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 Barbie and Ken - 단편
2018.06.07 15:30
4학년 - Barbie and 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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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를 바꾸려고 합니다. 한국말이 그리 능숙한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문체도 교과서식으로 "~습니다"식으로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옛날 생각을 하면서 쓰니 자연스럽게 자꾸 구어체가 나오네요. 단지 읽히는 글인 것보다는 서로 나누는 글이 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진심으로 일방적인 읽히기만 하는 글이기보다는 나눔이 있고 느낌이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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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 Barbie and Ken
Role Play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되돌아 왔을 때 나는 3학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까무잡잡한 피부가 햇빛에 그을려 더 까매져서, 학교 전입을 하자마자 나는 전교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었죠. 파란 눈을 가진 한국 아이. 그래서 받는 주목이 나는 너무 싫었어요. 별로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의 나는 점점 소극적이 되어서 친구도 없는 편이었구요. 잊고 있던 한국말을 배우는 것도 곤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귄 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네요. 편의상 순이라고 할께요. 순이는 약간 높은 지역의 작은 집에 살았는데, 책을 좋아하던 나는 그 집에 가서 책을 읽곤 했습니다.
순이는 인형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순이에게도 바비 인형과 바비의 남자친구 켄 인형도 있었죠. 내가 옆에서 책을 읽는 동안 순이는 그 인형으로 내가 읽어주는 책 내용데로 롤 플레이를 하곤 했습니다. 책 읽는 것이 지루해 지면 나도 순이와 인형놀이를 하며 책 속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창작하여 끝내곤 했구요. 그러면서 제 한국어는 눈에 띄게 늘었었죠.
4학년 여름이 끝나가는 시원한 토요일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방과 후 이웃집 아주머니 심부름을 해 드린 나는, 그 분 방에서 책 한 권을 집어들어 옆에 끼고 순이의 집에 놀러갔지요. 순이의 집에 놀러가 보니 그 날따라 그 집 어른들은 아무도 안 계셨고, 현관에서 나를 반겨준 순이는 어딘가 평소와 달랐었었어요.
- 놀러 왔어. 책 읽어도 되?
- 그럼. 들어와.
여느 때처럼 나는 벽을 등대고 편히 앉아 소리내어 책을 읽었습니다. 순이 역시 여느 때처럼 옆에서 책의 내용에 따라 바비와 켄 인형으로 놀고 있었구요.
그런데 내가 무슨 책을 가져갔는지 내용이 점점 이상해져가더군요. 어느 남자 스파이가 어느 예쁘고 멋있는 아가씨와 티격 태격 싸우던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종의 첩보 소설이었던 같았습니다. 어느 부분에서인가부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목말라 하는 대목이 나오더니 표현이 점점 진해지기 시작하더군요.
"달빛에 흔들리는 그녀의 잠옷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부르르 떨었다. 그는 큰 손을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스르르 미끄러뜨리며 내려갔다. 땀과 땀이 섞여 그의 배와 그녀의 둔부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활짝 열린 창 사이로 빠져나갔다. ..."
어쩌고, 저쩌고.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면서도 어쩐지 끈적한 느낌이 드는 그 내용에, 나는 지겹다고 핑계를 대며 책을 놓았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켄의 인형을 들어 읽던 책의 내용을 끝내기 위해 순이와 상상력을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 민희: 윌리암 닥터가 준 정보에 의하면 당신은 아무래도 스파이인 것 같아.
국민학생다운 유치한 대사를 주고 받으며 우리는 되지도 않는 스토리를 엮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책만큼 우리의 스토리도 이상하게 흐르고 있었지요.
- 순이: 오, 켄! 어떻게 그런 말을. 내가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
- 민희: 그걸 어떻게 믿지, 바비? 나를 믿게 하기 위해 사랑하는 척 하는 것 아닌가.
- 순이: 어떻게 그런 말을..., 흑흑흑. -- 그러면서, 목욕하고 나왔으니까 타월밖에 안 두른 바비가 타월을 떨어뜨린거야...
느닷없는 누드신을 연출하는 순이에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엇..., 이렇게 이상한 이야기로 흐를까봐 책을 안 읽은 건데. 순간 나는 문을 열어줄 때의 순이의 상기된 분위기를 기억했고, 오랫동안 잊었던 원이의 얼굴을 기억했습니다.
- 순이: 켄도 남자니까...
