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사랑했습니다 - 1부 4장
2019.04.01 18:10
ㅜㅜ 별 재미가 없나보네요.. 재밌게 보신분들은 추천한번 눌러주세요~ 이글 추천수 보고 아니다싶으면 접겠습니다. 독자가 재미없어하는데 계속 쓰는것도 못할짓인거같고~ㅋㅋ 협박 아닙니다. 그냥 느낀대로 표현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집을 나왔다. 형의 얼굴을 대하기가 싫었다.
학교에서도 하루종일 넋이 빠진놈처럼 멍하게 있었다. 형과 누나에 대한 배신감과 그런 장면을 보면서 흥분했던 나에 대한 혐오감이 나를 괴롭혔다.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하긴 두사람은 이미 성인이고 나는 아직 중딩이지.. 쓴웃음만 나온다. 수업이 모두 마쳤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릴없이 시내를 돌아다녔다. 어둠이 내리자 네온사인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내또래의 아이들도 한껏 멋을내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재미없는 청춘을 보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든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애들도 커플흉내를 내며 팔짱을 끼고 다니는데 난 여지껏 여자친구 하나 없다니.. 그렇다고 딱히 갈만한곳도 없다.. 결국 내가 갈곳은 집밖에 없다.. 갑자기 내 인생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집앞에 도착했지만, 들어가기가 싫다. 또 집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하하하" 형의 웃음소리가 현관밖까지 들려온다. 동생이 이 늦은시간까지 안들어왔는데 걱정은커녕 웃고있어? 젠장.... 문을 밀고 들어가자 낯익은 구두 한켤레가 보인다. 쳇... 이젠 아주 대놓고 둘이 놀아나는군..
"어? 너 왜이렇게 늦게와, 이 자식이 어제도 그냥 넘어가줬더니~" 말은 그렇게하지만 화난것같지도 않다..
"아이~ 왜그래~ 태우야 어서와~ 혼날까봐 걱정되서 늦게온거지~ 그럴줄알고 내가 일부러 찾아왔지롱~헤헤"
이제는 아예 서로 말도 트고있네.. 쳇..
난 대꾸도 하지않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야~! 너 뭘잘했다고 말도없이 그냥 들어가!" 형의 고함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똑똑" "태우야, 누나 들어간다"
대답을 하기도전에 벌써 그녀가 문을 빼꼼 열고 머리를 들이민다.
"학교에서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기분이 안좋아보이네"
"피곤해서 그래요. 좀 자게 나가주실래요"
"에이~ 그러지말고 잠깐만 나와봐. 할 얘기가 있어~ 빨리~~~"
침대에 드러눕는 나를 그녀가 억지로 일으켜 끌어당긴다. 거실에는 형이 기다리고 있다.
"자 앉아봐~ 좋은 소식이있지롱~" 그녀는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쳇...
"태진씨 이제 얘기해" 언제부터 태진씨야.. 젠장....
"음..음.." 무슨 얘기를 하려고 목까지 고르냐.
"너 그림 잘그린다면서?" 그 얘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너... 예고 가고싶으면 그렇게해" 뭐?? 지금까지는 죽어도 안된다더니.. 아하.. 둘이 그렇고그런 사이가 되더니 선심쓰는건가?
갑자기 반항심이 솟아오른다. "내가 언제 예고간다고 했어? 나 예고안가"
"뭐~~? 너 그림 그리고 싶어했잖아~ 갑자기 왜 가기싫다는거야~" 누나가 목소리를 높인다. 흥... 난 아무런 대꾸를 하지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후 "그럼 예정대로 특목고 갈꺼니?" 형이 다시 묻는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난 외고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예고를 가지않겠다고 했으니 외고로 가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괜히 오기가 생긴다. "외고도 안가.." 형의 눈이 커진다. "그럼 그냥 인문고로 갈꺼냐?" 형의 목소리가 조금씩 가라앉고있다. 타협을 하려면 여기서 멈춰야한다.
