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대학생활 - 14부
2018.04.14 20:22
#25. 겨울초입
11월…. 대학교 1학년이란 꿈같던 시간도 어느덧 끝나간다.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가는 철하는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조금 두꺼운 잠바를 꺼내 걸쳤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니 다들 옷차림이 두터워졌다.
“안녕? 오늘은 왔구나?”
비록 며칠밖에 안되었지만 무척이나 오랜만에 온 것처럼 학교를 두리번거리던 철하에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린 철하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긴 검은 머리에 방긋 웃는 이슬이었다.
“아…. 이슬이구나….”
철하는 어제 있었던 일이 생생히 기억난다. 자기에게 울면서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슬이, 그러나 철하 자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아직 효린이의 자리에 누가 들어오기엔 성급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철하는 이슬이를 보면서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자기를 웃는 얼굴로 보며 말을 건네는 모습도 그렇고 옷차림도 노출이 줄어들었다. 비록 여전히 짧은 치마를 입고는 있었지만 전처럼 극단적인 길이의 치마는 아니었다.
이슬이는 철하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다시 빙그레 웃는다.
“왜 그래?”
“아냐…. 수업 들어가자….”
철하는 침착하게 말하며 돌아서서 걷기 시작한다. 예전의 철하 같았으면 말을 더듬으며 당황했겠지만 이젠 어수룩한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이슬이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철하의 팔에 스스럼없이 팔짱을 낀다. 1학기 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잠시 멈칫하는 철하였지만 굳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슬이가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라면 자신에겐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철하는 이슬이를 한번 바라보자, 이슬이는 자신을 바라보며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고양이 같은 눈매가 효린의 눈매와 많이 닮아 있어서 효린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어 효린의 모습을 지웠다. 그리곤 웃으며 말한다.
“돌아 왔구나 너….”
이슬이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헤헤. 나는 이런게 어울리니까.”
*
이슬이는 철하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한 이후 1학기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웃으면서 장난을 치고, 특히 철하와 있을 때는 1학기 때처럼 스스럼없이 장난을 쳤다. 친구들 모두 다시 활발해지고 밝아진 이슬이를 보며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받아주는 철하가 문제였다. 2학기 때의 이슬이처럼 웃지도 않고 상대도 안하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전 보다 많이 침착해지고 조용해진 편이었다.
하지만 이슬이는 아랑곳없이 철하에게 잘 대해 주었다. 이제 과내에서 이슬이와 철하가 사귀는 줄로 알게 되었다. 철하는 굳이 그런 소문들을 지우지 않았다.
한껏 밝아진 이슬이의 분위기 탓에 철하, 진원, 지희, 이슬은 예전처럼 다시 재밌게 어울리게 되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강의가 모두 끝나고 함께 내려가던 도중 이슬이가 제안을 했다.
“얘들아! 우리 오랜만에 술 마시러 가자!”
이슬이의 말에 모두들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슬이의 생일 때문에 모인 것을 빼고는 넷이서 제대로 된 술자리를 가진 적은 무척이나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넷이 도착한 곳은 1학기 때 자주 가던 학교 앞의 작은 술집이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자 지희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여기 되게 오랜만에 와본다.”
지희의 말에 진원이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곤 말했다.
“그러게…. 아 그리고 이 자리…. 우리 이 자리에서 진실게임 했었는데.”
진원이의 말에 셋은 깔깔거리며 맞다고 말했다. 한참을 웃던 도중 이슬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원이와 지희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너네…. 그때 이미 서로 좋아하고 있었지?”
이슬이의 말에 지희가 손을 웃으며 휘휘 저었다.
“하하. 아냐…. 서로 좋아한건 맞는데 모르고 있었어. 나중에 알았어.”
지희의 말에 철하와 이슬이는 우하며 야유를 보냈다.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시간 참 빨리 갔네….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학년이 끝나가다니….”
가만히 있던 철하의 아저씨 같은 말에 다들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생각해보니 정말 엊그제 같던 일이 오래전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들 철하의 말에 감상에 빠져버렸다.
오랜만에 다들 웃으며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철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1학년에 처음 들어와서 느꼈던 친구들과의 우정….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고 생각했다.
다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지라 간만에 다들 취할 수 있었다. 술집에서 나온 넷은 너나 할 것 없이 비틀 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진원이와 지희는 같이 버스를 타고 철하와 이슬이만 남겨지게 되었다. 이슬이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철하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철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이슬이를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팔짱을 낀 채 지하철역까지 갔다.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가 카드를 찍고 서로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 서로 반대편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때문이었다.
이슬이는 철하의 팔짱을 꼭 낀 채 보내주질 않았다.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신발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이슬이가 이윽고 고개를 들며 철하에게 말했다.
“철하야…. 나 너네 집에 가도 돼?”
“뭐? 왜, 왜?”
“뭐 그냥…. 가고 싶다….”
“그, 그래 그럼….”
철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이슬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둘은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와 함께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철하의 자취방까지 오게 되었다.
철하는 자취방에서 이슬이와 마주 앉게 되자 그녀와 단 둘이 한 방에 있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슬이를 슬쩍 바라보자 빨간색의 반코트를 따뜻하게 입고 검은색의 짧은 주름치마 때문인지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철하는 검은색의 짧은 주름치마 아래로 드러난 이슬이의 새하얀 허벅지 때문에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철하의 머릿속에 자취방에서 효린과 함께 했던 나날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러자 막연히 일어나던 긴장감과 흥분감이 사라지고 다시 효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만이 살아나게 되었다.
이슬이는 가만히 자신의 손가락만을 만지작거리다가 철하의 표정을 슬쩍 보니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해 보였다.
이슬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철하도 얼떨결에 따라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슬이는 빙긋 웃는다.
“헤헤…. 역시…. 아직 안되겠지?”
거기까지 말한 이슬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애꿎은 바닥을 툭툭 찼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방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천천히 마음 열어도 돼…. 나도 천천히 다가갈게.”
말을 마친 이슬이는 철하에게 기습적으로 다가가 목을 껴안으며 살짝 입맞춤을 했다. 얼떨결에 기습뽀뽀를 당한 철하는 황당한 눈으로 이슬이를 바라봤다.
재빨리 철하에게서 떨어진 이슬이는 반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
“가자. 나 버스 타는데 까지 데려다줘.”
두 사람은 추운 밤바람을 맞으며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어갔다. 철하는 요즘 들어 이슬이와 다시 사이좋던 예전의 사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어색함은 2학기 내내 사이가 안 좋았던 감정이 아니라 무언가 부끄러운 감정 같은 느낌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이슬이가 고맙다며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슬이가 타고 갈 버스가 도착했다.
“갈게.”
이슬이는 생긋 웃으며 인사를 하곤 버스에 올라서려 했다. 그러다 문득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바보야.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라.”
말을 마친 이슬이는 재빨리 뛰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탄 이슬이는 자리에 앉으며 철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 간다.”
출발하는 버스에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슬이를 보며 철하도 마주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26. December Story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들을 조금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하고 후회해보는 철하이다. 1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지나간 시간들이 시험 때만 되면 항상 신경이 쓰였다. 물론 시험이 끝나면 또 신경 안 쓰인다.
이번 기말고사가 끝나면 방학이었다. 철하는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시험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역시 방학이 좋았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잡생각으로 마지막 시험시간을 할 일 없이 흘려보낸 철하는 답안지를 제출하라는 조교의 말에 콧노래를 부르며 제출했다. 물론 답은 하나도 못 썼지만 이제 방학이라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났다. 고등학교 때처럼 성적가지고 누가 혼내는 이가 없기에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야호! 방학이다.”
강의실에서 나오자 이슬이가 기지개를 펴져 좋아했다. 진원이와 지희도 웃으며 좋아라했다. 이슬이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진원이와 지희를 보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 오늘 시험도 끝났으니까 놀까?”
이슬이의 웃음 지으며 하는 말에 진원이와 지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 우리 오늘 영화표 예매해놨거든. 지금 영화관 가야 되서….”
진원이의 말에 이슬이가 실망스런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할 수 없지…. 그래 오늘 데이트 재밌게 하고. 방학 잘 보내고 있어! 이 누나가 방학 때 자주자주 연락할게.”
진원이와 지희는 이슬이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곤 철하에게도 방학 잘 보내라고 인사를 한 뒤 건물을 빠져나갔다.
“으씨…. 오늘 놀다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슬이는 혼자서 계속 투덜대다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철하를 바라봤다. 그리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할 일 없지?”
“어, 어…. 뭐 나야 언제나 할 일 없지.”
철하의 말에 이슬이는 웃으며 철하의 손목을 끌고 간다.
*
“뭐 볼까? 보고 싶은거 없니? 누나가 보여줄게.”
끌려오다시피 한 철하를 데리고 극장에 도착한 이슬이는 영화 포스터들을 보며 물었다. 철하는 붙어있는 영화포스터들을 주욱 살펴보다가 한 영화를 발견했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언론에서 소개하는 영화였다.
“이슬아 이거 볼래?”
철하는 그 영화를 가리키며 이슬이에게 물었다.
“색즉시공? 요즘 유명하다고 하는 영화잖아? 야한거 아냐?”
“뭐? 불교 영화 아닌가?”
철하의 어이없는 말에 이슬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곤 영화표를 사러 갔다.
철하의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 넘어간다. 철하는 맹세코 몰랐다. 요즘 뜨고 있는 영화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야한내용의 영화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이슬이가 조용히 철하에게 속삭였다.
“너 이 자식…. 일부러 이거 보자고 했지?”
“아, 아냐! 진짜! 진짜로 몰랐어!”
“흐음….”
이슬이는 고양이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철하를 바라봤다. 그러나 철하는 그런 이슬이의 시선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영화를 보는 체 했다.
영화는 야한장면의 연속이었다. 이제 영화는 두 남녀배우가 모텔에 들어가 격렬한 키스와 섹스를 벌이는 장면을 비춰주고 있었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여자배우의 출렁이는 가슴 등을 클로즈업하며 관객들의 흥분도를 부채질 하고 있었다.
철하는 자신의 자지가 서서히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슬이와 바로 옆에 앉아 이런 야한 내용을 본다는 것이 너무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철하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소리내며 침을 삼켰다.
그러자 그 소리를 놓칠 리 없는 이슬이가 쿡쿡대며 철하를 놀렸다.
“푸훗…. 김철하 너 상당히 흥분했나보다?”
“뭐, 뭐? 아냐 임마!”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이슬이의 집요한 놀림에 얼굴이 붉어진 철하는 안되겠다 싶어 반격을 하기로 했다.
“그, 그러는 너야 말로! 아까 보니까 숨소리 좀 거칠어 진 것 같더라?”
“뭐?”
철하의 말에 이슬이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철하를 바라봤다. 걸렸구나 생각한 철하는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으며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까 강의실에서 남자랑 여자가 야한 짓 하는 장면 나올때 너 숨소리 되게 거칠더라. 주위 사람 다 들었겠다.”
철하의 놀림에 이슬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소리쳤다.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네가 더 흥분했어!”
“내가 볼 땐 네가 더 했어….”
점점 커져만 가는 두 사람의 목소리…. 결국 참지 못한 것은 주위 사람들이었다.
“거참 조용히 좀 합시다.”
“아따! 그 사람들 참 흥분했으면 나가면 되지 왜 여기서 싸우고 그래?”
누군가의 말에 주위가 살짝 웃음바다가 됐다. 철하와 이슬이는 자기들의 목소리가 너무 컸음을 깨닫고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 뒤 조용히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자 철하와 이슬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둘은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햄버거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헤어지게 되었다.
지하철 역내에 도착하자 이슬이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오늘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즐거웠어.”
“아냐…. 난 덕분에 영화 공짜로 봤는걸 뭐.”
“그래…. 그럼 나 갈게. 방학 잘 보내고. 이번 겨울방학에는 내가 연락 자주 할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알았지?”
이슬이의 말에 철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도 방학 잘 보내고 있어. 다음에 보자.”
“응. 간다. 안녕.”
이슬이는 웃으며 손을 흔든 뒤 지하철에 올라탔다. 이슬이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 철하는 이슬이가 사라진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철하는 이슬이가 자신의 안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애써 부정해온 감정이었지만 이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효린이 헤어지면서 말했던 것처럼 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별을 처음 겪은 철하에게는 이렇게 빨리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효린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후우….’
이런저런 생각으로 울적해지는 철하였다.
*
방학을 한 뒤 할 일도 없이 잠만 늘은 철하…. 오늘도 역시 흐드러지게 늦잠을 자려던 철하의 생각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아침부터 핸드폰이 울렸기 때문이다. 잠결에 발신자도 제대로 확인 못한 철하는 몽롱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야. 아직 안 일어 났니?]
