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얻는 대가 - 상편
2018.04.14 21:34
형은 자상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은 나의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생활비를 벌었고 가사를 책임졌다.
나 역시 힘겨운 대학생활을 했다.
장학금을 타기 위해서 아등바등 공부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늘 잠이 모자랐다.
“이거 마셔라.”
“뭔데, 형?”
“명절이라고 회사에서 나온 거야. 마늘즙...”
“형이나 마셔. 난 됐어.”
“마셔봐, 인마. 이거 마시면 자지가 벌떡벌떡 선데...”
“헐..내가 자지 서서 뭐 하는데? 사용할 여자도 없고만...”
“그니까 이제 여자 사귀어라. 여자 한 번도 못 사귀고 대학 졸업할 수는 없잖아.”
“형이나 장가갈 생각해. 나 잘래...비켜..”
나는 그 당시에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가끔 찾아오는 그 두통은 내 정신을 혼미하게 했고,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그러나 한 바탕 두통이 내 의식을 휩쓸고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는 멀쩡해졌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
한 여름이었다.
한 낮의 태양은 도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편의점 창을 통해 한가한 여름의 오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 더워서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손님도 찾아오지 않았다.
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리고 날아다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파리만 없었어도 모든 것은 한 여름의 오후에 갇혀 정지해버린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여자?
형은 나에게 여자를 사귀라고 말했었다.
숨 가쁘게 살아온 대학생활 동안 여자를 사귄다는 것은 나에게 사치였다.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야근까지 자처하는 형을 두고 그런 호사를 나 혼자 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교정에 걸어 다니는 늘씬한 여학생들을 볼 때면 가슴 속이 서늘해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여자를 사귀고 싶었다. 그것도 미치도록 말이다. 그러나 그저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두통이 찾아왔다.
나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아...또 왔어...’
나는 카운터에 엎드려서 두통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두통이 찾아오면 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딘지 모르는 미궁 속에 빠져서 한참을 헤매는 것이다.
‘여기가 어딜까...’
어쩔 때에는 달리의 그림처럼 몽환적인 장소에 들어와 있고, 또 어쩔 때는 형체도 없고 색채도 없는 그저 황량하기만 한 공간에 들어와 있기도 했다. 그날 나는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해 있는 들판에 와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 혼미함을 즐겼다. 그리고 그 혼미함이 가실 때가 되자 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헉!”
정신이 되돌아 왔을 때 내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괜찮아요?”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거기에는 비에 젖은 여자애가 서 있었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 아래로 커다란 눈망울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비에 젖은 티셔츠는 몸에 찰싹 달라붙어 그 여자애의 예쁜 가슴을 부각시켜 주고 있었다.
그리고 핫팬츠 아래로 곱게 뻗어 내린 다리.....나는 여전히 혼미함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갑자기 나타난 너무나도 예쁜 그 여자애가 도저히 현실적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괜찮아요. 죄송합니다.”
그 여자애는 생리대를 하나 고르더니 카운터로 가지고 왔다.
내가 스캔을 하는 동안 여자애는 그 사랑스러운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그저 서 있었다.
그 여자애가 내 앞에 서서 계산을 하는 동안 내 가슴은 뛰고 있었다.
너무 예쁘다.
계산을 끝내고 그 여자애가 돌아서려고 한다.
‘아...누굴까....’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 참...”
여자애가 돌아서려다 말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아까 많이 아프시던 것 같던데...”
“아...가끔 그래요. 두통이죠...”
“그런데 막 아파하면서 누군가 이름을 부르던데....”
그 여자애는 내가 혼미함 속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도대체 나는 누구의 이름을 불렀단 말인가. 내가 왜?
“누.....구 이름이요?”
“미호”
“미호요? 난 모르는 이름인데...”
“그런데...미호는 제 이름이거든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흔한 이름도 아닌데...”
그 여자애의 이름은 미호였고, 나는 혼미함 속에서 미호라는 이름을 불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갈게요...”
“아...네..”
나는 얼이 빠져있는 사람처럼 멍하게 미호가 편의점을 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편의점 밖으로 뛰어나갔다.
