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Episode - 6부
2018.11.23 20:40
"있잖아요~. 주인님~..."
"응?"
"뭐래더라...? 아. 멀티섭인가 하는 거 말이에요. 주인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멀티? 아. 섭을 여러명 둔다는 뭐 그런거? 흠~......글쎄?....."
맑은 하늘은 어느새 조금씩 한쪽 볼을 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두 사람의 뜨겁고 아름다운 결합을 보고야 만 것인지...
그에게 허락된(?) 사람들에게만 공개한 그만의 안식처.
벌거벗은 두 남녀는 그 곳 발코니에서 조금 전의 그 여운을 즐기는 듯, 편안히 드러누워 있었다.
언제봐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 곳의 풍경......
뜬금없는 질문은 그를 닮아가서 그런 것일까.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본다.
"흐흣~...많으면 좋지? 하하하~.."
"왜? 음....말나온 김에 한번 구해볼까? 수십명? 흠....수백명은 되야 될라나??"
방긋.....
웃고만 있는 그녀. 그녀만의 부드러운 미소는 항상 그를 평안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한편으론 그에게 이제 농담 그만하고 답을 해달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그의 얼굴 또한 미소로 번지며 그는 말을 꺼낸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욕망의 기준을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가....혹시 너는 생각해봤니?"
그녀는 대답대신 예의 그 똘망똘망해진 눈망울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
그는 다시한번 미소띤 얼굴로 말을 계속한다.
"생각해보면.....한계없는 욕망이란 것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더라구. 그러니까...한계없는 욕망을 다 이루고 산다는, 뭐랄까, 자신이 한계를 느끼지 못하는 만큼의 욕망이란 것 말이야....사실은 그것 자체가 말이 성립되지 않는 것 같더라..."
"끝이 없는 그것이 욕심이고 헛된 망상이고....내가 나를 규정하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음? 너무 빙둘러가나?"
끄덕끄덕~. 예외없는 그녀의 끄덕임.
하기사 그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그녀에게는 장황하게 앞뒤를 설명해가며 말할 필요가 없음을 그는 새삼 느끼게 된다.
뭔가 설명을 하게되면, 그 원인과 이유부터 설명을 시작하는 그의 세심함은 이럴 땐 필요가 없는데, 버릇처럼 되버린 그것에 그는 너털 웃음이 나고 만다.
어찌보면 세심함이라기보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그가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답답했던 부분에 대한 반감때문에 생겨난 것이었지만.
항상 이유와 과정없이 결과만 달달 외우는 고통, 그것 때문에 생겨난 버릇이긴 했다.
"허헛....아마 내가 선생이 되었다면 무지 지루한 선생이 되었을거야. 아니면 성적을 못올리는 선생이 되었거나..."
그녀는 여전히 말없이, 얼굴 한가득 미소진 얼굴만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주인님은요....한두달짜리 그런 선생님은 안되두요...몇년 몇십년 선생님으로선 정말 훌륭하세요...."
그에게 말을 안하지만 속으로는 그런 대답을 해주는 그녀.
여자에게 남자란, 남자에게 여자란 그런 것일까.
둘의 대화는 그렇게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첫번째는....욕망이 나보다 커지지않아야 되.
표현이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보다 내 욕망이 커졌을 때, 멀티섭이란 것도 나왔어. 내 안에서...
그 때는 몰랐었거든? 욕망. 욕정....소원이든 뭐든 바라는 것이 나를 넘어서게 되니까, 그 때부턴 그건 목마름이고 집착이고 고통이었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방향을 잃어버리게 되더라구.... 결국 고통과 갈증, 그리고 배설의 악순환만 반복하는 거지...."
"두번째. 역지사지. 내가 받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해주어라...
황금률인가 하는 그거 말이야.
만약에 내 사람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내가 그것을 용인해야 한다면? 훗.....난 그럴 자신이 아직 없어.
난 내 여자를 남한테...아니다. 좋은 말로, 함께 즐긴다는 것. 아직도 못하겠어.
