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감나무 - 19부

어머니의 감나무창고 한구석에 엄마가 널부러져 있었다. 종철이 놈이 아랫도리를 까고 엄마를 올라타고 있었다.



쾅하는 소리에 종철과 엄마는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다 보았다.

찰나의 순간…

나는 엄마얼굴을 보았다. 엄마의 눈에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감히 내 엄마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다니….



“ 누…누고? “

빛을 등지고 있어 그런지, 워낙 당황해서인지 종철이 누구냐고 소리쳤다.



오른손에 들려진 내 각목이 허공을 갈랐다.







제 19 부









퍽~!



“ 아악~! “



종철이 놈이 머리를 감싸쥐고 옆으로 나뒹굴었다. 무릎까지 까내린 바지에 걸려 허둥대던 놈은 내 각목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머리를 가격당하고 말았다.



옆으로 자빠진 놈은 꿈쩍하지 않았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놈의 좆은 쪼그라들어 있었다.



“ 기… 기훈아… “

엄마는 놀란 토키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엄마의 몸빼바지는 종아리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고, 무릎은 엉거주춤 벌어져 있었다.

팬티는 찢겨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당했을 것이다.



찢겨진 팬티 사이로 엄마의 사타구니… 예의 그 빽빽한 털 사이로 엄마의 보지가 보였다.

엄마의 보지는 벌어져 있었다. 양쪽 둔덕이 두툼하게 부풀어 올라서는 소음순을 비죽하니 내밀고 있었다. 벌어진 보지에는 물기가 어려 반짝거렸다.



왠지 모를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 이익~! 이 개새끼~! “

감히 엄마를…

감히 엄마 보지를 벌어지게 하다니…

나 이외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엄마 보지에서 감히 물을 흘리게 하다니…



퍽! 퍽! 퍽!

나는 쓰러진 종철을 발로 마구 찼다.

내 발길질에도 종철은 꼼짝하지 않았다.



“ 기… 기훈아… 고… 고마해라…! “

“ 비키소… 이 개새끼를 내가 고마 마~ 확! 직이뿔낍니더~ “

“ 기훈아~! 고만~!!!!! “

엄마가 내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 이… 이상하데이~ 주… 죽었는 거 아이가? “

엄마는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종철을 내려다 보았다. 종철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뭉글뭉글 많이도 흘러나왔다.



“ 어… 엄마… 피… 피난다.. “

“ 이…이 일을 우야노…. “



피가 솟구치는 종철의 뒷통수를 급히 손으로 막았지만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 나왔다. 엄마는 급히 아랫도리를 꾀어 입더니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 기후이…. 내 말 똑디 들으래이…. 니 여서 빨리 나가라… 비도 오고 해서 보는 사람 없을끼다… “

“ 어… 엄마는요? “

“ 내 걱정은 하지마라… 내 알아서 다 하께… “

“ 그… 그럴수는 없니더~ 가… 같이 도망가시더… “

“ 아… 안된다… “

“ 어.. 엄마… 흑흑~! “

겁이 났다. 바보같이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불쌍한 엄마를 당당하게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찌질하게 울어버렸다.



“ 울지마라… 엄마 개안타… 어여 빨리 나가라… “

엄마는 나를 채근했다.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창고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 뭐… 뭔 일이고? “

우뚝하니 큰 그림자가 창고문을 가로막고는 우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 사.. 삼촌~! “

삼촌이었다. 삼촌은 허황한 눈빛으로 창고안을 둘러보았다.



“ 사…삼촌… 흑흑~ 내… 내가 사람을 직있다. 종철이가… 엄마를 해꼬지 할라캐서…. 그래가…훌쩍~ “

나는 훌쩍이며 삼촌을 바라보았다. 잠시 삼촌의 눈이 빠르게 돌아가더니 이내 눈빛이 결연해졌다.



“ 됐다~! 얘기 안해도 안다. 기후이… 니 여서 빨리 나가라… 뒷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꺼이까네… “

“ 훌쩍~ 아… 아이다… 내가 이랬는긴데… 흑흑~ 엄마나 델꼬 나가라…훌쩍~! “

나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교련복 바지를 움켜쥐었다.



갑자기 삼촌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짝~!

눈 앞에 번갯불이 번쩍였다.





“ 새끼야~! 정신 안차리나? 빨리 나가라 안카나~!!!!!! “

삼촌의 벼락 같은 고함소리에 신기하게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기훈아~ 삼촌 말 들어라~ 빨리 나가라~ “

엄마도 거들었다.



나는 불쌍한 엄마를 두고 혼자 도망치는 비겁자가 아니다.