그런데 그러기싫다. "나 공고갈꺼야.. 나 기계공고가서 기숙사 들어갈꺼야"
주먹이 날아오든가 하다못해 고함소리라도 들릴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형은 아무말이 없다. 깜짝놀라 고함을 친건 그녀다.
"무슨소리야~ 니가 왜 공고를 가!! 예고가 가기싫으면 인문계라도 가~ 너같은 애가 대학을 안가면 누가 대학을 가니?"
사실 별생각없이 내뱉은 말인데 아무말이 없는 형을보자 오기가 생겼다. "됐어요. 저같은 고아놈이 대학은 무슨.."
"퍽!!"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고 광대뼈 부위가 얼얼해지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리고 난생 처음본 분노와 슬픔이 가득한 형의 얼굴... 난 해서는 안될말을 해버린것이다..
"꺼져..." 잘못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형이 먼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말을 하지못했다. "괜찮아? 왜 그런말을 했어.. 형 마음 잘알면서.. 어? 피난다. 어떡해... 잠깐 기다려봐"
입술이 터졌나보다. 누나가 티슈를 가지러 간 사이에 난 내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잠궈버렸다. 밖에서 누나가 문을 두드렸지만 대꾸를 하지않았다. 잠시후 누나는 돌아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왜그랬을까.. 겨우 여자하나 때문에 십년이 넘게 자기를위해 희생해온 형을 실망시키다니.. 그래.. 두사람의 관계를 인정해주자. 어차피 내 여자가 될수도 없는 여자잖아.. 형이 나를위해 했던일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난 스스로에게 이런 다짐을 계속 반복했다.
그녀를 잊을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게 해야한다고 믿었다..
그후로 며칠동안 형은 나를봐도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말을 걸어보려고해도 그냥 무시해버린다. 휴우....
그날도 어떻게 형의 마음을 풀수 있을까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집안에서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이건 분명히 누나의 목소린데.. 난 깜짝놀라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왠 험상궂게생긴 사내둘이 누나를 집밖으로 끌어내려하고 있었다.
"당신들 뭐야!!" 난 겁도없이 누나를 잡고있던 사내를 밀쳐버렸다. "이 새낀 또뭐야. 죽고싶어 환장했어!!" 갑작스런 내 공격에 화가난 사내가 버럭 고함을 지른다. 평소같으면 겁에 질려서 한마디도 못했겠지만, 내 옆에는 그녀가 있다.
"왜 남의집에 들어와서 행패야!" "허~ 이새끼봐라~ 너 디지고싶냐? 좋은말로할때 비켜라~" 젠장 그게 좋은말이냐..
"못비켜. 우리누나를 잡아가려는데 내가 왜비켜!" "뭐? 우리누나? 하하하 요 좆만한 새끼가 누굴보고 우리누나라는거야. 너 진짜 뒈지고싶냐?" 말없이 서있던 약간 마르고 인상이 날카로운놈이 끼어든다.
"왜이래요. 안간다고했잖아요. 그냥 가세요" 누나가 내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우리는 회장님 명령만 듣습니다. 무조건 잡아오라고 계속 거부하시면 강제로 끌고가는수밖에 없습니다." 그말과 동시에 그놈은 누나의 팔목을 잡고 자기앞으로 끌어당겼다. "그손놔!!" "퍽!!" 컥... 갑자기 숨통이 틀어막히면서 내몸이 반으로 접어졌다. 옆에있던 덩치의 주먹이 내 복부에 꽂힌것이다. "어린애에게 무슨짓이예요!! 태우야 괜찮니?" 놀란 누나가 잡혀있던 팔을 뿌리치고 나를 끌어안는다.
"그러니까 좋게말로할때 따라오면 되잖아요~"
"안..돼..누나.. 따라..가지..마......" 난 숨이막혀 나오지않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저 꼬마놈 다치는꼴 보기싫으시면 그냥 따라오시는게 좋을겁니다"
"지금 협박하는거예요?" 누나가 앙칼지게 받아쳤다.
