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워리어 정수진 - 하편

* 하편





“오빠! 흐흑…… 훌쩍……”

“수진아! 괜찮아? 아무 일 없었어?”

“네…… 무서워요. 흑……”



수진이는 내 목소리를 몇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간신히 문을 열어주었다. 조심스럽게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그녀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기어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척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오…… 오빠. 왜 그래요?”

“아니, 일단 들어가자.”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그녀의 자취방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는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그녀에게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조금 전에 들어오다가 수상한 사람을 봤거든. 입구에서 계속 창문을 올려다보면서 계속 기웃거리더라고.”

“네, 네에?”

“모자를 눌러쓴 것도 그렇고, 야밤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는 게 이상해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그 놈도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도망쳐버렸어.”

“서, 설마…… 그럼 그 놈이 지, 진짜로 이 근처에……?”

“확신할 순 없지만 조심해야겠어.”

“오빠…… 저, 저 진짜 어떡해요. 흐흑…… 엉엉……”



수진이는 아예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난 애초에 의도했던 통쾌함을 넘어서 이제 거의 정복감에 가까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앙갚음을 톡톡히 했음은 물론이고 매우 귀중한 사진까지 입수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내가 사진을 뜯어낸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수진이가 어찌 상상이나 할까.



“오빠…… 저 좀 지켜주세요. 흐흑……”

“알았어, 걱정 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훌쩍…… 시, 신고 안 해도 정말 괜찮을까요?”

“우선 진정해. 정 안 되면 내일이라도 신고를 해야겠지만, 지금은 저쪽이 사진을 갖고 있으니까 섣불리 움직여서 혹시나 약점 잡힐 만한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아까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둥 설득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교묘히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나는 떨고 있는 수진이를 두고 밖으로 나가려는 시늉을 보였다.



“오, 오빠! 어디 가요?”

“일단 내가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좀 살펴볼게.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 아, 안 돼요!”



수진이는 기겁을 해대며 내 팔을 악착같이 붙잡고 늘어졌다.



“가지 마세요! 그, 그냥 여기 있어요. 저 무서워서 혼자 못 있겠어요. 오빠마저 나가버리면 저 미칠 것 같아요.”

“어? 음…… 그래도, 둘만 있으면 너도 불편할 것 같고 그래서……”

“무슨 말이에요. 하나도 안 불편해요. 무서운 것보단 나아요. 여기 있어줄 거죠? 네? 네?”



아이고,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음…… 그래, 그럼 그러자.”



그러자 아무 것도 모르고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수진이.





*





“오빠…… 불편해요?”

“아냐. 난 괜찮으니까 얼른 자.”



바닥에 누워 멀뚱멀뚱 천장을 보고 있으려니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겠다는 나를 수진이는 한사코 잡아 세웠다. 단둘이서 새벽까지 그렇게 어색하게 쭈뼛대고 있다가, 수진이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자 나는 그녀에게 침대에 누우라고 권유했다.



“오빠, 저 잠이 안 와요.”

“왜? 피곤해 보이던데.”

“피곤하긴 한데, 이대로 잠들었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요.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 그래서 내가 여기 있잖아. 그 놈이 혹시라도 나타나면 내가 꼭 지켜줄게.”

“고마워요, 오빠. 오빠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됐을지……”



어떻게 되긴……. 애초에 나 아니었으면 이렇게 불안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런데 내가 오빠한테 너무 민폐 끼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집에도 못 가게하고……”

“하하, 그러게. 그럼 그냥 이대로 놔두고 가버릴까?”

“왜, 왜 그래요…… 장난치지 마세요.”

“하하하.”



수진이는 내가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웃는 거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나는 정말로 신이 나서 웃는 거였다. 동아리의 여왕 정수진이 같은 방에서 단둘이 있자고 매달리는 이 상황이 어찌 신나지 않을쏘냐.



“그런데 나 정말 아침까지 있다 가도 되겠어? 너 자는 동안 내가 딴마음이라도 품으면 어쩌려고?”

