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날의 빨간색 떡잎 - 단편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떡잎이 빨간색이라면 다 자란 나무는 어떤 색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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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날의 빨간색 떡잎







여섯 살 송이가 잠에서 깬 것은, 엄마와 아빠의 싸우는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잠에서 깬 송이의 눈에 처음 들어 온 것은, 엄마가 아빠의 배위에서 아빠를 깔아뭉개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엄마는 욕실에서 사타구니나 항문을 씻을 때처럼 쪼그려 앉아 그

렇게 하고 있었는데, 엄마나 아빠가 모두 발가벗고 그러는 게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아빠는 너무 아파서 그러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앓는 소리를 내었고, 엄마는 너무 화가 났

는지 퍽퍽 소리가 나도록 아빠를 마구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아빠를 손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때렸고, 때리는 곳도 아빠의 얼굴이 아니라 꼬치가 달려있

는 배 아래였습니다.



여섯 살 송이는 엄마와 아빠의 싸움을 말려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싸우는 거야. 싸우지 마.”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모두 송이에게로 향했습니다. 아빠의 앓는 소리도 엄마의 씩씩거리

는 소리도 멈추어졌습니다. 아빠가 말했습니다.



“불 꺼!… 아니, 빨리 이불을 덮어!”



아빠의 그런 당황스러운 말과는 달리 엄마는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깼어?… 아빠와 엄마는 싸우는 것이 아냐.”

“그런데, 엄만 아빠를 왜 때리는 거야. 아빠가 너무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잖아.”

“아파서 그러는 게 아냐.”

“아냐, 아파서 그러는 거야.… 아빠, 많이 아퍼?”



아빠는 송이의 그 걱정스러운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황당해진 상황을

어떻게 하든 마무리를 짓자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니야, 아프지 않아.… 그런데 말야, 실은 아빠와 엄마는 싸우고 있었어.”

“왜? 왜 싸워?”

“응, 송이가 곧 유치원에 다녀야하잖아. 그래서 아빠가 송이가 방을 따로 꾸며줘야 되겠

다고 하는데, 엄마는 안 된다는 거야.”

“그 땜에 싸운 거야? 그럼 됐어.… 엄마, 나 이젠 혼자 잘 거야. 내 방 꾸며 줘.”



그 다음 날 밤부터 여섯 살 송이는 홀로 잠을 자야했는데, 그건, 그녀가 서른일곱 살이

되도록 계속 홀로 자는 잠의 시작이었습니다.



송이는 엄마가 꾸며준 이층의 방에서 따로 잠을 잤으나, 어쩌다 잠을 깨면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여전하였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자기가 없는 방에서 마음

놓고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것이라고 어린 송이는 생각했습니다.



그런 송이가 아빠와 엄마의 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싸우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이학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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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방학에도 송이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외갓집에서 방학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그녀가 여름방학은 물론 겨울방학에도 외갓집에 가는 것은, 그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좋

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외갓집에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침대나, 마음 놓고 발가벗어 샤워를 할 수 있는 욕

실, 의자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탁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아래를

내려다보면 인분이 보이고 냄새가 진동하는 그야말로 ‘변솟간’이었으며, 밤이면 앵앵거리

는 모기소리로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송이가 방학이면 어김없이 외갓집을 찾는 것은, 방학 책 표지에나 그려질 것 같

은 시골풍경이 고스란히 그곳 마을에 있었고,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를 같이 할 수 있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그곳 마을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외갓집 뒤편에 야트막한 산이 있었는데, 장독대를 거쳐 싸리 울타리를 헤집고 몇 발자국

을 옮기면 산의 능선이 시작되었고, 거기엔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만발하였으며, 조

금 더 위로 올라가면 밤나무가 울울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외갓집 앞쪽으로는 큰 돌 여 나무 개를 다리로 하는 냇가가 있었는데, 그 냇가의 돌과 돌

사이에서는 피라미나 작은 붕어가 노닐었고, 그 돌들 바닥에는 다슬기가 적잖이 붙어있었

습니다. 그리고 물속 바닥의 작은 돌이 보일 정도로 그 냇물은 맑았습니다.



송이는 뒷산에서 이런저런 꽃들을 꺾어 꽃다발이나 꽃목걸이를 만들거나 밤나무 숲에 들

어가 매미나 잠자리 같은 곤충을 잡곤 했습니다. 그리고 냇가에서는 냇물에 발을 담구고

다슬기를 떼거나 돌 틈에 숨어 노니는 피라미를 잡곤 했습니다.



