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를 읽은 어느 이혼녀 ... - 5부
2018.09.29 13:00
"등산로"를 읽은 어느 이혼녀의 변신 - 5 : 영어신문 제목 읽기
12시에 부평역 앞으로 걸어나오는 윤정은 한껏 멋을 풍긴 화사한 차림으로 운봉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든다. 윤정이로 인해 부평역 앞 광장이 훤해지는 것 같다.,
"어서 오세요. 멀리 오시느라고 수고하셨네요"
"별말씀을, 아쉬운 사람이 우물판다고 배울 사람이 오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역시 윤정씨는 성공할 싹수가 보이네요"
"호호호, 그래요?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을 가르쳐보셨으니 그런 싹수를 간파하시는가 보죠?"
"그런 셈이지요. 무엇이든지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니까요"
"저도 이번에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잘하셨습니다. 꼭 성공할 겁니다. 윤정씨 모습이 보이니 부평역 광장이 훤해지네요"
"호호호, 만나자 마자 비행기 태우시다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실려고요"
"떨어지면 내가 냉큼 받아서 안아드리지요"
"호호호, 응큼하시긴....., 그럼 어디로 갈까요? "
"네, 저기 보이는 저 건물 10층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인 모양이네요"
"네 부평에서는 제일 좋은 레스토랑이지요"
"저기가 바로 소설에 나온 그 세 명의 여인과 처음 만나서 식사하신 무슨 레스토랑인가요?"
"그래요. 코아 레스토랑이었지요. 아주 그 소설을 정독하신 모양이네요"
"저의 장래와 연관이 있으니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그런 열의를 보이신다면 저도 가르치는 재미가 나지요"
"선생님도 제가 배우는 재미가 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러지요. 영어를 배우는 가장 큰 재미가 뭔지 알아요?"
"선생님이 강의를 재미있게 해주시면 되지요"
"그것보다 더 큰 재미가 있는데 그걸 아세요?"
"뭔데요?"
"영어가 되는 것 영어가 늘어가는 것을 본인이 실감하면 재미가 붙게 되지요"
"그런데 그게 금방 느껴지나요?"
"국내영어신문이니까 바로 바로 느낌이 오지요. 어제 배운 것이 또 나오고, 전에는 몰랐던 표현이 이제는 알게 되는 경험들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재미가 붙게 되는 거지요"
"결국 국내영어신문으로 해야 영어가 되는 체험을 바로바로 느끼니까 재미가 붙어서 자꾸만 하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요. 역시 윤정씨는 이해력이 빠르시네요"
"호호호 제가 이해는 좀 빠르답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코아레스토랑에 도착하여 전망이 좋은 창가 좌석에 앉는다.
"자 앉으세요. 전망이 좋지요?"
"네 전망이 아주 좋네요.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아요"
이때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다
"뭐를 드실래요?"
"오늘 선생님이 사주시는 거니까 맛있는 거로 해주세요"
"그러지요. 여기 정식이 좋아요. A정식 2 인분 해주세요"하고 주문을 한 뒤에
"그래 주말에 사진설명을 다 읽었나요?"라고 묻는다
"네 다 읽었어요. 주어 동사만 구분이 되니까 나머지는 사전을 찾아서 다 해결했어요.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것을 왜 그렇게 선생님들이 어렵게 가르쳤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의 영어선생님들이 영어를 어렵게 가르치는 이유를 말씀드릴까요?"
"네, 해주세요"
"한국의 영어강사들은 대부분 영어를 우리말처럼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기가 배운 문법이나 독해 듣기 말하기 등 주로 시험문제 위주의 부분적인 영어를 가르칠 수밖에 없으니 영어의 전체를 보지 못하지요"
"그렇겠네요. 영어문법 선생님은 듣기나 말하기를 못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영어를 배워야 하는 한국인 성인의 영어실력이 초등학교 학생수준이라고 그 성인의 판단력이나 지식도 초등학교 수준은 아니잖아요?"