“오빠는 그럴 사람 아닌 거 알아요.”

“에이…… 너 의외로 순진하구나. 남자는 다 똑같아. 믿으면 안 돼.”

“오빠가 정말로 못된 사람이라면 일부러 지금 그런 말을 하지도 않겠죠. 난 오빠를 믿어요. 이 늦은 밤에 걱정해서 달려와 주기도 하고…… 저 정말 감동했어요.”



요 계집애, 앙큼한 년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 꽤 귀여운 맛이 있다. 물론 그런 만큼 오히려 나는 더 짜릿해졌다. 그녀가 꿈도 못 꾸고 있는 알몸사진에 대한 진실을 떠올리자 자꾸만 아랫도리에 벌떡벌떡 힘이 들어갔다.



바닥에 누운 채로 침대 위를 흘끗 올려다보니, 이불 밑으로 쭉 뻗은 수진이의 늘씬한 두 다리가 보였다. 그녀는 허벅지의 절반만 간신히 가리는 짧은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아마 잠옷으로 입는 옷인 모양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노출된 맨 다리를 보니, 머릿속에서 아까 사진으로 보았던 알몸이 동시에 떠올라 느낌이 무척 야릇했다.



두 다리 뿐만이 아니라, 티셔츠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저 젖가슴의 실체도 이미 두 눈으로 확인했다. C컵은 족히 넘을 듯 보였던 그 볼륨감과 끄트머리에서 앙증맞게 대롱거리던 귀여운 젖꼭지……. 수진이의 알몸을 아는 남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흡족하게 느껴지면서, 또 한편으론 그녀가 그것을 모른다는 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묘한 흥분을 주었다.



‘어떡하지? 확 그냥 덮쳐버릴까?’



알몸 사진을 건진 것만 해도 엄청난 수확이었건만 남자의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인지, 나는 이제 그 이상을 바라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그녀의 원룸에 들어설 계획을 꾸몄을 때만 해도 뚜렷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알몸 사진도 얻어내고, 이 기회를 통해 그녀에게 환심도 사고, 일석이조의 전략을 노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나는 왠지 정말로 그녀를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점점 사로잡혔다. 퀸카 중의 퀸카 정수진을 정복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내 평생토록 잊지 못할 무용담이 되겠지.



‘덮치고 나서 확 협박해버려? 의외로 맹한 것 같으니까 사진으로 잘만 위협하면 찍소리도 못할 것 같은데……’



속으로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수진이가 갑자기 정적을 깨뜨렸다.



“오빠, 자요?”

“으응? 아, 아니야.”

“바닥이 좀 딱딱해서 불편하죠? 그냥 올라와서 같이 잘래요?”

“으, 응?”



내가 화들짝 놀라서 별 말을 못하고 있으니 수진이가 침대 한구석으로 들어가며 내게 남은 자리에 누우라고 손짓했다.



“괜찮으니까 올라와요. 오빠가 그렇게 누워있으면 나도 불편해서 못 잘 것 같아요.”

“그, 그럼…… 그럴까?”



표정과는 다르게 마음속에선 쾌재를 부르며 나는 어기적어기적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수진이는 옆으로 누운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손바닥 한 뼘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그녀와 그렇게 마주보고 있으니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렸다.



“사실은 불안해서요. 눈 떴을 때 아무도 없으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저 자는 동안 어디 다른 데 안 갈 거죠?”

“으응. 물론이지. 하하…….”



이렇게 먹기 좋은 밥상을 눈앞에 두고 대체 어딜 간단 말이니?



“고마워요. 오빠는 정말 자상하네요.”

“…….”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수진이와 한 침대에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기분은 정말로 묘했다. 마냥 설렌다고 하기에는 몰래 지은 죄가 있으니 찔리는 구석이 있고, 또 한편으론 그 비밀 때문에 이 상황이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내 복잡한 속을 모르는 수진이는 계속 이런저런 말들을 꺼냈다. 이미 그녀에겐 잠들 마음이 없어보였다. 나는 적당히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속으로는 이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갈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녀가 그 이야기를 꺼냈다.



