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비밀일기 -3부

xx년 1월 17일
미정이를 만나러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미정이가 웬 남자 두 명과 같이 나와 있었다.
같이 골프 연습장에 다니는 남자들이라고 소개를 해서
얼떨결에 같이 인사를 했지만 속으로는 당황되기도 하고
미정이가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남자들을 데리고 나온 것이 화도 났다.
내가 미정이 옆자리에 앉으면서 작은 소리로 "이게 뭐야?" 하고 짜증스러워 했더니
"뭐 어때? 우리 둘만 밥 먹는 것보다 남자들이랑 같이 먹으면 더 좋지!" 하면서
전혀 아무 일도 아니라는 투로 말을 하는 바람에 나는 속으로 더 화가 났다.
미정이가 또 "얘가 지금까지 지 남편 하나만 보고 살아온 애라 좀 쑥맥이에요!
아마 처음 남자들이랑 같이 만나니까 부끄러운가봐요!" 하고 쓸데없는 소리까지 해서
남자들이 나를 보고 웃는 통에 얼굴까지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공연히 죄지은 사람처럼 남자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있자니
생각할수록 미정이가 한 짓이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학교 다닐 때부터 남학생들에게 하도 꼬리를 치고 다녀서
늘 주변에 남학생들이 수도 없이 많았던 미정이였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결혼해서도 하고 다니는 짓이 옛날이나 어쩜 그렇게 똑 같은지 모르겠다.
저야 원래 그런 애라 무슨 짓을 하고 다니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닌 일이지만
왜 멀쩡한 나까지 이런 자리에 끌어들여서 나를 이상한 여자로 만드나 하는 생각에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었고 미정이가 밉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 난 입만 꼭 다물고 있었다.
미정이가 남자들과 메뉴를 놓고 한참 떠들다가 날 보고 무얼 먹을꺼냐고 물어서
아무거나 시키라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스테이크로 통일하고 포도주까지 시켰다.
난 솔직히 입맛이 딱 떨어져서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 때 갑자기 미정이 앞쪽에 앉아있던 남자가 나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했다.
그러자 내 앞에 앉아있는 남자도 따라서 날보고 보기 드문 미인이라고 칭찬을 했다.
그랬더니 또 미정이 쪽의 남자가 내가 지적으로 보이면서도 너무 섹시하다나?!
들어올 때 봤는데 내 몸매가 처녀 못지 않다는 소리까지 했다.
내가 화난 표정으로 앉아있으니까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한 소리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남자들에게 그런 칭찬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고도 남자들이 계속해서 내 칭찬을 늘어놓으니까 미정이가 샐쭉해져서 한마디를 했다.
"아, 됐으니까 이제 그만들해요!.....여자 둘 앞에 앉혀놓고 한 사람만 예쁘다는 소리를 하면...
옆에서 듣고 있는 내 생각은 정말 하나도 안 하네?!......"
그러자 남자들이 미정이는 그전부터 봐서 이미 예쁜 걸 알고 있으니까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거고
나는 오늘 처음 봤기 때문에 칭찬을 하는 거라고 했는데도 미정이는 별로 기분이 풀어지지 않은 표정이었다.
사실 미정이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순진하면서도 귀엽게 생겨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었다.
얼굴은 무슨 시트콤엔가 나오는 이제니인가 하는 애하고 비슷하게 생긴데다
가슴도 남자들이 보면 침을 질질 흘릴 만큼 커다란 왕가슴이라 남자들이 특히 좋아했었다.
전에는 몸매도 날씬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좀 통통해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예쁜 편이다.
솔직히 나도 처녀 때 미인 소리를 질리도록 많이 듣긴 했어도
미정이에 비해서 나는 학교 다닐 때 별 인기가 없었다.
나를 따라다니던 남학생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집안이 엄한데다 내가 남자들과 잘 어울리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내 주변에는 미정이만큼 남자들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남편과 결혼할 때까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했을까?!
나는 남자들에게 거만하고 도도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아마도 나의 그런 외모 때문에 남자들이 나를 대하는 게 많이 거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유야 어쨌든 간에 겉으로 내색은 못 했지만 한 때는 미정이 주변의 많은 남자들을
부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키는 내가 미정이 보다 몇 센티는 더 크고 몸매도 미정이보다 훨씬 날씬하다.