송이는 그런 놀이를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을의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서 했는

데, 그 아이들 대부분이 남자 아이들이였습니다.



그 남자 아이들은 한 결 같이 도시냄새가 짙게 풍기는 송이를 공주님처럼 혹은 여왕처럼

대하였습니다. 꽃동산에서 그녀가 꽃을 꺾을라치면 어느새 남자아이 하나가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고, 밤나무 숲에서 매미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남자 아이들은

실에 꿰어진 매미를 다투어 그녀에게 바쳤습니다.



그리고 송이가 냇가에서 피라미를 잡으려고 구두를 벗으면, 멀리 있던 남자아이가 물을

첨벙거리며 다가와서는 구두를 벗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가만있어. 내가 잡아줄게. 피라미는 구두로 잡히지 않아, 그 놈들은 구두냄새를 싫어하거

든… 고무신으로 잡아야 해.”



그러면서 남자아이는 바지를 거의 사타구니께 까지 걷어 올리고는 고무신짝을 들고 냇물

에 덤벙 뛰어들어 고기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송이는 그날따라 온몸이 배배 틀어질 정도로 심심하였습니다. 대청에 깔아놓은 돗자리 위

에서 뒹굴어 보기도 하고, 외할머니가 삶아주신 옥수수의 알갱이를 헤아리며 까지 먹었으

나 심심함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가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어떤 놀이인지 좀체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마루 끝에 걸터앉아 푸성귀를 다듬던 외할머니가 송이의 그런 심심해하는 것을 눈치 채고

는 송이에게 말했습니다.



“송이가 무척 심심한가 보네. 냇가에 가 봐. 아이들이 있을 거야. 걔네들하고 다슬기도 따

고 피라미도 잡고 그래 봐.”

“아까 가 봤어요. 순 계집애들 밖에 없었어요.”

“그럼, 그 여자아이들이랑 놀면 되잖아? 그런데 왜 그냥 들어 왔어?”

“난, 여자 아이들하고 놀기 싫어요. 남자 아이들이 좋아요.”

“그래?… 그럼 농협창고에 가 봐. 이 시간이면 거기에 남자아이들이 있을 거야.”

“농협창고에? 거기서 뭐 한대요?”

“이 할미야 모르지, 뭘 하는지…. 창고 안이 의외로 시원하다는 구나, 그래서 거기서…”



송이는 외할머니의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그 농협창고 안에서 아이들이 신나고

재미있는 어떤 놀이를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끝까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송이는 할머니의 말씀을 자르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저, 지금 거기 빨리 가 봐야 하거든요.”



송이는 그런 말을 속사포처럼 빠르게 내뱉곤 집을 나섰습니다.



창고 안은 할머니의 말씀대로 서늘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송이는 적이

나 실망을 하였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습니다. 아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려보

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송이는 시간을 죽일 겸 해서 창고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송이가 창고 한 편에 높이

쌓아 놓은 가마니 무더기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가마니 무더기 저편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송이는 그 소리가 사람의 소리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기

다리던 남자아이가 내는 소리이며 즐거움에 겨운 키득거리는 소리임이 분명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송이는 발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가마니 무더기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키득거리

는 소리는 계속 들렸습니다. 송이의 가슴은 콩닥거리고 있었습니다.



송이가 가마니 무더기 모퉁이를 막 들어섰을 때, 두 명의 남자아이가 송이의 눈길에 들어

왔습니다. 한 아이는 송이와 같은 학년인 ‘이장 집’ 손자 수동이었고, 또 한 아이는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축구부의 주장임을 버릇처럼 내세우는 오학년인 만철이었습

니다.



만철과 수동은 불과 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보기에는 그 이상의 차이가 났습

니다. 수동은 아홉 살 나이답게 작은 키에 좁다란 어깨하며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만

철은 축구부 주장답게 그 또래 아이들보다 큰 키에 넓은 어깨하며 조금은 우락부락한 얼

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수동은 어린아이였고 만철은 어엿한 소년이었던 것입니

다.



송이는 그런 만철에게 다른 아이들에게처럼 이름을 부르기가 좀 거북스러웠던지 ‘오빠’

라는 호칭으로 불렀습니다.



만철과 수동은 송이를 보자 허겁지겁 바지의 허리춤을 끌어올렸습니다.



송이는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두 아이가 자기를 보자 왜 허둥대며 허리춤을 끌어 올렸

는지? 허리춤을 내려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키득거리며 즐거워했는지? 등등이 궁

금했던 것이다.



