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의 함정 - 13부

아침이 되어서도 푸석함을 지울 수 가 없었다.

어젯밤의 일이 악몽으로 되살아 났다.

"내가 대마초를 피다니.. 미쳤군..미쳤어..말세다..정말 말세야.."

머리속은 온통 복잡하기만 했다.

대마초를 피웠다는 사실과 가영에게 듣는 사랑이야기.. 지연의 과거.. 모든게 대마초로 인한

환청과 환상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환청이였어..환청...그럴리가 없지..무슨 소리야..암..환청.."

굳게 믿고 싶었다.



곤히 자고 있는 지연의 모습은 너무도 순수하고 깨끗해 보였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자책을 해 본다.

내게 왜 그런 환청이 들렸을까? 내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나?

아니면 근래에 너무 많은 일들을 겪고나서 머리가 이상해 졌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아마튼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불결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가 없었다.

"그래..내가 좀 더 신경을 쓰자..이제..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고 지혜와 가영이와도 멀리하고..."

"이 무슨 바보같은 짓이였단 말인가!"



그녀가 부시시 눈을 떴다.



"어....벌써..일어났네?"

"언제 일어난 거야?"



"어..조금 전에..아직 7시도 안 되었는데..조금 더 자.."



"아니야..일어나야지...아~함.."



그녀의 기지개 켜는 모습 또한 너무 귀여웠다.

이런 사랑스런 여자를 의심하고 환청까지 들어가며 의심한 내 자신이 한스러웠다.

그녀는 일어나서 거실로 향했고 나는 자리에 누워 담배를 물었다.

한 모금을 길게 내 뱉으며 어젯밤의 일을 떠 올렸다.

너무도 생생한 느낌..진짜 같은 그런 느낌..

정말로 어젯밤의 일이 진짜라면...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복잡한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거실로 나왔다.

식탁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가영이와 지혜도 방에 들어가서 자는지 조용했다.

난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대마초 같은 냄새는 없었다.

역시나 환청 이였나 보다.

조금은 안심 이였다. 토스트를 굽고 계란 프라이를 붙이는 지연을 바라보며 조금은

상기가 되어 가만히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목에 입맞춤을 했다.

부드러운 살결에 땀 냄새가 풍겨왔다. 좋았다. 그냥 이대로가 좋았다.

이대로 이 시간이 머물렀으면 했다.



“덜커덩...”



“어...언니..형부..일찍 일어났네..”



부시시한 얼굴로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는 지혜의 얼굴에서 어젯밤에 아무일이

없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아무 일 없었어..그렇지 않고 저렇게 태연하게 대 할 수 없어..’

나는 나 혼자서 열심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주문을 외우고 내 생각을 세뇌시키려 하루가 어떻게 흘러 갔는지 벌써 퇴근 무렵이였다.

그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아내였다. 퇴근 후 우리회사 지하에서 기다리겠다고..술이나 한 잔하고 들어가자고...

어제밤에 마셨는데...왠 술?



지하는 레스토랑겸 빠로 되어 있다.

가운데는 빠 처럼 테이블이 길게 있고 그 안에 빠텐더들이 칵테일이나 양주를 팔았다.

이런 데가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와 보기는 첨 이였다.

집사람은 프렌치키스라는 칵테일을 주문했고 나는 하이네켄을 주문했다.

즐겨먹는 편은 아니였지만 톡 쏘는 맛이 그리웠고 뭔가 중대한 이야기라고 할 태세였기에

정신이라도 차려보자는 생각이였다.



집사람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나를 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오빠~! 이렇게 둘이 만나서 이런 멋진데도 오고 하니까 좋지?”



“어..그런데..이런 덴 비싸지 않니?”



“흥! 지가 비싸봤자 얼마나 비싸겠어?”



“그렇긴 해도....”



“오빠? 우리 애기 갖을까?”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이쁜 아들이랑 딸을 낳아서 우리 넷이서 놀러도 다니고..”



“글쎄..아직 아이 생각은..... 집에서도 아이 얘기를 가끔 꺼내기도 하긴 하지만...”

“아직..이르지 않나?”

생각이 복잡했다..

지연이가 꺼낸 첫마디는 아이를 갖자는 이야기..

뭔가 중대한 이야기라도 할 줄 알았던 나로서는 더욱 꼬이기만 했다.



“그래... 당신이 원하면..뭐....”

“그런데..말야.. ”



“어..뭐?”



“아니..아니야...”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착하게 생긴 여자에게 동생과의 관계를 물어보고..과거를 물어본 다는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앉아 이런 저런 잡다한 얘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지혜랑 가영이도 일찍 들어와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 어색한 분위기..어떻게 적응을 해야할지 잘 몰랐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아침을 먹으면서도 퇴근후에도 집안에서의 일들은 모두 어색하기

시작했다.

지혜도 가영이도 예전처럼 밝게 웃거나 나에게 말을 건네 오거나 이상한 짓거리를 하려고

장난을 치거나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사는게 힘겹기만 해 져 갔다.

지연이는 근래들어 부쩍 외출이 잦았다. 저녁이면 직장 동료들과 회식이 많았고

야근 또한 자주 있었다. 지혜와 가영이는 일찍 들어오는 날이 있어도 같이 대화를 하려

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만 놀았다.

‘크크..이런게 바로 왕따라는 것인가?’

나 자신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집안에서 왕따라니...



그렇게 몇날을 힘들게 보내다가 나는 기회를 잡고 처제에게 말을 건냈다.



“처제..우리 맥주나 한 잔 할까?”



그날도 특별한 일이 없어 일찍 퇴근을 해서 집으로 향했다.

집사람은 야근이라며 조금 늦는다고 했다.

짜증이 났다. 하지만 왜 이러느냐고 물어 볼 수 도 없었다.