가슴이야 물론 미정이하고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가슴 작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처녀 때는 몸의 다른 곳에 비해서 히프가 좀 큰 게 불만이고 콤플렉스였는데
거의 그런 식의 허튼 소리를 안 하는 우리 남편이 가끔씩 섹시하다고 칭찬하는 게 내 히프다.
목욕탕 같은데서 내 벗은 몸매를 봐도 아직까지는 가슴이나 히프가 쳐졌다는 생각이 안 든다.
목욕탕의 때미는 아줌마도 늘 내 몸이 처녀 같다고 칭찬을 하면서
내 남편이 얼마나 좋아하겠냐고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런데도 언제나 미정이와 남자 앞에 있으면 늘 주눅이 드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그런 미정이 앞에서 남자들에게 칭찬을 들으니 미정이 기분이야 어쨌든 내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포도주가 와서 포도주를 잔에 따라 서로의 잔을 부딪히는데 그 때 또 장사장이란 사람이 -
미정이 앞쪽에 앉은 사람이 장사장이라고 했고 내 앞에 앉은 사람은 윤사장이라고 했다 -
또 내 얘기를 해서 미정이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야, 성희씨는 볼수록 더 미인이시네!.....
내가 미정씨보다 성희씨를 먼저 만났으면 성희씨한테 프로포즈하는 건데!...."
그 소리를 듣자 미정이가 벌컥 화를 냈다.
미정이가 들었던 포도주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렇게 성희가 마음에 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파트너 바꿔!........" 하고
정말 화가 많이 난 듯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바람에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미정이의 말투를 보니까 미정이하고 장사장하고는 전부터 둘 사이에 뭐가 있는 눈치였고
아마도 자기들끼리는 사전에 윤사장이라는 사람을 날 소개시켜 주겠다고 데리고 나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내가 못 된 건지는 몰라도 미정이가 그렇게 화를 내니까 나는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남자들이 미정이보다 나에게 더 관심을 갖고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뿌듯했다.
마치 내가 미정이랑 싸워서 미정이를 눌러 이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정이는 한동안 식사를 하면서도 화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입맛도 달아났는지 먹지는 않고 괜히 썰어놓은 고기를 계속 난도질했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식욕이 살아나서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괜히 기분이 붕떠서 차를 가져갔는데도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해서 한잔을 거의 다 비웠다.
미정이는 장사장이 계속 살살거리고 비위를 맞춰서 식사가 끝날 때에는 화가 좀 풀어졌는데
그래도 음식은 반도 못 먹고 남겼다.
포도주가 좀 들어가자 나도 용기가 나서 앞에 앉은 남자들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장사장이란 남자는 미남형이었고 윤사장은 좀 우락부락한 게 남자답게 생긴 타입이었다.
장사장은 재잘재잘 여자처럼 좀 말이 많은 편이고 윤사장은 좀 과묵한 편이었다.
사장이라고 하니까 두 사람 다 돈이 많은지는 몰라도 장사장은 양식을 먹는 매너가 영 아니었다.
양식을 먹는 데 마치 한식을 먹는 식으로 퍼먹었다.
반면에 윤사장은 포도주 잔을 잡는 거나 포도주를 따르는 거, 음식 먹는 매너 이런 것들이
생긴 것과는 달리 장사장에 비해 훨씬 세련되어 보였다.
젊었을 때라면 무조건 잘 생긴 장사장 쪽에 관심을 가졌겠지만
나이가 먹으면서는 잘 생긴 것보다는 매너 있는 사람이 더 괜찮아 보인다.
계속 만날 일도 없고 식사하는 동안에 그냥 마주보고 앉은 사이에 불과하지만
만일 미정이가 장사장을 날 소개시켜주겠다고 데리고 나와서 장사장이 내 앞에 앉아있었다면
아마 밥맛이 반쯤은 달아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보면 미정이 년은 아직도 남자를 보는 눈이 없는 것 같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저 잘 생긴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모양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노래방엘 가자고 했다.
나는 남자들을 먼저 보내고 미정이랑 둘이 남아서 얘기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미정이가 먼저 나서서 좋다고 했다.
내가 대답을 안 하고 미적거리니까 술도 한잔씩 했으니까 깨고 가는 게 좋다며
남자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남자들이 먼저 자리를 뜨고 난 뒤에 미정이에게 노래방에 가기 싫다고 했다.