“아. 엄마. 어쩐 일이세요?”
[응. 누나 너 보러 간다고 아침 일찍 올라갔어. 점심 때 쯤 도착할 거야.]
“아…. 누나? 알았어요.”
[그래. 그보다 군대는 어떻게 할꺼니?]
“응…. 걱정마세요. 내년에 갈게요. 정확히 언제쯤인지는 모르겠는데 2학년은 안 다닐꺼예요.”
[그래. 엄마는 잘 모르니까 너가 알아서 하도록 해. 그럼 끊는다.]
“응. 엄마 쉬세요.”
철하는 전화가 끊긴 뒤 방안을 둘러보았다. 이리저리 널려져있는 빨지 않은 속옷들, 지저분하게 굴러다니는 과자봉지와 부스러기들…. 철하는 자취방에서 살게 된 뒤 얼마동안은 착실하게 청소도 하는 부지런한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그런 것을 하는 것이 굉장히 귀찮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점점 방안은 지저분해져만 갔다.
시계를 보니 조금 있으면 윤하가 도착할 것 같았다. 철하는 우선 방청소를 대충 좀 한 뒤 윤하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널려져있는 속옷가지들을 대충 빨래통에 집어넣으며 과자봉지들을 치울 때 철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윤하누나-라고 써 있었다.
"히익. 벌써 왔나…. 여보세요. 응 누나.“
[야. 여기 그 지하철역까지 왔거든? 여기서 어떻게 가?]
윤하의 말에 철하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려서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악. 생각보다 일찍 왔네. 빨리 치우자.’
철하는 재빨리 쓰레기들을 치우고 대충 이리저리 비질을 한 뒤 막 걸레질을 하려할 때 다시 전화가 울렸다. 윤하였다. 전화를 받아보니 벌써 버스에서 내렸단다. 철하는 한숨을 내쉰 뒤 윤하를 데리러 나갔다.
철하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검은색 롱 코트를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는 윤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누나!”
철하가 반갑게 부르며 달려가자 윤하는 철하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말했다.
“야! 추운데 빨리빨리 나와야 될 것 아냐.”
“으씨. 바로 나온 거야.”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자.”
철하는 툴툴거리며 윤하를 데리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갔다.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윤하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야 남자 혼자 산다고 자랑하냐. 뭐 이리 퀴퀴한 냄새가 나.”
“냄새? 난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안 나긴…. 청소는 했니?”
“걸레질만 하면 되.”
철하는 말을 하며 바닥에 있던 걸레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윤하가 자신의 검은색 롱코트를 벗으며 철하가 들고 있는 걸레를 뺏었다.
“이리 줘. 내가 닦아줄게.”
“어? 어….”
철하는 코트를 벗은 윤하를 보며 살짝 놀랐다. 검은색의 롱코트 안에는 하얀색의 블라우스와 허벅지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정장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성숙미가 물씬 풍겨났다. 매일 편한 옷만 입고 있던 윤하를 봐서인지 이런 정장계열의 옷을 입은 모습을 처음 보자 굉장히 색달라 보였다.
걸레를 뺏어든 윤하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타이트한 검은색의 정장치마가 살짝 말려 올라가며 윤하의 허벅지 뒤쪽을 비춰주었다. 커피색의 스타킹을 신고 있어서인지 허벅지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게다가 치마가 워낙 타이트해서인지 윤하의 둥근 엉덩이 윤곽을 여과 없이 드러내주고 있었다. 철하는 멍하니 그런 윤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걸레질을 하던 윤하가 갑자기 멈칫했다. 철하는 자신이 훔쳐보고 있는 것을 들킨 줄 알고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윤하는 철하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스타킹 벗고 해야지….”
윤하는 이윽고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며 팬티스타킹을 벗으려다가 철하가 있음을 알고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잠깐 뒤 돌아서 있어봐!”
“흥…. 화장실가서 벗으면 될 걸….”
이윽고 철하의 뒤에서 무언가를 벗는 소리가 작게 들리더니 윤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됐어. 이제.”
“칫….”
철하는 괜스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거렸다. 윤하는 벗은 팬티스타킹을 자신이 가지고 온 가방에 집어넣고 다시 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윤하는 스타킹을 벗어서 하얀색의 허벅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철하는 윤하의 허벅지를 보면서 지희의 허벅지만큼 가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갑자기 자취방에서 지희의 몸을 더듬던 일이 생각나 묘한 흥분이 일기 시작했다.
한참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야한 상상을 하고 있던 철하는 걸레질을 하는 윤하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걸레질을 하면서 계속 멈칫 멈칫 하는 것이었다.
이상한 마음에 살짝 가까이 가서 보자 윤하의 앞 편엔 걸레질을 하면서 모인 먼지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꼬불꼬불한 음모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철하의 음모였다.
‘으악!’
철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까 비질을 할 때 구석구석하지 않고 넓은 부분만 한 것이 화근이었다.
‘어쩌지…. 이제 내가 한다고 할까.’
윤하의 얼굴을 보자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져 있었다. 아무리 동생이라고 해도 다 큰 남자의 음모를 보니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 윤하의 얼굴을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철하에게 윤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앗! 이게 뭐야!”
책상 왼편을 걸레질 하던 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무언가를 들었다. 그러나 철하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든 것 같은데 철하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질 않았다. 이상스레 생각한 철하는 가까이 다가가서 윤하가 든 무언가를 보았다.
“헉!”
철하는 윤하가 든 무언가를 보다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윤하가 든 것은 길다란 여자의 머리카락이었기 때문이다. 색깔과 길이로 봐서 효린의 머리카락이 분명했다.
윤하는 머리카락을 철하에게 들이밀며 소리쳤다.
“너 김철하! 이게 뭐야?”
“어? 그거? 아…. 아. 자취방에 친구들 놀러오니까…. 남자애들이랑 여자애들 다 같이 놀러온 거였어. 그때 흘렸었나 보지.”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하하하….”
철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동그랗던 눈을 가늘게 뜨고 철하를 쳐다보던 윤하는 이윽고 철하에게 걸레를 건네줬다.
“자 다 훔쳤으니까 뒷정리는 니가 해. 나 화장실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올게.”
철하에게 걸레를 건네준 윤하는 이윽고 가방에서 옷들을 꺼내더니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철하는 그런 윤하를 본 뒤 자신의 꼬불꼬불한 음모들이 모여 있는 먼지더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윤하는 방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아. 이제 좀 깨끗해진 것 같네.”
윤하의 말에 철하는 옆에 앉으며 물었다.
“누나. 며칠이나 있다 갈꺼야?”
“음. 오늘 금요일이니까. 일요일날 내려가야지. 월요일날 출근해야 하니까. 왜? 누나 있으니까 여자친구 못 데려와서 그러니?”
“뭐? 아냐 그런거! 그리고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철하는 윤하의 말에 갑자기 효린이 생각나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윤하는 철하가 헤어졌다고 하자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뭐? 왜?”
“뭐 그냥 헤어질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 누나가 미안.”
윤하는 베시시 웃으며 손을 모으곤 미안하다고 말했다.
*
윤하와 철하는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둘은 이렇게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누워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윤하의 입이 천천히 열리며 맥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철하야 너 대단하다.”
역시 맥 빠진 철하의 목소리.
“뭐가?”
“TV도 없는 이 조그만 방에서 어떻게 지냈냐. 심심해 죽을 것 같다.”
“나야 컴퓨터랑 인터넷만 되면 혼자서도 잘 노니까.”
“이그…. 고등학교 때랑 변한 건 하나도 없구만.”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침묵. 조그만 철하의 자취방에는 윤하와 철하의 규칙적인 숨소리와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계 초침소리만이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갑자기 윤하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일어섰다.
“안되겠다. 나가자.”
“어? 어딜?”
“술이라도 마시러 가자.”
“술?”
철하는 윤하가 술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하가 고등학교 때 회사를 다니던 윤하는 거의 매일 술에 취해서 들어오곤 했었다.
윤하는 편한 트레이닝 옷차림 위에 바로 검은색의 롱코트를 걸쳤다. 철하는 그런 윤하의 모습을 보며 야유하듯 말했다.
“누나 그렇게 하고 나갈꺼야? 아까 그 옷 예쁘던데….”
“뭐 어때 요기 근처에 술집 있을꺼 아냐. 글고 그 옷이 그렇게 예뻤니?”
웃으며 말하는 윤하의 말에 철하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잠바를 꺼내 걸쳤다.
술집에서 둘은 신나게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윤하는 철하의 대학생활에 대해 듣기도 하고 자신의 직작생활에 대해 말하기도 하며 술자리를 보냈다. 방에선 그렇게 심심해하던 윤하였지만 술을 마실 때 만큼은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결국 윤하는 혼자서 소주 3병을 비우며 만취상태가 되버렸다. 철하도 2병 가량을 마셔서 꽤 취한 상태였다.
윤하는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계산을 하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술집을 나섰다. 철하는 코트도 안 입고 나가려는 윤하를 붙잡고 겨우 코트를 입힐 수 있었다.
자취방에 도착하자 윤하는 코트를 벗어 던진 뒤 벌러덩 누워버렸다.
“아유! 더워! 철하야 온도 좀 낮춰봐!”
덥다며 상의 끝자락을 들고 펄럭이는 윤하를 철하는 민망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별로 덥지도 않은데…. 그리고 여기는 온도 조절 같은거 못해.”
“왤케 덥니!”
상의끝자락을 펄럭이며 하얀 배를 살짝 살짝 드러내놓던 윤하는 이윽고 트레이닝복 상의의 지퍼를 확 내려버렸다.
“헉! 누나 뭐해!”
철하가 놀라며 외쳤으나 윤하는 듣지도 않고 검은색의 트레이닝복을 좌우로 확 벌렸다. 그러자 윤하의 뽀얗고 동그란 가슴을 가리고 있는 하얀색의 브래지어가 나타났다. 윤하의 가슴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그냥 보통이었다. 그러나 옛날부터 운동을 좋아했기에 군살하나 없는 배와 잘빠진 허리라인, 길고 늘씬한 다리 등은 작은 가슴을 커버해주고도 남았다.
철하는 놀라며 계속해서 지켜봤으나 윤하는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철하는 한숨을 내쉬며 윤하에게 다가가 트레이닝복의 지퍼를 올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본 윤하의 뽀얀 가슴은 철하의 이성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가뜩이나 효린과 자주 야한 짓을 즐기던 철하였는데 효린과 헤어진 후 여자의 몸을 제대로 본 적은 커녕 자위도 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지금 술도 어느 정도 취해서 이성의 끈이 조금씩 끊어지려 했었다.
‘조금만 만져볼까….’
철하는 술김에 결심을 한 후 손을 조심스레 뻗어 윤하의 하얀 브래지어를 위로 올렸다. 브래지어가 위로 올라가며 드러난 가슴은 지희의 가슴만큼이나 아담한 크기였다. 작고 아담한 크기의 뽀얀 가슴. 그리고 그 중앙에 분홍색의 예쁜 젖꼭지가 조그맣게 올라와 있었다. 철하는 떨리는 손길로 윤하의 젖꼭지를 살짝 잡았다. 엄지와 검지로 조그만 젖꼭지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하자 조금씩 딱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하는 윤하의 조금씩 딱딱해지는 젖꼭지를 보며 흥분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철하는 용기를 내어 딱딱해진 젖꼭지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젖꼭지를 혀로 살살 돌려가며 애무했다.
“으응….”
순간 윤하가 고개를 뒤척이며 신음소리를 냈다. 철하는 깜짝 놀라 잽싸게 윤하에게서 떨어졌다.
‘헉, 헉…. 누나 깼나….’
철하는 너무 놀라 낮은 목소리로 윤하를 불러봤다.
“누나…. 누나….”
묵묵부답. 철하가 보기에 잠든 것이 분명했다. 철하는 한숨을 내신 뒤 윤하의 브래지어를 바로 해준 뒤 트레이닝복의 지퍼를 올려주었다.
‘내가 미쳤지….’
철하는 방금 한 행동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윤하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 주려했다. 그때 철하의 눈에 윤하의 가늘고 길게 뻗은 다리가 드러났다.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긴 했지만 착 달라붙는 바지라 길고 가는 다리와 함께 그 모아지는 부분에 살짝 드러난 둔덕은 가릴 수가 없었다.
철하는 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다시 갈등이 되는 부분이었다. 보고 싶었다. 누나의 보지를 보고 싶었다.
‘한번만 봐보자…. 괜찮겠지….’
결국 철하는 굳게 결심을 하고 윤하의 트레이닝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고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자 군살 없는 하얀 아랫배를 지나 거뭇거뭇한 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조금 더 내리자 보지에서 팬티가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윤하의 보지 부근이 드러났다.
