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나락 속에서... - 3부
2018.09.18 14:40
사립 B고등학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독특한 학생 선별 방식을 불공평하다고 느낄 만큼 간이 큰 언론사도, 문제를 재기할 개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일반인으로 접할 수 있는 사립 B고교의 정보는 희박했다. 이곳은 소위 한국 사회 최고의 엘리트만이 향유할 수 있는 그들만의 교육 기관이다. 정, 재계 최고 인사들의 자녀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 그것이 바로 사립 B고등학교인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교육을.’이라는 학교 건립 슬로건은 지금 와서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했다. 최고의 명예와 지위를 가진 자본가의 자녀로 태어난 그들에게 학업이란 별반 중요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능력이 자신의 노동력을 검증받는 과정이라면 굳이 능력을 쌓을 필요도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는 그 자녀들이 모두 뛰어난 인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수줍은 진실도 숨어있겠지. 오히려 B고등학교는 다른 의미에서 엘리트들에게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바로 미래의 사회 주역들과 인맥을 쌓는 장이라는 것. 그렇다보니 교사와 성적에 대한 권위는 날이 갈수록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양이었다. 이를테면 이렇게.
“선생님. 그 소리 좀 줄여주세요!”
“그래. 미안하구나.”
학생 중 하나가 손을 들고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말하자, 담임선생은 데이터보드 위에 재생되던 조회 불륨을 확 줄여버린다. 한창 학교 자랑과 친목의 중요성을 말하던 교장 선생은 그대로 입만 벙끗대는 모습이 되어버렸지만 처음부터 아무도 월요일 아침 조회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보통 학교와는 굳이 시설이나 환경을 들지 아니더라도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 존재였다.
“오늘은 오랫동안 말했네? 저 사람.”
“그러게. 뭐 재미없는 것은 여전하지만.”
내 위에서 주인님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고 나는 그녀의 밑에서 가늘게 떨고 있다. 난 지금 주인님의 밑에서 엎드려 있는 것이다. 내 등 위로 등받이가 달린 방석이 놓여있고 그곳을 그녀가 앉는다. 하지만 이 교실에서 존재하는 나라는 독특한 의자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을 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업을 하는 선생조차도. 수업에 한명의 경호원이나 비서를 참관 시킬 수 있다는 교칙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그 교칙 때문이라기보다는 주인님의 지위에 의해 받아드려지는 것일 것이었다. 항상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먼저 인사를 나누고 호의를 보이며 선물을 바친다. 그녀는 자연히 리더격 존재로 떠오르고 그것은 이 사립 B 고교라는 사회에서 그녀의 뒷배경을 반증하는 현실이었다.
때문에 나는 교실에서 흡사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무슨 짓을 당해도 간섭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의 지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협력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나의 이 가느다란 떨림은 주인님의 무게를 지탱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환경 속에서 처벌을 예정 받은 자의 공포였다.
“....인성이도 너무했다. 하핫 안그래. 율희?”
“예? 예. 그렇습니다. 언니.”
아...안돼. 이전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들켰을까. 티가 났을까? 나의 이 불안은 다시금 공포로 이어져 미세한 몸의 떨림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겁에 질려 주의를 놓친 것이 실수였다. 무조건 긍정적인 대답을 했지만 그 속에 내 당황이 비치었을까. 적당한 대답이었을까?
“어? 정말로 그래?”
들켰어...
“아닙니다. 언니.”
다시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쩜 이렇게 바보 같을까. 긴장은 평소보다 나를 더욱 요령 없게 만든다. 형편없어. 정말. 나는 입술을 자그시 깨물었다. 용서를 빌어야할까.
“응! 역시 그렇지? 헤헤”
발랄한 말투. 하지만 아마도 기억됐다. 그녀의 표정은 대게 밝고 활기차서 그것에 휘둘렸다간 무서운 대가를 치루게 된다. 어쩜 좋지? 어떻게 해야 되지? 나는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 격심한 불안의 한편으로 떨려오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내 떨림은 그대로 주인님에게 전해질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진정해줘. 그녀가 불편함을 거론하는 순간 내게 올 벌은 더욱 가혹해져.
“자, 그러면 오늘도 즐거운 수업시간이 되세요. 종례시간에 뵙겠습니다.”