그랬더니 미정이 년이 비싼 밥 얻어먹고 그냥 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잔말말고 가자고 했다.
미정이가 이 비싼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부터 진작 눈치를 했어야 하는 건데
미정이년이 미리 이런 걸 다 계획하고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미정이를 따라 근처 노래방으로 갔다.
술이나 깨고 가자던 남자들이 노래방에 들어가길 무섭게 맥주부터 시켰다.
미정이년은 아예 차를 안 가져왔는지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댔고 나는 음료수를 마셨다.
남자들이 나보고 먼저 노래를 하라는 걸 못 한다고 뺐더니 미정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서 장사장이 좀 한물간 노래를 부르는데 많이 불러본 솜씨 같았다.
윤사장도 노래를 하고 내가 끝까지 빼니까 자기들끼리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더니
어느새 장사장과 미정이가 껴안고 부루스를 추고 있었다.
윤사장도 가끔씩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고 나는 얼른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멀거니 앉아 있었다.
미정이가 그런 나와 윤사장을 보고 둘이 부루스도 안 추고 뭘 하냐고 성화를 했다.
윤사장이 나에게 손을 내미는데 거절하기가 뭐해서 손을 잡았다.
잔뜩 엉덩이를 뒤로 빼고 윤사장의 손을 잡았는데 다행히 윤사장이 몸을 붙여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정쩡하게 둘이 마주서서 발만 움직이고 있는 사이 노래가 끝나서 자리로 돌아오려 했더니
또 다시 느린 노래가 나오면서 윤사장이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윤사장의 손을 다시 마주 잡았는데 이번에는 아까보다 몸을 더 밀착해오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에 슬쩍 슬쩍 몸을 비벼오는 느낌도 들었다.
그냥 모른 척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에 물컹하고 내 다리에 남자의 성기가 닿는 느낌이 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얼른 엉덩이를 뒤로 뺐다.
윤사장도 내가 왜 그랬는지 눈치를 챈 듯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두 남자가 작정을 한 듯 번갈아 가며 느린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자리에는 앉을 새가 없었다.
미정이는 아예 장사장의 가슴에 머리를 박고 두 팔로는 장사장의 목을 껴안은 채
장사장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붙어 있었다.
장사장은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미정이의 엉덩이를 슬슬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정이는 아무렇지도 안은 듯 그냥 장사장만 부둥켜안고 있었다.
하여튼 미정이년 남자 밝히는 건 예니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내가 그런 미정이와 장사장의 모습을 힐끔거리다 장사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장사장이 씽긋 웃더니 노래를 부르다 말고 갑자기 이러는 거였다.
"야! 윤사장! 너는 부루스 기본도 모르냐? 그걸 무슨 춤이라고 추고 있어? 이런......." 하더니
미정이를 밀쳐내고는 윤사장의 손을 잡고 있는 내 손을 가로챘다.
나는 엉겁결에 장사장의 품에 안기게 됐고 윤사장은 그런 우리 둘을 멀거니 쳐다봤다.
"내가 성희씨하고 부루스추는 시범을 보여줄 테니까 너는 미정씨하고 춤 춰!.....
짜식이 춤도 못 추면서!......"
그러더니 장사장이 내 허리를 두 손으로 꽉 껴안아 잡아 다녔다.
그 바람에 "허억!" 하고 내 입에서 김빠지는 소리가 났다.
내가 당황하는 사이에 내 몸은 어느새 장사장의 몸에 착 달라붙게 되었는데
뭔가 딱딱한 게 내 아랫배를 쿡 찔렀다.
발기된 장사장의 성기가 틀림없었다.
내가 놀라서 얼른 몸을 빼려고 하자 장사장이 "가만히 계세요! 남녀가 이렇게 몸도 맞대지 않으면
뭐하러 부루스를 춰요? 다 이럴려고 추는 거지!......" 하면서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놀라고 당황해서 미정이를 쳐다봤더니 미정이는 어느새 윤사장의 허리를 두 팔로 두르고 있었고
윤사장도 마찬가지로 미정이의 허리를 껴안고 있었다.
좀 전에 나와 춤추던 때와는 너무도 다른 자세였다.
"아이! 나 이런 거 싫어요!......나 춤추는 거 안 좋아해요!" 하면서 내가 기어코 몸을 빼내려 하자
"아아! 알았어요!....안 그럴 테니까 그럼 가만히 춤만 춰요!" 하더니 장사장이 그제야 허리를 놓아주었다.
