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사랑했습니다 - 2부 9장
2019.04.21 22:10
사장님이 몸을 일으키시는가 싶더니 갑자기 내앞에 무릎을 꿇으신다.
"아저씨, 왜이러세요!"
난 황금하게 고쳐앉으며 아저씨를 잡았다.
그런데 옆에 있던 형님과 형수님도 무릎을 꿇는게 아닌가..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
"형님!! 형수님!!"
"태우야... 우리가 너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게있다..."
"무슨일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바로 앉아서 말씀하세요. 아저씨와 형님, 형수님이 이렇게까지해서 저에게 용서받을일이 뭐가 있다고 이러세요.."
하지만 세사람은 요지부동이다.
"형님 일때문에 그러세요? 그거라면 아저씨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도 수연이도 절대 아저씨 원망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하세요.. 네?"
"흠....."
아저씨는 코로 길게 숨을 내쉰다. 고개를 숙인 얼굴에 비장함마저 감도는것같다.
"태우야.. 사실 너에게 숨긴게 있다..."
숨긴거?
"그날... 태진이를 포천으로 보낸건 공장일 때문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형님 내외를 바라보니 형님은 아저씨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있고, 형수님은 창백하게 질려있다. 부들부들 떠는 형수의 손을 형님이 잡아주는게 보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거야.
난 아저씨를 다시 쳐다봤다.
"아버지..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형님이 나선다.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정말 힘들게 얘기를 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아니다... 내가 풀어야할 문제다.."
"아..버님...."
형수는 거의 울것같은 표정으로 아저씨를 애처롭게 부른다. 지금이라도 멈춰달라는것 같다..
하지만, 형수의 바람과는 달리 아저씨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15년전 그날... 학교에 갔던 미진이가 행방불명이 됐었네.."
15년전이면 미진이가 8살쯤일때다. 미진이를 그때부터 봤지만 이건 첨듣는 얘기다.
"태풍은 온다는데 저녁이 되도록 애가 나타나지 않아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네.."
여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형수도 아저씨의 얘기를 막을수 없다는걸 알았는지 고개를 푹숙이고 있다.
"왠 사내가 미진이를 데리고 있다고 하더군.. 우리는 돈을 바라고 미진이를 유괴한거라 생각하고 돈을 주겠다고했지만, 그 사내는 돈은 필요없으니 다른걸 하나 들어달라고했네.. 그것만 들어주면 미진이를 안전하게 보내주겠다고..."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상상도 못했던 무언가가 있다는걸 직감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그 사람이 형을 포천으로 보내라고 했나요?"
내 물음에 아저씨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눈을 꼭 감고 입을 굳게 다문 아저씨의 표정에서 답은 이미 나와있었다.
"정말 미안하네...."
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형의 죽음에 대해 이런 의심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삼...촌...."
형수를 쳐다봤다.
"저희는 정말... 일이 그렇게 될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미진이를 살려야한다는 마음에...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흑흑"
"그가 요구한게... 그것 뿐이었습니까.."
힘겹게 내가 입을 열었다.
"태진이가 포천에서 돌아올때까지 조용히 있으면 그때 미진이를 돌려주겠다고했어.. 그래서 태진이를 어떻게 할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다... 그게 그들이 한짓인지 우연한 사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태진이를 그곳으로 보냈으니 그 사고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정말 미안하다..."
이번에는 형님이 나선다.
도대체 뭐가뭔지 모르겠다. 머리속에 실타래가 마구 얽혀있는것같다. 여기서는 생각을 정리할수가 없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태우야.."
"삼촌.."
"지금은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 돌아가서 생각을 좀 정리해봐야겠어요.."
방문을 열고 나올때까지 세사람은 그 자세 그대로 무릎을 꿇은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사고임을 한번도 의심치 않았던 형 내외의 죽음에 무언가가 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봐야겠다.
수연이가 있는 미진이의 방으로 가서 노크를 했다.
"삼..촌."
미진이가 문을 열다가 나를 보고 또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더듬는다.
"어? 아빠~ 나 미진언니랑 얘기하고 있어~ 대학교 얘기도듣고 디게 잼있어~~"
수연이가 미진이 침대에서 활짝 웃고있다. 수연이는 유난히 미진이를 따르고 미진이도 수연이를 친동생 이상으로 아낀다.
"수연아.. 집에가자.."
"어? 자고 가는거 아냐?"
"아냐.. 갈꺼야.."
"왜? 무슨일있어? 아빠 표정이 안좋아..."
미진이도 내 표정을 보고 마치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것처럼 어쩔줄 몰라한다.
수연이가 슬그머니 침대에서 빠져나오더니 내옆에 선다.
"언니.. 나 갈께.. 다음에 얘기해.."
"으응.. 그래.. 잘가.."
난 미진이에게 인사도 잊은채 앞장서 집을 빠져나왔다.
"잠깐만.. 할아버지한테 인사하고 가야지.."
난 멈칫 걸음을 멈췄다. 인사를 해야하나...
"아이고~ 우리 강아지 할애비 찾았누~?"
"어? 할아버지~"
여느때와 다를게 없는 표정의 아저씨가 방문을 열고 나오신다.
"아빠가 집에 가쟤요~~"
수연이가 고자질하듯이 말한다. 아저씨에게 나를 말려달라는 뜻이다.
"그래? 아빠가 중요한 일이 있으신가보다~ 오늘은 아빠 따라가고 방학 끝나기 전에 며칠 쭉 놀다가거라."
기대와 달리 아저씨도 나를 말리지않자 수연이도 체념하고 따라나선다.
"그럼..."
난 짧게 고개를 숙이는걸로 인사를 대신하고 집을 나섰다.
"삼촌..."
대문을 나서는데 형수가 쫓아나오며 부른다.
"늦었는데 주무시고 가세요.. 술도 드셔서 운전도 못하시잖아요.."
"괜찮습니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고 다 깼어요.."
"그래도... 사고라도 나면.."
사고라는 말에 내 얼굴이 나도 모르게 확 굳어진다.