바깥에는 소낙비가 멈춰 있었고 거리는 다시 나온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미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번호라도 받아놨어야 했는데...바보 같이....’
그날 하루 종일 미호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왜 그래? 정신 차려..”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떠오른 미호 생각에 빠져있을 때였다.
형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형!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오! 진짜? 누군데? 어떤 앤데?”
“이름만 알아. 미호. 뭐하는 앤지, 어디 사는 앤지, 전화번호가 몇 번인지...아무 것도 몰라.”
“헐....전번 따는 건 기본인데...치명적인 실수를 했군...크크크...”
형 말대로 연락처를 모른 채 미호를 그렇게 보내버린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러나 행운은 또 한 번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며칠 후 미호가 또 다시 편의점에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런데 미호씨. 전화번호 몇 번이에요. 좀 가르쳐 주세요.”
나는 거두절미하고 전화번호부터 물어봤다.
“하하하하하...뭐예요? 갑자기....깜짝 놀랐네...”
“제발 부탁입니다. 사람 살려주는 셈치고 제발 좀 가르쳐 주세요.”
“움....저 사실 휴대폰 없어요. 거짓말 아니에요.”
미호는 그 맑고 사랑스러운 눈을 반짝이면서 자기가 휴대폰이 없다는 말을 했다.
정말 나를 피하기 위해서 거짓을 말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전 휴대폰에 정신 빼앗기는 거 싫어해요. 그래서 없애버렸어요.”
“그..그렇군요....아..그럼 어떻게 하지.....”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 예쁜 미호가 상냥하기까지 하다.
나는 뭔가를 해야 했다. 이번에는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언제 끝나요? 끝나면 같이 커피 마셔요.”
“헉! 저..정말요? 고..고맙습니다.”
밀고 당기고 간 보는 것 없이 미호는 그야말로 쿨하게 나와 데이트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결정을 하는데도 전혀 싼 여자애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원래는 중학생 과외 아르바이트가 있었지만,
나는 전화를 해서 핑계를 대고 다른 날로 연기해버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미호가 말해 준 커피하우스로 가기 위해 여름의 거리를 달렸다.
한 낮에 쏟아졌던 소낙비 때문인지 거리가 싱그러워 보였다.
커피하우스의 통유리를 통해 앉아 있는 미호가 보였다.
미호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미호 앞에서 통유리를 노크했다.
미호가 나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상큼한 미소는 내 온 몸에 전율이 흐르게 했다.
“어! 나하고 같은 학교였어요? 몇 학년?”
“1학년이요.”
“우와...나 3학년이야.....”
미호는 나와 같은 학교의 학생이었다.
어떻게 몰랐을까. 그토록 예쁜 애라면 눈에 띠었을 법도 한 데 말이다.
미호와 나는 학교 얘기를 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미호는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성격 또한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말을 할 때에도 쓸데없이 과장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근사근 말을 했다.
단정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때에는 섹시미가 드러났다.
미호의 가슴은 예뻤고 다리의 선도 너무 고왔다.
나는 넋을 잃고 미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요?”
“미호, 너 미치게 예쁘다...”
“하하하...정말요? 최대의 찬사네요.”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
“담배 피워도 돼?”
나는 담뱃갑을 꺼내면서 말했다.
“안 돼요.”
미호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당시 골초였던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아...안 돼?”
“담배 끊으세요. 안 끊으면 오빠 안 만날 거예요.”
그 말은 즉 담배를 끊는다면 나를 계속 만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미호가 나를 계속 만나준다? 나는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담배 끊을게...”
나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미호가 또 그 상큼한 미소를 나에게 날렸다.
미호와 나는 많은 얘기를 했다.
나는 내 가정환경에 관해서 가감 없이 모든 것을 미호에게 말해 주었다.
불우하다면 불우한 환경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도 했다.
미호는 조용하게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빠가 만약 잘 사는 집 아들이어서 겉멋만 든 사람이었다면 싫었을 거 같아요.”
미호가 이렇게 말해 주었을 때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미호는 진심이 담긴 눈으로 나를 공감해주었다.
세상에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살면서 상상도 못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연락할 방법이었다.
