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세탁소 - 7부

제 7 화 : 이런 일 저런 일









#01 패왕색과의 데이트







안명수로부터 온 메시지는 퇴근 시간을 말해달라는 것이다. 그 시간에 그녀가

백화점 입구에서 기다리겠다면서 자기가 오늘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세영은 뚜껑이 열리려고 한다.





"무슨 이런 일이?"

"진정하세요. 커피만 ..."

"장난치나? 시작이야 커피죠. 다들 아이스크림, 떡볶이 음료수 이렇게 시작해."

"내가 고객이랑 사고 치겠어요?"

"네가 고객이랑 사고 치는게 아니라, 고객이 너랑 사고치는 게 문제야!"

"그럴 일 없을 거라니까."

"패왕색기를 이기려면 ... 견문색기를 방출 해야해. 알았지?

"도대체가 ..."

"가르쳐주면 고맙다고나 해"







정수는 간신히 세영을 달래야 했다.

그리고 저녁 6시에 퇴근하도록 허락을 받았다.

퇴근하는 그의 등에 대고 세영이 한마디를 던졌다.



"저녁 6시에 언넘이 커피 마셔?

저녁 먹고 술 마실 것이 뻔하구만.

누구는 왕년에 연애 한 번 안 해 본 줄 아나?

술이 술로 끝나냐?

잘 해보셔. 흥!"



"사장님, 함 두고 보세요."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 내 촉은 못 속여!"





그는 백화점 입구에서 기다리는 안명수 고객에게로 갔다.



안명수는 그를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퇴근 한 거죠?"

"예."

"어느 노동이건, 노동이란 것은 항상 살인적인 거야."

"살인은 심하다."

"그 노동이 끝나면 그 이후의 시간은 꿀처럼 즐길 권리가 있어야 해."

"기대되는데요."

"나도 오늘 노동 했으니까 마약이랑 즐길 거야. 좋죠?"

"그런데 ..."

"뭐가 불만?"

"운전 좀 제발 똑바로 ... 저 아직 일년은 더 살아야 해요."







안명수는 운전하면서 가끔씩 정수를 본다. 등받이에 기대고 잔뜩 못마땅한 척 하고 앉아서

전방을 주시하는 정수의 모습이 얼핏 봐서는 제법 섹시해 보인다.



그런데 안명수가 정수를 데리고 간 곳은 바로 자기집이었다.





"실망?"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망이 있겠어요?"

"이런 섹시한 누나가 데리고 나가는 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마약씨 잘못이야."







정수의 눈에 보이는 안명수의 얼굴에는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오늘 하루를 돌이켜봐도 순탄한 하루였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안명수는 정수를 거실에 팽개쳐두고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그 날처럼 슬립은 아니었지만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원피스와 슬립이 색깔과 천의 재질만 다른 것이고 생김새는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처럼 안명수의 가슴은 아슬아슬하게 옷에 가려져 있었지만 약간 과하게 솟아있다.

오늘은 그 날과는 달리 정수가 손을 뻗어서 한 번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정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그녀는 저녁식사를 준비한다면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와인 한 병을 꺼냈다. 정수가 생각할 때 세영의 말이 딱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수는 마지막에는 세영의 침대에 가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주문한 음식이 왔다.

다름 아닌 냉채족발과 보쌈이다.

아미도 5인분은 되나 보다.



두 사람은 식탁에 거의 나란히 앉았다.

마주 앉지 않은 것은 명수의 고집 때문이다.





"내가 너무 섹시해서 마약씨가 늑대로 변하면 안되니까."







이것은 명수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마도 그가 명수의 건너편에 앉는다면 명수는 숨쉬는 법을 잊어버릴 것만 같다.

한번 명수의 시선이 그의 시선과 붙으면 떨어질 줄 몰라 한다는 것.

이런 저런 문제로 명수는 그를 옆자리에 앉게 했으나 나란히는 아니고 직각으로 앉았다.



명수는 창문을 보고, 또 정수는 거실의 벽을 보고 앉았다.

이들 두 사람 사이에는 테이블의 모퉁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남자.

문명 뭔가가 있다.

명수가 가진 여성의 본능적인 촉이 감지한 사실이다.

생김새도 묘하고.

어쨌든 지금까지 다른 남자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그 무엇인가가 확실히 있다.





그의 붉은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명수의 시선을 잡아 끈다.

그의 입술이 살짝 멀어질 때 명수는 정신이 혼미해온다.

입술은 여성스러운 라인이지만 턱선은 뚜렷한 남성라인이다.