“맞다, 오빠. 기억나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요.”

“응?”



그녀가 기억하는 첫 만남과, 내가 알고 있는 첫 만남은 분명히 다를 텐데……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종알종알 말을 이었다.



“저 처음 봤을 때 오빠가 저보고 이상형이라고 그랬잖아요. 호호…… 저 그 때 되게 기분 좋았는데. 사실은 그때부터 오빠가 조금 신경 쓰였어요. 일부러 오빠한테 인사도 더 자주하고 그랬는데 몰랐죠?”

“…….”

“고민거리를 오빠에게 털어놓은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아요. 오빠는 왠지 내 얘기를 잘 들어줄 것 같아서…… 난 털어놓고 나서도 혹시나 오빠가 날 이상한 애로 생각하면 어쩌나 했는데, 오빠는 끝까지 내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걱정해줘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그 상황에서는 어쩌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와 수진이 사이에는 어느새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복잡한 고민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목표 의식을 세웠다. 굳이 위험한 수를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녀를 구워삶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빠…… 저 사실 너무 걱정돼요.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해도 그것 때문에 학교에 안 좋은 소문이라도 퍼지면 어떡해요? 게다가 그런 사진까지 줘버렸는데…… 혹시라도 무슨 해코지 당하는 건 아닌지 너무 불안해요.”

“걱정 마. 굳이 신고할 것도 없어. 그런 놈들은 인터넷에서나 대단하지 실제로는 뭣도 아냐. 너 혼자 사는 여대생인걸 아니까 어떻게 해보려고 접근한 거겠지만 내가 계속 붙어있는 거 보면 그 놈도 더 수작 부리지 못할 거야. 나만 믿고 나한테 딱 붙어있어. 알겠지?”

“흐흑…… 오빠, 너무 고마워요……”



수진이가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내 품에 안겼다. 나는 그녀를 힘껏 품 안에 끌어안으면서 두 손으로 은근슬쩍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손끝으로 굴곡의 느낌이 전해져오자 나는 전율하고 말았다. 이 환상적인 몸이 바로 아까 보았던 그 알몸이란 말이지……?



나는 보다 새로운 방법으로 그녀를 취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굳이 그녀에게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그녀가 끝까지 내 실체를 모르게 하면서 나에게 빠져들게끔 만드는 편이 훨씬 자극적이고 짜릿할 것 같았다. 굳이 위험한 방법을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를 철저히 꼭두각시처럼 조종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이런 상황에서 고백하긴 좀 그렇지만…… 난 네가 좋아. 네 일이라면 돕고 싶은 게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든 너 지켜줄 테니까 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가져.”

“오빠……”



감격으로 떨리는 수진이의 두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보다가 나는 그녀에게 기습 키스를 했다. 입술이 포개지자 수진이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지만 나를 밀쳐내지는 않았다. 천천히 입술을 빨아대다가 나는 그 틈새로 슬그머니 혀를 밀어 넣었다.



“흐읍……”



살짝 실눈을 떠보니 수진이가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긍정적인 신호라는 느낌이 왔다.



“아……!”



한참동안 혀와 혀가 서로 얽히고 뒤섞였다. 그러던 와중에 수진이가 자그마한 탄성을 질렀다. 우뚝하게 발기한 내 물건 끝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찌르고 말았던 것이다.



“미, 미안해 수진아…… 나도 모르게……”

“괘,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나는 마치 큰 실수를 저지른 것 마냥 어수룩하게 사과했다. 캄캄하게 불이 꺼져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말투를 연기할 순 있어도 표정까지 연기하기는 너무 힘들었으니까. 한편 귀엽게도 수진이는 오히려 그런 나를 안심시키려 하는 것 같았다.



