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 35부
2018.10.14 00:30
아쿠아 - 35
아..그래도 잊지않고 기다려 주신분들이 많은것 같아 다행이고 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ㅠㅠ
정말 기약없이 느껴졌을텐데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 또한 힘이 나구요..
아 사촌누나 이야기는 정리가 되는대로 조금씩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쿠아가 끝나는 대로 바로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려 하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젠 꾸준히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열심히 진행하겠습니다.
아니..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항상 응원해 주시고 앞으로는, 적어도 앞으로는 늦어지는 일 없을것이니 너무 욕하지 말아주세요 ㅠ
항상 감사드립니다.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독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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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너무 굽히지 말구! 다리 힘들겠지만 조금더 일자로 뻗으면서 발장구를 쳐!"
호통을 치듯이 그녀를 빡쎄게 가르쳤지만 단지 나의 흥분을 감추기위한 위장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가르침에 곧잘 따라오며 불평한마디 없이 연습에 열중한다.
"파하...하아..하아.."
"힘들어?"
"아냐...더 할거야..근데..."
"응 왜?"
"오늘 왜 그래?"
"으응? 왜? 뭐가 왜그래?"
난 내 마음을 들킨것같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말이었다.
"표정이..."
"표정? 표정이 왜?"
"무슨 시체처럼 핏기도 없고 멍하고 좀비냐? 어디 뭐 병 옮는거 아냐? 아프면 쉬어 멍청아"
"뭐라는거야? 나 멀쩡 하거든? 얼른 연습이나 해"
"멀쩡하긴 -_- 놀구있네"
역시 여자는 여자인걸까...아니면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한걸까..
그녀의 모습이 상상속에 떠도는것도 그랬지만 더 큰이유는 아마 가연이일 것이다.
온전치 못한 다리로 도망치듯 우리집을 빠져나갔다...게다가 어떠한 말도 이유도 없다..
그렇게 아무말 없이 연락도 하지않은채 그녀는 그렇게 나가버렸다.
왜 그녀를 따라가지 못했을까...뭐가 두려웠을까..
난 그녀를 좋아한다...그녀의 섹시함이 좋다..그녀의 건강한 모습과 밝게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 안에는 그녀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난 뭐가 두려워 그녀를 바로 쫓아가지 안았을까...왜 메어오는 가슴만 움켜쥔채 그렇게 그녀의 연락만을 기다리는것일까.
역시 가봐야 하나...
"야..이재희!"
"응? 아 미안..잠깐 좀.."
"왜그래 대체..하기 싫음 싫다고 얘기해!"
"그런거 아냐...넌 더 연습 하고 있어! 나 잠깐만 쉬다 올께.."
그녀는 흘기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물안경을 고쳐쓰고 연습을 시작한다.
나는 멍하니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속에서나와 옆쪽 벤치에 몸을 맡긴다.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않는다. 알수가 없다..이런 답답함...싫었다.
연습이 끝나고 찾아가보자 생각했다..아..재인이도 데리러 가야하는데...정말...모든게 답답하고 싫었다.
이와중에 우리 인형유진은 열심히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이상황에서 또 나의 머리 한쪽 구석은 그녀의 몸매를 상상한다. 아니...정확히는 그녀의 어느 한부분을 상상한다.
참..혈기 왕성한 남자는 모든 신경과 생각이 따로노는듯 하다..
이렇게 정신분열이 걸리고 다중인격이 생기는가보다..하고 생각하는 나였다.
가연이를 찾아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그래야 뭐든 명확하게 나올것 같았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마음이 컸다..그도 그럴것이 지금 이렇게 혼자 걱정하고 고민해 봐야 알리가 없다.
지금은 유진이와 연습에 집중하는것이 맞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난 열심히 연습중인 유진이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연습을 구경한다.
작지만 균형잡힌 몸매에 매끈한 다리..그렇게 한동안 감상을 하던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녀가 숨을 쉬기위해 고개를 돌려 호흡하는 순간 물을 뿌려 그녀의 호흡을 방해한다.
"콜록 콜록..켁.....콜록...야!! 무슨짓이야!!"
"아하하하하 야..그렇다고 거기다 침을 그렇게 뱉으면 어떡하냐 ㅋㅋ"
"죽을래? 왜 또 시비야? 아깐 그렇게 죽을상을 하더니 드디어 미쳤냐?"
"어쭈~ 스승한테 그게 무슨말버릇이야~?"
"이게 진짜 미쳤나...이따위로 가르칠거면 하지마!"
"그냥 한번 웃어보고 싶었던거니까 너무 화내지마라~ ㅋ"
"내가 왜 널 웃게 해줘야되는데?"
"음..그건 모르겠지만..어쨌든 잘 웃었어..ㅎ 연습하자 우리"
"됐어 꺼져!"
"아잉 왜그래~"
"드뎌...미쳤구나...이젠 좀 무섭다? 그만하지?"
"ㅋㅋ알았어 알았어...하아...어쨌든 맘은 좀 편하네..."
"....무슨일인데? 뭔일 있는거야?"
"어이구~ 왠일로 걱정을 하세요? 우리 짹짹이가~"
"미친것...걱정이 아니라 죽을거면 빨리 죽으라고 그러는거다.."
"ㅋㅋ 참 말 이쁘게 해 우리 짹짹이 그치?"
그녀는 내 반응에도 다시 연습을 하기위해 헤엄을 쳐나간다.
나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연습에 열중한다.
그렇게 그녀덕에(?) 연습하는동안은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한동안 연습에 집중하고 그녀역시 나를 따라 배우고 무사히 연습을 마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뭐 시간이 얼마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빨리 배운다 넌,"
"내가 그 짜리몽땅 아영이랑 비슷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야 ㅋㅋㅋ 누가 누구보고 짜리몽땅이래~ ㅋㅋ 니네들 도토리 키재기거든?"
"어쨌든...오늘 고마웠어..훈련 전까지는 좀 신세좀 질게.."
"엥? 계속 하는거였어?"
"그럼 한번 가르쳐주고 말라고 했냐? 어차피 너도 연습해야할 거 아냐..그러니까...음...겸사겸사..가르쳐 달라는거지!!"
"허...허...그래?"
"됐어..시름 말어..나 혼자 할거야~"
"아냐..뭐 그러자 그럼...이번주 금욜인데 얼마나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ㅎ"
"재수없어..."
그녀는 그 특유의 눈흘김으로 나를 째려보더니 물밖으로 나간다. 그러고는 수건을 들고 탈의실 쪽으로 종종 사라진다.
나도 그녀의 떨리는 허벅지와 엉덩이를 감상한 후 천천히 물속에서 나와 탈의실로 향했다.
가연이네 찾아갈 생각을 하니 다시 가슴이 메어오고 답답해졌다.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답답하게 아무것도 모른채 있을 수는 없었다.
뜨거운 샤워기에 몸을 맡기고 몸을 녹인다. 멍하니 한동안 그렇게 서있다가 천천히 몸을 씻고 옷을 입는다.
탈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유진이가 밴치에 앉아 있다.
"뭐하느라고 남자가 이렇게 늦게 나와?"
"응? 뭐야? 왜 안가고? 나 기다린거야?"
"왜? 같은 방향이니까 같이 가면 안되냐?"