하지만, 그놈들은 그런말에 꿈쩍도하지않고 누나를 잡아 끌었다. "그손 놓으란말야!!" 난 냅다 몸을 날려 마른 사내에게 부딪쳤다. 내 예상치못한 공격에 그놈은 고스란히 내 공격을 받고 "꽈당"하는 큰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헉...헉...헉... 누나 놔줘.." 아직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지만 난 누나를 잡고 서있는 덩치를 째려보며 말했다.
"이 좆만한새끼가 진짜 죽을라고~" 덩치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손을 들어올린다.
"기다려....." 쓰러져있던 마른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기분나쁜 저음으로 말했다.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 애에게 손만대봐요. 내가 가만안둬!!" 누나가 고함을 쳤지만, 그 사내는 들은척도하지않고 내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 눈빛을 보자 오금이 저려왔다. 씨익... 그 사내가 웃는다. 왜웃지?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난 복부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거실 구석으로 붕~하고 날아갔다. "쿵!!" 내 몸은 거실벽에 부딪히며 떨어졌다. 저벅..저벅.. 그 사내의 발이 내게 다가오는게 보인다.
"그만해!!! 내가 갈테니까 그만하라고" 누나가 발악을했다. 하지만, 그 사내는 무시하고 계속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쓰러져있는 내 머리를 잡고 몸을 일으켜세웠다. 머리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퍽!! 이번엔 무픞이 복부를 파고들었다. 큭.... 그는 내 머리를 잡은상태로 나를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반항할수도 없을만큼 그의 공격은 매서웠다. 코피가 터지고 입안이 찢겨나갔다. 누나의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한참을 나를 두들기던 사내는 그제야 나를 내팽개친다.
누나가 내게 달려오려했지만 덩치에게 잡혀버린다. "놔!! 이 나쁜새끼들. 어린애를 저렇게 만들어? 내가 늬들을 가만둘거같애?" 누나가 거세게 몸부림을쳐 순간적으로 덩치의 손에서 벗어나 나에게 달려온다. 나에게 다가와 몸을 숙이는 순간 마른사내의 손이 누나의 긴 머리를 휘어잡았다. "악~"누나가 비명을 질렀다. 그순간 나는 내 처지도 잊은채 그 사내에게 달려들어 한쪽다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있는힘껏 사내의 종아리를 물어뜯었다. "악~~!!" 사내가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하긴 내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물어 살점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니..
"야~~ 이새끼 좀 떼내봐!!" 마른사내가 덩치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새끼가 정말.." "퍽!!" 덩치의 발길질에 옆구리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난 더 세게 물어뜯었다. "악!!" 마른사내가 또 비명을 지른다. 그소리에 덩치의 무차별 구타가 시작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닥치는대로 주먹과 발이 날아왔다. 누나의 비명소리는 더 커져갔다. 그때, 밖에서 요란한 사이렌소리가 울렸다. 누가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다. 사내들은 나를 억지로 떼어내더니 급하게 도망을 쳤다.
누나가 울부짖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누나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내가 눈을 뜬곳은 병원침대였다.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온몸은 붕대로 칭칭 감겨있었고 왼쪽팔은 기브스까지 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고하자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때 문을열며 들어오던 누나가 나를보고 급히 달려온다. "안돼. 그냥 누워있어" 누나는 급히 내몸을 받쳐서 다시 바로 눕혔다. 나를 바라보는 누나의 눈은 운통 눈물자국으로 범벅이되었고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어있다. 나때문에 내 천사가 울다니... 아픈것도 싹 낳는기분이다.헤헤..
"바보야.. 왜그랬어.. 너 죽는줄 알았잖아... 다시는 그러지마.. 응?" 그녀가 내 뺨을 어루만지며 울먹이며 말했다.
