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이 된 아내 - 10부
2018.04.14 20:08
첩이 된 아내
첩이 된 아내10부
주연과 성호의 섹스를 화면으로 지켜보던 자오는 흐뭇했다. 그는 자기 얼나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분명 만족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방금 전 자신과 섹스를 할 때 쾌락에 자지러지던 표정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다만 남편에 대한 예의상 흥분한 척 연기를 했을 따름이었다. 자오는 주연이 완전히 자신의 여자가 됐다고 확신했다.
자오는 사업상 중국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는 남은 기간 동안 주연에게 남편 성호와의 동침을 허락했다. 애첩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었다. 주연도 이틀간 밤마다 의무적으로 남편에게 봉사했다. 하지만 섹스 후에는 자오의 품만 더 간절히 생각날 뿐이었다.
드디어 남편 성호의 미국 일정 마지막 날, 주연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남편을 위해 공항으로 배웅을 나갔다. 그녀는 공항 라운지의 커피숍에서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연출하느라 애를 먹었다. 커피숍에 남편과 마주 앉아 있는 주연의 시야에 언뜻 낯익은 얼굴이 비쳤다. 핑이었다. 그는 남편 등뒤로 커피숍 카운터에 가서 음료수를 주문하는 척했다. 주연은 남편을 의식해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손에 땀이 흥건했다. 레몬티를 한 잔 산 핑은 주연에게 눈짓을 했다. 밖으로 나오라는 뜻이었다. 주연은 잠시 남편의 눈치를 보다 말을 꺼냈다.
“오빠,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갑자기 배가 아프네. 쫌만 기다리고 있어.”
주연은 커피숍 밖에서 주위를 살폈다. 30미터쯤 떨어진 곳 대기 의자에서 핑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핑은 벌떡 일어서더니 뚜벅뚜벅 앞서 걸었다. 주연은 영문도 모른 채 핑과 간격을 유지하며 뒤따라갔다. 핑은 공항 구석의 여자화장실로 잽싸게 들어갔다. 그 화장실에는 <고장, 수리중>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주연도 잠시 머뭇거리다 핑을 따라 들어갔다.
“슈, 이리 와요. 여긴 아무도 안 들어올 거예요.”
핑은 주연의 손을 잡고 가장 끝쪽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갔다. 좁은 화장실 공간 안에 주연과 핑은 마주보았다.
“핑, 뭘 어쩌려고 이래요? 보는 눈도 많은 공항에서.”
“걱정 말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화장실 오는 줄로 알았을 거예요. 아무도 우리 둘이 여기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핑은 여유 있게 웃으며 주연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주연은 핑의 스킨향이 조금 진하다고 느꼈다. 자오의 것과 다른, 남편의 것과도 다른 젊은 남자의 페로몬처럼 느껴졌다.
“보고 싶었어요, 슈. 당신은 내 생각 안 했나요?”
창고에서 자신을 겁탈하던 때처럼 핑의 얼굴은 첫사랑을 앓는 소년과 같이 진지해졌다. 주연은 핑의 그 진지함이 두려웠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핑, 당신이 이렇게 나를 따라다니면 당신과 나 모두 위험해져요.”
여자의 냉정한 말에도 핑은 주눅들지 않았다.
“당신의 본심이 아니란 걸 알아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슈. 당신도 날 사랑하죠? 다만 말할 수 없을 뿐이예요. 당신의 표정이 그걸 말해주고 있어요.”
일방적인 해석. 일방적인 표현. 주연은 이 남자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나중에 이야기해요. 지금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요.”
주연은 핑의 손을 뿌리치고 나서려 했다. 하지만 핑은 주연을 완강히 억제했다.
“슈, 우리 여기서 짧게 해요. 시간 많이 빼앗지 않을게요.”
주연이 대답할 틈도 없이 핑의 입술은 주연의 입술을 덮었다. 그는 곧바로 치마 밑에 손을 넣어 팬티를 양손으로 잡고 힘을 주었다. 간단히 팬티가 뜯겨져 나갔다. 당황한 주연은 남자를 밀어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의 한 쪽 다리를 들었다. 그대로 남자의 자지가 여자의 옥문을 밀고 들어왔다. 미처 준비가 돼있지 않던 여자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파요.”
