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16부

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16





"오늘은 내가 해줄끼다."

들 다 알몸이 되자 그녀는 벌써 탱탱해서 혼자 끄떡거리는 자지 기둥을 움켜 잡더니 대뜸 입안에 넣어 버린다.

며칠 전 이미영 선생이 했던 말이나 행동과 너무나 닮았다.

여인들이 "내가 서비스 해 줄께." 라거나 "내가 한다." 라는 것은 자지를 먼저 빨아 준다는 뜻일까. 언젠가는 누구한테라도 물어서 확실히 알아두어야겠다.

그런데 입안에 가득한 자지 대가리에 혀를 돌리던 그녀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아 참!" 하며 책상으로 가서 침대 쪽을 향해 있던 조그만 액자를 엎어 놓았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그 액자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꽤 빛이 바랜 그 흑백사진 속에는 곱상해 보이는 여인이 단발머리의 여자애와 손을 잡고 있었다. 모녀의 차림은 꽤 촌스러운데, 배경에 돛단배가 떠 있고 갈매기가 날으며 해변에는 야자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진관에서 찍은 것이다.



"누부야 어무이가?"

나는 빙긋 웃으며 그저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그래. 우리 엄마다."

그녀도 범상하게 지나가는 말로 대답하는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 졌다.

"이 방에 남자를 끌어들인 것도 처음이지만 엄마가 보는 앞에서 이런 짓 한다는게 참말로 걸린다."

"사진이 뭐 산 사람처럼 보고 듣나? "

나는 또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 평소의 달자답지 않아 보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물론 니야 그렇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다르다. 저건 우리 엄마의 마지막 모습인기라. 아니, 엄마캉 내캉 같이 있는 유일한 사진이다. ...... 그래서 저 속의 엄마한테 인사도 하고 내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그라마 엄마도 내 말을 들어주듯 나를 지켜보고 있을꺼 아이가?"

정말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달자는 감상적이다. 그리고 거기서 헤어나오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여섯살 때 처음으로 엄마하고 찍은 사진이다. 그날 오랫만에 새옷도 하나 얻어 입고 ...... 그라고 엄마는 두달도 안되어 돌아가셨다. 미리 죽을걸 알고 있었는기라. ...... 불쌍한 엄마! ...... 하지만 또 제일 바보스럽고 멍청한기 우리 엄마다. ...... 내가 철 들고 엄마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항상 생각하는기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끼다 라는 다짐인기라."

"참말이가?"

나는 놀란 눈을 했다. 달자의 어머니가 따로 있고 이미 죽었다는 것은 박금지한테 언뜻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것을 달자 입에서 직접 듣게 되니 역시 새로운 놀라움으로 받아 들여졌다.

특히 사진으로만 보아도 지금의 풍족한 생활과 달리 빈곤의 흔적이 묻어 있고, 그녀가 어머니를 그리워 하면서도, 또 원망과 비난을 가득 품고있는 것 같은 것도 내게는 새로운 놀라움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액자를 다시 들어 보았다. 알몸인 채였건만 달자는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다시 자세히 보니 사진 속의 여자애는 단발머리를 자른 것도 그날 사 입었다는 새옷도 너무 촌스럽고 영양실조가 그대로 얼굴에 나타날만큼 깡마르고 까무잡잡했다.

그 여자애의 엄마는 지금의 달자에 비하면 체격이 아주 적고 유난히 흰 얼굴이 무척 미인형이었다. 다만 사진을 찍은지 두달만에 죽었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얼굴은 초췌해서 병색이 완연했고 유난히 눈이 슬퍼 보였다.

"누부야는 얼굴도 체격도 어무이 안 닮았는갑다. 어무이가 참말로 미인이네."

"그 말은 나는 못생겼다는 뜻이가?"

달자는 또 한번 샐쭉한 체를 했지만 내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야 정말 예뻤제. 마음씨는 더 곱고 ...... 하지만 그때문에 더 복도 없이 바보 같이만 살았으이 오히려 화가 된 셈이제. 그래서도 더욱 내는 엄마처럼 안살겠다고 작정하고 다짐하는기라."

10여년 전 빛바랜 사진 속에는 모녀의 아픈 사연들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고 그 추억이 지금 조금씩 되살려지고 있다.