철하는 점점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소리를 애써 참으며 윤하의 하얀 팬티와 트레이닝복 바지를 완전히 벗겨버렸다.
눈부시게 드러나는 윤하의 다리…. 그리고 철하는 그 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잡고 좌우로 살짝 벌렸다.
“아….”
철하는 작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윤하의 보지는 너무나 예뻤다. AV나 여태껏 보아온 여자들의 보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지희와 비슷했지만 지희보다도 훨씬 더 예쁘고 단정한 분홍빛으로 갈라져 있었다.
철하가 보기에 윤하는 경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보지가 제대로 갈라지지도 않고 소음순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처녀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다. 누나가 이십삼년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온 처녀를 자신이 본 다는 것이 너무 불경스러웠다.
철하는 말없이 윤하의 팬티와 바지를 똑바로 입혀주었다. 그리고는 얇은 이불을 덮어준 뒤 자신도 그 옆에 누웠다. 그러면서 윤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나 미안해…. 잘자.”
*
다음날 윤하는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는 듯 철하에게 자연스럽게 대했다. 오히려 철하가 어제 술김에 저지른 일이 너무 후회스러웠지만 막판에 가서 잘 참은 걸로 위안을 삼았다. 인터넷을 하며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 거리던 둘은 윤하가 철하에게 오늘 저녁을 사준다며 집을 나섰다. 윤하는 어제 철하가 예쁘다고 말한 블라우스와 정장치마를 입고 롱코트를 걸쳤다.
철하는 윤하와 함께 나가며 먹고 싶은거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하라는 윤하의 말에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보기로 했다. 윤하도 비싸다는 얘기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도착해 메뉴판을 보던 윤하와 철하는 경악을 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하는 애써 철하에게 미소 지어보이며 말했다.
“하, 하, 하…. 너 먹고 싶은거 다 시켜라.”
“으, 응….”
철하는 윤하의 따가운 눈빛을 피하며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철하는 역시 패밀리레스토랑에 왔으니 스테이크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장 싼 스테이크를 골랐다. 가장 싸다고 골랐지만 역시 고가였다. 윤하도 다른 종류의 스테이크를 고른 뒤 샐러드를 하나 더 시키기로 했다.
잠시 후 기다리자 스테이크가 나왔다. 철하는 처음 먹어보는 비싼 스테이크에 정신이 없었다. 고기를 잘라서 살짝 입에 넣자 소스의 맛과 함께 부드럽게 녹아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맛있다…. 누나 고마워. 되게 맛있네.”
윤하는 철하가 맛있게 먹자 씨익 웃어 주었다.
잠시 후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다 먹은 둘은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홀짝 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철하는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비싼 돈 내고 먹었으니 다 먹어야겠다는 생각하에 열심히 마셨다. 그러나 윤하는 커피를 마시지도 않고 애꿎은 커피 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나. 왜 안 마셔? 아까우니까 다 마셔!”
자꾸 커피 잔만 만지작거리는 윤하를 본 철하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자 윤하는 짧은 한숨을 내신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철하야…. 어제…. 나 술에 취했을 때 왜 그랬어?”
“어, 어?”
철하는 윤하의 말에 너무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찔한 현기증까지 느낀 철하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이어지는 침묵. 철하는 죽고만 싶었다. 술기운과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저지른 못된 짓을 되돌릴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철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꺼냈다.
“미, 미안해…. 누나…. 화났어?”
“화 안났어….”
의외로 담담하게 말하는 윤하. 그리고 둘은 어색함을 간직한 채 레스토랑 문을 나섰다. 자취방에 돌아오면서 한마디 말도 없는 윤하를 보며 철하는 속이 타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후회해도 어제의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자취방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다시 어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난감한 철하는 책상 의자에 가만히 앉으며 컴퓨터를 켰다.
괜히 아직 켜지지도 않은 컴퓨터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어색한 자세로 앉아있는 철하에게 윤하의 목소리가 조용한 들렸다.
“철하야…. 너 여자친구랑 해봤니?”
윤하의 의외의 말에 철하가 깜짝 놀라며 윤하를 바라봤다. 아직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의 정장치마를 입은 채 가만히 서서 진지하게 철하를 바라보는 윤하의 얼굴…. 철하는 어제 그런 잘못까지 저질러놓고 거짓말을 하기도 뭐해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윤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나는 한 번도 안 해봤어….”
“으, 응….”
철하는 그 말에 더욱 더 큰 죄책감이 들었다. 어제 누나가 처녀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만두지 않았던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다시 조용히 이어지는 윤하의 목소리.
“남자들은…. 그거 계속해서 하다가 안하면 힘들다며…. 철하도 여자친구랑 헤어진지 좀 됐으니까…. 힘들었겠구나…. 누나가 이해해줄게.”
윤하의 말에 철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윤하가 이해해준다니 다행이었다. 철하는 다시 한번 사과하기로 했다.
“누나…. 미안해….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거야.”
철하의 말에 윤하가 웃었다.
“괜찮다니까. 그럼 철하 요새 여자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 했겠구나….”
잠시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윤하의 목소리….“
“그럼 누나가 가슴만이라도 만지게 해줄게….”
“어, 뭐?”
철하는 너무 놀라 윤하를 바라봤다. 그러자 윤하는 부끄러운 듯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힘들어하는 동생 위로해주고 싶은 것도 있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내 가슴을 남이 만져 본적이 없거든…. 그래서 어떤 느낌일까 하고 호기심도 조금 생기기도 해.”
윤하의 말을 들은 철하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야해서는 안 될 일 같은데 거부하기가 미치도록 힘들다. 19년 동안 자신에게는 실제로 본 가장 예쁜 여자였고, 철없는 학생시절에 가끔 자신의 자위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누나…. 그리고 어제 자신이 그토록 섹시하며 세련되었다고 생각하는 정장풍의 옷을 입고 있으니 철하는 그 말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철하는 결국 마른침을 한번 삼킨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윤하는 자신의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터프한 이미지의 윤하였지만 이쪽에서만큼은 완전 쑥맥이었다.
단추를 하나씩 풀러 내릴 때마다 드러나는 윤하의 하얀 가슴언저리, 브래지어, 군살 하나 없는 배…. 그리고 이윽고 단추를 다 푼 윤하는 자신의 블라우스를 정장치마에서 빼며 살짝 양 옆으로 벌렸다.
철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제 어느 정도 여자에 눈을 뜬 철하였지만 자신의 누나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금기시된 욕망에 미친 듯이 흥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얀 블라우스를 벌려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 윤하는 등 뒤로 손을 돌려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렀다. 그리고 자신의 브래지어를 살며시 올려 뽀얀 가슴을 드러냈다.
철하는 어제 본 윤하의 가슴이었지만 이렇게 맨 정신으로 보니 턱하고 숨이 막혀왔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하얀 가슴. 의자에 앉아있는 철하는 자신의 앞에 브래지어를 들추고 서 있는 윤하의 하얀 가슴을 살며시 쥐었다.
“아….”
윤하는 자신의 가슴에 철하의 손이 닿자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철하는 아기 피부를 만지 듯 너무나도 부드러운 윤하의 가슴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조금씩 윤하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하자, 윤하의 숨소리가 서서히 거칠어지고 있었다. 가끔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도 하였다.
“누나. 왜 그래?”
윤하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던 철하가 짓궂게 물었다. 그러자 윤하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하아…. 모르겠어.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해….”
윤하는 이 상황에서 자신을 흥분케 하는 것이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자극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남자의 손이 남동생이라는 이 금기시된 장난을 즐기고 있다는 이 짜릿한 순간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윤하의 뽀얀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던 철하는 이윽고 양 엄지손가락으로 윤하의 젖꼭지를 살짝살짝 건드리기 시작했다.
“하윽…!”
윤하는 자신의 젖꼭지에 철하의 엄지손가락이 닿자 신음소리를 내며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러나 철하는 놓치지 않고 윤하의 가슴을 움켜쥔 채 양 엄지손가락으로 집요하게 젖꼭지를 비벼댔다.
윤하는 철하의 엄지손가락이 계속해서 자신의 젖꼭지를 꾹꾹 누르며 비비고 돌리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움찔거렸다.
“누나…. 딱딱해졌어….”
윤하의 젖꼭지는 철하의 엄지손가락 밑에서 조금씩 딱딱해지고 있었다. 윤하는 부끄러움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철하야…. 으응….”
계속해서 윤하의 젖꼭지를 만지던 철하는 이윽고 못 참겠는지 윤하를 버럭 끌어안으며 젖꼭지를 입에 머금었다.
“아! 철하야!”
윤하는 놀라며 철하를 밀어내려 했지만 철하의 혀가 조금씩 자신의 딱딱해진 젖꼭지를 돌려대자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태어나서 자위는커녕 성인물도 보지 않았던 윤하는 친구들에게 듣기만해오던 일을 실제로 겪고 있자 온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 대상이 남동생이라니…. 생전 처음 느껴보는 흥분감과 떨림, 그리고 가슴에서 느껴져 오는 쾌락에 윤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열심히 자신의 젖꼭지를 빨고 가슴을 주무르는 남동생 철하…. 윤하는 조금씩 밀려오는 짜릿한 쾌감에 손을 뻗어 철하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으! 철하야…. 나 이상해!”
윤하는 철하의 머리를 더욱더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윤하의 그런 행동에 용기를 얻은 철하는 젖꼭지를 살짝 살짝 깨물기도 하며 정성껏 애무했다. 윤하는 철하에게 기대서다시피 하며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철하도 흥분 할대로 흥분한 상태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철하는 윤하의 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내려 검은색의 정장치마 속으로 집어넣었다.
“앗!”
갑작스런 철하의 행동에 윤하는 깜짝 놀라며 철하에게서 떨어졌다. 철하도 윤하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윤하의 작고 뽀얀 가슴은 철하의 침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거친 숨을 고르던 윤하가 입을 열었다.
“미안 철하야…. 그래도 우리 마지막까지 지킬건 지켜야 할 것 같아….”
윤하의 말에 철하도 자신이 이성을 지키지 못하고 너무 흥분했다고 생각했다. 윤하는 흥분된 몸과 마음을 애써 가다듬다가 철하의 불룩해진 바지 앞섶을 보고 얼굴이 빨개졌다. 철하도 윤하의 그 시선을 느끼고는 재빨리 엉덩이를 뒤로 빼며 자신의 바지 앞섶을 숨겼다.
다시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 윤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 철하야…. 괜히 나 때문에….”
윤하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자위 하고 싶으면 해도 되. 남자들은 자위 자주 한다며…. 내가 못해주니까 미안해. 나 보면서 해도 되….”
철하는 누나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철하도 흥분할 대로 흥분한 상황이었다. 앞에 있는 여자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누나이기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인지 누나만 아니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어도 한참 전에 일어났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고 싶다…. 미친 듯이 하고 싶었다. 머릿속에서는 누나인 윤하를 눕혀놓고 그 처녀를 자신의 자지가 뚫어버리는 온갖 음란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차라리 자위를 해서라도 흥분을 가라앉히는 편이 나았다.
철하는 마음을 굳히곤 천천히 자신의 청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그리고 껄떡대며 드러난 철하의 굵은 자지. 이미 귀두부분은 자지에서 흘러나온 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윤하는 철하의 굵고 커다란 자지를 본 순간 숨이 막혀왔다. 어릴 때 철하와 물놀이를 하며 본 조그만 물건만 기억에 있는 윤하는 이렇게 굵은 남자의 자지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런 것이 내 거기에 들어오는 건가…. 그럼 어떤 기분이 들까….’
윤하는 철하의 자지를 본 순간, 철하의 자지가 자신의 보지에 들어오는 상상을 하다가 조금씩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곧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없애버린 뒤 철하의 자지를 바라봤다.
철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용기를 내어 자지를 잡았다. 그리고 풀어헤쳐져 드러난 윤하의 뽀얗고 동그란 가슴을 바라보며 서서히 자신의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윤하는 철하의 자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철하의 조그만 자취방 안에는 탁탁거리며 살을 치는 음란한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헉, 헉…. 누나…. 팬티도 보여줘….”
“어, 어?”
“치마 걷어 올려서 팬티도 보여줘….”
자지를 잡고 흔드는 철하의 말에 윤하는 자신의 검은 치마를 팬티까지 들어올렸다. 스타킹을 안 신고 나간지라 바로 윤하의 하얀 팬티가 드러났다.
철하는 윤하의 하얀팬티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윤하의 보지 부근이 살짝 젖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철하는 더욱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흥분한 누나의 젖은 보지…. 철하의 머릿속에 온갖 음란한 상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철하는 자위를 하면서 거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이윽고 굳게 마음을 먹고 윤하에게 요구했다.
