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사는 그녀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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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 건 동아리에서였다. 첫인상은 그저 그런 외모에 작고 통통했던 것만 기억난다. 뭐, 사람 인연이란게 아닌것 같으면서도 이어지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니까. 여하튼 처음 인상은 그냥 평범한 학생 정도였다.



군대를 간 후 동아리 선후배로써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던 나는 상병 휴가를 나왔을때 그당시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알고보니 친한 선배와 바람이 나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기에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 너무 컸다.

그리고 휴가 복귀 이틀 전 그녀와 문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사귈래?" 라고 했고, 그녀는 흔쾌히 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 것이.. 아무리 전역이 6개월 정도 남았지만 그것도 복귀 이틀전에 문자로 사귀자고 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세상에 어딨을까 싶었다. 난 단지 외로웠을 뿐이고 내 옆에 있어줄 다른 사람이 필요했었는데, 어느 정도 나의 상태를 알면서 그런 남자의 고백을 받아준 그녀 또한 신기할 뿐이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고 휴가를 복귀하던 날 그녀와 만나 밥을 먹고 그렇게 헤어졌다.

부대에 복귀했을 때 이별의 아픔에 자살징후라도 보일 줄 알았다던 주변의 우려와는 다르게 재빠르게 여자를 갈아탄(?) 나의 능력을 부러워했었다. 그녀와는 어느 군인 커플이 그렇듯이 전화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남들은 처음 사귀고 달달해도 모자랄 때 우리는 사귀자마자 생이별을 했으니 미안한 마음도 들어 더욱 자주 전화를 하고 편지도 주고받고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갔고 휴가 복귀 한 달 쯤이었나, 그녀가 첫 면회 외박을 왔다.

사귄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면회 외박을 오라고 한 자체가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쩌랴 남자의 마음은 다 똑같은걸!

(남자는 늑대다. 다 똑같다)

밥을 먹고 대충 술한잔 주고받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하다 숙소를 잡았다.

사실 난 조금 떨렸다. 한 달 만에 어쩔수 없는 나의 상황(?) 때문이긴 하지만 그녀와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니!

이건 마치 의도적으로 섬에 놀러갔다가 "어머, 마침 배가 떠나버렸네! 우리 저기서 하루 자고갈까?" 하는 상황인가...ㅋㅋ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우선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방에 들어갔다. 씻고 나와서는 서로 누워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게 되었다.



[두근두근]



내 떨리는 심장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심장이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크게 뛰고 있었다.

그녀의 혀를 음미하며 자연스럽게 가슴에 손을 댔다.



그런데.



그녀가 손을 잡으며 거부하는 것이었다..ㅜㅜ



아 뭐지?



다시 손을 넣어 보려 했지만 그녀는 역시 손을 막으며 제지했다.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녀의 뜻이 그러하니 나는 지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날은 키스만 하고 잠이 들었고, 우리의 첫 외박은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되지 않겠나!!

우리는 짧은 첫 외박을 뒤로 하고 다음 달에 다시 날짜를 잡아 면회외박을 오기로 약속을 했다.





* 시간상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그녀와의 이런저런 추억을 생각나는대로 끄집어내다보니 소설 형식이 아니라 단편 형식으로 쓰게 되었군요. 뭐, 단편 영화를 보신다 생각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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