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나날들 - 1부 3장



박훈성 감독은 전미영 선생과 선일에게 각각 인사를 한 후 택시를 타고 귀가 하였다.



이제 남은 건 약간 들떠 있는 마음의 선일과,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전미영 선생만이 남아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많이 취하셨어요?"



"아니... 괜찮아..."



잘 보여야 하는 대상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안타까움 때문일까. 전미영 선생의 말투는 술을 마신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차분했다. 차분한걸 넘은 푹 가라 앉은 얼굴이 선일에게도 눈에 띄였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얼굴이 안좋아보이세요.."

미영의 어두운 얼굴은 선일에게까지 전염이 되어 공기마저 무거워졌다.





이를 눈치챘는지 미영은 다시 평소의 본인의 모습대로 미소 지으며 제자를 안심 시켰다.





"이눔시키. 선생님 걱정까지 다 해주고 고맙다! 선생님은 괜찮아~~

선일이 집에 안가봐도 되니? 선생님은 혼자갈 수 있어~~"



"아니에요 선생님. 같이 가아죠~~~"





"선생님 안취했다니까~~"





"알아요. 근데 안데려다드리면 내일 감독님한테 혼날수도 있어요..."





"괜찮아 괜찮아~ 선생님이 감독님한텐 잘 말할게. 아주 친절히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고 말할께

걱정말고 들어가~"





"선생님! 이래뵈도 저 남자라구요. 남자가 술취한 여자가 앞에 있는데 어떻게 두고 갑니까?"





마치 어린애를 달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길거리를 지나가는 남자들이 흘깃흘깃 시선을 줄만큼의 매혹적인 여성과의

짧은 시간이 아쉬워서였을까. 선일은 약간은 항변하듯, 목소리에 힘을 준채 선생의 제안을 거부한다.





"올~~ 선일이 남자였구나! 호호호 미안해. 선생님이 널 너무 무시했나봐.

그래 집도 같은 방향이라니까 같이 가자. 마침 저기 빈 택시가 오네. 택시~~~"





좋은 타이밍에 둘을 맞이하러 온 택시에 탑승한 둘.



비록 이전에 선생과 제자의 입장으로 상담을 하고 받은 두 사람이지만,

그동안 이루어진 상담은 선일과 친구 여러 명이 함께 찾아와서 받는 일종의 "휴식 시간"으로서

지금 좁은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은 약간은 거리를 둔 채 고요한 침묵을 유지하는게

당연한 상황이다.



"선일이 집이 어디라고 했지?"



침묵을 깨며 전미영 선생이 선일을 쳐다보며 말한다.





"전 을지로쪽이에요. 선생님은요?"



"응 나는 시청쪽이야~ 정말 가깝네!"



"그러게요~ 어떻게보면 행운이네요 ㅎㅎ

덕분에 이렇게 선생님하고 함께 귀가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 영광인줄 알아~"



아까의 어색한 분위기는 거짓말이였던 것처럼 둘 사이는 상담을 주고 받을 때처럼

다정하고 흥겨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무르익은 기분좋은 상황은 자연스레 더 많은 얘기를 주고받게 만들었다.



"근데 선일아 아까.. ㅋㅋㅋ"



"네?? 어떤거요??"



"아까 저도 남자라구요는 뭐니 ㅋㅋ 아이구야 선생님 웃긴거 참느라 큰일날뻔했어ㅎㅎ"



"ㅋㅋㅋ 저도 이야기 해놓고 당황스러웠어요. 근데 맞는 얘기잖아요.

남자가 여자 두고 먼저 가는게 말이 됩니까?"



"오~~~ 우리 선일이 아주 바람직해 바람직해~ 이러다 여자 여럿 울리겠어!"



실제로 선일은 고등학교 2학년 나이치고는 많은 여자를 만난 편이다.

운동부가 가지는 잇점인 또래보다 다부진 체격, 그리고 남자다운 성격은 여학생들이

단연 좋아할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선일은 짧게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는데,

두 가지의 이유 때문이였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하며 쌓이게 되는 자연스러운 정신적 스트레스

부담감들을 감당하기에 선일이 만난 여자들은 어렸다. 아무래도 남자에게 기대고 싶은 또래 여성들의

계속 되는 어리광까지 선일이 받아주기엔 힘들었던 것.