“이해해요. 남녀가 한 침대에 있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뭐…… 오빠는 남자니까, 이상한 건 아니에요……”

“아, 아니야. 난 그냥 네가 너무 좋아서…… 네가 우는 걸 보니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호호……”



순정적인 내 모습에, 그 와중에도 웃음이 나는지 수진이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나보다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는 배우가 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꺼진 불씨를 다시 지피기 위해 나는 수진이의 목에 팔을 둘렀다. 하지만 그녀는 슬그머니 뒤로 몸을 빼냈다. 거절의 표현인가 싶어 속으로 난감해하고 있는데, 그녀가 수줍게 시선을 피하며 한 마디 했다.



“저 씻고 올게요.”

“아, 으, 응.”



순간 머릿속에서 화려하게 폭죽다발이 펑펑 터졌다.





*





“오빠, 거기 있죠?”

“으응.”

“멀리 가면 안 돼요.”



수진이는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불안했는지 나더러 화장실 문 밖에 서 있으라고 졸라댔다. 나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고 그녀가 씻는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물건이 꿈틀대며 용트림을 해댔다.



“다 했어요…… 오빠도 씻을 거죠?”

“으응. 잠깐만 기다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진이가 알몸에 타월 두 장만 간신히 두른 채로 나왔다. 그 모습이 내게 그토록 자극적이었던 이유는, 처음 받았던 사진에서 그녀가 양팔로 애처로이 몸을 가리고 서 있던 모습과 너무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번개처럼 뛰어 들어가 평생 살면서 했던 것 중에 가장 빠른 샤워를 끝냈다. 물건에 대충 비누칠만 하는 정도로 샤워를 마친 나는 어설프게 허리춤에 타월 한 장을 두르고는 밖으로 나갔다. 수진이도 여전히 타월을 두른 채로 침대 위에 얌전히 누워있었다.



이미 온갖 상상으로 발기된 물건은 수건 한 장으로 가려봤자 감출 수가 없었다. 우뚝하게 수건 위로 솟아오른 텐트를 보자 수진이가 수줍게 못 본 척을 했다. 흐흐, 가증스럽기는.



“오빠……”

“응.”



웃통을 훌렁 드러낸 내가 침대 위로 올라오자 수진이가 부끄러워하며 물었다.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될까요?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마당에……”

“걱정 마. 너무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것도 안 좋아. 내가 안심시켜 줄 테니까, 나만 믿어.”

“정말요……? 오빠만 믿으면 돼요?”

“응. 나 못 믿겠어?”

“아니요…… 그럼 저 지금은 오빠만 믿을게요. 오빠가 리드해주세요.”

“물론이지. 흐…….”



아차, 나도 모르게 음흉한 웃음이 터질 뻔 했군……. 하지만 이미 두 눈을 꼭 감고 얌전히 굳어있는 수진이는 긴장한 탓인지 낌새조차 못 알아챈 기색이었다.



“꺅!”



나는 과감하게 수진이의 몸을 가리고 있던 타월을 가차 없이 벗겨내 버렸다. 두 장의 타월이 떨어져나가며 그녀의 알몸이 고스란히 내 눈 앞에 공개되었고, 그 벅찬 감격에 나는 몸을 떨었다.



“오, 오빠……”



그녀는 너무도 부끄러운 탓인지 두 손으로 수줍게 가슴과 아래쪽을 가렸다. 사진에서와 똑같은 포즈였다. 이제 보니 그 포즈가 일종의 습관이었나? 아무튼 사진 속의 모습을 똑같이 실물로 보게 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야릇한 흥분이 치솟았다.



두 팔을 잡아 위로 걷어버리자 수진이가 이번엔 몸 대신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알아서 스스로 눈을 가려주니 나는 좀 더 대놓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사진으로 보았던 그 완벽한 알몸을 실제로 눈에 담는 호사를 누렸다.