장사장의 몸에 내 몸이 닿지 않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장사장은 기회만 되면 자신의 불룩한 바지 앞섶을 내 몸에 붙여왔다.
그렇지만 장사장의 성기가 내 몸에 닿을 때마다 흥분보다는 징그러운 생각이 더 들었다.
장사장이 중간에 내 귀에 대고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다.
"성희씨! 언제 우리 둘이만 한번 만날래요?......"
남자들이란 어떻게 그렇게 하나 같이 똑같은지!
몇 번을 얘기해도 내가 아무 대답도 안 하니까 제 풀에 지쳐서 나를 놓아주었다.
남자들이 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을 내가 먼저 빽을 들고 노래방을 나왔다.
남자들은 헤어지면서 다음에는 같이 나이트라도 가자는 소리를 했지만
나는 오늘 즐거웠다는 말만하고 얼른 헤어져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면서 가만 생각해보니 미정이가 나에게 나이트 가자고 구슬리던 것도
이 남자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미정이가 전화를 해서 오늘 본 윤사장이 어떠냐고 물었다.
사람을 한 번 보고 어떻게 아느냐? 나는 관심도 없다고 했더니
미정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니까 몇 번 더 만나보라면서 또 나이트 얘기를 꺼냈다.
나이트에 못 가서 환장한 것처럼 나를 졸라댔지만 못들은 체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xx년 1월 21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정이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 졸라대는 바람에 어제 결국 나이트에 갔었다.
지난번에 만났던 장사장, 윤사장과 함께였다.
사실 나이트에 가기로 내가 마음을 바꾼 것은 미정이가 못 살게 졸라댄 까닭도 있었지만
윤사장이 매일 내 얘기를 한다면서 윤사장이 완전히 나에게 푹 빠진 모양이라는 미정의 말에
내 마음이 움직인 까닭도 있었다.
내가 윤사장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 그렇게 나를 좋아한다는 윤사장을
한 번쯤은 더 만나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진짜로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을 못 들어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나이트에 가서 같이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그랬다.
차를 안 갖고 간데다 장사장과 윤사장이 구면이라 그래도 마음이 편한 구석이 있어서인지
평소 내 주량보다는 조금 술을 더 마셨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윤사장이 지난번 노래방 때와는 달리
내 몸을 슬쩍슬쩍 만져도 모르는 체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윤사장의 발기된 성기가 내 몸에 닿을 때도 있었지만 그리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자극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대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에 장사장이 갑자기 폭탄주 한잔씩을 하자며 잔을 돌렸다.
나는 속으로 좀 걱정도 되었지만 미정이도 끄떡없이 마시고
당시 흥이 조금은 올라있던 상태이기도 해서 내 차례가 오자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마셨다.
생각과는 달리 독하지가 않아서 양주를 마시는 것보다 오히려 마시기가 쉬웠다.
여자들이 빼지 않고 잘 마시니까 이번엔 윤사장이 또 폭탄주를 만들어서 돌렸다.
그래서 또 잘난 체를 하고 받아 마셨다.
그리고는 윤사장과 춤추러 나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는 생각이 안 났다.
어느 순간 가슴이 답답하다는 생각에 눈을 떠봤더니 윤사장이 내 몸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랬더니 윤사장도 같이 놀라는 기색이었다.
나는 어서 비키라고 하면서 윤사장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윤사장은 꼼짝도 안 했다.
윤사장은 오히려 나에게 여기까지 같이 잘 와서 갑자기 왜 이러느냐? 고 나를 달래려 했다.
나는 그제야 주위를 둘러봤더니 무슨 호텔방 같았다.
나는 더욱 기겁을 해서 윤사장을 밀쳐내려고 했다.
그러자 윤사장도 마음이 다급해졌는지 내 팬티를 벗겨내려고 했다.
그 때에야 나는 윤사장의 성기가 내 사타구니에 닿아 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윤사장이 내 팬티를 벗기려는 것을 막으면서 한동안 반항했지만
역시 힘으로는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
윤사장이 기어코 내 팬티를 벗겨내자 나는 그만 반항을 포기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남편밖에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다른 남자에게 당하고 마는구나 하는 설움에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랬더니 내 팬티를 끌어내리던 윤사장의 움직임이 순간 주춤하는 기색이 들었다.