미호는 휴대폰을 싫어했고, 집 전화번호는 가르쳐 주기 싫다고 했다.
아버지가 너무 엄격하고 보수적이어서 집 전화로 남자친구하고 전화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연락을 어떻게 해?”
“편지요.”
“이 메일?”
“아뇨. 손으로 쓰는 진짜 편지요.”
“뭐?”
나는 어이가 없었다.
광속으로 달려가는 시대에 서신교환을 통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미호의 얼굴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는 너무 빨라요. 전 빠른 거 싫어요.”
“아...알았어...그렇게 하자...휴우...”
사랑스러운 미호가 빠른 것이 싫다고 했다.
그럼 그런 것이다. 내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미호로부터 첫 번째 편지를 받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예쁜 봉투와 편지지에 단정하게 쓴 편지로부터 미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미호의 편지를 가슴에 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책상 서랍 하나를 비워버리고 미호의 편지를 소중하게 두었다. 이제 그 서랍은 미호의 편지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뭐 하냐? 헐....편지 쓰는 거야?”
“아이...형..보지 마...”
나는 미호에게 쓰고 있던 편지를 가리면서 형에게 말했다.
“우와...이게 무슨 구한말 연애냐? 하하하하하...”
구한말이건 조선시대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나와 미호가 편지라는 통신수단을 통해 단단히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편지를 써서 부치고 편지를 기다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쏠쏠하게 재미있었다.
미호 말이 맞았다.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개강을 했다.
학교는 다시 활기에 넘쳤다.
가장 친한 같은 과 친구 성호에게 미호를 인사시켰다.
성호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동안 미호는 시종일관 내 옆자리를 지켰다.
가끔 내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아주기도 하면서 마치 우리 이런 사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성호 오빠, 좋은 사람인 거 같아요.”
“응...좋은 애야.”
성호와 헤어지고 미호와 단 둘이 남았을 때였다.
미호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주택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그때 미호의 집 앞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그 주택가는 아름다운 집들이 모여 있는 부유한 동네였다.
“후와...이런 데 살아?”
“집이 좋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에요.”
미호는 내 팔을 품듯이 붙잡고 내 옆에서 예쁘게 말했다.
아름다운 공원을 지나갈 때였다.
“잠깐 공원에서 있다가 가요. 나 맥주 냄새 좀 없애야 하거든요...”
미호와 나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내리비치는 벤치에 앉았다.
동네는 조용했고 공원에는 우리만 있었다.
미호가 고개를 기울여 내 어깨에 기댄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미호의 머리가 어깨에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미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미호가 살며시 내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응? 왜?”
“오빠 가슴도 내 가슴처럼 뛰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첫 키스.
미호와의 첫 키스였을 뿐 아니라 내 생애 단 한 번의 첫 키스였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여자를 사귄 적이 없었던 내가 키스를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은 서툴렀고 어색했다.
그저 입술만 붙이고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미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 둘은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포개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나는 완벽하게 미호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다음 날 성호는 나를 불렀다.
“왜?”
“미호라는 애 말야...”
“알던 애야?”
“응.”
“안 좋은 소문 말하려거든 하지 마...듣고 싶지 않아.”
“그게 아니구...말 끝 까지 들어봐..짜식아...”
성호가 미호에 대해서 해준 이야기는 어찌 보면 놀라울 것도 없었다.
미호는 자기 과에서 혼자 다녀서 친구가 없다는 얘기, 집이 잘 살아도 부잣집 딸 티를 안 낸다는 얘기...
다 내가 알고 있는 얘기들 뿐이었다. 그런데....
“미호, 걔. 진짜 예쁘잖아?”
“그...렇지...그런데 그게 왜?”
“경영학과 김동수가 노리고 있어.”
경영학과 김동수는 학교에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놈이었다.
모든 것을 가진 놈이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다.
게다가 공부까지 잘 하는 생각만 해도 짜증나는 놈이었다.
“집안끼리 아는 사이래...”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도무지 나와 김동수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 열악한 가정환경, 크지 않은 키, 잘생기지 못한 얼굴,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전공.........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은 그저 미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열정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은 김동수에게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미호를 만났을 때 나는 여전히 김동수 생각에 빠져있었다.