생각보다 내 상태는 심했다. 늑골이 5개가 나가고 왼팔목 골절에 이빨이 2개나 나갔단다. 뇌진탕 증상까지... 아무튼 2달은 입원해 있어야한단다. 많이도 맞았구나...
그녀는 내손을 꼭 잡아주었다.. 헤헤헤.. 그때 병실문이 벌컥 열리면서 하얗게 질린 형이 나타났다. "어떻게 된거야. 태우야! 괜찮아? 형 알아보겠어?"
"응... 괜찮아.. 걱정하지마.." "도대체 어떤 놈들이.. 어떻게 된거야?" 순간 누나의 당황한 눈빛을 나는 보았다. "그게.. 저기..." "강도였어" 내가 누나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강도? 벌건 대낮에 강도가 들었단말야?" "그러게.. 짜식들이 돈 내놓으라길래 먹고 죽을래도 없다고했더니 이렇게 패네~~" 난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누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다행히 형은 이런 누나의 상태를 의심하지않고 내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눈치였다. 누나는 형에게 잠시 나를 봐달라고하고 밖으로 나갔다.
"형.. 미안해.. 내가 쓸데없는 고집부려서.."
형은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했다..
"형.. 수림이 누나 좋아하지?" "뭐..뭐?" 형이 급당황한다.
"키키.. 진짜구나~ 둘이 잘어울린다. 그냥 사겨~~"
"짜식이 형가지고 놀려~~" 형이 내 가슴팍을 쿡쿡 찌르며 대응을 해온다. "아~~아~~~~ 진짜 아퍼~~ 동생 죽일일있냐~~"
우리 형제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래.. 나만 포기하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사람이 행복해질수 있어...
금방 돌아온다던 누나는 밤 늦게서야 돌아왔다. 누나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뭔가 중대한 일을 끝낸 사람 같다고할까..
무슨일이 있었나? 누나는 자기가 병실을 지키겠다며 형을 돌려보냈다.
그녀가 내손을 꼭잡으며 말했다.. "태우야.. 정말 미안해.." 그녀가 눈물을 글썽인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않았고 그녀는 밤새 내손을 꼭잡고 놓지않았다..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집을 나왔다. 형의 얼굴을 대하기가 싫었다.
학교에서도 하루종일 넋이 빠진놈처럼 멍하게 있었다. 형과 누나에 대한 배신감과 그런 장면을 보면서 흥분했던 나에 대한 혐오감이 나를 괴롭혔다.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하긴 두사람은 이미 성인이고 나는 아직 중딩이지.. 쓴웃음만 나온다. 수업이 모두 마쳤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릴없이 시내를 돌아다녔다. 어둠이 내리자 네온사인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내또래의 아이들도 한껏 멋을내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재미없는 청춘을 보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든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애들도 커플흉내를 내며 팔짱을 끼고 다니는데 난 여지껏 여자친구 하나 없다니.. 그렇다고 딱히 갈만한곳도 없다.. 결국 내가 갈곳은 집밖에 없다.. 갑자기 내 인생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집앞에 도착했지만, 들어가기가 싫다. 또 집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하하하" 형의 웃음소리가 현관밖까지 들려온다. 동생이 이 늦은시간까지 안들어왔는데 걱정은커녕 웃고있어? 젠장.... 문을 밀고 들어가자 낯익은 구두 한켤레가 보인다. 쳇... 이젠 아주 대놓고 둘이 놀아나는군..
"어? 너 왜이렇게 늦게와, 이 자식이 어제도 그냥 넘어가줬더니~" 말은 그렇게하지만 화난것같지도 않다..
"아이~ 왜그래~ 태우야 어서와~ 혼날까봐 걱정되서 늦게온거지~ 그럴줄알고 내가 일부러 찾아왔지롱~헤헤"
이제는 아예 서로 말도 트고있네.. 쳇..