"그렇지요. 비록 영어는 초보지만 인생이 초보는 아니지요"
"그런데, 아예 영어가 초보라고 영어교재도 초보를 가르쳐주니까 성인의 판단력과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 윤정씨가 공부한 영어신문은 영어는 간단하지만 성인의 판단력과 상식을 다 발휘해야 되는 것이니까 기존의 영어초보교재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다른 맛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아 그래요. 맞아요. 바로 그거네요. 영어가 초보라고 내 인생도 초보는 아닌데 사람들은 그런 초보적인 내용만 외우라니까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사진설명을 보니까 성인이라면 알 수 있는 배경이 나오고 또 그 배경으로 모르는 영어단어들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럼요. 그것이 바로 영어가 되고 안 되는 큰 차이로 갈라지는 거지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영어를 하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 고마워요" 라고 말하면서 운봉을 바라보는 윤정의 눈은 따뜻한 정감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단 둘이 있는 조용한 방이었다면 다가와서 키스라도 해줄 표정이다. 이때 식사가 나와서 잠시 화제를 중단한다.
식사를 시작하면서 운봉이 묻는다
"오늘 몇 시까지 돌아가야 하나요?" 하고 미리 운을 뗀다
"저녁 퇴근시간에 들어가면 돼요. 왜 선생님 바쁘세요?"
"아니야요. 나도 저녁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오늘은 영어신문의 제목을 완전히 소화하면 되겠네요"
"사진설명은 됐지만 제목도 그렇게 하루만에 될 수 있나요?"
"영어신문의 제목은 원리와 공식이 있으니까 그것을 소화한다는 거지요. 그러나 원리와 공식을 알아도 모르는 단어들로만 되어 있는 것은 영어신문을 몇 년 동안 읽어온 사람도 막히는 것은 마찬가지지요"
"영어신문을 몇 년을 읽어도 모르는 단어가 나와요?"
"그럼, 윤정씨는 한국신문 보면 모르는 단어 없어요?"
"아, 그렇네요. 경제기사를 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지요"
"그래요. 그래서 영어 어휘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해야 하는 것이지요. 오늘은 제목을 해설하는 원리와 공식을 실습하는 겁니다"
"아 그러니까 오늘은 제목의 공식을 외운다는 거군요"
"그래요. 그것은 몇 가지 안 되니까 직접 오늘 신문기사 제목으로 실습하면 그것도 앞으로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집에서 사진설명 볼 때 제목도 몇 개 봤는데 전혀 모르겠더군요"
"사진설명을 처음 볼 때와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그렇지요?"
"그랬어요. 그럼 오늘 제목 설명을 듣고 나면 그것도 사진설명처럼 혼자서 되겠네요?"
"그렇지요. 그러나 다음에는 기사해설로 들어가야지요"
"첩첩산중이군요. 기사해설은 공식이 없나요?"
"품사의 활용이라던가 모르는 단어를 추리하는 법을 이용하면 쉽게 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어휘가 되고 난 다음이라야 가능하지요"
"그럼 지금의 제 수준으로는 곤란하나요?"
"아니야요. 곤란할 것 없어요. 지금의 초보수준이라도 품사의 활용에 대한 개념을 잘 알면 오히려 초보 수준의 어휘를 벗어나는데 아주 유용하지요"
"네 그럼 오늘은 우선 제목만 하지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차를 마시면서 오늘자 코리아타임스를 펴든다.
"영어신문의 제목을 해설하려면 역시 주어와 동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은 사진설명과 같아요"
"네, 역시 사진설명을 거치고 나서 들으니까 바로 주어와 동사의 개념이 이해가 되네요"
"그렇지요. 먼저 오늘 신문 첫 머리에 Roh Calls Security Law "Old Relic" 이라는 제목이 있지요?"
"네, Roh Calls Security Law "Old Relic""
"여기서 주어는?"
"Roh 가 되겠네요"
"그렇지요. 그럼 동사는?"
"Calls"
"그래요. 그럼 동사의 시제는?"
"시제 현재가 아닌가요?"
"그래요 그래서 Call에 s가 붙어 있지요. 주어가 3인칭 단수이고 동사의 시제가 현재일 경우 동사에 s 가 붙는다는 말은 초창기 영어공부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또 툭하면 빼먹게 되는 아주 골치아픈 존재인데 오히려 여기에서는 유익하게 활용하게 되지요"
"그래요? 저는 그 s 때문에 자꾸만 헷갈려요"
"그런 지엽적인 것은 아직 크게 신경쓰지 말아요. 차라리 틀려도 좋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생각해요. 우리가 우리말도 틀리는데 외국어인 영어를 틀리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 마음 편하게 먹어요 "틀려버리면 되지 뭐" 하고 "
"그래요. 맞는 말씀이야요. 저도 이제부터 그래야겠어요"
"그래서 영어신문 제목에서 동사의 시제가 현재일 때는 "과거로 해석한다" 라는 아주 중요한 공식을 이해하세요"
"시제가 현재인데 왜 과거로 해석해요?"