뭔가 이유를 꼭 집어내진 못하겠는데....뭔가 내 사람이 싸구려가 되버리는 것 같거든. 그 말은 곧, 왠지 내가 싸구려가 되버리는 것 같아서...."
"음...이제 세번째. 양보다 질.
욕망... 아니다 쾌락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나는 어느 쪽이냐면....여러 사람과의 얕은 관계보다는 역시나 한 사람과의 깊은 관계가 더 좋은 것 같더라구.
결국엔 말이야....눈에 보이는 여러 여자의 보지에 박아보고, 빨아보고.....그건 결국 그게 다거든?
사람들이 그 이면에 스스로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언지에 대한 생각들을 잘 안하는 것 같아.
뭐랄까...빠구리하고싶다? 쾌락에 빠지고 싶다!는 그것 자체만 생각하고, 왜 내가 빠구리하고 싶은지, 왜 내가 쾌락을 맛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 말이지...그게 빠진 것 같거든. 그걸 알게되면....어찌보면 자연히 다른 생각은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한데...흠.....
어찌보면 참 단순한데 말이야. "내가"라는 주어가 있고없고의 차이인데....."
더욱 똘망해진 눈으로 쳐다보던 그녀. 문득 궁금해졌는지 입을 뗀다.
"빠진 부분요? 사람들이 생각안하는......? 뭔데요? 알고 싶어요."
이번에는 그가 먼저 미소짓는다.
"사랑...아닐까?......."
그녀는 알듯모를듯한 표정이다.
"사...랑.....?"
그는 마치 그녀가 알아차릴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듯이,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건 결국 자기 안에 있는 "사랑"을 나타내고 싶은 거라구...좆물을 싸고, 씹물을 싸는 거.
매력적인 이성을 보고 그 이성과 "하고싶다"는 뜻이 정말 단순히 그 이성과의 섹스만을 뜻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을 외면하고 자기는 진짜로 순수하게 그 이성과 "쾌락"만 느끼고 싶다는 사람은 분명히 자기를 속이고 있는 것일거야....아니면 아직도 자기 스스로를 모르는 사람이거나..."
"뭐 혹은, 그건 이미 섹스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겠고...
생각해봐. 그 이성을 속칭 "따먹고싶다"고 하는 의미는 결국, 그 이성이 주는 관심. 배려. 기쁨....- 파고들어갈수록 "사랑"이 되버리지만- 이런 것에 대한 욕망이지, 그 이성의 성기에 대고 자위하는 게 결코 아닐걸? 그 이성과 섹스에서 나오는 쾌락만을 느낀다는 말 자체가 이미 말이 안된다구. 상대방의 반응이 없이 쾌락이 과연 가능키나 한 것이며, 그 반응없는 쾌락이 자위나 강간과 뭐가 다를 것인지...."
"뭐....혹은 사회의 일부에서 나오는 관념. 이를테면 많은 이성과의 경험을 무슨 훈장처럼 생각하는 멍청한 그런 관념. 그런 것에 허우적대는 얼치기일수도 있겠고...
결국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싸고싶다. 하고싶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싸는 것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과 같은 존재에 대한...."
"글쎄....헷갈리니?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걸?...너는 섹스를 원해서, 아니다. 우리끼리니까, 변태놀이를 위해서 나를 만난거야 아니면 사랑을 위해서 나를 만난거야?....."
"흔히 욕구불만이라고 하는 것. 물론 육체적인 쾌감의 결핍도 있겠지. 몸 또한 분명히 자기를 이루는 일부니까.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게 그리 크게 차지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거의 비슷비슷해. 그것이 어떻게 밖으로 표출되어지는가의 차이일 뿐이지. 지금 내가 너를 사랑하고, 지금 네가 나를 사랑하는 건, 다른 사랑하는 사람 누구도 다 똑같거든?"
"단지 나는 우려스럽다고 해야하나? 멀티섭이든 스와핑이든 갱뱅이든.....다~ 좋아!
서로 원해서 한다는데 나쁠거야 있겠어? 남들에게 그리고 제각각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면야....