송이는 만철과 수동을 번갈아 보면서 물었습니다.



“뭐하니? 여기서 뭐 한 거야?”



송이의 그 물음에 수동은 어쩔 줄 몰라 눈만 끔벅였고, 만철이 잠시 머뭇거리다 겨우 대

답했습니다.



“암 것도 아냐.”

“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나를 보자마자 바지를 끌어올렸잖아. 왜 그랬냐 말야.”

“암 것도 아니래두. 송이는 여자잖아. 여자는 알 것 없어.”



송이는 만철의 ‘여자는 알 것 없어.’ 하는 그 말에 더욱 궁금증이 부쩍 치밀었습니다. 기

어이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 말겠다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정말 안 알켜 줄 거야? 그럼, 난 내일 서울에 가버릴 거야.”

“아직 개학날이 멀었는데 왜?”

“니네들이 같이 놀아 주지 않는데, 여기 있으면 뭐하니!… 나 낼,… 아니, 지금 서울로 가

버릴 거야.

“이때까지 놀아줬잖아. 매미도 잡아주고 다슬기도 따 주고…”

“그러면 뭐 하니!… 진짜 재미있는 것은 니네들끼리만 하잖아.”



송이의 말 상대는 만철이었고, 수동은 거의 울상이 되어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런 수동이

무언가 결심을 했다는 듯 제법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형, 알켜주자. 송이가 서울로 가버린다잖아.… 응, 형! 그러자.”



송이로써는 생각지도 않은 응원군이 생긴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응원군은 제대로 역할

을 하지 못했고, 만철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안 돼. 여자에게는 알켜주면 안 된단 말야.”

“좋아, 형이 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 알켜 줄 거야.…”



수동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지춤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하던 말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이런 거 했어.… 됐지? 서울에 가지 않을 거지?”



수동의 아랫도리 그것이 외갓집 뜨락에 심어진 고추보다 크지 않다고 송이는 생각했습니

다. 송이의 눈에 비친 수동의 그것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함께 목욕하면서 보았던

아빠의 덜렁거리는 그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장난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김새나 색깔도 완전히 틀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빠의 그것은 끄트머리가 뭉툭

하여 꼭 송이버섯같이 생겼으나 수동의 것은 끄트머리가 중간부분보다 오히려 가늘어서

그야말로 고추였고, 아빠 그것의 색깔은 거무튀튀했으나 수동의 것은 희여 멀건 색깔이었

던 것입니다.



한 여자 아이와 두 남자 아이 사이에는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습니다. 수동은 자신의

그것을 드러낸 채 멍하게 서있었고, 송이는 수동의 그것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으며, 만철

은 송이와 수동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세 아이의 그런 묘한 침묵을 깬 것은 만철의 말소리였습니다.



“바보시키! 여자한테는 알켜주면 안 된다는 대두…”



만철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두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곤 허리춤을 아래로 내

렸습니다. 만철의 것도 송이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만철의 그것은 수동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송이는 생각했습니다. 크기는 갓 열린 어린

오이만큼은 했고, 생김새는 끄트머리 중간부분보다 가늘지 않아 소시지 같았으며, 색깔은

아빠 것처럼 거무튀튀하지는 않았지만 검은 색을 제법 띠고 있었습니다.



먼 후일, 송이는 수동과 만철 그리고 아버지의 성기를 두고 ‘수동의 것은 고추였고, 만철

의 것은 자지였으며, 아버지의 것은 좆이었다.’ 고 술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만철과 수동은 송이가 ‘됐어. 이제 알았으니까.’ 라는 말을 할 때까지 허리춤을 올리

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송이는 냇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피라미 잡기에 열중하고 있는 수

동에게 다가갔습니다.



“있잖니, 어제 창고에서 말이야… 그렇게 꼬출 내 놓고만 있었어?”

“응, 내 놓고만 있었어.”

“그럼 왜 키득거렸어?… 말해 봐, 무슨 짓을 했어?”

“정말 내 놓고만 있었어.”

“거짓말 하지 마.… 나, 서울 가버릴 테야.”

“아냐, 아냐,… 가지 마. 말해 줄게.”

“말해 봐. 또 거짓부렁하면 진짜 서울에 가버릴 테니까.”

“손으로 막 만져.”

“손으로 만진다구? 그래선?”

“뭐가 그래서긴 그래서야. 기분이 좋은 거지.”