‘흐흐, 실물이 더 낫네……’



사진으로 알몸을 처음 봤을 때도 그 빼어난 곡선에 감탄했지만, 실물은 오히려 그 사진을 더더욱 뛰어넘고 있었다. 단숨에 내 기둥을 우뚝 서게 만들었던 그 앙증맞은 젖꼭지가 이제는 내 눈 앞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아……!”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그녀의 젖꼭지를 덥석 베어 물자 수진이가 뜨거운 숨을 토했다. 건포도처럼 귀여운 유두가 내 혀끝에서 뭉개지고 굴려지면서 점점 딱딱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더 참을 것도 없이 잘근잘근 이빨로 깨물고 씹어주었다.



“으응……! 흐윽! 오빠아……”



인정사정없이 젖가슴을 탐하는 내 머리통을 수진이가 양팔로 끌어안았다. 풍만한 볼륨감이 느껴지는 봉오리 사이에 얼굴이 한껏 파묻히자 짜릿한 행복감이 온몸 가득히 퍼졌다.



“하아…… 하아……”



채 몇 분도 되지 않아서 우리 둘 다 숨결이 뜨거워졌다. 나는 혀끝을 굴려 그녀의 젖가슴에서부터 배꼽으로 서서히 타고 내려갔다. 배꼽 안쪽을 날름거리며 핥아주니 수진이가 아주 기묘한 신음소리를 냈는데,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아……! 오빠, 거기는……”



마침내 내가 가지런히 돋아난 수풀 앞까지 당도하자 수진이가 다시 두 손으로 눈을 가려버렸다. 사진으로도 이 너머의 비밀스런 곳까지는 볼 수 없었기에, 나는 미지의 영역 안으로 헤치고 들어가는 극적인 스릴을 느꼈다.



“어디…… 우리 수진이 거기가 얼마나 예쁜지 한번 볼까?”

“모, 몰라요……”



아마도 내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농지거리를 던지는 것으로 알았나보다. 음흉하게 웃으며 두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자 수진이가 마지못해 허벅지에서 힘을 뺐다.



앞쪽에는 드문드문 수풀이 나있었지만 의외로 뒤쪽엔 털이 없어서 조갯살과 구멍 입구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거뭇거뭇한 빛깔을 보니 남자 경험이 꽤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순이 아주 야무지게 오므라들어있어서 배덕한 정복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으흐윽!”



구멍 입구를 살짝 혀끝으로 쓸어 올리자 수진이가 몸을 비틀었고, 그와 동시에 안쪽에서 찝찔한 맛이 느껴졌다. 이미 꽤나 젖어있었던 듯 질감이 아주 말랑말랑했다. 방금 샤워를 해서 그런지 가장 깊숙한 곳에서도 기분 좋은 향기가 전해져왔다.



진수성찬을 영접하는 기분으로 나는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을 신나게 빨고 핥아댔다. 추접스런 타액소리가 방 안에 한가득 퍼질 무렵이 되자 수진이도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허리를 배배 꼬고 있었다.



“아아…… 하악…… 아아으응…… 하아아아……”

“히히, 수진아. 너 물 되게 많이 나온다…… 엄청 달달해.”

“아흑……! 흐으으윽!”



나는 처음에 보여주었던 그 어수룩한 순정남의 가면을 벗고 어느새 음탕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고 있었지만, 이미 흥분에 휩싸인 수진이는 내 말을 제대로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질 안쪽까지 내 혀끝이 깊숙하게 파고들자 수진이가 거의 울부짖는 소리를 내었다.



“미, 미치겠어요…… 오빠……”

“너도 내꺼 좀 빨아줘.”

“아으으……”



나는 수진이의 몸을 거꾸로 뒤집었다. 그리고는 내 몸 위에 그대로 번쩍 들어 69자세로 태웠다. 수진이의 엉덩이가 내 얼굴 바로 앞에 놓이자, 나는 문득 사진에서는 이 엉덩이를 보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보는 그 엉덩이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볼륨 죽이네…… 네 엉덩이 생각하면서 딸딸이 친 적 많은데.”

“정말요……?”

“응. 실망했어?”