"그것은 매일 발행되는 신문의 특성상 그렇습니다. 일간지는 오늘 저녁시간 까지 발생된 사건을 이튿날 신문에 담아서 보도하고 또 마찬가지로 내일 저녁까지 발생한 사건들을 모래 아침에 보도하기 때문에 어제 신문부터 오늘 신문이 발행할 때까지 중간에 발생한 사건의 시제는 제목에서만 현재로 나타냅니다"
"아 그래요?"
"그리고 그것을 24시간 과거라고 합니다"
"그럼 24시간 과거는 좀 틀린건가요?"
"과거는 1분이 지났건 100년이 지났건 과거는 마찬가지지만 일간지에서만 그렇게 다룬다는 것이고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네, 그럼 노대통령은 불렀다 ... 이렇게 해야겠네요?"
"그렇지요. 노대통령은 Security Law를 "Old relic" 이라고 불렀다"
"Security Law 는 보안법, 국가보안법을 말하지요?"
"그래요, 잘 아시네요"
"어제 지난 일주일분 사진설명에서 나왔더군요. 원래는 National Security Law 해서 국가보안법이지요?"
"네, 아주 잘하시네요"
"사진설명을 일주일분을 읽은 덕분이에요"
"좋아요. 그럼 Old Relic은 ?"
"그건 오래된 Relic 일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낡은 유산이란 말이 나온 것을 보니 Relic 은 유산일 것 같아요"
"그래요. 그렇게 하는 거야요. 그래서 오늘 뉴스를 알고 영어신문을 보니까 이렇게 쉽지 않은 단어들도 바로 소화가 되잖아요. 그래서 국내영어신문으로 하라는 겁니다"
"네, 선생님의 말씀은 이제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제가 월요일부터 이렇게 찾아온 거잖아요"
"그런데 영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래요. 그러면 이 제목은 "노대통령은 보안법을 낡은 유산이라고 불렀다" 가 되겠네요"
"그래요. 아주 잘했어요. 그럼 그 밑에 있는 역시 현재시제의 Typhoon Approaches Nation 은?
"세 단어로만 되어 있는데 Nation 은 알겠지만 나머지 단어는 몰라요"
"Typhhon 이라는 말 들어본 적 없어요?"
"아 태풍, 태풍이 맞나요?"
"그래요 태풍이 Nation 즉 우리나라에 Approach 하고 있다 면?"
"태풍이 우리나라에 다가오다, 맞아요?"
"그래요. Approach 란 접근하다, 다가오다 란 뜻이지요. 남자들이 윤정씨한테 Approach 하고 싶어하듯이 말이지요"
"호호호 선생님도 응큼하시긴..." 하면서 눈을 흘기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다.
"이렇게 영어신문 제목의 동사 시제는 현재형이 약 70% 이상으로 가장 많으니까 직접 신문을 보면서 실습하고 확인하면서 어휘들을 익히도록 하세요"
"네. 그럴께요"
"다음 옆에 보면 Government to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란 기사가 있지요?"
"네 Government to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여기서는 동사가 뭐가 될까요?"
"Explain 이 될 것 같은데요"
"그래요. 맞았어요. 그런데 그 동사 앞에 to 가 있으면 이것은 미래형으로 나타냅니다 즉 이것은 Government Is to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의 형태인데 원래 영어신문의 제목에서는 Be 동사는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Is를 뺏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나와서
결국 Government Will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의 형태로 되어 정부는 IAEA에 우라늄실험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라고 해설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동사앞에 to 가 있으면 미래로 해석하면 되겠네요?"
"그래요. 2페이지에 보면 Ban to Get Van Fleet Award에서 동사인 Get 앞에 to 가 있으니 미래로 해석해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밴플리트상을 받을 예정" 이라는 뜻이 되지요"
"네 알겠어요."
다음에는 역시 2페이지에 Yoo Named Head of Overseas Info Service 라는 제목이 있지요?"
"네 Yoo Named Head of Overseas Info Service"
"이것은 동사가 뭘까요?"
"Named 인가요?"
"그래요. 맞았어요. 그럼 뜻은?"
"Name 이 이름이잖아요. 그럼 어떻게 되나요?"
