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국 - 하편

추국
추국술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늘 역시 다른 손님은 보이질 않고, 마담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고 반긴다.

“아니, 현수 총각. 어서 와.”

내가 말없이 마담의 앞 자리에 앉는다.

마담이 내게 묻는다.

“왜, 그 동안 통 오지 않았어? 많이 보고 싶었는데..”

내가 마담을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정말요? 정말 내가 보고 싶었어요?”

“그럼.. 참, 내 정신 좀 봐. 맥주 줄까?”



마담이 일어서서 주방으로 가더니 맥주 몇 병과 안주를 내온다.

그리고는 내 잔에 맥주를 채워준다.

나도 마담에게 한잔 따라준다.

“우리 한잔 해요. 오늘도 손님이 없네요?”

“그렇지 뭐.. 이렇게 첫 눈이 오는 날, 누가 이런 델 와?

모두들 근사한데 가겠지..

그런데, 현수도 오늘 같은 날 애인하고 근사한데나 가지.

처량맞게 혼자서 여길 와?””

“내가 애인이 어디 있어요?”

“아가씨들이 모두 눈이 삐었나 보다. 이렇게 멋진 총각을 몰라보고..”

“우리.. 근사한데 갈래요?”

“나 같은 늙은이랑?”

“누님이 어때서요? 내가 보기엔 예쁘고 멋있기만 한데..”

“얘가.. 날 비행기 태우네?”

“어서 나가요.”

“그럴까? 손님도 오지 않는데..”



같이 술집을 나온다.

한참을 도로 가에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택시를 잡는다.

같이 뒷 좌석에 올라타면서 내가 마담에게 묻는다.

“누님, 어디로 갈래요?”

마담이 내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기사에게 말한다.

“아저씨, 송도로 가요.”

택시가 눈 덮힌 도로에서 거북이 걸음을 하고 마담이 내게로 몸을 기댄다.

내가 엉거주춤 앉아 있다가 마담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팔 안에 마담의 풍만한 살집이 느껴지고, 화장품 냄새와 향수냄새에

온 몸의 감각이 일어나는 것 같다.

마담이 내게 말을 한다.

“술이 좀 취하는 것 같네.. 송도 바닷가에 괜찮은 카페가 하나 있어.

창 밖으로는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내가 한번씩 가는 곳이지.

마음이 우울할 때..

오늘 같은 눈이 내리는 날, 밤바다를 내려다보며 칵테일을 마시는 것도

괜찮을 거야.”

웬지 마담이 옆 모습이 쓸쓸하게 보인다.



평소 같으면 택시타고 이,삼십분이 걸리는 곳을 근 한 시간이 넘어서야

송도에 도착한다.

마담이 내 옆에서 팔짱을 낀다.

인도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 있어 발이 푹 푹 빠진다.

마담이 내게 손짓을 하며 말한다.

“저기 바닷가로 내려가. 바닷가 도로 옆에 내가 말한 카페가 있어.”



같이 팔짱을 끼고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바닷가에 있는 도로로

내려간다.

“저기야. 저기 ‘나폴리’란 카페 보이지?”

마담의 손짓을 따라 바닷가 도로 옆의 건물을 올려다보니, 십오 층 정도 되는

건물인데, 삼층에 ‘나폴리’라고 되어 있는 카페의 간판이 조명에 반짝거린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붉은 빛이 도는

어슴프레한 조명에 실내에는 조금 퇴폐적인 듯한 소울 음악이 흐르고,

좌석은 각각 칸막이로 되어 있는데 손님이 카페 내의 절반 이상은 차 있는 것 같다.

다행히 구석에 있는 창가에 빈자리가 하나 보인다.

마담이 팔을 잡아 끈다.

“저기로 가서 앉아.”

같이 창가에 있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유니폼을 입은 여자 종업원이

다가오더니 메뉴판을 내민다

마담이 메뉴판을 펴 보더니 말을 한다.

“난, 이걸로.. 현수는 뭘 할래?”

마담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핑크로즈’란 칵테일이다.

“나도 그걸로 할게요.”



조금 있다 여자 종업원이 핑크색의 액체가 든 유리잔을 두잔 내려놓고 간다.

“한번 마셔봐, 내가 즐겨 마시는 칵테일이야.”

마담이 유리잔을 입으로 가져 가면서 말을 한다.

장미 향이 느껴지는 칵테일이다.

마담이 잔을 내려놓더니 말을 한다.

“칵테일을 만들 때 장미 꽃을 넣어서 만드나 봐. 맛이 괜찮지?”

“괜찮네요.”



서로 칵테일을 두 잔씩 시켜 마신다.

아까 마신 맥주에다가 칵테일을 두 잔이나 마시다 보니 취기가 꽤 올라온다.

마담 역시 얼굴이 빨간 게 앉은 자세가 조금 흐트러진 상태이다.

마담이 장난기가 조금 섞인 듯한 말을 한다.

“그렇게 마주보고 앉아만 있으면 어떻게 해? 그러니 애인이 없지..”

“그럼, 어떡해요?”

“몰라서 물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담의 옆 자리로 간다.

그리고는 마담의 어깨로 팔을 올려 감싸고 돌아간 손을 펴서 가슴을 지긋이 누른다.

