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와 어른놀이 - 중편

* 중편


“이…… 미친 놈……”
“뭐해? 빨리 벗어.”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식어가는 치킨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유미에게 얼른 옷을 벗으라며 재촉했다. 장난기를 띄고는 있었지만 나는 내심 진지했고, 유미도 내 그런 독촉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자…… 됐지?”

나더러 고개를 돌리고 있으라고 하더니, 유미는 뭔가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는 모습을 대놓고 쳐다보고 싶었지만 잠시 후에 있을 즐거움을 상상하며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잠시 후에 그녀가 내게 보인 모습은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야, 그게 뭐야? 장난해?”
“그럼 뭘 얼마나 벗으라는 거야? 너처럼 훌러덩 다 벗으라고?”

유미는 기껏해야 티셔츠를 탱크톱 나시로 바꾸고, 짧은 핫팬츠를 입은 것이 전부였다. 물론 탱크톱에 핫팬츠라는 조합은 일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척 섹시하고 야릇한 모습임에 틀림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터무니없는 뻔뻔함으로 느껴졌다.

“나는 고추까지 깠잖아.”
“이, 이 또라이 새끼야! 내가 언제 그러라고 시켰어? 지가 멋대로 해놓고는……!”
“네가 먼저해보라며. 그럼 너도 책임을 져야지. 김유미 이거 완전 실망이네. 그것밖에 안 돼?”
“남자랑 여자랑 같냐? 너처럼 알몸으로 벗고 나갔다간 동네방네 소문 다 날지도 모르는데?”
“걱정 마, 얼굴도 안 볼 사이에 뭐 어때? 그 집에서 다시 안 시키면 되지.”
“싫어!”
“이게 진짜……”

나는 짐짓 화난 척을 하며 벌떡 일어나 다시 바지를 내렸다. 팬티까지 훌렁 내려버리자 아까처럼 다시 가랑이 사이에서 물건이 흉측스럽게 대롱거렸다. 그러자 유미는 기겁하며 또 두 눈을 가렸다.

“야 이……! 너 아까부터 진짜 왜 그래!”
“네가 자꾸 발뺌을 하니까 그렇지. 난 벌써 다 깠는데 뒤늦게 이러기가 어디 있어?”
“야…… 좀 봐줘. 너 진짜 내가 미친년 소리 듣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사실 이렇게 끈질기게 종용하는 이유는 유미가 약속을 어겨서 그렇다기보다는, 그저 괘씸함 때문이었다. 뻔히 사진들을 이미 다 봤는데 마치 그런 경험이 없는 척, 도저히 자신은 못 하겠다고 빼는 척 하는 것이 꼴 보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보란 듯이 더 물건을 흔들었다.

“한번 뱉은 말은 책임져야지. 안 그래?”
“…….”

내가 평소 같지 않게 물고 늘어지니 유미는 오만상을 찡그리면서도 결국 나시를 벗었다. 혹시나 노브라가 아닐까 내심 기대했던 나로서는 연두색 브래지어 때문에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김유미의 속살을 노출시켰다는 것에 대단한 뿌듯함을 느꼈다.

“밑에도 벗어야지.”
“시끄러워! 그, 근데…… 너 왜 섰냐?”
“…….”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유미의 지적대로 다리 사이의 물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우뚝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서지 말라고 뜯어말릴수록 오히려 더 용트림을 해대는 것이 남근의 특성 아니겠는가. 아마도 유미는 그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 나머지, 방금 전까지 두 눈을 가리고는 내 성기를 못 본 척 가증스레 연기했던 것을 한순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보냐?”
“뭔 소리야…… 눈앞에 있으니까 당연히 보게 되지.”

사실 난, 이 순간만큼은 바바리맨의 심리에 동조하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유미 앞에서 성기를 꺼내놓고 있다는 것이 무척 수치스러우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처음에 벗을 때는 그저 객기로 창피함을 무릅쓴 것뿐이었는데, 한번 내놓고 보니 오히려 그 꼴로 있는 게 일종의 자극이 되었다. 나도 알몸이니 너도 어서 벗어라, 하고 몸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너 진짜 안 벗을 거야? 나 좀 민망해지려고 그런다. 너 생각 없으면 그냥 다시 옷 입을게.”
“…….”