또한 거기에 동참한 모든 사람들이 한점의 티끌도 없이, 다들 자신의 사랑을 상대방들에게 주었다고 한다면....순수하게 말이야. 그랬다면 그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만족과 기쁨을 누렸겠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기에 "나"라는 존재가 빠지고, 내 안에서 나오는 "사랑"이 빠진다면...아마 분명히 끝은 안좋을거야....
그게 사랑을 가장한....쾌락에의 의존이 아니길 바랄 뿐이지. 스스로가 하는 진정성에 대한 왜곡된 표현이 아니기를 바란달까?"
"섹스와 매춘의 차이 말이야...한번 생각해 봐...."
"정말 원하는 것을 했다면....그것은 시간이 지난 나중에 말이야...
또다시 새로운 갈증이나 미련. 후회...죄책감....? 그런 종류의 단어들로는 다가오지 않거든? 물론 이전보다 새롭게 더 커져버린 욕망의 덩어리도 생겨나질 않지. 그것때문에 괴로워할 일도 없고....
자극만의 만족은 결국 스스로가 자꾸만 결핍감 속으로 빠져들게 되. 그건 결코 만족이 될 수 없거든."
"이런 사람들이 있지. "자극"에만 빠져서 헤매는....
처음에 소프트한 세미누드만 봐도 눈이 화끈거리다가....시간이 지나면서 온갖 것을 섭렵하고 또 하고.... 하다하다, 결국엔 스너프까지 찾게 되는 이유가 뭘까?....."
"자극 자체만 찾을 것이 아니라, 자극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해.... 멀티섭이란 단어도 그런 면에서는 경계를 해야할 듯 싶었어.
육체가 주는 그 좋은 자극에, 단지 자기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것만 집어넣으면 그리 어렵지 않을텐데 말이지..."
"그 차이 말이야....사드의 소설 속 주인공이 되고 안되고의 차이. 그게 뭐라고 생각하니?
나는 분명히 그건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건 다른 어떤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구...
흔히 말하는 "변태.또라이새끼"란 누구도 순식간에 되버릴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몰라. 이라크전의 그 여군은 자기가 변태라서 그랬을까?"
"자기 안에 사랑이 있다면 과연 죄없는 소녀를 죽이고 죽이다, 내장을 꺼내서 자위도구로 쓸 수 있을까? 아. 이건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니까 조금 그렇긴 하다....그치?
하지만 그런 면에선 그의 책은 볼만한 거 였어. "사랑없음에 대한 상상?" 하핫...^^
사드도 그런 말을 하고싶었던 건 아닐까도 싶어...내 생각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걸 한번 생각해 보라구...이미 너도 알고있는 것이지만.....
우리가 원한 건...그건 너와 나의 "사랑"이야. 그것 외에 뭔가 더 있는게 있어?
단지 좀.... 남들보다 좀 더 특이하달까...다양한 양념들을 첨가해서 먹고싶어 한달까.....그 정도일 뿐이지....좀 더 재미나고, 좀 더 자극적인....방법? 그냥 그럴 뿐이잖아....."
"그건 그래요...."
뭔가를 대답할 여지가 없이 그의 말은 끊어질 듯 계속 되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우뚱거리거나...그냥 쳐다보는 것이 다였다.
"흠~~......어려워요......."
결국 조금은 지겨워진걸까? 약간은 골똘한 하지만 귀여운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
"너한테 맡긴다고 생각해. 너에게 전권이 있다고 하자.
만약에, 어찌어찌해서....우리사이에 새로운 사람이 온다고 치자구. 내가 아니다. 우리야.
네가 그 사람을 아무런 사심없이 사랑할 자신이 있고, 그렇게 서로 사랑할 때 함께 하자구. 내가 없이도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만큼이랄까?
글쎄...서로가 양성애자가 되야할지도 모르겠지만....그런데 난 그런 쪽은 진짜 자신없는데......하하...."
"피이~ 그게 뭐에요? 엉터리야....."
"하지만, 나는 너한테 전권이 있다 그랬어. 사람 사는 일이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너한테 가리고 숨기는 건 절대로 없으니까..."
