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아리랑 - 1부

유학 아리랑 (1)


내가 이곳 뉴질랜드로 날아온 것은 아이들 조기 유학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유학 비용이 적게 드는 뉴질랜드를 택하여 이곳에 온지 벌써 2년.

2년전에 여기에 도착했을때 모든게 낯설고 서투르기만 했다.
한국말을 안쓰고 영어를 쓴다는 점도 신기했고. 능숙하지 못한 영어로 이곳 생활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는 점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도착했을때 아는 유학원의 사장인 김준이란 사람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의 학교를 알아봐 주었고, 오클랜드에서 우리가
살아야할 것들을 준비해 주기로 계약한 사람이다. 오클랜드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처음에는 무조건 그를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를 통해 우리가 살 집도 구하고, 아이 학교 입학 수속도 마치고.
차도 사고, 살림살이도 필요한 것은 사고. 조금 숨을 돌리니 한국에서 몇가지 부친 짐이
도착했다. 아이 책상이며, 침대, 컴퓨터등 간단한 세간살이를 집에 갖다두니 이제서야
조금 안정을 찾은것 같다.

아이들도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나도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방문비자가 9개월이니
그 안에 괜찮은 영어과정을 찾아 나도 학생비자를 받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김준에게서 연락이 왔다.

"경희어머니. 잘 지내시죠?"
"김사장님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죠. 고마워요."
"그나저나 경희엄마가 여기에 살면서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무슨 일이 생겼을때 대신
도와줄만한 좋은 가디언 선생님을 한명 소개시켜주고 싶어서요."
"예? 가디언 선생님이라뇨?"

"예. 여기 살면서 어려운 일도 생기고 상의할 일이 있을때 아무래도 영어도 짧고 여기
생활도 익숙치 않아 어려운 점이 생기거든요. 그런걸 도와줄 현지사람을 한명 알아두면
아주 편해요. 그리고 이왕 아이들 영어 과외도 시켜야 하는데, 이왕이면 좋은 선생님을
구하는게 좋죠."
"하긴 그러겠네요. 그런데 패이는 어떻게?"
"그냥 남들 과외비 주는 수준만 주시면 돼요."

어차피 아이들 숙제와 영어를 봐줄 선생님이 필요해서 그렇게 승락을 했다.
김사장은 내일 오전에 선생님을 모시고 우리집에 온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김사장이 우리집에 찾아왔다. 김사장 뒤에는 훤칠하게 키가 크고 멋지게 생긴
백인이 한명 같이 왔다. 상당히 신사적으로 생겼다.

"경희 어머니, 어제 말씀드린 선생님이세요."
"어머 여자분인지 알았는데. 남자 선생님이네요."
"아주 좋은 선생님이죠. 영국에서 공부하고 왔기 때문에 발음도 정통 영국식이고."

스스로를 알렉스라 소개한 영어 선생님은 내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주 점잖은 신사같았다. 이제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고 자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1주일에 두번씩 아이가 학교 끝난후에 와서 2시간정도 공부를 봐주기로 했다.

다음날부터 알렉스는 우리 아이 공부를 봐주기 위해 찾아왔다. 아이도 알렉스가 아주 친절하고
영어도 또박또박 가르쳐 준다며 아주 좋아했다. 사실 아이가 학교 숙제를 가져오면 3가지중
2가지는 그 의미를 알수 없어 아이 숙제 봐주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제 한시름 놓은듯한 기분이다. 서울에 있는 아이아빠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니 아주 잘
되었다며 좋아했다.

이렇게 한 잘정도가 흘렀을 즈음에 알렉스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나도 어차피 여기에 살려면
영어가 필요하니 일주일에 두번정도 영어레슨을 받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대신 레슨비는
아이의 절반 정도로 하자는거다. 내가 봐도 아무래도 필요할듯 싶다.

그래서 다음주부터 오전에 영어를 알렉스에게 배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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