“당신을 바라만보는 내 마음이 더 아플 걸요.”
핑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동시에 주연의 블라우스 단추를 열었다. 마지못한 듯, 하지만 빠르게 주연도 함께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는 작업을 도왔다. 남자는 아예 주연의 양쪽 다리를 모두 들었다. 주연은 남자의 자지에 박힌 상태에서 공중에 떠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목을 잡고 흐느꼈다. 비밀스럽고 강렬한 섹스에 여자는 금세 흥분했다.
한동안 펌프질을 하던 남자는 여자를 내려놓고 변기를 잡은 채 뒤로 돌아서게 했다. 후배위로 여자는 남자를 받아들였다.
“슈, 당신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아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당신을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요. 사랑해요. 당신만을 사랑해요, 슈.”
열에 들뜬 젊은 남자는 나오는대로 지껄였다. 주연도 이 남자의 사랑고백이 싫지는 않았다. 게다가 짜릿한 섹스 이벤트가 남자에 대한 호감도를 더해주었다.
“당신은 매번 나를 강제로 가지는군요. 당신은 나쁜 남자야, 핑.”
두 남녀의 섹스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핑은 주연의 몸속에 사정을 했다. 주연도 흠뻑 젖었다.
“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빨리 돌아가야 해요.”
핑은 휴지로 보지를 닦는 주연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게요.”
주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핑에 대해 호감은 있었지만 그와 더 이상 가까워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다.
“핑, 내가 나간 다음에 시차를 두고 나와요.”
“걱정 말아요.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때까지는 절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씽긋 웃는 핑을 뒤로 한 채, 주연은 매무새를 다듬은 후 총총 남편이 기다리는 커피숍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아내가 늦은 데 대해 조금 이상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별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지레 민망한 아내도 괜히 남편을 재촉해댔다.
“빨리 들어가. 이러다가 괜히 늦겠다.”
주연은 출국하는 남편에게 다정한 굿바이 키스를 해주었다. 아내에게 키스를 받은 성호가 한 마디했다.
“자기한테서 남자 스킨향이 나네. 새로운 향수인가?”
주연은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지만 담담한 척 말을 받았다.
“실수로 자기 스킨을 조금 뿌렸어.”
“내 거랑 냄새가 다른 것 같은데.”
“아마 내 향수랑 섞여서 이상한 냄새가 날 거야. 집에 가면 빨리 샤워부터 해야겠다.”
주연은 태연한 척 애써 웃었다. 남편은 수긍했다는 듯 쿨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멀어져갔다. 출국 게이트의 문이 닫히고 주연은 돌아서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자오와의 관계도 전혀 의심받지 않고 넘겼는데, 마지막에 핑 때문에 일을 그르칠 뻔한 것이다.
남편이 돌아간 후 주연은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자오는 출장을 가지 않는 한 밤마다 주연을 찾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대머리 닥터우와 함께 쓰리섬을 즐기는 것도 계속됐다. 그녀는 날마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포즈를 준비해 자오를 만족시켰다. 자오는 첫 달 이후 매달 벌어졌던 난교파티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만큼 주연과의 섹스는 그를 만족시켰다. 주연도 자오에게 길들여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석 달 가량이 더 지나갔다.
핑은 어떤 재주를 부렸는지 자오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면 어김없이 주연이 쇼핑을 할 때 원래 경호원 대신 주연의 경호를 담당했다. 물론 그 날은 백화점 대신 멀리 외곽으로 나가 둘만의 밀회를 즐겼다. 때로는 호텔에서, 때로는 자동차 안에서, 때로는 야외에서 은밀하게.