"나는 그래.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먼저 그 사람에게 너에 대해서 말할거고....그 사람이 "나보다도 더" 널 사랑할 수 없다면 어떤 관계도 가질 수 없다고 할거야... 분명하게.
"나를 꼬시는게 아니라, 너를 꼬시라고 할거야...^^"
"혹시...내가 다른 여자 만날까봐 불안해서 그런 거 였다면....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 저런 조건을 붙이는데 누가 올까?
게다가 내가 나서서 너를 두고 누구를 꼬시는 일은 아마 없을거야...."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내심 불안했던 마음이 오히려 더 흔들리는 걸 느꼈다.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는데도....자기에게 맡긴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어쩌면 그다운 방식의 대답이라면 대답일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절대"라고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마"라고 해버리는 그.
여자의 심리를 모른다기 보다는 알기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는 것은 그녀또한 알고 느끼고 있었다.
그와의 사이에 익히 겪어왔던 일이니까.
하지만, 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더 견고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당장을 위해서 그리고 환심을 위한 사탕발림은 없다는 것을.
가끔씩은 그런 빈말이라도 듣고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그는 그것 말고도 충분히 다양한 다른 빈말들과 로맨틱함을 선물해주고 있었으니까.
단지 그녀의 치기어린 투정이 전부 다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있을 뿐.
"나는......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닐지 하는 어떤 단정도 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을거야. 절대로 너를 원망하거나 그런 일 또한 없을거구.
나는 그냥 널 믿고, 언제나 널 사랑할 뿐이야...."
언제 다가왔는지...비스듬히 엎드려있던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그....
그녀로선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그의 곁에 있다는 것. 지금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그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했다.
괜한 질문만 던져버렸던 것일까....
그의 품에 다시 안긴 그녀의 눈망울에는....이제는 어둑어둑해져가는 살빛 노을이 빛을 바라고 있었다.
"사랑합니다. 주인님........."
약간은 나른한 한숨과 함께, 그녀는 그의 품안으로 자꾸만 자꾸만 파고드는 날이었다.
"응?"
"뭐래더라...? 아. 멀티섭인가 하는 거 말이에요. 주인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멀티? 아. 섭을 여러명 둔다는 뭐 그런거? 흠~......글쎄?....."
맑은 하늘은 어느새 조금씩 한쪽 볼을 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두 사람의 뜨겁고 아름다운 결합을 보고야 만 것인지...
그에게 허락된(?) 사람들에게만 공개한 그만의 안식처.
벌거벗은 두 남녀는 그 곳 발코니에서 조금 전의 그 여운을 즐기는 듯, 편안히 드러누워 있었다.
언제봐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 곳의 풍경......
뜬금없는 질문은 그를 닮아가서 그런 것일까.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본다.
"흐흣~...많으면 좋지? 하하하~.."
"왜? 음....말나온 김에 한번 구해볼까? 수십명? 흠....수백명은 되야 될라나??"
방긋.....
웃고만 있는 그녀. 그녀만의 부드러운 미소는 항상 그를 평안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한편으론 그에게 이제 농담 그만하고 답을 해달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그의 얼굴 또한 미소로 번지며 그는 말을 꺼낸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욕망의 기준을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가....혹시 너는 생각해봤니?"
그녀는 대답대신 예의 그 똘망똘망해진 눈망울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
그는 다시한번 미소띤 얼굴로 말을 계속한다.
"생각해보면.....한계없는 욕망이란 것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더라구. 그러니까...한계없는 욕망을 다 이루고 산다는, 뭐랄까, 자신이 한계를 느끼지 못하는 만큼의 욕망이란 것 말이야....사실은 그것 자체가 말이 성립되지 않는 것 같더라..."
"끝이 없는 그것이 욕심이고 헛된 망상이고....내가 나를 규정하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음? 너무 빙둘러가나?"
끄덕끄덕~. 예외없는 그녀의 끄덕임.
하기사 그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그녀에게는 장황하게 앞뒤를 설명해가며 말할 필요가 없음을 그는 새삼 느끼게 된다.