“아니요…… 좀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아마 우리 동아리 남자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너 생각하면서 자위하고 그랬을걸.”



동아리 내에서 그녀가 얼마나 선망의 대상인지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정말이지 가슴 벅찬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수진이와 알몸이 되어 이러고 있는 모습을 다른 녀석들이 본다면 얼마나 벙 찐 얼굴이 될까. 수컷으로서, 나는 극도의 우월감에 젖어들었다.



“흐흐. 너 바지 입었을 때 엉덩이 빵빵한 거만 보면 미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똥구멍까지 훤히 다 보이네. 너무 짜릿하다.”

“아이 참…… 그,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부끄럽게…….”



미묘하게 태도가 변한 내 모습에 수진이는 조금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딱히 그 이상 의심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그녀가 부끄러워 할 틈도 주지 않고 혀끝으로 날름 항문 주변을 핥았다. 주름을 하나하나 건드리는 노골적인 애무에 수진이가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아아…… 오, 오빠…… 거, 거기까지…… 더럽게……”

“하나도 안 더러워. 맛있는데? 너도 내꺼 좀 빨아줘.”

“흑……!”



추접스런 구멍을 그토록 게걸스레 핥아대니 그 커다란 엉덩짝이 자꾸만 움찔거렸다. 손바닥에 감히 다 잡히지도 않는 풍만한 살덩이의 볼륨감을 음미하며, 수진이의 엉덩이를 천천히 마음껏 주물렀다. 손바닥 안에서 마구 뭉개지고 으스러지는 그 감촉이 정말로 죽여줬다.



“끄으……”



머뭇거리던 수진이가 마침내 내 물건을 입에 머금자 내 입에서도 아찔한 신음성이 터졌다. 동물적이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우리는 꽤 오랜 시간 69체위를 이어나갔다. 충분히 만족할 만큼 그녀의 두 구멍을 핥고, 빨고, 맛본 후에야 나는 그녀의 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입을 뗐다.



“수진아. 나 후배위로 넣고 싶은데 괜찮지?”

“오, 오빠가 원한다면 뭐……”



나는 첫 삽입부터 그녀를 그대로 엎고는 엉덩이 뒤에서 물건을 조준했다. 빵빵한 엉덩이가 좌우로 활짝 벌어졌고 그 사이에서 내 침에 젖은 두 구멍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혼자 보기엔 아까울 정도로 너무도 뿌듯하고 음란하게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흐읍……!”



두 엉덩짝을 있는 힘껏 콱 움켜쥐고는, 그 사이로 슬그머니 귀두를 밀어 넣자 수진이가 헛숨을 뭉텅이로 삼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귀두 끝이 그녀의 보드라운 구멍 입구에 가서 닿는 순간, 나는 온몸으로 전율하고 말았다.



“아학!”



삽입의 순간을 천천히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질의 감촉을 맛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허리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순식간에 안쪽 깊숙이 때려 박으니 수진이가 거의 비명에 가까운 교성을 질렀다.



“으…… 으윽……”



격한 조임에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이렇게 맛있는 구멍은 내 평생 처음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삽입이 내게 주는 자극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 그 자체였다. 어마어마한 아찔함에 휩싸여 나는 서서히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흐으윽!”



안쪽 깊숙이 물건이 박힐 때마다 나는 머릿속으로 수진이가 게임에서 내게 했던 욕설들을 떠올렸다. 그 무분별한 욕설과 건방진 말버릇을 떠올려내자 어쩐지 구멍 맛이 더 짜릿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아아앙!”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까불던 수진이.



“하아악!”



그러면서 오프라인에서는 가증스런 가면을 쓰고 다니던 그녀.



“아흐흑!”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따끔한 응징을 내리고 있는 나…….



나는 그녀를 혼내고 있는 기분에 심취하여, 한 줄 한 줄 그 감상을 마음속에 또렷이 새겼다. 살과 살이 부딪혀 퍼억, 퍼억, 하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그녀의 욕설과 가식을 다시 한 번 생생히 떠올렸다. 그럴수록 쾌감은 두 배, 세 배가 되었다.



