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나락 속에서... - 7부

7장



“이 더러운 년아. 우리의 신성한 교실에 오줌을 싸?”



시야에 수현의 얼굴이 드러난다. 내 머리카락을 잡고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려 눈을 맞춘 것이다.



“우웁...”



그녀가 내 입의 걸레를 확 잡아 뺀다. 침에 물들어 눅눅해진 걸레는 실 같은 침의 궤적을 남기며 던져졌다. 뒤의 아이들이 악 더러워! 라고 피한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표독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이 냄새나는 걸 어떻게 책임질꺼야? 너 때문에 교실이 더러워졌잖아!”

“콜록콜록. 제, 제발, 제발 그만. 시키는 건 다 할게요. 흐흑.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아이들의 경멸 섞인 속삭임 사이로 퍼진다. 제발 끝내주세요. 제발. 나 죽을 거에요. 난 마른입에 이상한 맛을 느끼며 힘들게 말을 잇는다. 하지만.



“죄송하면 다야? 왜 우리가 너 때문에 냄새나는 교실에 있어야하지?”

“그런…”



왜냐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말문이 막힌다. 그녀의 분노와 적의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더 이상 맞고 싶지 않아. 절대로 맞고 싶지 않아. 그를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이 지옥 같은 체벌을 겪고 싶지 않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가… 제가 치우겠습니다.”

“당연하지! 냄새라도 남았다간 죽을 줄 알어!”

“예 수현님. 저, 정말 깨끗이 치우겠습니다.”

“빨리 치워!”



아. 매가 그쳤다. 지금 나는 맞지 않아도 된다. 나를 책상위에 옭아매던 손길들이 풀어졌다. 치워야해. 정말 깨끗이 치워야해. 나는 걸레를 잡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



우당탕!

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리는 상체를 일으키는 나를 지탱시키지 못하고 힘없이 꺽여 책상과 함께 넘어졌다. 아이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진다. 양 발은 아직 책상 다리에 묶여있었고 팬티는 무릎까지 내려간 채였다. 하지만 이 수치스러운 모습보다 극심한 것은 넘어지면서 받은 중력을 지탱한 내 엉덩이의 통증이었다. 손가락까지 저려오는 이 아픔. 하지만 이조차도 아이들이 만족할 만큼의 청소를 통해 더 이상 맞지 않아야 한다는 상황보다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바닥을 짚었고 그때 비로써 난 내가 싼 오줌 위에 넘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깔깔깔”



더럽다. 꼴사납다. 감각이 사라진 엉덩이야 어쨌든 당장 손에 닿는 따뜻한 온기가 기분 나빴다. 치우자. 빨리 바닥을 닦고 씻자. 비웃음 속에서 눈물을 삼키고 간신히 책상에 묶인 발목을 풀었을 때, 나는 정말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어 설 수 없어. 하지만 이 웃음소리에서 나는 절실히 느꼈다. 내 몸의 심각함 따위는 그저 또 다른 학대의 구실이 될 뿐이라는 것을. 나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여 내 입에 물려져있던 걸레가 던져진 곳까지 기어간다. 바닥에 고인 오줌이 내 몸의 흔적을 길게 남기고 있었지만 지금 나의 청결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팬티를 다시 올리지도. 뒤로 뒤집어져 허리춤에 낀 스커트 자락도 내리지도 못한다. 얼핏 돌아본 내 맨 엉덩이가 빨갛고 형편없이 부어올랐다는 현실도 애써 외면했다. 바닥에 던져진 빗자루와 대걸레 자루의 공포만이 나를 이끌었다.



간신히 걸레가 있는 곳까지 기어갔을 때. 걸레를 밟고 있는 구두 발이 보였다. 고개 위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가 학교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지?”

“하, 하지만…”



그러면 어떻게 닦아야 하냐는 질문은 흐려진 말꼬리와 함께 묻힌다. 걸레를 밟고 있다는 아이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말했다.



“개가 청소하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예?”



다음 순간 나는 그녀의 억센 발길질로 인해 바닥에 엎어진다.



“하하 개는 혀로 청소하잖아. 안 그래 똥개?”



너무해…. 난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다.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대답을 머뭇거린다. 내 또래의, 아니 나보다 어린 아이들에 둘러싸인 채로 나의 오줌을 핥아서 먹으라니. 몇몇 아이들은 내 소변의 잔해위로 침을 뱉는다.



“왜? 못하겠어?”



잠시 멎었던 눈물이 다시 솟기 시작한다. 제발.



“수현아! 얘, 못하겠데.”

“뭐? 진짜야?”



수현의 손에 들린 빗자루가 딱 하고 바닥을 울린다. 나는 흠칫 놀라 서둘러 고민을 끝낸다. 하자. 해버리자. 치욕스럽지만 부끄럽지만. 더 맞고 싶지 않아. 나는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은 체로, 양손으로 바닥을 집고 고개를 낮추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소란이 잦아들며 내게 모든 시선이 주목된다. 그 눈빛의 절반은 기대, 절반은 설마라는 의구심을 담고 있다. 쳐다 보지마. 이런 날 바라보지 말아줘. 나는 입을 벌려서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고 천천히 식어가는 노란빛 액체에 혀를 담근다.



“와아! 진짜 했어!”

“꺄악! 쟤 미쳤어.”



환호성과 갖가지 반응이 교실을 달군다. 그리고 그 열기는 이제 이 청소를 포기하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최대한 맛을 느끼지 않으려고, 최대한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주변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녀들이 바라는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대부분 부질없는 것이었다.





-----<7장 end>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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