형수도 아차하는 표정이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가자 수연아"
"아줌마.. 저 갈께요.."
수연이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따라나선다.
차를 출발시켜 꺽어지는 길까지 멀리서 형수가 바라보고 있는게 미러에 비친다. 젠장....
운전을 하는중에도 계속 아저씨의 얘기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왜...
수연이도 내 분위기에 눌렸는지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집에 돌아와서 수연이를 재우고 혼자 책상에 앉아 15년전의 기억을 되돌렸다.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을때부터 형의 사고소식을 들었을때까지 반복해서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모든것이 너무 불확실했다.
첫번째 의문은 그 유괴범들이 형을 죽인것인지 아니면 말그대로 우연한 사고인지부터가 불분명하다. 정황상 그들이 형을 죽였을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뭔가 더 분명한것이 필요했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려봤자 나올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고 날이 밝자마자 난 차를 몰아 당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15년전 사고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있을리 만무하다. 대충 주변만 둘러보고 바로 담당경찰서였던 의정부서로 향했다.
교통사고조사계로 들어가니 경찰들은 사고처리 하느라 바쁘고 사무실은 민원인들로 가득이다.
사망사고 담당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뭐좀 여쭤볼께요"
날 힐끗 쳐다본 경찰은 다시 책상에 머리를 박고 서류를 뒤적거린다.
"무슨 일이신데요"
"15년전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 좀 알아볼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분주히 서류를 뒤적이던 경찰은 순간 하던일을 멈추더니 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15년전이요?"
"예"
"그런건 민원실에서 접수하고 기다리세요"
"급해서 그러는데 지금 좀 알아봐주시면 안될까요"
"이봐요~ 오늘 일어난 사고만 몇건인줄 알아요? 그거 처리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15년전 사건이라니. 민원실에 가서 접수하고 기다리세요"
"저기.. 그게 아니라 이거 좀 보세요.."
난 준비해간 종이밑에 10만원짜리 수표하나를 끼워서 건냈다.
경찰이 재빨리 주변을 살피더니 수표를 스윽 서류속에 밀어넣고는 내가 준 종이를 읽는척 한다.
"아~ 이 사건이요~ 진작에 말씀을 하시지. 잠깐만요"
젠장.. 요즘도 급행료는 여전하네.
형의 주민등록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자 사고파일이 뜬다.
"정확히 14년 10개월전에 일어난 사고네요. 어라? 죽은사람이 가해차량이네."
"그 사건 자세히 좀 알수 있을까요?"
"글쎄요.. 여긴 간단한 개요만 나와있어서 자세히 알아보려면 그때 작성한 문서를 봐야되는데..."
"좀 볼수 없을까요? 중요한거라서 그래요"
"아니뭐... 벌써 공소시효도 다 지난 사건이고... 15년전꺼면 문서고 밑바닥에 깔려있을텐데... 지금 일도 바쁘고..."
노골적으로 돈을 더 달라는거다.
난 승락의 눈빛을 보냈다. 경찰의 입꼬리가 말려올라간다. 더러븐놈.. 급해서 나도 더러븐 짓을 하고는 있지만, 참 미꾸라지 몇마리가 온 물을 다 흐린다.
문서고에서 한참을 뒤적이던 경찰이 누렇게 변색된 파일홀더 하나를 끄집어낸다.
"신태진... 민수림.. 이거 맞죠?"
"예. 맞습니다. 좀 보여주세요"
거기엔 사건개요부터 현장사진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형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트럭과 정면충돌했다는것이다.
"저기.. 이 파일이랑 사진좀 복사할수 없을까요?"
"이 양반이 큰일날 소리하네. 이거 공문서예요 공문서."
난 두말않고 지갑에서 100만원권 수표 두장을 꺼냈다. 경찰의 입이 떡 벌어진다. 말단경장이 이런 큰 뇌물을 받아봤을리 만무하다.
"절대 밖으로 유출안시키고 저만 보고 파기할겁니다. 약속드리죠."
하지만, 돈도 돈이지만, 공문서를 유출한다는게 쉬운 선택이 아닌것같다. 이럴땐 약을 더치면된다.
100만원권 한장을 더 꺼냈다. 결국 그의 고민은 거기서 종결됐다. 겨우 돈 300에 자기의 미래가 바뀔지도 모르는짓을 하다니.. 한심한놈..
"절대 바깥으로 유출되면 안됩니다... 혹시나 들키더라도 저 들먹이지 마시구요.. 아셨죠?"
"걱정마세요. 절대 그런일 없을겁니다"
몇번이나 다짐을 받은후에 문서는 복사하고 사진은 스캔을 떠서 내가 가져간 usb에 넣어준다.
집으로 돌아와 복사한 문서를 자세히 탐독했다. 큰 특이사항은 없다. 실망감이 밀려온다.
다음은 사진이다. 문서내용과 역시 별반다를게 없는것같다. 형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한것은 명확했다. 스키드마크와 요마크가 형의차가 중앙선을 넘었다는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역시 그냥 우연의 일치일 뿐인건가..하는 생각이 들 찰나 문득 한장의 사진에서 이상한점을 발견했다.
뒤쪽 멀리서 사고현장을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 스키드마크가 엄청나게 길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만 보다보니 생각을 못했던건데 왜 이렇게 스키드마크가 길게났지? 스키드마크는 급제동을 걸었을때 생기는 바퀴자국이다. 보통은 앞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때 급제동을 걸다가 생긴다.
무의식적으로 중앙선을 침범해서 사고가 났다면 스키드 마크가 이렇게 길게 날 이유가 없다. 중앙선을 침범한걸 알았다면 그냥 차선을 정상적으로 옮기는게 훨씬 빠르고 당연한 조치가 아닌가. 왜 차가 마주 달려오는걸 보고도 차선을 바꾸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았을까.
게다가 상대트럭쪽은 스키드마크가 없다. 그말인즉슨 트럭은 전혀 속도를 줄이지않았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이다.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들을 확대하고 복원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문분야라 힘들것도 없다.