난 대꾸도 하지않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야~! 너 뭘잘했다고 말도없이 그냥 들어가!" 형의 고함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똑똑" "태우야, 누나 들어간다"
대답을 하기도전에 벌써 그녀가 문을 빼꼼 열고 머리를 들이민다.
"학교에서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기분이 안좋아보이네"
"피곤해서 그래요. 좀 자게 나가주실래요"
"에이~ 그러지말고 잠깐만 나와봐. 할 얘기가 있어~ 빨리~~~"
침대에 드러눕는 나를 그녀가 억지로 일으켜 끌어당긴다. 거실에는 형이 기다리고 있다.
"자 앉아봐~ 좋은 소식이있지롱~" 그녀는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쳇...
"태진씨 이제 얘기해" 언제부터 태진씨야.. 젠장....
"음..음.." 무슨 얘기를 하려고 목까지 고르냐.
"너 그림 잘그린다면서?" 그 얘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너... 예고 가고싶으면 그렇게해" 뭐?? 지금까지는 죽어도 안된다더니.. 아하.. 둘이 그렇고그런 사이가 되더니 선심쓰는건가?
갑자기 반항심이 솟아오른다. "내가 언제 예고간다고 했어? 나 예고안가"
"뭐~~? 너 그림 그리고 싶어했잖아~ 갑자기 왜 가기싫다는거야~" 누나가 목소리를 높인다. 흥... 난 아무런 대꾸를 하지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후 "그럼 예정대로 특목고 갈꺼니?" 형이 다시 묻는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난 외고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예고를 가지않겠다고 했으니 외고로 가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괜히 오기가 생긴다. "외고도 안가.." 형의 눈이 커진다. "그럼 그냥 인문고로 갈꺼냐?" 형의 목소리가 조금씩 가라앉고있다. 타협을 하려면 여기서 멈춰야한다.
그런데 그러기싫다. "나 공고갈꺼야.. 나 기계공고가서 기숙사 들어갈꺼야"
주먹이 날아오든가 하다못해 고함소리라도 들릴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형은 아무말이 없다. 깜짝놀라 고함을 친건 그녀다.
"무슨소리야~ 니가 왜 공고를 가!! 예고가 가기싫으면 인문계라도 가~ 너같은 애가 대학을 안가면 누가 대학을 가니?"
사실 별생각없이 내뱉은 말인데 아무말이 없는 형을보자 오기가 생겼다. "됐어요. 저같은 고아놈이 대학은 무슨.."
"퍽!!"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고 광대뼈 부위가 얼얼해지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리고 난생 처음본 분노와 슬픔이 가득한 형의 얼굴... 난 해서는 안될말을 해버린것이다..
"꺼져..." 잘못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형이 먼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말을 하지못했다. "괜찮아? 왜 그런말을 했어.. 형 마음 잘알면서.. 어? 피난다. 어떡해... 잠깐 기다려봐"
입술이 터졌나보다. 누나가 티슈를 가지러 간 사이에 난 내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잠궈버렸다. 밖에서 누나가 문을 두드렸지만 대꾸를 하지않았다. 잠시후 누나는 돌아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왜그랬을까.. 겨우 여자하나 때문에 십년이 넘게 자기를위해 희생해온 형을 실망시키다니.. 그래.. 두사람의 관계를 인정해주자. 어차피 내 여자가 될수도 없는 여자잖아.. 형이 나를위해 했던일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난 스스로에게 이런 다짐을 계속 반복했다.
그녀를 잊을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게 해야한다고 믿었다..
그후로 며칠동안 형은 나를봐도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말을 걸어보려고해도 그냥 무시해버린다. 휴우....
그날도 어떻게 형의 마음을 풀수 있을까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집안에서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이건 분명히 누나의 목소린데.. 난 깜짝놀라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왠 험상궂게생긴 사내둘이 누나를 집밖으로 끌어내려하고 있었다.