"응? 아..그래...근데 나 잠깐 들를데가 있는데.."
"...가연이네?"
"오오~ 내가 봤을때 여자의 직감은 니가 최고인것 같다 ㅎ"
"아까 그렇게 좀비처럼 있던것도 가연이 때문이야?"
"음...그건 좀 복잡미묘해서 ㅎ 70프로는 가연이 20프로는 너 10프로는 모르겠다.."
"엥? 거기 내가 왜 들어가?"
"아 몰라 복잡해..어쨌든 나가자ㅎ 맑은공기가 쐬고싶어.."
"어이없는것.."
그녀와 나는 수영장을 나와 학교운동장을 가로질로 교문쪽으로 걸어갔다.
가는동안 나도 그녀도 아무말없이 서늘한 저녁바람에 얼굴만 마주하고 있다.
난 어떤 말도 꺼낼 이유가 없었다. 단지 집 방향이 같아 나와 같이가는 동행이란것 외엔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이는 궁금했나보다..아니면 이녀석 감에 내 표정이나 꼴이 궁금증을 자아냈을지도 모른다.
"무슨일인데 그래?"
"음? 왜? 아직도 내 얼굴 말이 아니야?"
"언젠 니 얼굴 말이 된다고 생각했냐?"
"아하하하하 역시...말빨은 세계최강이군....근데 왜 자꾸 물어? 궁금해?"
"아니거든? 그냥 같이가는데 뻘줌에서 그러거든?"
그렇게 말하는 그녀였지만 눈빛은 똘망똘망 말해주세요 제발~ 을 외치고 있었다.
귀여운것...
하아...
"그렇게 궁금하냐?"
"참나..웃기네 진짜..야 말하지마 됐어..안들어!"
"아니 아까 가연이랑 밥먹으러 나왔는데.."
"응..."
"아하하하하하하 듣기 싫다더니 완전 집중하네~ ㅋㅋㅋ아하하하 너 왤케 귀엽냐!"
"미친....죽을래? 야!!!"
그녀가 폴짝 쩜프를 하더니 내 엉덩이쪽에 날라차기를 가한다.
나도 그녀놀리는맛에 그렇게 놀려댔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이 귀엽기만 하다.
"아하하하 아냐아냐 정말 얘기할께 ㅋ"
"됐거든? 누가 니 고민상담해준대냐?"
"아하하..아 정말..너무 재밌는거 같애..ㅋ"
"변태아냐 이거.."
"어쨌든..ㅎ 다른게 아니라..가연이랑 아까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뭐 마땅히 갈데가 없어서 우리집에서 밥해준다고 데리고 갔거든.."
난 오늘 있었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가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동네 뒷산 산책로를 따라 걸었고 우리의 추억....이라면 추억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문제의 밴치에 다다랐다.
내가 먼저 털썩 그곳에 주저앉자 유진이도 천천히 다가와 옆쪽에 앉는다.
그렇게 틱틱거리던 그녀도 내 얘기에 귀기울이며 집중한다.
궁금했으면서 ㅎ
내 얘기가 끝날때까지 그녀는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한다. 뭐 그렇게 길게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갔다고? 너 밥준비하고 있는데?"
"응"
"방에 뭐 야한거 놔둔거 아냐?"
"엥? 아냐 그런거"
"아니긴..변태주제에...아니면...진짜 급한일이 있거나..아니면..똥이 완전 마려운데 남의집에서 못싸는 성격이라 집에 갔던가..음..또뭐가있지?"
"아하하하하하 너 정말...ㅋㅋ그게 뭐야 ㅋㅋ 아놔...아무데서나 화장실 못가는건 니얘기 아냐? 너무 디테일한게 수상한데?ㅋㅋ"
"아..아냐!! 아니거든!!! 뭐야 이 변태야!!"
맞나보다..-_-ㅋ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확실하다..ㅎ 어쨌든 그녀는 그래도 진심으로 내 얘기를 들어주고 상대해주고 있다.
한마디한마디가 가시가 있고 틱틱거리는 뉘앙스이지만 그래도 그녀 나름대로 온갖 맞장구를 치며 내 이야기에 빠져있다.
"그래서 어쨌든 가보면 될거아냐!"
"그러니까 가려는데 니가 물어봐가지고 지금 이렇게 잡혀있는거 아냐! ㅎㅎ"
"참나 니가 주절주절 얘기 꺼낼땐 언제고!"
"ㅋㅋ됐어 됐어 아 정말..너랑 얘기하면 진지한 얘기도 코메디가 된다..ㅎ"
"참나...어처구니가 없네..근데.."
"응...뭐?"
"내 지분은?"
"엥? 무슨 지분?"
"널 그렇게 좀비로 만든게 가연이 70이고 나 20이라며? 내 20이야기는 왜 안해?"
"음? 아하하하 그게 궁금한거였냐?"
단순한 녀석...근데...아깐 정말 지나가듯이 얼버무리려 한말이다...
이부분을 캐묻는다면...아니 사실을 안다면 난 변태가 아니라 성추행범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어떻게 말해야할까...음음...
"니 지분이 20이나 됐나? ㅎ 2겠지 2!"
"죽을래? 아놔 정말 끝까지 들어줬더니~"
"아하하하 니지분 들을라고 여태까지 들어준거냐? 아하하"
"하아...됐다 됐어...얼른 가버려 그냥"
"아 정말...웃긴녀석..어쨌든 자세한것은 얘기 못하겠지만 이유중에 하나는 넌 생각보다 섹시하다는거?"
그녀는 정말 깜짝 놀란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진담반 장난반으로 넘어가려던 나도 그녀의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
"야...야~ 뭘 그리 놀라냐~ 민망하게..ㅎ"
"뭐...뭐라는거야 변태야!! 뭐,..뭘보고 그래? 뭐가? 왜그러는거야? 가까이오지마!! 게다가 하나의 이유? 다른게 있단말야? 오오오 소름끼쳐!!"
"아하하하하 뭐라냐..ㅋㅋ 어쨌든...뭐 그렇다고.."
"참나...안들은걸로 할께.."
"그러기엔 반응이 심한데?"
"닥쳐.."
"근데 너 아직 나 좋아하냐?"
"미친거 아냐?"
"아니 그걸 알고싶은게 아니라...아무리 그래도 가연이 얘기나 그런거 들어보면 어렸을땐 굉장히 여리고 순진하고 동생처럼 우릴 따랐다고 하니까..왜 이렇게 변한건지 싶어서.."
"....말그대로 어렸으니까 그런거 아냐..왜? 충격이냐?"
"아니 그런건 아니고 이건 또 나름대로 귀엽고 어울려ㅎㅎ"
"참나 누가 너한테 귀엽게 보일려고 이러는줄 아나..변태고만 정말.."
"근데 요즘은 마트일 안해?"
"니가 뭔 상관이야"
"아니 요즘은 안하나 싶어서.. 다른일 별로 없음 전에처럼 너랑 아영이랑 나랑 재인이랑 아영이 카페에서 일한것도 재밌을거 같고 그래서.ㅎ"
"그때 한번 도와준거거든? 니가 하도 떼를 쓰니까.."
"야 ㅋㅋ 내가 언제 떼썼냐.. 너도 잔정이 많아서 못 외면한거지.."