어느 날, 자오는 닥터우가 아닌 낯선 백인 남자를 데리고 와서 2대 1의 질펀한 섹스파티를 벌였다. 그의 이름은 로이. 골든 드래곤의 혈맹인 마피아 조직의 우두머리였다. 그 후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쓰리섬에는 닥터우와 로이가 교대로 참여했다. 주연은 자오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았다. 시간은 그렇게 몇 달이 더 흘렀다.
그날따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주연은 라일라가 골라준 옷을 입었다. 옷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속옷이었는데, 안이 그대로 비치는 얇은 블랙 브래지어와 역시 같은 소재의 초미니 시스루 스커트, 그리고 티팬티였다. 그에 맞춰 검은 색 하이힐까지 신은 주연은 평소처럼 침대에 걸터앉아 다소곳이 라오공을 기다렸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라일라가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웠다.
“오셨어요... 그런데 보스 대신 다른 분들만 오셨네요.”
주연은 라일라의 말을 못 알아들었다. 주연이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전에 두 남자가 성큼 방안으로 들어섰다. 닥터우와 로이였다. 주연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회장님은 어디 계신가요?”
주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형님께선 오늘 바쁘시다는데. 그래서 우리 둘만 보냈지. 기대하라구. 형님 몫까지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주연은 경악했다. 아무리 지금껏 여러 차례 몸을 섞은 사이라지만 이건 상황이 다르다. 자오가 함께 있을 때 다른 남자들과 섹스를 하는 것과 자오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남자들을 상대하는 건 다른 문제다. 주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자오의 얼나이(첩)였다. 얼나이라면 라오공(서방님)에게 몸시중을 드는 건 당연하다. 라오공의 흥을 돋우기 위해 그의 앞에서 다른 남자들과 살을 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오공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른 남자들에게 가랑이를 벌려줘야 한다면 이건 창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주연은 저항했다.
“오늘은 싫어요. 다음에 오세요. 다음에 자오 회장님과 함께 오세요.”
“자오 말대로군. 네가 이렇게 나올 거라고 얘기해줬지.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말해줬고.”
마치 프로레슬러처럼 근육질의 거대한 몸을 가진 로이가 거친 콧김을 뿜으며 주연에게 다가왔다. 주연은 뒷걸음질쳤다. 그녀는 늘 라오의 살벌한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껴왔다. 주연이 버틴다면 아마 그는 완력을 써서 강간을 할 것이다.
“왜, 왜 이래요? 난 자오의 여자예요. 날 함부로 하면 자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위기의 순간에, 주연은 자오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몸은 이미 그의 것이었지만 어느새 그녀의 마음도 자오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옳지. 그렇게 앙탈을 부려야 제 맛이지. 자오도 이걸 원할 거야.”
로이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주연은 심장이 뛰었다. 자오가 허락한 일이다. 아니, 자오가 계획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자오는 어디에선가 모니터를 통해 이 장면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주연은 울컥 눈물이 솟았다.
“이러지 마. 마치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잖아. 그냥 즐기자는 거야. 너도 지난번에는 내 자지를 넣어달라고 우는 소리로 사정을 하더니 왜 이래.”
주연은 닥터우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가 거슬렸다. 오로지 여자의 몸에만 관심이 있는 수컷들의 저속함. 나쁜 새끼들. 이젠 아예 대놓고 나를 창녀 취급하다니. 주연은 화가 났다. 그녀는 돌연 옆 테이블의 꽃병을 집어 들어 탁자를 내리쳤다. 날카롭게 깨진 유리병이 칼날처럼 스산했다. 그녀는 결연히 유리병 끝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가까이 오지마. 너희들에게 몸을 주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주연의 표정엔 독기가 서렸다. 유리병을 잡은 채 떨고 있는 손목이 가늘었다.
“내가 말했잖아. 앙탈을 부려야 먹어줄 맛이 난다고.”
시종 여유롭던 로이의 표정에 일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싶더니 그가 잽싸게 여자의 손목을 나꿔채 비틀었다. 유리병이 힘없이 떨어졌다.
“아, 악!”