“누나…. 그 팬티도 벗으면 안 돼?”
“뭐…?”
“응? 보기만 할게? 안 만질게.”
철하의 사정에 윤하는 알았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천천히 자신의 팬티를 내렸다. 윤하도 자신의 보지 부근이 이상하다는 것쯤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팬티를 천천히 내리자 아니나 다를까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팬티가 찐득하게 보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윤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남동생 때문에 이렇게 되버리다니…. 이것이 친구들이 말하던 소위 젖는다는 것이 분명했다. 발목까지 끌어내려 팬티를 완전히 벗어버리자 예쁜 삼각형을 이루며 곱슬곱슬하게 자라난 윤하의 보지털이 드러났다.
“헉, 헉…. 누나…. 잘 안보여…. 이리 가까이 와서 한쪽 다리 여기 책상에 올려줘.”
“너….”
윤하는 철하의 조금씩 계속되는 요구에 점점 망설여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늘 괜히 얘기를 꺼내 동생을 흥분케한 자신의 잘못도 있었기에 철하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윤하는 검은 정장치마를 완전히 들어 올려 자신의 허리에 걸치고 다리를 살짝 들어올려 철하의 옆에 있는 책상에 걸쳤다.
이제 그림은 점점 더 음란하게 변해갔다. 철하는 의자에 앉아 누나를 바라보며 자위를 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동생 앞에서 다리를 들어올려 보지를 완전히 드러낸 윤하가 서 있었다.
철하는 너무나 섹시하고 멋진 광경에 점점 더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다리를 들어 올려 완전히 드러난 윤하의 분홍색 보지….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갈라져 있었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살짝 젖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윤하도 나름대로 조금씩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동생 앞에서 촉촉이 젖은 보지를 음란한 자세로 보여주고 있으니…. 머릿속에서는 온갖 음란한 상상이 펼쳐지며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철하의 손놀림이 거침없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헉, 헉…. 아! 쌀 것 같아.”
“어, 어?”
윤하는 철하의 말에 당황했다. 그때 철하가 벌떡 일어나더니 윤하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윤하는 순간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것 같자 양손으로 철하의 어깨를 짚었다.
“헉! 싼다! 누나!”
철하는 자신의 자지를 움켜쥐고 윤하의 새하얀 배와 검은색 정장치마에 정액을 발사했다. 윤하는 자신의 배에 갑자기 무언가 끈적한 액체가 닿자 깜짝 놀랐으나 넘어질 것 같아 철하의 어깨를 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철하는 몇 번 더 헉헉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자지를 쥐어짜 나머지 정액을 윤하의 배에다 싸고 있었다.
철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지에서 손을 떼자 윤하는 이제 끝났나 생각하며 다리를 내리고 철하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윤하의 배와 검은 정장치마는 철하의 허연 정액으로 엉망이 되 있었다.
윤하의 배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며 검은색의 정장치마에 달라붙는 자신의 정액을 본 철하는 재빨리 휴지를 가지고 왔다.
“미안…. 누나 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철하는 윤하의 배와 치마에 묻은 정액들을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윤하는 배에서 정액이 닦일 때마다 그 미끈한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왠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아…. 어쩌지….”
윤하의 치마를 닦던 철하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윤하가 왜 그러냐며 바라보자 검은색 치마에 하얀색의 얼룩덜룩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미안해…. 누나.”
철하의 말에 윤하는 화장실에서 물을 살짝 묻혀다가 문질렀다. 그러나 약간 흐리게 보이는 자국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이윽고 몇 번 더 힘을 주어 문질렀으나 이내 웃으며 철하에게 말했다.
“괜찮아. 내려가서 드라이클리닝 맡기면 되지. 어차피 코트 안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아.”
“으, 응….”
“그래. 그럼 어서 씻고 와.”
윤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미안해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방긋 웃어주었다.
*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며 윤하가 철하에게 말을 걸었다.
“철하야.”
“응?”
“앞으로 우리 이런 일 절대로 없을 거라고 약속하자.”
윤하의 말에 철하는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당연하지. 앞으로 이런 일 절대 없을거야.”
철하의 반응에 윤하는 씨익 웃었다.
“그래. 누나도 조심할게. 얼른 자자. 누나 내일 아침 올라가야 하니까.”
“응. 잘자 누나.”
철하는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살짝 옆을 돌아보니 윤하는 어서 자려는 듯 눈을 감고 편안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누나…. 어제, 오늘 정말 미안했어…. 그리고 이해해줘서 너무 고마워…. 정말, 정말….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잘자 누나….’
철하는 누나를 바라보며 굳은 다짐을 하고는 이내 잠이 들었다.
*
윤하가 돌아간 뒤 철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들었으며 하루 종일 컴퓨터게임과 인터넷을 하다가 다시 잠이 들곤 하였다. 그러한 생활을 반복하던 어느 날 철하는 인터넷을 하던 도중 내일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아…. 벌써 크리스마스구나…. 2002년도 다 끝났네….’
철하는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떠올리자 갑자기 효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크리스마스에 효린은 무얼 할까…. 아니 오늘은 무얼 하고 있을까…. 괜스레 또 울적해지는 철하였다.
그렇게 우울함 속에서 크리스마스의 아침이 밝았다. 철하는 창문 너머로 바깥세상을 바라보았지만 눈이 내린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건 없구나….’
철하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언제나처럼 컴퓨터나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철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보자 -이슬이♡-라고 적혀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이슬이에게 전화가 오자 철하는 괜스레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 이슬아.”
[크리스마스인데 혼자 쓸쓸하게 집에 있나? 솔로부대?]
“하하…. 뭐야. 넌 뭐하는데?”
[뭐 나도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철하야 오늘 우리 크리스마스니까 명동이나 놀러가자.]
“명동?”
[응. 할 일도 없잖아? 나와라. 나와라.]
이슬이의 말대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철하는 잠시간의 고민 끝에 나가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어디서 만나?”
[헤헤. 잘 생각했어. 명동 지하철역에서 만나자. 와서 핸드폰으로 전화해!]
“응.”
전화를 끊은 철하는 대충 이리저리 씻은 뒤 두꺼운 잠바를 걸치고 명동을 향해 출발했다. 명동도 처음가보는 철하이기에 지하철역에서 노선도를 보니 자신이 사는 4호선에서 한번에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에 도착해서 이슬이에게 전화를 한 후 만날 수 있었다. 분홍색의 반코트를 입고 체크무늬 플레어스커트를 걸친 이슬이는 철하를 보자 손을 흔들며 달려와 철하의 오른쪽 팔에 매달렸다.
“역시 불쌍한 철하랑 놀아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흥….”
철하는 팔에 매달려 자신을 놀리는 이슬이에게 콧방귀를 낀 뒤 명동역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으헉….”
명동역 밖으로 나간 철하는 너무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월드컵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할 정도였다.
놀라는 철하를 보며 이슬이가 웃었다.
“뭘 놀라니? 바보 촌스럽긴….”
“뭐, 뭐? 촌스럽다니 내가 뭘! 나야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헤헤. 됐어.”
이슬이는 웃으며 철하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 워낙 많기에 이슬이는 철하의 팔에 꼭 매달려서 걸어 다녔다. 철하는 두꺼운 잠바를 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이가 워낙 바짝 붙어서인지 이슬이의 둥그스름한 가슴 감촉이 간간히 전해져왔다.
둘은 길거리에서 군것질, 옷가게에서 옷 구경, 서점에서 책 읽기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둘의 눈에 명동 길 한가운데 서 있는 큰 트리가 들어왔다.
“아. 이거 봐야하는데. 이따 해가 저물어야 들어오겠지?”
이슬이가 투덜거리자 철하도 트리를 올려다봤다. TV에서나 보던 큰 트리였다. 고등학교 때 크리스마스때면 뉴스에서 항상 비춰주는 거대한 트리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철하도 꼭 불이 들어온 모습을 보고 싶었다.
둘은 그때까지 시간을 때울 것을 찾아보다가 극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슬아. 영화 볼래?”
세상물정 잘 모르는 철하가 말하자 이슬이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순진한 우리 철하군. 한번 가보자.”
철하는 이슬이가 왜 그러는 줄 모르고 그냥 따라갔다. 그러나 철하는 극장 매표소에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 영화가 매진이었기 때문이다.
“미, 미안….”
철하는 쑥스러운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이슬이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자 이슬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뭘 그런걸 사과해. 그럼 비디오방이라도 갈까?”
“비디오방?”
철하는 깜짝 놀라 되물었으나 이슬이는 웃으며 철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철하는 비디오방을 간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어두컴컴하고 좁은데서 단 둘이 비디오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디오방도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몇 개를 들락날락거린 끝에 허름한 비디오방에서 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음…. 내가 보고 싶은거 봐도 되지?”
비디오를 고르던 이슬이가 철하에게 물었다. 철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슬이는 비디오 한 개를 빼더니 주인아줌마에게 건네주었다.
계산을 하고 아줌마의 안내에 따라 방에 도착한 철하는 깜짝 놀랐다. 소파가 있긴 있었는데 거의 침대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어두컴컴하고 굉장히 좁았다.
문 앞에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철하를 이슬이가 뭐하냐며 밀어 넣었다. 방에 들어가자 이슬이는 자연스럽게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철하도 그런 이슬이의 행동을 보고 자신도 잠바를 벗어 걸어놓았다.
철하는 행동하나하나가 떨리며 부자연스러웠지만 이슬이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소파에 누웠다. 철하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트를 벗어서 드러난 빨간색의 티셔츠는 이슬이의 몸에 착 달라붙어 둥그스름한 가슴의 윤곽과 잘록한 허리라인을 보여주고 있었고, 짧은 미니스커트는 허벅지도 다 가리지 못하여 새하얗고 미끈한 다리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뭐하니? 옆에 누워. 비디오방 처음 와?”
“어? 어….”
“진짜? 푸핫. 그동안 뭐하고 놀았니?”
“뭐? 어…. 그냥….”
“괜찮아. 옆에 누워.”
괜찮다는 이슬이의 말에 철하는 조심스레 이슬이의 옆에 누웠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이슬이의 몸과 맞닿았다. 철하는 다리라도 닿지 않게 하려고 조심하며 다리를 모으고 있었다.
잠시 후 영화 예고가 끝난 후 비디오가 시작하자 철하는 깜짝 놀라 이슬이에게 소리쳤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어. 왜? 봤어?”
“야…. 아니. 안 봤는데….”
“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이슬이에게 철하는 차마 야한영화 아니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물론 철하는 조금 야한 내용의 영화인 것은 알고 있었다. 여자배우가 노출연기를 하여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 아무것도 아냐….”
철하는 할 수 없이 그냥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철하는 슬쩍 이슬이를 훔쳐봤다. 이슬이는 검은색 눈 화장을 한 고양이처럼 섹시한 눈으로 영화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보니 더 예쁘게 오똑하니 솟은 코, 반짝이는 붉은 입술. 그리고 갸름한 턱선과 목을 따라 내려오면 빨간색의 티셔츠로 가려진 둥그스름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슴…. 이슬이의 가슴은 숨을 쉴 때마다 위아래로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었다.
철하는 가슴이 두근대며 떨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야한 내용이 나올 비디오를 보며, 몸이 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예쁜 이슬이와 단 둘이 있으니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철하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뒤 눈을 돌려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야기면에서는 크게 재미가 있지 않은 영화는 슬슬 야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격렬하게 서로를 애무하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배우가 여자배우의 가슴을 주무르며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철하는 깜짝 놀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슬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하야.”
“어? 어 왜?”
“여자배우들 저렇게 연기하면 느끼고 있는걸까?”
“뭐?”
당돌한 이슬이의 말에 철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슬이는 아랑곳없이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잖아. 남자배우가 저렇게 하는데 느낌이 어떨까?”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철하는 이슬이의 말에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었다. 그러자 이슬이는 쿡쿡 웃으며 철하를 바라봤다.
“뭘 그렇게 긴장해? 편하게 봐. 왜 또 흥분했니?”
“아냐!”
철하는 심통을 내며 비디오를 봤다. 이슬이도 그런 철하를 보며 씨익 웃은 뒤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철하는 간간히 나오는 영화의 야한 장면과 지금 이슬이와 단 둘이 누워있는 상황 때문에 몹시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야한 생각만이 가득 들어 있었다. 게다가 자지가 엄청나게 커져있어서 누워있기도 불편한 상태였다. 철하는 자신은 이렇게 흥분했는데 이슬이는 어떨까하고 살짝 바라봤다. 이슬이는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가끔 새하얀 윗니로 새빨간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철하는 그런 이슬이의 입술을 보고 가느다랗게 이어오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좁고 어두컴컴한 방이??