"뭐..뭐래..."
"어쨌든 그때 손님들도 좋아하시고 또 다 같이 하면 재밌을거 같아서 ㅎ 나중에 하윤이랑 가연이도 같이하면 재밌겠다 ㅎㅎ"
"그나저나 너 가연이한테 안가봐?"
"헉!!! 그렇지~!! 나 가연이한테 가야하지?"
"멍청이.."
"어쨌든 그럼 나중에보자...나 가연이네 가볼께.....음..아니다 너도 어차피 내려갈거면 같이 내려가자..넌 집이 어디냐 근데?"
"......둔한녀석...니네 옆옆집이거든?"
"엥? 헉!!! 정말?"
"멍청한것...아침에 등교할때 본게 몇번인데.."
"근데 왜 안불렀어? 같이 가고 그럼 좋잖아..."
"너 막 등교할때 부를만큼 친하고 그러지않거든? 웃기셔~ 그리고 너 등교할때마다 아주그냥 재인이랑 짝짝궁 이던데..니네 사귀냐?"
"무...무..슨소리야 그게 언제 그랬다고~"
"뭘 당황해? 진짜 사귀냐? 캬캬캬 하긴 재인이가 이쁘긴하지..내가 남자였어도 재인이를 확~"
반응이 다양하면서 새롭다...ㅎ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조금은 소란스럽게 그 길을 따라 내려온다.
가연이네 가기전 그녀의 집쪽을 들러 데려다주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됐네요~ 니가 뭔데 집까지 데려다줘?"
"아니 그래도~ 이웃사촌인데 뭐 이정도는...ㅎ 어차피 가는길이고.."
그녀도 더이상 말이 없다.
한동안 그렇게 둘이 나란히 저녁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집으로 향한다.
왠지모르게 피곤했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뭘 먹지도 않았다.
배는 별로 고프지않았지만 이래저래 밥타이밍을 놓친게 아닌가 싶다.
"여기야..이제 가버려"
"아하하하 가버려는 뭐냐 가버려는 ㅋㅋ 그나저나 정말 옆집이구나..이렇게 가까운줄 알면 자주볼껄"
"누가 너랑 놀아준대니?"
"ㅋㅋ근데 부모님은?"
"부모님 뭐? 살아계시지"
"아하하하하하 아 정말 니 반응은 남달라서 좋은것같애..신선해 신선해.."
"뭐라는거야? 난 갑자기 부모님 얘기 묻는 니가 더 신선하다 멍청아"
"ㅋㅋ그냥 물어본거야ㅎ"
"....넌 정말 나에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나....음...아니지..잊어버린게 맞을려나?"
"음? 뭐가?"
"하아...아냐 나중에 얘기해...더 늦기전에 가보시지 좀? 나도 좀 들어가게?"
"그래그래..근데 배 안고프냐?"
"갑자기 또 무슨 소리야? 얼른 가버려"
"아니 오늘 제대로 먹은것도 없고...또 가연이네 간다고 뭘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걍...난 좀 고파서...물어본겨 걍"
"설마 밥챙겨달란 뚱딴지같은 소린 하지마라"
"ㅋㅋ설마 그러겠냐~ 어차피 이따가 재인이 데리러 하윤이네 가야되는데 같이 아영이네 카페가서 간단히 먹어야겠다."
"언제 가연이네 갔다가 언제 하윤이네 갔다가 어느세월에 아영이네가서 뭘 먹는다는거야? 완전 민폐쟁이고만?"
"ㅋㅋ 뭐 아님 어쩔 수 없고..어쨌든...이렇게 가까운데 자주보자~ 이웃사촌~"
"가버려"
그녀의 퉁퉁거리는 모습이 기분좋게 귀엽기까지하다.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연이네로 향한다.
가까워질수록 다시금 무거워지는 내 발걸음...하아..
혹시나 가는길에 가연이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받지 않는다..
우리집에서 가연이네 집까지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 어느새 그녀의 집 대문앞에 서있던 나는 몇분간 망설였다.
"딩동.."
"철컥.."
여느때와 다른것은 없었다.
다른것이라곤 지금 나의 발걸음과 내 기분...복잡미묘한 심정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나 집사님이 나를 먼저 반긴다.
"오셨군요..."
"네..가연이 집에 있나요?"
"아가씬 방에 있습니다만....오늘은..."
"왜요? 무슨일 있는건가요?"
"오늘은 뵙고싶지않다고 하셨습니다."
"왜그러는데요? 무슨일 있는거예요? 아는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너무 답답해서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아가씨께서 오늘은 재희님을 보고싶지않으니 들여보내지 말라고만 하셨습니다."
"하아...너무 답답하네요.."
"죄송합니다...제가 도와드릴일이 없어서....다만..."
"네..뭔가요?"
"아가씨께서 돌아오셨을때...울고계셨습니다.."
"울...어요?"
"네..."
"안되겠어요..죄송해요 집사님..저 아무래도 보고가야겠어요.."
나는 집사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층으로 후다닥 올라가 그녀의 방문을 잡고 열려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렇게 그녀의 문앞에서 얼마나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는지 모른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지요...무슨일이 있으면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아....알겠습니다..부탁드릴께요.."
그렇게 축쳐진 어깨와 발걸음으로 그녀의 집을 나선다..
무슨영문인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집에 갈때까지만 해도 기분은 괜찮아 보였다.
물론 요즘 조금 소원해진듯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이정도까진 아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돌아오는 내내 그녀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문자도 남겨보고 할 수 있는것은 다 해봤지만...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잉~~~ 지잉~~~"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울리는 진동에 깜짝놀라 황급히 폰을 꺼내어 받았다.
"가연?"
"응? 왠 가연? 오빠~ 어딜 그렇게 통화중이야? 아까부터.."
"아...재인이구나.."
"어떻게 할거야? 하윤이언니네 올거야? 우리 지금 갈라구 하는데.."
"아..그래? 하윤이는 좀 어때? 괜찮대?"
"응 언니 괜찮은것 같아..내일은 학교나온다는데?"
"아 다행이네.."
"오빤 왤케 힘이 없어? 무슨일 있어?"
"아냐..별거...그럼..어떡할까? 나 글루 갈 필요 없는거야?"
"오빠 편할대로 해..난 하윤언니랑 아영언니랑 밥 같이 먹었어 여기서..아영언니네 들러서 좀 놀다갈까 아님 집에가서 쉴까 고민중이야...오빤 밥먹었어?"
"하아...밥맛도 없다.."
"왜그래~ 밥은 먹어야지~"
"어쨌든 알겠어..천천히 놀다와~ 난 집에가서 좀 쉬고 있을께 그럼.."
"응 오빠 밥챙겨먹어~ 나도 일찍 들어갈께~"
"아냐 너무 신경쓰지마ㅎ 놀다와도 되.."
"응 연락할께 그럼"
재인이와 전화통화를 하는사이 언제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집까지 왔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입맛은 없었다.
"철컥"
아무도 없는 집안...컴컴한 복도가 소름끼치기까지하다..
그 한기를 달래려 집안의 불을 모조리 켜버리고 2층 내 방으로 올라갔다.
가연이를 2층에 두고 요리를 하는사이 그녀가 나가버렸다.
정말 무언가를 본것일까...대체 무엇이었을까...
