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 5부

비어있는 ‘이민재’팀장의 자리를 바라보는 ‘강민희’의 눈빛에 쓸쓸한 기색이 어린다.

요 며칠사이 ‘민희’는 2년간 사귄 애인 ‘오영규’보다 팀장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아니 ‘오영규’에 대한 상념은 거의 없고 하루에 수십번씩 불쑥불쑥 떠오르는 팀장의 얼굴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양가에서는 이미 묵시적이었지만 1년후 ‘오영규’가 대체 복무를 마치는 대로 결혼을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고 자신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리 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해바라기처럼 이민재 팀장에게로 한없이 기울어지는 자신의 마음이 스스로도 야속하다.

팀장과 나눈 두번의 섹스 때문만은 분명 아니었다.

자신이 먼저 유혹했었고 그와 나눈 섹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그에게 끌리는 마음의 정체는 조금 위험한 듯 보이는 그의 향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민희는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볼때 그는 분명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수한 스펙의 사내가 분명했지만 자신의 품에서 잠든 그 남자는 어딘지 모르게 애처로운 느낌이었고,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의 깊은 눈 속에서는 상처 입은 야수처럼 위험해 보이는 야성이 느껴졌었다.

‘민재’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고민하던 ‘민희’가 내린 결론은 ‘위험하고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이 여자의 본성이 아닐까?’ 라며 ‘오영규’에 대한 죄책감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었다.

며칠간 그의 얼굴을 못 본다는 생각이 들자 산들 거리는 가을바람이 문득 차갑게 느껴진다.



베이루트로의 출장 준비를 위해 오전 근무만 하고 민재가 퇴근한 수요일 오후,

민재의 빈자리를 바라보던 ‘민희’의 단상이었다.





귀밑머리에 드문드문 흰 머리카락이 섞인,

맞은편에 앉은 ‘최성규’의 얼굴이 늙어 보인다는 생각이 ‘승희’의 머리속에 불현듯 든다.

퇴근할 무렵 연락을 해온 ‘성규’와 가벼운 저녁을 먹고 조용한 와인바에서 와인을 홀짝이고 있던 참 이었다.

자신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민재’의 빛나는 젊음과 비교하면 ‘성규’는 지나치게 나이가 많고 활력이 없다고 느껴진다.

특히 지난 월요일,

제주도로 주말 골프 여행을 다녀온 ‘성규’가 퇴근 후 자신의 아파트에 들렀을 때 그와 나눈 섹스에서 그런 감정은 더욱 짙어졌다.

자신을 극한의 쾌락까지 숨쉴 틈 없이 몰아붙이던 ‘민재’의 장대한 좆기둥과는 반대로 잠시 씨근덕거리며 문전만 더럽히고 나가떨어진 ‘성규’의 흐물거리는 고추는 실망만을 안겨 주었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민재’가 아니고 ‘성규’라는 사실에 짙은 한숨만이 흘러나온다.



‘오늘도 이 늙은 남자에게 가랑이를 벌려줘야 하는구나..’

‘승희’는 욕지기를 느낀다.

‘내일 새벽에 베이루트로 출장을 떠난다는 문자를 받았는데..민재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더욱 ‘민재’가 그리워지는 ‘승희’이다.



와인바의 출입문에 달려있는 자그마한 종이 딸랑거리고 울릴때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던 ‘승희’가 눈을 치켜뜨며 화들짝 놀란다.

‘민재’가 슈트를 입은 그 또래의 남자와 함께 와인바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치고 ‘민재’의 눈에도 놀라는 기색이 느껴진다.

일이초간 자신을 보던 민재는 맞은편에 앉은 ‘성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실망어린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이내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자신을 45도 왼편으로 마주보는 자리에..

놀랐던 마음이 진정되자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그에게 들키고 말았다는 난처함이 곧바로 찾아든다.

‘그가 이런 내모습을 보고 실망했으면 어쩌지?..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여러가지 복잡한 상념에 쌓인 ‘승희’에게는 앞자리에서 주절거리는 ‘성규’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민재’는 ‘승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서 ‘죽산실업’의 직원을 친구인 것처럼 대동하고 일부러 와인바를 찾은 것이다.

‘승희’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놀란 듯 표정 연기도 했다.

자신을 연신 힐끔거리며 안절부절하는 승희의 얼굴이 우습다.

이곳에서 우연을 가장하여 조우하고 승희를 난처함에 빠뜨린 이유는, 오늘 확실하게 그녀를 자신에게 굴복시키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로 거두기 위함이었다.



“이제 그만 일어날까?”

“잠시 만요 ..화장실에 좀 다녀올께요..”

승희가 핸드백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승희’의 모습을 보던 ‘민재’가 일행에게 뭔가 말을 하더니 승희의 뒤를 따라가고, 잠시 후 남자가 일어나 계산을 하고서 밖으로 나간다.