"임명되다라는 뜻이 되지요"
"아 그런가요?"
"그런데 여기서 동사의 시제가 뭐지요?"
"과거"
"그래요, 과거인 경우에는 역시 앞에 Be동사가 생략된 것으로 간주하여 수동태가 됩니다"
"그럼 이게 수동태인가요?"
"그렇지요. 수동태는 잘 아신다고 했지요?"
"선생님도, Be 동사는 자신있지만 수동태는 헷갈린다고 말씀드렸더니 나중에 다시 잘 가르쳐주시겠다고 영등포에서 말씀 하셨잖아요?"
"아 그랬군요. 그래서 이것은 Yoo Is Named Head of Overseas Info Service 가 되어서 유씨가 Overseas Info Service 즉 해외홍보원장으로 임명됐다 는 뜻이 됩니다."
" 그럼 Overseas Info Service가 해외홍보원인가요?
"그래요. 해외홍보원, 저도 얼마 전에 그곳에 근무했었지요"
"아 그래요? 그곳은 뭐하는 곳인가요?"
"해외에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곳이지요. 또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역시 영어신문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자 그럼 이제 동사의 시제가 과거일 경우를 잘 알겠지요?"
"네, 그러니까 동사의 시제가 과거분사일 때는 수동태로 해석한다는 뜻이군요"
"그래요. 그리고 아까 나왔지만 제목에서는 Be 동사가 생략된다는 것까지만 아시면 제목은 이제 원리와 공식은 거의 대부분 설명드렸으니 이제부터는 단어만 늘려나가면 되는 거지요"
"네, 그럼 제목 공식도 간단하네요"
"그래요. 알고 보면 간단해요. 자 그러면 이제 오늘자 신문의 전 제목들을 모두 실습해봅시다"
"저, 선생님 이제 우리 밖으로 나가요"
"아 그럴까요?"
"네, 그동안 말씀하시느라고 힘드셨으니 나가서 좀 쉬시면서 하세요"
"그럼 그러지요" 라고 말면서 운봉은 윤정이의 마음가짐도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한다.
계산대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둘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문이 닫혀 두 사람만 있게 되니 윤정이 스스로 다가와 키스를 하면서 속삭인다 "어디 좋은 호텔로 가요. 모텔은 싫어, 우리 처음 이잖아요."
12시에 부평역 앞으로 걸어나오는 윤정은 한껏 멋을 풍긴 화사한 차림으로 운봉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든다. 윤정이로 인해 부평역 앞 광장이 훤해지는 것 같다.,
"어서 오세요. 멀리 오시느라고 수고하셨네요"
"별말씀을, 아쉬운 사람이 우물판다고 배울 사람이 오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역시 윤정씨는 성공할 싹수가 보이네요"
"호호호, 그래요?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을 가르쳐보셨으니 그런 싹수를 간파하시는가 보죠?"
"그런 셈이지요. 무엇이든지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니까요"
"저도 이번에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잘하셨습니다. 꼭 성공할 겁니다. 윤정씨 모습이 보이니 부평역 광장이 훤해지네요"
"호호호, 만나자 마자 비행기 태우시다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실려고요"
"떨어지면 내가 냉큼 받아서 안아드리지요"
"호호호, 응큼하시긴....., 그럼 어디로 갈까요? "
"네, 저기 보이는 저 건물 10층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인 모양이네요"
"네 부평에서는 제일 좋은 레스토랑이지요"
"저기가 바로 소설에 나온 그 세 명의 여인과 처음 만나서 식사하신 무슨 레스토랑인가요?"
"그래요. 코아 레스토랑이었지요. 아주 그 소설을 정독하신 모양이네요"
"저의 장래와 연관이 있으니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그런 열의를 보이신다면 저도 가르치는 재미가 나지요"
"선생님도 제가 배우는 재미가 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러지요. 영어를 배우는 가장 큰 재미가 뭔지 알아요?"
"선생님이 강의를 재미있게 해주시면 되지요"
"그것보다 더 큰 재미가 있는데 그걸 아세요?"
"뭔데요?"
"영어가 되는 것 영어가 늘어가는 것을 본인이 실감하면 재미가 붙게 되지요"
"그런데 그게 금방 느껴지나요?"