손목이 끊어질 듯한 고통에 주연은 소리를 질렀다. 로이는 간단히 여자를 침대에 내던졌지고는 그 육중한 몸으로 희고 여린 여자의 몸을 깔아뭉갰다. 이어서 닥터우가 침대 위로 올라와 주연의 머리 위에서 그녀의 양팔을 제압했다. 주연은 몸부림을 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묶어.”
닥터우는 주연의 손을 침대머리에 묶었다. 그녀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졌다. 브래지어는 힘없이 떨어져 나갔고 팬티도 찢겨졌다. 여자의 발버둥은 수컷의 성욕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로이와 닥터우는 번갈아 가며 주연의 보지를 빨고 가슴을 짓뭉갰다. 그녀의 보지와 항문은 여러 차례 수컷들에게 범해졌다. 주연의 흐느꼈다. 서러움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흐느낌이었다.
“슈, 정신이 드나요?”
침대에 묶인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주연을 챙겨준 건 라일라였다. 그녀는 주연의 손목을 풀어주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편안한 옷을 입혀주었다. 주연은 온 몸이 멍투성이였다. 주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도 우울했다. 라일라에게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내가... 잠이 들었었나요?”
눈을 뜨며 어리둥절해 하는 주연을 바라보며 라일라는 그저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엄마와 딸 같은 모습이었다.
“좀더 자도 돼요. 많이 힘들었나 봐요. 이번만은 회장님이 너무 하신 것 같아요.”
주연은 악몽 같던 상황이 떠올랐다. 지금껏 자오의 명령에 따라 각종 변태적인 섹스를 다 해봤지만 이번처럼 함부로 다루어진 적은 없었다. 아무리 첩이라 해도 여자는 남자에게 소중히 여겨지고 싶어 한다. 그동안 섹스 과정에서 주연은 자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 반발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항상 섹스만은 기분 좋게 마쳤다. 자오는 자신의 암컷을 다룰 줄 아는 남자였다. 하지만 로이를 데리고 오면서 자오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막연히, 주연은 자오가 달라지기 시작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벌써 그녀가 자오의 첩이 된 지도 10달가량 지났다. 1년 계약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첩이 된 아내10부
주연과 성호의 섹스를 화면으로 지켜보던 자오는 흐뭇했다. 그는 자기 얼나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분명 만족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방금 전 자신과 섹스를 할 때 쾌락에 자지러지던 표정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다만 남편에 대한 예의상 흥분한 척 연기를 했을 따름이었다. 자오는 주연이 완전히 자신의 여자가 됐다고 확신했다.
자오는 사업상 중국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는 남은 기간 동안 주연에게 남편 성호와의 동침을 허락했다. 애첩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었다. 주연도 이틀간 밤마다 의무적으로 남편에게 봉사했다. 하지만 섹스 후에는 자오의 품만 더 간절히 생각날 뿐이었다.
드디어 남편 성호의 미국 일정 마지막 날, 주연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남편을 위해 공항으로 배웅을 나갔다. 그녀는 공항 라운지의 커피숍에서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연출하느라 애를 먹었다. 커피숍에 남편과 마주 앉아 있는 주연의 시야에 언뜻 낯익은 얼굴이 비쳤다. 핑이었다. 그는 남편 등뒤로 커피숍 카운터에 가서 음료수를 주문하는 척했다. 주연은 남편을 의식해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손에 땀이 흥건했다. 레몬티를 한 잔 산 핑은 주연에게 눈짓을 했다. 밖으로 나오라는 뜻이었다. 주연은 잠시 남편의 눈치를 보다 말을 꺼냈다.
“오빠,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갑자기 배가 아프네. 쫌만 기다리고 있어.”
주연은 커피숍 밖에서 주위를 살폈다. 30미터쯤 떨어진 곳 대기 의자에서 핑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핑은 벌떡 일어서더니 뚜벅뚜벅 앞서 걸었다. 주연은 영문도 모른 채 핑과 간격을 유지하며 뒤따라갔다. 핑은 공항 구석의 여자화장실로 잽싸게 들어갔다. 그 화장실에는 <고장, 수리중>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주연도 잠시 머뭇거리다 핑을 따라 들어갔다.