그냥 볼때는 보이지 않던것들이 의심을 품고 보니 이상한게 눈에 띄었다.
분명 충돌은 형의차 운전석 쪽에서 일어났다. 트럭의 정면과 형의차 운전석쪽이 정면으로 충돌한것이다.그 충격으로 형은 운전석에서 즉사했고 운전석 바로 뒷쪽에 앉아있던 형수와 우림이도 죽은것이다. 그냥보면 이상할게 없다. 그런데 문제는 충돌후 자동차 상태였다. 정면에서 충돌해 형의차가 직선으로 뒤로 밀렸다. 증거로 요마크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말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그대로 밀려났다는 뜻이다.
이상한점은 형의차 조수석 쪽에서 발견됐다. 형의차 오른쪽 부분이 왜 이렇게 찌그러져있지? 이쪽은 충돌이 없었던곳이다. 그런데 이쪽이 벽에대고 막 긁어버린것처럼 줄이 쭉쭉 가있다.
사진을 더 확대했다. 확실히 이상하다. 흰색인 형의차에 조수석 쪽에 이상하게 검은색이 군데군데 묻어있다.
간단하게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돌려보았다. 역시 사진들의 상태는 비정상으로 나왔다. 무언가 다른것이 이 사고에 개입되 있는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형은 왕복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일기가 좋지않고 뒤에 형수와 갓난아기를 태웠으니 안전운전을 하고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형의 속도가 답답했는지 뒤에 쫓아오던 검은색 차가 클락션을 울려댄다. 빨리가던지 비키라는 신호일것이다. 하지만 왕복2차로에서 비킬곳은 반대차선 뿐이다.
형은 반대차선의 멀리까지본다. 차가 오지않는것을 확인하고 중앙선을 넘어 자리를 비켜준다. 그리고 금새 그차는 속도를 높여 형을 스쳐지나간다.. 아니 지나가지 않는다.. 그 정체불명의 검은차는 형이 다시 자기차선으로 넘어오는걸 교묘하게 가로막는다.
그리고.. 멀리서 형과 충돌을 일으킨 트럭이 달려오고있다..
형은 클락션을 울리고 다급하게 비키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놈은 요지부동이다. 형은 형수에게 운전석쪽으로 붙으라고 다급하게 말하고는 그놈을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차 두대가 서로 밀리지 않으려고 부딪혀댄다. 하지만 차의 성능과 크기에 밀려 형은 그놈을 밀어낼수 없었다.
어느새 트럭이 눈앞에까지 다가오고 있다. 왼쪽으로 틀어볼까했지만, 왼쪽은 플라타너스가 제법 빼곡하게 들어서있어서 빠져나갈 틈이 없다. 게다가 지금 틀어버리면 트럭이 차의 측면을 들이받아 뒷자석이 위험해진다.. 형은 결국 급브레이크를 선택했다.
"끼이이이이익~~~!!!!!!!!!!!!!!!"
제발 상대도 멈춰주길......
하지만, 트럭은 속도를 줄이지않고 그대로 형의차를 받아버린다...
"꽝!!!!!!!!!!!!!!!!"
여기서 내 상상력은 멈췄다... 몇가지 더 가설을 세워봤지만, 자료들과 가장 잘 들어맞는건 이 가설이다.
그런데 한가지 더 의문이 생겼다. 누가? 왜?
형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만큼 원한을 살 인물이 아니다. 아니 설혹 그런 원한을 샀다고 하더라도 왜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썼을까? 형을 죽이고 싶었으면 더 간단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을것이다.
돈이면 사람하나 죽이는건 일도 아니게 처리할놈들은 널리고 널렸을텐데.. 왜 그놈(?)은 사고를 가장해서 형을 죽였을까..
형의 주변인물들을 떠올려보았다. 누가 형에게 원한을 가졌을까...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혹시.. 고아원의 원장?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는 형이 사고를 당하기 몇년전에 죽었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놈이 궂이 형을 죽일 이유도 없다.
아니면 형의 성공을 질투한 동료? 그것도 이상하다. 형 하나 죽이겠다고 유괴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울만큼 대단한 인물을 없다.
트럭기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도 역시 사고 얼마후에 죽은것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그 미지의 검은색(?)차량의 운전자다. 하지만, 그놈이 지금와서 설명해줄리는 만무하지..
그때 퍼뜩 떠오르는 생각! 아니다.. 그 사건을 알고 있을만한 인물이 한명 더 있다.
미진이....
미진이가 유괴당했을때 8살이다. 그럼 충분히 자기를 유괴한 사람을 기억할수 있을것이다. 물론 그를 봤다면...
전화기를 꺼내들었지만, 망설여진다. 미진이에게 그 사건은 절대 기억하고 싶지않은 트라우마일 것이다.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면 여리디여린 미진이가 과연 견대낼수 있을까..
하지만, 사건의 유일한 열쇠는 미진이가 쥐고있다..
힘겹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한참 신호가 가는데 전화를 받지않는다. 역시 관두자.. 끊으려는 순간
"여..여보세요...."
나지막하고 부끄러움이 묻어있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받았다..
"어.. 어 미진아. 삼촌이야"
"예... 안녕하세요..."
미진이와 나의 나이차이를 감안하면 삼촌보다는 오빠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겠지만 미진이는 어른들이 정해준 그 삼촌이란 호칭을 바꾸려하지 않았고 나도 미진이를 조카처럼 대하게됐다.
"잘있었어?"
"네..."
막상 전화를 하긴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 그냥 안부전화 한거야. 집이니?"
"예..."
"그래.. 그럼 잘지내. 다음에 보자."
"네.. 삼촌두요..."
그렇게 미진이와의 통화는 끝나버렸다. 도저히 이 아이에게 물어볼 엄두가 나지않는다..
누굴까...누굴까...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을까..
현관벨이 울린다. 누구지?
수연이가 문을 열어준다.
"어? 미진언니~"
미진이? 난 벌떡 일어나서 거실로나갔다.
"안녕하세요.."
미진이가 현관앞에 서서 수줍게 인사를한다.