내가 전혀 마음에도 없는 화난 척을 해대자, 유미는 잠시 말문이 막히더니 이내 애매한 한숨을 쉬면서 핫팬츠의 단추를 주섬주섬 끌렀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유미가 핫팬츠를 무릎 아래로 내리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눈 돌려.”
“어차피 다 볼 건데.”
“야. 우리 진짜 이래도 되는 거야?”
“뭐 어때……. 그냥 장난이잖아.”

유미가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피가 빠르게 돌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정말 이상한 반응이었다. 내 기억엔 유미와 같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 갔을 때도 그녀의 비슷한 차림을 본 적이 몇 번인가 있었지만, 그 때는 적어도 이런 기분까지는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 상황이 주는 그 묘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25년 지기 친구가 한순간에 이성으로 느껴졌다면 지난 세월이 정말 허무하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분명히 내 물건은 그녀의 몸을 보고 반응하고 있었다. 게다가, 심지어 유미도 그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야, 이정훈. 너 헛생각 하면 안 된다.”
“헛생각은 무슨…….”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은 얼토당토않다는 듯 나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그녀가 속옷 바람이 되고 나서부터 이전에 결코 느껴보지 못한 어색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나는 일부러 조금 노골적으로 티를 내면서 그녀의 속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 상황에서 어색하게 행동했다간 오히려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아서 짐짓 대범한 척 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당당히 브라와 팬티 차림으로 있는 자신의 몸을 보고 있자 유미는 귀엽게도 가슴부근을 양팔로 감쌌다.

“뭘 봐?”
“흐흐, 그냥. 이렇게 보니까 너도 꽤 잘빠진 것 같아서.”
“뭐가 어째?”
“이제 곧 올 것 같은데. 준비 됐지?”
“…….”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조금 전에 주문해놓은 중국집 배달원을 기다렸다. 반쯤은 객기로 여전히 우뚝 솟은 성기를 드러낸 채,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고…… 마침내 기다렸던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잘 다녀와.”
“…….”

내가 빙긋 웃으며 그녀를 독촉하자 유미는 어쩐지 조금 분한 얼굴이 되어서 일어섰다. 그 순간, 나는 대체 어디서 솟아난 무모함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충동에 휩싸여가지곤 일어서는 유미의 토실한 엉덩짝을 짝 소리가 나도록 한 방 갈겼다.

“야!”
“미안, 미안. 빨리 나가봐.”
“너 진짜……”

능글맞게 히죽 웃으면서도 나는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그녀를 수치스럽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게 스스로 놀랍고 낯설었다.

“식사 왔습니……”

유미가 쭈뼛거리며 속옷 바람으로 문을 열어젖히자, 아니나 다를까 철가방을 든 아저씨가 들어오려다 말고 흠칫 눈을 크게 떴다. 문득 나는 유미의 속옷까지 벗겨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했지만, 그러면서도 중국집 아저씨의 그 반응 자체가 굉장히 자극적으로 느껴져 방 안쪽에서 몰래 숨을 죽였다.

“어, 어흠…… 만 천원…… 흠……입니다.”

젊은 여자가 팬티에 브래지어만 입고 있을 줄, 들어오기 전엔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그 반응은 아까의 치킨 배달원이랑 사뭇 달랐다. 치킨 배달원이 나를 무슨 미친 놈 보듯 서둘러 자리를 떠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중국집 아저씨는 일부러 천천히 그릇을 내려놓으며 끊임없이 유미의 몸을 곁눈질 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바로 그 때, 몰래 지켜보던 내 눈이 큼지막하게 커졌다. 유미가 일부러 지갑을 줍는 척 하며 배달 아저씨에게 등을 돌리고는, 허리를 앞으로 푹 숙였던 것이다. 덕분에 팬티로 위태롭게 감싸인 빵빵한 엉덩이가 중국집 아저씨에게 고스란히 보이게 되었고…… 아저씨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있는 대로 헛기침을 해대면서도 유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미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의 그 모습을 이미 본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사진 속에서였다. 의대 오빠라는 남자가 올렸던 그 사진에서, 유미는 놈이 지시하는 대로 지금과 정확히 같은 포즈와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허, 허허, 흠, 맛있게 드세요……”

