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쾌락 사이에서 - 2부

여느때처럼 B의 손목을 묶었다.
묶는 손도, 묶이는 손도 이젠 어느것 하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다.
다리도 묶었다. 침대 다리에 하나씩.
하나는 자유를 빼앗고 하나는 자유를 빼앗기건만 아무런 말이 없다.

아!

침묵을 깬 건 A의 행동이었다. B의 유두를 가볍게 물었기 때문이다.

괜찮았어? ......

대답 없는 것에 조금은 화가 난건지 흥분한 건지.
회초리를 든다.
찰싹. 유방을 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진다.
10대쯤 지나자 B가 이를 악물기 시작한다. 그걸 본 A의 손목은 더더욱 빨라졌고,
하얀 피부는 어느새 빨갛게 되어간다.

서른대쯤 쳤을까. 치던걸 멈추고 입을 맞춘다.
혀를 밀어넣어 잇몸과 이 사이를 더듬는다.
비록 몸은 묶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B의 혀도 자유롭게 A의 입안을 드나든다.
혀를 빼고 입술을 잡아 벌렸다.

퉤. 뭐해? 어서 삼키지 않고.

찰싹. 아아!

이번엔 손바닥으로 허벅지와 보지 사이를 내려친다.
조금씩 후려치는 부위를 옮겨가고 마침내 연약한 보지를 손바닥으로 내려친다.

꺄악!

어쩔 수 없는 고통. 그럼에도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애액.
몇번을 후려쳐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으로 항문주위를 콕콕 찌른다.
식용유를 묻히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푹 들어간다.
들어간 손가락 끝 마디를 곧추 세운다.

손톱으로 항문 벽을 긁기 시작한다.
손가락 하나 들어가기도 힘든 곳에서 고통을 주는 것.
A에게 이보다 큰 기쁨도 없었다.
신나게 휘젓던 손가락을 빼서 세제가 묻은 수건으로 닦는다.

삽입 한번 없이 자지와 보지에서 조금씩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혀로 겨드랑이를 핥는다. 간지럽기보단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오른손에 바늘을, 왼손으론 발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하나 둘 셋 넷
가벼운 구령과 함께 귀여운 발가락을 찌르기 시작한다.
조금씩 피가 베어져 나오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숟가락을 든다. 라이터를 켜고 달군다.
얇은 보짓살을 손가락으로 벌린다. 침을 여러번 뱉고 B의 얼굴을 쳐다본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
그리고 얼마 안가 악물게 될 하얀 치아.

하나는 손끝의 감각으로, 하나는 성기의 감각으로.
강한 쾌감에 극도의 정신적 흥분상태에 이른다.

오늘은 이걸 처음 해볼거야. 기대되지?

어디선가 가져온 젓가락보다 굵은 쇠막대기에 라이터를 갖다댄다.
식용유를 잔뜩 묻힌 항문.
그리고 가볍게 푹.

순간 B의 눈망울에 눈물이 고인다. 외마디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허리가 휘었다.
그리고 입술에선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딸깍.

그 소리는 두 사람에게 새로운 인연이 됐다.
그냥 단순히 알고만 지내던 넓은 사무실 동료에서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즐기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이 관계가 수평이면서도 수직인 절묘한 관계가 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당황한 A와 B. B의 눈엔 보이지 않았지만
A의 눈엔 모니터가 보였다.
앉아있는 여자를 달려들어 u치는 남자의 모습.

난 지금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하지 않겠어.

B도 모니터를 보고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하지? 그냥 넘기긴 아까운 기회잖아.
석상처럼 굳어버린 B에게 말한다.

전부터 널 원했어. 지금이 기회인것 같아.
거부하진 않겠지? 네가 하는 짓을 퍼뜨릴 수 있어.
그러면 넌 일을 그만둬야겠지. 치욕적인 일이야.
네 컴퓨터속에 저장된 정보들이 그 증거지. 지우려고 해도 흔적이
남는게 컴퓨터야. 지운다고 해도 복구할 수 있는 물건이지.
난 그저 관계를 새로 만들고 유지하길 바래.
이건 너와 나의 비밀로 해두자.

책상에서 계약서가 담긴 책자와 CD를 집어든다.
B에게 다가가서 입을 맞춘다.

어떻게 하지? 지금 들어오는 혀는 무슨 의미일까?
받아들여야 할까? 일자리만 잃을 수 있는게 아니야.
무슨 소리를 들을까? 가족이 알면 어쩌지?
어쩌면 조용히 끝날지도 몰라.

A의 손을 잡아 가슴에 가져간다.

그걸로.
관계가 성립됐다.
너와 나만이 가지는 그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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