11월…. 대학교 1학년이란 꿈같던 시간도 어느덧 끝나간다.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가는 철하는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조금 두꺼운 잠바를 꺼내 걸쳤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니 다들 옷차림이 두터워졌다.
“안녕? 오늘은 왔구나?”
비록 며칠밖에 안되었지만 무척이나 오랜만에 온 것처럼 학교를 두리번거리던 철하에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린 철하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긴 검은 머리에 방긋 웃는 이슬이었다.
“아…. 이슬이구나….”
철하는 어제 있었던 일이 생생히 기억난다. 자기에게 울면서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슬이, 그러나 철하 자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아직 효린이의 자리에 누가 들어오기엔 성급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철하는 이슬이를 보면서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자기를 웃는 얼굴로 보며 말을 건네는 모습도 그렇고 옷차림도 노출이 줄어들었다. 비록 여전히 짧은 치마를 입고는 있었지만 전처럼 극단적인 길이의 치마는 아니었다.
이슬이는 철하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다시 빙그레 웃는다.
“왜 그래?”
“아냐…. 수업 들어가자….”
철하는 침착하게 말하며 돌아서서 걷기 시작한다. 예전의 철하 같았으면 말을 더듬으며 당황했겠지만 이젠 어수룩한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이슬이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철하의 팔에 스스럼없이 팔짱을 낀다. 1학기 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잠시 멈칫하는 철하였지만 굳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슬이가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라면 자신에겐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철하는 이슬이를 한번 바라보자, 이슬이는 자신을 바라보며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고양이 같은 눈매가 효린의 눈매와 많이 닮아 있어서 효린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어 효린의 모습을 지웠다. 그리곤 웃으며 말한다.
“돌아 왔구나 너….”
이슬이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헤헤. 나는 이런게 어울리니까.”
*
이슬이는 철하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한 이후 1학기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웃으면서 장난을 치고, 특히 철하와 있을 때는 1학기 때처럼 스스럼없이 장난을 쳤다. 친구들 모두 다시 활발해지고 밝아진 이슬이를 보며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받아주는 철하가 문제였다. 2학기 때의 이슬이처럼 웃지도 않고 상대도 안하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전 보다 많이 침착해지고 조용해진 편이었다.
하지만 이슬이는 아랑곳없이 철하에게 잘 대해 주었다. 이제 과내에서 이슬이와 철하가 사귀는 줄로 알게 되었다. 철하는 굳이 그런 소문들을 지우지 않았다.
한껏 밝아진 이슬이의 분위기 탓에 철하, 진원, 지희, 이슬은 예전처럼 다시 재밌게 어울리게 되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강의가 모두 끝나고 함께 내려가던 도중 이슬이가 제안을 했다.
“얘들아! 우리 오랜만에 술 마시러 가자!”
이슬이의 말에 모두들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슬이의 생일 때문에 모인 것을 빼고는 넷이서 제대로 된 술자리를 가진 적은 무척이나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넷이 도착한 곳은 1학기 때 자주 가던 학교 앞의 작은 술집이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자 지희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여기 되게 오랜만에 와본다.”
지희의 말에 진원이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곤 말했다.
“그러게…. 아 그리고 이 자리…. 우리 이 자리에서 진실게임 했었는데.”
진원이의 말에 셋은 깔깔거리며 맞다고 말했다. 한참을 웃던 도중 이슬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원이와 지희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너네…. 그때 이미 서로 좋아하고 있었지?”
이슬이의 말에 지희가 손을 웃으며 휘휘 저었다.
“하하. 아냐…. 서로 좋아한건 맞는데 모르고 있었어. 나중에 알았어.”
지희의 말에 철하와 이슬이는 우하며 야유를 보냈다.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시간 참 빨리 갔네….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학년이 끝나가다니….”
가만히 있던 철하의 아저씨 같은 말에 다들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생각해보니 정말 엊그제 같던 일이 오래전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들 철하의 말에 감상에 빠져버렸다.
오랜만에 다들 웃으며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철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1학년에 처음 들어와서 느꼈던 친구들과의 우정….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고 생각했다.
다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지라 간만에 다들 취할 수 있었다. 술집에서 나온 넷은 너나 할 것 없이 비틀 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진원이와 지희는 같이 버스를 타고 철하와 이슬이만 남겨지게 되었다. 이슬이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철하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철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이슬이를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팔짱을 낀 채 지하철역까지 갔다.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가 카드를 찍고 서로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 서로 반대편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때문이었다.
이슬이는 철하의 팔짱을 꼭 낀 채 보내주질 않았다.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신발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이슬이가 이윽고 고개를 들며 철하에게 말했다.
“철하야…. 나 너네 집에 가도 돼?”
“뭐? 왜, 왜?”
“뭐 그냥…. 가고 싶다….”
“그, 그래 그럼….”
철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이슬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둘은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와 함께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철하의 자취방까지 오게 되었다.
철하는 자취방에서 이슬이와 마주 앉게 되자 그녀와 단 둘이 한 방에 있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슬이를 슬쩍 바라보자 빨간색의 반코트를 따뜻하게 입고 검은색의 짧은 주름치마 때문인지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철하는 검은색의 짧은 주름치마 아래로 드러난 이슬이의 새하얀 허벅지 때문에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철하의 머릿속에 자취방에서 효린과 함께 했던 나날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러자 막연히 일어나던 긴장감과 흥분감이 사라지고 다시 효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만이 살아나게 되었다.
이슬이는 가만히 자신의 손가락만을 만지작거리다가 철하의 표정을 슬쩍 보니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해 보였다.
이슬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철하도 얼떨결에 따라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슬이는 빙긋 웃는다.
“헤헤…. 역시…. 아직 안되겠지?”
거기까지 말한 이슬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애꿎은 바닥을 툭툭 찼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방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천천히 마음 열어도 돼…. 나도 천천히 다가갈게.”
말을 마친 이슬이는 철하에게 기습적으로 다가가 목을 껴안으며 살짝 입맞춤을 했다. 얼떨결에 기습뽀뽀를 당한 철하는 황당한 눈으로 이슬이를 바라봤다.
재빨리 철하에게서 떨어진 이슬이는 반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
“가자. 나 버스 타는데 까지 데려다줘.”
두 사람은 추운 밤바람을 맞으며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어갔다. 철하는 요즘 들어 이슬이와 다시 사이좋던 예전의 사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어색함은 2학기 내내 사이가 안 좋았던 감정이 아니라 무언가 부끄러운 감정 같은 느낌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이슬이가 고맙다며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슬이가 타고 갈 버스가 도착했다.
“갈게.”
이슬이는 생긋 웃으며 인사를 하곤 버스에 올라서려 했다. 그러다 문득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바보야.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라.”
말을 마친 이슬이는 재빨리 뛰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탄 이슬이는 자리에 앉으며 철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 간다.”
출발하는 버스에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슬이를 보며 철하도 마주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26. December Story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들을 조금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하고 후회해보는 철하이다. 1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지나간 시간들이 시험 때만 되면 항상 신경이 쓰였다. 물론 시험이 끝나면 또 신경 안 쓰인다.
이번 기말고사가 끝나면 방학이었다. 철하는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시험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역시 방학이 좋았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잡생각으로 마지막 시험시간을 할 일 없이 흘려보낸 철하는 답안지를 제출하라는 조교의 말에 콧노래를 부르며 제출했다. 물론 답은 하나도 못 썼지만 이제 방학이라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났다. 고등학교 때처럼 성적가지고 누가 혼내는 이가 없기에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야호! 방학이다.”
강의실에서 나오자 이슬이가 기지개를 펴져 좋아했다. 진원이와 지희도 웃으며 좋아라했다. 이슬이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진원이와 지희를 보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 오늘 시험도 끝났으니까 놀까?”
이슬이의 웃음 지으며 하는 말에 진원이와 지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 우리 오늘 영화표 예매해놨거든. 지금 영화관 가야 되서….”
진원이의 말에 이슬이가 실망스런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할 수 없지…. 그래 오늘 데이트 재밌게 하고. 방학 잘 보내고 있어! 이 누나가 방학 때 자주자주 연락할게.”
진원이와 지희는 이슬이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곤 철하에게도 방학 잘 보내라고 인사를 한 뒤 건물을 빠져나갔다.
“으씨…. 오늘 놀다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슬이는 혼자서 계속 투덜대다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철하를 바라봤다. 그리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할 일 없지?”
“어, 어…. 뭐 나야 언제나 할 일 없지.”
철하의 말에 이슬이는 웃으며 철하의 손목을 끌고 간다.
*
“뭐 볼까? 보고 싶은거 없니? 누나가 보여줄게.”
끌려오다시피 한 철하를 데리고 극장에 도착한 이슬이는 영화 포스터들을 보며 물었다. 철하는 붙어있는 영화포스터들을 주욱 살펴보다가 한 영화를 발견했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언론에서 소개하는 영화였다.
“이슬아 이거 볼래?”
철하는 그 영화를 가리키며 이슬이에게 물었다.
“색즉시공? 요즘 유명하다고 하는 영화잖아? 야한거 아냐?”
“뭐? 불교 영화 아닌가?”
철하의 어이없는 말에 이슬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곤 영화표를 사러 갔다.
철하의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 넘어간다. 철하는 맹세코 몰랐다. 요즘 뜨고 있는 영화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야한내용의 영화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이슬이가 조용히 철하에게 속삭였다.
“너 이 자식…. 일부러 이거 보자고 했지?”
“아, 아냐! 진짜! 진짜로 몰랐어!”
“흐음….”
이슬이는 고양이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철하를 바라봤다. 그러나 철하는 그런 이슬이의 시선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영화를 보는 체 했다.
영화는 야한장면의 연속이었다. 이제 영화는 두 남녀배우가 모텔에 들어가 격렬한 키스와 섹스를 벌이는 장면을 비춰주고 있었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여자배우의 출렁이는 가슴 등을 클로즈업하며 관객들의 흥분도를 부채질 하고 있었다.
철하는 자신의 자지가 서서히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슬이와 바로 옆에 앉아 이런 야한 내용을 본다는 것이 너무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철하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소리내며 침을 삼켰다.
그러자 그 소리를 놓칠 리 없는 이슬이가 쿡쿡대며 철하를 놀렸다.
“푸훗…. 김철하 너 상당히 흥분했나보다?”
“뭐, 뭐? 아냐 임마!”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이슬이의 집요한 놀림에 얼굴이 붉어진 철하는 안되겠다 싶어 반격을 하기로 했다.
“그, 그러는 너야 말로! 아까 보니까 숨소리 좀 거칠어 진 것 같더라?”
“뭐?”
철하의 말에 이슬이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철하를 바라봤다. 걸렸구나 생각한 철하는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으며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까 강의실에서 남자랑 여자가 야한 짓 하는 장면 나올때 너 숨소리 되게 거칠더라. 주위 사람 다 들었겠다.”
철하의 놀림에 이슬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소리쳤다.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네가 더 흥분했어!”
“내가 볼 땐 네가 더 했어….”
점점 커져만 가는 두 사람의 목소리…. 결국 참지 못한 것은 주위 사람들이었다.
“거참 조용히 좀 합시다.”
“아따! 그 사람들 참 흥분했으면 나가면 되지 왜 여기서 싸우고 그래?”
누군가의 말에 주위가 살짝 웃음바다가 됐다. 철하와 이슬이는 자기들의 목소리가 너무 컸음을 깨닫고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 뒤 조용히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자 철하와 이슬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둘은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햄버거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헤어지게 되었다.
지하철 역내에 도착하자 이슬이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오늘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즐거웠어.”
“아냐…. 난 덕분에 영화 공짜로 봤는걸 뭐.”
“그래…. 그럼 나 갈게. 방학 잘 보내고. 이번 겨울방학에는 내가 연락 자주 할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알았지?”
이슬이의 말에 철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도 방학 잘 보내고 있어. 다음에 보자.”
“응. 간다. 안녕.”
이슬이는 웃으며 손을 흔든 뒤 지하철에 올라탔다. 이슬이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 철하는 이슬이가 사라진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철하는 이슬이가 자신의 안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애써 부정해온 감정이었지만 이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효린이 헤어지면서 말했던 것처럼 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별을 처음 겪은 철하에게는 이렇게 빨리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효린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후우….’
이런저런 생각으로 울적해지는 철하였다.
*
방학을 한 뒤 할 일도 없이 잠만 늘은 철하…. 오늘도 역시 흐드러지게 늦잠을 자려던 철하의 생각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아침부터 핸드폰이 울렸기 때문이다. 잠결에 발신자도 제대로 확인 못한 철하는 몽롱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야. 아직 안 일어 났니?]