귀가 아득했어요. 그 동안 나는 원이와 있었던 일에 상당히 수치스러워하고 있었고, 잊으려고 노력했으며, 실제로 잊고 있었거든요.
- 순이: 켄도 남자니까 여자의 몸을 보고 기분이 이상하겠지.
남자의 마음상태를 설명해 주는 순이를 보면서 나는 순이가 창피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달갑지 않게 협조를 했습니다. 은근히 이유 없이 화가 나기 시작했죠.
- 민희: 아니! 바비...., 이러면 안돼! --- 그러면서 타월을 집어 얼른 바비의 몸을 감춘다....
- 순이: 켄! 나를 봐요. 나는 켄을 사랑해요. 스파이라니....
켄의 목에 매달리며 켄의 몸에 다리를 감는 모양을 만들며 순이가 이야기를 흐름을 잡을 때, 나는 갑자기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옛날에 원이와 의사 놀이를 했을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이었어요. 수치스러움과 죄짓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동시에 알 수 없는 좋은 기분이 드니, 더욱 양심이 걸리면서 몇 초 사이에 수 가지의 감정이 다 지나가는 것 같았죠.
- 순이: 민희야. 이것은 자연스러운 거야. 남자와 여자가 있는데, 당연한거야.
무척 쑥쓰러워하는 나를 눈치챈 순이가 내게 한 마디 했어요.
- 민희: 그럼, 자연스러운 거지. 나쁜 것 아냐.
속마음과는 다르게 사태를 자연스럽게 넘기겠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 불편함을 감추기 위해 나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고, 순이 역시 더 이상 별 말없이 베드신을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순이는 성경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켄의 몸에 다리를 휘감은 바비의 손이 켄의 척추선을 잡고 천천히 내려오던 것을 연출하던 것이나, 바비의 목을 돌려 켄의 목에 키스를 하며 가슴으로 천천히 내려오게 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10살의 소녀가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출을 보면서 나 역시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최면술에 걸리듯이 심취되었었죠.
켄을 침대에 눕혔습니다. 켄의 목과 가슴에 키스를 하던 바비는 딱딱하기만 한 켄의 몸을 조심히 더듬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나의 몸을 더듬어 내리려는 순이의 끈적한 노력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순이의 취한 듯한 눈이 보였죠. 켄의 상체 위에 앉아 천천히 그의 몸을 헤메는 바비의 몸을 찾아 켄의 손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런 켄의 손을 피해 바비는 몸을 침대 밑 아래로 미끄러 내려, 켄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끓고 앉았어요. 양 손을 쉴 새 없이 켄의 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바비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켄의 다리 사이에 대었어요.
- 순이: ..., 켄 인형은 남자처럼 안 생겼네.
그러고 보니 켄 인형은 남근이 없었죠. 그 당시 남자 인형의 사타구니는 여자처럼 밋밋했던 것 아시죠? 지금도 그런가요? 내가 켄의 다리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잠깐 사이 순이는 바비 인형을 옆에 치웠어요.
- 순이: "자x"가 없잖아.
입을 뾰루퉁하면서 불쑥 내뱉는 순이의 말에 내가 아마도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뜻은 알아도 그 단어가 누구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처음 들었었거든요. 무엇이라고 계속 떠드는 순이의 말소리가 잠시 멀어지는가 싶더니, 그 다음의 나 앞에 펼쳐진 세상은 마치 슬로우비디오 같아 펼쳐졌어요. 순이는 나를 힐끗 보더니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얼어버려서 벽에 붙은 체로 앉아 있었던 같아요..., 아니, 서 있었던가. 하여튼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순이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상기된 얼굴과 반쯤 풀린 눈이었구요. 천천히 몸을 일으킨 순이는 책상 위에 올라가 나를 정면으로 향하더니 의자 위에 다리를 올려 놓고 책상 위에 앉았어요. 내 눈높이에 있는 순이의 다리 사이가 훤히 보였죠. 그 때 나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보고 그녀가 소변을 조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변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황혼을 마주한 그녀의 안쪽 허벅지와 다리 사이에서 무엇인가 반짝 반짝 빛났어요. 순이는 옆에서 무엇인가를 더듬어 찾더군요. 그러면서 손으로 계속 두덩이를 문지르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그녀의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순이가 무엇인가를 찾아 다리 사이에 갖다 대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눈에 보인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았어요. 볼펜이었어요! 머리가 쭈?섰습니다. 저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설마...., 설마.
