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04(완결)
2018.05.04 15:20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04
"그날 자네 이야긴 정말 충격이었어......"
전 태연하게 그의 말을 듣는 듯 보였겠지만, 실은 지난 이틀간 그가 새벽마다 제 아내를 보며 얼마
나 갈등을 겪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도 결국 욕망에 항복하고 만 것이죠.
"그래. 자네 말이 사실이야. 난 자네 부인이 맘에 쏙 드는 것이 사실이야. 그리고 자네가 내 마누라
를 훔쳐보는 것도 다 알고 있었지. 그런 놀라는 얼굴 하지말아. 누구나 다 내 마누랄 보면 자네처럼
그렇게 되더라구. 하하.그러니까 자네의 제안의 요지는 한번만 서로 마누랄 바꾸자는 거로군."
전 머리 좋은 사람이 좋습니다.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건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는 제 제안이 의미하는 의미를 이미 파악하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자네말대로야....... 나라고 아무런 갈등 없이 자네에게 그런 이야길 불쑥 꺼
낼 수 있었겠나. 물론 나도 마누라를 사랑하지. 하지만 이번 일이 결코 우리 부부 사이를 해칠거
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만약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간 말 꺼내자 마자 백프로 이혼당하고 말텐데도?."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절대 여자들이 눈치 못채게 해야만 하네. 그리고 단 한번에 그쳐야하고.
꼬리가 길면 밟히고 말꺼야."
"단 한번이라는 건 나도 동감이지만 , 눈치 못채게 라니....? 과연 가능할까..."
"들어봐. 공교롭게도 자네와 나는 아주 흡사한 몸집이야. 게다가 머리숱도 비슷하고. 단지 내 머리가
자네보다 좀 짧다는 것이 걸리는데 그건 자네가 이발을 하면 간단해지지."
"음...그렇다하더라도 물건이 다르잖아. 여자는 민감할런지도 몰라."
"그건 자네 생각이 틀렸어. 남자 물건이란 게 90%는 거기서 거기고 단 10%만이 너무 크거나 작다
더군. 개인차가 거의 없다는거야. 혹시 자네 벌써 시들해진 건 아니겠지?"
"하하하 걱정말게.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는 곳은 그놈 뿐이니까.."
"좋아. 아참!! 자네 포경수술은 한거지?"
"물론. 군대에서 양담배 두 보루랑 바꿨어. 마취도 안하고 했다구."
"좋아. 그럼 아무 문제없군."
"문제가 없다니. 아무리 비슷한 몸이라도 아내가 자기 남편이 아니란 걸 눈치채지 못할리 없어. 잠자
리란 건 두사람만의 공간인데..."
"맞아. 그러니까 우린 서로의 잠자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해야만 해."
"정보라니?"
"한달에 몇 번이나 하는지, 처음 어필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체위는 어떻게 하는지, 사정할 때 까지
의 시간 등등, 아무튼 모든것을 하나 남김없이 이야기 해주어야만 하는 거야."
"하하. 이거참. 자네 꼼꼼히도 준비해왔군."
"하하.... 그리고 관계할 때 말은 한마디도 하면 안돼."
"물론이지. 한마디라도 벙긋하면 바로 알아차려 버릴껄. 혹시 뭐라고 물어 오면 어쩌지?"
"그럴 땐 그냥 음....하고만 대답하기로 하지"
"음.....하긴 다른 방법도 없으니.."
"그리고말야, 무엇보다 이 사람이 내 남편이다란 확신을 주려면,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표시가 필요
할 것 같아"
"표시라니....어떤?"
"이를테면 말야, 그날 저녁에 괜시레 부엌에서 뭘 한다고 법석대다가 나중에 손가락에 대일밴드를
붙이고 나오는거야. 실수해서 베었어. 별거 아냐. 하며 손가락을 보여주면 마누라가 분명히 기억
하게 될거라구. 어디 부딛쳤다면서 이마에도 하나 붙이고말야"
"그거 좋은 아이디어야. 만사불여튼튼이니까..."
"시간은 밤 1시에 집을 나와서 일을 보고 밤 2시에 서로의 집으로 돌아가는거야"
"한시간이면 충분하지."