“경영학과 김동수라고 알지?”
나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미호는 김동수라는 이름을 듣자 잠시 생각에 잠기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알죠. 저의 아빠하고 동수오빠 아버지하고 사업 관계로 친해요.”
“김동수하고 결혼하게 되는 거니? 집안끼리 이미 그렇게 정해놓은 거야?”
미호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나는 그런 질문이 얼마나 못나고 초라한 것인지 알면서도 미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래 일은 아무도 몰라요. 내가 누구하고 결혼하게 될 지....하지만..”
“하지만?”
“현재는 잘 알아요.”
“현재가 어떤데?”
“현재....내가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요.”
미호는 이렇게 말하고는 그 사랑스러운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미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나를 말이다.
“날.....사...사랑해?”
“네, 몰랐어요?”
그리고 미호와 나는 그 길로 모텔에 갔다.
내가 먼저 가자고 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한다면 함께 잘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요.”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난 기다릴 수 있어.”
“저 지금 오빠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가요.”
미호나 나 둘 다 첫 경험이었다.
나는 미호의 벗은 몸을 보고는 넋이 나가 버렸다.
그 예쁜 가슴, 그리고 음모 아래에 감추어진 미호의 사랑스러운 보지....
모든 것이 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야동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일종의 교과서였고 매뉴얼이었다.
나는 그대로 실행했다.
미호에게 키스를 하고, 목을 애무하고, 젖꼭지를 빨았다.
미호의 신음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된 것은 내가 미호의 보지 속살에 혀를 붙였을 때였다.
아...이 세상에 그토록 사랑스러운 세포조직이 또 있을까.
“하앗! 아....오빠...”
내가 미호의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 미호는 아파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미호의 보지와 내 자지가 서로 섞여 들어가는 찐득한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그 뜨겁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란.....
“학...하악....학...학....아..오빠....”
여자의 몸속에, 그것도 미호의 몸속에 내 정액을 뿜어 넣게 될 거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첫 경험을 함께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은 나의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생활비를 벌었고 가사를 책임졌다.
나 역시 힘겨운 대학생활을 했다.
장학금을 타기 위해서 아등바등 공부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늘 잠이 모자랐다.
“이거 마셔라.”
“뭔데, 형?”
“명절이라고 회사에서 나온 거야. 마늘즙...”
“형이나 마셔. 난 됐어.”
“마셔봐, 인마. 이거 마시면 자지가 벌떡벌떡 선데...”
“헐..내가 자지 서서 뭐 하는데? 사용할 여자도 없고만...”
“그니까 이제 여자 사귀어라. 여자 한 번도 못 사귀고 대학 졸업할 수는 없잖아.”
“형이나 장가갈 생각해. 나 잘래...비켜..”
나는 그 당시에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가끔 찾아오는 그 두통은 내 정신을 혼미하게 했고,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그러나 한 바탕 두통이 내 의식을 휩쓸고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는 멀쩡해졌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
한 여름이었다.
한 낮의 태양은 도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편의점 창을 통해 한가한 여름의 오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 더워서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손님도 찾아오지 않았다.
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리고 날아다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파리만 없었어도 모든 것은 한 여름의 오후에 갇혀 정지해버린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여자?
형은 나에게 여자를 사귀라고 말했었다.
숨 가쁘게 살아온 대학생활 동안 여자를 사귄다는 것은 나에게 사치였다.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야근까지 자처하는 형을 두고 그런 호사를 나 혼자 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교정에 걸어 다니는 늘씬한 여학생들을 볼 때면 가슴 속이 서늘해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여자를 사귀고 싶었다. 그것도 미치도록 말이다. 그러나 그저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두통이 찾아왔다.
나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아...또 왔어...’
나는 카운터에 엎드려서 두통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두통이 찾아오면 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딘지 모르는 미궁 속에 빠져서 한참을 헤매는 것이다.
‘여기가 어딜까...’