“아. 엄마. 어쩐 일이세요?”
[응. 누나 너 보러 간다고 아침 일찍 올라갔어. 점심 때 쯤 도착할 거야.]
“아…. 누나? 알았어요.”
[그래. 그보다 군대는 어떻게 할꺼니?]
“응…. 걱정마세요. 내년에 갈게요. 정확히 언제쯤인지는 모르겠는데 2학년은 안 다닐꺼예요.”
[그래. 엄마는 잘 모르니까 너가 알아서 하도록 해. 그럼 끊는다.]
“응. 엄마 쉬세요.”
철하는 전화가 끊긴 뒤 방안을 둘러보았다. 이리저리 널려져있는 빨지 않은 속옷들, 지저분하게 굴러다니는 과자봉지와 부스러기들…. 철하는 자취방에서 살게 된 뒤 얼마동안은 착실하게 청소도 하는 부지런한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그런 것을 하는 것이 굉장히 귀찮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점점 방안은 지저분해져만 갔다.
시계를 보니 조금 있으면 윤하가 도착할 것 같았다. 철하는 우선 방청소를 대충 좀 한 뒤 윤하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널려져있는 속옷가지들을 대충 빨래통에 집어넣으며 과자봉지들을 치울 때 철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윤하누나-라고 써 있었다.
"히익. 벌써 왔나…. 여보세요. 응 누나.“
[야. 여기 그 지하철역까지 왔거든? 여기서 어떻게 가?]
윤하의 말에 철하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려서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악. 생각보다 일찍 왔네. 빨리 치우자.’
철하는 재빨리 쓰레기들을 치우고 대충 이리저리 비질을 한 뒤 막 걸레질을 하려할 때 다시 전화가 울렸다. 윤하였다. 전화를 받아보니 벌써 버스에서 내렸단다. 철하는 한숨을 내쉰 뒤 윤하를 데리러 나갔다.
철하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검은색 롱 코트를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는 윤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누나!”
철하가 반갑게 부르며 달려가자 윤하는 철하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말했다.
“야! 추운데 빨리빨리 나와야 될 것 아냐.”
“으씨. 바로 나온 거야.”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자.”
철하는 툴툴거리며 윤하를 데리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갔다.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윤하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야 남자 혼자 산다고 자랑하냐. 뭐 이리 퀴퀴한 냄새가 나.”
“냄새? 난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안 나긴…. 청소는 했니?”
“걸레질만 하면 되.”
철하는 말을 하며 바닥에 있던 걸레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윤하가 자신의 검은색 롱코트를 벗으며 철하가 들고 있는 걸레를 뺏었다.
“이리 줘. 내가 닦아줄게.”
“어? 어….”
철하는 코트를 벗은 윤하를 보며 살짝 놀랐다. 검은색의 롱코트 안에는 하얀색의 블라우스와 허벅지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정장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성숙미가 물씬 풍겨났다. 매일 편한 옷만 입고 있던 윤하를 봐서인지 이런 정장계열의 옷을 입은 모습을 처음 보자 굉장히 색달라 보였다.
걸레를 뺏어든 윤하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타이트한 검은색의 정장치마가 살짝 말려 올라가며 윤하의 허벅지 뒤쪽을 비춰주었다. 커피색의 스타킹을 신고 있어서인지 허벅지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게다가 치마가 워낙 타이트해서인지 윤하의 둥근 엉덩이 윤곽을 여과 없이 드러내주고 있었다. 철하는 멍하니 그런 윤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걸레질을 하던 윤하가 갑자기 멈칫했다. 철하는 자신이 훔쳐보고 있는 것을 들킨 줄 알고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윤하는 철하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스타킹 벗고 해야지….”
윤하는 이윽고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며 팬티스타킹을 벗으려다가 철하가 있음을 알고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잠깐 뒤 돌아서 있어봐!”
“흥…. 화장실가서 벗으면 될 걸….”
이윽고 철하의 뒤에서 무언가를 벗는 소리가 작게 들리더니 윤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됐어. 이제.”
“칫….”
철하는 괜스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거렸다. 윤하는 벗은 팬티스타킹을 자신이 가지고 온 가방에 집어넣고 다시 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윤하는 스타킹을 벗어서 하얀색의 허벅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철하는 윤하의 허벅지를 보면서 지희의 허벅지만큼 가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갑자기 자취방에서 지희의 몸을 더듬던 일이 생각나 묘한 흥분이 일기 시작했다.
한참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야한 상상을 하고 있던 철하는 걸레질을 하는 윤하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걸레질을 하면서 계속 멈칫 멈칫 하는 것이었다.
이상한 마음에 살짝 가까이 가서 보자 윤하의 앞 편엔 걸레질을 하면서 모인 먼지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꼬불꼬불한 음모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철하의 음모였다.
‘으악!’
철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까 비질을 할 때 구석구석하지 않고 넓은 부분만 한 것이 화근이었다.
‘어쩌지…. 이제 내가 한다고 할까.’
윤하의 얼굴을 보자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져 있었다. 아무리 동생이라고 해도 다 큰 남자의 음모를 보니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 윤하의 얼굴을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철하에게 윤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앗! 이게 뭐야!”
책상 왼편을 걸레질 하던 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무언가를 들었다. 그러나 철하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든 것 같은데 철하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질 않았다. 이상스레 생각한 철하는 가까이 다가가서 윤하가 든 무언가를 보았다.
“헉!”
철하는 윤하가 든 무언가를 보다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윤하가 든 것은 길다란 여자의 머리카락이었기 때문이다. 색깔과 길이로 봐서 효린의 머리카락이 분명했다.
윤하는 머리카락을 철하에게 들이밀며 소리쳤다.
“너 김철하! 이게 뭐야?”
“어? 그거? 아…. 아. 자취방에 친구들 놀러오니까…. 남자애들이랑 여자애들 다 같이 놀러온 거였어. 그때 흘렸었나 보지.”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하하하….”
철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동그랗던 눈을 가늘게 뜨고 철하를 쳐다보던 윤하는 이윽고 철하에게 걸레를 건네줬다.
“자 다 훔쳤으니까 뒷정리는 니가 해. 나 화장실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올게.”
철하에게 걸레를 건네준 윤하는 이윽고 가방에서 옷들을 꺼내더니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철하는 그런 윤하를 본 뒤 자신의 꼬불꼬불한 음모들이 모여 있는 먼지더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윤하는 방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아. 이제 좀 깨끗해진 것 같네.”
윤하의 말에 철하는 옆에 앉으며 물었다.
“누나. 며칠이나 있다 갈꺼야?”
“음. 오늘 금요일이니까. 일요일날 내려가야지. 월요일날 출근해야 하니까. 왜? 누나 있으니까 여자친구 못 데려와서 그러니?”
“뭐? 아냐 그런거! 그리고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철하는 윤하의 말에 갑자기 효린이 생각나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윤하는 철하가 헤어졌다고 하자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뭐? 왜?”
“뭐 그냥 헤어질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 누나가 미안.”
윤하는 베시시 웃으며 손을 모으곤 미안하다고 말했다.
*
윤하와 철하는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둘은 이렇게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누워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윤하의 입이 천천히 열리며 맥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철하야 너 대단하다.”
역시 맥 빠진 철하의 목소리.
“뭐가?”
“TV도 없는 이 조그만 방에서 어떻게 지냈냐. 심심해 죽을 것 같다.”
“나야 컴퓨터랑 인터넷만 되면 혼자서도 잘 노니까.”
“이그…. 고등학교 때랑 변한 건 하나도 없구만.”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침묵. 조그만 철하의 자취방에는 윤하와 철하의 규칙적인 숨소리와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계 초침소리만이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갑자기 윤하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일어섰다.
“안되겠다. 나가자.”
“어? 어딜?”
“술이라도 마시러 가자.”
“술?”
철하는 윤하가 술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하가 고등학교 때 회사를 다니던 윤하는 거의 매일 술에 취해서 들어오곤 했었다.
윤하는 편한 트레이닝 옷차림 위에 바로 검은색의 롱코트를 걸쳤다. 철하는 그런 윤하의 모습을 보며 야유하듯 말했다.
“누나 그렇게 하고 나갈꺼야? 아까 그 옷 예쁘던데….”
“뭐 어때 요기 근처에 술집 있을꺼 아냐. 글고 그 옷이 그렇게 예뻤니?”
웃으며 말하는 윤하의 말에 철하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잠바를 꺼내 걸쳤다.
술집에서 둘은 신나게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윤하는 철하의 대학생활에 대해 듣기도 하고 자신의 직작생활에 대해 말하기도 하며 술자리를 보냈다. 방에선 그렇게 심심해하던 윤하였지만 술을 마실 때 만큼은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결국 윤하는 혼자서 소주 3병을 비우며 만취상태가 되버렸다. 철하도 2병 가량을 마셔서 꽤 취한 상태였다.
윤하는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계산을 하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술집을 나섰다. 철하는 코트도 안 입고 나가려는 윤하를 붙잡고 겨우 코트를 입힐 수 있었다.
자취방에 도착하자 윤하는 코트를 벗어 던진 뒤 벌러덩 누워버렸다.
“아유! 더워! 철하야 온도 좀 낮춰봐!”
덥다며 상의 끝자락을 들고 펄럭이는 윤하를 철하는 민망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별로 덥지도 않은데…. 그리고 여기는 온도 조절 같은거 못해.”
“왤케 덥니!”
상의끝자락을 펄럭이며 하얀 배를 살짝 살짝 드러내놓던 윤하는 이윽고 트레이닝복 상의의 지퍼를 확 내려버렸다.
“헉! 누나 뭐해!”
철하가 놀라며 외쳤으나 윤하는 듣지도 않고 검은색의 트레이닝복을 좌우로 확 벌렸다. 그러자 윤하의 뽀얗고 동그란 가슴을 가리고 있는 하얀색의 브래지어가 나타났다. 윤하의 가슴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그냥 보통이었다. 그러나 옛날부터 운동을 좋아했기에 군살하나 없는 배와 잘빠진 허리라인, 길고 늘씬한 다리 등은 작은 가슴을 커버해주고도 남았다.
철하는 놀라며 계속해서 지켜봤으나 윤하는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철하는 한숨을 내쉬며 윤하에게 다가가 트레이닝복의 지퍼를 올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본 윤하의 뽀얀 가슴은 철하의 이성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가뜩이나 효린과 자주 야한 짓을 즐기던 철하였는데 효린과 헤어진 후 여자의 몸을 제대로 본 적은 커녕 자위도 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지금 술도 어느 정도 취해서 이성의 끈이 조금씩 끊어지려 했었다.
‘조금만 만져볼까….’
철하는 술김에 결심을 한 후 손을 조심스레 뻗어 윤하의 하얀 브래지어를 위로 올렸다. 브래지어가 위로 올라가며 드러난 가슴은 지희의 가슴만큼이나 아담한 크기였다. 작고 아담한 크기의 뽀얀 가슴. 그리고 그 중앙에 분홍색의 예쁜 젖꼭지가 조그맣게 올라와 있었다. 철하는 떨리는 손길로 윤하의 젖꼭지를 살짝 잡았다. 엄지와 검지로 조그만 젖꼭지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하자 조금씩 딱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하는 윤하의 조금씩 딱딱해지는 젖꼭지를 보며 흥분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철하는 용기를 내어 딱딱해진 젖꼭지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젖꼭지를 혀로 살살 돌려가며 애무했다.
“으응….”
순간 윤하가 고개를 뒤척이며 신음소리를 냈다. 철하는 깜짝 놀라 잽싸게 윤하에게서 떨어졌다.
‘헉, 헉…. 누나 깼나….’
철하는 너무 놀라 낮은 목소리로 윤하를 불러봤다.
“누나…. 누나….”
묵묵부답. 철하가 보기에 잠든 것이 분명했다. 철하는 한숨을 내신 뒤 윤하의 브래지어를 바로 해준 뒤 트레이닝복의 지퍼를 올려주었다.
‘내가 미쳤지….’
철하는 방금 한 행동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윤하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 주려했다. 그때 철하의 눈에 윤하의 가늘고 길게 뻗은 다리가 드러났다.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긴 했지만 착 달라붙는 바지라 길고 가는 다리와 함께 그 모아지는 부분에 살짝 드러난 둔덕은 가릴 수가 없었다.
철하는 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다시 갈등이 되는 부분이었다. 보고 싶었다. 누나의 보지를 보고 싶었다.
‘한번만 봐보자…. 괜찮겠지….’
결국 철하는 굳게 결심을 하고 윤하의 트레이닝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고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자 군살 없는 하얀 아랫배를 지나 거뭇거뭇한 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조금 더 내리자 보지에서 팬티가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윤하의 보지 부근이 드러났다.