꽤 오랫동안 뜸을 들이며 지폐를 세던 아저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유미를 한 번 더 훑어보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유미는 그릇들이 놓인 신발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일어날 생각을 않고 있었다. 엉덩이 사이에 파묻힌 팬티가 뒤에서 보니 무척 야하게 느껴져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 보고만 있었다.

내 손에 쥐어진 휴대폰은 이미 유미 모르게 아까부터 이 상황을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촬영을 마친 나는 물건을 덜렁거리며 성큼 다가가 쪼그리고 있는 유미를 뒤에서 슬쩍 껴안았다. 그러자 유미가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어때? 기분 좋았어?”
“무슨 개소리야?”
“아니, 혹시 흥분했나 싶어서.”
“……”

그러면서 나는 슬쩍 유미의 엉덩이 골짜기에 대고 내 물건을 문질렀다. 유미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더니 내 얼굴을 돌아보지 않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야…… 하지 마. 너 오늘 좀 이상해……”

당연히 이상하겠지. 김유미의 존재가 이렇게까지 야한 느낌으로 다가온 적은 오늘이 처음이니까…….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항상 자신 있게 예스라고 답해왔던 나였지만, 단 한 순간의 감정으로 그것이 무너질 수 있음을 나는 현재 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유미야, 나 꼴려.”
“뭐, 뭐라고?”
“나 물 빼는 거 한번만 도와주면 안 돼?”
“너 미쳤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입에서만은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게 믿을 수 없다는 듯, 유미의 목소리가 덜덜 떨려나왔다.

“아까부터 발기해있었던 거 너도 알잖아. 뭐 딴 거 해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자위하기 쉽게 조그만 도와달라는 거야.”
“야! 듣자듣자 하니까…… 너 갈수록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아니면 나 이거보고 자위한다?”

나는 유미에게 방금 찍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중국집 아저씨에게 엉덩이를 내보이고 있는 유미의 모습이었다. 그러자 유미가 발끈해서는 내 휴대폰을 뺏으려고 화를 냈다.

“이건 또 언제 찍었어! 당장 안 내놔?”
“너무 꼴려서 그래. 넌 친구끼리 이런 것도 하나 못 도와줘?”
“웃기고 자빠졌네. 세상에 그런 부탁하는 친구도 있어? 야, 이정훈! 정신 차려. 나 김유미야. 너랑 걸음마 뗄 때부터 알았던 김유미라고.”
“친구끼리 그런 부탁 못할 건 또 뭐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지금 내 행동이나 말들이 지난 세월들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비겁하게도 여전히 우정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서는, 이것이 별 대수롭지 않은 행위인 척 포장해서 내뱉고 있었다.

“나, 난 싫어!”

유미가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매몰차게 내뱉자 나는 입맛을 다시며 터벅터벅 걸어가 유미의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는 휴대폰으로 촬영했던 유미의 모습을 보면서 혼자 기둥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자기 침대 위에서 여봐란 듯이 용두질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유미가 멍하니 얼이 빠졌다.

“야…… 너……”

더듬더듬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유미를 무시하고 나는 휴대폰 속의 영상에 점점 더 몰입했다. 사실 아저씨의 각도가 아닌 안쪽에서 찍은 각도라서 제대로 볼거리는 따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 상황에서 아저씨가 느꼈을 자극이나 유미의 속마음 등을 상상하면서 나는 일부러 더더욱 힘차게 자위질을 해댔다.

“…….”