또 하나는 혈기왕성함이다.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하며 키스나 잠자리까지 하게 되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일은 야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여자친구와의 스킨십, 정확히 말하면 섹스를 통해 해소하고 싶었고

선일과 만난 여자들은 처음엔 연인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만날때마다 하게 되는 잠자리가 지속될 수록

자기자신이 아닌 자기 몸을 좋아하는건지에 대한 의문과, 친구들과 상담했을때 그 친구들 역시

몸때문에 만나는게 맞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확신을 얻어 결국 이별까지 가게 되는 케이스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전미영 선생이 혼자 갈 수 있다고 했을때, 일찍 가고픈 귀차니즘이 먼저 발동하지 않고

남자로서의 "욱"이 먼저 나온 것은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암컷을 향한 외로운 수컷의

본능적인 행동이 아니였을까.





고기집에서 앉아 있었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전미영 선생 곁에서 나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느낄 수록 선일의 수컷본능이

점점 커져만 갔다.





"아니에요 선생님 전 여자 안울려요 ㅎㅎ"



"그래? 맞아.. 여자 안울리는 남자가 좋은 남자지.. 여자 기분을 맞춰줄 수 있는 남자.."



"선생님... 이건 남자의 촉인데 무슨일 있죠 맞죠? 만나는 남자한테 차였어요?"



"아니...! 무슨... 그냥 내 마음을 몰라주네.."



"누구요? 누가 이렇게 예쁜 선생님 마음을 몰라주고...!!"





아까 회식하며 마셨던 막걸리의 취기가 이제야 올라온 것인지

전미영 선생은 15살 아래의 연하에게 본인의 연애사를 본의 아니게 고백하게 되었다.





"너도 아는 사람이야.."



"네? 저도 안다구요?? 누구지... 학교 선생님들 중 한명인가..."



"남자의 촉 거리더니 바보같긴...ㅋ 박훈성 감독님 말하는거야.."



"네? 감독님이요??"



야구부원들이라면 대충은 알고 있는 별달리 새로울게 없는 소식이였지만

선일은 미영의 이야기를 더 이끌어내려 일부러 모른척 미영의 대답을 유도해나갔다.



"그래 박 감독님... 오늘도 말이야... 요새 누가 여자를 집에 혼자 보내니..

술까지 취한 여자를 말이야..."



"그런데 감독님께서도 술 한잔 하셨으니까.. 집도 반대 방향이고..."



"그러니까 바보라는거야. 그럴땐 잠깐 쉬어가자고... 아니다, 내가 애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거야"



본인의 얘기가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깨달은 미영 선생은 숨을 고르듯

시선을 창밖을 향해간다.



" 그래도 전 남자답게 선생님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있습니다. 엣헴!"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모션을 취하며 선일은 미영의 기분을 풀어준다.

미영은 순간 "풋"하며 웃음을 터뜨리며 귀여운 행동을 하는 선일을 밉지 않게 바라본다.





"그래요~~ 너 참 남자답다! 으이구~~"



귀여운 선일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미영의 기분은 술에 취했을때의 좋은 느낌만 남게 된다.





반대로 선일의 기분인 이상해져간다.

선생과 제자 사이이고 둘이 어떻게 해볼수 있는 관계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말투 행동, 심지어 가만히 있는 모습에서까지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박훈성 감독에 대한 질투심까지 함께하여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다.





조금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미영의 마음을 떠본다.





"선생님, 어디서 내려요?"



"난 시청역 근처에서. 너는 을지로라고 했지? 선생님이 돈 줄테니까 쭉 타고가면 될꺼야."



"에이~ 선생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집까지 데려다드린다구."



"괜찮아~ 역에서 내리면 금방이야. 여기까지 데려다준것만 해도 선생님은 너무 고마워요~

고생했어요 선일씨!"



선일은 좀 더 미영과 함께 있고 싶은 나머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지만

선생이 저렇게까지 얘기하면 더 이상 함께 있을 명분이 없게 된다.





약간의 생각에 잠긴 선일은 결심한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알겠어요... 대신 선생님 집 앞에서 내리세요. 밖에 비도 조금씩 내리니깐.