철하는 점점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소리를 애써 참으며 윤하의 하얀 팬티와 트레이닝복 바지를 완전히 벗겨버렸다.
눈부시게 드러나는 윤하의 다리…. 그리고 철하는 그 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잡고 좌우로 살짝 벌렸다.
“아….”
철하는 작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윤하의 보지는 너무나 예뻤다. AV나 여태껏 보아온 여자들의 보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지희와 비슷했지만 지희보다도 훨씬 더 예쁘고 단정한 분홍빛으로 갈라져 있었다.
철하가 보기에 윤하는 경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보지가 제대로 갈라지지도 않고 소음순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처녀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다. 누나가 이십삼년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온 처녀를 자신이 본 다는 것이 너무 불경스러웠다.
철하는 말없이 윤하의 팬티와 바지를 똑바로 입혀주었다. 그리고는 얇은 이불을 덮어준 뒤 자신도 그 옆에 누웠다. 그러면서 윤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나 미안해…. 잘자.”
*
다음날 윤하는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는 듯 철하에게 자연스럽게 대했다. 오히려 철하가 어제 술김에 저지른 일이 너무 후회스러웠지만 막판에 가서 잘 참은 걸로 위안을 삼았다. 인터넷을 하며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 거리던 둘은 윤하가 철하에게 오늘 저녁을 사준다며 집을 나섰다. 윤하는 어제 철하가 예쁘다고 말한 블라우스와 정장치마를 입고 롱코트를 걸쳤다.
철하는 윤하와 함께 나가며 먹고 싶은거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하라는 윤하의 말에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보기로 했다. 윤하도 비싸다는 얘기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도착해 메뉴판을 보던 윤하와 철하는 경악을 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하는 애써 철하에게 미소 지어보이며 말했다.
“하, 하, 하…. 너 먹고 싶은거 다 시켜라.”
“으, 응….”
철하는 윤하의 따가운 눈빛을 피하며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철하는 역시 패밀리레스토랑에 왔으니 스테이크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장 싼 스테이크를 골랐다. 가장 싸다고 골랐지만 역시 고가였다. 윤하도 다른 종류의 스테이크를 고른 뒤 샐러드를 하나 더 시키기로 했다.
잠시 후 기다리자 스테이크가 나왔다. 철하는 처음 먹어보는 비싼 스테이크에 정신이 없었다. 고기를 잘라서 살짝 입에 넣자 소스의 맛과 함께 부드럽게 녹아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맛있다…. 누나 고마워. 되게 맛있네.”
윤하는 철하가 맛있게 먹자 씨익 웃어 주었다.
잠시 후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다 먹은 둘은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홀짝 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철하는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비싼 돈 내고 먹었으니 다 먹어야겠다는 생각하에 열심히 마셨다. 그러나 윤하는 커피를 마시지도 않고 애꿎은 커피 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나. 왜 안 마셔? 아까우니까 다 마셔!”
자꾸 커피 잔만 만지작거리는 윤하를 본 철하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자 윤하는 짧은 한숨을 내신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철하야…. 어제…. 나 술에 취했을 때 왜 그랬어?”
“어, 어?”
철하는 윤하의 말에 너무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찔한 현기증까지 느낀 철하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이어지는 침묵. 철하는 죽고만 싶었다. 술기운과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저지른 못된 짓을 되돌릴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철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꺼냈다.
“미, 미안해…. 누나…. 화났어?”
“화 안났어….”
의외로 담담하게 말하는 윤하. 그리고 둘은 어색함을 간직한 채 레스토랑 문을 나섰다. 자취방에 돌아오면서 한마디 말도 없는 윤하를 보며 철하는 속이 타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후회해도 어제의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자취방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다시 어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난감한 철하는 책상 의자에 가만히 앉으며 컴퓨터를 켰다.
괜히 아직 켜지지도 않은 컴퓨터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어색한 자세로 앉아있는 철하에게 윤하의 목소리가 조용한 들렸다.
“철하야…. 너 여자친구랑 해봤니?”
윤하의 의외의 말에 철하가 깜짝 놀라며 윤하를 바라봤다. 아직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의 정장치마를 입은 채 가만히 서서 진지하게 철하를 바라보는 윤하의 얼굴…. 철하는 어제 그런 잘못까지 저질러놓고 거짓말을 하기도 뭐해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윤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나는 한 번도 안 해봤어….”
“으, 응….”
철하는 그 말에 더욱 더 큰 죄책감이 들었다. 어제 누나가 처녀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만두지 않았던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다시 조용히 이어지는 윤하의 목소리.
“남자들은…. 그거 계속해서 하다가 안하면 힘들다며…. 철하도 여자친구랑 헤어진지 좀 됐으니까…. 힘들었겠구나…. 누나가 이해해줄게.”
윤하의 말에 철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윤하가 이해해준다니 다행이었다. 철하는 다시 한번 사과하기로 했다.
“누나…. 미안해….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거야.”
철하의 말에 윤하가 웃었다.
“괜찮다니까. 그럼 철하 요새 여자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 했겠구나….”
잠시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윤하의 목소리….“
“그럼 누나가 가슴만이라도 만지게 해줄게….”
“어, 뭐?”
철하는 너무 놀라 윤하를 바라봤다. 그러자 윤하는 부끄러운 듯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힘들어하는 동생 위로해주고 싶은 것도 있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내 가슴을 남이 만져 본적이 없거든…. 그래서 어떤 느낌일까 하고 호기심도 조금 생기기도 해.”
윤하의 말을 들은 철하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야해서는 안 될 일 같은데 거부하기가 미치도록 힘들다. 19년 동안 자신에게는 실제로 본 가장 예쁜 여자였고, 철없는 학생시절에 가끔 자신의 자위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누나…. 그리고 어제 자신이 그토록 섹시하며 세련되었다고 생각하는 정장풍의 옷을 입고 있으니 철하는 그 말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철하는 결국 마른침을 한번 삼킨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윤하는 자신의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터프한 이미지의 윤하였지만 이쪽에서만큼은 완전 쑥맥이었다.
단추를 하나씩 풀러 내릴 때마다 드러나는 윤하의 하얀 가슴언저리, 브래지어, 군살 하나 없는 배…. 그리고 이윽고 단추를 다 푼 윤하는 자신의 블라우스를 정장치마에서 빼며 살짝 양 옆으로 벌렸다.
철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제 어느 정도 여자에 눈을 뜬 철하였지만 자신의 누나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금기시된 욕망에 미친 듯이 흥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얀 블라우스를 벌려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 윤하는 등 뒤로 손을 돌려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렀다. 그리고 자신의 브래지어를 살며시 올려 뽀얀 가슴을 드러냈다.
철하는 어제 본 윤하의 가슴이었지만 이렇게 맨 정신으로 보니 턱하고 숨이 막혀왔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하얀 가슴. 의자에 앉아있는 철하는 자신의 앞에 브래지어를 들추고 서 있는 윤하의 하얀 가슴을 살며시 쥐었다.
“아….”
윤하는 자신의 가슴에 철하의 손이 닿자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철하는 아기 피부를 만지 듯 너무나도 부드러운 윤하의 가슴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조금씩 윤하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하자, 윤하의 숨소리가 서서히 거칠어지고 있었다. 가끔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도 하였다.
“누나. 왜 그래?”
윤하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던 철하가 짓궂게 물었다. 그러자 윤하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하아…. 모르겠어.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해….”
윤하는 이 상황에서 자신을 흥분케 하는 것이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자극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남자의 손이 남동생이라는 이 금기시된 장난을 즐기고 있다는 이 짜릿한 순간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윤하의 뽀얀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던 철하는 이윽고 양 엄지손가락으로 윤하의 젖꼭지를 살짝살짝 건드리기 시작했다.
“하윽…!”
윤하는 자신의 젖꼭지에 철하의 엄지손가락이 닿자 신음소리를 내며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러나 철하는 놓치지 않고 윤하의 가슴을 움켜쥔 채 양 엄지손가락으로 집요하게 젖꼭지를 비벼댔다.
윤하는 철하의 엄지손가락이 계속해서 자신의 젖꼭지를 꾹꾹 누르며 비비고 돌리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움찔거렸다.
“누나…. 딱딱해졌어….”
윤하의 젖꼭지는 철하의 엄지손가락 밑에서 조금씩 딱딱해지고 있었다. 윤하는 부끄러움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철하야…. 으응….”
계속해서 윤하의 젖꼭지를 만지던 철하는 이윽고 못 참겠는지 윤하를 버럭 끌어안으며 젖꼭지를 입에 머금었다.
“아! 철하야!”
윤하는 놀라며 철하를 밀어내려 했지만 철하의 혀가 조금씩 자신의 딱딱해진 젖꼭지를 돌려대자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태어나서 자위는커녕 성인물도 보지 않았던 윤하는 친구들에게 듣기만해오던 일을 실제로 겪고 있자 온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 대상이 남동생이라니…. 생전 처음 느껴보는 흥분감과 떨림, 그리고 가슴에서 느껴져 오는 쾌락에 윤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열심히 자신의 젖꼭지를 빨고 가슴을 주무르는 남동생 철하…. 윤하는 조금씩 밀려오는 짜릿한 쾌감에 손을 뻗어 철하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으! 철하야…. 나 이상해!”
윤하는 철하의 머리를 더욱더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윤하의 그런 행동에 용기를 얻은 철하는 젖꼭지를 살짝 살짝 깨물기도 하며 정성껏 애무했다. 윤하는 철하에게 기대서다시피 하며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철하도 흥분 할대로 흥분한 상태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철하는 윤하의 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내려 검은색의 정장치마 속으로 집어넣었다.
“앗!”
갑작스런 철하의 행동에 윤하는 깜짝 놀라며 철하에게서 떨어졌다. 철하도 윤하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윤하의 작고 뽀얀 가슴은 철하의 침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거친 숨을 고르던 윤하가 입을 열었다.
“미안 철하야…. 그래도 우리 마지막까지 지킬건 지켜야 할 것 같아….”
윤하의 말에 철하도 자신이 이성을 지키지 못하고 너무 흥분했다고 생각했다. 윤하는 흥분된 몸과 마음을 애써 가다듬다가 철하의 불룩해진 바지 앞섶을 보고 얼굴이 빨개졌다. 철하도 윤하의 그 시선을 느끼고는 재빨리 엉덩이를 뒤로 빼며 자신의 바지 앞섶을 숨겼다.
다시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 윤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 철하야…. 괜히 나 때문에….”
윤하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자위 하고 싶으면 해도 되. 남자들은 자위 자주 한다며…. 내가 못해주니까 미안해. 나 보면서 해도 되….”
철하는 누나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철하도 흥분할 대로 흥분한 상황이었다. 앞에 있는 여자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누나이기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인지 누나만 아니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어도 한참 전에 일어났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고 싶다…. 미친 듯이 하고 싶었다. 머릿속에서는 누나인 윤하를 눕혀놓고 그 처녀를 자신의 자지가 뚫어버리는 온갖 음란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차라리 자위를 해서라도 흥분을 가라앉히는 편이 나았다.
철하는 마음을 굳히곤 천천히 자신의 청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그리고 껄떡대며 드러난 철하의 굵은 자지. 이미 귀두부분은 자지에서 흘러나온 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윤하는 철하의 굵고 커다란 자지를 본 순간 숨이 막혀왔다. 어릴 때 철하와 물놀이를 하며 본 조그만 물건만 기억에 있는 윤하는 이렇게 굵은 남자의 자지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런 것이 내 거기에 들어오는 건가…. 그럼 어떤 기분이 들까….’
윤하는 철하의 자지를 본 순간, 철하의 자지가 자신의 보지에 들어오는 상상을 하다가 조금씩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곧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없애버린 뒤 철하의 자지를 바라봤다.
철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용기를 내어 자지를 잡았다. 그리고 풀어헤쳐져 드러난 윤하의 뽀얗고 동그란 가슴을 바라보며 서서히 자신의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윤하는 철하의 자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철하의 조그만 자취방 안에는 탁탁거리며 살을 치는 음란한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헉, 헉…. 누나…. 팬티도 보여줘….”
“어, 어?”
“치마 걷어 올려서 팬티도 보여줘….”
자지를 잡고 흔드는 철하의 말에 윤하는 자신의 검은 치마를 팬티까지 들어올렸다. 스타킹을 안 신고 나간지라 바로 윤하의 하얀 팬티가 드러났다.
철하는 윤하의 하얀팬티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윤하의 보지 부근이 살짝 젖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철하는 더욱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흥분한 누나의 젖은 보지…. 철하의 머릿속에 온갖 음란한 상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철하는 자위를 하면서 거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이윽고 굳게 마음을 먹고 윤하에게 요구했다.