내가 들은 체도 않자 유미는 떨떠름한 표정이 되더니, 쭈뼛쭈뼛 걸어와 침대 아래쪽에 어색하게 걸터앉았다. 차마 말릴 생각은 들지 않는지 그 자세로 굳어가지곤 내가 물건을 쥐고 흔드는 것을 한참 동안 보고 있던 유미. 그녀가 어느 순간 침대로 올라와 내 옆에 슬며시 앉았다. 그리고는 내가 보고 있는 휴대폰의 영상을 흘끗 들여다보았다.

“야, 야…… 이정훈.”
“왜?”
“너 진짜…… 나 보면서 흥분하고 있는 거야?”
“딱히 뭐 널 보면서라기보다는……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짜릿하잖아. 안 그래?”
“그래서 그거 진짜 안 지울 거야?”
“네가 도와주면 지우겠다니까.”
“…….”

그러자 유미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소심하기 짝이 없는 손짓으로 내 기둥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나는 물건에서 손을 떼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가 과연 어떻게 해줄까 기대하기 시작했다.

“뭐…… 이, 이렇게 해주면 되냐……?”
“어허, 남자 꺼 주물러 본 적 없어? 뭐가 이렇게 어설퍼?”
“…….”

나는 휴대폰 영상을 끄고는 전화로 이번엔 패스트푸드를 주문했다. 치킨에, 짜장면에, 이번엔 햄버거까지…… 갈수록 음식만 줄줄이 쌓여가는 우스꽝스런 상황 앞에서 유미는 내게 또 무슨 꿍꿍이냐는 표정이었다.

“내가 아는 김유미는 나한테만큼은 내숭 떨지 않는 친구였는데. 괘씸해서라도 가식을 벗겨내야겠는걸.”
“무, 무슨 소리야……”

나는 침대 위에 앉은 유미를 뒤로 넘어뜨리고는 그 위로 깔고 올라갔다. 내 심상치 않은 기색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유미가 기겁해서는 버럭 소리쳤다.

“야! 내려 와!”
“싫어.”
“이…… 이 또라이 새끼…… 너, 너네 엄마한테 지금 전화 한다……?”

그래도 죽마고우라고, 이 상황에서 기껏 한다는 말이 엄마한테 이른단다.

“그래라.”
“야, 야…… 제발…… 너 나중에 나 어떻게 보려고 이래?”
“너야말로 혼자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 따먹기라도 하겠대?”
“뭐……? 그, 그럼……?”

나는 팔다리를 퍼덕거리는 유미를 힘으로 제압하고는 억지로 그녀의 브래지어 고리를 풀었다. 내가 속옷을 몸에서 떼어내지도 않았는데, 유미는 내가 등 뒤로 손을 넣는 순간 이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배달 오면 이번엔 속옷 벗고 나가서 받아와.”
“…….”
“대신 이거 하나는 입게 해줄게.”

나는 내가 걸치고 있었던 셔츠를 유미의 몸 위로 휙 던져주었다.

“알몸에 그것만 입어.”
“누, 누가 그딴 걸 할 것 같아?”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싫으면 말라는 뜻이었다. 유미는 셔츠를 손에 꾹 쥔 채로 나를 가만히 노려보기만 했다. 우리는 또 한동안 말이 없었고, 패스트푸드답게 이번엔 꽤 빨리 초인종이 울렸다.

“야, 진짜 이번에 이거 하고나면 끝이다. 알겠어? 영상도 지워야 돼.”
“알겠다니까.”

유미는 짐짓 화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내가 아까 풀어놓은 브래지어를,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몸에서 떼어냈다. 속옷이 떨어져나가면서 나는 그녀의 반질반질한 등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유미는 그 상태에서 내가 준 셔츠를 몸 위에 재빨리 걸쳤다. 내게 앞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단추를 빠짐없이 채우는 그녀. 알몸에 셔츠 한 장만 걸치니 뒤에서 보기에도 맨살이 은은하게 아래로 비치고 있었다. 아마 앞에서 보면 유두가 훤히 보일 것이리라.

“눈 돌리고 있어…….”

유미는 앞으로 돌기 전에 나에게 투덜거렸지만, 나는 그 순간 유미에게 달려들어 셔츠 자락 밑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단숨에 팬티를 아래로 내려버렸다. 그러자 유미가 헛숨을 들이키며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졌다.