시외버스 차장인 강미자는 정류장에서 문을 열고 땅을 밟는 순간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화도읍을 외지와 연결해 주는 유일한 거점인 이곳에서의 작은 사고 때문에 정류장에는 한동안 소요가 이어졌다. 하필이면 진창에 엎어져 얼굴이 흙투성이가 된 버스 차장은 일으켜 보아도 창백한 얼굻에 쉽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승객들 몇명이 내려서 그녀를 안스럽게 보기도 했지만 장거리 승객들은 "빨리 차를 출발시켜라." 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버스 운전수도 정류장의 감독도 어찌할지 몰라 허둥대다 다른 곳에 있던 정류장 사장을 불러와야 했다.

황정구는 이 돌발사태에 우선 눈쌀을 찌푸렸지만 버스는 검표원 하나를 태위 출발시키고, 아직도 몸을 못가누는 버스 차장은 한 젊은이가 업어 읍내 병원에 데려가도록 일단 사태를 수습했다.

저녁을 먹고 하루 일의 마지막 점검처럼 병원을 찾았을 때 정구는 깜짝 놀랐다. 우선 환자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병원에 업혀 보낼 때도 그는 버스 차장을 힐끗 보았지만 온몸이 흙투성이에다 잔뜩 찡그린 창백한 얼굴을 그는 그저 귀찮은 물건 보듯이 지나쳤을 뿐이다.

그런데 불과 몇시간 지나서 다시 보는 그녀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환자복을 입은 그녀는 이미 목욕을 했는지 흑단 같은 머리는 윤이 나며 그때문에 흰 살결의 목은 유난히 길어 보였다.

큰 눈에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 등 이목구비가 모두 미인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혈색이었다.

얼굴 전체가 술에 취했거나 부끄럼을 심하게 타는 사람처럼 붉은 빛인데 특히 양볼은 건드리면 톡 터져 버릴 것같은 잘 익은 복숭아 모양의 빨강색이었다.

그 얼굴을 보며 정구는 이야기 속의 선녀가 이런 모습일까 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화사한 얼굴은 죽음의 색깔이었다. 그녀는 폐병 3기에 막 접어 들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3명의 형제를 죽음으로 몰아간 병마는 어김없이 그녀에게도 침범해 몸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을 폐병으로 잃고 혼자 6남매를 키우며 살림을 꾸려가던 무창띠기의 3아이마저 차례차례 폐병으로 죽었을 때 마을사람들은 "차라리 잘 된기다." 느니 "강서방이 마누라쟁이 힘 덜어준다고 반이라도 데불고 간기다." 라는 식으로 말하기까지 했다.

마을 전체가 그때까지도 문명의 혜택을 거의 못받은 벽촌이며, 보릿고개가 닥치면 꼭 몇명은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길만큼 기근이 떠나지 않는 땅에서 그중에도 무창띠기네는 정말 째지게 가난한 집이었다.

살아 남은 3남매중 미자는 언니와 남동생 사이의 중간이었다. 그녀는 근근히 소학교만 졸업하고 집에서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왔다.

언니가 도회지로 식모살이를 하러 떠난 것이 그녀는 너무 부러웠다. 자신도 빨리 커서 이 기근이 떠나지 않는 땅을 벗어나는 것이 당시 가장 간절한 소망이었다.



17살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기회가 왔다. 시외버스 차장으로 취직을 한 것이다.

미자나 그녀 어머니는 세상 물정도 모르고 주변도 없었지만 마침 이 마을 출신으로 몇년 전부터 버스 차장일을 하는 이의 알선으로 우연히 직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근 3년을 열심히 일하며 그녀는 새로운 인생설계를 그리고 그것은 조금씩 이루어 지고 있었다.

우선 고향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굶는 일은 없어졌고, 아버지나 죽은 형제들처럼 폐병이 도진 남동생의 약값도 댈 수 있었다. 나머지 돈으로는 착실히 곗돈을 부었다. 몇년 후 곗돈을 타면 고향의 가족들이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농토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은 결핵균이 어느새 그녀의 몸에서도 창궐해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훨훨 날아보려는 꿈을 가졌던 한마리 새는 미처 날갯짓도 제대로 못한 채 추락할 판이었다.



"좀 어떻노?"

미자의 미모 때문에도 인식이 바뀐 정구의 말투는 처음부터 부드러웠다. 그러나 미자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유난히 큰 눈을 그대로 뜬 채 눈물만 방울방울 흘리고 있었다. 두사람 다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지금 그 몸으로 차장 일을 하는 것은 저승 가는 직행버스를 탄 것과 마찬가지야. 절대로 힘든 일은 하면 안되고 투약과 영양보충을 잘 하면서 한 1년은 정양을 해야 한다."