엄마와 삼촌이 빨리 도망가라고 나를 떠밀기에 할 수 없이 나는 도망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떼어 뒷걸음을 쳤다.



“ 아… 알았니더~ “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뒷걸음 치는 내 어깨를 삼촌이 잡았다.



“ 기후이… 내 말 똑디 들어래이…. 니 지금 여서 나가만… 개울로 해가 산으로 올라가라… 가는 길에 사람눈에 띄서는 안된데이… 그라고… 산 개울물로 피 묻은 거 다 씻고 가라… 집에 가거들랑 옷 먼저 갈아입고… 지금 입은 옷은 뒷마당에 파묻어라… 알았제? “

“ 아.. 알았다… “

“ 지금부터 맘 단디 묵어야 된다. 니는 이 창고에 온 적 없데이… 알았제? “

“ 오.. 오민서 구서방 아제랑 마을 사람들 봤는데…. “

“ 개안타… 삼촌이랑 엄마 못 찾고 그냥 집에 갔다 카만 된다. “



나는 창고문을 나섰다. 빗줄기가 다시 거세졌다.

나는 창고뒤를 돌아 개울에 몸을 숨긴 채 산으로 내처 달렸다. 개울물에 애써 몸을 씻을 필요가 없었다. 피는 빗물에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산길을 구비 돌아 집 뒷마당으로 마침내 들어섰다. 할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마실을 나갔을 것이다. 나는 삼촌 말대로 피 묻은 옷을 벗어서는 뒷마당 구석진 곳에 파묻었다. 세찬 비가 파묻은 흔적을 지워줄 것이다. 수돗가에서 찬물을 뒤집어 썼다. 혹시라도 피가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일이고 또 온 몸이 흙투성이었다.



사람을 죽였다. 분명히 종철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살떨리는 공포가 음습하여 나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안방 아랫목에 이불을 깔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엄마의 살냄새가 풍겨왔다. 엄마의 냄새는 졸음을 몰고 왔다.

이런 사고를 쳤는데도 잠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 아이고~! 이기 뭔일이고? “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요란스런 할머니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잠을 깼다. 창호지 방문으로 햇살이 비쳐 들었다. 비가 그친 모양이다. 벽시계를 보니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 세시간 잔 모양이다.



“ 아이고~! 우리 성배 우야노~ 흑흑~!! “

“ 아지매~ 진정하소… 다행히 종철이가 죽지는 않은 모양입디다~ 별일 없을끼구마…. “

구서방 아제 목소리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종철이가 죽지는 않았다니 천만다행이다.

다시 공포가 엄습해왔다. 나는 이불 속으로 더욱 깊게 파고 들었다.

흐흡~ 하고 엄마의 냄새를 들이켰다. 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일어나서 삼촌이 그러지 않았다고, 내가 그랬다고 말해야 하지만, 나는 잠이 들고 싶었다.











삼촌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아니 자수했다는 것이 맞겠다. 종철이를 응급처치한 다음 공사현장 사무실에 자진하여 말했다고 한다.



종철은 별일 없었다. 내가 내리친 각목을 맞고 잠시 기절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폭력은 폭력인 법.. 삼촌은 즉시 체포되어 군소재지 경찰서로 이송되었다.



엄마는 참고인으로 끌려갔다.



동네는 난리가 났다. 춘삼이 아제는 길길이 날뛰었다. 동네 회관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종철을 변명하고, 삼촌을 매도했다. 더 나아가 엄마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먼저 꼬리를 쳤다는 것이다. 일당 더 받을려고 종철을 꾀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종철이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 분명하다.



종철의 평소 행동거지를 보아온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춘삼이 아제에게 항변하지 못했다. 동네 사람 열명중 셋은 춘삼의 소작농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라 괜한 오지랖으로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몇몇은 춘삼이 아제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시작했다.



“ 성배 금마~ 원래가 무식했던 놈 아이가? 내 언젠가는 사고 칠 줄 알았다 “

“ 맞제? 내가 봐도 글터라… 카고… 기후이 엄마도 예삿 여자가 아이다. 그 눈웃음 살살 치민시로 궁디 살살 흔들때부터 내 알아봤다 “

“ 맞다. 맞아~ 고래 여자가 꼬리치는데 안넘어갈 남자가 어데 있겠노? “



결국 종철의 겁탈은 사라지고, 엄마의 유혹과 삼촌의 폭력만 남았다.







삼촌은 곧바로 구속되었다. 종철은 아무일 없이 머리에 붕대를 둘둘 감고는 천연덕스럽게 마을로 돌아왔다. 분명 춘삼이 아제가 줄을 댔을 것이다.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온 엄마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할머니와 나는 그런 엄마를 부둥켜 앉고 밤새 울었다.