"언니~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왠일이야~ 헤헤~ 나보러왔어?"
수연이가 미진이를 반긴다. 유난히 미진이를 좋아한다.
"으응.. 근처에 지나다가..."
근처를 지나다가? 아까는 분명 집이라고 했는데..
"아무튼 어서 들어와~ 덥지? 뭐 마실래?"
수연이가 음료수를 가지러 간동안 우리는 거실에 앉았다.
미진이는 나와 둘이 남은게 어색한지 조금 안절부절이다. 저러는걸보면 요즘같은 세상에 살아남을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게 또 미진이의 매력이기도하다.
남자의 보호본능을 끌어낸다. 모르긴 몰라도 미진이를 위해 죽을수 있다는놈들이 제법있을것같다. ㅎㅎ
"저기... 삼촌께 드릴말씀이..."
미진이가 힘겹게 먼저 말을 시작했다.
"할말? 뭔데?"
그때 수연이가 음료를 챙겨온다.
"언니 이거마셔~ 수연이가 언니를 위해 특별히 사랑을 듬뿍담아 100% 오렌지 쥬스를 만들었어~ 호호호~"
"응.. 고마워. 잘마실께."
참 상반된 캐릭터다.. 그래서 더 둘이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셋이서 잠깐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저..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는데..."
미진이가 말을 꺼낸다.
"뭐야~ 나는 들으면 안되는거야?"
"미안..."
"치.. 언니까지 나 따돌리는거야~ 아 슬프다~~"
수연이가 연기를 좀하자 미진이가 당황한다.
"아니..그게..."
"히히~ 농담이야~ 언니는 언제나 놀리는 보람이 있다니까~ 두사람 말씀 나누세요~ 전 하던거 마저하고 있을께요~"
수연이가 방으로 들어가자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나도 그냥 말없이 미진이가 말을 꺼낼때까지 기다렸다.
"삼촌... 아까 전화하신거.. 저한테 뭐 물어보시려고 하신거죠.."
미진이 입에서 이렇게 긴 대사가 나오는건 매우 드문일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당황이된다.
"혹시... 15년전일 물어보시려고 한거 아니예요?"
헉.. 어떻게 알았지?
내 표정을 본 미진이는 역시 그랬구나하는 눈빛을 보낸다. 이 애가 이렇게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적이 있었던가.
"저... 그때일 다 기억해요.. 저한테 물어볼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괜...찮겠어..?"
"네"
내 조심스러운 물음에 미진이가 방긋 웃으며 답한다. 아마 남자들이 이 표정을 봤다면 우루루 쓰러졌을거다.
"그럼.. 그날 있었던 일을 기억나는대로 얘기해줄래?"
"그날... 비가 왔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교문을 나오는데 왠 아저씨가 절 불렀어요.. 그리고는 아빠가 보낸 사람이라고.. 절 데리러 왔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저를 안아서 차에 태웠어요.."
난 미진이의 표정을 살폈다. 여린 미진이가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이됐다.
하지만, 미진이의 표정은 담담했다. 의외로 강한 녀석일지도...
미진이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차에는 운전하는 남자가 한명 더 있었어요.. 그리고는 어떤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데려갔어요.. 거기서 절 차에 가둬두고 우리집으로 전화를 했어요.."
마른침이 꿀꺽 삼켜진다. 아마 그놈들은 미진이가 어리니까 별 생각없이 전화를 한것같다.
하지만, 미진이는 그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진이의 이야기는 아저씨가 설명한 내용과 일치했다. 그리고 밤에 그들은 미진이를 집근처에 내려주고 가버렸다고한다. 형의 죽음을 확인한 직후인것 같았다.
남은건 하나다.. 그놈들이 누구인가.
"그놈들 얼굴.. 기억해?"
미진이에겐 가장 기억하기 싫은 일일지도 모른다.
"네.. 기억해요"
난 말없이 미진이를 바라봤다.
"한명은 좀 뚱뚱하고 말이 많았어요.. 그리고 한명은 마르고 말이 별로 없었어요.. 인상이 차가워 보였어요.. 주로 그 사람이 지시를 하고 뚱뚱한 사람이 따랐어요.."
뚱뚱한 놈과 마른 놈? 그리고 마른놈이 리더?
난 기억회로를 빠르게 돌려보았다. 그리고 딱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었다. 설마...
난 내 기억속의 그자들의 인상착의를 미진이에게 물었다.
"네.. 맞는거 같아요"
둥~ 이제야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수림이 누나를 잡아가려다가 막아서는 나를 두들겨팼던 그 두놈.. 그놈들이 범인이다!!
ps: 며칠 못올린거 한꺼번에 다 올렸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써놓은거 전부입니다.
글 길이에 비해 기대하시는 씬이 적어서 실망하시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거지로 끼워넣는건 제가 추구하는 글이 아닌지라...
사실 **와 제 글이 잘맞지않다는건 이전에 느꼈습니다. 섹스씬이 들어가면 추천이 많고 없으면 추천도 없고... 사실 그게 좀 실망스러워서 글을 안올렸었습니다. 다른곳에 글을 올렸는데 거긴 **보다 조회수는 1/10도 안되지만 댓글수는 10배쯤 달려서 글쓰는 맛이 납니다. 좋은 부분은 칭찬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지적해주고 하니까 글을 쓰면서도 공부(?)가 됩니다. 물론 **에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 때문에 다시 돌아온겁니다.^^
사실 이번에 돌아오면서 내심 이번엔 좀 다르길 바랬는데 별반 달라진건 없네요~ㅋㅋ 뭐 그건 어쩔수 없는거 같습니다. 억지로 강요한다고 될일이 아니니까요.
아마 이 작품이 **에 연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거 같습니다. 다음에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이것보다 섹스씬이 더 적을거 같거든요~ㅋㅋㅋ 이 작품은 야설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너무 엉성해서 제가 써놓고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다음작품은 좀더 제가 쓰고싶은글을 여유있게 써볼 생각입니다.