“야……!”
“속옷 입지 말라고 했잖아. 이제 다녀와.”

비록 셔츠 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가려서 엉덩이와 털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허벅지 아래로 팬티가 내려왔기에 그녀의 그곳은 지금 훤하게 노출된 상태임이 분명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상상만으로도 엄청난 자극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가림의 미학 때문인지 더욱 야릇한 기분이었다.

나는 억지로 뜯어낸 팬티를 얄밉게도 주머니에 쏙 집어넣고는 아까처럼 그녀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재촉했다. 이제 유미는 거의 울상이 되어있었는데, 그러면서도 그녀의 평소 성격처럼 완강하게 거부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아까부터 그녀가 그런 애매한 반응을 보였기에 나는 더더욱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로 알몸에 셔츠만 간신히 걸친 차림이 된 유미가, 부들부들 떨리는 두 다리를 옮겨 시끄럽게 초인종이 울려대고 있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셔츠 자락 너머로 유미의 엉덩이가 희미하게 실룩이는 윤곽이 보여서, 물건에 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사실 이번엔 막상 기대했던 것과 달리 별다른 자극 포인트는 없었다. 유미가 현관문을 열었고, 알바생이 봉투를 내밀며 유미의 옷차림을 보더니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도 유미가 노브라에 노팬티가 맞는지 속으로 혼자 상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확신을 얻고 싶은지 계속해서 젖꼭지 부근을 흘끗거리는 알바생을 보자 나는 문득 장난기가 치솟았다.

나는 봉투를 받아들고 계산을 하고 있는 유미의 등 뒤로 몰래 다가가, 별안간 셔츠의 앞부분을 양손으로 쥐고는 좌우로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단추들이 여기저기로 뜯겨나가며 순식간에 유미의 앞부분이 활짝 오픈되었다. 그러자 유미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알바생의 눈이 함지박만 해졌다.

“…….”

신기하게도 유미는 용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뒷목을 잔뜩 움츠리며 귀를 빨갛게 물들일 뿐이었다. 맥없이 뜯겨나간 셔츠의 앞자락이 펄럭거리며 알바생에게 가슴을 훤히 드러내 보이고 있는데도 유미는 끝내 말이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유미 대신 알바생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문을 닫았다. 여전히 유미는 그 자리에 굳어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 이정훈……”

나는 그녀의 몸뚱이를 침대에 던지고는, 그 위로 달려들어 일방적으로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향해 손을 쑥 밀어 넣었다. 경악한 유미가 뒤늦게 몸을 비틀었지만 나는 이미 그녀의 수풀 사이로 음부를 더듬고 있었다.

“야, 김유미……”
“…….”

유미는 아무 대답도 없이 입술을 꾹 깨물고는 내 시선을 피했다. 내가 왜 멈칫했는지 그녀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허벅지 안쪽을 더듬은 내 손 끝에, 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애액이 듬뿍 묻어나왔다. 심지어 그 찐득한 액체는 지금도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계속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야…… 오해하지 마. 이건……”
“왜? 옛날 생각이 나서 너도 모르게 젖은 거야?”
“뭐……?”

유미가 귀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유미의 얼굴 근처까지 깔고 올라가, 우뚝하게 솟은 기둥 끝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핥아. ‘미미’야.”
“…….”

그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유미의 동공이 부서질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나는 그 이름을 듣고 반응하지 못하는 유미의 모습을 숨죽여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유미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으니 나는 결국 억지로 유미의 입에 내 성기를 물려버렸다.

“아흡!”
“사실 아까부터 이런 거 예상하고 있었지? 넌 싫으면 싫다고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성격이잖아. 그렇게 하나같이 미적지근하게 대답하는 것 자체가 이미 내숭 아니야? 너 언제부터 나한테까지 내숭 떠는 계집애가 됐어? 응?”
“흡! 흐흡…… 흡!”
“네가 나한테까지 가식을 떤다는 건 나도 지금은 남자로 보인다는 뜻이지? 그럼 나도 지금은 너 여자로 볼게. 사실 노트북에서 사진 봤을 때부터 너 졸라 따먹고 싶었어.”
“흐흡! 흐흐흡!”

