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하늘빛 - 2부

해질녘하늘빛새벽5시

먹이 줄 시간이다.

장기간 굶어 영양실조에 걸린대다가 심한 우울증까지 겹쳤단다.

우울증 약은 한달분 미리 타갔다고 전산시스템에 기록되어 있단다.

참 편한 세상이다.

하긴 나또한 유기견 한마리 주워다 키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편해진건 사실이다.

사실 유기견을 가지고 혈통이니 건강이니 따져가면서 키우기엔 우리집 환경도 열악한건 사실이다.

소화잘되는 이유식을 먹이라고 했는데 그걸 사면서 미치는줄 알았다.

이유식 한통이 20키로 쌀한가마니랑 비슷했다.

씨팔 주인은 돈 없어서 몸팔고 라면만 쳐묵는데 주워온 개새끼는 저 비싼 이유식을 먹는다.

역시 개팔자가 상팔자다.



물을 끓이고 이유식 네스픈을 탄후 우유병을 흔들어야 하는데 우유병이 없다.

숫가락으로 대충 흔들었지만 잘펴지지 않는다

뭉처서 떠다니는 이유식 덩어리가 짜증났지만 안그래도 주인보다 비싼 밥을 먹는 개에게 우유병까지는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식을때까지 두었다가 오목한 그릇에 담아 수영이 앞에 두었다.

"수영아~~ 밥먹자!"

움직이질 않는다.

"수영아! 밥먹자!"

발가락 끝으로 머리를 톡톡 쳤다.

"이런 개 쌍년이 빨리 안쳐먹어!"

제법 세게 머리를 맞고서야 일어난다.

"밥쳐먹으라고 이 개년아!"

눈물 부터 보이는 암케에게 효자손을 흔들어 보이자 입을 대고 먹는 척을 한다.



꼬리를 확 내리는 모습을 보자 우월감이 젖어 쇼파에 앉았다.

매일 처 맞기만 했지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

특히 매롤 사용할 효자손의 감촉이 좋다.

효자손을 보자 릴賻쨈募?생각이 든다.

이게 왜 여기 있지?

선친께서 이걸 사용하는걸 본적이 없었다.

설령 있었다 치더라도 잦은 이사로 변변한 물건하나 없는 우리집에 효자손이라니.

효자손을 몇번 힘차게 흔들어 보니 왠지 기분이 묘하다.

마치 내가 폭군이라도 된듯 어께에 힘이 들어간다.

자신감이 충만하니 한번 때려보고 싶어진다.



입맛이 없는듯 먹는둥 마는둥 접시에 코만 박고 있다.

-철썩-

아픈듯 엉덩이를 묘하게 흔든다.

"빨리 안쳐먹어!"

괜실히 한소리 한다.

먹는게 빨라진다.

묘한 충동이 든다.

SM마스터가 된듯 하다.



효자손을 내려놓고 소변을 본다.

노오란 오줌줄기가 변기에 삽입된다.

저년도 소변이랑 똥도 먹고 살았을까?

"좆가튼년!"

내가 아닌 다른놈의 오줌을 쳐 먹었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왔다.

화가나서 미칠지경이다.

성큼성큼 다가가 효자손을 들어 때리기 시작했다.

"좆같은년! 이렇게 사는게 좋았냐! 이 개년아! 좆물 오줌물 받아 먹으면서 어린놈들 한테 쳐 맞으면서 사니까 좋튼 이 걸래년아!"



무섭다.

내 자신이

처음엔 가볍게 몇대 때릴 생각이었는데 어느순간 내 자신을 주체할수 없다.

가볍게 한대가 내 분노와 흥분이 더해져 모든 힘이 들어가 버렸다.

넘치는 살기에 정신마져 아득해진다.



바닥에 널부러진 몸뚱일 보닌 겁이 덜컥 났다.

오르내리는 가슴골이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등과 팔다리 엉덩이까지 핏줄이 선명하다.

"에이 씨팔!"

효자손을 집어 던지고 담밸 피워 물었다.

담밸 집어들자 놀란듯 나를 보던 년이 고개를 돌려 버린다.

자신이 쳐 맞은 것보다 내가 담배를 피운다는게 놀랐다는 표정이다.

기분이 더 더럽다.

지년때문에 어떻게 살아왔는데 지년 딸년 몸에난 담배빵이 어떻게 생겼는데.

수영이년의 몸을 찍어 누르고 허벅지에 담배를 눌러 지졌다.

아픔에 몸부림 치지만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짜증이 울컥 솟아 난다.

어떻게 살아와야 이럴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취급받고 살아왔길래 이런 상황에서도 반항 한번 하지 못하는 걸까?

몇시간 동안 쉬지 않고 종아리를 때려대던 그때 그 위엄은 어디로 갔을까?



내 등에 나있는 담배 흉터가 생각났다.

얼마나 맞았는지 기억도 없이 살려달라고 애원 하는 나에게 오줌을 갈기고 만들어준 담배 흉터.

흉터가 만들어진 아픔보다도 구타가 끝났다는 기쁜에 울어야 했던 그 순간이 기억났다.



쇼파에 주저앉아 수영이를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린듯 일어나서 내 눈치를 살살 봐가면서 접시와 주변에 흘린 이유식을 다 핥아 먹고서야 웅크린채 잠을 청한다.