순이는 다리 사이에 볼펜을 넣어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볼펜이 쑥 들어가는 것이 눈에 비치는 순간 나는 그만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순이가 자살을 기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순간적으로 나 같으면 죽으려면 약을 먹겠다. 왜 하필이면 저기로..."하는 생각이 스치고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필이면 저렇게 뾰족한 것으로 다리 사이를 찌르다니. 더욱 놀란 것은 순이도 역시 짤막한 외마디 소리를 내었고, 그 다음은 미약하지만 분홍빛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었죠. 피를 본 나는 당황하고 어쩔 줄을 몰라 그저 부들부들 떨며 그 자리에 서 (앉아?) 있었어요. 순이가 내 앞에 멀쩡히 걸어와서 내 팔을 부여잡았을 때까지.
- 순이: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기운 없이 말하는 순이의 얼굴에 원이의 얼굴이 겹쳐 보였어요. 갑자기 배가 아파왔어요. 너무 싫고 무서웠어요.
- 순이: 나 이제 처녀 아니란 말야.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말하면 나 정말로 죽어.
처녀가 아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 아니면 죽는다. 그 세 마디에 나는 속이 메쓰꺼워지기 시작하면서 정말온 몸이 아파 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다리 사이에도 원이의 젓가락이 들어오지 않았었던가요. 순이가 한 것처럼 몸 안에까지는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요. 나는 나 역시 처녀가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입술을 앙 깨물어 참았습니다. 순이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잊어버렸죠. 처녀가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몰랐지만, 어른들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처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무섭고 겁이 나고 서러웠어요. 내가 원이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목이 메었어요.
- 순이: 알았지?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고개만 간신히 끄덕이고 나는 아픈 배를 잡고 집으로 달려왔어요. 놀라시는 엄마를 지나 뛰어가면서 그저 배탈이 난 모양이라고 둘러대던 나는 그 심정이 그렇게 참담하고 비참할 수가 없었습니다. 순이가 말하지 말라고 안 했어도, 그리고 원이가 비밀로 하자고 안 했어도, 나는 내 스스로의 죄책감과 수치심 등으로 누구에게도 그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못하고 지금껏 살아왔죠.
그 후 국민학교 6학년때까지 나는 내가 처녀가 아닌 줄 알고 살았어요. 언제나 숨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생활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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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를 바꾸려고 합니다. 한국말이 그리 능숙한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문체도 교과서식으로 "~습니다"식으로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옛날 생각을 하면서 쓰니 자연스럽게 자꾸 구어체가 나오네요. 단지 읽히는 글인 것보다는 서로 나누는 글이 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진심으로 일방적인 읽히기만 하는 글이기보다는 나눔이 있고 느낌이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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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 Barbie and Ken
Role Play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되돌아 왔을 때 나는 3학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까무잡잡한 피부가 햇빛에 그을려 더 까매져서, 학교 전입을 하자마자 나는 전교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었죠. 파란 눈을 가진 한국 아이. 그래서 받는 주목이 나는 너무 싫었어요. 별로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의 나는 점점 소극적이 되어서 친구도 없는 편이었구요. 잊고 있던 한국말을 배우는 것도 곤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귄 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네요. 편의상 순이라고 할께요. 순이는 약간 높은 지역의 작은 집에 살았는데, 책을 좋아하던 나는 그 집에 가서 책을 읽곤 했습니다.
순이는 인형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순이에게도 바비 인형과 바비의 남자친구 켄 인형도 있었죠. 내가 옆에서 책을 읽는 동안 순이는 그 인형으로 내가 읽어주는 책 내용데로 롤 플레이를 하곤 했습니다. 책 읽는 것이 지루해 지면 나도 순이와 인형놀이를 하며 책 속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창작하여 끝내곤 했구요. 그러면서 제 한국어는 눈에 띄게 늘었었죠.
4학년 여름이 끝나가는 시원한 토요일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방과 후 이웃집 아주머니 심부름을 해 드린 나는, 그 분 방에서 책 한 권을 집어들어 옆에 끼고 순이의 집에 놀러갔지요. 순이의 집에 놀러가 보니 그 날따라 그 집 어른들은 아무도 안 계셨고, 현관에서 나를 반겨준 순이는 어딘가 평소와 달랐었었어요.
- 놀러 왔어. 책 읽어도 되?
- 그럼. 들어와.
여느 때처럼 나는 벽을 등대고 편히 앉아 소리내어 책을 읽었습니다. 순이 역시 여느 때처럼 옆에서 책의 내용에 따라 바비와 켄 인형으로 놀고 있었구요.