오늘 내리는 비 산성비래요~ 이 비 맞으면 대머리 될거에요!!"



"무슨 말 하나 했더니.. 으이구 알았어~!"





미영은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는 선일이 대견스러운듯 미소지으며 선뜻 제안에 응한다.





이제 어느덧 택시는 미영의 집 목적지로 도착해가는 시점.



이 순간이 되자 선일은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아... 선생님... 저 아.. 배가 너무 아프네요.."



"왜 그래? 괜찮아? 아까 너무 많이 먹은거 아니야??"



"아... 그런가봐요. 아 이런... 하~.. 근처에 화장실 없나요?"



"내가 알기론 없는 걸로 아는데... 어쩌지... "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선생님댁 화장실 써도 괜찮을까요? 너무 급해서..."



"아... 그래.. 어쩔 수 없지 선일아 조금만 참아."



동족이라면, 인간으로서 거부할 수 없는 생리현상으로 인한 부탁.

자취를 하는 미영으로서는 타인을 집에 들인다는게 약간은 꺼려지지만,

사제관계를 생각했을때 어쩔 수 없었다.



"뭐 별 일 있겠어?"



속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전미영 선생이였다.





하지만 이는 전미영 선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되는 발단이 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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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멘션의 3층 전미영 선생이 사는 곳에 도착한 미영과 선일.



미영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선일은 혼신의 연기를 다해 배를 움켜쥐고 있다.



미영이 문을 열며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고, 선일은 헐레벌떡 신발을 벗은 후 화장실로 돌진한다.





그곳은 향기부터 달랐다.





화장실 청소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고약한 냄새의 화장실만 경험하다가,

혼자사는 여성의 잘 관리된 화장실은 차원이 달랐다.



학교의 화장실이 냄새가 났다면, 이곳은 향기가 났다.



외국제 라일락 방향제 냄새와, 전미영 선생이 쓰는 샴푸냄새가 가득한 이 곳.

선일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잊은채 아리따운 여성의 가장 은밀한 공간에

취해있었다.





"선일아 아직이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야 정신을 차린 선일은,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한 채 그때서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냥 덥쳐버려?"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범죄자가 되긴 싫었다. 생각에 생각에 꼬리를 물고 선일이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길어져만 갔다.





그 시각 전미영 선생은 선일이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곤란해하고 있었다.



얼른 샤워를 하면서 오늘 있었던 박훈성 감독에 대한 작은 실수를 잊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피곤한 몸을 달래려 전미영 선생은 침대에 몸을 눕혔다.



"내일 박훈성 감독을 보면 어떻게 대해야지? 날 가벼운 여자로 본건 아니겠지? 실망시킨건 아니겠지?"



상념에 잠긴 그녀는 어느새 취기에 이끌려 본인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늘 일로 전미영 선생과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고 자기위안을 하는 선에서 합의를 마친



선일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 미영과의 작별 인사를 고하려 인사를 했다.



"선생님 저 가볼게요~ 선생님?"



응답이 없자, 선일은 건너편에 있는 반쯤 방문이 잠긴 곳을 들여다본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전미영 선생이 보였다.



순간, 꺼졌던 불꽃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 속에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 온갖 음란한 생각이 다 들었다.



급격한 파도에 휩쓸린 선일은 조심히 잠들어 있는 미영의 곁으로 다가갔다.



선생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은 선에서 여성의 미를 살린 하얀 브라우스가 선일의 시신경과 중추신경을 자극시켰다.



"음~"



그 순간 잠들어 있던 미영이 뒤척인다.

선일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음이 되어 서있는다.



"음냐음냐..."



쩝쩝대며 입맛을 다시며 다시 코를 고는 미영.



그 모습을 보자 아까까지 소용돌이 치던 선일의 못된 마은은 한 순간에 사그라든다.



"아... 이렇게 귀여운 사람을 앞에 두고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거지?"



못된 마음은 사라졌지만 미영을 향한 순수한 이성으로서의 마음이 생겨났다.



바로 앞에 있는 귀여운 그녀.



선일은 자기도 모르게 잠들어 있는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살포시 포개어 놓는다.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8-04-22 22:02:18 제거 야설 학원야설 포아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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