‘성규’의 핸드폰 통화음이 울리고 통화를 하던 ‘성규’가 불쾌한 표정으로 와인바를 나선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며 화장을 고치던 승희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액정에 성규의 이름이 뜬다.

“네!..저예요..”

“음..여기 지하 주차장이야..어떤 분이 주차하다가 내 차를 살짝 긁었다고 해서 말이야..

가게 안에서 조금만 기다려줄래..여기 정리하고 전화할테니까..그때 내려와..“

“알았어요.”



“미..민재씨..”

밖으로 나오던 ‘승희’가 화장실 앞에 서있는 ‘민재’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민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승희’의 손을 잡아끈다.

화장실 옆에 있는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이 나타난다.

평소 와안바의 창고로 사용하는 듯한 공간에는 빈 와인병을 꽂은 박스가 눈높이까지 쌓여있다.

‘승희’를 거칠게 벽으로 붙여 세운 민재가 승희의 입술을 빨아댄다.

“아~..아흡..자..잠깐..아흑~”

잠시 거부의 몸짓을 하던 승희가 이내 민재의 거친 입맞춤에 호응하고 입을 열어 혀를 빨아댄다.

한동안 쩝쩝~ 후르륵~ 소리를 내며 탐욕스럽게 혀를 빨아대던 민재가 승희의 몸을 돌리고 치마를 위로 들처 올린다.

“민재씨..여기서는 안돼요..아흑~”

자신의 엉덩이를 강하게 주무르며 귓볼을 빨아대는 민재의 공격에 당황한 승희가 급하게 말을 한다.

“시끄러워..걸레같은 년..나와 씹을 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그새를 못참고 또 딴 놈한테 엉덩이를 흔들어 대?..창녀같은 년..”

찌익~..검은색 팬티스타킹을 거칠게 찢어발기던 민재가 으르렁 댄다.

“아..아니예요..민재씨..잠깐만..제가 설명을 할께요..크윽~”

팬티의 아랫자락을 옆으로 제끼고 들어온 민재의 손가락이 보지털을 잡아당기듯 강하게 웅켜쥐는 아픈 감각에 말이 끊긴다.

“씨팔년..지난번에 내가 밖에서 강간한다고 말했었지..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이 창녀냐..퉤!”

손바닥에 침을 뱉은 민재가 그 침을 ‘승희’의 보지 주변에 슥슥~바른다.



‘강간’이라는 단어를 듣던 ‘승희’는 묘하게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느낀다.

민재의 힘에 눌린 자신의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고 뒤쪽에 선 민재의 손가락이 팬티를 옆쪽으로 잡아당기는가 싶더니 보지입술을 문지르는 둔중한 살덩어리가 느껴진다.

‘맙소사..이남자는 진짜 여기서 날 강간할 생각인걸까?’ 승희의 다리가 살짝 떨린다.

“아학~”

아직 젖지 않은 질벽을 가르며 두꺼운 좆대가리가 힘차게 밀고 들어온다.

조금 전에 민재가 침을 발라서인지 큰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자궁앞까지 깊게 들어온 민재의 기둥이 꺼덕이며 남자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순간 ‘승희’의 몸에서도 열기가 확 피어오른다.

“아흐~,,아흐흐~..”

“암캐 같은 년 ..이제 제대로 엉덩이를 조이는군..”

엉덩이를 찰싹~때린 민재가 서서히 운동속도를 높이면서 승희의 입에서는 달뜬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아흑~..아흑~..아흐윽~”

“후욱~..후욱~..더 좋여봐..이년아!”

가학과 피학이 어우러진 뜨거운 신음이 좁은 창고 안의 온도를 순식간에 올려놓는다.



‘성규’ 차의 조수석에 앉아 자신의 아파트로 향하는 ‘승희’의 얼굴이 밝게 빛나고 입가에는 포만감에 젖은 미소가 흐른다.

오로지 후배위로만 당한 10분 남짓의 짧은 섹스였지만 ‘민재’와의 돌발적인 섹스는 자신을 오르가즘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예전에,

남편이 자고 있는 사이에 남편의 회사 동료에게 보지를 꿰뚫리며 쾌감성을 지르는 주부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의 포르노 동영상을 보며 웃기는 설정이라고 비웃었는데..

‘성규’가 잠깐 자리를 비운틈을 타서 마치 진짜로 강간당하듯 거칠게 나눈 도둑섹스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좋았다.

‘보지 속으로 좆물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걸..’

오늘밤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할 성규 때문에,

혹시라도 보지속으로 좆물을 받으면 흐르는 정액을 ‘성규’에게 들킬까 싶어서 입으로 받은 것이 못내 아쉬운 ‘승희’이다.

짐승처럼 거칠게 자신을 학대하던 ‘민재’는,

사정을 한 후에 봄바람 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꼭 안아주며 며칠간 외국출장을 다녀온다며 보고 싶을 거라고 말해 자신을 감격하게 했다.

그는 야수와 소년의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 남자였다.