"그래. 그리고 너무 길게 끌면 들킬 위험이 더 높아지니까."
"1시까지는 자신의 아내를 깊이 잠들게 해야해. 난 저녁 때 골프장이라도 한바퀴 돌고 올 생각이야.
아내가 언젠가 한번 나가보고싶다 했거든."
"야간골프를 치겠단 말이야?"
"아니, 그냥 18홀 한바퀴만 돌아도 마누란 지쳐버릴꺼야."
"그렇다면 난 스쿼시를 하겠어. 마누라도 좋아하고 또 그만큼 격렬한 운동도 없거든."
"좋아. 무얼하든 자네 맘이지만, 절대 자네가 먼저 뻗어버리지나말게나. 하하"
"하하. 그럴리가 없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어."
두사람의 눈빛이 게슴추레 해 지며 허공에서 얽혀 있었습니다. 무언가 공모자끼리만이 나눌 수 있는
그 어떤 공동체의식이 서로에게 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 둘의
심정은 마치 수박서리를 궁리하는 시골아이들처럼 치기 가득한 것이었습니다만, 사안의 중대성으
로 말하자면 수박서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일이었습니다. 그러니만큼 절대 하나의 빈틈이
라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죠.
쑥덕쑥덕....
머리를 맞대고 두 사람은 하나하나 계획을 가다듬어 나갔습니다.
과연 건축사답게 치밀한 박소장은 제가 미리 가정해 놓은 초안에 대해 때때로 문제점을 제기했고,
전 또 IMF시대를 살아남은 임기응변으로 적절하게 용의주도한 면밀한 검토가 오가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면서 음모의 술자리는 깊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D-day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어김없이 새벽에 다시 산행을 하면서 여고생들처럼 깔깔거리며 재잘거리는 자신들의 아내를 슬쩍슬
쩍 곁눈질해가며 두 공모자는 자기네끼리만의 의미있는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온몸을 흔들며 웃는
버릇이 있는 글래머의 흔들리는 가슴을 바라보며 전 마른 침을 꿀꺽 삼켰고, 귀엽게 깡충깡충 뛰
는 제 아내를 보며 박소장의 시선이 뜨거워 지는 것을 저까지도 알아차릴 정도였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 가는지도 모를 만큼 전 하루종일 흥분해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밤...
아...밤....
그 컴컴한 어둠의 커텐을 내려지면 유사이래 얼마나 많은 음모들이 모의되고 저질러졌을까요. 그리
고 오늘은 저와 박소장의 음모가 마침내 실행되는 밤입니다.
밤1시가 다 되어갑니다.
아내는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 있습니다. 돌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골프장18홀이 결코 만만한 거리
가 아니랍니다. 저도 지금 이리 다리가 뻐근한데 아내야 오죽했겠습니까.
새근새근 자는 아내를 지켜 보노라니 ,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새삼 가슴
을 후벼 옵니다. 나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아내인데...하며 마음이 약해지려는 찰라, 글래머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특히 입가의 그 섹시한 점이....그래. 오늘 아니면 다신 기회도 없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
드디어 1시가 되자 전 취침등을 오프시켜 완벽한 어둠을 만들고는 살그머니 이불을 걷고 고양이걸
음으로 사뿐사뿐 뒷꿈치를 들고선 방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거실을 가로질러 도어럭를 하나씩
풀고는 현관문밖으로 나섰습니다. 불과 1-2분 사이의 일이었지만 얼마나 조심하며 나왔던지 온몸
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봐. 여기!"
최대한으로 목소리를 낮춘 채 박소장이 계단 아래에서 절 손짓하며 부르더군요. 두 공모자는 서로
마주보며 섰습니다. 어둠속에서 두 사람의 심장박동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재웠어?"
"물론. 스쿼시 두시간엔 장사없지. 자네는?"
"마찬가지야. 세상몰라."
"좋아. 잘해봐"
"후후. 자네야말로"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엇갈려 하나는 밑으로 하나는 위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체에게 향하
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문은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약속한대로 집안은 불빛 하나 없이 컴컴했습니다.
