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 - 3부 11장

박 차장 3-11





보영이 집에 돌아와보니 거실에는 그 날 따라 일찍 들어온 보영의 아버지가 엄마와 함께 과일을 먹고 있었다. 아마도 방금 전에 저녁 식사를 끝낸 모양이었다. 보영은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인사를 하고는 2층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려 했다.



“보영아, 잠시 앉아봐라.”

“**제약의 김부장으로부터 얘길 들었다. 오늘 네가 대리로 진급했다고 하더구나.”



“네…들으셨어요? 오늘 진급자 명단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더라구요.”



“진급 했으면 너무 일찍 들어온 것 같은데…왜, 회사 동료들한테 진급 턱이라도 내지 그랬니? 사회 생활에서는 다른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거야.”



“동료들이 절 챙기지 않는 건 아니구요. 저희 팀에 오늘 안좋은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일 하기로 했어요.”



“내가 듣기로는 너희 팀이 회사 내에서는 가장 실적이 좋은 걸로 들었다만. 안 좋은 일이라는게 있나? 영업팀이 영업실적 좋으면 그 뿐이지. 회사 조직 내에서의 문제냐?”



“그게…”



보영은 아버지에게 **언더웨어 입사부터 현재까지 자신과 팀이 겪은 얘기를 아버지에게 차근차근 얘기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에게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한꺼번에 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아버지가 전 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난 네가 그냥 대리를 달았나 했더니 회사에서 대리 진급을 시킬 만 했구나. 수고했다. 그리고, 너희 팀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짐작이 가고.”

“어떠냐? 이제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워보는 것이. 네가 대리를 달면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기로 하지 않았니. 그만하면 사회 생활도 꽤 했고, 짧은 기간이지만 너의 가능성도 보여준 것 같고…그리고, 무엇보다 요새 너의 태도가 이젠 너에게 회사를 맡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아버지, 말씀드리기 죄송한데요. 지금 저희 팀이 안 좋은 상황에 있쟎아요. 그래서, 아버지만 괜챦으시다면 당분간은 그냥 지금 있는 팀에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가능하면 아버지가 하시는 금융업 보다는 제조업을 하고 싶어요.”



보영의 아버지는 보영을 잠시 쳐다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 사내라면 의리가 있어야지. 사람이 좋을 때 나와야지, 동료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나 몰라라 자신만 편하려 하면 안돼지. 그 팀에서 최선을 다해 동료들을 돕도록 해봐. 그리고, 제조업 얘기는 다음에 하자꾸나. 피곤할 것 같은데 올라가 봐라.”



보영이 부모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꾸벅 하고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그 동안 잠자코 있던 보영 엄마가 남편에게 얘기를 했다.



“애가 많이 변했죠?”



“그래,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이 변했군.”



“당신은 보영이가 모시는 사람을 만나봤다고 했지?”



“아…박장우 팀장이요? 사람은 괜챦아보였어요. 아직 때가 덜 묻어보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보영이가 있는 팀이 그 회사에서 실적이 제일 좋은 줄은 저도 당신 얘기듣고 오늘 첨 알았어요. 하긴, 그 날 보니까 그냥 물렁탱이는 아니더라구요.”



아내의 얘기를 잠자코 듣던 보영의 아버지가 전화기를 들었다.



“권 비서?”



“…”



“음…몇 가지 좀 알아봐줘. **언더웨어 영업3팀 사람들 인적 사항하고, 영업3팀이 회사에서 어떤 위치와 대접을 받고 있는지.”



“…”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도 거기에 대출해준 게 있을 테니까. 그 회사 자금 돌아가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해 보도록.”



보영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자 마자, 침대에 벌렁 누워버리고 말았다. 천장을 바라보니 고 대리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별장에서 보았던 고 대리의 아름다운 벗은 몸도… 고 대리 생각을 하고 있자니 속절없이 자신의 가운데가 부풀어 올랐다. 보영은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고 대리를 생각하면서 서서히 자위를 시작했다. 금방 절정에 올라가는 것 같았다. 한 여자를 생각하면서 자위를 하니까 이렇게 빨리 흥분하다니. 보영이 막 폭발 직전에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경산댁이 들어왔다. 경산댁의 손에는 과일 접시가 들려있었다. 보영이 혼자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본 경산댁은 화들짝 놀라며 과일 접시를 옆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도련님…뭘 이런걸 도련님 스스로 하세요?”

“제가 해드릴께요.”



“경산댁, 괜챦으니까. 나가봐요.”



“네? 도련님, 하지만…”



“그냥 나가봐도 괜챦아요. 이거 경산댁이 나 한테 소홀해서 이러는거 아니에요. 그리고 다음부터 내 방에 들어올 때는 노크부터 하고 들어와요.”



“네…도련님. 그럼 과일 접시는 여기 놔두고 나갈께요.”



경산댁은 조용히 방문을 닫고 보영의 방에서 나갔다.



“변했네….변했어…저 천방지축 망나니가…”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을 하던 박장우였는데, 오늘은 다른 팀원이 모두 출근을 했는데도 아직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다. 팀원들은 서로 간의 말도 없이 묵묵히 오늘 할 일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드디어, 장우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팀원들은 모두 장우에게 아침 인사를 건냈지만, 장우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지에 대해서 긴장하고 있었다.



“잘들 쉬었어? 좋은 아침이군.”



의외로 밝게 인사하는 장우의 얼굴과 말소리를 듣고야 사무실의 긴장이 한꺼번에 녹아내렸다. 비로소, 사무실이 왁자지껄 해졌다.



“우와…차장님 와이셔츠 다린게 장난이 아닌데요. 오늘따라 말끔하게 보이세요.”



