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 - 4부 7장

박 차장 4-7





배를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하루가 지났지만 허리를 펴는게 힘들 정도였다. 장우는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야 출근 할 수 있었다.



“차장님, 괜챦으세요? 어제 테러 당했다면서요.”



“응. 괜챦아. 정 대리는 어때?”



“저야 제 한 몸은 지킬 수 있어요. 어제도 차장님만 없었으면 그 놈들 제 주먹에 다 떨어져 나갔을거라구요.”



정 대리가 주먹을 꽉 줘 보이며 장우를 놀렸다. 하긴…놀림을 받아도 싸지. 여자 앞에서 주먹 한대에 고꾸라져서는 싸움이 끝날 때까지 헥헥 거렸으니.



“차장님도 수영 말고 태권도 같은거 배워보심이 어때요? 제가 개인교습 해드릴께요. 어저께 저희 아버지 보셨죠? 제가 그 밑에서 배웠다구요.”



“됐다마~. 난 쌈질 안하면서 살란다. 그리고 정 대리한테 배우면, 가리킨다고 하면서 엄청 나 팰거 아니야?”



“고건 맞아요. 특히, 딴 여자 만나면 더 무지막지하게 가리킬 거에요.”



“정 대리…나 그냥 가끔 맞으면서 살래. 그게 낫겠어.”



“핏…바…부…”



장우는 샐쭉대는 정 대리를 무시한 채 육 대리에게 구매 신청자를 구매 액수 순으로 뽑은 고객 리스트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래…이 정도에서 끊으면 되겠구만…하지만, 너무 여자 고객만 많아서는 부담스럽지…흥도 안나고. 육 대리, 남자 고객으로 30명만 더 채워넣고, 여자 고객에선 30명 제하도록해서 숫자 맞추도록 해.”

“그리고, 정 대리, 결혼정보회사 신청자 중에서도 뽑도록 해. 그냥 뽑지 말고, 커플로 맺어질 확률이 높은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뽑도록 해. 결혼 전에 좋은 추억도 만들어주자고. 참, 구매 고객 중에서 남자 고객 뽑을 때도 가능하면 여성 고객하고 커플인 사람들 우선하고.”



장우는 육 대리와 정 대리에게 참가자 선정을 지시하고 안 대리에게 호텔의 행사장 상황을 확인했다.



“차장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300명으로 호텔 행사장을 빌렸구요. 뭐 워낙 좋은 호텔이라서 행사를 하기 위한 제반 사항은 완벽합니다. 이벤트 순서와 여흥만 결정되면 당장 꾸밀 수 있습니다.”



“그럼, 안 대리, 내가 말하는 순서에 따라서 호텔 행사 메니져와 행사장 디자인 들어가도록 해.”

“먼저, 고객이 도착했을 때야. 고객은 외투 밑에 언더웨어만을 입도록 할거야. 그리고,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에서 내릴거고. 그러니까. 차를 주차시키고 발리 파킹 요원한테 키를 맡기고 초대장을 확인한 다음에 행사장까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차단된 통로를 만들도록 해. 물론 초대장 받은 다음에는 외투를 보관할 룸도 만들어야 할거고 초대장 확인하는 곳부터는 고객이 춥지 않도록 난방에도 신경을 써야해.”



“네, 먼저 고객 도착해서 행사장까지 들어가는 절차와 주변 장치들이요.”



“두 번째, 행사장에는 고객이 쇼를 관람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을 준비하고, 테이블은 1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 테이블 보는 핑크색, 위의 전체 조명 외에도 촛불을 식탁 위에 놓도록 하고. 식사는 일식으로 해. 가능하면 식사는 깔끔하게 배가 부르지 않을 정도로. 웬지 아냐?”



“글쎄요. 배 부르게 먹여보내는게 낫지 않을까요?”



“이런…밥퉁. 다들 팬티 한장 달랑 걸치고 있는데 밥 먹고 배 나오면 어떡할래?”



“아…나온 배를 가려줄게 없구나…”



“식사전에는 웨이터들로 하여금 칵테일 같은 애피타이져를 가지고 돌리도록 해. 식사 시간은 최대한 짧게. 식사 끝내고 바로 패션쇼로 들어갈거야. 웨이터 복장은 팬티에 나비 넥타이, 웨이트리스 복장은 팬티, 브라자, 그리고 나비 넥타이야. 모든 사람이 같은 정도의 노출을 줘서 고객이 부끄럼타는 걸 최소화시키고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탈 수 있도록 해야해.”



“알겠습니다. 동질화 과정이군요.”



“이제 좀 알아먹는군.”



“다음은 쇼 순서야. 먼저 분위기를 확 잡을 생각이야. 어제 계약한 엑스터시팀의 댄스 공연이 위에서 있을 거야.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패션쇼를 시작한다. 모델은 정 대리가 확보 중이니까 신경쓸 필요 없고. 댄스 공연 시간은 15분, 그리고 정규 패션쇼는 30분이야.”



“정규 패션쇼요?”



“그래. 정규 패션쇼가 끝나면, 결혼정보회사의 고객들 중에서 신청한 사람들이 나올거야. 물론, 3쌍에게는 하와이 여행권을 줄거고.”



“그 사람들은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네요.”



“그리곤, 위에서 하얀 종이 눈이 날리고, 무대 위의 사람들이 무대 밑으로 내려가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무대 위로 올리거나, 무대 밖에서 춤을 함께 출거야. 물론,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의 음악을 깔아야겠지. 그 다음 부터는 말 그대로 파티야. 칵테일과 위스키가 계속 제공될거야.”



