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렉스 - 1부 37장

<일기>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발가락은 천장의 등을 가리킨 채로, 이런 자세로 일기를 써야만 마음의 안정을 겨우내 얻는 저입니다.















오늘도 당신은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쯤 당신이 나타나줄지,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줄지 어렴풋한 짐작이라도 할 수 없는것이 마냥 안타깝습니다.















오늘도 소망을 담아 이렇게 또 글을 써봅니다.















부디, 어서 나타나 주세요. 저를 묶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랍니다. 끝없이 바라마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안겨주신다면, 저의 모든것을 받아주신다면....















저는 맹세코 저의 주인된 분께, 모든 것을 드릴 것입니다. 저의 피와 살. 뼈, 그 무엇이라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당신이 제 앞에 서게 될 그날, 제 앞에서 홀로 당당하실 수 있다면, 저에게 당신이 제 주인된 사람임을 보이신다면....기꺼이 무릎을 꿇겠습니다.















얼마든지 저의 머리를 조아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기대하고 또 기대했건만,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 믿습니다.















그날을 기다리면서, 끝없이 갈구하면서, 오늘의 일기를 마칩니다. 어딘가에 계실 당신을 위해, 사방위(四方位)의 절을 올리고자 합니다. 부디 받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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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서 남 북의 모든 방향을 향해, 나신의 몸으로 부드럽게 무릎을 꺾은 후 깊게 깊게 고개를 숙인다.













주인되실 분께 정성스레 절을 올린 후에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채 가느다란 두 다리를 좌우로 가른다.













어둠 속에서도 홀로 빛나는 듯한 새하얗기 그지없는 몸뚱이. 천변만화를 이루는 빛의 잔영.













하지만, 분명 하얗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고, 온갖 것을 품고 있다. 조금이라도 신체의 동선을 자아낸다면.















육체에 드리워진 음양의 위치를 약간이라도 뒤집는다면... 인체는 얼마든지 변한다.













"....하아..."













눈을 감는다. 눈가가 약간 젖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는 M...매저의 입장에 놓이는 자.."













매저키스트라는 스스로의 위치를 속으로 생각하는건 슬픔을 밟기 위해서라는 자기위안일까.













지금의 이 혼란함, 현기증이 나게 뜨거운 순간은, 그 분을 생각하면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뭣도 아닌 짓거리일까..













"...헉.... 허억....헉....하...하아.......하....아.....헥...."













체향이 방 안을 메워가면서, 스스로의 살 냄새를 의식하며 질끈 감는 눈에서 아릿하게 번지는 물기.













그걸 의식하면서 입술마저 잘끈 깨물어진다.













"....이러고 있으면서 신세한탄하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란....지구에서 몇 명이나 될까..."















눈가에 이슬이 맺혀가지만, 복잡한 정신 속과 달리 자신의 양 손이, 육체가 하는 일은 지극히 단순한 작업이다.















한 손은 바닥을 짚으면 되는 것이고, 남은 손은 손가락을 놀려주면 그만인 일이었다.















전혀 어렵지 않은 단순한 동작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다지도 슬플까.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몸 어딘가에서 <익숙하고도 짜증나는 것>이 순간적으로 느껴지자 씹어뱉는듯한 음성이 뾰족하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 치잇...!! "













그걸 느낀 순간, 마냥 더러운 기분 뿐이었다.















털썩















이불로 몸을 가릴 생각도 않은 채, 그냥 침대에 아무렇게나 스스로를 내동댕이치듯 하였다. 베개에 머리를 쳐박다시피 한채, 가물거리는듯한 음성으로, 조그맣게 속삭일 도리밖에..



















"...꼴불견인 짓. 하기 싫어하면서 이런다니...후배한테 뭐라 할 것도 못되는구나..나..."













여느 때처럼... 그저 한없이 작은 스스로를 느끼게 되는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비록 <오랜만에 하는 것> 이었지만....











































하늘을 닮은 남자를 만나기 직전, 어느 날 밤에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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