정중히 인사하고 서둘러 교실을 나가는 담임. 길게만 느껴지던 조회가 끝났다. 그리고 미묘한 긴장과 불안, 공포 속에서 아무 일 없이 1교시 수업이 시작되려한다. 주인님이 쉬는 시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 역시 쉴 수 없었지만 아직 더 버틸 수 있다. 반드시 버틸 수 있어. 이대로만, 제발 이대로만.
숙인 고개로 살짝 보이는 내 다리. 이미 아침에 수현에게 꼬집혀서 생긴 피멍은 사라졌다. 허벅지는 여느 피부처럼 하얗고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이 위함감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대신 땀에 젖은 블라운스 안으로 비처보이는 가슴과 구부린 허리너머의 스커트로 다 가릴 수 없었던 내 속옷이 반 아이들의 미묘한 시선을 느낀다. 팬티 안이 비칠까? 아마 비치겠지...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땀에 젖어서도 충실한 역할을 할 만큼 착실한 팬티가 아닐 것이다. 비록 남녀 합반이 아니기에 음흉한 시선을 받지는 않았지만 여자들이 속닥이며 보내는 경멸의 시선은 다른 의미에서 더욱 창피하다. 그래도 나는 시선을 피할 수도 없고 가릴 수도 없다. 아마 그런 욕심이었을 것이다. 팔과 무릎을 이용해 엎드린 자세에서 조금씩 살짝 다리를 오므리던 것은. 조금이라도 나를 지키고, 스스로를 위로 하고 싶었다. 그 때였다.
짝!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파찰음. 나는 순간 균형을 잃어 옆으로 쓰러질뻔 했다. 가까스로 균형을 회복하여 등 뒤의 주인님의 무게를 확인한다. 아직 괜찮아. 그리고 그 뒤에 소리의 정체와 통증이 나를 엄습했다. 소리의 발원지를 알게 되었다. 짝! 짝! 연달아 회초리가 내 엉덩이로 날아온다.
“앗...아앗!”
살을 애는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찌르르 올라온다. 고개를 살짝 들어 살짝 바라본 주인님은 평소처럼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정면의 수업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저 왼손에 들린 회초리가 무표정하게 내 엉덩이를 향해 내려칠 뿐이었다. 회초리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짜악! 짝!
“언니, 제발.. 용서해주세요. 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나는 관심도 없는 듯 주인님은 여전히 턱을 괴고 조용히 말하였다.
“첫 번째 룰. 현 시간 부로 징벌을 시작한다.”
시작된다. 나중으로 미루어졌던 대가가. 계속해서 엉덩이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아픔보다 더 큰 공포가 나를 잠식해갔다. 언니 제발, 제발 농담이라고 해주세요! 마음속의 외침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두 번째 룰. 너는 기절할 수 없다.”
주인님이 살짝 고개를 돌려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나와 시선을 마주친다.
“다만, 감사의 인사와 횟수 복창은 생략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는 마치 평화로운 시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최악의 내용을 담고 내 귀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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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선생님. 그 소리 좀 줄여주세요!”
“그래. 미안하구나.”
학생 중 하나가 손을 들고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말하자, 담임선생은 데이터보드 위에 재생되던 조회 불륨을 확 줄여버린다. 한창 학교 자랑과 친목의 중요성을 말하던 교장 선생은 그대로 입만 벙끗대는 모습이 되어버렸지만 처음부터 아무도 월요일 아침 조회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보통 학교와는 굳이 시설이나 환경을 들지 아니더라도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 존재였다.
“오늘은 오랫동안 말했네? 저 사람.”
“그러게. 뭐 재미없는 것은 여전하지만.”
내 위에서 주인님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고 나는 그녀의 밑에서 가늘게 떨고 있다. 난 지금 주인님의 밑에서 엎드려 있는 것이다. 내 등 위로 등받이가 달린 방석이 놓여있고 그곳을 그녀가 앉는다. 하지만 이 교실에서 존재하는 나라는 독특한 의자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을 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업을 하는 선생조차도. 수업에 한명의 경호원이나 비서를 참관 시킬 수 있다는 교칙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그 교칙 때문이라기보다는 주인님의 지위에 의해 받아드려지는 것일 것이었다. 항상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먼저 인사를 나누고 호의를 보이며 선물을 바친다. 그녀는 자연히 리더격 존재로 떠오르고 그것은 이 사립 B 고교라는 사회에서 그녀의 뒷배경을 반증하는 현실이었다.
때문에 나는 교실에서 흡사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무슨 짓을 당해도 간섭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의 지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협력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나의 이 가느다란 떨림은 주인님의 무게를 지탱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환경 속에서 처벌을 예정 받은 자의 공포였다.