“슈, 이리 와요. 여긴 아무도 안 들어올 거예요.”
핑은 주연의 손을 잡고 가장 끝쪽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갔다. 좁은 화장실 공간 안에 주연과 핑은 마주보았다.
“핑, 뭘 어쩌려고 이래요? 보는 눈도 많은 공항에서.”
“걱정 말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화장실 오는 줄로 알았을 거예요. 아무도 우리 둘이 여기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핑은 여유 있게 웃으며 주연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주연은 핑의 스킨향이 조금 진하다고 느꼈다. 자오의 것과 다른, 남편의 것과도 다른 젊은 남자의 페로몬처럼 느껴졌다.
“보고 싶었어요, 슈. 당신은 내 생각 안 했나요?”
창고에서 자신을 겁탈하던 때처럼 핑의 얼굴은 첫사랑을 앓는 소년과 같이 진지해졌다. 주연은 핑의 그 진지함이 두려웠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핑, 당신이 이렇게 나를 따라다니면 당신과 나 모두 위험해져요.”
여자의 냉정한 말에도 핑은 주눅들지 않았다.
“당신의 본심이 아니란 걸 알아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슈. 당신도 날 사랑하죠? 다만 말할 수 없을 뿐이예요. 당신의 표정이 그걸 말해주고 있어요.”
일방적인 해석. 일방적인 표현. 주연은 이 남자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나중에 이야기해요. 지금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요.”
주연은 핑의 손을 뿌리치고 나서려 했다. 하지만 핑은 주연을 완강히 억제했다.
“슈, 우리 여기서 짧게 해요. 시간 많이 빼앗지 않을게요.”
주연이 대답할 틈도 없이 핑의 입술은 주연의 입술을 덮었다. 그는 곧바로 치마 밑에 손을 넣어 팬티를 양손으로 잡고 힘을 주었다. 간단히 팬티가 뜯겨져 나갔다. 당황한 주연은 남자를 밀어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의 한 쪽 다리를 들었다. 그대로 남자의 자지가 여자의 옥문을 밀고 들어왔다. 미처 준비가 돼있지 않던 여자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파요.”
“당신을 바라만보는 내 마음이 더 아플 걸요.”
핑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동시에 주연의 블라우스 단추를 열었다. 마지못한 듯, 하지만 빠르게 주연도 함께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는 작업을 도왔다. 남자는 아예 주연의 양쪽 다리를 모두 들었다. 주연은 남자의 자지에 박힌 상태에서 공중에 떠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목을 잡고 흐느꼈다. 비밀스럽고 강렬한 섹스에 여자는 금세 흥분했다.
한동안 펌프질을 하던 남자는 여자를 내려놓고 변기를 잡은 채 뒤로 돌아서게 했다. 후배위로 여자는 남자를 받아들였다.
“슈, 당신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아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당신을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요. 사랑해요. 당신만을 사랑해요, 슈.”
열에 들뜬 젊은 남자는 나오는대로 지껄였다. 주연도 이 남자의 사랑고백이 싫지는 않았다. 게다가 짜릿한 섹스 이벤트가 남자에 대한 호감도를 더해주었다.
“당신은 매번 나를 강제로 가지는군요. 당신은 나쁜 남자야, 핑.”
두 남녀의 섹스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핑은 주연의 몸속에 사정을 했다. 주연도 흠뻑 젖었다.
“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빨리 돌아가야 해요.”
핑은 휴지로 보지를 닦는 주연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게요.”
주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핑에 대해 호감은 있었지만 그와 더 이상 가까워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다.
“핑, 내가 나간 다음에 시차를 두고 나와요.”
“걱정 말아요.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때까지는 절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씽긋 웃는 핑을 뒤로 한 채, 주연은 매무새를 다듬은 후 총총 남편이 기다리는 커피숍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아내가 늦은 데 대해 조금 이상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별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지레 민망한 아내도 괜히 남편을 재촉해댔다.