그러자 그 때 내 입에서 참으로 엉뚱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사장님! 살려주세요! 네?......살려주세요! 나 이러면 죽어요!"
내가 엉엉 울면서 그런 소리를 하니까 윤사장도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한동안 울면서 사정하는 내 모습을 내려다보던 윤사장이 나에게 물었다.
"성희씨!.....그렇게 싫어요?........나랑 이러는 거 싫어요?"
나는 그 말에 대답도 못 하고 그저 살려달라는 말만 계속했다.
그러자 윤사장이 내 몸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알았어요! 성희씨가 그렇게 싫으면 나도 억지로 성희씨 괴롭히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그 틈을 이용해서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다.
팬티를 다시 올리고 걷어올려진 치마를 내린 뒤 눈에 보이는 대로
한 쪽에 놓여진 내 쟈켓과 코트를 집어들고 정신 없이 방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막 두 세 걸음을 걷다 보니까 핸드백을 안 들고 온 생각이 났다.
나는 내가 금방 뛰쳐나온 방의 벨을 눌렀다.
내가 계속 벨을 눌러대자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웃고 있는 윤사장의 손에는 내 핸드백이 들려있었다.
나는 얼른 윤사장의 손에서 내 핸드백을 뺐듯이 낚아챘다.
그리고는 황급히 뒤돌아서 오는데 문득 윤사장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윤사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사장님! 고마워요!........이 은혜 안 잊을게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나는 빠르게 복도를 걸어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혹시라도 그동안 윤사장이 마음이 변해서 쫓아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안절부절을 못 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떻게 호텔을 나왔고 택시를 잡아탔는지도 모를 정도로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 안에서 문득 미정이 생각이 나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야 미정이 하고 통화가 돼서 내가 미정이에게 따졌다.
어떻게 술 취한 나를 놓아두고 혼자 갈 수 있느냐고 했더니
미정이가 하는 말이 자기도 술에 취해서 어떻게 된 건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었다.
"너 집에 몇 시에 들어갔어?....."
"나? 두시쯤!.......근데 그건 왜?"
내가 집에 온 시간이 열 두시가 채 안 됐었으니까 나보다 두시간이나 늦은 시각이었다.
"너 두시까지 어디 있었어?.....너 그때까지 뭐했어?"
"........이 기지배가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두시까지 뭘하든?.... 니가 무슨 상관있다고 그걸 나한테 물어보고 따지고 그래, 지금?"
"너 빨리 말 안 해?.......너 뭐했어? 너 뭐하느라고 날 내팽개쳐두고 너 혼자 어디 가서 뭐 했냐구?"
"이게 미쳤나?....내가 언제 널 혼자 내팽개치고 가?.....너랑 나랑 같이 갔잖아?!"
"같이 가? 어딜 같이 가?"
"어디긴 어디야? 이 기지배가 정말.........너 정말 기억 안 나?"
"글세 어디냐니까? 내가 어딜 너랑 같이 갔다고?"
"이게 정말 정신이 나갔었나 보네!.......야, 이 기지배야! 우리 같이 호텔에 올라간 거 기억 안나?"
"뭐? 내가 너랑 호텔에 같이 올라갔다구?"
"그래! 이 기지배야!......윤사장 팔에 매달려서 잘만 따라가더구만!"
"내가? 내가 윤사장 팔짱끼고 따라갔다구?......."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전혀 그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 이 기지배야!.....남편 집에 없는 게 불쌍해서 내가 간만에 몸 좀 풀게 해줬더니.......
이게 좋다고 따라갈 땐 언제고 왜 이제와서 나한테 따지고 난리야?"
"....................."
나는 여전히 멍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호호호!.....근데 윤사장 그거 잘 하데? 응? 어젯밤에 좋았어?........."
"이게!.......좋긴 뭐가 좋아?"
"왜? 윤사장이 그거 잘 못해?........보기엔 안 그렇게 생겼는데........!
너 솔직히 말해봐!.....너 좋았으면서 괜히 나한테 창피하니까 딴 소리 하는 거지? 응?"
"이런 미친........내가 너 같은 줄 알어?"
"왜? 별로 였어?......그럼 너 이제 윤사장 안 만날 거야?"
"몰라! 이 기지배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게 바로 어젯밤과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생각할수록 윤사장이 고마웠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를 보내줄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장사장이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역시 남자는 외모보다 매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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