개가 맞다.

바람나서 나갔던 내 어머니는 완벽한 개가 되어버렸다.

하긴 병원에서 태원한후 이집에 들어오면서 남은건 개였으니 새삼스러운일도 아니었다.

그녀는 개고 난 그 더러운 피를 이어받은 개자식이니까.



"좀이따가 미진이가 올꺼야. 니년 그렇게 떠나고 바람막이 하나 없이 일진년들에게 끌려다니다가 일곱놈한테 돌림빵 당하고 학교 자퇴한후 지금은 몸팔러 다녀. 각오해 아마 대단한 모녀상봉이 이루어 질꺼야. 후후후후"

차갑게 굳어버린 그녈 버려두고 현관을 나섰다.

복도창을 통해 미진이를 기다렸다.

이런걸 방치풀이라고 하나?

전문가가 된듯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두눈의 눈물은 멈추질 않는다.

아니 오히려 눈물샘이 터진듯 더 힘차게 흘러내린다.

숨쉬는 동안 그토록 애타게 불렀던 이름인데

저주와 증오를 퍼붓다가도 미친척 돌아와주길 간절히 기도했던 그 이름

어머니

가슴저편이 아려와서 숨을 쉴수가 없다.



그녈 혼자두고 이렇게 밖으로 나온건 그녈 끌어안고 울어버릴지 모를 그리움때문일까?

아니면 차라리 내가 없는 동안 그녀가 삶을 마감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는걸까?

아니 내가 현관문을 다시 들어서면 마술처럼 사라져 버리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게 점점 약해져만 가는 내 자신을 위로해줄 내동생 미진이를 너무나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때문일 것이다.





멀리서 미진이가 걸어오는게 보인다.

오피스텔 입구 버려진 차에 기대서서 담밸 피워문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온다.

멍청한 나와는 달리 전교1.2등을 다투던 그애다.

이런 일만 없었다면 지금쯤 간절히 바라던 서울 법대를 목표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건 꿈이다.

우리에겐 미래란 없다.

아둥바둥 가진거라도 팔아서 이어가야할 현실만이 남았을 뿐이다.

마치 이 담배 한가치 처럼.



눈물을 훔치는 걸까?

손등으로 얼굴을 몇번 가리던 미진이가 일어서 씩씩하게 집으로 걸어온다.

처음이다

항상 당당한 모습만 보였던 동생의 아픔이 내 가슴을 조여온다.



복도에 서 있는 내모습에 놀란걸까?

아니면 자신의 본모습을 보았을까 두려운 걸까?

평소와는 다르게 조심스레 다가온다.

"야! 뭔일있어? 왜 여기있어? 너~ 사고쳤냐?"

조심스레 내팔을 끌어 안으며 장난을 걸어온다.

연연생인 그녀는 단 한번도 오빠라고 불러본적 없다.

사고전엔 야! 또는 너였고 사고후엔 이새끼 저새끼였다.

"응! 사고쳤어."

"ㅋ 뭔대? 애라도 가졌냐?"

슬슬 장난을 쳐댄다.

오래비한테 못하는 소리도 없다.

"맞아. 애가졌어!"

"푸하하하하!"

거참 시원하게도 웃는다.

고개를 돌려 미진이의 얼굴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개한마리 주워왔다. 가서 봐봐! 맘에 안들면 다시 갔다 버려야 하니까!"

"이! 씨팔놈이! 디질라고 우리 형편에 개를 왜 주워와!"

안하던 욕지꺼리까지 하는게 정말 화가 많이 났나보다.

"욕은 이따 하고 일딴 들어가서 봐봐"

담담한 내 목소리에 움찔한듯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야! 이 개새끼야! 이거 뭐야! 그년 맞지! 그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영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나에게 묻는다.

"맞아! 임수영! 너 버리고 간년!"

애써 담담하려해도 목소리가 갈라지는건 어쩔수 없다.



미진이의 몸이 움찔하더니 잠시간 가만히 서서 수영일 노려본다.

그리곤 갑자기 뺨을 몇대 때리다가 수영의 몸이 축 늘어지자 머리카락을 쥐어 뜯기 시작했다.

"이 개같은년이 어딜 들어와! 이 쌍년. 어디서 뒤져 버리지 왜 들어와! 내 인생 어떻게 하라고 이 개같은 년아!"

널부러진 어머니의 머리채를 쥐어 뜯으며 악다구니를 써댄다.

친딸이 친어머니의 머리채를 쥐어뜯는 패륜을 보면서도 말릴 생각이 없다.

하긴 조금전엔 친아들이 친엄마를 두들겨 팼는데.....



"천천히해! 천천히! 앞으로도 시간은 많아! 안말릴테니까 하고싶은대로 해"

미진이의 손을 잡아 끌며 내 품에 안았다.

처음이다.

미진이가 일주일간의 폭행속에서 돌아온날 끌어안고 울던이후

우리 남매가 끌어안고 울어본것은 처음이었다.



그 누가 아픔은 세월속에서 デ?진다고 했던가.

묻어 두었던 아픔은 지나간 세월의 곱절처럼 무겁게 우리 가슴속에 앙금처럼 남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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