"국내영어신문이니까 바로 바로 느낌이 오지요. 어제 배운 것이 또 나오고, 전에는 몰랐던 표현이 이제는 알게 되는 경험들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재미가 붙게 되는 거지요"
"결국 국내영어신문으로 해야 영어가 되는 체험을 바로바로 느끼니까 재미가 붙어서 자꾸만 하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요. 역시 윤정씨는 이해력이 빠르시네요"
"호호호 제가 이해는 좀 빠르답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코아레스토랑에 도착하여 전망이 좋은 창가 좌석에 앉는다.
"자 앉으세요. 전망이 좋지요?"
"네 전망이 아주 좋네요.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아요"
이때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다
"뭐를 드실래요?"
"오늘 선생님이 사주시는 거니까 맛있는 거로 해주세요"
"그러지요. 여기 정식이 좋아요. A정식 2 인분 해주세요"하고 주문을 한 뒤에
"그래 주말에 사진설명을 다 읽었나요?"라고 묻는다
"네 다 읽었어요. 주어 동사만 구분이 되니까 나머지는 사전을 찾아서 다 해결했어요.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것을 왜 그렇게 선생님들이 어렵게 가르쳤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의 영어선생님들이 영어를 어렵게 가르치는 이유를 말씀드릴까요?"
"네, 해주세요"
"한국의 영어강사들은 대부분 영어를 우리말처럼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기가 배운 문법이나 독해 듣기 말하기 등 주로 시험문제 위주의 부분적인 영어를 가르칠 수밖에 없으니 영어의 전체를 보지 못하지요"
"그렇겠네요. 영어문법 선생님은 듣기나 말하기를 못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영어를 배워야 하는 한국인 성인의 영어실력이 초등학교 학생수준이라고 그 성인의 판단력이나 지식도 초등학교 수준은 아니잖아요?"
"그렇지요. 비록 영어는 초보지만 인생이 초보는 아니지요"
"그런데, 아예 영어가 초보라고 영어교재도 초보를 가르쳐주니까 성인의 판단력과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 윤정씨가 공부한 영어신문은 영어는 간단하지만 성인의 판단력과 상식을 다 발휘해야 되는 것이니까 기존의 영어초보교재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다른 맛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아 그래요. 맞아요. 바로 그거네요. 영어가 초보라고 내 인생도 초보는 아닌데 사람들은 그런 초보적인 내용만 외우라니까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사진설명을 보니까 성인이라면 알 수 있는 배경이 나오고 또 그 배경으로 모르는 영어단어들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럼요. 그것이 바로 영어가 되고 안 되는 큰 차이로 갈라지는 거지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영어를 하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 고마워요" 라고 말하면서 운봉을 바라보는 윤정의 눈은 따뜻한 정감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단 둘이 있는 조용한 방이었다면 다가와서 키스라도 해줄 표정이다. 이때 식사가 나와서 잠시 화제를 중단한다.
식사를 시작하면서 운봉이 묻는다
"오늘 몇 시까지 돌아가야 하나요?" 하고 미리 운을 뗀다
"저녁 퇴근시간에 들어가면 돼요. 왜 선생님 바쁘세요?"
"아니야요. 나도 저녁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오늘은 영어신문의 제목을 완전히 소화하면 되겠네요"
"사진설명은 됐지만 제목도 그렇게 하루만에 될 수 있나요?"
"영어신문의 제목은 원리와 공식이 있으니까 그것을 소화한다는 거지요. 그러나 원리와 공식을 알아도 모르는 단어들로만 되어 있는 것은 영어신문을 몇 년 동안 읽어온 사람도 막히는 것은 마찬가지지요"
"영어신문을 몇 년을 읽어도 모르는 단어가 나와요?"
"그럼, 윤정씨는 한국신문 보면 모르는 단어 없어요?"
"아, 그렇네요. 경제기사를 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지요"
"그래요. 그래서 영어 어휘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해야 하는 것이지요. 오늘은 제목을 해설하는 원리와 공식을 실습하는 겁니다"
"아 그러니까 오늘은 제목의 공식을 외운다는 거군요"
"그래요. 그것은 몇 가지 안 되니까 직접 오늘 신문기사 제목으로 실습하면 그것도 앞으로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집에서 사진설명 볼 때 제목도 몇 개 봤는데 전혀 모르겠더군요"
"사진설명을 처음 볼 때와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그렇지요?"
"그랬어요. 그럼 오늘 제목 설명을 듣고 나면 그것도 사진설명처럼 혼자서 되겠네요?"