어쩔 때에는 달리의 그림처럼 몽환적인 장소에 들어와 있고, 또 어쩔 때는 형체도 없고 색채도 없는 그저 황량하기만 한 공간에 들어와 있기도 했다. 그날 나는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해 있는 들판에 와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 혼미함을 즐겼다. 그리고 그 혼미함이 가실 때가 되자 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헉!”
정신이 되돌아 왔을 때 내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괜찮아요?”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거기에는 비에 젖은 여자애가 서 있었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 아래로 커다란 눈망울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비에 젖은 티셔츠는 몸에 찰싹 달라붙어 그 여자애의 예쁜 가슴을 부각시켜 주고 있었다.
그리고 핫팬츠 아래로 곱게 뻗어 내린 다리.....나는 여전히 혼미함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갑자기 나타난 너무나도 예쁜 그 여자애가 도저히 현실적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괜찮아요. 죄송합니다.”
그 여자애는 생리대를 하나 고르더니 카운터로 가지고 왔다.
내가 스캔을 하는 동안 여자애는 그 사랑스러운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그저 서 있었다.
그 여자애가 내 앞에 서서 계산을 하는 동안 내 가슴은 뛰고 있었다.
너무 예쁘다.
계산을 끝내고 그 여자애가 돌아서려고 한다.
‘아...누굴까....’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 참...”
여자애가 돌아서려다 말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아까 많이 아프시던 것 같던데...”
“아...가끔 그래요. 두통이죠...”
“그런데 막 아파하면서 누군가 이름을 부르던데....”
그 여자애는 내가 혼미함 속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도대체 나는 누구의 이름을 불렀단 말인가. 내가 왜?
“누.....구 이름이요?”
“미호”
“미호요? 난 모르는 이름인데...”
“그런데...미호는 제 이름이거든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흔한 이름도 아닌데...”
그 여자애의 이름은 미호였고, 나는 혼미함 속에서 미호라는 이름을 불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갈게요...”
“아...네..”
나는 얼이 빠져있는 사람처럼 멍하게 미호가 편의점을 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편의점 밖으로 뛰어나갔다.
바깥에는 소낙비가 멈춰 있었고 거리는 다시 나온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미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번호라도 받아놨어야 했는데...바보 같이....’
그날 하루 종일 미호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왜 그래? 정신 차려..”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떠오른 미호 생각에 빠져있을 때였다.
형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형!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오! 진짜? 누군데? 어떤 앤데?”
“이름만 알아. 미호. 뭐하는 앤지, 어디 사는 앤지, 전화번호가 몇 번인지...아무 것도 몰라.”
“헐....전번 따는 건 기본인데...치명적인 실수를 했군...크크크...”
형 말대로 연락처를 모른 채 미호를 그렇게 보내버린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러나 행운은 또 한 번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며칠 후 미호가 또 다시 편의점에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런데 미호씨. 전화번호 몇 번이에요. 좀 가르쳐 주세요.”
나는 거두절미하고 전화번호부터 물어봤다.
“하하하하하...뭐예요? 갑자기....깜짝 놀랐네...”
“제발 부탁입니다. 사람 살려주는 셈치고 제발 좀 가르쳐 주세요.”
“움....저 사실 휴대폰 없어요. 거짓말 아니에요.”
미호는 그 맑고 사랑스러운 눈을 반짝이면서 자기가 휴대폰이 없다는 말을 했다.
정말 나를 피하기 위해서 거짓을 말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전 휴대폰에 정신 빼앗기는 거 싫어해요. 그래서 없애버렸어요.”
“그..그렇군요....아..그럼 어떻게 하지.....”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 예쁜 미호가 상냥하기까지 하다.
나는 뭔가를 해야 했다. 이번에는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언제 끝나요? 끝나면 같이 커피 마셔요.”
“헉! 저..정말요? 고..고맙습니다.”
밀고 당기고 간 보는 것 없이 미호는 그야말로 쿨하게 나와 데이트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결정을 하는데도 전혀 싼 여자애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원래는 중학생 과외 아르바이트가 있었지만,
나는 전화를 해서 핑계를 대고 다른 날로 연기해버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미호가 말해 준 커피하우스로 가기 위해 여름의 거리를 달렸다.