물론 이 작품은 마무리 지을겁니다. 대신 요즘 좀 많이 바빠서 다음글까지 시간이 좀 걸릴거 같네요. 양해해주세요~^^
"아저씨, 왜이러세요!"
난 황금하게 고쳐앉으며 아저씨를 잡았다.
그런데 옆에 있던 형님과 형수님도 무릎을 꿇는게 아닌가..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
"형님!! 형수님!!"
"태우야... 우리가 너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게있다..."
"무슨일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바로 앉아서 말씀하세요. 아저씨와 형님, 형수님이 이렇게까지해서 저에게 용서받을일이 뭐가 있다고 이러세요.."
하지만 세사람은 요지부동이다.
"형님 일때문에 그러세요? 그거라면 아저씨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도 수연이도 절대 아저씨 원망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하세요.. 네?"
"흠....."
아저씨는 코로 길게 숨을 내쉰다. 고개를 숙인 얼굴에 비장함마저 감도는것같다.
"태우야.. 사실 너에게 숨긴게 있다..."
숨긴거?
"그날... 태진이를 포천으로 보낸건 공장일 때문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형님 내외를 바라보니 형님은 아저씨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있고, 형수님은 창백하게 질려있다. 부들부들 떠는 형수의 손을 형님이 잡아주는게 보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거야.
난 아저씨를 다시 쳐다봤다.
"아버지..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형님이 나선다.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정말 힘들게 얘기를 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아니다... 내가 풀어야할 문제다.."
"아..버님...."
형수는 거의 울것같은 표정으로 아저씨를 애처롭게 부른다. 지금이라도 멈춰달라는것 같다..
하지만, 형수의 바람과는 달리 아저씨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15년전 그날... 학교에 갔던 미진이가 행방불명이 됐었네.."
15년전이면 미진이가 8살쯤일때다. 미진이를 그때부터 봤지만 이건 첨듣는 얘기다.
"태풍은 온다는데 저녁이 되도록 애가 나타나지 않아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네.."
여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형수도 아저씨의 얘기를 막을수 없다는걸 알았는지 고개를 푹숙이고 있다.
"왠 사내가 미진이를 데리고 있다고 하더군.. 우리는 돈을 바라고 미진이를 유괴한거라 생각하고 돈을 주겠다고했지만, 그 사내는 돈은 필요없으니 다른걸 하나 들어달라고했네.. 그것만 들어주면 미진이를 안전하게 보내주겠다고..."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상상도 못했던 무언가가 있다는걸 직감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그 사람이 형을 포천으로 보내라고 했나요?"
내 물음에 아저씨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눈을 꼭 감고 입을 굳게 다문 아저씨의 표정에서 답은 이미 나와있었다.
"정말 미안하네...."
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형의 죽음에 대해 이런 의심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삼...촌...."
형수를 쳐다봤다.
"저희는 정말... 일이 그렇게 될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미진이를 살려야한다는 마음에...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흑흑"
"그가 요구한게... 그것 뿐이었습니까.."
힘겹게 내가 입을 열었다.
"태진이가 포천에서 돌아올때까지 조용히 있으면 그때 미진이를 돌려주겠다고했어.. 그래서 태진이를 어떻게 할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다... 그게 그들이 한짓인지 우연한 사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태진이를 그곳으로 보냈으니 그 사고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정말 미안하다..."
이번에는 형님이 나선다.
도대체 뭐가뭔지 모르겠다. 머리속에 실타래가 마구 얽혀있는것같다. 여기서는 생각을 정리할수가 없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태우야.."
"삼촌.."
"지금은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 돌아가서 생각을 좀 정리해봐야겠어요.."
방문을 열고 나올때까지 세사람은 그 자세 그대로 무릎을 꿇은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사고임을 한번도 의심치 않았던 형 내외의 죽음에 무언가가 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봐야겠다.
수연이가 있는 미진이의 방으로 가서 노크를 했다.
"삼..촌."
미진이가 문을 열다가 나를 보고 또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더듬는다.
"어? 아빠~ 나 미진언니랑 얘기하고 있어~ 대학교 얘기도듣고 디게 잼있어~~"
수연이가 미진이 침대에서 활짝 웃고있다. 수연이는 유난히 미진이를 따르고 미진이도 수연이를 친동생 이상으로 아낀다.
"수연아.. 집에가자.."
"어? 자고 가는거 아냐?"
"아냐.. 갈꺼야.."
"왜? 무슨일있어? 아빠 표정이 안좋아..."
미진이도 내 표정을 보고 마치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것처럼 어쩔줄 몰라한다.
수연이가 슬그머니 침대에서 빠져나오더니 내옆에 선다.
"언니.. 나 갈께.. 다음에 얘기해.."
"으응.. 그래.. 잘가.."
난 미진이에게 인사도 잊은채 앞장서 집을 빠져나왔다.
"잠깐만.. 할아버지한테 인사하고 가야지.."
난 멈칫 걸음을 멈췄다. 인사를 해야하나...
"아이고~ 우리 강아지 할애비 찾았누~?"
"어? 할아버지~"
여느때와 다를게 없는 표정의 아저씨가 방문을 열고 나오신다.
"아빠가 집에 가쟤요~~"
수연이가 고자질하듯이 말한다. 아저씨에게 나를 말려달라는 뜻이다.
"그래? 아빠가 중요한 일이 있으신가보다~ 오늘은 아빠 따라가고 방학 끝나기 전에 며칠 쭉 놀다가거라."
기대와 달리 아저씨도 나를 말리지않자 수연이도 체념하고 따라나선다.
"그럼..."
난 짧게 고개를 숙이는걸로 인사를 대신하고 집을 나섰다.
"삼촌..."
대문을 나서는데 형수가 쫓아나오며 부른다.
"늦었는데 주무시고 가세요.. 술도 드셔서 운전도 못하시잖아요.."
"괜찮습니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고 다 깼어요.."
"그래도... 사고라도 나면.."
사고라는 말에 내 얼굴이 나도 모르게 확 굳어진다.
형수도 아차하는 표정이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가자 수연아"
"아줌마.. 저 갈께요.."