“누나…. 그 팬티도 벗으면 안 돼?”
“뭐…?”
“응? 보기만 할게? 안 만질게.”
철하의 사정에 윤하는 알았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천천히 자신의 팬티를 내렸다. 윤하도 자신의 보지 부근이 이상하다는 것쯤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팬티를 천천히 내리자 아니나 다를까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팬티가 찐득하게 보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윤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남동생 때문에 이렇게 되버리다니…. 이것이 친구들이 말하던 소위 젖는다는 것이 분명했다. 발목까지 끌어내려 팬티를 완전히 벗어버리자 예쁜 삼각형을 이루며 곱슬곱슬하게 자라난 윤하의 보지털이 드러났다.
“헉, 헉…. 누나…. 잘 안보여…. 이리 가까이 와서 한쪽 다리 여기 책상에 올려줘.”
“너….”
윤하는 철하의 조금씩 계속되는 요구에 점점 망설여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늘 괜히 얘기를 꺼내 동생을 흥분케한 자신의 잘못도 있었기에 철하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윤하는 검은 정장치마를 완전히 들어 올려 자신의 허리에 걸치고 다리를 살짝 들어올려 철하의 옆에 있는 책상에 걸쳤다.
이제 그림은 점점 더 음란하게 변해갔다. 철하는 의자에 앉아 누나를 바라보며 자위를 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동생 앞에서 다리를 들어올려 보지를 완전히 드러낸 윤하가 서 있었다.
철하는 너무나 섹시하고 멋진 광경에 점점 더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다리를 들어 올려 완전히 드러난 윤하의 분홍색 보지….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갈라져 있었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살짝 젖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윤하도 나름대로 조금씩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동생 앞에서 촉촉이 젖은 보지를 음란한 자세로 보여주고 있으니…. 머릿속에서는 온갖 음란한 상상이 펼쳐지며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철하의 손놀림이 거침없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헉, 헉…. 아! 쌀 것 같아.”
“어, 어?”
윤하는 철하의 말에 당황했다. 그때 철하가 벌떡 일어나더니 윤하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윤하는 순간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것 같자 양손으로 철하의 어깨를 짚었다.
“헉! 싼다! 누나!”
철하는 자신의 자지를 움켜쥐고 윤하의 새하얀 배와 검은색 정장치마에 정액을 발사했다. 윤하는 자신의 배에 갑자기 무언가 끈적한 액체가 닿자 깜짝 놀랐으나 넘어질 것 같아 철하의 어깨를 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철하는 몇 번 더 헉헉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자지를 쥐어짜 나머지 정액을 윤하의 배에다 싸고 있었다.
철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지에서 손을 떼자 윤하는 이제 끝났나 생각하며 다리를 내리고 철하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윤하의 배와 검은 정장치마는 철하의 허연 정액으로 엉망이 되 있었다.
윤하의 배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며 검은색의 정장치마에 달라붙는 자신의 정액을 본 철하는 재빨리 휴지를 가지고 왔다.
“미안…. 누나 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철하는 윤하의 배와 치마에 묻은 정액들을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윤하는 배에서 정액이 닦일 때마다 그 미끈한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왠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아…. 어쩌지….”
윤하의 치마를 닦던 철하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윤하가 왜 그러냐며 바라보자 검은색 치마에 하얀색의 얼룩덜룩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미안해…. 누나.”
철하의 말에 윤하는 화장실에서 물을 살짝 묻혀다가 문질렀다. 그러나 약간 흐리게 보이는 자국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이윽고 몇 번 더 힘을 주어 문질렀으나 이내 웃으며 철하에게 말했다.
“괜찮아. 내려가서 드라이클리닝 맡기면 되지. 어차피 코트 안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아.”
“으, 응….”
“그래. 그럼 어서 씻고 와.”
윤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미안해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방긋 웃어주었다.
*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며 윤하가 철하에게 말을 걸었다.
“철하야.”
“응?”
“앞으로 우리 이런 일 절대로 없을 거라고 약속하자.”
윤하의 말에 철하는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당연하지. 앞으로 이런 일 절대 없을거야.”
철하의 반응에 윤하는 씨익 웃었다.
“그래. 누나도 조심할게. 얼른 자자. 누나 내일 아침 올라가야 하니까.”
“응. 잘자 누나.”
철하는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살짝 옆을 돌아보니 윤하는 어서 자려는 듯 눈을 감고 편안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누나…. 어제, 오늘 정말 미안했어…. 그리고 이해해줘서 너무 고마워…. 정말, 정말….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잘자 누나….’
철하는 누나를 바라보며 굳은 다짐을 하고는 이내 잠이 들었다.
*
윤하가 돌아간 뒤 철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들었으며 하루 종일 컴퓨터게임과 인터넷을 하다가 다시 잠이 들곤 하였다. 그러한 생활을 반복하던 어느 날 철하는 인터넷을 하던 도중 내일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아…. 벌써 크리스마스구나…. 2002년도 다 끝났네….’
철하는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떠올리자 갑자기 효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크리스마스에 효린은 무얼 할까…. 아니 오늘은 무얼 하고 있을까…. 괜스레 또 울적해지는 철하였다.
그렇게 우울함 속에서 크리스마스의 아침이 밝았다. 철하는 창문 너머로 바깥세상을 바라보았지만 눈이 내린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건 없구나….’
철하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언제나처럼 컴퓨터나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철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보자 -이슬이♡-라고 적혀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이슬이에게 전화가 오자 철하는 괜스레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 이슬아.”
[크리스마스인데 혼자 쓸쓸하게 집에 있나? 솔로부대?]
“하하…. 뭐야. 넌 뭐하는데?”
[뭐 나도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철하야 오늘 우리 크리스마스니까 명동이나 놀러가자.]
“명동?”
[응. 할 일도 없잖아? 나와라. 나와라.]
이슬이의 말대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철하는 잠시간의 고민 끝에 나가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어디서 만나?”
[헤헤. 잘 생각했어. 명동 지하철역에서 만나자. 와서 핸드폰으로 전화해!]
“응.”
전화를 끊은 철하는 대충 이리저리 씻은 뒤 두꺼운 잠바를 걸치고 명동을 향해 출발했다. 명동도 처음가보는 철하이기에 지하철역에서 노선도를 보니 자신이 사는 4호선에서 한번에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에 도착해서 이슬이에게 전화를 한 후 만날 수 있었다. 분홍색의 반코트를 입고 체크무늬 플레어스커트를 걸친 이슬이는 철하를 보자 손을 흔들며 달려와 철하의 오른쪽 팔에 매달렸다.
“역시 불쌍한 철하랑 놀아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흥….”
철하는 팔에 매달려 자신을 놀리는 이슬이에게 콧방귀를 낀 뒤 명동역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으헉….”
명동역 밖으로 나간 철하는 너무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월드컵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할 정도였다.
놀라는 철하를 보며 이슬이가 웃었다.
“뭘 놀라니? 바보 촌스럽긴….”
“뭐, 뭐? 촌스럽다니 내가 뭘! 나야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헤헤. 됐어.”
이슬이는 웃으며 철하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 워낙 많기에 이슬이는 철하의 팔에 꼭 매달려서 걸어 다녔다. 철하는 두꺼운 잠바를 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이가 워낙 바짝 붙어서인지 이슬이의 둥그스름한 가슴 감촉이 간간히 전해져왔다.
둘은 길거리에서 군것질, 옷가게에서 옷 구경, 서점에서 책 읽기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둘의 눈에 명동 길 한가운데 서 있는 큰 트리가 들어왔다.
“아. 이거 봐야하는데. 이따 해가 저물어야 들어오겠지?”
이슬이가 투덜거리자 철하도 트리를 올려다봤다. TV에서나 보던 큰 트리였다. 고등학교 때 크리스마스때면 뉴스에서 항상 비춰주는 거대한 트리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철하도 꼭 불이 들어온 모습을 보고 싶었다.
둘은 그때까지 시간을 때울 것을 찾아보다가 극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슬아. 영화 볼래?”
세상물정 잘 모르는 철하가 말하자 이슬이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순진한 우리 철하군. 한번 가보자.”
철하는 이슬이가 왜 그러는 줄 모르고 그냥 따라갔다. 그러나 철하는 극장 매표소에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 영화가 매진이었기 때문이다.
“미, 미안….”
철하는 쑥스러운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이슬이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자 이슬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뭘 그런걸 사과해. 그럼 비디오방이라도 갈까?”
“비디오방?”
철하는 깜짝 놀라 되물었으나 이슬이는 웃으며 철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철하는 비디오방을 간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어두컴컴하고 좁은데서 단 둘이 비디오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디오방도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몇 개를 들락날락거린 끝에 허름한 비디오방에서 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음…. 내가 보고 싶은거 봐도 되지?”
비디오를 고르던 이슬이가 철하에게 물었다. 철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슬이는 비디오 한 개를 빼더니 주인아줌마에게 건네주었다.
계산을 하고 아줌마의 안내에 따라 방에 도착한 철하는 깜짝 놀랐다. 소파가 있긴 있었는데 거의 침대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어두컴컴하고 굉장히 좁았다.
문 앞에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철하를 이슬이가 뭐하냐며 밀어 넣었다. 방에 들어가자 이슬이는 자연스럽게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철하도 그런 이슬이의 행동을 보고 자신도 잠바를 벗어 걸어놓았다.
철하는 행동하나하나가 떨리며 부자연스러웠지만 이슬이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소파에 누웠다. 철하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트를 벗어서 드러난 빨간색의 티셔츠는 이슬이의 몸에 착 달라붙어 둥그스름한 가슴의 윤곽과 잘록한 허리라인을 보여주고 있었고, 짧은 미니스커트는 허벅지도 다 가리지 못하여 새하얗고 미끈한 다리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뭐하니? 옆에 누워. 비디오방 처음 와?”
“어? 어….”
“진짜? 푸핫. 그동안 뭐하고 놀았니?”
“뭐? 어…. 그냥….”
“괜찮아. 옆에 누워.”
괜찮다는 이슬이의 말에 철하는 조심스레 이슬이의 옆에 누웠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이슬이의 몸과 맞닿았다. 철하는 다리라도 닿지 않게 하려고 조심하며 다리를 모으고 있었다.
잠시 후 영화 예고가 끝난 후 비디오가 시작하자 철하는 깜짝 놀라 이슬이에게 소리쳤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어. 왜? 봤어?”
“야…. 아니. 안 봤는데….”
“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이슬이에게 철하는 차마 야한영화 아니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물론 철하는 조금 야한 내용의 영화인 것은 알고 있었다. 여자배우가 노출연기를 하여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 아무것도 아냐….”
철하는 할 수 없이 그냥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철하는 슬쩍 이슬이를 훔쳐봤다. 이슬이는 검은색 눈 화장을 한 고양이처럼 섹시한 눈으로 영화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보니 더 예쁘게 오똑하니 솟은 코, 반짝이는 붉은 입술. 그리고 갸름한 턱선과 목을 따라 내려오면 빨간색의 티셔츠로 가려진 둥그스름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슴…. 이슬이의 가슴은 숨을 쉴 때마다 위아래로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었다.
철하는 가슴이 두근대며 떨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야한 내용이 나올 비디오를 보며, 몸이 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예쁜 이슬이와 단 둘이 있으니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철하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뒤 눈을 돌려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야기면에서는 크게 재미가 있지 않은 영화는 슬슬 야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격렬하게 서로를 애무하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배우가 여자배우의 가슴을 주무르며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철하는 깜짝 놀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슬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하야.”
“어? 어 왜?”
“여자배우들 저렇게 연기하면 느끼고 있는걸까?”
“뭐?”
당돌한 이슬이의 말에 철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슬이는 아랑곳없이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잖아. 남자배우가 저렇게 하는데 느낌이 어떨까?”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철하는 이슬이의 말에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었다. 그러자 이슬이는 쿡쿡 웃으며 철하를 바라봤다.
“뭘 그렇게 긴장해? 편하게 봐. 왜 또 흥분했니?”
“아냐!”
철하는 심통을 내며 비디오를 봤다. 이슬이도 그런 철하를 보며 씨익 웃은 뒤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철하는 간간히 나오는 영화의 야한 장면과 지금 이슬이와 단 둘이 누워있는 상황 때문에 몹시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야한 생각만이 가득 들어 있었다. 게다가 자지가 엄청나게 커져있어서 누워있기도 불편한 상태였다. 철하는 자신은 이렇게 흥분했는데 이슬이는 어떨까하고 살짝 바라봤다. 이슬이는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가끔 새하얀 윗니로 새빨간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철하는 그런 이슬이의 입술을 보고 가느다랗게 이어오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좁고 어두컴컴한 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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