야근이라는데..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술 자리를 마련하고 처제를 기다렸다.

가영이는 약속이 있다고 늦고 처제랑 마주 앉았다.

“지혜야.. 요즘은 통 너의 웃음을 보기 힘들더라...?”



“뭐...즐거운 일이 있어야 웃지...”

“그러는 형부는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거야?”



“근심? 글쎄...”

“저번날에...우리 넷이서 술 마신날...그렇니까.. 집에서 술 마신날.. 있잖아..”

“그때...음...”



나는 말을 재촉하고 싶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 지를 몰라하는데..



“형부..?”

“에이그..아니다..아냐... 말 해 뭘해.”



“왜? 말해줘..난 도저히 그날일이 꿈처럼 느껴져.”

“정말이야? 그날 처제가 말 한거 모두 정말이야?”



“이봐요..김 인재씨..요즘 언니가 왜 이렇게 늦게 다니는지 아세요?”



“아니..오늘도 야근이라던데....”



“야근은 무슨..얼어죽을 야근이야...”

“무슨 남자가 그렇게 눈치가 없냐~”

“내가 그만큼 얘기 해 줬으면 쿨하게 끝내야지..질질 끌어서 뭐 어쩌자구..”



순간 머리가 띵~ 했다.

그날 일들이 모두 사실이였구나.

그랬구나..그런거였구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지혜의 말..쿨하게..!!

어떻게 처제의 입에서 이혼을 종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날 이후로 다시 시작되는 왕따생활.

나도 밖에서 놀며 지내고 싶었지만 이러면 안되지를 외치며 일찍 일찍 귀가를 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건 정말 악몽같았다.

처제랑 가영이가 들어와도 인사도 없이 자기들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며 나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어떤날은 새벽까지 기다리다 지연이를 맞이하면 화보다는 들어와줘서 고맙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행동했다.



‘이렇게 살기는 힘들다.’

‘이게 사는건가?‘

‘그래...이혼하자.’





추운 겨울이 지나 이제는 제법 따뜻한 바람이 분다.

봄인가 보다. 햇살도 바람도 모두가 상쾌하다.

출근을 서두르며 나는 부랴 부랴 씻고 출근길에 나선다.

회사옆 조그마한 가게에서 토스트를 사서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짝지근한 맛이 입 안 가득 전해졌다.

언제나 나의 아침은 토스트에 우유..

지난 몇 달 동안 마음 고생을 마치고 이제는 훨~ 훨~ 나는 새처럼 자유롭다.

집도 회사 근처 빌라의 지하에 방을 얻었다.

비록 지하의 단칸방이지만 열심히 벌어서 그 빌라를 사겠다는 욕심으로 열심히

산다.

지연이와 지혜..가영이도 잘 살고 있겠지?



혼자 살면서 제일 힘든건 역시나 밥하고 빨래하는게 제일 힘이 든다.

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리라. 나의 새로운 인생에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싶다.

저녁이면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사는 얘기를 나눈다.



벌써 이혼한지 4달이 되어간다.

아내에게 모든 것을 주고 나는 빈털터리로 새로 시작했다.

지혜와 술을 마시던 날 나는 다시 모든 얘기를 들었다.

내가 궁금해 했던..동생 인성이와의 관계를.

언니가 만난 첫사랑이 인성이였다는것을..





요즘은 부쩍 미선씨가 사랑스럽게 보인다.

가끔 주말엔 집에와서 청소도 해 주곤 한다.

저 바람둥이 아가씨가 아무것도 없는 이혼남에게서 뭘 얻으려고 저러는지..

후훗..하지만 점점 미선씨가 좋게만 느껴진다.



언젠가 티비에서 이런 말을 하는걸 들었다.



“사랑은 움직인다”고...

사랑은 역시나 움직인다. 하지만 사랑을 잡는건 다시 사랑일꺼라 믿는다.

어쩌면 나는 지연을 깊이 사랑하지 못했나보다.

정말 내가 사랑한 여인이 지연이였다면 지연의 아픔까지도 감싸주었어야 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고 그저 받으려는 사랑만 했다.

후훗..



오늘은 평일인데 미선씨가 집에서 삼겹살..어떠냐고 제의를 해왔다.

지하라서 냄새가 빠지지 않을 것 같아 거절을 하려는데 거절을 하면 내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았다. 지하에 산다고 해서 삼겹살도 못 구워 먹는다면 그 보다 비참하게

있을까?

‘그래..냄새 좀 나면 어때..’



둘은 퇴근후 근처 마트에서 삼겹살과 소주.. 깻잎. 마늘등을 준비해서 즐겁게 집으로 왔다.

불판에서 삼겹살이 지글 지글 타오르고 이른 봄의 기운보다는 늦은 겨울인양 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별로 춥다는 생각이 없었다.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신혼생활이라도 하는 기분이였다.



미선씨도 마냥 재밌어했다.

이젠나도 제법 술이 많이 늘었다.

혼자서 생활하면서 마시는 것은 소주뿐..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버렸다.

벌써 한 병을 거뜬히 비우고 냉장고로 소주를 꺼내려 가는데 티비에서 낮익은 이름이 들렸다. 지연이와 지혜의 이름이였다.



“검찰은 자매 사기단을 적발하고 검거하였습니다. 이지연.이지혜 자매는 벌써 수차례나

위장결혼을 한 후 이혼을 하는 수법으로 위자료를 뜯어냈고 유부남들을 만나며 성관계후

이를 집에 알리겠다는 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하는등 주도면밀하게 자행되어 왔던 것으로

검찰은 밝혔습니다.“



“크크..크크..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 그동안 별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써 보는 소설이라서 문구나 어구에서 많이 어색함이 들어났는데 다음편 에서는 좀 더

재밌는 소재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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