유미가 입에 내 물건을 받아 문 채로 뭐라고 외치며 퍼덕거렸지만 나는 듣지 않고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한 후, 피스톤 운동을 하듯이 그녀의 입 안으로 내 물건을 쑤욱쑤욱 밀어 넣었다.

“하아…… 우리 오늘만 그냥 친구 아닌 걸로 하자. 알겠지?”
“흐흡……”

유미의 부드러운 혓바닥이 귀두 끝에 닿자, 그동안 꾹꾹 억눌러왔던 모든 이성이 일순간에 뚝 끊어져버렸다. 엄청난 배덕감과 더불어 25년을 맺어온 관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 상황에서 그것은 도화선에 기름을 붓는 새로운 자극으로 여겨질 따름이었다.

“하하, 유미 너 완전 홍수 났는데? 사실 아까 짱깨 받을 때부터 이미 젖은 상태였지?”
“흡……”
“씨발 미미년아! 대답 똑바로 안 할래?”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옛 이름을 끄집어내자, 유미는 그 순간 반사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그녀는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복종하듯이 잔뜩 움츠러들어 소극적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었다. 나는 유미의 입에서 물건을 뽑고는 턱을 우악스럽게 부여잡은 채, 나를 똑바로 보게끔 만들었다.

“예전에 그 의대 새끼가 너 길들일 때 생각이 난 거야? 그래서 젖은 거야?”
“모, 몰라요. 모르겠어요. 그런 거 묻지 마세요…… 제발……”

유미는 갑자기 나에게 존댓말을 썼다. 친구에게 생전 처음으로 존댓말을 듣는 순간 뭔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자극이 속에서 덜컥 차올랐다. 평소 나에게 마냥 틱틱거리기만 했던 그 김유미가……

“당장 엎드려, 씨발년아!”
“…….”

설마 그런 충동적인 명령이 먹힐 거라고는 나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미는 움찔거리더니 머뭇머뭇 일어나 침대에 엎드리고는 내게 엉덩이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그 꼴을 보며 나는 멍하니 넋이 나가버렸다.

“하흑!”

죽마고우 김유미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내 앞에 엉덩이를 벌린 채 엎드려있는 암캐 하나만이 남았다. 단 한 순간의 짧은 자극으로 인해 친구가 갑자기 노예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온갖 어지러운 감정이 나를 한꺼번에 덮쳤다.

“흐흑! 하흑! 아아앙!”

내가 유미의 벌어진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힘껏 구멍을 핥아 올리자, 유미가 침대 시트를 양손으로 꾹 움켜쥐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유미가 흥분했을 때 그런 소리를 뱉는다는 것을 생전 처음 알았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구릿빛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는 것도 보였다.

“씹물 콸콸 쏟아지는 것 좀 봐. 너 그동안 나한테 얘기했던 것들은 다 뭐야? 나는 너한테 내 비밀 하나하나 전부 털어놨는데, 너는 그동안 네가 이렇게 음란한 년인 걸 쏙 숨기고 지내왔다 이거야? 뭐 이런 괘씸한 년이 다 있어!”
“아하악! 으흐흑! 으허어엉……”

몹쓸 충동에 사로잡혀 구멍을 핥던 혀가 깊숙한 계곡선을 타고 항문까지 치달아 올라가자, 유미가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혀끝으로 간질간질하게 항문을 자극하자 그녀는 이미 이런 자극에 익숙했는지, 마치 약속된 반응처럼 자지러지는 광경을 보여주었다.

“나 혼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거네. 너는 나한테 비밀만 잔뜩 쌓아두고 있었는데 나 혼자 친구라고 착각했던 거잖아. 이 씨발년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아, 아니야…… 아니야 정훈아…… 흐, 흐흑……”
“정훈아? 이 암캐년이 어디서!”

나는 괜히 역정을 부리며 유미의 엉덩짝을 손바닥으로 짝 세차게 갈겼다. 그러자 유미가 움찔하면서 우는 소리를 내었다.