박소장집이라야 아래위층이었으므로 제 집과 똑같은 구조이고 그동안 수시로 드나들면서 가구 배치
라던가 하는 세부상황까지 제 손바닥 마냥 들여다보는 저로선 그 어둠이 결코 장애가 될 수는 없
었습니다. 주위를 살필 것도 없이 전 곧바로 침실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어둠에 눈이 익
숙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전 꿈에서도 그리던 글래머의 잠든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하얀 시트에 가려진 그
녀는 박소장 말대로라면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을것이 뻔했습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날이라도 실
오라기 하나라도 걸치고선 잠을 못 잔다는 박소장 말을 듣고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침을
삼켰던지. 그 상상하던 모습이 바로 제 눈앞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전 입술을 혀로 축이며 슬그머니
그 옆자리로 들어 갔습니다.
"으음..." 하며 그녀가 뒤척이더군요.
순간 간이 콩알만 해 져선 꼼짝도 못하고 그녀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습니다만, 역시 잠결 뒤척임이
었는지 다시 잠잠해지더군요. 전 그녀의 깊은 꿈나라행을 확인한 다음 서서히 그녀에게 덮혀진 시
트를 걷어내었답니다. 떨리는 손놀림으로......
그 이후의 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말씀드린다면 , 스쿼시에 지친 글래머는 축 늘어져 있어 목석이 또 한 명 있구나 하
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둠속에서 그녀의 비원(秘苑)과 옹달샘을 마침내 본 것이 최대의 수
확이라면 수확이랄까요. 물론 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만......
2시에 다시 박소장과 전 계단에서 엇갈렸습니다.
"어땠어?" 하며 박소장이 묻더군요. 예의 그 숨죽인 낮은 음성으로.
"좋았어. 자넨?"
그는 대답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더군요.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산행에 나서는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현관을 나서다가 아내가 갑자기 제 팔짱을 끼는
겁니다.
쑥스럼 많은 아내가 이러는 경우란 좀처럼 없었기에 전 의아해서 그녀를 내려 보았습니다. 그녀는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면서 주저주저하며 말을 꺼내더군요.
"어젯밤....."
어라! 어젯밤이라니. 박소장 임마가 혹시 서툴러서 들킨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쳐 갔습니다. 그
런데 아내는 딴 이야길 하는 거에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전 섹스에는 무관심했어요........ 당신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좋
아 지질 않는거에요....."
전 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지만 머리 속은 정신없이 어지러워지고 있었습니다.
"좋아지질 않는다....라기 보단 싫었어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끔찍했던 거에요..."
"........"
"섹스의 즐거움같은 건 요만큼도 없었어요....."
"............"
전 이미 그 말만으로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만, 여러분도 짐작하시고 계시듯 그녀의 결정타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어젯밤 일이 아니었더라면 난 결코 이런 말을 당신에게 하지 않았을거에요.."
"..........?"
"어젯밤 전 섹스의 진정한 즐거움을 발견한거에요!!!"
"..........."
뭐라 말을 한 것도 같은데 ...제가 무슨 말을 그 순간 했는지, 아니면 그 말이 제대로 <말>이 되어
나왔는지, 지금도 전 기억에 없습니다.
아내가 튕기듯이 제 앞에 서더니 절 꼭 끌어안고는 소리지르듯이 말했습니다.
"아아. 여보. 정말 고마워요. 어젯밤엔 정말 멋졌어요. 날 그렇게 소리지르게 하다니. 그렇게 멋적은
얼굴 하지 않아도 좋아요.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줄이야. 당신 , 정말 멋졌어요. 최고에요. 저도
좋았죠? 제게 그런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걸 저도 어제서야 알았어요. 아...당신 덕분이에요. 고
마워요."
"......"
"전 정말 어젯밤 여자로서 새로 태어난 기분이에요"
"............."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만 싶었습니다. 전 아무말도 못한 채 막막한 심정으로 걷고만 있었습니다.
아내와 시선이 마주칠까봐 먼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박소장이 이쪽으로 성큼성큼 뛰어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도 우리를 발견했는지 손을 번쩍 들었는데, 제게는 왠지 그 모습이 환호를 올리는
승자같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만............