순간 번뜩...나와 재인이 사이에 대해 무언가를 눈치챈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방안과 화장실 서재등 주위를 꼼꼼히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설마 하는마음에...재인이의 방문앞에 섰다.
순간 또다시 번뜩 무언가 내 뇌리를 스친다. 설마 싶었다..정말 그런 3류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질까 싶었다.
설마 그것만은 아니길 생각하며 메어오는 가슴을 억누르고 재인이방의 문을 열었다.
컴컴한 방안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깨끗했다.
침대의 이불은 잘 정돈 되어있었고 벽장문이며 바닥역시 옷하나 널브러져 있지않은...재인이의 깔끔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이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 더욱 어두웠던 방안의 불을 켰다.
아늑한 방...따뜻해 보이는 색감의 카페트는 재인이가 좋아하는 색이다. 그녀석은 방바닥 저 카페트 위에서 잘도 뒹굴며 놀던 생각이난다.
재인이의 책상....책상?....그녀의 책상을 보는순간 내 가슴이 아려옴과 동시에 심박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책상위...의자앞쪽 정면에 두꺼운 다이어리로 보이는 노트 하나가 올려져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책상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어느 지정부분이 펼쳐져 있거나 하진안았지만 바람이나 책의 무게에 몇장 흘러 넘어갔을수도 있을것이다.
난 천천히 그녀의 다이어리를 넘겨보았다.
".........없다는게 참 아쉬웠다...내가 오빠라면..?.....모르겠다...역시.."
"....어떤 느낌일까..."
"생각보다 짜릿한....다른 사람도 이런걸까...아니면 오빠라서..."
"따뜻했다....오빠의 품...오빠의 온기가...날 가로막고 있던 모든 불안함을 잠재웠다.."
"내꺼였음 좋겠다....안된다는건 알고있지만...."
이것인것 같았다..가연이가 저러는 이유가...
세세한 묘사와 정확한 정황이 쓰여있는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짐작 가능한 위험천만한 내용들이다.
이것을 본것일까...아니 이것이 분명했다..
내용을 보니 직접적인 부분은 없었기때문에 얼마든지 잡아 뗄 수 있는 방법은 있어보였다.
그래도...여전히 가슴은 답답했다...나를 어떤 눈으로 볼까 두려웠다.
정말 이대로 모든것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내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정말 모든것을 다 포기하고 싶었다...이 모든 관계를 다 정리해 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침대에 누워 몸부림을 쳤다...아무 잘못없는 재인이마저 원망스러웠다..
왜 하필 재인이 방에 들어갔을까 하는 마음에 가연이까지 원망스러웠다.
역시 이러면 안되는것이었을까...
하아..
"딩동"
그렇게 자포자기하다시피 침대에 늘어져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딩동딩동"
낯선기분....이집에 초인종을 누를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침대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켜 천천히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철컥"
"헉"
문을 열어보니 유진이가 서있었다.
내가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눈도 마주치지않고 봉지하나를 나에게 내밀더니 고개를 돌린다.
얼떨결에 받아들고 봉지를 살펴보았다. 그안에는 샌드위치하나와 우유같은것이 들어있다.
"따..딱히 주고싶거나 생각나서 준건 아냐..유통기한이 다되기도 했고 밥 안먹을것 같아서.."
"아...음....고..고마워..근데..나 집에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 아까 가연이네 간다고 간지 얼마 안됐는데.."
"불이 다 켜져있잖아..그게 왜 궁금해? 일부러 생각나서 갖다준거 아니라니까..정말 지나가다가 버리려는 샌드위치 던져놓고 가는거거든? 오해하지마"
"ㅋ..아냐..고마워서 그래..정말....잘먹을께.."
"....그러던지..그래서...얘기는 잘 안된거야?"
"음? 아...ㅋ 뭐야..이상황에서도 그게 궁금한거냐?ㅋㅋ"
"아니..니 표정 지금 똥씹은 표정이거든? 좀비도 아니고.."
"하아...모르겠다....정말....음.....아 여기서 그럴게 아니라..나 어차피 재인이 데리러 갈까 하는데 같이 갈래?"
"내가 너랑 왜 같이가?"
"왜? 혹시 알아? 가면서 이런저런 재밌는 얘길 하게 될지..."
"뭐....그...어..어딘데?"
"아하하하하하하하 단순한것...."
"됐어!! 꺼져 너나가!!!"
"아냐아냐...같이 가자....아영이네 카페에 있을거야 아마.."
"치...거긴 또 왜간거야? 시끄럽기만 한 기지배.."
그렇게 그녀는 못마땅한 듯 말은 했지만 그래도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귀여움이 보였다.
재인이를 데리러 간다는것도 이유였지만 바람을 더 쐬고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와 함께 집을나와 천천히 바닷가를 향해 걷는다.
"그래서?"
"그래서..?"
"뭐야~ 얘기 안해줄꺼야?"
"역시 궁금했구나!!!!ㅋㅋㅋㅋ"
"참나....재밌냐?"
"아 미안미안...근데 너도 참..내가 이렇게 놀리고 그러는데 틱틱거리기만하지 정말 화내거나 삐지거나 그러진않는다?"
"완전 짜증나있는 상태거든?~"
"ㅋㅋ알았어..."
"하아..아냐 됐어 됐어..굳이 니 사랑싸움하는얘길 듣고싶은것도 아니고, 또 그런걸 들어서 어쩌려는건지 싶고...됐어 말안해도 되"
"응? 갑자기 왜? ㅋ 하긴 나도 니 반응이 재밌어서 막 놀리고 그러는것도 있는데 왠지모르게 상담을 하게 되냐? 이상하네 ㅎ"
"어처구니 없어서...정말...내가 왜 니 상담을 해줘야 되는데?"
"그니까 내가 그래달라는게 아닌데도 그냥 말하게 되는게 이상해서 그러지 나도..ㅋ"
"너 마음이니까 너 좋을대로 해..나도 피곤해 이제..그니까 그만놀려"
"음..알았어..내가 말할 수 있을지 없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각해볼게.."
"그러시던지.."
그렇게 우린 어느새 아영이네 카페앞에 다다랐다.
1층입구에만 불이 켜져있고 2층은 불이 꺼져있었다.
"탕탕탕"
"아영아~"
조금기다리니 3층에서 아영이가 쪼르르 내려온다. 그러더니 날 보고 활짝 웃던 아영이가 내뒤에 팔짱을 끼고 퉁명스럽게 서있는 유진이를 보더니 갑자기 자신도 팔짱을끼며 도도하게 걸어온다.
아 정말 귀여운것들...
"딸랑딸랑"
"저 기집애는 어쩐일이야? 왜온거야?"
"응? 아~ 그냥 바람쐬러 나오는길에 만나서 겸사겸사 같이온거야..ㅎ 오늘은 카페 안열었어? 아, 못열었나?"
"응 오늘은 하윤이때문에 좀 늦어서..근데 재인이...자는데.."
"엥? 그새?"
"응 아까 너한테 전화하고 바로 우리집으로 왔거든..그러더니 오늘 좀 피곤했는지 오자마자 자네..어쨌든 들어와"
나와 유진이는 그녀의 안내에 카페안으로 들어갔다.