“빨리 들어가. 이러다가 괜히 늦겠다.”
주연은 출국하는 남편에게 다정한 굿바이 키스를 해주었다. 아내에게 키스를 받은 성호가 한 마디했다.
“자기한테서 남자 스킨향이 나네. 새로운 향수인가?”
주연은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지만 담담한 척 말을 받았다.
“실수로 자기 스킨을 조금 뿌렸어.”
“내 거랑 냄새가 다른 것 같은데.”
“아마 내 향수랑 섞여서 이상한 냄새가 날 거야. 집에 가면 빨리 샤워부터 해야겠다.”
주연은 태연한 척 애써 웃었다. 남편은 수긍했다는 듯 쿨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멀어져갔다. 출국 게이트의 문이 닫히고 주연은 돌아서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자오와의 관계도 전혀 의심받지 않고 넘겼는데, 마지막에 핑 때문에 일을 그르칠 뻔한 것이다.
남편이 돌아간 후 주연은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자오는 출장을 가지 않는 한 밤마다 주연을 찾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대머리 닥터우와 함께 쓰리섬을 즐기는 것도 계속됐다. 그녀는 날마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포즈를 준비해 자오를 만족시켰다. 자오는 첫 달 이후 매달 벌어졌던 난교파티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만큼 주연과의 섹스는 그를 만족시켰다. 주연도 자오에게 길들여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석 달 가량이 더 지나갔다.
핑은 어떤 재주를 부렸는지 자오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면 어김없이 주연이 쇼핑을 할 때 원래 경호원 대신 주연의 경호를 담당했다. 물론 그 날은 백화점 대신 멀리 외곽으로 나가 둘만의 밀회를 즐겼다. 때로는 호텔에서, 때로는 자동차 안에서, 때로는 야외에서 은밀하게.
어느 날, 자오는 닥터우가 아닌 낯선 백인 남자를 데리고 와서 2대 1의 질펀한 섹스파티를 벌였다. 그의 이름은 로이. 골든 드래곤의 혈맹인 마피아 조직의 우두머리였다. 그 후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쓰리섬에는 닥터우와 로이가 교대로 참여했다. 주연은 자오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았다. 시간은 그렇게 몇 달이 더 흘렀다.
그날따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주연은 라일라가 골라준 옷을 입었다. 옷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속옷이었는데, 안이 그대로 비치는 얇은 블랙 브래지어와 역시 같은 소재의 초미니 시스루 스커트, 그리고 티팬티였다. 그에 맞춰 검은 색 하이힐까지 신은 주연은 평소처럼 침대에 걸터앉아 다소곳이 라오공을 기다렸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라일라가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웠다.
“오셨어요... 그런데 보스 대신 다른 분들만 오셨네요.”
주연은 라일라의 말을 못 알아들었다. 주연이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전에 두 남자가 성큼 방안으로 들어섰다. 닥터우와 로이였다. 주연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회장님은 어디 계신가요?”
주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형님께선 오늘 바쁘시다는데. 그래서 우리 둘만 보냈지. 기대하라구. 형님 몫까지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주연은 경악했다. 아무리 지금껏 여러 차례 몸을 섞은 사이라지만 이건 상황이 다르다. 자오가 함께 있을 때 다른 남자들과 섹스를 하는 것과 자오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남자들을 상대하는 건 다른 문제다. 주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자오의 얼나이(첩)였다. 얼나이라면 라오공(서방님)에게 몸시중을 드는 건 당연하다. 라오공의 흥을 돋우기 위해 그의 앞에서 다른 남자들과 살을 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오공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른 남자들에게 가랑이를 벌려줘야 한다면 이건 창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주연은 저항했다.
“오늘은 싫어요. 다음에 오세요. 다음에 자오 회장님과 함께 오세요.”
“자오 말대로군. 네가 이렇게 나올 거라고 얘기해줬지.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말해줬고.”
