안하고 와버렸네...”

방금 전 갑자기 집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남겨진 철규씨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철규씨의 이름이 보였다.

그런데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부끄럽다는 생각에 선뜻 통화를 하기가 힘들었다. 한동안 그렇게 울린 핸드폰은 조용해졌다.

내가 꿈꾸던 현실이 이뤄졌는데, 왜 이렇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의 행동은 무엇보다 철규씨 역시 그동안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철규씨....”

이제 철규씨와 나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설레는 감정을 안고 그날 밤 난 철규씨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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