의사는 이 말을 먼저 환자에게 했지만 같은 말을 임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정구에게도 전했다.

"제가 일 안하마 안돼요. 어무이도 동생도 다 굶어 죽어예! ...... 아아, 우짜마 좋겠노!"

당장 일을 그만두고 정양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 미자는 두손으로 눈물이 흐르던 눈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정구는 "버스 차장보다는 훨씬 힘이 덜 드는 정류장의 매표원 일을 해보겠느냐?" 고 제의했다.



"월급이 얼마나 되는데요?"

미자는 정구의 말이 떨어지자 다급하게 물어 왔다. 그가 액수를 말하자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그걸로는 택도 없심더."

버스 차장의 월급에다 이제 그 바닥에도 익숙해져 적당히 삥땅을 하는 미자의 수입에 비해 매표원의 월급이란 고작 3분의 1 정도밖에 안되었다.

"뭔 돈이 그리 필요하노?"

그녀는 집에 약갼의 생활비와 동생의 약값을 보내는 것 외에 앞으로 1년은 넘게 더 부어야 탈 수 있는 곗돈을 이야기 했다. 잠시 뜸을 들이다 그가 말했다.

"월급으로 부족한 돈은 내가 벌충해 줄께!"



미자는 버스 매표원이라는 새 일을 하면서 화도읍에 정착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정구의 여자가 되었다. 당시 정구는 40대 중반에 4남매를 둔 가장이었다.

한편 미자는 버스 차장으로 도시생활을 하면서 운전수나 조수, 정비공에다 합숙소 앞의 구멍가게 주인까지 그녀의 몸을 노리는 남자들이 많았지만 한사코 순결을 지켜왔던 터였다.

그러나 정구의 요구에 그녀는 별 망설임이나 거부감 없이 순순히 응했다. 나락으로 떨어질뻔 했던 그녀의 인생에 새 길을 찾아 준 남자에게 그 정도의 보답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남자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녀의 생활은 더 안정된 것 같았다.

일도 고되지 않았을뿐더러 며칠에 한번씩 들려서 잠시 살만 섞고는 금방 떠나는 남자였건만, 차츰 몸도 마음도 익숙해지며 그 남자를 기다리며 가슴을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은밀한 관계가 좁은 바닥에서 제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웠다.

소문이 나고 정구의 아내에게까지 알려지자 유난히 투기심이 심한 정구의 아내는 미자의 방을 찾아와 살림을 박살내고 머리끄댕이를 잡으며 마구 패는 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 정구는 미자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웃마을로 미자를 옮기고 아예 딴 살림을 차려 버렸다.

미자는 이곳에서 딸을 낳았다. 미자로서는 이때가 가장 오붓하고 행복한 시절이었다.

과로할 일도 없고 경제적 여유로 건강도 완전히 회복되었다. 거리 때문에 남자의 발길은 화도읍에서보다 좀 뜸해 졌지만 나날이 재롱이 더 해가는 딸과 어울리며 그 딸의 아빠를 아련히 기다리는 것도 행복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활도 그리 오래 끌지 못한 채 또 파국이 왔다/

염탐 끝에 정구의 본처가 또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미자도 익히 아는 정구의 심복인 변승덕이라는 남자가 찾아 왔다. 그는 정구가 세를 놓거나 돈을 빌려준 집의 수금과 회계를 도맡아 하며 변총무라는 직함으로 불리고 있었다.

"사장님이 우선 고향으로 피해 가 계시면 곧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 불러오겠다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미자는 그길로 짐을 쌌다.



며칠 후 미자를 찾은 정구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몸을 떨었다.

그토록 정을 주었던 미자와 어린 딸은 물론 세간도 싸그리 없어져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이웃사람들의 말을 듣고 정황을 꿰어 맞추며 그는 가장 믿었던 정부와 심복에게 배신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미자와 얼마전 말도 없이 사라진 변승덕이 눈이 맞아, 아니 배가 맞아 도망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은 포기하고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꽤 오랜 시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껏 정겨웠던 남녀가 제각기 오해와 분노 속에 헤어지게 된 진상은 한 여인의 가증스런 간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구의 아내는 투기심이 강하면서 또 자신은 화냥끼가 넘치는 여인이었다. 이미 남편의 심복인 변승덕과도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또 다른 정부를 만들었다. 마침 이무렵 변승덕이 "서울 가서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하자 목돈을 쥐어 주면서 대신 강미자를 빼돌리도록 사주한 것이다.