그리고 ‘성규’를 가리켜,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며 자신이 출장지에서 돌아올 때까지 잘 생각해 보라는, 조금 우울한 숙제도 주었지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쇠기둥 같은 그의 아랫도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군침이 넘어간다.

점점 그 남자에게 헤어날수 없이 빠져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행복한 ‘승희’이다.



“다 왔는데 안 내리고 뭐해?”

행복한 상념을 깨는 ‘성규’의 느끼한 목소리에 짜증이 밀려온다.

“지금 내리고 있잖아욧.”



9월 하순의 베이루트 공항은 무더위의 계절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뜨거운 지중해의 바람이 불어와 한낮에는 기온이 30도 가까이 된다.

“호호~..팀장님 말씀대로 여름옷을 챙겨오길 잘 했네요...어유 더워~..”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오연수’대리는 연신 손부채질을 한다.

인천 공항을 출발, 이스탄불을 경유해 베이루트에 도착할때까지 꼬박 10시간이 넘는 비행이었지만 ‘연수’는 아직 쌩쌩했다.

“후후~..어서 나갑시다. 오대리님..”



입국통로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하일’이 손을 흔들며 다가와 힘차게 포옹을 한다.

“오랜만이야..리”

“그래..일년이 넘었지..미하일..”

‘연수’와 인사를 나누고 그녀의 짐을 받아든 ‘미하일’이 주차장으로 두사람을 안내한다.



175정도의 키에 단단한 체구를 지닌 ‘미하일’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레바논 여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로, ‘민재’와는 10년전 프랑스의 비밀단체에서 처음 만났었다.

그 인연이 계속 이어져 지금은 ‘로라 컴퍼니’소속으로 베이루트에 거주하고 있다.



미리 예약한 ‘라 코모도레’ 호텔의 객실에 ‘민재’가 들어서고 ‘미하일’도 곧바로 따라 들어온다.

“보스.. 시간이 없습니다. ‘마론’이 내일 저녁 카이로행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아까와는 다른 공손한 목소리로 미하일이 말을 이어간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오늘 밤에 ‘마론’을 잡고 나면 내일 오후에 ‘하인즈’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마론의 현재 위치는?”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이집트 대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경호원 두명이 함께있고 한명은 지하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두사람의 이야기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그럼 30분 후에 시작하도록 하지..”

“네..보스..”

미하일이 차에서 꺼내온 가방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방을 나간다.

그런데 ‘민재’가 가지고 온 여행 가방은 분명히 하나 였는데 객실 쇼파에는 두개의 똑같은 가방이 놓여 있었다.

‘미하일’이 방을 나가자 민재는 객실의 전화기를 들고 ‘오연수’가 묵고 있는 객실의 번호를 누른다.

“오대리님..저녁 식사를 하셔야죠?..”

“네! 팀장님”

“이 호텔 스카이라운지가 멋지다고 하던데..그곳으로 모실까요?”

“호호..저야 고맙지요..”

“그럼 30분후에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뵙도록 하죠..”



엘리베이터 앞에서 ‘연수’를 기다리던 ‘민재’가 시계를 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아랍어를 입력한다.

-작전 개시-

이 문자는 지하 주차장의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하일’과 호텔의 모니터 보안요원인 ‘긴샴’의 휴대폰으로 동시 전송되었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로 동양인 남녀가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가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긴샴’의 손이, ‘연수’의 등 뒤에 서 있던 ‘민재’가 엘리베이터 위쪽에 설치된 방향제를 만지는 순간부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재’가 방향제 통을 떼어내고 주머니에서 꺼낸 똑같은 모양의 방향제로 바꾸는 모습이 모니터에서 삭제되고 방금전에 미리 카피해 두었던 두사람이 정면을 보고 서있는 모습으로 덧 씌어졌다.

방향제를 바꿔치기 한 ‘민재’의 행동이 보안 기록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이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조각상을 군데군데 세워놓은 ‘라 코모도레’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민재’와 함께한 저녁식사와 와인은 정말 근사하고 ‘연수’는 생각했다.

잔잔하게 웃어주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민재’의 세련된 매너는,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첫 밤을 설레어 하던 스물아홉살 여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깔끔한 스테이크도 맛있었고 달콤한 와인의 향도 좋았지만, 자신의 귀 가까이에서 조용하게 속삭여주는 남자의 목소리는 정말 좋았다.

그의 숨결이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이야기할 때는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은 긴장감이 들었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몸이 나른하게 풀어 졌다.

“오대리님..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면 정말 진하게 마시도록 하죠..”

“네 ..그래요..팀장님..저녁 고마웠어요..와인도..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하..즐거웠다니 다행이네요..”



두사람은 객실로 내려와 각각의 방으로 들어 갔다.



-하얀 곰이 움직이고 있음-

‘긴샴’의 메세지가 휴대폰의 액정에 나타난다.

옷을 갈아입고 대기하고 있던 ‘민재’가 방문을 나선다.

그의 손에는 자그마한 리모콘이 쥐어져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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