"그렇지요. 그러나 다음에는 기사해설로 들어가야지요"
"첩첩산중이군요. 기사해설은 공식이 없나요?"
"품사의 활용이라던가 모르는 단어를 추리하는 법을 이용하면 쉽게 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어휘가 되고 난 다음이라야 가능하지요"
"그럼 지금의 제 수준으로는 곤란하나요?"
"아니야요. 곤란할 것 없어요. 지금의 초보수준이라도 품사의 활용에 대한 개념을 잘 알면 오히려 초보 수준의 어휘를 벗어나는데 아주 유용하지요"
"네 그럼 오늘은 우선 제목만 하지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차를 마시면서 오늘자 코리아타임스를 펴든다.
"영어신문의 제목을 해설하려면 역시 주어와 동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은 사진설명과 같아요"
"네, 역시 사진설명을 거치고 나서 들으니까 바로 주어와 동사의 개념이 이해가 되네요"
"그렇지요. 먼저 오늘 신문 첫 머리에 Roh Calls Security Law "Old Relic" 이라는 제목이 있지요?"
"네, Roh Calls Security Law "Old Relic""
"여기서 주어는?"
"Roh 가 되겠네요"
"그렇지요. 그럼 동사는?"
"Calls"
"그래요. 그럼 동사의 시제는?"
"시제 현재가 아닌가요?"
"그래요 그래서 Call에 s가 붙어 있지요. 주어가 3인칭 단수이고 동사의 시제가 현재일 경우 동사에 s 가 붙는다는 말은 초창기 영어공부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또 툭하면 빼먹게 되는 아주 골치아픈 존재인데 오히려 여기에서는 유익하게 활용하게 되지요"
"그래요? 저는 그 s 때문에 자꾸만 헷갈려요"
"그런 지엽적인 것은 아직 크게 신경쓰지 말아요. 차라리 틀려도 좋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생각해요. 우리가 우리말도 틀리는데 외국어인 영어를 틀리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 마음 편하게 먹어요 "틀려버리면 되지 뭐" 하고 "
"그래요. 맞는 말씀이야요. 저도 이제부터 그래야겠어요"
"그래서 영어신문 제목에서 동사의 시제가 현재일 때는 "과거로 해석한다" 라는 아주 중요한 공식을 이해하세요"
"시제가 현재인데 왜 과거로 해석해요?"
"그것은 매일 발행되는 신문의 특성상 그렇습니다. 일간지는 오늘 저녁시간 까지 발생된 사건을 이튿날 신문에 담아서 보도하고 또 마찬가지로 내일 저녁까지 발생한 사건들을 모래 아침에 보도하기 때문에 어제 신문부터 오늘 신문이 발행할 때까지 중간에 발생한 사건의 시제는 제목에서만 현재로 나타냅니다"
"아 그래요?"
"그리고 그것을 24시간 과거라고 합니다"
"그럼 24시간 과거는 좀 틀린건가요?"
"과거는 1분이 지났건 100년이 지났건 과거는 마찬가지지만 일간지에서만 그렇게 다룬다는 것이고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네, 그럼 노대통령은 불렀다 ... 이렇게 해야겠네요?"
"그렇지요. 노대통령은 Security Law를 "Old relic" 이라고 불렀다"
"Security Law 는 보안법, 국가보안법을 말하지요?"
"그래요, 잘 아시네요"
"어제 지난 일주일분 사진설명에서 나왔더군요. 원래는 National Security Law 해서 국가보안법이지요?"
"네, 아주 잘하시네요"
"사진설명을 일주일분을 읽은 덕분이에요"
"좋아요. 그럼 Old Relic은 ?"
"그건 오래된 Relic 일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낡은 유산이란 말이 나온 것을 보니 Relic 은 유산일 것 같아요"
"그래요. 그렇게 하는 거야요. 그래서 오늘 뉴스를 알고 영어신문을 보니까 이렇게 쉽지 않은 단어들도 바로 소화가 되잖아요. 그래서 국내영어신문으로 하라는 겁니다"
"네, 선생님의 말씀은 이제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제가 월요일부터 이렇게 찾아온 거잖아요"
"그런데 영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래요. 그러면 이 제목은 "노대통령은 보안법을 낡은 유산이라고 불렀다" 가 되겠네요"
"그래요. 아주 잘했어요. 그럼 그 밑에 있는 역시 현재시제의 Typhoon Approaches Nation 은?