그녀로서는 이제 거추장스런 옛정부와 결별하고 눈의 가시 같은 남편의 정부마저 떼어놓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고 그것은 성공한 셈이다.



꽤 오랜 세월이 흘러 강미자의 상처도 거의 아물었을 무렵 정구는 서울거리에서 변승덕과 마주쳤다.

서로가 대하기 싫은 얼굴이었지만 정면에서 맞닥뜨려 외면할 수도 없었다.

"사장님, 안녕하셨습니까?"

변승덕이 황급하면서도 어색하게 인사하는데 정구는 답례도 않고 지나치려 했다. 그러나 한마디는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미자는 잘 있나?"

"미스 강은 와요?"

"이눔의 시키! ...... 사람답지 못한 놈! ...... "

시침을 떼는 것 같은 배신자의 언행에 정구는 분노가 폭발해 상대의 멱살을 잡고 목을 비틀려 했다. 그러나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었다.



"부(富)와 귀(貴)는 넘칠 듯 타고 났건만 처자식 복은 지지리도 없구나!"

황정구의 청년시절, 지나던 한 탁발승이 그를 보고 이런 말을 했을 때 그는 픽 웃어 넘겼다. 가난에 한이 맺혀 일찍 장삿길로 나선 그가 실제로 부귀를 누릴 수 있다면 까짓거 처자식복이야 어떤들 어떠리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재산이 점점 늘어가는데 반비례하듯 처자식 문제로 속을 썩이게 되면서 옛날 그 중의 말이 악마의 예언처럼 그의 가슴을 찔러 왔다.

첫아내는 그보다 3살이 많았고 무척 억세며 탐욕스런 여인이었다. 그는 완전히 공처가가 되어 늘 아내에게 억눌리며 살았고, 차츰 재산과 수입이 늘어나도 여전히 아내는 불만투성으로 그에게 돈을 더 많이 벌어오라고 채근했다.

아들 형제는 어릴 때부터 포악스럽고 말썽쟁이들이더니 결국 내놓은 주먹꾼이 되었다. 딸 둘도 제 에미를 닮아 앙칼지고 탐욕스럽기만 해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다.

근 20년을 함께 살던 그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자 그는 차라리 홀가분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구의 두번 째 아내는 5살이 연하였고 한번 이혼 경력이 있는 여인이었다. 얼굴도 제법 미인인데다 애교가 넘치는데서 그는 일단 안도했다.

그러나 그녀는 애교 이상으로 간교함과 화냥끼도 넘치는 여인이었다. 결혼하고 채 1년도 넘기지 못하고 자신이 먼저 꼬리를 치며 이 남자 저 남자와 서방질을 이어 왔다.

정구도 그런 소문이나 낌새를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미 정이 떨어진터라 더 이상 뒤를 캐지는 않았다. 다만 그이 심복인 변승덕 마저 아내와 불륜관계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

어떻든 새롭게 진상을 알며 오해가 풀린 그는 미자의 고향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더욱 참담한 현실을 보게 된다.



사생아라로도 할 수 있는 딸 하나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온 미자는 자기를 데려다 준 남자의 말대로 곧 정인이 그를 다시 불러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소식 하나 없었다. 그녀는 남자에게 버림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 좌절감이 병균에게는 좋은 온상이었을까, 그녀의 폐병은 다시 도졌고 병세는 나날이 심해졌다.

"우리 딸 신세를 이리 망친 놈, 그놈의 멱을 따든지 내가 그 앞에서 팍 죽어 삘끼다!"

그녀의 어머니가 들썩거리는 것을 미자는 한사코 막았다. 그리고 다시 찾아 온 가난 속에서 그녀는 쓸쓸히 죽어 갔다.

정구가 미자의 집을 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2년 전에 세상을 떴고 한때 그녀를 진정 사랑했었다는 증거물 같은 딸은 온몸이 깡마른 채 배만 불룩한 아사 직전의 상태였다.

정구는 미자 어머니에게 이제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땅을 마련해 주고 그 딸은 데려왔다. 달자를 보면 애틋한 미자의 영상이 되살아 나기도 하고 유난히 그 막내딸을 귀여워 했지만 달자도 계속 빗나가기만 했다.