수연이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따라나선다.
차를 출발시켜 꺽어지는 길까지 멀리서 형수가 바라보고 있는게 미러에 비친다. 젠장....
운전을 하는중에도 계속 아저씨의 얘기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왜...
수연이도 내 분위기에 눌렸는지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집에 돌아와서 수연이를 재우고 혼자 책상에 앉아 15년전의 기억을 되돌렸다.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을때부터 형의 사고소식을 들었을때까지 반복해서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모든것이 너무 불확실했다.
첫번째 의문은 그 유괴범들이 형을 죽인것인지 아니면 말그대로 우연한 사고인지부터가 불분명하다. 정황상 그들이 형을 죽였을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뭔가 더 분명한것이 필요했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려봤자 나올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고 날이 밝자마자 난 차를 몰아 당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15년전 사고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있을리 만무하다. 대충 주변만 둘러보고 바로 담당경찰서였던 의정부서로 향했다.
교통사고조사계로 들어가니 경찰들은 사고처리 하느라 바쁘고 사무실은 민원인들로 가득이다.
사망사고 담당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뭐좀 여쭤볼께요"
날 힐끗 쳐다본 경찰은 다시 책상에 머리를 박고 서류를 뒤적거린다.
"무슨 일이신데요"
"15년전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 좀 알아볼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분주히 서류를 뒤적이던 경찰은 순간 하던일을 멈추더니 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15년전이요?"
"예"
"그런건 민원실에서 접수하고 기다리세요"
"급해서 그러는데 지금 좀 알아봐주시면 안될까요"
"이봐요~ 오늘 일어난 사고만 몇건인줄 알아요? 그거 처리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15년전 사건이라니. 민원실에 가서 접수하고 기다리세요"
"저기.. 그게 아니라 이거 좀 보세요.."
난 준비해간 종이밑에 10만원짜리 수표하나를 끼워서 건냈다.
경찰이 재빨리 주변을 살피더니 수표를 스윽 서류속에 밀어넣고는 내가 준 종이를 읽는척 한다.
"아~ 이 사건이요~ 진작에 말씀을 하시지. 잠깐만요"
젠장.. 요즘도 급행료는 여전하네.
형의 주민등록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자 사고파일이 뜬다.
"정확히 14년 10개월전에 일어난 사고네요. 어라? 죽은사람이 가해차량이네."
"그 사건 자세히 좀 알수 있을까요?"
"글쎄요.. 여긴 간단한 개요만 나와있어서 자세히 알아보려면 그때 작성한 문서를 봐야되는데..."
"좀 볼수 없을까요? 중요한거라서 그래요"
"아니뭐... 벌써 공소시효도 다 지난 사건이고... 15년전꺼면 문서고 밑바닥에 깔려있을텐데... 지금 일도 바쁘고..."
노골적으로 돈을 더 달라는거다.
난 승락의 눈빛을 보냈다. 경찰의 입꼬리가 말려올라간다. 더러븐놈.. 급해서 나도 더러븐 짓을 하고는 있지만, 참 미꾸라지 몇마리가 온 물을 다 흐린다.
문서고에서 한참을 뒤적이던 경찰이 누렇게 변색된 파일홀더 하나를 끄집어낸다.
"신태진... 민수림.. 이거 맞죠?"
"예. 맞습니다. 좀 보여주세요"
거기엔 사건개요부터 현장사진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형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트럭과 정면충돌했다는것이다.
"저기.. 이 파일이랑 사진좀 복사할수 없을까요?"
"이 양반이 큰일날 소리하네. 이거 공문서예요 공문서."
난 두말않고 지갑에서 100만원권 수표 두장을 꺼냈다. 경찰의 입이 떡 벌어진다. 말단경장이 이런 큰 뇌물을 받아봤을리 만무하다.
"절대 밖으로 유출안시키고 저만 보고 파기할겁니다. 약속드리죠."
하지만, 돈도 돈이지만, 공문서를 유출한다는게 쉬운 선택이 아닌것같다. 이럴땐 약을 더치면된다.
100만원권 한장을 더 꺼냈다. 결국 그의 고민은 거기서 종결됐다. 겨우 돈 300에 자기의 미래가 바뀔지도 모르는짓을 하다니.. 한심한놈..
"절대 바깥으로 유출되면 안됩니다... 혹시나 들키더라도 저 들먹이지 마시구요.. 아셨죠?"
"걱정마세요. 절대 그런일 없을겁니다"
몇번이나 다짐을 받은후에 문서는 복사하고 사진은 스캔을 떠서 내가 가져간 usb에 넣어준다.
집으로 돌아와 복사한 문서를 자세히 탐독했다. 큰 특이사항은 없다. 실망감이 밀려온다.
다음은 사진이다. 문서내용과 역시 별반다를게 없는것같다. 형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한것은 명확했다. 스키드마크와 요마크가 형의차가 중앙선을 넘었다는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역시 그냥 우연의 일치일 뿐인건가..하는 생각이 들 찰나 문득 한장의 사진에서 이상한점을 발견했다.
뒤쪽 멀리서 사고현장을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 스키드마크가 엄청나게 길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만 보다보니 생각을 못했던건데 왜 이렇게 스키드마크가 길게났지? 스키드마크는 급제동을 걸었을때 생기는 바퀴자국이다. 보통은 앞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때 급제동을 걸다가 생긴다.
무의식적으로 중앙선을 침범해서 사고가 났다면 스키드 마크가 이렇게 길게 날 이유가 없다. 중앙선을 침범한걸 알았다면 그냥 차선을 정상적으로 옮기는게 훨씬 빠르고 당연한 조치가 아닌가. 왜 차가 마주 달려오는걸 보고도 차선을 바꾸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았을까.
게다가 상대트럭쪽은 스키드마크가 없다. 그말인즉슨 트럭은 전혀 속도를 줄이지않았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이다.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들을 확대하고 복원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문분야라 힘들것도 없다.
그냥 볼때는 보이지 않던것들이 의심을 품고 보니 이상한게 눈에 띄었다.