우린 3층으로 올라가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아영이는 주방쪽에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나온다.
아..그래도 잊지않고 기다려 주신분들이 많은것 같아 다행이고 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ㅠㅠ
정말 기약없이 느껴졌을텐데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 또한 힘이 나구요..
아 사촌누나 이야기는 정리가 되는대로 조금씩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쿠아가 끝나는 대로 바로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려 하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젠 꾸준히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열심히 진행하겠습니다.
아니..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항상 응원해 주시고 앞으로는, 적어도 앞으로는 늦어지는 일 없을것이니 너무 욕하지 말아주세요 ㅠ
항상 감사드립니다.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독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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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너무 굽히지 말구! 다리 힘들겠지만 조금더 일자로 뻗으면서 발장구를 쳐!"
호통을 치듯이 그녀를 빡쎄게 가르쳤지만 단지 나의 흥분을 감추기위한 위장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가르침에 곧잘 따라오며 불평한마디 없이 연습에 열중한다.
"파하...하아..하아.."
"힘들어?"
"아냐...더 할거야..근데..."
"응 왜?"
"오늘 왜 그래?"
"으응? 왜? 뭐가 왜그래?"
난 내 마음을 들킨것같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말이었다.
"표정이..."
"표정? 표정이 왜?"
"무슨 시체처럼 핏기도 없고 멍하고 좀비냐? 어디 뭐 병 옮는거 아냐? 아프면 쉬어 멍청아"
"뭐라는거야? 나 멀쩡 하거든? 얼른 연습이나 해"
"멀쩡하긴 -_- 놀구있네"
역시 여자는 여자인걸까...아니면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한걸까..
그녀의 모습이 상상속에 떠도는것도 그랬지만 더 큰이유는 아마 가연이일 것이다.
온전치 못한 다리로 도망치듯 우리집을 빠져나갔다...게다가 어떠한 말도 이유도 없다..
그렇게 아무말 없이 연락도 하지않은채 그녀는 그렇게 나가버렸다.
왜 그녀를 따라가지 못했을까...뭐가 두려웠을까..
난 그녀를 좋아한다...그녀의 섹시함이 좋다..그녀의 건강한 모습과 밝게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 안에는 그녀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난 뭐가 두려워 그녀를 바로 쫓아가지 안았을까...왜 메어오는 가슴만 움켜쥔채 그렇게 그녀의 연락만을 기다리는것일까.
역시 가봐야 하나...
"야..이재희!"
"응? 아 미안..잠깐 좀.."
"왜그래 대체..하기 싫음 싫다고 얘기해!"
"그런거 아냐...넌 더 연습 하고 있어! 나 잠깐만 쉬다 올께.."
그녀는 흘기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물안경을 고쳐쓰고 연습을 시작한다.
나는 멍하니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속에서나와 옆쪽 벤치에 몸을 맡긴다.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않는다. 알수가 없다..이런 답답함...싫었다.
연습이 끝나고 찾아가보자 생각했다..아..재인이도 데리러 가야하는데...정말...모든게 답답하고 싫었다.
이와중에 우리 인형유진은 열심히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이상황에서 또 나의 머리 한쪽 구석은 그녀의 몸매를 상상한다. 아니...정확히는 그녀의 어느 한부분을 상상한다.
참..혈기 왕성한 남자는 모든 신경과 생각이 따로노는듯 하다..
이렇게 정신분열이 걸리고 다중인격이 생기는가보다..하고 생각하는 나였다.
가연이를 찾아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그래야 뭐든 명확하게 나올것 같았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마음이 컸다..그도 그럴것이 지금 이렇게 혼자 걱정하고 고민해 봐야 알리가 없다.
지금은 유진이와 연습에 집중하는것이 맞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난 열심히 연습중인 유진이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연습을 구경한다.
작지만 균형잡힌 몸매에 매끈한 다리..그렇게 한동안 감상을 하던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녀가 숨을 쉬기위해 고개를 돌려 호흡하는 순간 물을 뿌려 그녀의 호흡을 방해한다.
"콜록 콜록..켁.....콜록...야!! 무슨짓이야!!"
"아하하하하 야..그렇다고 거기다 침을 그렇게 뱉으면 어떡하냐 ㅋㅋ"
"죽을래? 왜 또 시비야? 아깐 그렇게 죽을상을 하더니 드디어 미쳤냐?"
"어쭈~ 스승한테 그게 무슨말버릇이야~?"
"이게 진짜 미쳤나...이따위로 가르칠거면 하지마!"
"그냥 한번 웃어보고 싶었던거니까 너무 화내지마라~ ㅋ"
"내가 왜 널 웃게 해줘야되는데?"
"음..그건 모르겠지만..어쨌든 잘 웃었어..ㅎ 연습하자 우리"
"됐어 꺼져!"
"아잉 왜그래~"
"드뎌...미쳤구나...이젠 좀 무섭다? 그만하지?"
"ㅋㅋ알았어 알았어...하아...어쨌든 맘은 좀 편하네..."
"....무슨일인데? 뭔일 있는거야?"
"어이구~ 왠일로 걱정을 하세요? 우리 짹짹이가~"
"미친것...걱정이 아니라 죽을거면 빨리 죽으라고 그러는거다.."
"ㅋㅋ 참 말 이쁘게 해 우리 짹짹이 그치?"
그녀는 내 반응에도 다시 연습을 하기위해 헤엄을 쳐나간다.
나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연습에 열중한다.
그렇게 그녀덕에(?) 연습하는동안은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한동안 연습에 집중하고 그녀역시 나를 따라 배우고 무사히 연습을 마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뭐 시간이 얼마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빨리 배운다 넌,"
"내가 그 짜리몽땅 아영이랑 비슷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야 ㅋㅋㅋ 누가 누구보고 짜리몽땅이래~ ㅋㅋ 니네들 도토리 키재기거든?"
"어쨌든...오늘 고마웠어..훈련 전까지는 좀 신세좀 질게.."
"엥? 계속 하는거였어?"
"그럼 한번 가르쳐주고 말라고 했냐? 어차피 너도 연습해야할 거 아냐..그러니까...음...겸사겸사..가르쳐 달라는거지!!"
"허...허...그래?"
"됐어..시름 말어..나 혼자 할거야~"
"아냐..뭐 그러자 그럼...이번주 금욜인데 얼마나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ㅎ"
"재수없어..."
그녀는 그 특유의 눈흘김으로 나를 째려보더니 물밖으로 나간다. 그러고는 수건을 들고 탈의실 쪽으로 종종 사라진다.
나도 그녀의 떨리는 허벅지와 엉덩이를 감상한 후 천천히 물속에서 나와 탈의실로 향했다.
가연이네 찾아갈 생각을 하니 다시 가슴이 메어오고 답답해졌다.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답답하게 아무것도 모른채 있을 수는 없었다.
뜨거운 샤워기에 몸을 맡기고 몸을 녹인다. 멍하니 한동안 그렇게 서있다가 천천히 몸을 씻고 옷을 입는다.
탈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유진이가 밴치에 앉아 있다.
"뭐하느라고 남자가 이렇게 늦게 나와?"
"응? 뭐야? 왜 안가고? 나 기다린거야?"
"왜? 같은 방향이니까 같이 가면 안되냐?"