“쇼 다음엔 파티…”



“그리고, 행사장 벽면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벽이요? 그거야. 말끔하게 정리해야죠…”



“밥퉁…거긴 당장 결혼할 사람들도 오는 곳이야. 분위기 한참 업 됐는데. 맹숭맹숭 가만 있고 싶겠니? 뭔가 뽀뽀라도 하고 싶을 거 아니야? 뭐 마스크 써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대 놓고 하겠지만, 감추면서 하고픈 사람들도 있을거 아니야?”



“아…그럼 차장님 생각은 벽면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섬씽 스패셜’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그래…소품 같은 걸로 요철을 줘봐.”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안 대리. 초대 손님은 300명이 아니라 303명이야.”



“예? 3명은 갑자기 어디서…”



“조인봉, 조인숙, 그리고 조인봉 사장의 처”



“그 사람들도 초대하게요? 뭐가 이쁘다고.”



“이쁘긴…어저께 깡패들 동원한 건 아마 조인봉이었을거야.”



“**제약의 조인봉 사장이요? 그 사람도 차장님을 미워하나요?”



“개인적으로 미워할 건 없지. 내가 그 사람 눈에나 보이겠냐? 하지만, 조금 있으면 **제약이나, 언더웨어나 회계결산이야. 회사에 떠도는 소문 알고 있쟎아. 두 사람 중에 후계자가 결정된다는거. 돋아나는 싹을 자르고 싶었겠지.”



“그런…”



“우리도 빚을 갚아야지. 지렁이도 밟으면 꿈들거리다 터져서 죽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줘 봐. 육 대리하고 알아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벌레를 밟긴 밟았는데 지렁이는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그래. 어저께는 나만 봉변을 당해서 다행이었지. 그 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정 대리도 몹쓸 짓 당했을거라구.”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 대리.”



“네”



“자네 아버님이 하는 회사가 이름이 뭐였지?”



“삼봉 파이넨스 입니다만.”



“삼봉? 자네…외아들이라고 그랬지?”



“네. 갑자기 그건 왜요?”



“아니야. 내 친구도 파이낸스 회사에서 일한다고 해서 혹시 아버님이 경영하는 회사면 부탁 좀 드릴라고 그랬어.”



“청탁이요? 차장님도 그런거 하세요?”



“뭘 못하겠냐?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지금은 먹고 살라고 빤쭈도 팔고 있는 마당에.”



“에이 또 왜 그러세요. 제가 좀 알아봐 드려요? 저희 아버지 이쪽 방면에선 힘 쎄요.”



“아니야. 같은 회사도 아닌데 뭐. 호텔로 가보도록 해.”



장우는 사무실을 나서는 안 대리를 보고는 자신의 명함철에 있는 기석의 명함을 다시 한번 보며, 시부야에서 본 기석과 기석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삼봉 파이낸스…나 한테는 아버지 회사라고 했는데…그리고 시부야에서 언듯 본 기석의 아버지…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안 대리하고 비슷한 인상이고…안 대리는 외아들…뭐가 있는건가?”



“차장님!!!”



“엉? 왜? 왜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난리야?”



“제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돌아보지도 않고, 결혼정보회사에서 보낸 신청자들 중에 참가 대상자 다 골랐단 말이에요.”



“알았어. 육 대리가 뽑은 사람들하고 함께 초청장 발송해.”



“초청장은 금박, 들어가야 할 내용은 다른 초대장하고 같은데, 테이블 번호를 기재하도록 해. 또 아무렇게나 테이블 지정하면 안된다.”



“제가 돌머리에요?”



“돌머리 아니면 다행이고.”



“요새 점점 잘난척 한다니깐…”



“요것이 팀장한테 말버릇봐라. 그리고, 정 대리. 마스크도 주문해야지. 마스크는 5종류만 만들어. 너무 종류가 다양하면 저 놈이 저 놈, 저 년이 저 년이라고 다 알아버려. 되도록이면 상대방이 날 알 수 없도록 해서, 고객들이 파티를 마음껏 즐기게 하자구.”



“알겠어요.”



“그럼 가봐. 육 대리하고 신청자 최종 결정하고 육 대리는 문안 작성해서 인쇄소로 가고, 정 대리는 마스크 제작소로 가.”



“근데, 정 대리, 아버님은 왜 갑자기 한국에 나오셨는데?”



“뭐, 딸이 이혼도 하니까 걱정되서 나오신거에요.”



“다른 건 없고?”



“미국에 제 혼처 자리 나왔으니까 미국으로 들어오래요.. 그 남자는 싸움도 무지무지 잘 한데요.”



“아버님이 쌈 잘하는 남자 좋아하나? 히~ 난 초반에 탈락이구만.”



“나 한테 프로포즈도 안 했으면서 무슨 초반 탈락. 그리고, 남자가 뭐 그렇게 시원쟎아요? 어제 좀 잘 하지. 눈도장 팍 찍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우리 아빠는 단순무식 스타일이라구요.”



“내가 뭐 프로포즈라도 했냐? 눈도장 찍을 필요도 없구만.”



“하옇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정이 똑 떨어지게 만들어요. 미국 가버릴까보다.”



“가라, 가. 가는 사람 안 잡는다.”



“몰라요.”



정 대리는 장우의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서류를 가지고는 육 대리에게 가버렸다.



장우는 커피 한잔을 뽑아와서는 엑스터시팀의 장은주 팀 리더를 기다렸다. 정 대리와의 결혼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지만, 막상 정 대리에게 혼처 자리가 생겼다고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내가 넘 욕심이 많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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