"세 단어로만 되어 있는데 Nation 은 알겠지만 나머지 단어는 몰라요"
"Typhhon 이라는 말 들어본 적 없어요?"
"아 태풍, 태풍이 맞나요?"
"그래요 태풍이 Nation 즉 우리나라에 Approach 하고 있다 면?"
"태풍이 우리나라에 다가오다, 맞아요?"
"그래요. Approach 란 접근하다, 다가오다 란 뜻이지요. 남자들이 윤정씨한테 Approach 하고 싶어하듯이 말이지요"
"호호호 선생님도 응큼하시긴..." 하면서 눈을 흘기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다.
"이렇게 영어신문 제목의 동사 시제는 현재형이 약 70% 이상으로 가장 많으니까 직접 신문을 보면서 실습하고 확인하면서 어휘들을 익히도록 하세요"
"네. 그럴께요"
"다음 옆에 보면 Government to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란 기사가 있지요?"
"네 Government to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여기서는 동사가 뭐가 될까요?"
"Explain 이 될 것 같은데요"
"그래요. 맞았어요. 그런데 그 동사 앞에 to 가 있으면 이것은 미래형으로 나타냅니다 즉 이것은 Government Is to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의 형태인데 원래 영어신문의 제목에서는 Be 동사는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Is를 뺏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나와서
결국 Government Will Explain Uranium Test to IAEA 의 형태로 되어 정부는 IAEA에 우라늄실험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라고 해설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동사앞에 to 가 있으면 미래로 해석하면 되겠네요?"
"그래요. 2페이지에 보면 Ban to Get Van Fleet Award에서 동사인 Get 앞에 to 가 있으니 미래로 해석해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밴플리트상을 받을 예정" 이라는 뜻이 되지요"
"네 알겠어요."
다음에는 역시 2페이지에 Yoo Named Head of Overseas Info Service 라는 제목이 있지요?"
"네 Yoo Named Head of Overseas Info Service"
"이것은 동사가 뭘까요?"
"Named 인가요?"
"그래요. 맞았어요. 그럼 뜻은?"
"Name 이 이름이잖아요. 그럼 어떻게 되나요?"
"임명되다라는 뜻이 되지요"
"아 그런가요?"
"그런데 여기서 동사의 시제가 뭐지요?"
"과거"
"그래요, 과거인 경우에는 역시 앞에 Be동사가 생략된 것으로 간주하여 수동태가 됩니다"
"그럼 이게 수동태인가요?"
"그렇지요. 수동태는 잘 아신다고 했지요?"
"선생님도, Be 동사는 자신있지만 수동태는 헷갈린다고 말씀드렸더니 나중에 다시 잘 가르쳐주시겠다고 영등포에서 말씀 하셨잖아요?"
"아 그랬군요. 그래서 이것은 Yoo Is Named Head of Overseas Info Service 가 되어서 유씨가 Overseas Info Service 즉 해외홍보원장으로 임명됐다 는 뜻이 됩니다."
" 그럼 Overseas Info Service가 해외홍보원인가요?
"그래요. 해외홍보원, 저도 얼마 전에 그곳에 근무했었지요"
"아 그래요? 그곳은 뭐하는 곳인가요?"
"해외에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곳이지요. 또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역시 영어신문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자 그럼 이제 동사의 시제가 과거일 경우를 잘 알겠지요?"
"네, 그러니까 동사의 시제가 과거분사일 때는 수동태로 해석한다는 뜻이군요"
"그래요. 그리고 아까 나왔지만 제목에서는 Be 동사가 생략된다는 것까지만 아시면 제목은 이제 원리와 공식은 거의 대부분 설명드렸으니 이제부터는 단어만 늘려나가면 되는 거지요"
"네, 그럼 제목 공식도 간단하네요"
"그래요. 알고 보면 간단해요. 자 그러면 이제 오늘자 신문의 전 제목들을 모두 실습해봅시다"
"저, 선생님 이제 우리 밖으로 나가요"
"아 그럴까요?"
"네, 그동안 말씀하시느라고 힘드셨으니 나가서 좀 쉬시면서 하세요"
"그럼 그러지요" 라고 말면서 운봉은 윤정이의 마음가짐도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한다.
계산대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둘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문이 닫혀 두 사람만 있게 되니 윤정이 스스로 다가와 키스를 하면서 속삭인다 "어디 좋은 호텔로 가요. 모텔은 싫어, 우리 처음 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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