"응? 아..그래...근데 나 잠깐 들를데가 있는데.."
"...가연이네?"
"오오~ 내가 봤을때 여자의 직감은 니가 최고인것 같다 ㅎ"
"아까 그렇게 좀비처럼 있던것도 가연이 때문이야?"
"음...그건 좀 복잡미묘해서 ㅎ 70프로는 가연이 20프로는 너 10프로는 모르겠다.."
"엥? 거기 내가 왜 들어가?"
"아 몰라 복잡해..어쨌든 나가자ㅎ 맑은공기가 쐬고싶어.."
"어이없는것.."
그녀와 나는 수영장을 나와 학교운동장을 가로질로 교문쪽으로 걸어갔다.
가는동안 나도 그녀도 아무말없이 서늘한 저녁바람에 얼굴만 마주하고 있다.
난 어떤 말도 꺼낼 이유가 없었다. 단지 집 방향이 같아 나와 같이가는 동행이란것 외엔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이는 궁금했나보다..아니면 이녀석 감에 내 표정이나 꼴이 궁금증을 자아냈을지도 모른다.
"무슨일인데 그래?"
"음? 왜? 아직도 내 얼굴 말이 아니야?"
"언젠 니 얼굴 말이 된다고 생각했냐?"
"아하하하하 역시...말빨은 세계최강이군....근데 왜 자꾸 물어? 궁금해?"
"아니거든? 그냥 같이가는데 뻘줌에서 그러거든?"
그렇게 말하는 그녀였지만 눈빛은 똘망똘망 말해주세요 제발~ 을 외치고 있었다.
귀여운것...
하아...
"그렇게 궁금하냐?"
"참나..웃기네 진짜..야 말하지마 됐어..안들어!"
"아니 아까 가연이랑 밥먹으러 나왔는데.."
"응..."
"아하하하하하하 듣기 싫다더니 완전 집중하네~ ㅋㅋㅋ아하하하 너 왤케 귀엽냐!"
"미친....죽을래? 야!!!"
그녀가 폴짝 쩜프를 하더니 내 엉덩이쪽에 날라차기를 가한다.
나도 그녀놀리는맛에 그렇게 놀려댔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이 귀엽기만 하다.
"아하하하 아냐아냐 정말 얘기할께 ㅋ"
"됐거든? 누가 니 고민상담해준대냐?"
"아하하..아 정말..너무 재밌는거 같애..ㅋ"
"변태아냐 이거.."
"어쨌든..ㅎ 다른게 아니라..가연이랑 아까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뭐 마땅히 갈데가 없어서 우리집에서 밥해준다고 데리고 갔거든.."
난 오늘 있었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가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동네 뒷산 산책로를 따라 걸었고 우리의 추억....이라면 추억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문제의 밴치에 다다랐다.
내가 먼저 털썩 그곳에 주저앉자 유진이도 천천히 다가와 옆쪽에 앉는다.
그렇게 틱틱거리던 그녀도 내 얘기에 귀기울이며 집중한다.
궁금했으면서 ㅎ
내 얘기가 끝날때까지 그녀는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한다. 뭐 그렇게 길게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갔다고? 너 밥준비하고 있는데?"
"응"
"방에 뭐 야한거 놔둔거 아냐?"
"엥? 아냐 그런거"
"아니긴..변태주제에...아니면...진짜 급한일이 있거나..아니면..똥이 완전 마려운데 남의집에서 못싸는 성격이라 집에 갔던가..음..또뭐가있지?"
"아하하하하하 너 정말...ㅋㅋ그게 뭐야 ㅋㅋ 아놔...아무데서나 화장실 못가는건 니얘기 아냐? 너무 디테일한게 수상한데?ㅋㅋ"
"아..아냐!! 아니거든!!! 뭐야 이 변태야!!"
맞나보다..-_-ㅋ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확실하다..ㅎ 어쨌든 그녀는 그래도 진심으로 내 얘기를 들어주고 상대해주고 있다.
한마디한마디가 가시가 있고 틱틱거리는 뉘앙스이지만 그래도 그녀 나름대로 온갖 맞장구를 치며 내 이야기에 빠져있다.
"그래서 어쨌든 가보면 될거아냐!"
"그러니까 가려는데 니가 물어봐가지고 지금 이렇게 잡혀있는거 아냐! ㅎㅎ"
"참나 니가 주절주절 얘기 꺼낼땐 언제고!"
"ㅋㅋ됐어 됐어 아 정말..너랑 얘기하면 진지한 얘기도 코메디가 된다..ㅎ"
"참나...어처구니가 없네..근데.."
"응...뭐?"
"내 지분은?"
"엥? 무슨 지분?"
"널 그렇게 좀비로 만든게 가연이 70이고 나 20이라며? 내 20이야기는 왜 안해?"
"음? 아하하하 그게 궁금한거였냐?"
단순한 녀석...근데...아깐 정말 지나가듯이 얼버무리려 한말이다...
이부분을 캐묻는다면...아니 사실을 안다면 난 변태가 아니라 성추행범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어떻게 말해야할까...음음...
"니 지분이 20이나 됐나? ㅎ 2겠지 2!"
"죽을래? 아놔 정말 끝까지 들어줬더니~"
"아하하하 니지분 들을라고 여태까지 들어준거냐? 아하하"
"하아...됐다 됐어...얼른 가버려 그냥"
"아 정말...웃긴녀석..어쨌든 자세한것은 얘기 못하겠지만 이유중에 하나는 넌 생각보다 섹시하다는거?"
그녀는 정말 깜짝 놀란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진담반 장난반으로 넘어가려던 나도 그녀의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
"야...야~ 뭘 그리 놀라냐~ 민망하게..ㅎ"
"뭐...뭐라는거야 변태야!! 뭐,..뭘보고 그래? 뭐가? 왜그러는거야? 가까이오지마!! 게다가 하나의 이유? 다른게 있단말야? 오오오 소름끼쳐!!"
"아하하하하 뭐라냐..ㅋㅋ 어쨌든...뭐 그렇다고.."
"참나...안들은걸로 할께.."
"그러기엔 반응이 심한데?"
"닥쳐.."
"근데 너 아직 나 좋아하냐?"
"미친거 아냐?"
"아니 그걸 알고싶은게 아니라...아무리 그래도 가연이 얘기나 그런거 들어보면 어렸을땐 굉장히 여리고 순진하고 동생처럼 우릴 따랐다고 하니까..왜 이렇게 변한건지 싶어서.."
"....말그대로 어렸으니까 그런거 아냐..왜? 충격이냐?"
"아니 그런건 아니고 이건 또 나름대로 귀엽고 어울려ㅎㅎ"
"참나 누가 너한테 귀엽게 보일려고 이러는줄 아나..변태고만 정말.."
"근데 요즘은 마트일 안해?"
"니가 뭔 상관이야"
"아니 요즘은 안하나 싶어서.. 다른일 별로 없음 전에처럼 너랑 아영이랑 나랑 재인이랑 아영이 카페에서 일한것도 재밌을거 같고 그래서.ㅎ"
"그때 한번 도와준거거든? 니가 하도 떼를 쓰니까.."
"야 ㅋㅋ 내가 언제 떼썼냐.. 너도 잔정이 많아서 못 외면한거지.."
"뭐..뭐래..."