그날 밤, 송이는 졸음을 떨쳐내느라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우물가에 가서 세수를 몇 번

이나 하기 까지 하였습니다. 같은 모기장 안에 누워계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잠이

들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외할아버지의 드르릉거리는 코골이 소리와 외할머니의 입에서 푸푸하는 소리가 들릴 때,

송이는 가만히 손을 가랑이 사이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곤 거기를 만졌습니다. 아무런 느

낌이 없었습니다. 손아귀에 힘을 주어 좀 세게 만져보았으나, 그래도 느낌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송이는 만지는 방법을 달리했습니다. 처음엔 그곳의 살점을 움켜쥐고 주물럭거렸고, 손바

닥을 그곳에 대고 비벼대기도 했으며, 나중엔 그곳 살점을 꼬집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수동이가 말했던 대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송이는 약간의 아픔만을 느끼고 그 짓을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방학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이었습니다. 송이는 무슨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가 없을까 생각

하며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마을엔 온통 땡볕만 그득했고 남자아이의 모습은 눈에 뜨이지 않았습니다. 냇가엔

여자아이들만 멱을 감고 있었고, 팽나무 아래 그늘에는 할아버지 몇 분만이 부채질을 하

며 장기를 두고 있었습니다.



송이는 마을을 한 바퀴 배회하다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대청에서 낮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집으로 들어서자 마당 구석의 작은 텃밭에서 상추를 솎고 있던 외할머니가 그런 송이

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 땡볕에 어딜 돌아다녔냐? 덥지 않았어?”

“더워요. 또 심심해요.”

“그럼, 농협창고에 가면 되겠구나. 거기에서 아이들이 재밌는 놀이를 하고 있을지 모르잖

아. 그리고 거긴 서늘하고…”



송이는 외할머니의 그 말에 ‘아! 그래, 거기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발길을 돌려 대문

을 나섰습니다. 외할머니는 송이의 뒤통수에 대고 급급히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녁 먹기 전에 들어와야 해. 알겠니?”



송이는 외할머니의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농협창고에 어서 빨리 가야한다는 데에

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어서 외할머니의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농협창고에는 송이가 짐작했던 대로 만철과 수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아이는 사금

파리로 바닥에 금을 그어놓고 땅 따먹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을 뿐, 송이가 기대했던 그

놀이는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만철이 창고에 들어선 송이에게 반갑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송이 너도 해. 땅 따먹기 할 줄 알지?… 몰라?… 모르면 내가 가르쳐 줄 테니 해 봐, 무

지 재밌어.”

“싫어, 땅 따먹기가 뭐가 재밌니. 하나도 재미없어.”

“근데, 왜 그렇게 부었어?… 화나는 일이 있어?”

“그래, 화 나!”

“왜? 왜 화가 나?”

“너네들, 왜 접때 그 놀이 하지 않아? 그래서 화가 나는 거야.”

“접때 그 놀이? 그게 뭐야?”

“꼬치 만지는 놀이 말야.”



그때, 만철이 옆에서 생글거리며 웃고 있던 수동이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그 놀이는 남자만 하는 놀이야. 여자는 안 돼. 송이는 꼬치가 없잖아.”

“난 꼬치가 없어도 그 놀이 할 수 있어.”

“히히히, 어떻게?”

“니들 하는 거 보는 것도 놀이잖아.… 난, 보는 것도 재미있단 말야.”



만철이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로 송이의 말을 받았습니다.



“소원이야?”

“응, 소원이야.… 니들 그 놀이 하는 거 보구 싶어 죽겠어.”

“그럼 말이야, 그 놀이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할 수 있어? 비밀을 지킬 수

있느냐구?”



송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몸짓 대답이었던 것입니다.



“좋아, 송이가 며칠 있으면 서울로 가야하니까… 축구부 주장인 내가 송이 소원을 들어

줄게.… 수동아, 저리로 가자. 송이도 같이 가.”



세 아이는 가마니 더미 뒤에 서 있었습니다. 만철과 수동은 나란히 서서 바지 허리춤을

무릎께 까지 내리고 성기를 꺼내 놓고 있었고, 송이는 두 남자아이 맞은편에 서서 두 개

의 성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송이의 눈길은 수동이의 그것에 보다 만철의 그것에 좀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것의

생김새나 크기 색깔들이 만철의 그것이 훨씬 더 보기에 좋았던 것입니다.



“니들 왜 가만히 있어?… 막 만진다며?…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송이의 그 말을 수동이가 받았습니다.