“....인성이도 너무했다. 하핫 안그래. 율희?”
“예? 예. 그렇습니다. 언니.”
아...안돼. 이전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들켰을까. 티가 났을까? 나의 이 불안은 다시금 공포로 이어져 미세한 몸의 떨림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겁에 질려 주의를 놓친 것이 실수였다. 무조건 긍정적인 대답을 했지만 그 속에 내 당황이 비치었을까. 적당한 대답이었을까?
“어? 정말로 그래?”
들켰어...
“아닙니다. 언니.”
다시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쩜 이렇게 바보 같을까. 긴장은 평소보다 나를 더욱 요령 없게 만든다. 형편없어. 정말. 나는 입술을 자그시 깨물었다. 용서를 빌어야할까.
“응! 역시 그렇지? 헤헤”
발랄한 말투. 하지만 아마도 기억됐다. 그녀의 표정은 대게 밝고 활기차서 그것에 휘둘렸다간 무서운 대가를 치루게 된다. 어쩜 좋지? 어떻게 해야 되지? 나는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 격심한 불안의 한편으로 떨려오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내 떨림은 그대로 주인님에게 전해질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진정해줘. 그녀가 불편함을 거론하는 순간 내게 올 벌은 더욱 가혹해져.
“자, 그러면 오늘도 즐거운 수업시간이 되세요. 종례시간에 뵙겠습니다.”
정중히 인사하고 서둘러 교실을 나가는 담임. 길게만 느껴지던 조회가 끝났다. 그리고 미묘한 긴장과 불안, 공포 속에서 아무 일 없이 1교시 수업이 시작되려한다. 주인님이 쉬는 시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 역시 쉴 수 없었지만 아직 더 버틸 수 있다. 반드시 버틸 수 있어. 이대로만, 제발 이대로만.
숙인 고개로 살짝 보이는 내 다리. 이미 아침에 수현에게 꼬집혀서 생긴 피멍은 사라졌다. 허벅지는 여느 피부처럼 하얗고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이 위함감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대신 땀에 젖은 블라운스 안으로 비처보이는 가슴과 구부린 허리너머의 스커트로 다 가릴 수 없었던 내 속옷이 반 아이들의 미묘한 시선을 느낀다. 팬티 안이 비칠까? 아마 비치겠지...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땀에 젖어서도 충실한 역할을 할 만큼 착실한 팬티가 아닐 것이다. 비록 남녀 합반이 아니기에 음흉한 시선을 받지는 않았지만 여자들이 속닥이며 보내는 경멸의 시선은 다른 의미에서 더욱 창피하다. 그래도 나는 시선을 피할 수도 없고 가릴 수도 없다. 아마 그런 욕심이었을 것이다. 팔과 무릎을 이용해 엎드린 자세에서 조금씩 살짝 다리를 오므리던 것은. 조금이라도 나를 지키고, 스스로를 위로 하고 싶었다. 그 때였다.
짝!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파찰음. 나는 순간 균형을 잃어 옆으로 쓰러질뻔 했다. 가까스로 균형을 회복하여 등 뒤의 주인님의 무게를 확인한다. 아직 괜찮아. 그리고 그 뒤에 소리의 정체와 통증이 나를 엄습했다. 소리의 발원지를 알게 되었다. 짝! 짝! 연달아 회초리가 내 엉덩이로 날아온다.
“앗...아앗!”
살을 애는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찌르르 올라온다. 고개를 살짝 들어 살짝 바라본 주인님은 평소처럼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정면의 수업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저 왼손에 들린 회초리가 무표정하게 내 엉덩이를 향해 내려칠 뿐이었다. 회초리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짜악! 짝!
“언니, 제발.. 용서해주세요. 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나는 관심도 없는 듯 주인님은 여전히 턱을 괴고 조용히 말하였다.
“첫 번째 룰. 현 시간 부로 징벌을 시작한다.”
시작된다. 나중으로 미루어졌던 대가가. 계속해서 엉덩이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아픔보다 더 큰 공포가 나를 잠식해갔다. 언니 제발, 제발 농담이라고 해주세요! 마음속의 외침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두 번째 룰. 너는 기절할 수 없다.”
주인님이 살짝 고개를 돌려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나와 시선을 마주친다.
“다만, 감사의 인사와 횟수 복창은 생략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는 마치 평화로운 시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최악의 내용을 담고 내 귀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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