분명 충돌은 형의차 운전석 쪽에서 일어났다. 트럭의 정면과 형의차 운전석쪽이 정면으로 충돌한것이다.그 충격으로 형은 운전석에서 즉사했고 운전석 바로 뒷쪽에 앉아있던 형수와 우림이도 죽은것이다. 그냥보면 이상할게 없다. 그런데 문제는 충돌후 자동차 상태였다. 정면에서 충돌해 형의차가 직선으로 뒤로 밀렸다. 증거로 요마크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말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그대로 밀려났다는 뜻이다.
이상한점은 형의차 조수석 쪽에서 발견됐다. 형의차 오른쪽 부분이 왜 이렇게 찌그러져있지? 이쪽은 충돌이 없었던곳이다. 그런데 이쪽이 벽에대고 막 긁어버린것처럼 줄이 쭉쭉 가있다.
사진을 더 확대했다. 확실히 이상하다. 흰색인 형의차에 조수석 쪽에 이상하게 검은색이 군데군데 묻어있다.
간단하게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돌려보았다. 역시 사진들의 상태는 비정상으로 나왔다. 무언가 다른것이 이 사고에 개입되 있는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분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형은 왕복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일기가 좋지않고 뒤에 형수와 갓난아기를 태웠으니 안전운전을 하고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형의 속도가 답답했는지 뒤에 쫓아오던 검은색 차가 클락션을 울려댄다. 빨리가던지 비키라는 신호일것이다. 하지만 왕복2차로에서 비킬곳은 반대차선 뿐이다.
형은 반대차선의 멀리까지본다. 차가 오지않는것을 확인하고 중앙선을 넘어 자리를 비켜준다. 그리고 금새 그차는 속도를 높여 형을 스쳐지나간다.. 아니 지나가지 않는다.. 그 정체불명의 검은차는 형이 다시 자기차선으로 넘어오는걸 교묘하게 가로막는다.
그리고.. 멀리서 형과 충돌을 일으킨 트럭이 달려오고있다..
형은 클락션을 울리고 다급하게 비키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놈은 요지부동이다. 형은 형수에게 운전석쪽으로 붙으라고 다급하게 말하고는 그놈을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차 두대가 서로 밀리지 않으려고 부딪혀댄다. 하지만 차의 성능과 크기에 밀려 형은 그놈을 밀어낼수 없었다.
어느새 트럭이 눈앞에까지 다가오고 있다. 왼쪽으로 틀어볼까했지만, 왼쪽은 플라타너스가 제법 빼곡하게 들어서있어서 빠져나갈 틈이 없다. 게다가 지금 틀어버리면 트럭이 차의 측면을 들이받아 뒷자석이 위험해진다.. 형은 결국 급브레이크를 선택했다.
"끼이이이이익~~~!!!!!!!!!!!!!!!"
제발 상대도 멈춰주길......
하지만, 트럭은 속도를 줄이지않고 그대로 형의차를 받아버린다...
"꽝!!!!!!!!!!!!!!!!"
여기서 내 상상력은 멈췄다... 몇가지 더 가설을 세워봤지만, 자료들과 가장 잘 들어맞는건 이 가설이다.
그런데 한가지 더 의문이 생겼다. 누가? 왜?
형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만큼 원한을 살 인물이 아니다. 아니 설혹 그런 원한을 샀다고 하더라도 왜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썼을까? 형을 죽이고 싶었으면 더 간단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을것이다.
돈이면 사람하나 죽이는건 일도 아니게 처리할놈들은 널리고 널렸을텐데.. 왜 그놈(?)은 사고를 가장해서 형을 죽였을까..
형의 주변인물들을 떠올려보았다. 누가 형에게 원한을 가졌을까...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혹시.. 고아원의 원장?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는 형이 사고를 당하기 몇년전에 죽었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놈이 궂이 형을 죽일 이유도 없다.
아니면 형의 성공을 질투한 동료? 그것도 이상하다. 형 하나 죽이겠다고 유괴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울만큼 대단한 인물을 없다.
트럭기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도 역시 사고 얼마후에 죽은것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그 미지의 검은색(?)차량의 운전자다. 하지만, 그놈이 지금와서 설명해줄리는 만무하지..
그때 퍼뜩 떠오르는 생각! 아니다.. 그 사건을 알고 있을만한 인물이 한명 더 있다.
미진이....
미진이가 유괴당했을때 8살이다. 그럼 충분히 자기를 유괴한 사람을 기억할수 있을것이다. 물론 그를 봤다면...
전화기를 꺼내들었지만, 망설여진다. 미진이에게 그 사건은 절대 기억하고 싶지않은 트라우마일 것이다.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면 여리디여린 미진이가 과연 견대낼수 있을까..
하지만, 사건의 유일한 열쇠는 미진이가 쥐고있다..
힘겹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한참 신호가 가는데 전화를 받지않는다. 역시 관두자.. 끊으려는 순간
"여..여보세요...."
나지막하고 부끄러움이 묻어있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받았다..
"어.. 어 미진아. 삼촌이야"
"예... 안녕하세요..."
미진이와 나의 나이차이를 감안하면 삼촌보다는 오빠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겠지만 미진이는 어른들이 정해준 그 삼촌이란 호칭을 바꾸려하지 않았고 나도 미진이를 조카처럼 대하게됐다.
"잘있었어?"
"네..."
막상 전화를 하긴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 그냥 안부전화 한거야. 집이니?"
"예..."
"그래.. 그럼 잘지내. 다음에 보자."
"네.. 삼촌두요..."
그렇게 미진이와의 통화는 끝나버렸다. 도저히 이 아이에게 물어볼 엄두가 나지않는다..
누굴까...누굴까...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을까..
현관벨이 울린다. 누구지?
수연이가 문을 열어준다.
"어? 미진언니~"
미진이? 난 벌떡 일어나서 거실로나갔다.
"안녕하세요.."
미진이가 현관앞에 서서 수줍게 인사를한다.
"언니~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왠일이야~ 헤헤~ 나보러왔어?"
