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경.희. - 10부

며칠동안 머리가 너무 아팠다. 박사장무리가 우리집에서 깽판치며 노닥거리던 그날 내게 비춰졌던 암울하고 그늘진 숙모의 얼굴과 숙모를 갈아마셔버리겠다 노려보던 작은 이모의 얼굴이 왔다갔다 했다. 모른척 하면 안되겠다 생각이 든 것은 숙모의 대한 나의 책임감이었고 아는척 할 수도 없었던 것이 숙모에 대한 나의 걱정때문이었다. 여기서 내가 뒷짐지고 일 흐르는대로 방관만 한다면 그녀에게 나는 영원한 조카아이로 남을테고, 그렇다고 이모를 만나 섣불리 변명을 한다해도 일이 더 커질 공산이 퍽 높아보였다. 삼촌은 그후로도 우리집에 올때마다 박사장 칭찬일색이었다. 그 사람 사람 참 좋다, 수완이 그리 좋으니 사업이 번창하지.. 주절주절대는 모양이 어디가서 빡세게 접대라도 받았나했다. 삼촌은 사법연수원도 꼴등으로 졸업한 그저 평범한 변호사일 뿐이다. 법정에서 말더듬거린다고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도 보았고, 케이스 수주가 많지 않아 일감을 찾아 브로커를 고용하는 일도 있고 어머니에게 사람소개를 부탁하는 일도 더러 있다 했다. 그래도 돈 좀 만진다고 큰소리를 치는 걸 보면 우리나라 변호사라는 직업, 왜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것이겠거니 이해는 가지만... 여하튼, 박사장이 삼촌에 접근하는 이유가 숙모에게 미쳐가는 나에게는 도저히 다른 이유를 생각해 낼 수 없게 했지만, 그 당시만큼은 그러한 의심이 내게 큰 고민이 되지는 못했다. 작은 이모의 주둥이를 어떻게 막느냐가 큰 이슈였으니까. 숙모에게 덧없는 전화를 몇차례 했다. 그외엔 그녀에게 해줄 일도 없었다. 통화가 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고 되려 겁도 났지만, 이런 유치한 다가감이라도 없으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가 나를 잊겠다 싶었다. 아니 솔직히 앞으로 그녀와 옷을 벗고 나뒹굴 가능성이 점점 낮아간다는 게 진심이었겠지. 나는 그토록 몸뚱아리 쾌락에 얽매인 철없고 이기적인 남성에 불과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흐르던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내 방문을 득달같이 열어 담배피우며 TV를 보고 있던 나에게 달려들어 뺨을 내리쳤다. 재떨이를 집어던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어 수혁이가 들어와 뜯어 말렸다. 코끼리발같은 손에 코피가 났지만 일부러 닦지도 않았다. 그만큼 어머니에게는 자신에게 반항만 일삼는 날나리 노총각 큰아들 보다는 자신을 하늘로 아는 남동생이 먼저였다. 불쌍한 내동생.. 불쌍한 내동생..을 되뇌이다 안방에서 드러누웠다. 술 한잔 자시고 집에 들어오다 그 광경을 본 아버지가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잘 설명해줄리 만무한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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