끝
"그날 자네 이야긴 정말 충격이었어......"
전 태연하게 그의 말을 듣는 듯 보였겠지만, 실은 지난 이틀간 그가 새벽마다 제 아내를 보며 얼마
나 갈등을 겪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도 결국 욕망에 항복하고 만 것이죠.
"그래. 자네 말이 사실이야. 난 자네 부인이 맘에 쏙 드는 것이 사실이야. 그리고 자네가 내 마누라
를 훔쳐보는 것도 다 알고 있었지. 그런 놀라는 얼굴 하지말아. 누구나 다 내 마누랄 보면 자네처럼
그렇게 되더라구. 하하.그러니까 자네의 제안의 요지는 한번만 서로 마누랄 바꾸자는 거로군."
전 머리 좋은 사람이 좋습니다.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건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는 제 제안이 의미하는 의미를 이미 파악하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자네말대로야....... 나라고 아무런 갈등 없이 자네에게 그런 이야길 불쑥 꺼
낼 수 있었겠나. 물론 나도 마누라를 사랑하지. 하지만 이번 일이 결코 우리 부부 사이를 해칠거
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만약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간 말 꺼내자 마자 백프로 이혼당하고 말텐데도?."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절대 여자들이 눈치 못채게 해야만 하네. 그리고 단 한번에 그쳐야하고.
꼬리가 길면 밟히고 말꺼야."
"단 한번이라는 건 나도 동감이지만 , 눈치 못채게 라니....? 과연 가능할까..."
"들어봐. 공교롭게도 자네와 나는 아주 흡사한 몸집이야. 게다가 머리숱도 비슷하고. 단지 내 머리가
자네보다 좀 짧다는 것이 걸리는데 그건 자네가 이발을 하면 간단해지지."
"음...그렇다하더라도 물건이 다르잖아. 여자는 민감할런지도 몰라."
"그건 자네 생각이 틀렸어. 남자 물건이란 게 90%는 거기서 거기고 단 10%만이 너무 크거나 작다
더군. 개인차가 거의 없다는거야. 혹시 자네 벌써 시들해진 건 아니겠지?"
"하하하 걱정말게.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는 곳은 그놈 뿐이니까.."
"좋아. 아참!! 자네 포경수술은 한거지?"
"물론. 군대에서 양담배 두 보루랑 바꿨어. 마취도 안하고 했다구."
"좋아. 그럼 아무 문제없군."
"문제가 없다니. 아무리 비슷한 몸이라도 아내가 자기 남편이 아니란 걸 눈치채지 못할리 없어. 잠자
리란 건 두사람만의 공간인데..."
"맞아. 그러니까 우린 서로의 잠자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해야만 해."
"정보라니?"
"한달에 몇 번이나 하는지, 처음 어필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체위는 어떻게 하는지, 사정할 때 까지
의 시간 등등, 아무튼 모든것을 하나 남김없이 이야기 해주어야만 하는 거야."
"하하. 이거참. 자네 꼼꼼히도 준비해왔군."
"하하.... 그리고 관계할 때 말은 한마디도 하면 안돼."
"물론이지. 한마디라도 벙긋하면 바로 알아차려 버릴껄. 혹시 뭐라고 물어 오면 어쩌지?"
"그럴 땐 그냥 음....하고만 대답하기로 하지"
"음.....하긴 다른 방법도 없으니.."
"그리고말야, 무엇보다 이 사람이 내 남편이다란 확신을 주려면,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표시가 필요
할 것 같아"
"표시라니....어떤?"
"이를테면 말야, 그날 저녁에 괜시레 부엌에서 뭘 한다고 법석대다가 나중에 손가락에 대일밴드를
붙이고 나오는거야. 실수해서 베었어. 별거 아냐. 하며 손가락을 보여주면 마누라가 분명히 기억
하게 될거라구. 어디 부딛쳤다면서 이마에도 하나 붙이고말야"
"그거 좋은 아이디어야. 만사불여튼튼이니까..."
"시간은 밤 1시에 집을 나와서 일을 보고 밤 2시에 서로의 집으로 돌아가는거야"
"한시간이면 충분하지."