마치 프로레슬러처럼 근육질의 거대한 몸을 가진 로이가 거친 콧김을 뿜으며 주연에게 다가왔다. 주연은 뒷걸음질쳤다. 그녀는 늘 라오의 살벌한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껴왔다. 주연이 버틴다면 아마 그는 완력을 써서 강간을 할 것이다.
“왜, 왜 이래요? 난 자오의 여자예요. 날 함부로 하면 자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위기의 순간에, 주연은 자오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몸은 이미 그의 것이었지만 어느새 그녀의 마음도 자오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옳지. 그렇게 앙탈을 부려야 제 맛이지. 자오도 이걸 원할 거야.”
로이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주연은 심장이 뛰었다. 자오가 허락한 일이다. 아니, 자오가 계획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자오는 어디에선가 모니터를 통해 이 장면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주연은 울컥 눈물이 솟았다.
“이러지 마. 마치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잖아. 그냥 즐기자는 거야. 너도 지난번에는 내 자지를 넣어달라고 우는 소리로 사정을 하더니 왜 이래.”
주연은 닥터우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가 거슬렸다. 오로지 여자의 몸에만 관심이 있는 수컷들의 저속함. 나쁜 새끼들. 이젠 아예 대놓고 나를 창녀 취급하다니. 주연은 화가 났다. 그녀는 돌연 옆 테이블의 꽃병을 집어 들어 탁자를 내리쳤다. 날카롭게 깨진 유리병이 칼날처럼 스산했다. 그녀는 결연히 유리병 끝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가까이 오지마. 너희들에게 몸을 주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주연의 표정엔 독기가 서렸다. 유리병을 잡은 채 떨고 있는 손목이 가늘었다.
“내가 말했잖아. 앙탈을 부려야 먹어줄 맛이 난다고.”
시종 여유롭던 로이의 표정에 일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싶더니 그가 잽싸게 여자의 손목을 나꿔채 비틀었다. 유리병이 힘없이 떨어졌다.
“아, 악!”
손목이 끊어질 듯한 고통에 주연은 소리를 질렀다. 로이는 간단히 여자를 침대에 내던졌지고는 그 육중한 몸으로 희고 여린 여자의 몸을 깔아뭉갰다. 이어서 닥터우가 침대 위로 올라와 주연의 머리 위에서 그녀의 양팔을 제압했다. 주연은 몸부림을 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묶어.”
닥터우는 주연의 손을 침대머리에 묶었다. 그녀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졌다. 브래지어는 힘없이 떨어져 나갔고 팬티도 찢겨졌다. 여자의 발버둥은 수컷의 성욕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로이와 닥터우는 번갈아 가며 주연의 보지를 빨고 가슴을 짓뭉갰다. 그녀의 보지와 항문은 여러 차례 수컷들에게 범해졌다. 주연의 흐느꼈다. 서러움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흐느낌이었다.
“슈, 정신이 드나요?”
침대에 묶인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주연을 챙겨준 건 라일라였다. 그녀는 주연의 손목을 풀어주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편안한 옷을 입혀주었다. 주연은 온 몸이 멍투성이였다. 주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도 우울했다. 라일라에게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내가... 잠이 들었었나요?”
눈을 뜨며 어리둥절해 하는 주연을 바라보며 라일라는 그저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엄마와 딸 같은 모습이었다.
“좀더 자도 돼요. 많이 힘들었나 봐요. 이번만은 회장님이 너무 하신 것 같아요.”
주연은 악몽 같던 상황이 떠올랐다. 지금껏 자오의 명령에 따라 각종 변태적인 섹스를 다 해봤지만 이번처럼 함부로 다루어진 적은 없었다. 아무리 첩이라 해도 여자는 남자에게 소중히 여겨지고 싶어 한다. 그동안 섹스 과정에서 주연은 자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 반발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항상 섹스만은 기분 좋게 마쳤다. 자오는 자신의 암컷을 다룰 줄 아는 남자였다. 하지만 로이를 데리고 오면서 자오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막연히, 주연은 자오가 달라지기 시작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벌써 그녀가 자오의 첩이 된 지도 10달가량 지났다. 1년 계약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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