유방의 몽글한 감촉이 좋다. 아랫도리가 기지개를 켠다.

마담이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한다.

“현수.. 못됐어.”

마담이 내게 몸을 맡긴 채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을 한다.

“밖을 내다봐. 밤바다가 괜찮지?”

창 밖을 바라보니 까만 밤바다가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아직도 흰 눈이

너울거리며 내리고 있다.

한동안 서로 말없이 그렇게 밤바다를 내려다 본다.



마담이 입을 연다.

“현수는 내가 좋아?”

“예..”

“나이가 현수 엄마 뻘이 되는데도?”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잖아요?”

“그건 그냥 하는 소리이고.. 난, 현수가 아들처럼 느껴져.”

“아들이 없어요? 아저씨는요?”

“예전에 있었지.. 날 사랑하는 남편과 그리고, 내가 목숨처럼 사랑했던

아들이 하나 있었어..”

“그럼, 지금은요?”

“오래 전에 헤어졌어.”

“왜요?”

“한동안 그 아이를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현수가 내 가게로 오고난 뒤

부쩍 그 아이 생각이 많이 나.

지금쯤 그 아인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이가 아마 현수랑 비슷할 거야.”

“만나 보면 되잖아요?”

“헤어진지 하도 오래돼서 어디서 살고 있는지도 몰라.

예전에 그곳에 한번 가봤는데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어.”

“그 곳이 어딘데요?”

“………………..”



마담이 너무 외롭고 쓸쓸하게 보여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마담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한다.

“으.. 으음~”

처음엔 마담이 고개를 돌려 피하려 하더니 현수가 양 손으로 마담의 얼굴을

꼼짝 못하게 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현수에게 맡긴다.

이젠 현수의 혀를 받아 들이고 마담의 혀가 현수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동안 그렇게 키스를 하다가 서로 입을 뗀다.



마담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한다.

“나 요즈음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

남자의 품이 너무 그리워. 한동안 그런 감정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나.. 오늘 안아줄 수 있어?”

갑자기 현수의 몸이 굳어진다.

마담이 현수의 얼굴을 올려 보더니

“왜 싫어? 내가 욕심이 많지? 아들 같은 남자에게..”

그제야 현수가 정신이 든 듯 말을 한다.

“아니요. 안아드릴게요.”



같이 눈이 쌓인 해변가 도로를 걷는다.

마담의 손은 현수에게 잡힌 채 현수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있다.

도로 가에 모텔이 보인다.

“저기로 갈래요?”

“아니, 우리 집으로 가.”

“혼자 살아요?”

“응..”

“집이 어딘데요?”

“이 부근이야. 저기 골목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원룸 아파트가 있어.”



열 평 정도 되는 아담한 원룸 아파트인데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다.

마담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려하자 마담이 몸을 빼더니 말을 한다.

“먼저 샤워를 하고 와.”

“알았어요.”

현수가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타올을 아랫도리에 두른 채 욕실을 나오자

실내에는 흐릿한 조명으로 바뀌어져 있고 마담이 잠옷차림으로 서 있다가

말을 한다.

“먼저 침대에 가서 누워 있어. 씻고 올게.”



침대에 누워 이게 꿈이 아닌지 잠시 혼동을 한다.

이렇게 마담을 안아볼 수 있다니..

잠시 후 마담이 욕실에서 나와 침대로 온다.

온 몸의 열기가 얼굴로 올라온다.

마담의 손을 잡아 침대로 잡아 당긴다.

“아이.. 살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따뜻한 살결이 좋고.. 풍만한 가슴이 좋고..

수풀에 감춰져 습기에 젖은 옹달샘이 넘쳐 흐른다.

마담의 몸 위에서 자세를 잡고 진입을 시도한다.

미끈하고 뜨거운 속 살이 현수의 자지를 삼킨다.

“하~아~ 누님..”

“현.. 현수야..”



푸싱을 시작한다.

마담의 다리가 현수를 옮아 매고 두 팔로 현수를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흔들며 어쩔 줄 모른다.

현수는 있는 힘을 다해 마담을 땅끝으로 몰아 붙인다.

어느 순간 화산이 터지고 용암이 분출한다.



서로 천정을 바라보고 반듯이 누워 호흡을 고른다.

마담이 입을 연다.

“고마워..”

“아.. 아니에요. 제가 너무 좋았어요.”

“집에서 안 기다려? 시간이 꽤 됐을 텐데..”

“괜찮아요. 저도 혼자서 자취하면서 살거든요.”

”부모님은?”

“친 어머니는 어렸을 때 집을 나가시고, 지금의 어머니는 M시에서

재가해서 살고 있어요.”

“아버님은?”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돌아가셨어요.”

”그럼, 고향이 어디야?”

“J읍이에요.”

“나도 예전에 시집가서 살던 곳이 J읍인데.. 현수의 집이 J읍의 어디야?”

“OO리에요.”



마담의 목소리가 떨려서 나온다.

“아버님의 성함이?”

“김자 정자 수자에요.”

마담이 몸을 벌떡 일으켜서 누워 있는 현수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갑자기 현수의 몸 위로 쓰러진다.

“아이고..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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