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 단편 1장

읽어서 재미있을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올렸냐고 욕하실 분들께는 죄송할 뿐입니다…) 답답해서 그냥 써본 글, 한 사람이라도 읽어 준다면 내 이야기를 직접 들어준 거나 다름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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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게 된 것은 내 뜻이 아니었다. 한국에서의 지긋지긋한 생활 때문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를 보지 않게 된다면 그녀에 대한 느낌,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서울을 떠나게 만들었다. 군대를 마치고 느지막한 나이에, 다시 대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과 경쟁하는 것도 우습지만, 멍청한 백인 학생들보다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이 짓누르게 된다. 영어가 외국어라는 불리함은 수업에서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여기가 타국이라는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캘리포니아는 살기 좋은 기후에 외국인이 많아 비교적 살기 좋은 곳이다. 아니, 그렇게 알려져 있다. 동부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어 모르지만, 남미 이민들과 중국인들이 다른 곳에도 이렇게 많다면,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백인 비율은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맞는 말인 거 같다. 한국인이 가장 많다는 엘 에이를 피하긴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많은 아시아인들 중에서 그녀와 비슷한 얼굴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내 기억 속에서 지워보려는 노력들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외국 모델들의 누드를 보면서 친구가 말했었다. 서양 놈들은 좋겠다. 이런 얼굴에 몸에 맨날 박을 수 있으면. 막상 여기 있으면 그런 모델 같은 여자들은 보기 힘들 다는 걸 그 녀석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도서관을 닫을 때쯤이면 항상 남아서 있는 학생들은 정해져 있다. 서로 이름은 모르더라도 자주 보게 되는 얼굴들은 자연스레 기억하게 되고, 눈웃음 정도는 나눌 수 있게 된다. 작고 연약한 몸매. 서울에서도 말랐다고 할 꺼다. 그럼에도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웃을 때 보이는 작은 보조개와 주근깨들. 백인들은 피부가 하얗기 때문인지 주근깨가 많이 보인다. 화장으로 떡 칠한 백인녀들만 보아온 나에게 첨에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내가 이 곳의 생활에 적응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제니퍼.. Jennifer. 흔한 이름이다. 왼편에 끼고 다니는 바인더에 크게 쓰여 있어 알게 되었다. 영화 배우가 주지사가 된 이래 (레이건 때도 이랬던가) 형편없이 줄어든 주의 지원 때문에, 학교의 에어컨은 거의 중지 상태에 가까웠다. 제니퍼는 마른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소매 없는 옷을 즐겨 입는다. 브라자를 하지 않은 가슴은 젖꼭지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들키지 않으려고 힐끗 힐끗 쳐다보는 나의 시선을 그녀는 모르는지, 알면서 즐기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문 닫을 시간이면 그녀는 서비스 정신의 일환으로 꼭 끼는 청바지 속의 엉덩이를 흔들어 대면서 걸어나가곤 한다.



집에서 자위 행위를 할 때 그녀를 상상하게 된다. 도서관에서 한다는 상상이 나를 흥분 시키는 지, 아니면 백인여자와 한다는 상상이 자극 시키는 지는 자신도 모른다. 두 가지가 동시에 결합되어서 나의 신경계를 활발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도서관에는 두 사람만 남아있게 된다. 포르노에서 피자 배달원과 하게 되는 설정처럼, 그녀는 지식 대신 자신의 몸을 제공하고 있다. 한 영화비평가가 말했듯이, 피자 배달원이 집에 도착해서 벗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긴 포르노는 수작이 아니다. 같은 논리로, 우리가 같이 공부하는 시간은 지극히 짧다. 갑자기 그녀가 연필을 책상 밑으로 떨어뜨린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내 발 밑으로 굴러들어오자 그녀는 주워 달라고 눈웃음으로 부탁한다. 몸을 숙여 책상 밑으로 얼굴을 넣으니 그녀의 하반신이 눈에 들어온다. 청바지를 즐겨 입는 그녀가 핫팬츠를 입은 건 웬일일까…. 흰 반 바지는 그녀의 허벅지를 거의 드러내 보인다. 얇은 허벅지로 이어지는 풍성한 엉덩이가 상상 되면서 내 중심부가 커지는 것이 느껴진다. 너무 오랜 시간을 책상 밑에서 보냈다는 것을 깨닫자, 황급히 연필을 줍는다. 그녀의 다리가 갑자기 벌어지면서 바지에 가려진 음부를 노출시킨다. 어두운 공간에서도 그 곳이 젖어있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팬티를 안 입고 있었군. 연필을 주워서 다시 밝은 세상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연필을 건넨다. 아무렇지도 않게 고맙다고 하는 그녀에게, 이미 그 답례는 밑에서 해주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다. 잠시 후 또 다시 연필이 떨어진다. 그녀가 이번엔 자신이 줍겠다고 한다. 이미 나의 성기는 아까의 시각적인 효과로 인하여 긴장해 있었다. 그녀는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 10초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내 바지 밑에서 들린다. 진정한 답례는 이거야.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녀는 내 자지를 꺼낸다. 백인 남자들의 거대한 성기만 보아온 그녀에게 15 센치에 지나지 않는 내 것이 노출되었다는 초라함이 들기도 전에, 따뜻한 입김과 그녀의 약간은 고조된 숨소리만이 주는 자극들이 모든 것을 잊게 하였다. 어느 틈인가, 우리는 책상 위에서 하나가 되었다. 어차피 도서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내는 신음소리와 땀 내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갑자기 나의 눈이 떠지면서 그녀의 신음소리는 내가 나의 자지를 잡고 내는 신음소리 였음을 깨닫게 되는 동시에, 정액이 솟구쳐 나온다. 제니퍼는 더 이상 내 앞에 놓인 잡지의 누드 모델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만나는 한 소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있다.



방학이 되었다. 타국의 외로움과 그녀를 잊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라스베가스에 가게 된 동기가 반드시 욕구의 분출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부인하는 것도 거짓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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