"어쨌든 그때 손님들도 좋아하시고 또 다 같이 하면 재밌을거 같아서 ㅎ 나중에 하윤이랑 가연이도 같이하면 재밌겠다 ㅎㅎ"
"그나저나 너 가연이한테 안가봐?"
"헉!!! 그렇지~!! 나 가연이한테 가야하지?"
"멍청이.."
"어쨌든 그럼 나중에보자...나 가연이네 가볼께.....음..아니다 너도 어차피 내려갈거면 같이 내려가자..넌 집이 어디냐 근데?"
"......둔한녀석...니네 옆옆집이거든?"
"엥? 헉!!! 정말?"
"멍청한것...아침에 등교할때 본게 몇번인데.."
"근데 왜 안불렀어? 같이 가고 그럼 좋잖아..."
"너 막 등교할때 부를만큼 친하고 그러지않거든? 웃기셔~ 그리고 너 등교할때마다 아주그냥 재인이랑 짝짝궁 이던데..니네 사귀냐?"
"무...무..슨소리야 그게 언제 그랬다고~"
"뭘 당황해? 진짜 사귀냐? 캬캬캬 하긴 재인이가 이쁘긴하지..내가 남자였어도 재인이를 확~"
반응이 다양하면서 새롭다...ㅎ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조금은 소란스럽게 그 길을 따라 내려온다.
가연이네 가기전 그녀의 집쪽을 들러 데려다주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됐네요~ 니가 뭔데 집까지 데려다줘?"
"아니 그래도~ 이웃사촌인데 뭐 이정도는...ㅎ 어차피 가는길이고.."
그녀도 더이상 말이 없다.
한동안 그렇게 둘이 나란히 저녁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집으로 향한다.
왠지모르게 피곤했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뭘 먹지도 않았다.
배는 별로 고프지않았지만 이래저래 밥타이밍을 놓친게 아닌가 싶다.
"여기야..이제 가버려"
"아하하하 가버려는 뭐냐 가버려는 ㅋㅋ 그나저나 정말 옆집이구나..이렇게 가까운줄 알면 자주볼껄"
"누가 너랑 놀아준대니?"
"ㅋㅋ근데 부모님은?"
"부모님 뭐? 살아계시지"
"아하하하하하 아 정말 니 반응은 남달라서 좋은것같애..신선해 신선해.."
"뭐라는거야? 난 갑자기 부모님 얘기 묻는 니가 더 신선하다 멍청아"
"ㅋㅋ그냥 물어본거야ㅎ"
"....넌 정말 나에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나....음...아니지..잊어버린게 맞을려나?"
"음? 뭐가?"
"하아...아냐 나중에 얘기해...더 늦기전에 가보시지 좀? 나도 좀 들어가게?"
"그래그래..근데 배 안고프냐?"
"갑자기 또 무슨 소리야? 얼른 가버려"
"아니 오늘 제대로 먹은것도 없고...또 가연이네 간다고 뭘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걍...난 좀 고파서...물어본겨 걍"
"설마 밥챙겨달란 뚱딴지같은 소린 하지마라"
"ㅋㅋ설마 그러겠냐~ 어차피 이따가 재인이 데리러 하윤이네 가야되는데 같이 아영이네 카페가서 간단히 먹어야겠다."
"언제 가연이네 갔다가 언제 하윤이네 갔다가 어느세월에 아영이네가서 뭘 먹는다는거야? 완전 민폐쟁이고만?"
"ㅋㅋ 뭐 아님 어쩔 수 없고..어쨌든...이렇게 가까운데 자주보자~ 이웃사촌~"
"가버려"
그녀의 퉁퉁거리는 모습이 기분좋게 귀엽기까지하다.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연이네로 향한다.
가까워질수록 다시금 무거워지는 내 발걸음...하아..
혹시나 가는길에 가연이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받지 않는다..
우리집에서 가연이네 집까지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 어느새 그녀의 집 대문앞에 서있던 나는 몇분간 망설였다.
"딩동.."
"철컥.."
여느때와 다른것은 없었다.
다른것이라곤 지금 나의 발걸음과 내 기분...복잡미묘한 심정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나 집사님이 나를 먼저 반긴다.
"오셨군요..."
"네..가연이 집에 있나요?"
"아가씬 방에 있습니다만....오늘은..."
"왜요? 무슨일 있는건가요?"
"오늘은 뵙고싶지않다고 하셨습니다."
"왜그러는데요? 무슨일 있는거예요? 아는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너무 답답해서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아가씨께서 오늘은 재희님을 보고싶지않으니 들여보내지 말라고만 하셨습니다."
"하아...너무 답답하네요.."
"죄송합니다...제가 도와드릴일이 없어서....다만..."
"네..뭔가요?"
"아가씨께서 돌아오셨을때...울고계셨습니다.."
"울...어요?"
"네..."
"안되겠어요..죄송해요 집사님..저 아무래도 보고가야겠어요.."
나는 집사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층으로 후다닥 올라가 그녀의 방문을 잡고 열려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렇게 그녀의 문앞에서 얼마나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는지 모른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지요...무슨일이 있으면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아....알겠습니다..부탁드릴께요.."
그렇게 축쳐진 어깨와 발걸음으로 그녀의 집을 나선다..
무슨영문인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집에 갈때까지만 해도 기분은 괜찮아 보였다.
물론 요즘 조금 소원해진듯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이정도까진 아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돌아오는 내내 그녀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문자도 남겨보고 할 수 있는것은 다 해봤지만...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잉~~~ 지잉~~~"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울리는 진동에 깜짝놀라 황급히 폰을 꺼내어 받았다.
"가연?"
"응? 왠 가연? 오빠~ 어딜 그렇게 통화중이야? 아까부터.."
"아...재인이구나.."
"어떻게 할거야? 하윤이언니네 올거야? 우리 지금 갈라구 하는데.."
"아..그래? 하윤이는 좀 어때? 괜찮대?"
"응 언니 괜찮은것 같아..내일은 학교나온다는데?"
"아 다행이네.."
"오빤 왤케 힘이 없어? 무슨일 있어?"
"아냐..별거...그럼..어떡할까? 나 글루 갈 필요 없는거야?"
"오빠 편할대로 해..난 하윤언니랑 아영언니랑 밥 같이 먹었어 여기서..아영언니네 들러서 좀 놀다갈까 아님 집에가서 쉴까 고민중이야...오빤 밥먹었어?"
"하아...밥맛도 없다.."
"왜그래~ 밥은 먹어야지~"
"어쨌든 알겠어..천천히 놀다와~ 난 집에가서 좀 쉬고 있을께 그럼.."
"응 오빠 밥챙겨먹어~ 나도 일찍 들어갈께~"
"아냐 너무 신경쓰지마ㅎ 놀다와도 되.."
"응 연락할께 그럼"
재인이와 전화통화를 하는사이 언제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집까지 왔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입맛은 없었다.
"철컥"
아무도 없는 집안...컴컴한 복도가 소름끼치기까지하다..
그 한기를 달래려 집안의 불을 모조리 켜버리고 2층 내 방으로 올라갔다.
가연이를 2층에 두고 요리를 하는사이 그녀가 나가버렸다.
정말 무언가를 본것일까...대체 무엇이었을까...