뭔가 설명을 하게되면, 그 원인과 이유부터 설명을 시작하는 그의 세심함은 이럴 땐 필요가 없는데, 버릇처럼 되버린 그것에 그는 너털 웃음이 나고 만다.
어찌보면 세심함이라기보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그가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답답했던 부분에 대한 반감때문에 생겨난 것이었지만.
항상 이유와 과정없이 결과만 달달 외우는 고통, 그것 때문에 생겨난 버릇이긴 했다.
"허헛....아마 내가 선생이 되었다면 무지 지루한 선생이 되었을거야. 아니면 성적을 못올리는 선생이 되었거나..."
그녀는 여전히 말없이, 얼굴 한가득 미소진 얼굴만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주인님은요....한두달짜리 그런 선생님은 안되두요...몇년 몇십년 선생님으로선 정말 훌륭하세요...."
그에게 말을 안하지만 속으로는 그런 대답을 해주는 그녀.
여자에게 남자란, 남자에게 여자란 그런 것일까.
둘의 대화는 그렇게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첫번째는....욕망이 나보다 커지지않아야 되.
표현이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보다 내 욕망이 커졌을 때, 멀티섭이란 것도 나왔어. 내 안에서...
그 때는 몰랐었거든? 욕망. 욕정....소원이든 뭐든 바라는 것이 나를 넘어서게 되니까, 그 때부턴 그건 목마름이고 집착이고 고통이었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방향을 잃어버리게 되더라구.... 결국 고통과 갈증, 그리고 배설의 악순환만 반복하는 거지...."
"두번째. 역지사지. 내가 받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해주어라...
황금률인가 하는 그거 말이야.
만약에 내 사람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내가 그것을 용인해야 한다면? 훗.....난 그럴 자신이 아직 없어.
난 내 여자를 남한테...아니다. 좋은 말로, 함께 즐긴다는 것. 아직도 못하겠어.
뭔가 이유를 꼭 집어내진 못하겠는데....뭔가 내 사람이 싸구려가 되버리는 것 같거든. 그 말은 곧, 왠지 내가 싸구려가 되버리는 것 같아서...."
"음...이제 세번째. 양보다 질.
욕망... 아니다 쾌락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나는 어느 쪽이냐면....여러 사람과의 얕은 관계보다는 역시나 한 사람과의 깊은 관계가 더 좋은 것 같더라구.
결국엔 말이야....눈에 보이는 여러 여자의 보지에 박아보고, 빨아보고.....그건 결국 그게 다거든?
사람들이 그 이면에 스스로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언지에 대한 생각들을 잘 안하는 것 같아.
뭐랄까...빠구리하고싶다? 쾌락에 빠지고 싶다!는 그것 자체만 생각하고, 왜 내가 빠구리하고 싶은지, 왜 내가 쾌락을 맛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 말이지...그게 빠진 것 같거든. 그걸 알게되면....어찌보면 자연히 다른 생각은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한데...흠.....
어찌보면 참 단순한데 말이야. "내가"라는 주어가 있고없고의 차이인데....."
더욱 똘망해진 눈으로 쳐다보던 그녀. 문득 궁금해졌는지 입을 뗀다.
"빠진 부분요? 사람들이 생각안하는......? 뭔데요? 알고 싶어요."
이번에는 그가 먼저 미소짓는다.
"사랑...아닐까?......."
그녀는 알듯모를듯한 표정이다.
"사...랑.....?"
그는 마치 그녀가 알아차릴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듯이,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건 결국 자기 안에 있는 "사랑"을 나타내고 싶은 거라구...좆물을 싸고, 씹물을 싸는 거.
매력적인 이성을 보고 그 이성과 "하고싶다"는 뜻이 정말 단순히 그 이성과의 섹스만을 뜻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을 외면하고 자기는 진짜로 순수하게 그 이성과 "쾌락"만 느끼고 싶다는 사람은 분명히 자기를 속이고 있는 것일거야....아니면 아직도 자기 스스로를 모르는 사람이거나..."