다음날 할머니는 산너머로 해가 떨어지자 마자 나에게 말씀하셨다.



“ 우리 장손~ 회관 공판장 가가~ 막걸리 한 되 받아온나~ “



할머니는 막걸리 주전자와 비단천을 감은 봉투 같은 것을 들고는 춘삼이 아제네로 갔다. 나중에엄마에게 들은 얘기로는 숨겨둔 금가락지와 뱀골 논문서(그나마 우리 집에서 땅 구실을 하는 땅이었다)를 싸들고 가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저녁 늦게 돌아오셨다.

엄마는 맨발로 뛰어나가 할머니를 맞이하였다.



“ 우예 됐어요? “

“ 자알 됐다. 며칠만 있으만 성배 나올끼다~ “

“ 아이고… 어무이 고생했니데이…. 이기 다 제가 못나가… 흑흑~ “

엄마는 할머니를 안고는 울음을 터트렸다.



“ 아이다~ 니가 와? 그런 말 하지마래이~ 니가 고생했지…. 우지마라… “

할머니는 엄마의 등을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주름진 눈에도 눈물이 흘려내렸다.



할머니의 말대로 삼촌은 이틀후에 풀려났다.

삼촌이 풀려나기 하루전 종철이는 동네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풀려난 삼촌은 핏발이 벌겋게 선 눈으로 온통 살기를 뿌리고 다녔다. 동네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삼촌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몇날 며칠을 술만 퍼마셨다.



논 문서를 바쳤단 말에 삼촌은 더욱 실의에 빠져 버렸다. 농사꾼에게 땅이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춥고 잔혹했던 그래 겨울이 그렇게 지났다. 그리고 봄이 왔다.

봄이 오니 삼촌과 엄마는 조금 나아졌다. 인생의 수많은 질곡을 넘어온 그네들에게 이 시련 또한 넘지 못할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집안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논은 비록 잃었지만, 밭이 있었다. 삼촌과 엄마는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나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엄마는 종철과의 일 때문인지 극도로 몸을 사렸다. 나는 물론 삼촌과도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내 옷가지며 책은 모두 삼촌방으로 옮겨졌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 날 이후 엄마와 같이 자지 못했다.

아마도 엄마는 일련의 사건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듯 했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몸을 전혀 가꾸지 않았다. 오로지 일만 했다.



그해 봄… TV뉴스에서는 연일 대머리 장군이 뉴스 첫 꼭지로 나와서는 ‘반공과 사회불순세력’을 척결하자고 외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마을 어른들은 김일성이가 쳐들어 올 것이라고 벌벌 떨며 야단법석이었다. 통금시간도 빨라졌다. 마을 동네 뒷산 참나무에 걸린 대형 스피커에서 밤 10시에 울어대던 싸이렌이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에는 밤 8시만 되면 어김없이 에엥~ 거리며 울어댔다.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핀 5월 어느날 하교길 버스안에서 청년들 몇몇이 수근거렸다.



“ 야~ 니 들었나? 전라도 광주에 간첩들이 쳐들어와가 총 쏘고 난리가 났다더라~ “

“ 간첩? 간첩이 아이고… 광주 불량배들이 경찰서 쳐들어가가 총 뺏아가 사람들 싸죽이뿌고… 폭동 일으킨거라 카던데… “

“ 아이고… 야는… 알라카만 똑바로 알아래이… 군인들이 탱크고 장갑차고… 막 몰고 갔다 카던데… 불량배 몇놈 직일라고 탱크 몰고가나? 불량배 아이다. 간첩이다. “

“ 맞나? 그기 아이라 카던데…. “



나는 순간 귀를 쫑긋거렸으나, 그때뿐이었다. 폭동이든, 난리든 우리 동네는 예전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멀리 떨어진 광주의 일은 곧 잊혀졌다.

나의, 우리 집의, 우리 마을의 일이 아니면 그렇게 쉽게 잊혀지나 보다. 광주의 일은 더 이상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않았다.



그렇게 또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여름 방학 끝 무렵,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마루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며 학력고사 준비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제 두어달만 더 지나면 대입학력고사다. 성적은 안정권이었다. 서울은 포기했다. 대구에 있는 공립대 법학과는 무난할 것이라 담임은 얘기했다. 서울 유명 사립대도 가능성이 있었으나, 비싼 등록금이며 유학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삼촌과 엄마에게는 실력이 안된다고 거짓말을 했다. 내가 대구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 삼촌은 온 식구가 대구로 이사를 가자고 했다. 집안에 다시 웃음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그날 토요일 오후는 무척이나 더웠다.