"부귀는 타고 났건만 처자식 복은 없겠구나." 라는 예언은 여전히 정구의 몸에 붙어 있는 것이다.



그토록 애절하고 아픈 사연을 가진 한 여인의 사진을 엎어 놓은 채 달자와 나는 점점 열기를 더 해 갔다.

달자가 맹렬히 자지를 빨아대는 것을 그냥 받기만 뭣해 결국은 나도 그녀의 보지를 입으로 덮었다. 며칠전 이미영 선생에게 배운 덕택에 나도 몸놀림이 좀 능숙해져 우리는 쉽게 69자세가 되었다.

달자는 자지를 물고 보지는 내 맡긴 채 몸을 비비 꼬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허벅지를 벌리면서 들어 올리기도 했다가 모든 행동을 멈추고 헉헉거리기도 했다. 내가 질구를 콕콕 찌르던 혀를 옮겨 다시 그녀의 공알을 입 전체로 빨아 들이며 핥아 가자 그녀는 내 볼기짝을 쥐어 뜯으며 작지만 비명이 튀어 나왔다.

"하, 하윽! 여보, 여보 ...... "

잠시 텀을 두고 그 말은 수정되었다.

"하, 하윽! 여, 영도야! ...... 하, 난 몰라! ...... 여, 영도야! ...... "

그녀가 먼저 우리의 얽힌 자세를 풀었다. 그리고 내 자지를 잡고 구멍으로 인도하려 하더니 "아, 잠깐!" 이라며 동작을 바꾸었다.

몸을 일으켜 자물쇠가 채워진 책상 서랍을 열고 무엇인가 꺼내더니 내게 속삭였다.

"우리 이거 먼저 하고 하자."

그녀는 성냥곽만한 정사각형의 은박지를 찢고 내용물을 꺼냈다. 나는 그때까지 그 물건의 정체도 용도도 전혀 몰랐었다.



"그기 뭐꼬?"

"콘돔이다."

그녀는 둥글게 생긴 고무조각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걸 니 좆에 씌우는기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그녀는 살짝 웃어보이며 설명했다.

"오늘은 좀 위험한 날인기라. 확실히 해두는게 마음이 놓이제."

여전히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므로 표정을 바꿀 수 없었다.

"임신을 할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런데 콘돔을 쓰마 걱정이 없는기라."

"임신 ...... ?"

그 말뜻을 짐작은 하면서도 전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아리송했다.

"니가 싼 좆물, 그 씨앗이 내 자궁 속으로 들어와가 알라가 생길 수도 있단 말이다. 하지만 콘돔이 그걸 막아 주이 괘않다 이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지도 벌떡거렸지만 몸도 짜릿해 왔다.



영자 누나의 말처럼 누나도 나도 아버지 엄마가 빠구리를 해서 태어난 것이다. 하기야 아버지 엄마의 그전 조상들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다 빠구리로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빠구리라는 것을 알고, 꽤 많은 여인들과 그 짓을 하면서도 한번도 그것을 임신이라는 것과 연관시키지를 못했다. 그런데 내 정액도 여인의 몸속에 들어가 아기를 만들 수 있으며, 이미 나도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감동이기도 했지만 좀 겁나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나하고 빠구리한 여인들중 누구에게선가 태어난 아기가 나를 보고 "아부지요." 라고 한다면 나는 반갑기는커녕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누부야는 임신해 봤나?"

"응 ...... ?"

내 말을 못알아 듣지는 않았을텐데 그녀는 반문을 하고는 얼굴을 좀 찡그린 채 말이 없다.

"누부야도 자궁에 알라가 생긴적이 있는가 말이다."

"그기사 ...... 우쨌든 내는 엄마가 된적은 없잖나?"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그 고무조각을 자지 끝에 놓고 훑어 내리자 자지가 완전히 덮어졌다. 바람을 넣지 않아도 굵직한 자지 때문에 그 고무는 풍선처럼 보였다.



안전조치까지 끝낸 자지는 그녀의 걱정을 덜어준 채 보지속에 자리 잡았다. 장갑을 낀 손으로 세수를 하는 것처럼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보지 속은 질퍽하고 뜨거웠으며 조금씩 옴찔거리는데 다만 촉촉한 느낌이 없는 것을 제하면 별로 그전과 다른 점은 없었다. 나는 찌르기를 시작했다.