"뭐 혹은, 그건 이미 섹스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겠고...
생각해봐. 그 이성을 속칭 "따먹고싶다"고 하는 의미는 결국, 그 이성이 주는 관심. 배려. 기쁨....- 파고들어갈수록 "사랑"이 되버리지만- 이런 것에 대한 욕망이지, 그 이성의 성기에 대고 자위하는 게 결코 아닐걸? 그 이성과 섹스에서 나오는 쾌락만을 느낀다는 말 자체가 이미 말이 안된다구. 상대방의 반응이 없이 쾌락이 과연 가능키나 한 것이며, 그 반응없는 쾌락이 자위나 강간과 뭐가 다를 것인지...."
"뭐....혹은 사회의 일부에서 나오는 관념. 이를테면 많은 이성과의 경험을 무슨 훈장처럼 생각하는 멍청한 그런 관념. 그런 것에 허우적대는 얼치기일수도 있겠고...
결국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싸고싶다. 하고싶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싸는 것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과 같은 존재에 대한...."
"글쎄....헷갈리니?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걸?...너는 섹스를 원해서, 아니다. 우리끼리니까, 변태놀이를 위해서 나를 만난거야 아니면 사랑을 위해서 나를 만난거야?....."
"흔히 욕구불만이라고 하는 것. 물론 육체적인 쾌감의 결핍도 있겠지. 몸 또한 분명히 자기를 이루는 일부니까.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게 그리 크게 차지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거의 비슷비슷해. 그것이 어떻게 밖으로 표출되어지는가의 차이일 뿐이지. 지금 내가 너를 사랑하고, 지금 네가 나를 사랑하는 건, 다른 사랑하는 사람 누구도 다 똑같거든?"
"단지 나는 우려스럽다고 해야하나? 멀티섭이든 스와핑이든 갱뱅이든.....다~ 좋아!
서로 원해서 한다는데 나쁠거야 있겠어? 남들에게 그리고 제각각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면야....
또한 거기에 동참한 모든 사람들이 한점의 티끌도 없이, 다들 자신의 사랑을 상대방들에게 주었다고 한다면....순수하게 말이야. 그랬다면 그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만족과 기쁨을 누렸겠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기에 "나"라는 존재가 빠지고, 내 안에서 나오는 "사랑"이 빠진다면...아마 분명히 끝은 안좋을거야....
그게 사랑을 가장한....쾌락에의 의존이 아니길 바랄 뿐이지. 스스로가 하는 진정성에 대한 왜곡된 표현이 아니기를 바란달까?"
"섹스와 매춘의 차이 말이야...한번 생각해 봐...."
"정말 원하는 것을 했다면....그것은 시간이 지난 나중에 말이야...
또다시 새로운 갈증이나 미련. 후회...죄책감....? 그런 종류의 단어들로는 다가오지 않거든? 물론 이전보다 새롭게 더 커져버린 욕망의 덩어리도 생겨나질 않지. 그것때문에 괴로워할 일도 없고....
자극만의 만족은 결국 스스로가 자꾸만 결핍감 속으로 빠져들게 되. 그건 결코 만족이 될 수 없거든."
"이런 사람들이 있지. "자극"에만 빠져서 헤매는....
처음에 소프트한 세미누드만 봐도 눈이 화끈거리다가....시간이 지나면서 온갖 것을 섭렵하고 또 하고.... 하다하다, 결국엔 스너프까지 찾게 되는 이유가 뭘까?....."
"자극 자체만 찾을 것이 아니라, 자극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해.... 멀티섭이란 단어도 그런 면에서는 경계를 해야할 듯 싶었어.
육체가 주는 그 좋은 자극에, 단지 자기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것만 집어넣으면 그리 어렵지 않을텐데 말이지..."
"그 차이 말이야....사드의 소설 속 주인공이 되고 안되고의 차이. 그게 뭐라고 생각하니?
나는 분명히 그건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건 다른 어떤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구...
흔히 말하는 "변태.또라이새끼"란 누구도 순식간에 되버릴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몰라. 이라크전의 그 여군은 자기가 변태라서 그랬을까?"