부채를 펄럭이며 열번은 더 본 ‘정석수학’을 빠르게 속독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경찰들이 서너명 들이닥쳤다.



“ 김성배! 김성배! “

일반 사복을 입은 사내가 소리치며 구둣발로 마루에 올라서는 안방문을 벌컥 열어 제쳤다. 다른 경찰들은 방이며 부엌이며 온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 와… 와 이카심미꺼? “

잔뜩 겁먹은 나는 억지로 목을 지어짜 소리쳤다.



“ 김성배 어디 갔어? “

사복입은 사내가 나를 노려보며 다구쳤다. 가늘게 찢어진 눈의 안광이 날카롭다. 나는 그 기세에 눌려버렸다.



“ 사… 삼촌은 들에 갔는데요… “

“ 들 어디? “

“ …..저~짝 배…뱀골 밭에요… “

“ 정말이지? 거짓말하면 죽는다 “

“ 마… 맞니더… “



경찰들은 쏜살같이 집을 빠져나갔다. 나는 뒷마당으로 집을 빠져나갔다.

삼촌은 뱀골 밭이 아니라 갯골 밭에 나갔던 것이다. 뱀골과 갯골은 정반대다. 숨이 턱밑으로 차 올랐으나 지체할 틈이 없었다. 삼촌이 또 경찰에 붙잡히면 안될 것 같았다. 막연한 불안감은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달렸다. 멀리 삼촌과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손나팔을 하고 소리쳤다.



“ 삼촌! 토끼라~! 경찰들이 삼촌 잡으러 왔데이~! “

삼촌은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고개만 들고 나를 멀뚱히 바라 보았다.



나는 더욱 빠르게 달렸다. 가슴이 터질 듯 했다.



“ 삼촌~! 이 빙신아~! 빨리…. 토끼라 안카….. “

퍽~!

나는 등에 둔중한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나뒹굴었다.



“ 아악~! “

“ 하~! 요 여우 같은 놈 좀 보소… 감히 거짓말을 해? “

퍽~!

내 얼굴로 사복 입은 사내의 구둣발이 날아들었다. 경찰들은 집을 나갔는 척 하다가 내 뒤를 몰래 밟아온 것이다.



“ 김성배! 거 꼼짝말고 있어라! “

경찰의 고함소리가 아득히 멀어지는 듯 하더니 나는 적막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 기훈아~! 아이고~ 내 아들~ 정신 차리봐라~ 흐흑~! “

나는 엄마의 울음소리에 깨어났다.



“ 사… 삼촌은? “

“ 삼촌은 경찰들한테 붙들리 갔다~ 흐흑~! “

“ 와? 와 붙잡아 갔는데? “

“ 내도 모르겠다. 암말도 안코 수갑 채워가더라… 우야만 좋노… 흐으윽~! “







그렇게 끌려간 삼촌은 두 달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가 여기저기 알아본 바로는 ‘삼청교육대’라는 곳으로 끌려갔다고 했다.



TV에서 대머리 장군이 ‘사회악 일소’니하며 연일 떠들어 대던 그것이었다. 폭력범이나 사회풍토문란사범등 즉 민생을 어지럽히는 불량배는 모두 잡아들여 살기좋은 나라로 만든다고 떠들던 그것이었다.

종철이 사건으로 인해 삼촌이 폭력범으로 내몰렸던 것이다. 하지만 삼촌이 정말 민생을 어지럽히는 폭력배, 불량배인가? 얼토당토 않는 말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경찰들이 너도 나도 윗선에 잘보이기위해 이놈 저놈 막 잡아 들였다는 것이다. ‘인권’이란 ‘단어’자체도 생소한 시절이었다.



삼촌은 두달만에 돌아왔다. 땡볕이 쏟아지는 여름에 붙잡혀가서는 마을 들 벼가 고개를 숙여가던 가을 어느날 삼촌은 돌아왔다.

하지만 처음 그 모습이 아니었다. 반 병신이 되어 돌아왔다. 삼청교육대에서 얼마나 두들겨 맞았던지 건장했던 몸은 살이 빠져 반토막이 나 있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비틀걸음으로 들어오는 삼촌의 모습을 보자마자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또다시 엄마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삼촌이 허리를 다쳤을때와 마찬가지로 엄마는 삼촌방과 할머니방을 번갈아가며 간호하였다. 덩달아 나도 이방 저방 뛰어다녀야 했다.