한 낮에 쏟아졌던 소낙비 때문인지 거리가 싱그러워 보였다.
커피하우스의 통유리를 통해 앉아 있는 미호가 보였다.
미호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미호 앞에서 통유리를 노크했다.
미호가 나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상큼한 미소는 내 온 몸에 전율이 흐르게 했다.
“어! 나하고 같은 학교였어요? 몇 학년?”
“1학년이요.”
“우와...나 3학년이야.....”
미호는 나와 같은 학교의 학생이었다.
어떻게 몰랐을까. 그토록 예쁜 애라면 눈에 띠었을 법도 한 데 말이다.
미호와 나는 학교 얘기를 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미호는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성격 또한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말을 할 때에도 쓸데없이 과장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근사근 말을 했다.
단정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때에는 섹시미가 드러났다.
미호의 가슴은 예뻤고 다리의 선도 너무 고왔다.
나는 넋을 잃고 미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요?”
“미호, 너 미치게 예쁘다...”
“하하하...정말요? 최대의 찬사네요.”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
“담배 피워도 돼?”
나는 담뱃갑을 꺼내면서 말했다.
“안 돼요.”
미호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당시 골초였던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아...안 돼?”
“담배 끊으세요. 안 끊으면 오빠 안 만날 거예요.”
그 말은 즉 담배를 끊는다면 나를 계속 만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미호가 나를 계속 만나준다? 나는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담배 끊을게...”
나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미호가 또 그 상큼한 미소를 나에게 날렸다.
미호와 나는 많은 얘기를 했다.
나는 내 가정환경에 관해서 가감 없이 모든 것을 미호에게 말해 주었다.
불우하다면 불우한 환경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도 했다.
미호는 조용하게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빠가 만약 잘 사는 집 아들이어서 겉멋만 든 사람이었다면 싫었을 거 같아요.”
미호가 이렇게 말해 주었을 때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미호는 진심이 담긴 눈으로 나를 공감해주었다.
세상에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살면서 상상도 못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연락할 방법이었다.
미호는 휴대폰을 싫어했고, 집 전화번호는 가르쳐 주기 싫다고 했다.
아버지가 너무 엄격하고 보수적이어서 집 전화로 남자친구하고 전화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연락을 어떻게 해?”
“편지요.”
“이 메일?”
“아뇨. 손으로 쓰는 진짜 편지요.”
“뭐?”
나는 어이가 없었다.
광속으로 달려가는 시대에 서신교환을 통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미호의 얼굴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는 너무 빨라요. 전 빠른 거 싫어요.”
“아...알았어...그렇게 하자...휴우...”
사랑스러운 미호가 빠른 것이 싫다고 했다.
그럼 그런 것이다. 내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미호로부터 첫 번째 편지를 받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예쁜 봉투와 편지지에 단정하게 쓴 편지로부터 미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미호의 편지를 가슴에 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책상 서랍 하나를 비워버리고 미호의 편지를 소중하게 두었다. 이제 그 서랍은 미호의 편지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뭐 하냐? 헐....편지 쓰는 거야?”
“아이...형..보지 마...”
나는 미호에게 쓰고 있던 편지를 가리면서 형에게 말했다.
“우와...이게 무슨 구한말 연애냐? 하하하하하...”
구한말이건 조선시대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나와 미호가 편지라는 통신수단을 통해 단단히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편지를 써서 부치고 편지를 기다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쏠쏠하게 재미있었다.
미호 말이 맞았다.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개강을 했다.
학교는 다시 활기에 넘쳤다.
가장 친한 같은 과 친구 성호에게 미호를 인사시켰다.
성호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동안 미호는 시종일관 내 옆자리를 지켰다.
가끔 내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아주기도 하면서 마치 우리 이런 사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성호 오빠, 좋은 사람인 거 같아요.”
“응...좋은 애야.”
성호와 헤어지고 미호와 단 둘이 남았을 때였다.
미호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주택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그때 미호의 집 앞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그 주택가는 아름다운 집들이 모여 있는 부유한 동네였다.
“후와...이런 데 살아?”