“아! 보영씨, 그렇게 보이나? 어제는 미안해. 대리 진급도 했는데. 오늘은 진급 파티하자고.”



“그럼요. 어제 얼마나 섭섭했는데요. 오늘 확실히 제가 턱! 냅니다.”



“그래…그래.”



정 대리가 뾰루퉁한 얼굴로 장우에게 쏘아붙였다.



“오늘은 독신남이 말끔하시네요. 차장님…어제 혹시…시부야 가신 것 아니에욧?”



“뭐…시부야? 뭔 말 하는거야? 어제 집에 일찍 들어가서 도 닦는 심정으로 다림질 했구만. 내가 여태까지 그리 후줄근 했어?”

(어이구…저 귀신…아주 손에 꽉 잡고 있어요…”)



“그러구 보니까…차장님 하루 사이에 볼 살도 좀 빠지신 것 같고. 영 수상하네요. 제가 그 분야 전문이라 좀 압니다. 하하하.”



“허이구 육 대리 그러세요? 그래서 요새 볼이며 뱃살이며 점점 통통해지시네요. 요새 굶고 계시나?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참. 고 대리님까지 절…”



“각설하고. 우리 MT 간지 오래됐지? MT 가자!”



“MT! 좋아요. 우리 스키 타러 가요.”



“스키는 정 대리 혼자…아니, 남편분이랑 타고 가시고. 다른데로 갈거야.”



“치…차장님 정말 미워요. 근데, 어디요? 설마, 안 대리네 별장으로 또 가는 건 아니겠죠?”



“아니, 우린 괌으로 갈꺼야. 한 겨울에 야자수와 백사장, 그리고 푸른 바다가 있는 괌으로 간다.”



“어머…정말요? 그럼 너무 좋고요.”



“이번 달 마지막 금요일 퇴근하고 떠나서 월요일 새벽에 들어올거야. 거긴 무비자니까 비자는 상관없고, 여권들은 다 가지고 있나?”



“저…전 아직 여권이 없어요.”



“저도 없는데요.”



“그럼 고 대리하고 육 대리는 여권 신청해요. 오늘 점심 시간에 구청에 신청해.”



“고 대리님 아직 해외 여행 안해 보셨어요?”



“응…안 대리, 나 아직 비행기도 못 타봤는 걸…”



“그럼, 비행기 탈 때, 제가 고 대리님 옆에 앉을께요. 저 하고만 있으면 안 떨어져요.”



“야! 안 대리, 니가 인간 낙하산이냐? 아님 인간 엔진이냐? 너랑 앉으면 안 떨어지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여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나도 비행기 첨이다. 나도 니 옆에 앉을게.”



“육 대리님은 비행기 떨어져도 걱정없어요. 인간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쟎아요..”



“욱…저게…”



“자…그만하고, 괌에서는 일 얘기 하나 안하고 신나게 놀기만 할꺼야. 그리고, MT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어.”



“그게 뭔데요?”



“응. 우리 이제 7억 남았쟎아. 그걸 한방에 해결할 준비를 하고… 또, 빚도 갚아야지.”



“7억어치를 한방에 팔아버린다고요?”



“그래. 한방에…어제 사업 얘기를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 올랐어. 뱃팅이다.”



“그럼 정리하셔서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되고, 빚은…”



“응, 우리를 너무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쟎아. 그 분들에게도 빚을 갚아야지.”



“차장님, 몬 말씀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어제 혼자 집에서 다림질 했다면서 누구랑 사업 얘기 하셨어요?”



“엉? …으 아하. 그거? 그거야 나랑 했지. 정 대리도 해봐 거울보고 나랑 얘기하면 아이디어 무지 잘 떠오른다.”



“하옇튼 수상해…뭔가 있는데.”



“자…점심 식사 전까지 펼친 일들 좀 마무리하고 점심 먹고 미팅하자고.”



재미있게 일하면 시간은 빨리 가는 법이다. 금방 점심 시간이 되었으니 말이다.

영업3팀은 왁자지껄하게 건물 로비로 내려갔다. 장우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한결 몸이 가벼워 진 것 같았다. 하긴, 그렇게 자신의 묵었던 분신들을 쏟아냈으니…



“어이…이거 누구십니까? 박 차장님 아니십니까?”



“…정 과장, 오랜 만이군. 잘 지내나?”



“저야 항상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니가 항상 그렇지. 할일 없이 회사 돈이나 축내는 놈…”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아…그리고, 저 차장 됐습니다. 다음 부터는 정 차장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들려오는 얘기가 박 차장님이 어렵다고…하하하, 좀 인맥 관리 하셔야 겠던데요.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차장님 처럼 혼자 일하시면 될 일도 안돼지요.”



“자네, 나 한테 충고하는건가? 하옇튼 고맙네. 난 이제 식사하러 가야해. 아까까지 밥맛이 돌았는데…식욕 잃기 전에 가봐야겠네. 잘 가게나.”



“네?…우욱…그럼…(건방진 넘…)”







“차장님, 저 밥맛은 누구에요?”



“정상철이라고, 정 이사 아들이야. **제약에 있지.”



“어머…그럼, 자기 아버지한테 며느리 바친 사람이요?”



“글쎄, 지 마누라를 바친건지, 아니며, 지 아버지가 지 마누라와 그런 사이인지 모르는건지 누가 알겠나? … 한번 알아볼까?”



“그걸 누가 알아봐요?”



“방법을 찾으면 돼지…아…고 대리님, 정 이사 인사카드 좀 구할 수 있을까요?”



“정 이사 비서가 제 후배니까…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그런데 뭘 하시려구요?”



“하하하. 적을 알아야 적을 깰 수 있는 방법을 알지.”



“그건 제가 구해볼께요.”



“밥 먹으러 가자. 갑자기 식욕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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