“흐흐, 너 지금 벌 받는 거야. 수진아. 알고 있니?”

“아아앙! 흐으윽! 아아아…… 하아아…… 아아아앙!”



나는 암캐처럼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수진이의 매끄러운 등에 대고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반쯤 넋이 나간 그녀는 내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어!”

“어떻게 수진이가…… 다른 사람도 아닌 수진이가!”

“으아아아!”



다음날, 동아리 방은 내 한마디로 인해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수진이와 내가 사귀게 되었다는 사실을 내 입으로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았던 그 놈들은 수진이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표정이 무참하게 굳어졌다.



“너…… 너 수진이한테 관심 없는 척 하더니 도대체 언제……?”

“뭐 원래 로맨스는 아무도 모르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동안 동아리 내에서는 저마다 수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암묵적인 경쟁이 이루어져왔기에, 나는 졸지에 그 경쟁의 승자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우쭐함으로 한껏 높아진 콧대를 과시하며 나는 수진이의 어깨에 보란 듯이 손을 두르고는 동아리 방을 나왔다.



“오빠, 너무 일찍 얘기해버린 거 아니에요?”

“왜? 부담돼?”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한동안 서로 이렇게 꼭 붙어있어야 할 텐데, 사전 설명 해놓지 않으면 오히려 뒤에서 이상한 소문만 날걸?”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수진이가 내 팔에 슬며시 팔짱을 껴왔다. 나는 얼굴 한가득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제 아무 걱정 말고 딱 이렇게 내 옆에 붙어있기만 하면 돼. 그 놈 결국엔 어제 안 나타났잖아?”

“그래도 계속 찝찝해요…… 완전히 포기했는지 확신할 수도 없고.”

“그럼 네가 안심될 때까지 계속 네 방에서 지낼까?”

“그래줄 수 있어요?”

“물론이지. 너만 괜찮다면.”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레 동거를 시작했다.





*





해커가 끝내 나타나지 않은 채, 무사히 한 달이 지나가자 수진이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동거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딱 붙은 채로 함께 등교를 하고,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과제를 하고, 사이좋게 방으로 돌아왔다.



그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어찌나 즐거운 시간을 자주 보냈는지, 그녀는 이제 내 앞에서 옷을 모두 훌렁 벗고도 스스럼없이 돌아다닐 정도가 되었다. 내가 수진이와 사귀고 나서도 동아리 학생들의 선망의 시선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기에, 나는 오히려 섹스 할 때 더더욱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아으응……! 아아……! 아아앙!”

“오늘 경환이 그 자식 표정 봤어? 내가 대놓고 네 엉덩이 더듬으면서 걸어가니까 그 자식 뒤에서 미칠 것 같은 눈으로 쳐다보더라고. 너도 느꼈지?”

“으으응……! 모, 몰라…… 그런 거 왜 자꾸 물어……”

“흥분되잖아. 아직도 너 따먹고 싶어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걔네들은 상상으로만 하는 걸 나는 이렇게 매일매일 하고 있잖아. 히히.”

“치……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만 집중해, 그냥.”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동아리 남학생들의 자위대상이 되고 있을지 모르는 수진이의 완벽한 몸을 마음껏 주무르며, 나는 오늘도 한차례의 격한 절정을 맞이했다.



“아아아악……!”



뾰족한 신음을 내지른 수진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품에 안겼다. 오늘은 그녀에게 특히나 야한 옷을 입혀서 학교에 등교했더니 하루 종일 쏟아지는 남학생들의 시선 때문에 자주 아랫도리가 벌떡벌떡 서곤 했었다. 우월감이 곧 흥분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한 번 더 할까? 너 오늘 무지 섹시했어. 상상하니까 또 선다.”

“정말?”



