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깡 - 상ㅎ
저는 부산 근교에서 미나리 깡을 하는 4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제가 기른 미나리는 전량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으로 가기에 작업을 하기가 무섭게 팔려 갑니다.
미나리라는 것이 농약 필요 없지요.
종자 필요 없고 중간에 그다지 돌보는 것이 없어도 물만 적당하게 넣어주고 또 거름만 넣어주면 일년에 2~3번은 현금으로 제 손에 들어오기에 효자 중에서 큰 효자입니다.
제가 짓는 미나리 물 논은 제 것이 아니고 부산 시내에 사는 사람 것인데 제가 벌써 몇 년째 그 양반에게 소작료를 주고 농사를 짓는데 소작료를 주고도 짭짭한 것이 할 만 하답니다.
미나리 체취 할 때에 구포나 김해시에서 인부를 구하여 오는 것이 힘이 들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서로 오려고 경쟁을 하다시피 하여 쉽지만 한참 농번기에는 정말 힘이 든답니다.
저는 녹산에서 미나리 깡을 하지만 집은 부산 시내에 있기에 수확시기에는 아침 일찍 봉고를 몰고 구포 삼거리에 있는 새벽 인력 시장에서 아줌마들을(없으면 남자도 데리고 옮)태우고 미나리 깡에 와 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그들의 손이 딸리면 하는 수가 없이 저도 일을 돕기도 한답니다.
아내는 처음 몇 년은 제 일을 거들었지만 너무 힘이 든다고 항복을 하고 가사만 돌보고 있습니다.
아들과 딸의 뒷바라지도 무척 힘이 들겠지만....
그러다 보니 전 새벽 별 보고 출근을 하고 늦은 밤별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평소에는 마치 백수처럼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 일수이고 고작해야 물대기나 하고 비료나 주는 편안 백성이죠.
봄 미나리 채취 시기에는 사람 구하기가 무척 힘이 들지만 겨울에는 훨씬 수월하고 인건비도 적게듭니다.
또 평소에 일 잘하던 아줌마도 마음대로 선택을 할 수가 있는데 거기에 비해 가격은 봄 미나리보다 더 받으니 겨울 미나리야말로 효자 상품 중에 효자 상품인데 단 한가지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바람막이를 하여야 하는 딱 한가지 단점과 부산 농산물 시장 상인 중 친한 친구가 부탁하면 평소보다 많은 양을 채취하기에 단을 묶는 작업장에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 문제는 조금 있으나 수지 타산은 봄 미나리보단 좋습니다.
작년 12월 초순 이였습니다.
평소처럼 8톤 트럭 한 대분 만 채취하려고 일정을 잡고 사람을 동원하여 작업을 한참 하는데 앞에 말씀드린 부산 엄궁 농산물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친구가 200단만 부탁하자는 간곡한 부탁에 인부들을 독려하여 거의 6시가 되어서야 불을 켜고 가락동 시장에 갈 물건을 실어보내니 나머지 200단을 묶을 일이 문제이었습니다.
트럭에 미나리를 상 차하고 하고 나니 아줌마들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제 봉고 차에 올라타 출발을 기다리는데 참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오는데 미치리 지경이었습니다.
" 누가 저 200단만 더 묶어줄 아줌마 없어요? "
하고 묻자 묵묵 부답 이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경상도 남자들 약속은 칼 같이 지키는 것이 생명이요 더구나 의리를 아내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데 친구의 간곡한 부탁은 절 무척 힘들게 하였습니다.
" 한 2~3시간 하면 끝이 나겠는데 이 분들 모셔다 주고 와서 내가 더 거들고 일당 절반을
더 드리죠 "
하고 말하자 평소에도 손은 조금 느리지만 농땡이를 부리지 않고 진득하게 일하는 50기 갓 넘은 박씨 아줌마가 나오더니
" 저거 다 할라 카면 내 손으로는 더 걸릴 낀데...... "
하기에 고마워
" 내 빨리 모셔다 주고 와서 거들어 주끼예 "
하고는 봉고를 몰고 구포에 하차시킨 후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 빨리도 오셨네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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