"그래. 그리고 너무 길게 끌면 들킬 위험이 더 높아지니까."
"1시까지는 자신의 아내를 깊이 잠들게 해야해. 난 저녁 때 골프장이라도 한바퀴 돌고 올 생각이야.
아내가 언젠가 한번 나가보고싶다 했거든."
"야간골프를 치겠단 말이야?"
"아니, 그냥 18홀 한바퀴만 돌아도 마누란 지쳐버릴꺼야."
"그렇다면 난 스쿼시를 하겠어. 마누라도 좋아하고 또 그만큼 격렬한 운동도 없거든."
"좋아. 무얼하든 자네 맘이지만, 절대 자네가 먼저 뻗어버리지나말게나. 하하"
"하하. 그럴리가 없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어."
두사람의 눈빛이 게슴추레 해 지며 허공에서 얽혀 있었습니다. 무언가 공모자끼리만이 나눌 수 있는
그 어떤 공동체의식이 서로에게 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 둘의
심정은 마치 수박서리를 궁리하는 시골아이들처럼 치기 가득한 것이었습니다만, 사안의 중대성으
로 말하자면 수박서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일이었습니다. 그러니만큼 절대 하나의 빈틈이
라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죠.
쑥덕쑥덕....
머리를 맞대고 두 사람은 하나하나 계획을 가다듬어 나갔습니다.
과연 건축사답게 치밀한 박소장은 제가 미리 가정해 놓은 초안에 대해 때때로 문제점을 제기했고,
전 또 IMF시대를 살아남은 임기응변으로 적절하게 용의주도한 면밀한 검토가 오가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면서 음모의 술자리는 깊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D-day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어김없이 새벽에 다시 산행을 하면서 여고생들처럼 깔깔거리며 재잘거리는 자신들의 아내를 슬쩍슬
쩍 곁눈질해가며 두 공모자는 자기네끼리만의 의미있는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온몸을 흔들며 웃는
버릇이 있는 글래머의 흔들리는 가슴을 바라보며 전 마른 침을 꿀꺽 삼켰고, 귀엽게 깡충깡충 뛰
는 제 아내를 보며 박소장의 시선이 뜨거워 지는 것을 저까지도 알아차릴 정도였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 가는지도 모를 만큼 전 하루종일 흥분해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밤...
아...밤....
그 컴컴한 어둠의 커텐을 내려지면 유사이래 얼마나 많은 음모들이 모의되고 저질러졌을까요. 그리
고 오늘은 저와 박소장의 음모가 마침내 실행되는 밤입니다.
밤1시가 다 되어갑니다.
아내는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 있습니다. 돌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골프장18홀이 결코 만만한 거리
가 아니랍니다. 저도 지금 이리 다리가 뻐근한데 아내야 오죽했겠습니까.
새근새근 자는 아내를 지켜 보노라니 ,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새삼 가슴
을 후벼 옵니다. 나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아내인데...하며 마음이 약해지려는 찰라, 글래머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특히 입가의 그 섹시한 점이....그래. 오늘 아니면 다신 기회도 없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
드디어 1시가 되자 전 취침등을 오프시켜 완벽한 어둠을 만들고는 살그머니 이불을 걷고 고양이걸
음으로 사뿐사뿐 뒷꿈치를 들고선 방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거실을 가로질러 도어럭를 하나씩
풀고는 현관문밖으로 나섰습니다. 불과 1-2분 사이의 일이었지만 얼마나 조심하며 나왔던지 온몸
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봐. 여기!"
최대한으로 목소리를 낮춘 채 박소장이 계단 아래에서 절 손짓하며 부르더군요. 두 공모자는 서로
마주보며 섰습니다. 어둠속에서 두 사람의 심장박동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재웠어?"
"물론. 스쿼시 두시간엔 장사없지. 자네는?"
"마찬가지야. 세상몰라."
"좋아. 잘해봐"
"후후. 자네야말로"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엇갈려 하나는 밑으로 하나는 위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체에게 향하
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문은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약속한대로 집안은 불빛 하나 없이 컴컴했습니다.