“집이 좋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에요.”
미호는 내 팔을 품듯이 붙잡고 내 옆에서 예쁘게 말했다.
아름다운 공원을 지나갈 때였다.
“잠깐 공원에서 있다가 가요. 나 맥주 냄새 좀 없애야 하거든요...”
미호와 나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내리비치는 벤치에 앉았다.
동네는 조용했고 공원에는 우리만 있었다.
미호가 고개를 기울여 내 어깨에 기댄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미호의 머리가 어깨에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미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미호가 살며시 내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응? 왜?”
“오빠 가슴도 내 가슴처럼 뛰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첫 키스.
미호와의 첫 키스였을 뿐 아니라 내 생애 단 한 번의 첫 키스였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여자를 사귄 적이 없었던 내가 키스를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은 서툴렀고 어색했다.
그저 입술만 붙이고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미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 둘은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포개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나는 완벽하게 미호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다음 날 성호는 나를 불렀다.
“왜?”
“미호라는 애 말야...”
“알던 애야?”
“응.”
“안 좋은 소문 말하려거든 하지 마...듣고 싶지 않아.”
“그게 아니구...말 끝 까지 들어봐..짜식아...”
성호가 미호에 대해서 해준 이야기는 어찌 보면 놀라울 것도 없었다.
미호는 자기 과에서 혼자 다녀서 친구가 없다는 얘기, 집이 잘 살아도 부잣집 딸 티를 안 낸다는 얘기...
다 내가 알고 있는 얘기들 뿐이었다. 그런데....
“미호, 걔. 진짜 예쁘잖아?”
“그...렇지...그런데 그게 왜?”
“경영학과 김동수가 노리고 있어.”
경영학과 김동수는 학교에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놈이었다.
모든 것을 가진 놈이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다.
게다가 공부까지 잘 하는 생각만 해도 짜증나는 놈이었다.
“집안끼리 아는 사이래...”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도무지 나와 김동수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 열악한 가정환경, 크지 않은 키, 잘생기지 못한 얼굴,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전공.........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은 그저 미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열정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은 김동수에게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미호를 만났을 때 나는 여전히 김동수 생각에 빠져있었다.
“경영학과 김동수라고 알지?”
나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미호는 김동수라는 이름을 듣자 잠시 생각에 잠기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알죠. 저의 아빠하고 동수오빠 아버지하고 사업 관계로 친해요.”
“김동수하고 결혼하게 되는 거니? 집안끼리 이미 그렇게 정해놓은 거야?”
미호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나는 그런 질문이 얼마나 못나고 초라한 것인지 알면서도 미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래 일은 아무도 몰라요. 내가 누구하고 결혼하게 될 지....하지만..”
“하지만?”
“현재는 잘 알아요.”
“현재가 어떤데?”
“현재....내가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요.”
미호는 이렇게 말하고는 그 사랑스러운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미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나를 말이다.
“날.....사...사랑해?”
“네, 몰랐어요?”
그리고 미호와 나는 그 길로 모텔에 갔다.
내가 먼저 가자고 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한다면 함께 잘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요.”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난 기다릴 수 있어.”
“저 지금 오빠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가요.”
미호나 나 둘 다 첫 경험이었다.
나는 미호의 벗은 몸을 보고는 넋이 나가 버렸다.
그 예쁜 가슴, 그리고 음모 아래에 감추어진 미호의 사랑스러운 보지....
모든 것이 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야동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일종의 교과서였고 매뉴얼이었다.
나는 그대로 실행했다.
미호에게 키스를 하고, 목을 애무하고, 젖꼭지를 빨았다.
미호의 신음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된 것은 내가 미호의 보지 속살에 혀를 붙였을 때였다.
아...이 세상에 그토록 사랑스러운 세포조직이 또 있을까.
“하앗! 아....오빠...”
내가 미호의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 미호는 아파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미호의 보지와 내 자지가 서로 섞여 들어가는 찐득한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그 뜨겁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란.....
“학...하악....학...학....아..오빠....”
여자의 몸속에, 그것도 미호의 몸속에 내 정액을 뿜어 넣게 될 거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첫 경험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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