“그래, 만질게.



수동은 손을 그것에 가져가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철은 그냥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형, 형도 만져. 송이가 소원이래잖아.”

“알았어.”



만철도 손을 그것에 가져가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동이가 자신의 그것을 만지는 모양새

가 ‘조몰락거리는’ 것이라면, 만철의 모양새는 ‘주물럭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수동이의 작

은 손과 고추 수준의 그것 크기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만철의 큰 손과

실로 어린 오이만큼은 큰 그것 크기 또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게 한 것이었습니다.



만철의 손에 의하여 주물럭거려지는 성기에 눈길을 두고 있는 송이의 눈빛이 반짝거렸습

니다. 그것이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빠, 좋아? 기분이 좋아?”

“응, 좋아.”

“어떻게?”

“막 날라 가는 것 같아.”



그때, 수동이가 송이와 만철의 얘기에 끼어들었습니다.



“나도 좋아. 막 날라 가는 것 같애.… 거 봐. 내가 그랬잖아. 만지면 기분 좋아진다고.”



송이의 눈길은 수동의 그것에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만철의 것과는 달리 커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송이는 수동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짓부렁!… 커지지도 않는데 어째서 기분이 좋니.”

“거짓부렁 아냐!… 난, 커지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진단 말야.”



송이의 눈길은 다시 만철의 그것으로 옮겨졌습니다. 그것은 좀 전 보다 더욱 커져 있었습

니다. 그리고 만철의 그것 만지는 모양새가 ‘주물럭거림’에서 ‘훑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

다. 성기가 꼿꼿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주물럭거리는 것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만철의 엄지와 검지 중지 등 세 개의 손가락이 자신의 자지기둥을 감싸고 앞뒤로 훑어

지고 있었습니다.



“오빠, 나 이거 한 번 만져보면 안 돼?”

“응, 만져 봐.”



송이의 조막만한 손이 만철의 성기에 대어졌습니다. 만철은 송이가 자신의 그것을 만지기

편하도록 손을 거두어두고 있었습니다.



손가락 몇 개가 만철의 그것에 조심스럽게 대었다가 떼어내기를 반복하던 송이의 손길이

어느새 만철의 성기 기둥을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만철의 부풀려진 성기는 송이의 조막만

한 손아귀에 전부 쥐어지기에는 너무 컸습니다. 송이가 손바닥과 다섯 개의 손가락을 모

두를 이용하여 쥐었는데도 만철의 그것 귀두(龜頭)부분은 손아귀 밖으로 나와 있었던 것

이다.



송이는 자신의 손아귀에 쥐어진 만철의 그것이, 조금만 굵지 않고 매끄럽지만 않다면 핫

도그를 손아귀에 쥘 때의 느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사롭고 말랑하면서도 딱

딱한 느낌이 손바닥에 감촉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빠, 지금도 기분 좋아? 날아 갈 것 같아?”

“응, 좋아. 송이가 만져주니 더 날아 갈 것 같애.”

“근데, 있지?… 오빠, 나는 하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어. 아프기만 하고…”

“송이도 송이 거기 만져 봤어?”

“응, 수동이가 갈켜줘서. 몇 밤 전에…”

“그랬어?… 그럼 말이야, 여기서 한 번 해 봐. 그러면 기분이 좋아 질지도 몰라.”



아홉 살 송이는 두 남자아이 앞에서 팬티를 내렸습니다. 그리곤 손을 그곳에 가져가 문질

러대었습니다. 두 남자아이는 자신들이 하던 짓거리를 멈추고 송이의 하는 짓을 바라보았

습니다.



만철이 송이에게 물었습니다.



“좋아? 기분이 좋냐구?”



이 물음에 아홉 살 송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응, 좋아. 날아갈 것 같애.”



송이의 그 말은 대단히 과장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그

느낌이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혹은 흥분되는 건지 아픈 것인지 등은 종잡을 수 없으나,

아무튼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고 야릇한 느낌인 건 틀림없었기 때문입

니다.



그날 송이가 표현한 ‘날아갈 것 같다.’는 그 느낌은 송이이가 체험한 최초의 성적 감흥이

었고, 선 채로 두 다리를 벌려 자신의 음부를 문지른 것은 송이이가 생애 최초로 지은 성

적 몸짓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여름방학이 끝나기 삼일 전이었습니다. 송이 어머니는 송이를 데리러 외갓집

에 왔습니다. 송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돈은 왜? 뭐하려구?”