"당신들 뭐야!!" 난 겁도없이 누나를 잡고있던 사내를 밀쳐버렸다. "이 새낀 또뭐야. 죽고싶어 환장했어!!" 갑작스런 내 공격에 화가난 사내가 버럭 고함을 지른다. 평소같으면 겁에 질려서 한마디도 못했겠지만, 내 옆에는 그녀가 있다.
"왜 남의집에 들어와서 행패야!" "허~ 이새끼봐라~ 너 디지고싶냐? 좋은말로할때 비켜라~" 젠장 그게 좋은말이냐..
"못비켜. 우리누나를 잡아가려는데 내가 왜비켜!" "뭐? 우리누나? 하하하 요 좆만한 새끼가 누굴보고 우리누나라는거야. 너 진짜 뒈지고싶냐?" 말없이 서있던 약간 마르고 인상이 날카로운놈이 끼어든다.
"왜이래요. 안간다고했잖아요. 그냥 가세요" 누나가 내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우리는 회장님 명령만 듣습니다. 무조건 잡아오라고 계속 거부하시면 강제로 끌고가는수밖에 없습니다." 그말과 동시에 그놈은 누나의 팔목을 잡고 자기앞으로 끌어당겼다. "그손놔!!" "퍽!!" 컥... 갑자기 숨통이 틀어막히면서 내몸이 반으로 접어졌다. 옆에있던 덩치의 주먹이 내 복부에 꽂힌것이다. "어린애에게 무슨짓이예요!! 태우야 괜찮니?" 놀란 누나가 잡혀있던 팔을 뿌리치고 나를 끌어안는다.
"그러니까 좋게말로할때 따라오면 되잖아요~"
"안..돼..누나.. 따라..가지..마......" 난 숨이막혀 나오지않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저 꼬마놈 다치는꼴 보기싫으시면 그냥 따라오시는게 좋을겁니다"
"지금 협박하는거예요?" 누나가 앙칼지게 받아쳤다.
하지만, 그놈들은 그런말에 꿈쩍도하지않고 누나를 잡아 끌었다. "그손 놓으란말야!!" 난 냅다 몸을 날려 마른 사내에게 부딪쳤다. 내 예상치못한 공격에 그놈은 고스란히 내 공격을 받고 "꽈당"하는 큰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헉...헉...헉... 누나 놔줘.." 아직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지만 난 누나를 잡고 서있는 덩치를 째려보며 말했다.
"이 좆만한새끼가 진짜 죽을라고~" 덩치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손을 들어올린다.
"기다려....." 쓰러져있던 마른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기분나쁜 저음으로 말했다.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 애에게 손만대봐요. 내가 가만안둬!!" 누나가 고함을 쳤지만, 그 사내는 들은척도하지않고 내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 눈빛을 보자 오금이 저려왔다. 씨익... 그 사내가 웃는다. 왜웃지?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난 복부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거실 구석으로 붕~하고 날아갔다. "쿵!!" 내 몸은 거실벽에 부딪히며 떨어졌다. 저벅..저벅.. 그 사내의 발이 내게 다가오는게 보인다.
"그만해!!! 내가 갈테니까 그만하라고" 누나가 발악을했다. 하지만, 그 사내는 무시하고 계속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쓰러져있는 내 머리를 잡고 몸을 일으켜세웠다. 머리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퍽!! 이번엔 무픞이 복부를 파고들었다. 큭.... 그는 내 머리를 잡은상태로 나를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반항할수도 없을만큼 그의 공격은 매서웠다. 코피가 터지고 입안이 찢겨나갔다. 누나의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한참을 나를 두들기던 사내는 그제야 나를 내팽개친다.