삼촌의 병세는 심상찮았다. 어디를 어떻게 두들겨 맞았는지 음식을 도통 먹지 못했다. 밤에는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헛소리를 해대기 일쑤였다.



삼촌이 돌아온 지 일주일 되는 날….

TV뉴스에서는 비바람 치는 바닷가 모습을 연일 보여주었다. ‘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번 태풍은 슈퍼태풍이라고 했다. 온 나라가 난리였다.



하지만 나는 태풍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슈퍼태풍이 아니라 슈퍼태풍 할아버지가 와도 좋으니 그저 삼촌만 빨리 낮게 해달라고 믿지도 않은 신의 존재를 찾으며 빌고 또 빌었다.



태풍이 최고로 불어치던 밤…. 삼촌의 숨소리가 심상찮았다.

그르릉 거리는 숨이 헐떡고개를 억지로 넘고 있었다.



“ 엄마~! “

나는 다급히 할머니 방으로 뛰어갔다. 태풍은 비를 뿌리고 있었다. 신발도 신지 않고 질척거리는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한달음에 할머니 방문을 열어 제쳤다. 엄마는 할머니 옆에서 곁잠을 자고 있다가 황망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이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벌떡 일어났다.



엄마 역시 맨발로 마당을 뛰었다.

엄마는 삼촌의 손을 붙잡았다. 엄마의 손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엄마 또한 삼촌의 상태가 위독함을 느낀 모양이다.



“ 사… 삼촌… 눈 좀 떠보소… “

“ ….. “

삼촌은 숨만 헐떡일 뿐이었다.



“ 아이고… 와 이카노… 삼촌… 내 말 들려요? “

엄마는 다급하게 삼촌을 흔들었다.



“ 기훈아… 니 수돗가 가가 찬물 좀 떠온나… 퍼뜩~ “



엄마는 내가 떠온 찬물을 한 숟가락 떠서는 메마른 삼촌의 입에 흘려 보냈다.



“ 삼촌…. 눈 좀 떠보소… “

엄마는 재차 삼촌을 흔들어 깨웠다.



“ 삼촌! 눈 좀 떠봐라! “

나도 소리치며 같이 흔들었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우르릉 거렸다.



“ 으…. “

삼촌의 눈이 떠졌다.



“ 정신 들어요? 삼촌! 내 말 들려요? “

“ 혀… 형수요… “

삼촌은 실눈을 뜨더니 엄마를 바라보았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눈에 부신 듯 삼촌은 미간을 찡그렸다.



나는 삼촌의 남은 한손을 잡았다.

“ 삼촌~ 와이카노~ 흐흑~! 정신 좀 채리봐라… “

기어코 울음이 터졌다.



“ 기후이… 우…지마라… “

삼촌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혀… 형수요… “

“ 예~ 말해보이소… 계속 말 하민서 정신 좀 채리보소… “

삼촌손을 잡은 엄마의 손에 정맥이 불거졌다.



“ 형수요… 미…. 미안하니더~ “

“ 뭐가 미안해요? 뭔 말이고 그기? “

“ 기후이하고… 형수하고… 끝까지 내… 지키줄라 캤는데… 미…안하니더… “



삼촌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려 내렸다. 흐르는 눈물을 엄마가 천천히 닦아주었다.

삼촌의 호흡이 더욱 가빠졌다.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삼촌의 얼굴을 골고루 만져 주었다.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엄마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삼촌이 빙긋이 미소 지었다.



“ 후우~ “

삼촌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눈이 스스륵 감겼다.

힘겹게 뜨져 있던 삼촌의 눈이 다시 감기고 말았다.



“ 삼촌! 삼촌! 눈 좀 떠봐라! 빨리 떠봐라! 씨발~! 눈 좀 떠봐라~!!! “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대며 삼촌을 마구 흔들었다. 하지만 삼촌의 눈은 떠지지 않았다.

내 손길에 이리저리 힘없이 흔들리는 삼촌의 얼굴에 엄마의 눈물이 떨어졌다.



우리 삼촌… 김성배…. 올해 나이 32세….

삼촌은 그렇게 떠나갔다.



1980년 10월 어느 가을밤… 태풍이 휘몰아쳐 치던 밤…

풀벌레 소리 사방 가득했을 밤인데 태풍이 모두 쫓아 버린 밤…

청명한 가을하늘 한 가득 별빛 총총 빛났을 밤인데 태풍이 모두 칠흑 어둠으로 덮어버린 밤…



그밤에 삼촌은 우리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와자작! 쿵!

뒷마당 감나무 가지 하나가 태풍에 부러졌는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소리가 묵직한 것이 제법 큰 가지인 모양이다.



엄마와 나는 삼촌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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