"자기 안에 사랑이 있다면 과연 죄없는 소녀를 죽이고 죽이다, 내장을 꺼내서 자위도구로 쓸 수 있을까? 아. 이건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니까 조금 그렇긴 하다....그치?
하지만 그런 면에선 그의 책은 볼만한 거 였어. "사랑없음에 대한 상상?" 하핫...^^
사드도 그런 말을 하고싶었던 건 아닐까도 싶어...내 생각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걸 한번 생각해 보라구...이미 너도 알고있는 것이지만.....
우리가 원한 건...그건 너와 나의 "사랑"이야. 그것 외에 뭔가 더 있는게 있어?
단지 좀.... 남들보다 좀 더 특이하달까...다양한 양념들을 첨가해서 먹고싶어 한달까.....그 정도일 뿐이지....좀 더 재미나고, 좀 더 자극적인....방법? 그냥 그럴 뿐이잖아....."
"그건 그래요...."
뭔가를 대답할 여지가 없이 그의 말은 끊어질 듯 계속 되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우뚱거리거나...그냥 쳐다보는 것이 다였다.
"흠~~......어려워요......."
결국 조금은 지겨워진걸까? 약간은 골똘한 하지만 귀여운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
"너한테 맡긴다고 생각해. 너에게 전권이 있다고 하자.
만약에, 어찌어찌해서....우리사이에 새로운 사람이 온다고 치자구. 내가 아니다. 우리야.
네가 그 사람을 아무런 사심없이 사랑할 자신이 있고, 그렇게 서로 사랑할 때 함께 하자구. 내가 없이도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만큼이랄까?
글쎄...서로가 양성애자가 되야할지도 모르겠지만....그런데 난 그런 쪽은 진짜 자신없는데......하하...."
"피이~ 그게 뭐에요? 엉터리야....."
"하지만, 나는 너한테 전권이 있다 그랬어. 사람 사는 일이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너한테 가리고 숨기는 건 절대로 없으니까..."
"나는 그래.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먼저 그 사람에게 너에 대해서 말할거고....그 사람이 "나보다도 더" 널 사랑할 수 없다면 어떤 관계도 가질 수 없다고 할거야... 분명하게.
"나를 꼬시는게 아니라, 너를 꼬시라고 할거야...^^"
"혹시...내가 다른 여자 만날까봐 불안해서 그런 거 였다면....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 저런 조건을 붙이는데 누가 올까?
게다가 내가 나서서 너를 두고 누구를 꼬시는 일은 아마 없을거야...."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내심 불안했던 마음이 오히려 더 흔들리는 걸 느꼈다.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는데도....자기에게 맡긴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어쩌면 그다운 방식의 대답이라면 대답일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절대"라고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마"라고 해버리는 그.
여자의 심리를 모른다기 보다는 알기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는 것은 그녀또한 알고 느끼고 있었다.
그와의 사이에 익히 겪어왔던 일이니까.
하지만, 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더 견고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당장을 위해서 그리고 환심을 위한 사탕발림은 없다는 것을.
가끔씩은 그런 빈말이라도 듣고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그는 그것 말고도 충분히 다양한 다른 빈말들과 로맨틱함을 선물해주고 있었으니까.
단지 그녀의 치기어린 투정이 전부 다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있을 뿐.
"나는......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닐지 하는 어떤 단정도 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을거야. 절대로 너를 원망하거나 그런 일 또한 없을거구.
나는 그냥 널 믿고, 언제나 널 사랑할 뿐이야...."
언제 다가왔는지...비스듬히 엎드려있던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그....
그녀로선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그의 곁에 있다는 것. 지금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그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했다.
괜한 질문만 던져버렸던 것일까....
그의 품에 다시 안긴 그녀의 눈망울에는....이제는 어둑어둑해져가는 살빛 노을이 빛을 바라고 있었다.
"사랑합니다. 주인님........."
약간은 나른한 한숨과 함께, 그녀는 그의 품안으로 자꾸만 자꾸만 파고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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