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그녀 - 4부

4부.




첫만남 이후 그녀와 나는 마치 연인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저녁에 서로의 일과를
궁금해 하였으며 하루라도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될만큼 감정이 커져 갔습니다.
아... 저만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열길물속 알아도 사람속 모른다는말... 최근 너무
공감 하거든요... 여튼 그후 우리는 몇차례의 만남이 있었고 저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
들었던것 같습니다.



먼먼 지방에 사는 그녀...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힘들지 않았습니다. 긴시간 운전을 해도
풍경을 벗삼아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마냥 몸이 가볍기만 했습니다.


에셈 커뮤니티에서 누군가를 만나 내감정이 깊게 빠져들어도 겉으로 내색하거나
상대에게 내감정을 호소하여 불편하게 한다던지... ㅎㅎ 그런 제가 아니었는데도
감정의 깊이를 그녀에게 들키기라도 한 것 일까요... 어느순간부터 느낌이 좋지 않네요.


출장가기 2틀전.



" XX야. 오빠 2틀뒤에 그쪽 가는데 시간 되겠니?? "



" ...... 음..... 확실하진 않지만 맞춰 볼께요. "



" ...... 그래. 무리는 하지말고 가능하면 보고 아님 다음에 봐. "



그렇게 확실치 않은 약속을 하고 2틀후.... 아니 약속전날 저녁에 출발하여 모텔에 혼자
방을 잡습니다. 그다음날 아침에 거래처와 미팅이 있어 미리 내려가지 않음 안되는 거리라서
하루 먼저 간거였죠... 도착후 문자를 보냈습니다.



` 오빠 도착해서 방 잡았어. 혼자 있으려니 외롭고 그렇네... ㅎㅎ 모하고 있니??



` 친구랑 밥먹으러 왔어요. 도착하셨군요... 피곤하시겠어요.



` 피곤하긴... XX가 외박이 안되서 섭섭할 뿐이지...ㅎㅎㅎ 농담농담~



` 죄송해요... 제가 외박이 안되서. 피곤하실텐데 일찍 쉬세요.



` 모가 죄송하니 상황 뻔히 알면서 장난 친건데. 맛있게 먹고 내일 보자^^



그렇게 짧은 문자가 오고가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은 오후4시쯤??
그녀의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미팅하기로 했던 거래처의
담당자가 급히 볼일이 생겨 저를 만날수가 없다는 연락이 왔고 저는 허무하게도 시간이 텅 비게
되었습니다....



모하지.... 혼자 모하고 있지....??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가기전 시간이어서 그곳까지 데려다 주고 밥이라도 같이 먹고 싶은 생각에
문자를 남겼습니다. 제 상황을 설명하고 밥이라도 같이 먹을수 있겠냐는 식의 문자....



그러나....



되돌아 오는건 저로써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답장 이었습니다.
늘 저의 시간에 맞춰야 하는 이만남에 조금씩 짜증이 났던것 같네요.



외박이 안되는걸 뻔히 알면서도 외박 이야기를 꺼내 이유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것도 싫었다 하네요...
본인의 사생활도 있는데 갑자기 약속시간을 바꾸는것도 싫었다 하네요...
기타 등등등.... 여러 짜증이 섞인 장문의 문자가 왔습니다.


전 그 문자를 보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했습니다. 구차하고 시시콜콜하게 답장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거... 조금 힘에 부쳐도 내가 좋으면 하는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답장을 보냈다는건 이미 그녀의 맘속에 내가 멀어졌다고 밖에 해석이 안됩니다.

그아이를 조금이라도 보고싶고 같이 있고 싶어했던 저의 욕심이 그녀에겐 부담으로 다가왔을수도
있겠다 싶었고, 꼭 그 이유가 아니라 저에 대한 감정이 멀어져 이제 하나하나 모든게 싫어지고
있구나 라는 느낌도 들었기에 일일이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생활을 침해해 내가 왔으니 니가 맞춰라 라는 식이 아니었다는 해명은 짧게 하고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기다리겠다는 마음도 전달 하였지만 차가운 답장만 옵니다....
그녀도 그럴것이 여태 그런적 없다가 너무 다른 사람처럼 칼날같은 말들을 하였으니 절 볼수가
없었겠죠... 이해했습니다.


무거운 발걸음..... 서울까지 오는 길 정말 지옥같이 멀고 힘들었습니다.


그런 피로가 없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힘들고 지쳤던 기억이 나네요... ^^;








그 이후... 그녀는 대답이 없습니다.








가끔씩 묻는 안부에도 대답을 하지 않네요.... 저도 맘을 추스립니다.

아주 짧았던 만남이었지만 스산한 가을에 예쁜 파스텔빛 추억을 안겨준 그녀이기에...

전 그걸로 충분 합니다. 되려 그녀가 나로인해 혹시라도 생활에 많은 불편함이 없었을까

걱정 되고 미안합니다.



잘 지내길 바라고....



그녀의 헨드폰 속에 제 이름이 지워졌겠지만 전 아직도 미련하게 저장되어 있네요.

못잊고 다시 만나고 싶고 너무 애절하고....ㅎㅎㅎ 그래서가 아니라 모랄까요 좋았던....

특별했던 그녀 이기에 하루...이틀 지나다 보니 지금까지 지우지 못하고 있군요.^^;



몇년간 에셈 커뮤니티에서 여러 팸분들을 만났습니다. 너무나도 고맙게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먼저 다가오신 분들도 계시고 제가 먼저 다가갔을때 받아주셨던 분들도 계시고....

그러나 카페의 특성이 대한민국에서 아직은 음지일수 밖에 없는 특별한 성향인 에셈이

주제이다 보니 서로의 워너비가 교합되어 정점을 이루면 그 생명력은 쉽게 짧아 질수밖에 없더군요...


물론 영원할순 없겠죠. 영원하다기 보다 일반 연인들 처럼 길고 길게 걷기엔 다소 뒤따르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다는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서 더 씁쓸하고 아쉽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또다른 인연이 찾아온다면 오래오래 함께 할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사람이 애인이 있든, 혼자든, 결혼을 했든.... 어떤 조건이든 간에...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고

내가 먼저 배려하고 아끼고.... 하며 한달에 한번이 되든, 두번이 되든.... 기다릴줄 알고

나와 그만이 간직할 비밀... 예쁜 추억 만들고 싶습니다.




몇일에 걸쳐 처음으로 써본 제 경험담. 즐겁게 읽어주신 분들, 응원해 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맛있는 그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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