순간 번뜩...나와 재인이 사이에 대해 무언가를 눈치챈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방안과 화장실 서재등 주위를 꼼꼼히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설마 하는마음에...재인이의 방문앞에 섰다.
순간 또다시 번뜩 무언가 내 뇌리를 스친다. 설마 싶었다..정말 그런 3류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질까 싶었다.
설마 그것만은 아니길 생각하며 메어오는 가슴을 억누르고 재인이방의 문을 열었다.
컴컴한 방안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깨끗했다.
침대의 이불은 잘 정돈 되어있었고 벽장문이며 바닥역시 옷하나 널브러져 있지않은...재인이의 깔끔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이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 더욱 어두웠던 방안의 불을 켰다.
아늑한 방...따뜻해 보이는 색감의 카페트는 재인이가 좋아하는 색이다. 그녀석은 방바닥 저 카페트 위에서 잘도 뒹굴며 놀던 생각이난다.
재인이의 책상....책상?....그녀의 책상을 보는순간 내 가슴이 아려옴과 동시에 심박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책상위...의자앞쪽 정면에 두꺼운 다이어리로 보이는 노트 하나가 올려져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책상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어느 지정부분이 펼쳐져 있거나 하진안았지만 바람이나 책의 무게에 몇장 흘러 넘어갔을수도 있을것이다.
난 천천히 그녀의 다이어리를 넘겨보았다.
".........없다는게 참 아쉬웠다...내가 오빠라면..?.....모르겠다...역시.."
"....어떤 느낌일까..."
"생각보다 짜릿한....다른 사람도 이런걸까...아니면 오빠라서..."
"따뜻했다....오빠의 품...오빠의 온기가...날 가로막고 있던 모든 불안함을 잠재웠다.."
"내꺼였음 좋겠다....안된다는건 알고있지만...."
이것인것 같았다..가연이가 저러는 이유가...
세세한 묘사와 정확한 정황이 쓰여있는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짐작 가능한 위험천만한 내용들이다.
이것을 본것일까...아니 이것이 분명했다..
내용을 보니 직접적인 부분은 없었기때문에 얼마든지 잡아 뗄 수 있는 방법은 있어보였다.
그래도...여전히 가슴은 답답했다...나를 어떤 눈으로 볼까 두려웠다.
정말 이대로 모든것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내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정말 모든것을 다 포기하고 싶었다...이 모든 관계를 다 정리해 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침대에 누워 몸부림을 쳤다...아무 잘못없는 재인이마저 원망스러웠다..
왜 하필 재인이 방에 들어갔을까 하는 마음에 가연이까지 원망스러웠다.
역시 이러면 안되는것이었을까...
하아..
"딩동"
그렇게 자포자기하다시피 침대에 늘어져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딩동딩동"
낯선기분....이집에 초인종을 누를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침대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켜 천천히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철컥"
"헉"
문을 열어보니 유진이가 서있었다.
내가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눈도 마주치지않고 봉지하나를 나에게 내밀더니 고개를 돌린다.
얼떨결에 받아들고 봉지를 살펴보았다. 그안에는 샌드위치하나와 우유같은것이 들어있다.
"따..딱히 주고싶거나 생각나서 준건 아냐..유통기한이 다되기도 했고 밥 안먹을것 같아서.."
"아...음....고..고마워..근데..나 집에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 아까 가연이네 간다고 간지 얼마 안됐는데.."
"불이 다 켜져있잖아..그게 왜 궁금해? 일부러 생각나서 갖다준거 아니라니까..정말 지나가다가 버리려는 샌드위치 던져놓고 가는거거든? 오해하지마"
"ㅋ..아냐..고마워서 그래..정말....잘먹을께.."
"....그러던지..그래서...얘기는 잘 안된거야?"
"음? 아...ㅋ 뭐야..이상황에서도 그게 궁금한거냐?ㅋㅋ"
"아니..니 표정 지금 똥씹은 표정이거든? 좀비도 아니고.."
"하아...모르겠다....정말....음.....아 여기서 그럴게 아니라..나 어차피 재인이 데리러 갈까 하는데 같이 갈래?"
"내가 너랑 왜 같이가?"
"왜? 혹시 알아? 가면서 이런저런 재밌는 얘길 하게 될지..."
"뭐....그...어..어딘데?"
"아하하하하하하하 단순한것...."
"됐어!! 꺼져 너나가!!!"
"아냐아냐...같이 가자....아영이네 카페에 있을거야 아마.."
"치...거긴 또 왜간거야? 시끄럽기만 한 기지배.."
그렇게 그녀는 못마땅한 듯 말은 했지만 그래도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귀여움이 보였다.
재인이를 데리러 간다는것도 이유였지만 바람을 더 쐬고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와 함께 집을나와 천천히 바닷가를 향해 걷는다.
"그래서?"
"그래서..?"
"뭐야~ 얘기 안해줄꺼야?"
"역시 궁금했구나!!!!ㅋㅋㅋㅋ"
"참나....재밌냐?"
"아 미안미안...근데 너도 참..내가 이렇게 놀리고 그러는데 틱틱거리기만하지 정말 화내거나 삐지거나 그러진않는다?"
"완전 짜증나있는 상태거든?~"
"ㅋㅋ알았어..."
"하아..아냐 됐어 됐어..굳이 니 사랑싸움하는얘길 듣고싶은것도 아니고, 또 그런걸 들어서 어쩌려는건지 싶고...됐어 말안해도 되"
"응? 갑자기 왜? ㅋ 하긴 나도 니 반응이 재밌어서 막 놀리고 그러는것도 있는데 왠지모르게 상담을 하게 되냐? 이상하네 ㅎ"
"어처구니 없어서...정말...내가 왜 니 상담을 해줘야 되는데?"
"그니까 내가 그래달라는게 아닌데도 그냥 말하게 되는게 이상해서 그러지 나도..ㅋ"
"너 마음이니까 너 좋을대로 해..나도 피곤해 이제..그니까 그만놀려"
"음..알았어..내가 말할 수 있을지 없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각해볼게.."
"그러시던지.."
그렇게 우린 어느새 아영이네 카페앞에 다다랐다.
1층입구에만 불이 켜져있고 2층은 불이 꺼져있었다.
"탕탕탕"
"아영아~"
조금기다리니 3층에서 아영이가 쪼르르 내려온다. 그러더니 날 보고 활짝 웃던 아영이가 내뒤에 팔짱을 끼고 퉁명스럽게 서있는 유진이를 보더니 갑자기 자신도 팔짱을끼며 도도하게 걸어온다.
아 정말 귀여운것들...
"딸랑딸랑"
"저 기집애는 어쩐일이야? 왜온거야?"
"응? 아~ 그냥 바람쐬러 나오는길에 만나서 겸사겸사 같이온거야..ㅎ 오늘은 카페 안열었어? 아, 못열었나?"
"응 오늘은 하윤이때문에 좀 늦어서..근데 재인이...자는데.."
"엥? 그새?"
"응 아까 너한테 전화하고 바로 우리집으로 왔거든..그러더니 오늘 좀 피곤했는지 오자마자 자네..어쨌든 들어와"
나와 유진이는 그녀의 안내에 카페안으로 들어갔다.
우린 3층으로 올라가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아영이는 주방쪽에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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