박소장집이라야 아래위층이었으므로 제 집과 똑같은 구조이고 그동안 수시로 드나들면서 가구 배치
라던가 하는 세부상황까지 제 손바닥 마냥 들여다보는 저로선 그 어둠이 결코 장애가 될 수는 없
었습니다. 주위를 살필 것도 없이 전 곧바로 침실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어둠에 눈이 익
숙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전 꿈에서도 그리던 글래머의 잠든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하얀 시트에 가려진 그
녀는 박소장 말대로라면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을것이 뻔했습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날이라도 실
오라기 하나라도 걸치고선 잠을 못 잔다는 박소장 말을 듣고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침을
삼켰던지. 그 상상하던 모습이 바로 제 눈앞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전 입술을 혀로 축이며 슬그머니
그 옆자리로 들어 갔습니다.
"으음..." 하며 그녀가 뒤척이더군요.
순간 간이 콩알만 해 져선 꼼짝도 못하고 그녀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습니다만, 역시 잠결 뒤척임이
었는지 다시 잠잠해지더군요. 전 그녀의 깊은 꿈나라행을 확인한 다음 서서히 그녀에게 덮혀진 시
트를 걷어내었답니다. 떨리는 손놀림으로......
그 이후의 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말씀드린다면 , 스쿼시에 지친 글래머는 축 늘어져 있어 목석이 또 한 명 있구나 하
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둠속에서 그녀의 비원(秘苑)과 옹달샘을 마침내 본 것이 최대의 수
확이라면 수확이랄까요. 물론 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만......
2시에 다시 박소장과 전 계단에서 엇갈렸습니다.
"어땠어?" 하며 박소장이 묻더군요. 예의 그 숨죽인 낮은 음성으로.
"좋았어. 자넨?"
그는 대답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더군요.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산행에 나서는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현관을 나서다가 아내가 갑자기 제 팔짱을 끼는
겁니다.
쑥스럼 많은 아내가 이러는 경우란 좀처럼 없었기에 전 의아해서 그녀를 내려 보았습니다. 그녀는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면서 주저주저하며 말을 꺼내더군요.
"어젯밤....."
어라! 어젯밤이라니. 박소장 임마가 혹시 서툴러서 들킨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쳐 갔습니다. 그
런데 아내는 딴 이야길 하는 거에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전 섹스에는 무관심했어요........ 당신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좋
아 지질 않는거에요....."
전 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지만 머리 속은 정신없이 어지러워지고 있었습니다.
"좋아지질 않는다....라기 보단 싫었어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끔찍했던 거에요..."
"........"
"섹스의 즐거움같은 건 요만큼도 없었어요....."
"............"
전 이미 그 말만으로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만, 여러분도 짐작하시고 계시듯 그녀의 결정타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어젯밤 일이 아니었더라면 난 결코 이런 말을 당신에게 하지 않았을거에요.."
"..........?"
"어젯밤 전 섹스의 진정한 즐거움을 발견한거에요!!!"
"..........."
뭐라 말을 한 것도 같은데 ...제가 무슨 말을 그 순간 했는지, 아니면 그 말이 제대로 <말>이 되어
나왔는지, 지금도 전 기억에 없습니다.
아내가 튕기듯이 제 앞에 서더니 절 꼭 끌어안고는 소리지르듯이 말했습니다.
"아아. 여보. 정말 고마워요. 어젯밤엔 정말 멋졌어요. 날 그렇게 소리지르게 하다니. 그렇게 멋적은
얼굴 하지 않아도 좋아요.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줄이야. 당신 , 정말 멋졌어요. 최고에요. 저도
좋았죠? 제게 그런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걸 저도 어제서야 알았어요. 아...당신 덕분이에요. 고
마워요."
"......"
"전 정말 어젯밤 여자로서 새로 태어난 기분이에요"
"............."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만 싶었습니다. 전 아무말도 못한 채 막막한 심정으로 걷고만 있었습니다.
아내와 시선이 마주칠까봐 먼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박소장이 이쪽으로 성큼성큼 뛰어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도 우리를 발견했는지 손을 번쩍 들었는데, 제게는 왠지 그 모습이 환호를 올리는
승자같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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