"하윽! 여보, ..;.... 아니 영도, 영도야! 흐윽! ...... "

이미 입술과 혀로 보지에 길을 잘 닦아놓았기 때문인지 그녀의 고비는 무척 빨리 왔다. 내 이름을 불러대며 신음을 내다 이를 악물고서도 울음소리를 내던 그녀는 내 동작을 멈추게 하고는 내 허리를 두다리로 휘감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헐떡이던 그녀는 나를 눕히고 올라타 앉았다.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 양조장 골방에서의 자세가 된 것이다. 그날은 팬티만 벗은 채라 몰랐는데 이날은 그녀의 좀 납작해보이는 젖통이 엉덩이의 율동에 따라 덜렁거렸다. 엉덩이의 율동이 빨라지자 그녀는 엎어지며 지금까지 덜렁이던 젖통으로 내 가슴을 눌러 왔다.

한손으로 그녀의 등을 감싸고 한껏 빳빳해진 그녀의 젖꼭지를 비틀다 고개를 들자 그녀는 가슴을 들고 젖통을 받쳐 내밀었다. 나는 젖꼭지를 입에 물고 혀로 그 둘레를 훑어가다 아프지않게 잘근잘근 씹었다.



"하아! ...... 흐윽! ...... 여, 영도야! ...... "

젖꼭지를 내맡긴 채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그녀는 다시 한껏 줄인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얼마 후 그 소리가 멎었을 때 엉덩이의 움직임도 중단되었다. 그녀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헐떡이면서 조금씩 흐느낌이 배어 나왔다. 그러나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서 뒤로 공략했다. 달자와는 처음 해보는 뒷치기였는데 그 느낌도 괜찮은 모양이다. 한동안 억제된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항복의 표시처럼 엉덩이를 내려 버렸다.

하지만 나는 공격을 계속했다. 그녀를 바로 눕히고 다시 자지를 꼽았다. 속도를 최대한 높이자 그녀는 다시 두다리로 내 몸을 결박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박자를 맞추어 주었다. 그러나 사정이 시작되자 그녀는 내 몸만 더 옥죄인 채 더 이상 움직임은 멈추어 버렸다. 둘 다의 가쁜 숨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아, 잠깐 ...... "

그녀는 손을 뻗어 아직 보지에 박혀 있는 자지 밑둥을 잡고 빼도록 했다. 자지가 좀 줄어 들었지만 그녀가 쥐고 있기에 콘돔은 빠지지 않았다.

"아따, 많이도 쌌네!"

그녀는 아까 자지에 씌우던 반대 동작으로 콘돔을 빼내 흔들어 보이며 탄성을 질렀다. 이제는 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몇차례 찍찍 싸댄 정액이 바람 빠진 풍선 같은 그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니 ...... ? 문이 와 저렇노?"

뒷처리를 하던 그녀가 놀란 눈을 했다. 돌아보니 방문이 어른 주먹 하나 드나들만큼 빼꼼히 열려 있었다.

"들어오며 분명히 내가 잠갔는데 ...... ?"

그녀가 머리를 갸우뚱 하는데 나는 아까 오줌 누러 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나 돌아와서 나는 분명히 방문을 똑소리 나게 닫았고 그점을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담요로 몸을 가린 채 방문을 열고 바깥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데 ...... ? ...... 누가, 아니 그 백여시가 들다 봤나?"

그녀가 좀 언짢은 표정을 지을 때 나도 괜히 켕기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집을 나올 때까지 백여우, 달자의 올케를 다시 보지 못했다. 사실 얼굴을 마주쳤다면 꽤 민망했을 것이다.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좀 흐뭇한 기분에 젖었다.

오늘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읍내의 으리으리한 황달자네 집에서 빠구리를 한 것도 그렇지만, 중국집에 방이 있고 그곳에서 대낮에 사람들이 빠구리를 한다는 것도, 여관이나 여인숙이 빠구리를 전문으로 하는 장**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또 빠구리를 해서 아기가 생긴다는 것은 그전에 알았지만, 빠구리를 하면서 임신을 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새롭게 배웠다.

나는 "서울띠기"로부터 빠구리라는 것을 알고 여러가지 기술도 배웠으며, 이미영 선생에게서 성과 관련된 어느 정도의 기초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달자를 통해 풍습과 세속의 몰랐던 부분을 들여다 볼 수도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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