수진이가 눈빛을 빛내며 앙큼하게 웃었다. 처음엔 나더러 왜 쓸데없는 우월감을 자랑하냐며 핀잔주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그녀도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근데…… 콘돔 없는데? 방금 써서 다 떨어졌어.”

“그냥 오늘은 생으로 하면 안 될까? 싸기 전에 뺄게.”

“안 돼!”

“쳇…… 그럼 편의점에서 사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호호, 알았어. 빨리 갔다 와.”



귀찮았지만 나는 옷을 걸쳐 입었다. 그러는 사이에 수진이는 시간을 때우려는지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접속했다. 알몸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그녀를 보니 또 묘하게 물건이 벌떡 섰다.



“옷이라도 좀 입고 해.”

“왜, 오빠 다녀오면 어차피 또 벗어야 할 텐데. 호호호.”



자극적인 도발에 들떠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콘돔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문득 PC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예전에 수진이의 방으로 달려가던 와중에 들렀던 바로 그곳이었다.



“…….”



갈 길이 급하긴 했지만 왠지 그 순간 묘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나는 PC방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는, 방에서 나오기 전에 수진이가 하고 있었던 그 게임으로 곧장 접속했다.



‘jiniqueen(지니퀸)’



그 일이 있고나서 수진이는 아이디를 조금 바꾸었다. 예전에 jinistar(지니스타)라는 아이디를 처음 봤을 땐 여자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는데, 이렇게 바뀐 아이디를 보니까 이제는 제법 여자애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진이 모르게 생성해두었던 초보 캐릭터를 움직여 지니퀸의 근처를 일부러 서성거렸다. 계집애가 공부는 안하고 주구장창 게임만 하더니, 내가 알기론 이 게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그녀는 번쩍이는 지존급 아이템들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듣기로는 게임에서 만난 길드 오빠라는 놈들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갖가지 지원을 해줘서 그렇다는데……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웃기기도 했다. 옛날 생각이라도 났던 건지, 한참을 그렇게 지니퀸의 주위를 얼쩡거리다가 결국 접속을 종료하려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어?”



그 순간, 번개처럼 다가와 내 캐릭터를 슥 하고 썰어버리는 지니퀸……. 나는 골 한쪽이 띵하게 울리는 기분을 느끼며 그녀에게 채팅을 걸었다.



‘혼나고 싶냐?’

‘혼내보시든가 이 허접아 ^^’

‘그래, 단단히 혼내줄 테니까 기다려라.’

‘엿이나 드세요 ^^ㅗ’



상대가 나인 줄도 모르고 그녀는 신나게 막말을 내뱉었다. 한숨이 푹 새어나왔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그 말이 딱이로다……. 나는 그길로 접속을 종료하고 그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콘돔 사러 어디까지 갔다 온 거야? 뭐하느라 이렇게 늦었어?”



여전히 속옷도 입지 않은 모습으로 그녀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모니터 안에는 방금 나를 죽인 바로 그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캐릭터가 서 있었다.



“오다가 누구랑 시비가 붙어서.”

“뭐? 누구랑……? 별 일 없었어?”

“응, 별 일은 없었고……”



나는 그녀의 몸뚱이를 번쩍 들어 침대에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그 위로 달려들어 얼떨떨해있는 그녀의 알몸을 순식간에 깔고 앉았다.



“왜, 왜 이래, 갑자기.”

“가만있어. 지금부터 혼내줄 테니까.”

“뭐?”



그녀는 영문 모를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결국 내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 끝 -





처음에 생각했던 두 가지 엔딩이란 크게 구분해서 순애 엔딩과 능욕 엔딩이었는데요, 결국 순애적인 엔딩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 능욕 엔딩은 다들 예상하시다시피 수진이를 철저히 유린해버리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번 이야기는 하드보다는 비교적 소프트로 가고 싶어서 엔딩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엔딩을 택하든 중간까지의 과정은 같아서 저도 엔딩을 고르는 재미가 있더군요. 능욕 엔딩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지만 소설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 아닌 이상 확실히 정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에…… 부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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