“흐, 흐흑…… 오빠……”
“오빠? 내가 왜 네 오빠야? 씨발년이 진짜! 머릿속으로 그 의대 새끼 생각하고 있지!”

유미에게서 오빠 소리를 듣는 것은 엄청난 자극인 동시에, 한편으론 무척 굴욕적인 기분이었다. 내가 그녀의 감추어져있던 무언가를 끌어냈다는 것은 흡족한 일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대타로 전락해버렸다는 점이 씁쓸했다.

“너 오늘 죽어봐. 그동안 너한테 속았으니 분풀이라도 해야지.”

나는 유미의 두 구멍을 핥아대던 혀를 멈추고는 몸을 일으켜, 미친 듯이 꿈틀대고 있는 기둥을 바짝 세웠다. 애액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 구멍 입구에다 그 물건 끝을 가져다대니, 유미가 그 와중에도 덜덜 떨리는 눈으로 기겁해서 애원했다.

“저, 정훈아…… 이러면 안 돼…… 우, 우리 나중에 어쩌려고…… 제발…… 응?”
“시끄럽고 다리 벌려.”
“제, 제발…… 차, 차라리 내가 입으로 해줄게…… 응, 정훈아?”
“닥치라고, 미미년아!”
“아흐윽!”

내가 힘껏 엉덩이 사이로 물건을 쑤셔 박으니, 유미는 그 순간 온몸을 찌르르 떨며 허리를 바짝 곧추세웠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것만 같았다. 흥건하게 젖은 유미의 질 속으로 내 물건이 빨려 들어가자,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음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달라붙는 질구의 감촉. 그 따스한 느낌.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어마어마한 쾌감. 20년이 넘게 친구로 지냈던 여자의 육체를 정복하는 감각…….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뇌를 강타했다.

“끄흑…… 김유미……”
“아하악! 아아아앙…… 아흑……! 흑!”
“네, 네가 이렇게 쫄깃하고 맛있는 년일 줄 꿈에도 몰랐어. 너는 어때……? 내가 이렇게 너 따먹을지도 모른다는 걸 상상이나 해 본 적 있어?”
“흐흑! 흐으윽! 흑!”

울부짖는 유미의 궁둥이를 두 손으로 마구 주무르다가, 한손은 옆구리 아래로 뻗어 그녀의 유방을 움켜쥐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오돌토돌한 진갈색 젖꼭지가 나를 맞이했다. 이 색스러운 몸뚱이를 왜 이제야 느끼게 된 걸까.

“사진에서 네 유두 보고 얼마나 꼴렸는지 알아? 대체 몇 명이 빨아댔길래 색깔이 이렇게 지저분해? 응?”
“제발…… 제발, 흐흑, 흑……”
“걸레 같은 년!”

푸욱, 하는 느낌과 함께 나는 엄지손가락을 유미의 항문에 쑤셔 박았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쥐어짜며 엄지손가락은 애널 안쪽에서 꿈틀꿈틀 휘저어주니 유미가 앓는 소리를 내며 시트를 이빨로 꽉 깨물었다.

“어때? 아직도 그만두란 소리가 나와? 아직도 내가 네 친구로 보여?”
“흐, 흐흑…… 주, 주인님……”
“뭐?”

순간 나는 얼이 빠지고 말았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주인님…… 흐흑……”
“이 미친년이……”

유미가 지난날 무슨 일들을 겪었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는 내가 모르는 유미의 실체가 과연 어디까지일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나는 미친 듯이 삽입의 템포를 올리며 짐승처럼 마구 헐떡였다.

“오냐, 씨발년아! 내가 이제부터 네 주인이야. 박아달라고 짖어봐, 미미.”
“주인님…… 아흑! 더, 더 세게…… 아흐흑!”

살과 살이 부딪혀 퍽퍽 울리는 소리가 떠나갈 듯이 방안에 퍼졌다. 내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우리가 쌓아온 우정이 산산히 부수어지는 소리로 들렸다.


- 하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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