거리가 좁혀져도 이렇게 직각으로 좁혀지니까

명수는 정수에게 향긋한 향기를 풍겨주고,

정수는 그 대신에 명수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정수는 또 명수의 안구를 정화시켜주고,

명수는 정수에게 이상한 변태 같은 생각을 갖게 한다.



명수가 그를 처음에 세탁소에서 봤을 때, 또 이 집으로 배달 왔을 때 그때부터 왜 자꾸

명수의 마음에서는 화산이 폭발하듯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잡다양하게 끓어오를까?



왜 그 날 이후로 날이 갈수록 정수에 대하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서럽고 섭섭한 감정만

쌓여왔을까?





욕정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성욕이다.

명수의 여성적인 촉이 또 이런 결론으로 매듭지었다.



이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참담하다.





명수 자신은 미녀임에 틀림없으므로 저 남자는 야수이어야만 할 것 같다.

원래 명수의 예감은 집요하고 지독한 면이 있다.

이 예감은 이번에 불길하고 야릇하게 다가온다.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전신에 걸쳐서 불쾌한 예감이 휘감아온다.





정수는 열심히 족발과 보쌈을 입에 구겨넣고 우걱댄다.

양쪽 볼이 제법 요염하게 실룩댄다.

저대로 두면 체해서 나중에 잡에 갈 때는 손가락 발가락 다 따고 먹은 것을 다 토해서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질 것만 같다.



명수는 우선 자신의 모든 표정을 숨겼다.

그녀는 현명하게도 그의 모든 식사행위를 중단시키고 생수 한 컵을 비우게 했다.

인류의 구원이 별것인가?

옆에 있는 한사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 아닌가?

물론 첫발자욱은 항상 힘들다.





이 남자는 제법 예쁘게 스타일링이 되어있다.

비쥬얼은 봐 줄만 하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근본이 너무 잘생겼다.

그게 문제다.



안명수는 답답하다.

문제를 어렵게 찾아냈으나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다음 주 주말에 이 남자를 데리고 엄마에게 가서 인사시키고,

엄마가 허무맹랑한 맞선 자리로 자신을 내모는 행위를 더 이상은 하자 못하게

금지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런 각양각색의 오만 잡생각을 다하면서 족발과 보쌈을 먹으니 드디어는 명수

자신도 체할 것 같다,

이 남자도 아까 머리 속이 복잡했구나.

머리가 복잡할 때 음식을 먹으면 체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남녀 공통이구나.







"맛있어?"

"예"

"거짓말 하지 않아도 돼. 내가 한 것 아니니까."

"거짓말 안 해요."

"내가 누나 하면 안될까?"

"하고 싶으시면 하세요."

"허쭈? 내가 큰맘 먹고 누나 해주겠다는 데, 너도 따라서 큰맘 먹고 하라고 하냐?"

"그건 아닌데 ..."



정수는 경애누나가 생각났다.

언젠가는 누나와 침대에 가세 된다는 사실.





급속히 맺어진 남매결연이 화인 한잔으로 조인되었다.

안명수는 그에게 그의 과거사에 대해 질문을 했다.

정수는 친절하게 대답했다.



부모님의 사망,

누나와 살던 시절,

길거리 스카우트,

음악공부 와 학교공부,

학교공부,

오디션

세탁소 취직





자신의 인생에 이렇게 많은 굵직한 항목들이 많이 있음을 정수는 이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동생아."

"예?"

"눈물난다."

"울지 마세요."

"진짜 우는 것 말고."

"그럼?"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 이말이야."

"예"

"이 섹시한 누나가 정수 도와줄까?"

"어떻게요?"

"누나 직업이 뭔줄 알아?"

"방송사에서 근무하신다면서요?"

"맞아. 기자야."

"예"

"이거 기사로 만들자."

"무슨 기사?"

"마약의 성분"

"참나..."

"오늘의 네가 있기 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그거 누가 관심 있어해요?"

"연예 쪽은 이런 기사 아주 좋아."

"예"

"일단 이번 주말 쯤 해서 신문기사로 한 번 뜨고."

"예"

"다음에는 TV 프로에 좌담회나 예능 프로 뭐 이런 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네 후배들을 생각해.

어렵더라도 이 엉아 처럼 좌절하지 말고 꿈을 잃지 말고 살으라고."



"할께요."

"내 말 대로 해."





안명수 기자는 한정수를 어려운 환경을 남매의 힘으로 극복해서 성공신화를 만들려고

현재 노력 중인 한정수와 한경애를 취재해서 기가화 하기로 약속했다.