수연이가 미진이를 반긴다. 유난히 미진이를 좋아한다.
"으응.. 근처에 지나다가..."
근처를 지나다가? 아까는 분명 집이라고 했는데..
"아무튼 어서 들어와~ 덥지? 뭐 마실래?"
수연이가 음료수를 가지러 간동안 우리는 거실에 앉았다.
미진이는 나와 둘이 남은게 어색한지 조금 안절부절이다. 저러는걸보면 요즘같은 세상에 살아남을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게 또 미진이의 매력이기도하다.
남자의 보호본능을 끌어낸다. 모르긴 몰라도 미진이를 위해 죽을수 있다는놈들이 제법있을것같다. ㅎㅎ
"저기... 삼촌께 드릴말씀이..."
미진이가 힘겹게 먼저 말을 시작했다.
"할말? 뭔데?"
그때 수연이가 음료를 챙겨온다.
"언니 이거마셔~ 수연이가 언니를 위해 특별히 사랑을 듬뿍담아 100% 오렌지 쥬스를 만들었어~ 호호호~"
"응.. 고마워. 잘마실께."
참 상반된 캐릭터다.. 그래서 더 둘이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셋이서 잠깐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저..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는데..."
미진이가 말을 꺼낸다.
"뭐야~ 나는 들으면 안되는거야?"
"미안..."
"치.. 언니까지 나 따돌리는거야~ 아 슬프다~~"
수연이가 연기를 좀하자 미진이가 당황한다.
"아니..그게..."
"히히~ 농담이야~ 언니는 언제나 놀리는 보람이 있다니까~ 두사람 말씀 나누세요~ 전 하던거 마저하고 있을께요~"
수연이가 방으로 들어가자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나도 그냥 말없이 미진이가 말을 꺼낼때까지 기다렸다.
"삼촌... 아까 전화하신거.. 저한테 뭐 물어보시려고 하신거죠.."
미진이 입에서 이렇게 긴 대사가 나오는건 매우 드문일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당황이된다.
"혹시... 15년전일 물어보시려고 한거 아니예요?"
헉.. 어떻게 알았지?
내 표정을 본 미진이는 역시 그랬구나하는 눈빛을 보낸다. 이 애가 이렇게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적이 있었던가.
"저... 그때일 다 기억해요.. 저한테 물어볼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괜...찮겠어..?"
"네"
내 조심스러운 물음에 미진이가 방긋 웃으며 답한다. 아마 남자들이 이 표정을 봤다면 우루루 쓰러졌을거다.
"그럼.. 그날 있었던 일을 기억나는대로 얘기해줄래?"
"그날... 비가 왔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교문을 나오는데 왠 아저씨가 절 불렀어요.. 그리고는 아빠가 보낸 사람이라고.. 절 데리러 왔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저를 안아서 차에 태웠어요.."
난 미진이의 표정을 살폈다. 여린 미진이가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이됐다.
하지만, 미진이의 표정은 담담했다. 의외로 강한 녀석일지도...
미진이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차에는 운전하는 남자가 한명 더 있었어요.. 그리고는 어떤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데려갔어요.. 거기서 절 차에 가둬두고 우리집으로 전화를 했어요.."
마른침이 꿀꺽 삼켜진다. 아마 그놈들은 미진이가 어리니까 별 생각없이 전화를 한것같다.
하지만, 미진이는 그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진이의 이야기는 아저씨가 설명한 내용과 일치했다. 그리고 밤에 그들은 미진이를 집근처에 내려주고 가버렸다고한다. 형의 죽음을 확인한 직후인것 같았다.
남은건 하나다.. 그놈들이 누구인가.
"그놈들 얼굴.. 기억해?"
미진이에겐 가장 기억하기 싫은 일일지도 모른다.
"네.. 기억해요"
난 말없이 미진이를 바라봤다.
"한명은 좀 뚱뚱하고 말이 많았어요.. 그리고 한명은 마르고 말이 별로 없었어요.. 인상이 차가워 보였어요.. 주로 그 사람이 지시를 하고 뚱뚱한 사람이 따랐어요.."
뚱뚱한 놈과 마른 놈? 그리고 마른놈이 리더?
난 기억회로를 빠르게 돌려보았다. 그리고 딱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었다. 설마...
난 내 기억속의 그자들의 인상착의를 미진이에게 물었다.
"네.. 맞는거 같아요"
둥~ 이제야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수림이 누나를 잡아가려다가 막아서는 나를 두들겨팼던 그 두놈.. 그놈들이 범인이다!!
ps: 며칠 못올린거 한꺼번에 다 올렸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써놓은거 전부입니다.
글 길이에 비해 기대하시는 씬이 적어서 실망하시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거지로 끼워넣는건 제가 추구하는 글이 아닌지라...
사실 **와 제 글이 잘맞지않다는건 이전에 느꼈습니다. 섹스씬이 들어가면 추천이 많고 없으면 추천도 없고... 사실 그게 좀 실망스러워서 글을 안올렸었습니다. 다른곳에 글을 올렸는데 거긴 **보다 조회수는 1/10도 안되지만 댓글수는 10배쯤 달려서 글쓰는 맛이 납니다. 좋은 부분은 칭찬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지적해주고 하니까 글을 쓰면서도 공부(?)가 됩니다. 물론 **에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 때문에 다시 돌아온겁니다.^^
사실 이번에 돌아오면서 내심 이번엔 좀 다르길 바랬는데 별반 달라진건 없네요~ㅋㅋ 뭐 그건 어쩔수 없는거 같습니다. 억지로 강요한다고 될일이 아니니까요.
아마 이 작품이 **에 연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거 같습니다. 다음에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이것보다 섹스씬이 더 적을거 같거든요~ㅋㅋㅋ 이 작품은 야설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너무 엉성해서 제가 써놓고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다음작품은 좀더 제가 쓰고싶은글을 여유있게 써볼 생각입니다.
물론 이 작품은 마무리 지을겁니다. 대신 요즘 좀 많이 바빠서 다음글까지 시간이 좀 걸릴거 같네요. 양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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