누나가 내게 달려오려했지만 덩치에게 잡혀버린다. "놔!! 이 나쁜새끼들. 어린애를 저렇게 만들어? 내가 늬들을 가만둘거같애?" 누나가 거세게 몸부림을쳐 순간적으로 덩치의 손에서 벗어나 나에게 달려온다. 나에게 다가와 몸을 숙이는 순간 마른사내의 손이 누나의 긴 머리를 휘어잡았다. "악~"누나가 비명을 질렀다. 그순간 나는 내 처지도 잊은채 그 사내에게 달려들어 한쪽다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있는힘껏 사내의 종아리를 물어뜯었다. "악~~!!" 사내가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하긴 내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물어 살점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니..
"야~~ 이새끼 좀 떼내봐!!" 마른사내가 덩치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새끼가 정말.." "퍽!!" 덩치의 발길질에 옆구리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난 더 세게 물어뜯었다. "악!!" 마른사내가 또 비명을 지른다. 그소리에 덩치의 무차별 구타가 시작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닥치는대로 주먹과 발이 날아왔다. 누나의 비명소리는 더 커져갔다. 그때, 밖에서 요란한 사이렌소리가 울렸다. 누가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다. 사내들은 나를 억지로 떼어내더니 급하게 도망을 쳤다.
누나가 울부짖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누나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내가 눈을 뜬곳은 병원침대였다.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온몸은 붕대로 칭칭 감겨있었고 왼쪽팔은 기브스까지 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고하자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때 문을열며 들어오던 누나가 나를보고 급히 달려온다. "안돼. 그냥 누워있어" 누나는 급히 내몸을 받쳐서 다시 바로 눕혔다. 나를 바라보는 누나의 눈은 운통 눈물자국으로 범벅이되었고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어있다. 나때문에 내 천사가 울다니... 아픈것도 싹 낳는기분이다.헤헤..
"바보야.. 왜그랬어.. 너 죽는줄 알았잖아... 다시는 그러지마.. 응?" 그녀가 내 뺨을 어루만지며 울먹이며 말했다.
생각보다 내 상태는 심했다. 늑골이 5개가 나가고 왼팔목 골절에 이빨이 2개나 나갔단다. 뇌진탕 증상까지... 아무튼 2달은 입원해 있어야한단다. 많이도 맞았구나...
그녀는 내손을 꼭 잡아주었다.. 헤헤헤.. 그때 병실문이 벌컥 열리면서 하얗게 질린 형이 나타났다. "어떻게 된거야. 태우야! 괜찮아? 형 알아보겠어?"
"응... 괜찮아.. 걱정하지마.." "도대체 어떤 놈들이.. 어떻게 된거야?" 순간 누나의 당황한 눈빛을 나는 보았다. "그게.. 저기..." "강도였어" 내가 누나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강도? 벌건 대낮에 강도가 들었단말야?" "그러게.. 짜식들이 돈 내놓으라길래 먹고 죽을래도 없다고했더니 이렇게 패네~~" 난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누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다행히 형은 이런 누나의 상태를 의심하지않고 내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눈치였다. 누나는 형에게 잠시 나를 봐달라고하고 밖으로 나갔다.
"형.. 미안해.. 내가 쓸데없는 고집부려서.."
형은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했다..
"형.. 수림이 누나 좋아하지?" "뭐..뭐?" 형이 급당황한다.
"키키.. 진짜구나~ 둘이 잘어울린다. 그냥 사겨~~"
"짜식이 형가지고 놀려~~" 형이 내 가슴팍을 쿡쿡 찌르며 대응을 해온다. "아~~아~~~~ 진짜 아퍼~~ 동생 죽일일있냐~~"
우리 형제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래.. 나만 포기하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사람이 행복해질수 있어...
금방 돌아온다던 누나는 밤 늦게서야 돌아왔다. 누나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뭔가 중대한 일을 끝낸 사람 같다고할까..
무슨일이 있었나? 누나는 자기가 병실을 지키겠다며 형을 돌려보냈다.
그녀가 내손을 꼭잡으며 말했다.. "태우야.. 정말 미안해.." 그녀가 눈물을 글썽인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않았고 그녀는 밤새 내손을 꼭잡고 놓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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