안명수는 그를 세영의 집에 데려다 주었다.

세영의 촉이 다 맞은 것은 아니다.





* * * * * * * * * *





#02 박하나 고객의 법정 소송









세영은 여성 고개 박하나씨로부터 흰색바지를 수선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잘라낼 부분을 검은 색 펜으로 표시해서 다른 세탁소에 보내서 바지의 길이를 줄였다.





그런데 박하나 고객은 바지를 집에서 물세탁을 하자, 흰색바지에 남아있던 펜 잉크가

번져버렸다. 바지를 입을 수 없게 되었다. 박하나 고객은 세탁소 주인 세영을 상대로

바지가격 22 만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 때 세영은 잘못을 인정하고 25만원을 변상해주어서 소송이 취하됐었다.



그러나 세영은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다가 박하나씨의 바지의 실제 가격이

22 만원 것을 알았다. 백화점에 다른 매장에서도 맞다고 했다.



세영은 못 쓰게 된 바지라도 돌려달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세영이 단단히 약이 올랐기 때문이다.<"yadam5.net"br />


그런데 법원의 판결은



"원고(세영)가 바지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했기 때문에

피고(박하나)는 바지를 돌려줄 의무가 있지만

당시 바지의 상태를 고려할 때 이 바지의 재산상 가치는 0원"



이었다. 따라서 재산이 더 이상은 아니기 때문에, 재산에 대한 권리도 의무도 없고,

주고 받고 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세영의 원고청구는 기각되었다.



이렇게 이 나라의 법은 세영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다.





* * * * * * * * * *









#03 정영숙고객에게 배달사고







정영숙고객이 정수를 찾아왔다.

그녀는 세영과는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정영숙고객이 정수에게 하소연한 내용은 이렇다.





과거에 세영은 직원을 시켜서 단골 정영숙 고객께 세탁이 끝난 5벌의 바지를 배달하도록 했다.

이 고객도 확인을 하지 않고 그냥 받았다고 한다.

확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서로를 믿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정영숙 고객이 바쁘게 살다 보니까.





정영숙 고객은 전화로 오후 1 시쯤 세영에게 하소연을 해왔다.



"배달하신 분 돌아가고 나서 10 분쯤 후에 외출하려고 바지를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요.

혹시나 하고 개수를 몇 번 헤아려보니 분명 5벌개 뿐이거든요.

원래 맡긴 것은 6벌인데."



"고객님, 보관실과 배달하는데 쓰는 승합차를 찾아보고 연락해드리겠습니다."



세영은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다.

세영은 오후 5 시가 넘어서 세영이 정영숙 고객에게 전화를 했다.



"여기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죄송하지만 고객님 께서 한번 더 자세히 찾아봐 주시겠어요?"



"여기는 찾을 곳이 없어요. 워낙 간단한 옷장이라서요."

"얼마 주고 구입하셨어요? 정 안되면 저희가 배상 해야죠."



"그 바지는 구입한지가 1주일도 안됐고, 처음 세탁이었고,

가격은 14만원이었어요."





정영숙 고객은 그 뒤에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계속 했다고 한다.



2개월이 지난 후에 세영은 정영숙 고객을 우연히 동네 어귀에서 오전 10시쯤

정면으로 마주쳤다.



정영숙 고객은 화가 났지만 참으면서 이럴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세영은 그날 오후 5시까지 꼭 연락 주겠으며, 다시 찾아보고 없으면 변상하겠다고 했다.

정영숙 고객에게는 무조건 기다려달라고 했다.



정영숙 고객은 세영이 말하는 기다리라는 말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다렸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정영숙 고객은 정수에게 말했다.

"사람을 속이는 것은 같아서 기분 나빠요.

차라리 사실대로 이러저러해서 서로가 실수 이니까 절반이라도 변상해주겠다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정영숙 고객의 문제는 영수증을 받지 않은 것 뿐이다.

14만원이라는 영수증, 또 세탁소에서 6개를 세탁했다고 발급한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는 뭐라고 말 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몇 년간 장기고객이면 세영이 변상을 했어야 한다.



그날 정수는 세영을 시켜서 그 자리에서 정영숙 고객에게 배상을 하게 했다.



일은 마무리 지어졌다.





"왜 바로 배상 안했어요?"

"하루 고객이 200 명이야. 자꾸 잊어먹나 봐."



"벌써 치매세요?"

"야!.. 요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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