“나, 회전목마 타러갈 거야.”

“회전목마? 여기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읍내에 가면 있단 말이야… 그러구 오늘이 장날이래.”

“무슨 말이야? 읍내에 있다는 건 무슨 말이고, 장날은 또 무슨 말이야.”



그때 외할머니가 모녀의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오늘이 오일장 서는 날이야. 언제부턴가 오일장에 쬐끄만 회전목마가 보이더구나. 송이

가 지금 그걸 타고 싶어 하는 모양이야.”



송이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그런 설명을 듣고야 송이가 무엇을 하려고 돈을 달라고 하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안 돼. 송이인 어린이대공원에서 많이 타 봤잖아. 또 거긴 너무 멀어.”

“돈 줘. 나 꼭 회전목마 타야 된단 말야.… 돈 안주면, 나 엄마 따라 서울 안 갈 거야. 꼭

회전목마 타고 나서, 나 혼자 서울 갈 거야.”

“아휴, 이 기집애가! 또 떼쓰는 거야?”

“그래, 떼쓰는 거야. 돈 줘!”



송이는 수동에게 회전목마를 태워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외할머니를 따라 오일장에 갔

을 때였습니다. 그 오일장에서 송이는 수동이를 볼 수 있었는데, 수동은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너, 여기서 뭐하니?”

“응, 저거 타려구.”



그러나 회전목마가 멈추고 새로운 아이들이 하나둘씩 목마에 올라타는데도, 수동은 그냥

그대로 있었습니다.



“넌, 왜 안타니?”

“그냥 뭐…”



송이는 아홉 살배기 어린 아이였지만 수동이가 돈이 없어 회전목마를 못타고 있다는 걸

금방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저거 있지, 하나도 재미없어. 어지럽기만 하고…”

“타 봤어.”

“그럼, 어린이대공원에서… 저것보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것인데도 막 어지럽고… 재미

도 없고… 하여튼 수동인 타지 마.”



송이이가 수동에게 회전목마를 태워주고 싶었던 것은, 우선 돈이 없어서 그걸 타지 못하

는 수동이가 안쓰러워 그런 것이었지만, 그 보다 더 총총(悤悤)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건 그녀 자신이 수동을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을 내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송이 어머니는 기어이 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송이는 돈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수동

이 집으로 내달았습니다.



“나 혼자만 타?”

“아냐, 나도 탈거야.”

“송인 많이 타 봤다며? 어지럽고 재미없다며?”

“그래도 탈거야. 니 옆에서 타면 어지럽지도 않고 재밌을 거야.”



동갑내기 두 아이는 회전목마를 타는 동안 내내 싱글벙글 이였습니다.



두 아이가 회전목마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쯤에는 해가 서산 쪽으로 많이 기울여져 있어

서 길가의 나무들이 그늘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송이와 수동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서로 손을 맞잡고 그 시원해진 길을 걸었습니다.



“겨울방학 때도 올 거지? 꼭 와. 알았지?”



수동은 몇 번이나 그런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알았대두. 꼭 온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아니?… 니나 약속을 꼭 지켜.”

“무슨 약속?”

“바보, 벌써 까먹은 거야?”

“아, 농협창고에서 꼬치 만지는 놀이 하지 말라는 거.… 알았어.”

“그게 아니구, 만철 오빠처럼 큰 아이랑은 하지 말란 말이야.”

“알았어. 겨울방학에 꼭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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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의 삼학년 여름방학은 그녀의 성적(性的) 생애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기간이었습

니다. 비록 아빠 것처럼 크고 털이 수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남자의 성기를 생애 처음

으로 만져 보았고, 그것이 좋은 기분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성적감흥’이

란 걸 난생 처음으로 느껴 보았으며, 비록 자기 또래의 아이였지만 남자가 지켜보는 앞에

서 생애 처음으로 ‘성적몸짓’을 지어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수동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로부터 훨씬 후

에야 그것이 이성을 향한 ‘정신적 사랑’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런 것 말고도, 그 해 여름방학은 어린 송이에게 또 하나의 성적 감각을 움트게 하는 계

기가 되었습니다. 그건, 깊은 밤중 안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엄마와 아빠가 싸우느라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송이는 그때까지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아빠의 신음소리는 엄마가 화가 나서 때리니까 아

파서 내는 신음소리인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농협창고에서 만철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아주 작은 소리가 아빠의 신음소리와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자, 안

방에서의 그 소리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느라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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