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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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순천에 있는 사촌형한테 다니러 가게 되었었다.
원하던 대학교에 합격을 하고 졸업과 입학전에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보고 싶은 생각에 떠난 길이었는데 ........ 강원도를 벗어나 보지 못한 나로선 순천으로의 여행은 정말 먼길이었다.
그당시 순천에 있던 사촌형은 집안에서 알아주던 수재로서 사시에 합격하고 순서를 밟아 순천지청에 근무하던 .......... 소위 엘리트중의 엘리트였다.
집안에 인사 드리러 왔을 때 처음본 형수와 몇 년전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있기로 소문난 그런 형이었다.
곧 재력있던 처가의 힘으로 서울로 가게 될것이라는 집안 어르신들의 수군거림도 낯설지만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재벌집 딸에다가 미인이기까지한 형수는 그당시 나에게는 먼나라 동화속의 공주님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처음 내려간날 ....... 그 우아한 모습하며 고상한 태도는 나로 하여금 흠모의 정으로 흠뻑 빠져들게할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어떤 육욕의 대상이 아닌 그저 흠모를 받아 마땅한 어떤 여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런 형수가 차려 주는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송해 했고............. 형수가 던지는 의미없는 말한마디에 나는 감격해 했다.
그당시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못하는 형 때문에 형수와는 많은 시간들을 같이 했었다.
특히나 얘기들을 많이 주고 받았었다.
지상의 아름답던 모든 것들과 고상한 정신세계들을 망라하여 얘기하던 형수는 이지상의 사람이 아니었다.
여신이 인간의 모습을 쓰고 잠시 이세상에 다니러 온 것이었다.
그런 형수였었다.
어느날이던가 ........ 눈이 많이 내리던날 집에서 기르던 개를 끌고 형수와 동네 여기 저기를 다닌적이 있었다.
형수와 둘이서 눈덮인 세상을 온갖 경탄성을 터뜨려가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돌아다닐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았었다.
당시 형네 집에는 처가에서 보내줬다는 종류는 모르던 커다란 사냥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강아지때부터 길러서인지 형수는 유난히 그개를 귀여워 했었다.
그래서 나도 프린스라는 그개와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고 실제로도 많이 친해졌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아.......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었다.
형수와 나는 캐롤이 울려퍼지는 순천시내를 돌아다녔다.
미인 많기로 소문난 순천에서도 형수는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늦은 오후..... 나는 집에 가자는 형수에게 오랜만에 나왔으니 좀더 구경을 하다가 형하고 같이 들어가겠노라고....... 형수 먼저 들어가라고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내밀어 형수를 놀래켜줄 욕심으로 이것저것 고르다 오후 시간을 보내게 되었었다.
겨우겨우 형수의 우아하게 틀어올린 머리에 어울릴만한 머리장식을 하나 고르게 되었다.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값이 아직어린 내게 부담이 되었지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찾아간 형에게서 늦을테니 먼저 들어가라는 소리에 나는 형수를 놀래켜줄 생각만 가지고 정신없이 집으로 향했었다.
초인종을 누르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응답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는지....... 형수가 오던길에 어디를 들린 모양이라고 지레짐작하고는 다시 발길을 돌리는 중이었다.
등뒤에서 덜컹하는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형수가 웃고 있었다.
프린스를 목욕시키느라 이제서야 문을 열게 되었다며 미안해하는 형수 때문에 오히려 내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 마냥 어쩔줄을 몰라했었다.
그때 건네준 선물을 받아들고 마냥 기뻐하던 형수의 모습이란............
그게 여신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형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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