그런데 내가 무슨 책을 가져갔는지 내용이 점점 이상해져가더군요. 어느 남자 스파이가 어느 예쁘고 멋있는 아가씨와 티격 태격 싸우던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종의 첩보 소설이었던 같았습니다. 어느 부분에서인가부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목말라 하는 대목이 나오더니 표현이 점점 진해지기 시작하더군요.
"달빛에 흔들리는 그녀의 잠옷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부르르 떨었다. 그는 큰 손을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스르르 미끄러뜨리며 내려갔다. 땀과 땀이 섞여 그의 배와 그녀의 둔부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활짝 열린 창 사이로 빠져나갔다. ..."
어쩌고, 저쩌고.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면서도 어쩐지 끈적한 느낌이 드는 그 내용에, 나는 지겹다고 핑계를 대며 책을 놓았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켄의 인형을 들어 읽던 책의 내용을 끝내기 위해 순이와 상상력을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 민희: 윌리암 닥터가 준 정보에 의하면 당신은 아무래도 스파이인 것 같아.
국민학생다운 유치한 대사를 주고 받으며 우리는 되지도 않는 스토리를 엮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책만큼 우리의 스토리도 이상하게 흐르고 있었지요.
- 순이: 오, 켄! 어떻게 그런 말을. 내가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
- 민희: 그걸 어떻게 믿지, 바비? 나를 믿게 하기 위해 사랑하는 척 하는 것 아닌가.
- 순이: 어떻게 그런 말을..., 흑흑흑. -- 그러면서, 목욕하고 나왔으니까 타월밖에 안 두른 바비가 타월을 떨어뜨린거야...
느닷없는 누드신을 연출하는 순이에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엇..., 이렇게 이상한 이야기로 흐를까봐 책을 안 읽은 건데. 순간 나는 문을 열어줄 때의 순이의 상기된 분위기를 기억했고, 오랫동안 잊었던 원이의 얼굴을 기억했습니다.
- 순이: 켄도 남자니까...
귀가 아득했어요. 그 동안 나는 원이와 있었던 일에 상당히 수치스러워하고 있었고, 잊으려고 노력했으며, 실제로 잊고 있었거든요.
- 순이: 켄도 남자니까 여자의 몸을 보고 기분이 이상하겠지.
남자의 마음상태를 설명해 주는 순이를 보면서 나는 순이가 창피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달갑지 않게 협조를 했습니다. 은근히 이유 없이 화가 나기 시작했죠.
- 민희: 아니! 바비...., 이러면 안돼! --- 그러면서 타월을 집어 얼른 바비의 몸을 감춘다....
- 순이: 켄! 나를 봐요. 나는 켄을 사랑해요. 스파이라니....
켄의 목에 매달리며 켄의 몸에 다리를 감는 모양을 만들며 순이가 이야기를 흐름을 잡을 때, 나는 갑자기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옛날에 원이와 의사 놀이를 했을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이었어요. 수치스러움과 죄짓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동시에 알 수 없는 좋은 기분이 드니, 더욱 양심이 걸리면서 몇 초 사이에 수 가지의 감정이 다 지나가는 것 같았죠.
- 순이: 민희야. 이것은 자연스러운 거야. 남자와 여자가 있는데, 당연한거야.
무척 쑥쓰러워하는 나를 눈치챈 순이가 내게 한 마디 했어요.
- 민희: 그럼, 자연스러운 거지. 나쁜 것 아냐.
속마음과는 다르게 사태를 자연스럽게 넘기겠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 불편함을 감추기 위해 나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고, 순이 역시 더 이상 별 말없이 베드신을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순이는 성경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켄의 몸에 다리를 휘감은 바비의 손이 켄의 척추선을 잡고 천천히 내려오던 것을 연출하던 것이나, 바비의 목을 돌려 켄의 목에 키스를 하며 가슴으로 천천히 내려오게 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10살의 소녀가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출을 보면서 나 역시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최면술에 걸리듯이 심취되었었죠.
켄을 침대에 눕혔습니다. 켄의 목과 가슴에 키스를 하던 바비는 딱딱하기만 한 켄의 몸을 조심히 더듬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나의 몸을 더듬어 내리려는 순이의 끈적한 노력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순이의 취한 듯한 눈이 보였죠. 켄의 상체 위에 앉아 천천히 그의 몸을 헤메는 바비의 몸을 찾아 켄의 손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런 켄의 손을 피해 바비는 몸을 침대 밑 아래로 미끄러 내려, 켄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끓고 앉았어요. 양 손을 쉴 새 없이 켄의 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바비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켄의 다리 사이에 대었어요.
- 순이: ..., 켄 인형은 남자처럼 안 생겼네.
그러고 보니 켄 인형은 남근이 없었죠. 그 당시 남자 인형의 사타구니는 여자처럼 밋밋했던 것 아시죠? 지금도 그런가요? 내가 켄의 다리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잠깐 사이 순이는 바비 인형을 옆에 치웠어요.
- 순이: "자x"가 없잖아.
입을 뾰루퉁하면서 불쑥 내뱉는 순이의 말에 내가 아마도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뜻은 알아도 그 단어가 누구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처음 들었었거든요. 무엇이라고 계속 떠드는 순이의 말소리가 잠시 멀어지는가 싶더니, 그 다음의 나 앞에 펼쳐진 세상은 마치 슬로우비디오 같아 펼쳐졌어요. 순이는 나를 힐끗 보더니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얼어버려서 벽에 붙은 체로 앉아 있었던 같아요..., 아니, 서 있었던가. 하여튼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순이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상기된 얼굴과 반쯤 풀린 눈이었구요. 천천히 몸을 일으킨 순이는 책상 위에 올라가 나를 정면으로 향하더니 의자 위에 다리를 올려 놓고 책상 위에 앉았어요. 내 눈높이에 있는 순이의 다리 사이가 훤히 보였죠. 그 때 나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보고 그녀가 소변을 조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변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황혼을 마주한 그녀의 안쪽 허벅지와 다리 사이에서 무엇인가 반짝 반짝 빛났어요. 순이는 옆에서 무엇인가를 더듬어 찾더군요. 그러면서 손으로 계속 두덩이를 문지르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그녀의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순이가 무엇인가를 찾아 다리 사이에 갖다 대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눈에 보인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았어요. 볼펜이었어요! 머리가 쭈?섰습니다. 저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설마...., 설마.
순이는 다리 사이에 볼펜을 넣어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볼펜이 쑥 들어가는 것이 눈에 비치는 순간 나는 그만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순이가 자살을 기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순간적으로 나 같으면 죽으려면 약을 먹겠다. 왜 하필이면 저기로..."하는 생각이 스치고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필이면 저렇게 뾰족한 것으로 다리 사이를 찌르다니. 더욱 놀란 것은 순이도 역시 짤막한 외마디 소리를 내었고, 그 다음은 미약하지만 분홍빛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었죠. 피를 본 나는 당황하고 어쩔 줄을 몰라 그저 부들부들 떨며 그 자리에 서 (앉아?) 있었어요. 순이가 내 앞에 멀쩡히 걸어와서 내 팔을 부여잡았을 때까지.
- 순이: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기운 없이 말하는 순이의 얼굴에 원이의 얼굴이 겹쳐 보였어요. 갑자기 배가 아파왔어요. 너무 싫고 무서웠어요.
- 순이: 나 이제 처녀 아니란 말야.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말하면 나 정말로 죽어.
처녀가 아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 아니면 죽는다. 그 세 마디에 나는 속이 메쓰꺼워지기 시작하면서 정말온 몸이 아파 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다리 사이에도 원이의 젓가락이 들어오지 않았었던가요. 순이가 한 것처럼 몸 안에까지는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요. 나는 나 역시 처녀가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입술을 앙 깨물어 참았습니다. 순이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잊어버렸죠. 처녀가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몰랐지만, 어른들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처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무섭고 겁이 나고 서러웠어요. 내가 원이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목이 메었어요.
- 순이: 알았지?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고개만 간신히 끄덕이고 나는 아픈 배를 잡고 집으로 달려왔어요. 놀라시는 엄마를 지나 뛰어가면서 그저 배탈이 난 모양이라고 둘러대던 나는 그 심정이 그렇게 참담하고 비참할 수가 없었습니다. 순이가 말하지 말라고 안 했어도, 그리고 원이가 비밀로 하자고 안 했어도, 나는 내 스스로의 죄책감과 수치심 등으로 누구에게도 그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못하고 지금껏 살아왔죠.
그 후 국민학교 6학년때까지 나는 내가 처녀가 아닌 줄 알고 살았어요. 언제나 숨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생활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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